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67
제767화
쩌어어어엉!
라온은 녹색의 왕이 쏘아낸 검격을 쳐낸 후 라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나와 비슷한 냄새라니?’
라스가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어서 저녁 메뉴라도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이상한 말을 던져서 당황스러웠다.
-그 말 그대로이니라.
라스가 녹색의 왕을 향해 턱을 까딱였다.
-저 가짜 왕에게서 네놈과 비슷한 기질이 느껴지느니라.
녀석은 확실하다고 중얼거리며 눈쌀을 찌푸렸다.
‘기질? 나와 비슷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건가?’
라온이 다시 자세를 잡는 녹색의 왕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건 좋지 않은데.’
정말 자신처럼 싸우면서 강해지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그녀와의 전투는 생각 이상으로 험난해질 게 분명했다.
-제대로 말한다면 타고난 재능 자체는 저쪽이 위이니라.
라스는 녹색의 왕의 재능은 본인도 인정할 정도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캬아아아앙!
라온은 화살처럼 탄력을 지닌 녹색의 왕의 참격을 베어버리고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 정도라고?’
라스는 남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이 녀석이 인정할 정도의 재능이라면 대륙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확실히 조금 다르긴 하군.’
녹색의 왕은 이쪽의 약점을 찾으려는 듯 검술의 속성을 계속 바꾸고 있었다.
자신 있는 검술 하나로 상대하는 게 아니라, 적의 약점을 노리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자신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본왕이 말하고 싶은 건 재능 따위가 아니니라.
라스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럼?’
-타고난 존재의 냄새가 비슷하다는 의미이니라. 단순히 예를 들면 같은 배에서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녀석은 기이한 일이라며 콧잔등을 찌푸렸다.
‘타고난 기질이나, 냄새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라온이 녹색의 왕을 굽어보며 제천검을 휘돌렸다.
‘지금은 쓰러뜨리는 게 우선이야.’
녹색의 왕은 강하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 상대하다가는 자신은 물론이고, 뒤에 있는 광풍대와 아리안 가문의 검사들까지 피해를 입을 것이다. 전투에 집중해야 했다.
쿠우우우우!
녹색의 왕이 또 한 번 거대한 투기의 칼날을 쏘아냈다. 무너질 듯 흔들리는 좌측의 성벽을 노리고 있었다.
촤아아아악!
라온이 서리연을 펼쳐내서 성벽을 파고드는 녹색의 왕의 검격을 얼려버렸다.
다만 충격파가 거셌기에 결국 우측 성벽에 무너져내렸다.
크아아아아아!
오우거와 트롤이 기다렸다는 듯 대지를 박차고, 무너진 성벽 위로 뛰어올랐다.
물론 라온이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쿠르르르릉!
마크 괴튼이 어서 오라는 듯 뇌전을 휘감은 도격으로 성벽을 올라온 몬스터들을 모조리 갈라버렸으니까.
쯧.
녹색의 왕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고서 우측 성벽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양동 작전을 벌이려는 것 같았다.
“후우.”
라온이 그 모습을 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내려갈 수밖에 없나.’
녹색의 왕은 몬스터를 지킬 필요가 없었지만, 자신은 성 안의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기에 내려가서 전투를 벌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가도 돼.”
뒤를 돌아보자, 리메르가 부대주를 믿으라는 듯 본인의 가슴을 두드렸다.
“신뢰는 안 가지만.”
라온이 픽 웃고서 성벽을 박차고 평원으로 뛰어내렸다.
치이이이잉!
녹색의 왕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보법을 밟고 나아가 라온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공중에 있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을 노린 것이다.
“아쉽지만….”
라온이 허공을 땅처럼 밟으며 입매를 비틀었다.
“한참 전에 극복했어.”
짓쳐들어온 녹색의 왕의 목을 향해 역으로 검을 내리그었다.
쩌어어어엉!
녹색의 왕이 다급하게 검을 들어 올려 방어를 했지만, 힘에서 밀려 다섯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가늘게 떨리는 검에 힘을 주며 더 섬뜩한 안광을 일으켰다.
“무슨 생각이지?”
라온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는 녹색의 왕을 보며 턱을 틀었다.
“저 성에 너희가 원하는 보물 따위는 없다.”
“…….”
녹색의 왕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싸움만이 목적이라는 듯 단숨에 공간을 뛰어넘어 매서운 검격을 밀어 넣었다.
“소용없다고 말…음?”
라온이 녹색의 왕이 펼쳐내는 검술을 보다가 눈을 부릅떴다. 가늘게 파고들던 검이 두 줄기로 나뉜 채 목과 심장을 노려왔다.
‘서리연?’
조금 전 성벽에서 자신이 펼쳤던 서리연의 묘리가 녹색의 왕의 검술에 어려 있었다.
‘한 번 보고 따라한다고?’
검은 오크 투구가 지닌 힘이든, 저 여자 본인의 재능이든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도….’
아직은 조잡해.
서리연은 상대에 따라서 검과 검 사이의 시간 차이를 조절해야 하는데, 녹색의 왕은 그저 빠르게만 휘두르고 있었다.
쩌어어엉!
라온은 광아검으로 두 줄기의 검격을 동시에 막아내고서 만화공 회천을 펼쳐냈다. 톱날처럼 회전하는 불길이 달라붙으려는 녹색의 왕을 거칠게 밀어냈다.
“…….”
녹색의 왕은 심한 충격을 받았음에도 신음 한번 흘리지 않고,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본인이 전사의 왕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말을 하고 싶지 않다면….”
라온이 제천검을 우측으로 펼쳤다. 검신에 새겨진 붉은 선이 짙어지는 순간 수백 개의 꽃잎이 평원을 뒤덮었다.
“벙어리인 채로 죽어라.”
만화공 화령으로 불꽃의 폭풍을 일으켜 녹색의 왕을 휘감았다.
쩌어어어억!
녹색의 왕은 화령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꽃잎의 개수만큼 강환을 일으켜 불길을 가라앉혔다.
치리리리링!
라온이 쉴 틈을 주지 않고, 적섬삼십육결을 펼쳐서 녹색의 왕의 전신의 급소를 노렸다.
터어엉!
녹색의 왕은 모든 검로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왼쪽 허리만 내어주고 급소를 향하는 검격은 모조리 쳐냈다.
“역시….”
라온은 녹색의 왕이 펼쳐냈던 검술을 떠올리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검을 익히고 있군.’
녹색의 왕은 자신처럼 만검을 익히는 수련자였다.
‘거기다….’
싸우면서 성장하고 있어.
불의 고리를 운용하고 있는 자신처럼 녹색의 왕은 상대의 무학을 이용해서 본인의 무력을 성장시키고 있었다.
라스가 말한 타고난 기질은 모르겠지만, 비슷하다고 말한 이유는 알 것 같았다.
스르르릉!
녹색의 왕은 끝까지 가보자는 듯 상처를 지혈조차 하지 않고 돌진해왔다.
고요한 눈빛을 보니, 본인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재밌네.’
라온이 녹색의 왕을 보며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적을 먹고 성장하는 것만큼은 누구에게도 질 생각이 없었다.
고오오오오!
불의 고리를 운용하며 다시 한번 화령을 일으켰다. 더 빠르고, 강맹해진 불꽃의 조각들이 녹색의 왕을 뒤덮었다.
쿠와아아아앙!
녹색의 왕은 이전처럼 꽃잎과 같은 개수의 강환을 펼쳐내서 화령을 막아냈지만, 전부 다 차단하지 못한 듯 몸 이곳저곳에 화상을 입었다.
그녀는 이 짧은 시간이 화령의 위력이 강해진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계속 해보자고.”
라온이 녹색의 왕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누가 누구를 잡아먹는지 말이야.”
* * *
“저 녀석 또 시작했네.”
마르타가 라온의 등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번에도 강해져서 돌아오겠지. 지겹다. 지겨워.”
그녀는 성벽을 타고 오르는 오우거를 베어버리고서 미간을 구겼다.
“오늘은 조금 다를 수도 있어.”
버렌이 녹색의 왕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녹색의 왕도 싸우면서 강해지는 것 같으니까.”
그는 조금 걱정이 되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괜찮아.”
루난은 마르타, 버렌과 달리 성벽의 전투에만 집중했다.
“존잘 라온이 이겨.”
그녀는 라온을 완벽히 신뢰하는 듯 밑을 내려다보지도 않았다.
“마, 맞아요. 라온 님의 검도 강해졌을 테니까. 절대 안 질 거예요!”
도리안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라온만큼은 무조건 믿고 있다며 말아 쥔 주먹을 흔들었다.
광풍대 역시 라온에 대한 신뢰를 보이며 본인의 전투에 온 정신을 쏟았다.
“하.”
웬디는 서로에 대한 완벽한 신뢰를 보여주는 라온과 광풍대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저 어린 녀석들이 이 정도로 성장해서 돌아왔다는 게 지금도 믿어 지지가 않았다.
“대체 무슨 수련을 했길래….”
“다 라온이 가르쳤지.”
리메르가 라온의 작품이라고 말하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아리안 가문의 검사들도 같은 수련을 하면 저렇게 될 수 있어. 물론 그전에 몇몇은 죽겠지만.”
그는 라온의 전투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키득였다.
“음, 저기….”
웬디가 리메르에게 다가가서 시선을 내렸다.
“리메르 님은 움직이지 않으시는 건가요?”
리메르는 라온을 돕지도 않았고, 광풍대를 지원하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만 서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궁금했다.
“이곳에 서 있는 게….”
리메르가 라온의 등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저었다.
“내 임무니까.”
* * *
“비등해보이지만….”
쌍두귀는 녹색의 왕이 밀려나는 모습을 보며 가볍게 턱을 내렸다.
“재능은 라온 지그하르트가 위인 모양이네.”
라온과 녹색의 왕 모두 싸우면서 성장하는 재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 재능에도 격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녹색의 왕의 무재도 대륙 전체에서 따라올 사람이 드물지만, 라온의 전투 재능과 센스는 고금으로 따져야 할 것 같았다.
“욕심이 나는군.”
라온이 최상급 투구를 쓰면 바로 초월의 벽을 깨부수고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괜찮은 투구가 만들어졌으니, 시기와 상황도 딱 좋았다.
‘예전이랑은 다르니까.’
라온은 투구의 힘을 이겨낸 적이 있었지만, 그 때는 멀린의 욕심이 과하게 들어갔다.
타천이 만들어낸 투구라면 분명 저 녀석의 정신을 먹어치울 수 있을 것이다.
“네 생각은 어때? 저 녀석도 함께 하고 싶지 않아?”
쌍두귀가 절혼검을 향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
절혼검은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발의 뒤꿈치를 든 채로 라온과 녹색의 왕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그래. 너도 동의한 거다?”
쌍두귀는 허락까지 받았다고 중얼거리며 사이한 웃음을 그렸다.
‘곧 끝나겠군.’
라온과 녹색의 왕은 아직 전력을 드러내지 않은 채 상대를 죽일 수 있는 결정타를 준비하고 있었다.
몇 분 안으로 결착이 날 것 같았다.
‘내가 먼저 나설까?’
아니지. 저게 있잖아.
쌍두귀는 손을 떠는 절혼검을 보며 웃었다.
“위험해질 것 같으면 움직여도 좋아.”
그가 손가락을 들어 강환의 폭풍을 일으키는 라온과 녹색의 왕을 가리켰다.
“어느 쪽이든 간에 말이야.”
“…….”
절혼검은 그 말을 알아들은 듯 검병을 꾹 잡은 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쌍두귀는 절혼검의 등을 보며 입매를 길게 말아 올렸다.
* * *
쩌어어어엉!
라온은 적섬을 완벽히 막지 못한 채 튕겨 나간 녹색의 왕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거의 한계로군.’
녹색의 왕은 전투를 치르며 성장하는 재능을 지니고 있었지만, 불의 고리를 지닌 자신의 능력이 한 수 위였다.
그녀 역시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낮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고오오오오!
녹색의 왕은 싸울수록 불리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듯 두 손으로 사자의 검을 잡았다.
그녀의 귀걸이에서 은은한 달빛이 차오르더니,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강대한 기세가 솟구쳤다.
‘저게….’
라온은 녹색의 왕 주변으로 응집되는 웅대한 투기를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숨겨둔 힘인가.’
불길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강대한 기운이었다.
저 투기에 직격당한다면 아리안 가문 자체가 무너질 것 같았다.
‘정면에서 막을 수밖에 없겠군.’
라온이 제천검을 허리 아래로 기울이고, 왼손으로 진혼검을 뽑았다.
사자박토 무량.
녹색의 왕이 쥐고 있던 사자의 검이 하늘에 닿을 것처럼 거대한 투기를 일으켰다.
불길로 화한 듯 이글거리는 투기가 천지를 갈라버릴 것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저 강대한 위력이 전부가 아니라, 검격 자체에 만검의 묘리가 깃들어 있어서 어설프게 막으려고 했다간 즉사였다.
‘이대로는 막을 수 없겠어.’
제천검을 위로, 진혼검을 아래로 내리며 심상의 세계를 개방했다.
검계현신 신마조화결.
라온은 진중하게 타오르는 불꽃과 서리 속에서 신검과 마검을 꺼내 들었다.
두 자루의 검에 각기 다른 하늘을 담은 채 녹색의 왕이 그어 내린 참격을 막아섰다.
쿠와아아아아앙!
만검이 어린 절기들이 맞부딪치며 대지에 검은 균열이 돋아나고, 공간 자체가 갈라지는 듯한 충격파가 사위를 휩쓸었다.
다만 숨겨둔 힘에도 차이가 있었다. 라온의 신검과 마검은 점점 더 강한 화력을 일으키며 녹색의 왕의 검격을 아예 깨부숴버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경악을 담은 듯 거칠게 떨렸다.
“끝이다.”
라온이 마검으로 녹색의 왕의 목을 베려고 할 때 좌측에서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왔다.
절혼검. 과거 에덴의 지부에서 보았던 괴물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들고 있었다.
쩌어어어엉!
하지만 절혼검을 볼 필요는 없었다. 바람을 타고 내려온 리메르가 절혼검의 칼날을 막아주었으니까.
‘내가 봐야 할 건….’
라온이 쾌속하게 뒤를 돌며 불쑥이는 대지를 향해서 신검을 내리찍었다.
“허?”
먼지와 함께 땅을 헤집고 튀어나온 투구의 남자가 신검을 보고서 눈을 부릅떴다.
쩌어어엉!
그는 빠르게 반응하여 신검을 막아냈지만, 당황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안 거냐?”
투구의 남자는 황색 먼지 속에서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헛웃음을 흘렸다.
“뻔했으니까.”
라온이 가볍게 턱을 저었다. 사냥감이 가장 약해지는 순간은 먹이를 먹을 때였기에 녹색의 왕이 위험한 순간 기습을 해올 거라 예상했었다.
“너희가 뭘 해도….”
라온이 먼지를 가라앉히다가 남자의 투구를 보고서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쌍두귀…?”
실비아에게 가장 큰 슬픔과 아픔을 주었고, 자신의 아버지와 누나를 죽였다는 에덴의 귀신이 눈웃음을 치고 있었다.
“날 아나? 하긴 모를 수가 없지.”
쌍두귀가 입술을 길게 말아 올렸다.
“네 애비와 누나를 죽인 원수라고 들었을….”
“그런 건 상관없다. 그저….”
라온의 붉은 눈동자 위로 서슬 퍼런 한기가 타올랐다.
“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