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70
제770화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저게 다 무슨 소리냐고!”
크레인은 난잡해진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미, 믿기 힘들지만, 절혼검과 녹색의 왕이 대주님의 아빠와 누나라는 것 같은데….”
도리안이 험악한 투기를 일으키는 절혼검과 녹색의 왕을 보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라온….”
버렌이 쌍두귀를 몰아붙이는 라온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너는 이런 상황에서도 멈추질 않는구나.’
만약 자신이 저 상황이었다면 실비아처럼 정신이 무너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라온은 분노나 절망에 빠지지 않고,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후 아버지와 누나를 구할 방법을 떠올렸다. 존경심이 들 정도의 냉정함과 단호함이었다.
‘도와주고 싶지만,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군.’
라온이 쌍두귀와의 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이 성벽을 확실히 막아내는 게 광풍대의 역할이었다.
“광풍대! 아직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수성에 집중해!”
버렌은 멍하니 선 광풍대에게 지시를 내리며 무너진 성벽을 넘어오는 오크들을 베어버렸다.
“알고 있어!”
마르타가 적귀 다섯을 한 번에 베어 버리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라온의 등을 힐끔 바라보며 입술을 씹었다.
‘저 괴물 자식….’
라온은 백혈교주에게서 엄마를 구하고 싶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말라고 조언했었다.
겉으로는 알겠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흥분할 수밖에 없을 거라며 자기 위안을 했다.
하지만 라온은 죽었다고 알려진 아버지와 누나가 에덴의 주구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도 이성을 잃지 않고,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자기가 한 말은 지킨다는 건가.’
다시 한번 라온을 통해서 정신적인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만약 저 녀석이 아버지와 누나를 구해낸다면 자신도 엄마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까지 생겼다.
“다 꺼져!”
마르타는 성벽의 전투에 집중하면서도 라온의 등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죽어서도 잊지 않을 것처럼.
“가족….”
루난은 설화를 꼭 말아쥔 채로 입술을 깨물었다.
‘아프겠지.’
라온은 누구보다도 가족을 아낀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지금 그의 속은 답답함과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후.”
루난이 짧게 호흡을 내쉰 후 마르타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잠깐 갔다 올게.”
“뭐? 어딜 가!”
“아래에.”
마르타의 대답을 듣지 않고서 거침없이 성벽을 뛰어 내려가서 실비아에게 다가갔다.
“힘드시겠지만 싸워야 해요.”
루난은 실비아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루난?”
“라온이 말해줬어요. 가족은 자신의 손으로 지켜야 한다고.”
시리아에 대한 공포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을 때 라온이 해주었던 말이다.
자신을 일으켜 세웠던 조언을 실비아에게 해주며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지금이 아니라면 후회할지도 몰라요.”
루난은 오빠를 제때 구하지 못했던 후회와, 부모님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상처를 떠올리며 고개를 꾸벅였다.
“저 멍청이의 말이 맞아요.”
어느새 루난을 따라온 마르타가 시선을 내렸다.
“앉아만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가족을 구하고 싶다면 스스로 일어나야 해요.”
마르타 역시 라온의 조언을 되돌려주면서 턱을 주억였다.
“음….”
실비아는 본인보다 훨씬 단단한 눈빛을 드러낸 루난과 마르타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부끄러워….’
루난과 마르타는 교과서처럼 바른말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느꼈던 아픔을 바탕으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저 아이들의 마음도 깨닫지 못한다면 자신은 어머니가 될 자격이 없었다.
“고마워.”
실비아가 루난과 마르타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떨리는 팔로 검을 잡은 채 몸을 일으켰다.
“너희 말대로, 내 가족은 내가 지켜야지.”
옅은 웃음을 그리고서 리메르와 싸우고 있는 절혼검을 향해 돌진했다.
“에드가!”
실비아가 절혼검을 향해 강환을 쏟아부으며 타박 같은 포효를 터트렸다.
“이 수다쟁이 자식아! 일어나!”
* * *
“젠장.”
라온은 불길과 서리가 가라앉은 제천검과 진혼검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신마조화결이 꺼지기 전에 쌍두귀의 목을 베고 싶었지만, 결국 놈의 몽둥이를 부수지 못한 채 신검과 마검이 먼저 사라져버렸다.
쿠구구구!
쌍두귀는 압박이 약해진 틈을 놓치지 않고, 몽둥이를 휘둘러서 라온을 밀어냈다.
“하아….”
그는 목 아래로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조금 위험했는데?”
쌍두귀는 예상 이상이었다는 듯 어색하게 웃었다.
“이번이 아니라, 넌 오늘 죽는다.”
라온이 진혼검을 검집에 넣고, 제천검을 중단에 세웠다. 분노로 들끓는 심장은 그대로 놔둔 채 머리만 차갑게 식혔다.
‘냉정함을 잃어서는 안 돼.’
아직 몇 가지 위화감이 남아 있으니까.
쌍두귀는 당황한 듯 손끝을 떨었지만, 분명 비밀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속이 뒤집힐 것처럼 화가 나도 냉정함을 유지해야 했다.
‘다만….’
지금은 어떻게 해도 질 것 같지 않아.
서로 상극인 불의 고리와 분노의 감정이 조금이지만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대가 누구라도 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터어엉!
라온이 쌍두귀의 좌측으로 쇄도하여 제천검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만화공 적섬. 검극에 어린 불길이 공간을 가르며 치솟았다.
“날 우습게 보지 마라!”
쌍두귀가 이를 갈며 나무 몽둥이를 휘둘러왔다. 여러 줄의 균열이 생겼음에도 여전히 강맹한 투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화아아아아!
제천검은 신검 이상의 불길을 일으키며 쌍두귀의 나무 몽둥이를 힘으로 밀어내 버렸다.
“무슨 인간이 힘이….”
쌍두귀는 점점 더 짙어지는 불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아직 멀었어.”
라온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분노가 전해주는 힘을 제천검에 담아냈다.
패검과 중검의 묘리를 담아낸 중천포의 위력이 배가 되어 뻗어나갔다.
“크으으….”
쌍두귀가 나무 몽둥이에 강맹한 투기를 담아냈지만, 중천포를 감당하지 못하고, 평원에 깊은 족적을 새기며 열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고통이 심한 듯 그의 눈매가 깊게 일그러졌다.
“크아아아!”
쌍두귀가 짐승 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나무 몽둥이를 휘돌렸다.
몽둥이가 돌아갈 때마다 시뻘건 투기가 부풀어 오르며 어느새 태양처럼 거대한 구체를 이뤄냈다.
“죽어라!”
쌍두귀는 핏발이 선 눈동자를 드러낸 채 투기의 구체를 내리꽂았다. 이 평원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후우우우우.
라온은 피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걸어가며 제천검을 들어 올렸다.
분노의 마왕 결전기.
은월마검.
하얀 검신 위로 피어나는 은색의 달빛이 유려한 호선을 그렸다.
부드럽게 보이는 검식이었지만, 검극에서 솟구친 푸른 섬광은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투기를 부수고 나무 몽둥이의 절반을 얼려버렸다.
아름다움 이상의 위력을 지닌 절세의 기예였다.
“크헉!”
쌍두귀가 쓰러질 것처럼 팔과 다리를 휘청거렸다.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화아아악!
라온은 두껍게 얼어붙은 평원을 몸으로 뚫어버리고, 쌍두귀의 정면으로 돌진했다.
“너는 숨도 안 쉬냐!”
쌍두귀가 이를 악문 채로 달려오는 라온의 머리를 향해 강맹한 투기를 연달아 쏘아냈다.
치이이잉!
라온이 은월마검의 냉기가 남아 있는 제천검으로 마정검을 펼쳐냈다.
음습한 냉기 속에 어려있는 정심한 칼날이 투기를 뚫고, 쌍두귀의 쇄골을 갈랐다.
피이이악!
한번 베였던 쌍두귀의 어깨에서 다시금 분수와도 같은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후욱.”
라온이 입가에 맺힌 핏물을 뱉어내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내상이 치유된 게 아님에도 신기하게 몸이 가볍다. 분노와 불의 고리가 서로를 방해하지 않기 때문인지 아직 익히지 못한 검술도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빌어먹을….”
쌍두귀는 본인의 공세가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것에 경악한 듯 턱을 부르르 떨었다.
“뭘 그리 놀래.”
라온이 허리를 곧게 세웠다. 붉게 달아오르는 눈동자로 쌍두귀를 굽어보며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이제 시작인데.”
* * *
쿠우우우웅!
쌍두귀는 태산처럼 묵직한 라온의 검격을 막아내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이놈 진짜 물건인데?’
괴물 같은 육체 능력,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정신력, 어떤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는 판단력에 싸우면서 성장하는 재능까지.
하늘이 최고의 무인이 되라고 만들어낸 그릇 같았다.
‘물론 저 단단한 영혼은 필요 없지만.’
에덴의 투구를 쓰게 되면 본래의 영혼은 소멸하고, 몬스터의 정신만이 남는다.
물론 타천이 또 기괴한 실험을 벌인다면 모르겠지만, 놈도 라온 지그하르트의 영혼을 살리지는 않을 것이다.
“으으….”
쌍두귀는 투기를 가볍게 뚫어내고, 허리를 베어버리는 라온의 검격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웃음을 그리고 있었다.
‘아직 멀어. 더 가까이 들어와라.’
라온을 죽이려면 지금 당장도 죽일 수 있었지만, 저 육체를. 무신의 몸을 얻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
저 녀석이 흥분한 채로 힘을 과시하다가 선을 넘은 순간이 그 기회가 될 것이다.
‘어떤 괴물이 탄생할까?’
얼마 전 만들어진 ‘그 투구’를 라온에게 씌운 후 지그하르트를 습격하게 만들면 글렌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져서 참을 수가 없었다.
기대와 흥분으로 인해 전신에서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기대가 되는군.’
쌍두귀는 점점 더 격해지는 라온의 검격을 받아내며 입술을 핥았다. 그의 안광이 붉은 욕망으로 젖어갔다.
* * *
공기를 가르듯 매섭게 뻗어 나간 제천검이 쌍두귀의 나무 몽둥이와 정면에서 맞부딪쳤다.
콰아아아앙!
오러와 투기가 경합하며 하늘과 땅에 검붉은 파도를 일으켰다.
대지의 거죽이 뒤집히고, 그 위에 서 있던 몬스터들이 곤죽이 되어 흩뿌려졌다.
터엉!
라온은 충격파를 무시한 채 태화보를 밟았다.
소리가 들리기 전에 먼저 휘둘러진 제천검이 아직 자세를 잡지 못한 쌍두귀의 허벅지를 갈랐다.
“으윽!”
쌍두귀가 나무 몽둥이를 거칠게 휘둘러왔다. 항상 여유와 조롱을 담고 있던 놈의 표정이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캬아아앙!
라온은 설풍검결로 나무 몽둥이를 흘려낸 후 광아검으로 쌍두귀의 목을 노렸다.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았던 두 검술은 어느새 하나처럼 이어져 있었다.
피이이익!
하지만 쌍두귀는 그랜드 마스터의 극에 오른 고수답게 투구를 살짝 기울여서 목이 베이는 것을 막아냈다.
‘역시 쉽지 않군. 다만….’
고양감이 차오른다.
안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았던 분노의 감정이 내 것이 되어간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분노가 왜 네놈의 것이냐! 본왕이 빌려준 것. 아니, 대출이니라!
라스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한 것처럼 눈동자를 떨었다.
녀석의 반응을 보니, 분노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좀 꺼져!”
쌍두귀가 악을 지르며 나무 몽둥이를 내리친다. 놈도 전력을 끌어올린 듯 투기의 질과 양이 배 이상 강해져 있었다.
치이이잉!
라온은 불의 고리와 분노를 동시에 운용하며 제천검을 비단처럼 펼쳐냈다.
만화공 천화.
무금향.
검신에서 타오른 불길이 쇠사슬과 같은 형태를 갖추더니, 쌍두귀의 투기를 휘감아버렸다.
화아아아아!
불길의 감옥은 쌍두귀의 기운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태워버린 후 사그라들었다.
“지랄 맞은 기술 좀 그만 써!”
쌍두귀는 준비했던 무학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워진 것에 당황한 듯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놈은 도망치면서도 몬스터를 이용해서 길을 막아왔다.
치이이잉!
라온이 허리를 숙인 채 태화보를 밟았다. 화령을 뿌려서 주변의 몬스터들을 불태워버리며 쌍두귀를 추적했다.
“거머리 같은 놈!”
쌍두귀가 욕설를 내뱉으며 도망치면서 끌어모은 투기를 내리쳐왔다.
몽둥이가 일으키는 투기의 파동이 너무도 강대해 대지가 무너지고, 허공이 비틀어졌다.
피이이잉!
피하거나, 물러나는 게 옳지만, 라온은 오히려 더 빠르게 나아가며 제천검을 찔러넣었다.
라온 지그하르트류 검식.
제7형 공허살.
찰나라는 순간을 베는 참격이 붉게 젖은 투기의 파도를 가르고, 쌍두귀의 나무 몽둥이를 향해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콰드드드득!
쌍두귀의 나무 몽둥이가 결국 반 토막이 난 채 갈라진다.
검에 베이지 않는다는 의념이 깃든 전설의 무구, 타신곤이 제천검의 칼날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반으로 부러진 채 추락하는 몽둥이 사이로 경악한 듯 눈을 부릅뜬 쌍두귀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
라온이 극성으로 태화보를 운용했다. 시야가 좁아지고, 대지가 뒤로 밀리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만화공 회천을 그어 올렸다.
그 순간 쌍두귀의 입꼬리가 길게 말려 올라갔다.
“잘 왔다.”
섬뜩한 음성과 함께 쌍두귀의 등 뒤에서 길쭉한 무언가가 솟구쳤다.
쿠구구구!
두 번째 에틴의 투구를 쓰고 있는 건장찬 체구의 남성이었다. 그는 라온의 뒤통수를 향해 손에 든 대검을 내리쳤다.
처음부터 이 순간을 예측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검격이었다.
하아.
라온은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대검을 느끼며 숨을 들이켰다.
위화감.
두 개의 머리와 두 개의 무기를 사용하는 에틴과 달리 쌍두귀는 하나의 몸으로 하나의 무기만을 휘둘러왔었다.
놈은 그 존재 자체로 위화감을 지니고 있었다.
녹색의 왕과 절혼검의 정체가 드러난 순간부터 그 위화감과 의문을 놓치지 않았다.
쌍두귀라면 분명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머리를 차게 식혔다.
투웅!
지금 그 냉정함이 라온에게 찰나의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고오오오오!
불의 고리가 끊어질 것처럼 공명하고, 시퍼런 분노의 감정이 전신의 마나 회로를 질주한다.
투우웅!
고산의 북소리처럼 요동치는 심장 박동이 심상의 세계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후우욱!
뇌리에 화상과도 같은 기억들이 일어난다.
주마등이 찾아온 듯 과거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며 이 위기를 이겨낼 방안을 탐색했다.
라온은 수많은 검술과 검사의 모습을 훑어내리다가 시선을 멈췄다.
‘찾았다.’
당장 머리가 부서질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보였다.
이전에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가능할 것 같았다.
우우우우웅!
여덟 개의 불의 고리가 극성으로 회전하며 설화 흡결과 설화 흡창의 구결이 자연스럽게 뒤섞였다.
새로운 무학의 흐름이 심상의 세계에 새겨진 순간 허리춤에 꽂아두었던 진혼검이 저절로 뽑혀 나왔다.
쩌어어엉!
요기로 타오르는 붉은 검신은 마정검의 절기 충마심정의 투로를 그리며 두 번째 쌍두귀의 대검을 완벽하게 쳐냈다.
심상 속에 남아 있던 성검련주의 어검술이 라온의 의념을 통해 현현한 것이다.
쿠우웅!
진혼검에 밀려 땅을 치는 대검의 모습에 두 쌍두귀의 눈동자가 찢어질 것처럼 벌어졌다.
치이이이잉!
라온은 깨질듯한 두통을 참고 나아가 제천검의 검극에서 회전하는 불길을 흩뿌렸다.
콰아아아아!
불꽃을 두른 칼날이 쌍두귀의 가슴을 깊게 가르며 시뻘건 핏물을 뿜어냈다.
쿠웅!
라온이 펼쳐낸 불가능한 신비에 평원과 성벽의 전쟁이 일순간 멎었다.
그리고.
절혼검의 시꺼먼 안구 속에서 아주 연한 빛이 돋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