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75
제775화
라온은 구름 하나 없이 말끔한 밤하늘을 보며 제천검을 더 강하게 말아쥐었다.
‘해낸 건가.’
라스가 도와주겠다고 했어도 타천을 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도 믿어 지지가 않아서 꼭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후우….”
긴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렉타르와 실비아, 에드가, 시아, 멀린, 리메르의 숨소리를 들으며 입술을 꾹 내리눌렀다.
‘지켜서 다행이야.’
타천과 싸울 때도 자신의 목숨보다 저들의 안위를 더 걱정했었다.
아무래도 저 사람들은 자신에게 생각 이상으로 큰 존재가 된 것 같았다.
‘고맙다. 오늘은 정말 네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어.’
라온이 입을 다물고 있는 라스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제 고리의 깃털이 다 사라지기 전에 멀리 떨어지기만 하면 되는 거지?’
렉타르와 실비아의 생기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서 걱정되지만,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게 더 위험했다. 폭주가 시작되기 전에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했다.
-아직이니라.
라스는 하얗게 얼어붙은 대지를 보며 미간을 구겼다.
‘뭐?’
-네놈과 본왕의 공격이 닿기 직전 그 가면 놈의 기운이 급격히 증폭했느니라.
녀석은 분명 살아남았을 거라며 집중하라고 외쳤다.
콰아아아아아아!
라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지의 균열에서 광활한 빛이 솟구치더니, 금색의 벼락이 되어 아리안 가문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내가 아니라, 저쪽을 노리는 건가!’
라온이 입술을 깨문 채로 회천을 연달아 그어 올렸다.
콰아아아아!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솟구친 여덟 개의 칼날이 유성우처럼 내리꽂히는 빛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크윽….”
라온이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며 손끝을 떨었다. 아직 라스의 기운은 남아 있지만, 점점 더 강해지는 분노의 감정에 의해서 자신의 정신이 무너지고 있었다.
오래 싸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저쪽이 너무 위험해.’
가까이서 보니, 실비아와 렉타르의 상태가 예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지금 당장 조치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할 것 같았다.
‘빌어먹을….’
라온이 혀를 씹으며 실비아와 렉타르에게 다가갔다. 어둠에서 피어난 신성으로 두 사람의 몸을 잠식한 마기를 밀어내려고 할 때 하늘에서 빛과 어둠이 나선으로 꼬인 채 떨어져 내렸다.
-죽어도 막거라!
‘알아!’
제천검을 앞으로 뻗어내며 중천포를 일으켰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려는 빛과 어둠을 검극으로 끌어들인 채 그대로 터트려버렸다.
쿠와아아아아앙!
라온은 다른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폭발의 여파마저 얼린 후에 제천검을 내렸다.
“타천….”
고개를 들어 올리자, 빛과 어둠의 날개를 펼친 채 하늘에 떠 있는 타천의 모습이 보였다.
고오오오!
가면의 입 부분이 검은 피에 젖어 있었고, 가슴에는 철조망이 박힌 것처럼 수없이 많은 상흔이 돋아나 있었으며, 오른팔은 어깨째로 뜯겨나가서 폭포수처럼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라는 건가….’
라온이 입술을 씹었다. 타천이 전력을 드러낼 때는 저 하얀 날개와 검은 날개가 펼쳐진다.
부상은 심해 보이지만, 기세가 더 강해진 것을 보니 지금부터가 진짜 싸움이라고 선언하는 것 같았다.
-아니, 우리의 공격은 분명 통했느니라.
라스가 타천을 올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놈도 뒤지기 직전의 상태이니라. 거기다 아직 나딘빵 영감에게 당한 영혼의 상처를 지우지도 못했어.
‘그게 아직도 남아 있다고?’
-육체가 아니라, 영혼이니까. 영혼의 상처는 초월자들도 쉽게 회복할 수 없느니라.
녀석은 승산이 충분하다고 말하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알겠어. 우리라고 했으니, 믿어줘야지.’
-그게 무슨 소리냐?
‘너 좀 전에 우리의 공격이 통했다고 말했잖아. 우리라는 말 꽤 마음에 들어.’
라온이 옅게 웃으며 팔꿈치로 라스를 툭 쳤다.
-허, 헛소리! 본왕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느니라!
라스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로 고개를 저었다.
-멍청한 소리 할 거면 싸움에나 집중하거라!
‘그래. 끝나고 말하자고.’
라온이 낮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큭!”
타천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본인의 가면을 잡았다.
“크하하하하하!”
그는 분노를 드러내지도, 당황한 눈빛을 보이지도 않은 채 하늘을 향해 광소를 터트렸다.
“그래. 이제야 알겠군요.”
타천이 황금빛 눈동자를 내리며 입매를 비틀었다.
“라온 지그하르트. 당신이 마지막 조각이었어요.”
그는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듯 환한 웃음을 그린 채 깊고도 짙은 탄성을 흘렸다.
“마지막 조각?”
라온이 타천의 금빛 눈동자를 마주한 채로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알잖습니까. 아니, 아직 모르나? 하긴 현현하지 않았으니까.”
타천은 이미 정신이 나간 듯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키득거렸다.
저놈은 글렌에게 목숨을 위협받을 때도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았기에 당황스러웠다.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욕심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군요.”
타천이 입맛을 길게 다시며 왼손을 뻗었다.
화아아아아아!
그의 손아귀에서 응집된 어둠이 블랙홀처럼 라온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쿠우웅!
라온이 묵직한 기세의 진각을 밟았다. 타천이 일으킨 어둠의 인력을 몸으로 버티며 라스를 바라보았다.
‘저놈 설마 네 존재를 알아차린 건가?’
-모르겠느니라. 그리고 안다고 해도 그건 중요하지 않느니라.
라스는 엄마를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싸우라며 동그란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조금 더 즐겨보도록 하죠.”
타천이 기괴한 웃음을 그린 순간 검은 하늘에서 황금빛 휘광이 떠올랐다.
따악!
그가 손가락을 튕긴 순간 휘광을 둘러싸고 있던 가느다란 빛의 궤적들이 천지로 뻗어나갔다. 자신만이 아니라,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을 노리고 있었다.
치이이이잉!
라온이 한 발 뒤로 물러서며 화령을 일으켰다.
검신을 중심으로 피어나는 수천 송이의 얼음꽃이 서리의 조각이 되어 타천의 빛을 휘감았다.
콰과과과과과!
빛과 서리가 경합하며 허공에 자욱한 눈송이가 흩날렸다.
터어엉!
라온은 빛과 서리가 부딪치며 터진 충격파를 뚫고 나아가 적섬삼십육결을 펼쳐냈다.
서른여섯 방위를 동시에 찌르는 천고의 검격이 타천의 전신을 휩쓸었다.
“초대하지는 않았지만, 당신은 환영입니다.”
타천의 미소와 함께 피어난 어둠의 고리가 빠르게 회전하며 서른여섯 개의 참격을 일순간에 밀어냈다. 어둠의 인력으로 만들어내는 파훼였다.
다만 아직 자신의 검은 꺾이지 않았다.
쿠웅!
라온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적섬삼십육결의 충격이 남아 있는 어둠의 고리를 향해 마정검을 내리꽂았다.
퍼어어어억!
어둠 속에서 스스로의 정의를 세우는 마정검의 투로가 어둠의 인력을 뚫어내고 타천에게 박혔다.
“크헉!”
타천이 검은 피를 토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놈이 간신히 지혈했던 복부에 검은 구멍이 뚫리며 핏물이 쏟아져 내렸다.
뚜둑.
라온이 물러서는 타천을 쫓아가려다가 멈춰 섰다. 다리와 팔이 무거워져서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무얼 하는 것이냐! 너만 지친 게 아니라 저놈도 죽기 직전이니라!
라스는 호흡이 거칠어진 타천을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
-네놈과 본왕의 합격기에 당한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단 말이다!
‘알고 있어!’
라온이 속으로 악을 지르며 타천을 따라붙었다.
“크흐흐!”
타천은 고통을 즐기는 듯 입매를 말아 올린 채 빛과 어둠을 연달아 펼쳐냈다.
치이이이잉!
라언은 타천을 압박함과 동시에 뒤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창궁검의 진무유화를 운용했다.
고아한 하늘이 깃든 검격이 빛과 어둠을 가르고 타천의 가슴에 사선으로 이어지는 검흔을 새겼다.
우우우웅!
타천은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 이번에도 빛이 되어 사라졌다.
치이이이잉!
라온은 타천을 보지 않고, 놈의 기운을 따라서 서리연을 그었다.
지평선을 따라 쏘아진 두 줄기의 검격이 우측에서 나타난 타천의 어깨와 허벅지를 훑고 지나갔다.
퍼어어억!
타천은 결국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좋군요….”
하지만 그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환한 웃음을 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미친 건가?’
라온이 미소를 그리는 타천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아니, 그건 아니야.’
타천의 눈동자는 분명 광기로 물들어 있지만, 가장 깊은 곳에서는 욕망의 빛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정말 미쳤다면 저런 눈빛을 할 리가 없었다.
‘그럼 노리는 게 있다는 뜻이겠지.’
타천의 말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지만, 놈은 분명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이제는 심리전이야.’
-뭐가 되었든 빨리 끝내거라! 이제 시간이 없느니라!
라스가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떨었다. 녀석의 말대로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타천이 죽든, 내가 죽든 끝을 봐야 했다.
쿠우웅!
라온이 돌처럼 무거워진 다리로 땅을 박찼다. 태화삼보를 밟으며 염해무결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
파란 물감을 찍은 붓이 도화지에 푸른 물결을 그리듯 라스의 기운을 담아낸 제천검이 현세에 서리의 해일을 불러왔다.
거대한 냉기의 파도가 타천의 전신을 휘감았다.
파아아앙!
타천의 날개가 동시에 펼쳐지자, 빛과 어둠의 구체가 떠올라 염해무결의 냉기를 힘으로 짓누르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라온은 타천과 염해무결이 힘을 겨루고 있는 틈에 태화이보를 내디뎠다. 극쾌의 보법을 펼치자, 세상이 좁아지고, 오직 타천만이 눈에 들어왔다.
치이이이잉!
왼손을 펼치고 있는 타천을 향해 적섬을 내리쳤다.
퍼어어억!
하지만 제천검의 검극은 타천의 심장을 파고들지 못했다. 어느새 돋아난 놈의 오른팔이 어둠을 불러와 적섬을 밀어내고 있었다.
“잘 오셨습니다.”
타천이 진한 미소를 그린 채 고개를 까딱였다.
쩌어어어엉!
결국 어둠에 밀려 나간 제천검이 자신의 손을 떠나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우리의 마지막 조각이여.”
그는 자신을 죽이는 게 아니라, 제압하려는 듯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물러나라!
‘아니야.’
라온은 타천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힘을 잃은 것처럼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무얼 하는 것이냐!
‘네가 말했잖아. 빨리 끝내라고.’
뒤에 있는 가족과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는 여기서 끝을 내야 했다.
스르르릉!
라온은 추락하는 제천검을 검집으로 받았다. 은백색 칼날이 납검 된 순간 검집에 새겨진 용의 눈동자에서 세계를 얼려버릴 듯한 냉기가 피어났다.
발검술의 충전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쿠웅!
라온은 타천의 손에 목이 잡힌 순간 진각을 밟았다. 발끝에서부터 피어나는 차디찬 기운을 허리와 어깨로 이으며 검병을 움켜잡았다.
라온 지그하르트 류 검식.
제8형 섬극결.
제천검이 폭발할 듯이 솟구치며 서리의 불길을 일으켰다.
극의에 이른 발검. 푸르게 타오르는 검신이 타천이 일으킨 빛과 어둠을 뚫어내고 놈의 목을 갈랐다.
“아….”
타천은 스스로가 베였다는 것도 모르는 듯 웃음을 간직한 채로 머리통이 떨어져 나갔다. 놈의 몸이 추락하듯이 뒤로 넘어갔다.
“커헉!”
라온이 제천검을 땅에 박은 채로 검게 죽은 피를 토했다. 이제 정말 한계였다. 싸우기는커녕 걸을 힘이 없었다.
“역시 확실하군요….”
타천이 라온을 올려보며 눈동자를 부르르 떨었다.
“우, 우리는 그날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놈은 숨이 끊어지고 있음에도 욕망이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드러내다가 대지에서 피어난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지, 지켰어.”
라온이 찢어질 것처럼 격동하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목숨이 붙어 있는 것보다 가족과 동료들이 살아남은 게 더 기뻤다.
-자, 잘했느니라!
라스가 라온을 내려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마지막에 그 검집을 이용하다니, 네놈은 정말이지… 아!
녀석은 감탄을 하다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듯 머리를 흔들었다.
-시간! 시간이 없잖느냐! 빨리 움직이거라!
‘미안한데….’
라온이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정말 힘이 없어.’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석상처럼 굳어간다.
생기가 바닥을 드러낸 실비아와 렉타르에게 응급조치라도 해준 후 멀리 떠나야 하는데, 살리는 것도 떠나는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으윽….
라스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 양쪽을 번갈아 보며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이, 일단 이곳에서 최대한 멀리 떠나거라! 그게 최우선이니라!
‘…알겠어.’
라온이 무릎을 꿇은 채로 숲을 향해 기어갔다.
뇌리를 먹어 치우는 듯한 분노를 억지로 밀어내며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있을 때 하늘 위에서 어마어마한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거대한 드래곤 세 마리가 칼날처럼 날카로운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드래곤 로드….’
중심에 떠오른 드래곤은 필요 없을 때만 나타나서 패악을 부리는 드래곤 로드였고, 그 옆에 있는 레드와 블루 드래곤도 로드 급의 고룡이었다.
‘왜 하필 지금….’
라스의 기운이 강해지는 순간에 찾아오다니, 진정으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마왕의 강림체인가!]드래곤 로드가 라온을 굽어본 채로 눈매를 찌푸렸다.
[흔적조차 없이 소멸시켜주마!]드래곤 로드와 두 마리의 고룡이 라온을 향해 거대한 아가리를 벌렸다. 무저갱처럼 시꺼먼 목구멍에서 솟구친 빛과 불꽃, 서리가 짙은 살의를 담은 채 쏟아져 내렸다.
라온이 하늘을 가득 채운 드래곤들의 브레스를 보며 턱을 떨었다.
진퇴양난이다.
지금 분노에 몸을 맡기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죽게 되고, 저 브레스를 맞으면 자신이 죽는다.
극단적인 선택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라스는 오히려 차분해졌다. 자신에게 선택을 맡긴다는 것 같았다.
‘결정은 한참 전에 끝났어.’
라온은 마지막까지 불의 고리를 공명시키며 뇌리를 파고드는 분노를 밀어냈다.
‘내가 죽는 게 나아.’
데루스 로베르트에 대한 복수심보다, 내가 두 번째 삶을 살며 얻은 가치가 더 소중하다. 자신이 죽더라도 저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발악은 하고 가겠어.
라온이 이를 악문 채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하늘을 무너뜨리는 듯 쏟아지는 세 줄기의 브레스를 향해 발악하듯 검을 들어 올렸다.
쩌어어어억!
마지막까지 싸우기 위해서 제천검을 내리그으려는 순간 브레스가. 아니, 하늘이 갈라졌다.
어둠과 차가움을 담아내는 창궁검. 저 검술을 펼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오직 한 명뿐이었다.
우우우우웅!
새벽을 담고 있던 하늘이 갈라지고, 고독히 떠오른 달이 뒤틀린다.
일그러지는 달빛 아래. 검은 장포를 두른 글렌이 섰다.
모든 드래곤을 지배하는 로드의 존재감도, 그 앞에는 마른 장작처럼 바스러졌다.
[글렌 지그하르트….]드래곤 로드가 글렌을 노려보며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또 방해를 하다니!]그는 분노와 당황을 토해내며 바드득 이를 갈았다.
“고생했구나.”
글렌은 드래곤 로드가 아니라, 라온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마에 검은 뿔이 돋아난 채로 죽은 피를 토하는 손주를 보며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가, 가주님.”
라온이 입술을 떨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글렌을 보자, 온몸의 긴장이 풀려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무얼 하는 것이오! 놈은 마왕의 힘을 가지고 있소!]“그게….”
글렌은 드래곤 로드를 보지도 않은 채 턱을 저었다.
“어쨌다는 것이냐.”
[지금 죽이지 않는다면 마왕이 강림한다는 것을 알지 않소!]“입 다물어라.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그는 당장 꺼지라는 듯 손을 저었다.
[끄으윽! 공격해라! 지금 죽여야 한다!]드래곤 로드의 외침에 고룡들이 다시 한번 브레스와 마법을 일으켰다.
“입 다물라고 했을 텐데?”
글렌이 진천검이 들어 올린 순간 하늘이 쪼개지며 브레스를 뿜어내던 고룡의 목이 갈라지고, 드래곤 로드가 피를 토하며 추락했다.
“내 아이들의 하늘을 가리지 마라. 협잡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