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66
제766화
‘저 여자가….’
라온은 몬스터 군단의 앞에 선 여성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이번 일의 원흉인가.’
남성에 못지않은 큰 키와 단련된 육체가 눈에 띈다.
머리에는 검은 오크의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이마에 두 개의 뿔이 솟아나 있었다.
-검사로구나.
라스가 검은 오크의 투구를 쓴 여자를 내려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래. 오랜 기간 검을 잡았어.’
검을 쥐고 있는 자세에서 정련된 검기가 느껴졌다. 검을 주무기로 삼는 검사가 분명했다.
다만 어떤 검술을 쓰는지는 예상되지 않았다.
고오오오오.
라온이 은밀하게 기감을 펼쳐냈다.
‘역시 무력은 나와 비슷하군.’
검은 오크의 투구를 쓴 여자는 자신처럼 그랜드 마스터의 극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투귀나, 백귀검주와는 격이 다르기에 전력을 다해서 싸워야 할 상대였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등골이 오싹한 거지?
이상하게도 저 여자를 보고 있자니, 불길한 감각이 어깨를 휘감았다. 승패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특이한 능력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자신의 육감은 배신한 적이 없었다. 일단은 주의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흐으음.
라스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입맛을 다셨다.
-저 계집, 무언가 이상하느니라.
녀석도 검은 오크 투구를 쓴 여자의 기질이 오묘하다고 말하며 눈매를 찌푸렸다.
‘난 이상하다기보다는….’
라온이 검은 오크의 투구를 쓴 여성의 눈을 피하지 않은 채 어금니를 지그시 씹었다.
‘친숙한 느낌이 들어.’
투구 때문에 눈동자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꼭 어디서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투구를 벗긴다면 자신이 아는 얼굴이 나올 것 같았다.
“저년이 몬스터들의 왕이야?”
마르타가 성 아래를 내려다보며 검병을 쓸어내렸다.
“투기 한번 살벌하네. 보는 것만으로 식은땀이 나.”
그녀는 살벌하다는 말과 달리 싸우고 싶다는 듯 검은 눈동자를 번뜩였다.
“저 여자만 문제가 아니야.”
버렌이 평원을 가득 채운 몬스터 군단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몇백은 죽였을 텐데, 기스조차 안 난 것 같아. 대륙의 몬스터를 전부 데려오기라도 한 건가?”
그는 긴 전쟁이 될 것 같다고 말하며 턱을 곧게 세웠다.
“…….”
루난은 설화의 검병에서 손을 떼지 않고, 고요하게 살의를 드높였다.
고오오오오.
평소 멍하고, 부드러운 루난이 분노를 드러내자, 누구보다도 섬뜩한 기세가 피어났다.
“겁먹을 필요 없어. 여기서 물러나는 순간이 지옥이니까!”
웬디는 이 악몽 같은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에서 마주했다. 그녀는 못 본 사이에 가주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대, 대주님.”
도리안이 조심스럽게 옆으로 다가와서 고개를 숙였다.
“보수 작업은 일단 중지할까요?”
그는 당장 뛰어들 것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는 몬스터들을 보며 눈동자를 떨었다.
“계속해.”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예?”
“이 전쟁은 버티는 쪽이 승자야. 정비와 전쟁을 반복해야 하니까. 1초라도 시간이 난다면 성벽을 고쳐.”
기감과 설화의 감각을 전력으로 펼쳐도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몬스터들이 많다.
길고도 험난한 전쟁이 될 테니, 쉬고 있을 틈은 없었다.
“저기 그런데요….”
크레인이 갈라진 성벽을 움켜쥔 채로 눈썹을 내렸다.
“쟤들 왜 안 오는 거죠?”
그는 딱 화살이나, 마법이 닿지 않을 거리에서 멈춰 선 몬스터들을 보며 불안하다는 듯 입술을 씹었다.
“그건….”
라온이 답을 해주려고 할 때 검은 오크의 투구를 쓴 여성이 사자의 검을 대지에 박아 넣었다.
그녀의 어깨 위로 시뻘건 투기가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쿠오오오오오!
몬스터 군단은 검은 오크의 투구를 쓴 여성의 투기에 감화된 듯 눈동자를 붉게 물들인 채 사나운 포효를 터트렸다.
다만 놈들은 성으로 달려들지 않고, 평원에서 죽어간 동족들의 살점을 향해 누런 이를 박아 넣었다.
동족의 살을 씹고, 피를 마셔서 배를 채우는 동족 포식이었다.
“으으으….”
“가, 같은 오크를 먹는 거야?”
“동족 포식….”
“더러운 새끼들!”
광풍대와 아리안 가문의 무인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기괴한 광경을 보고 이마 위로 식은땀을 흘렸다.
쿠구구구구.
라온은 피의 축제를 벌이는 몬스터들을 보며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설마….’
동족을 먹고 강해지는 건가?
기이하게 몬스터들이 동족의 살을 뜯을 때마다 놈들의 투기가 강해졌다.
잔불 같았던 기세가 어느새 산불처럼 거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
검은 오크의 투구를 쓴 여성은 이 상황을 노리고 있었다는 듯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몬스터들의 만찬을 지켜보았다.
“잠깐….”
리메르가 검은 오크의 투구를 쓴 여자를 내려다보며 이마를 찌푸렸다.
“저거 녹색의 왕이었어?”
“노, 녹색의 왕? 그게 뭐죠?”
도리안이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
“고블린, 오크, 트롤, 오우거처럼 녹색 피부를 지닌 몬스터, 그린 스킨을 지배하는 군주다.”
리메르가 미간을 좁힌 채로 말을 이었다.
“극히 드문 재능인데, 오크 중 최강이라는 블랙 오크의 왕에게 저게 이어지다니….”
그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입술을 씹었다.
“에틴이나, 싸이클롭스 같은 최상급 몬스터와 그리폰이나, 가고일까지 저 여자를 따르는 이유가 저거였어.”
“그, 그럼 투기가 점점 강해지는 것도….”
“그래. 그 역시 녹색의 왕의 능력이다.”
리메르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짧은 숨을 내뱉었다.
-무슨 오크 따위가 왕의 칭호를 사용하는 것이냐!
라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호통을 터트렸다.
-본래 왕이라 함은 본왕처럼 고귀함과 우아함을 겸비해야 하느니라!
녀석은 왕의 칭호를 박탈하라며 손을 휘저었다.
“…….”
라온은 침을 질질 흘리며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던 라스의 모습을 떠올리다가 리메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것 말고 다른 능력은 없습니까?”
“보통 무력 자체는 그리 강하지 않다고 들었어. 쟤는 좀 다른 것 같지만.”
리메르는 저 녹색의 왕은 무력도 강한 것 같다며 헛바람을 흘렸다.
“그, 그럼 이대로 놔두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도리안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맞아요! 지금도 몬스터가 몰려오고 있는데, 더 강해지기 전에 제거해야죠!”
크레인도 무서운 듯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미끼다.”
라온이 차분히 고개를 저었다.
“미끼?”
루난이 무슨 말이냐는 듯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저 숲속에 녹색의 왕에 못지않은 괴물이 둘이나 더 숨어 있어.”
라온이 시선을 내려서 고요히 출렁이는 숲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녹색의 왕을 노리는 순간 기습을 해올 거다.”
녹색의 왕은 먹어보라고 흔드는 낚싯대의 미끼다. 놈들의 술수대로 바늘을 물 필요는 없었다.
“하, 하지만 계속 모이고 있는데….”
도리안은 본인보다 다른 사람들이 걱정되는 듯 입술을 씹었다.
“보고를 올렸으니, 우리 쪽도 지원이 올 거다. 그리고….”
라온이 점점 더 몰려드는 몬스터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몬스터가 많다고 해도 초고수의 기습보다는 나아.”
에덴의 움직임은 몬스터를 닮았기에 독특하다.
전투 중에 어떤 기습을 당할지 모르기에 성벽에서 받아치는 게 최선이었다.
“대주님의 말이 맞다.”
리메르는 드물게도 라온을 대주라고 부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수성이라는 훌륭한 수단이 있는데, 나갈 필요는 없다. 너희는 소모한 오러나 회복해.”
그는 진심으로 부대주의 역할을 하겠다는 듯 뒷짐을 진 채로 라온의 뒤에 섰다.
“웬일이십니까?”
라온이 리메르를 돌아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부대주가 대주를 보필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그는 본인을 믿으라는 듯 큼지막한 웃음을 그렸다.
“안 하던 일 하면 죽는 법입니다. 평소처럼 농땡이나 부리시죠.”
“난 안 죽으니까. 네 걱정이나 하시지?”
라온과 리메르는 5 연무장으로 돌아간 것처럼 서로에게 농담을 던졌다.
“돈 빌려달라고 하겠지. 뻔해.”
마르타가 리메르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동안 도박장들 전부 문을 닫았다고 하던데, 대체 어디에 돈을 쓰는 거지?”
버렌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눈매를 좁혔다.
“구슬 아이스크림.”
루난은 리메르가 구슬 아이스크림을 대량으로 샀을 거라며 턱을 꾸벅였다.
“그건 아닐 거예요….”
도리안이 그럴 일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봤는데.”
루난은 리메르를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봤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라온과 리메르에 이어서 조장들까지 수다를 떨자, 불길했던 성벽의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검사와 병사들의 눈에서도 불안함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아!
라온은 지금이 모두의 사기를 끌어올릴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제천검을 세웠다.
은백색 검신 위로 성스러울 정도로 붉은 화염이 타올랐다.
“두려워할 필요 없다.”
그는 어둑한 밤하늘을 붉게 적시며 고고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내가 이곳에 있다.”
라온의 담대한 음성이 성안으로 퍼지자, 병사들의 기세가 몬스터들의 투기에 지지 않을 정도로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
“흐음….”
쌍두귀는 하루가 꼬박 지나도록 움직이지 않는 라온을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바보는 아니라는 건가.”
이전처럼 생각 없이 돌격해오면 절혼검과 함께 뒤를 잡으려고 했는데, 광풍대는 움직일 생각 자체가 없어 보였다.
‘나와 절혼검의 기척을 느낀 거겠지.’
기척을 완벽하게 숨기지 않았다고 해도 그 거리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다니, 역시나 보통 놈이 아니었다.
투구의 힘을 빌리지도 않았는데, 저 나이에 저 무력을 지닌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하긴 타천도 저놈한테 속았으니까.’
타천의 완전무결한 계획을 찢어발긴 당사자가 바로 저 라온 지그하르트다.
저 놈이 아니었다면 이미 오황오마의 균형이 크게 무너졌을 것이다.
“뭐, 다 떠나서. 멋진 장면이로군.”
쌍두귀는 눈동자를 마주하는 라온과 녹색의 왕을 보며 입술을 핥았다.
“연극도 이렇게 짜면 욕먹을 텐데. 안 그래?”
“…….”
절혼검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검에 손을 올리고 있는 그의 손가락이 가느다랗게 떨렸다.
“역시 인간은 재밌다니까.”
쌍두귀는 절혼검의 떨리는 손을 보며 키득였다.
“그래도 이렇게 보고만 있으니까 지루하네.”
그가 품에서 세 개의 방울이 매달린 나뭇가지를 꺼냈다.
“우리 쪽 병사는 충분하고, 저쪽 지원군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조금만 도와주자고.”
쌍두귀가 방울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흔들었다.
찌이이잉.
세 개의 방울이 서로 부딪치며 벌레의 울음보다도 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만 그 소리는 작아지지 않고, 점점 더 커지다가 성벽을 향해 뻗어나갔다.
치이이이잉!
라온과 리메르가 빠르게 눈치를 채고, 검격을 날렸지만, 소리 전부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쿠와아아아앙!
방울의 소리에 적중당한 우측 성벽과 좌측 성벽의 끝부분에 곧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거대한 균열이 돋아났다.
보수를 위해 바른 재료들이 아직 마르지 않았기에 더 충격이 큰 것 같았다.
치이이익!
쌍두귀는 할 일을 다 하고 검게 변해버린 방울을 뒤로 던져버리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자, 놀아보자고.”
***
“크으….”
라온이 충격이 남은 손아귀를 보며 입술을 씹었다.
‘방금 뭐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소리를 탄 오러가 밀고 들어왔다.
유아가 먼저 듣고, 경고해주지 않았다면 성벽 자체가 무너졌을 것이다.
“죄, 죄송해요. 제가 더 빨리 알았어야 했는데….”
유아는 본인이 늦었다고 말하며 입술을 떨었다.
“아니야. 잘했어. 네 덕분에 아무도 안 죽었으니까.”
라온이 유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서 고개를 돌렸다.
쿠아아아아아아!
평원을 녹색으로 물들인 몬스터들은 다시 전쟁이 시작될 거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하늘을 향해 거대한 포효를 터트렸다.
동족들의 피와 살로 배를 채운 놈들의 투기가 살벌할 정도로 짙게 타올랐다.
“전원 전투 준비.”
“전원 전투 준비!”
라온의 지시에 광풍대와 아리안 가문의 검사들이 복명복창하며 자신들의 자리로 흩어졌다.
투우웅!
녹색의 왕도 전장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땅에 박혀 있던 사자의 검을 뽑았다.
그녀가 왼쪽 무릎을 앞으로 내밀고, 두 손으로 잡은 검을 상단으로 세웠다.
사자박토.
그녀가 입술을 달싹이며 검을 내리친 순간 아리안 성을 반으로 쪼개버릴 듯한 장대한 검격이 쇄도해왔다.
쿠웅!
라온이 똑같이 왼발 직각을 밟으며 뒤로 젖혀둔 제천검을 내뻗었다.
붉게 달아오른 검신 위로 솟구친 화룡이 몬스터 군단을 불태워버릴 듯한 화염의 숨결을 뿜어냈다.
만화공 천화.
염룡결.
라온의 오러와 녹색의 왕의 투기는 기이하게도 같은 붉은 빛이었다.
적색 검격과 적색 검격이 맞부딪치며 하늘과 땅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쿠구구구구구!
두 그랜드 마스터의 경합이 멈춘 순간 몬스터들이 악귀와 같은 괴성을 지르며 아리안 가문의 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쏴!”
프리카의 지시에 레인저와 병사들이 활과 쇠뇌를 당기고, 검사들은 검기와 강기를 날리며 몬스터들의 접근을 막았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몬스터들이 돌진해왔기에 전부 다 막을 수가 없었다. 어느새 성벽 아래로 몬스터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전쟁. 그 암울하고, 퀴퀴한 공기 속에서 녹색의 왕이 움직였다. 그녀는 몬스터들과 함께 나아가며 두 번째 검격을 쏘아냈다.
치이이잉!
라온은 성문을 노리는 녹색의 왕의 참격을 베어내며 성벽 위에 섰다. 그의 검날 위로 어둠을 밀어내는 불길이 타올랐다.
콰아아아아아!
라온과 녹색의 왕이 다시 눈을 마주친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땅을 박차고 서로의 숨통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이제야 본왕이 느낀 위화감이 무엇인지 알겠구나. 저 계집에게서….
라스는 녹색의 왕을 향해 나아가는 라온의 등을 보며 탁한 숨을 내뱉었다.
-네놈과 비슷한 냄새가 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