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94
제794화
“저만이 오를 수 있는 경지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라온이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만이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렉타르의 기대감이 전해져와서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네가 걷고 있는 진정한 만검의 길에 한 발 더 들어설 수 있다는 의미다.”
렉타르가 손가락을 들어 허공에 검의 형상을 그렸다.
“나와 네 외할아버지도 만검을 추구했지만, 진정한 만검을 이루지는 못했다. 네가 걷는 길은 우리도 가보지 못한 신세계나 다름없어.”
그는 본인과 글렌 모두 진정한 만검에서 몇 발짝 멀어져 있는 상태라며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흘렸다.
“예전에….”
라온이 눈동자를 살짝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님도 같은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글렌도 렉타르처럼 자신이 걷는 만검의 길은 누구와도 다르니, 최대한 많은 검술과 무학을 배우고 부딪치라는 조언을 해주었었다.
그 조언을 발판 삼아 광풍대 전체와 대련을 진행했고, 자신만이 아니라 검사들의 무학적 성취가 크게 상승할 수 있었다.
“그분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렉타르는 그럴 줄 알았다며 진한 웃음을 그렸다.
“초대 성검련주도 진정한 만검을 추구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 같더구나. 너는 전무후무한 길을 걷는 것이나 다름없어.”
그는 믿고 있겠다는 듯 잔잔하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전무후무….”
라온이 불의 고리가 휘도는 왼쪽 가슴을 내려보며 입술을 내리눌렀다.
‘그건 아닐지도.’
기억 속 지그하르트 선조의 검술을 볼 때마다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누구보다 앞서서 진정한 만검의 길을 걷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 선조님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대륙 전체를 제집 안방처럼 돌아다니고,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 미래를 위한 씨앗을 숨겨놓고, 알 수 없는 적들과 싸운 지그하르트 초대 가주의 정체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특히 그 강함은 이질적이야.’
자신이 보았던 지그하르트 초대 가주의 외모는 극히 젊었다. 그 나이에 초월. 그것도 현 글렌 급의 무력을 드러내는 초대 가주가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흥! 전무후무 좋아하시네!
라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
-본왕이 검을 잡았다면 그 만검인가, 만두인가 전부 다 쪄먹었을 것이니라!
‘만두가 아니라….’
-아, 말하다 보니 갑자기 만두가 먹고 싶구나. 당장 가져오거라!
녀석은 배가 고프다며 포동한 손을 까딱였다.
“하아….”
라온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요즘 저 녀석과 대화를 하면 전부 음식 이야기로 끝이 난다. 이제는 질려서 대꾸하기도 귀찮아졌다.
“그리 부담 가질 것 없다.”
렉타르는 자신의 한숨을 부담으로 느낀 듯 걱정하지 말라며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말했다시피 성검련 검사들은 각자 자신만의 검로를 추구한다. 아무리 무력이 약해지고, 비웃음을 당해도 본인의 신념을 바꾸지 않지. 그들과 검을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얻을 게 있을 것이다.”
그는 많은 것을 익힐 생각을 하지 말고, 자그마한 이정표를 본다는 생각으로 싸워보라며 손을 까딱였다.
“명심하겠습니다.”
라온은 렉타르가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준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고개를 숙였다.
-민트초코의 길은 없느냐? 본왕이 얼마든지 걸어줄 수 있는….’
‘제발 좀 입 다물어!’
라온은 입술을 꼬물거리는 라스를 밀어내다가 저택 밖에서 대기하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다.
버렌, 마르타, 루난에게 도전을 신청한 검사들이 맹수처럼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도전이라….’
생각해 보니, 자신이 도전자가 되어 누군가에게 대련을 신청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오랜만에 지위와 경지를 내려놓고 싸워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도전장에 이름은 적혀 있는데, 누군지를 몰라서….”
버렌은 누구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름이 문제가 아니라, 실력이 문제지. 이놈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다고! 거기다 왜 나뭇잎에 도전장을 쓴 거야!”
마르타가 도전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나뭇잎을 보며 이를 갈았다.
“난 얘….”
루난은 누구라도 상관이 없다는 듯 키사르라는 이름이 적힌 도전장을 손에 쥐었다.
“아, 그걸 말 안 했네.”
무스턴이 손뼉을 치고서 도전장 하나를 들어 올렸다.
“이 빗금을 검리라고 부르는데, 성검련 검사들의 무력을 나타내주는 지표다.”
그는 도전자의 이름 뒤에 적혀 있는 빗금을 가리키며 입맛을 다셨다.
“기본이 한 줄이고, 두 줄이면 익스퍼트 하급에서 중급, 세 줄이면 익스퍼트 상급에서 최상급. 이런 식으로 나뉘어.”
무스턴이 이해하기 쉽지 않냐며 웃었다.
“즉, 이 도전장을 보낸 키사르의 실력은 마스터 상급에서 최상급이라는 뜻이지.”
그는 빗금을 보고 도전자를 고르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궁금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버렌이 본인에게 온 도전장을 살피다가 손을 들어 올렸다.
“저한테 도전한 다섯 줄짜리 검사가 굉장히 많은데, 이 사람들이 전부 마스터 상급 이상이라는 겁니까?”
“성검련에는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 검사들도 많아. 그저 자신의 수련에만 집중하는 괴짜들이지.”
무스턴은 세력 싸움에는 아예 관심 없는 자들이 곳곳에 퍼져 있다며 손을 까딱였다.
“그걸 그냥 놔둔다는 겁니까?”
“제 밥 값은 하니까. 농사를 짓는다던가, 나무를 헤온다던가, 서류 업무를 한다던가.”
“마스터 상급이 노, 농사를?”
“그랜드 마스터가 빨래를 할 때도 많은데 뭘.”
그는 성검련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다른 세력의 원로원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거야.”
무스턴은 어차피 외부에 쓸 수 있는 칼은 아니라며 입맛을 다셨다.
“다만 누군가 이쪽을 공격해 온다면 성검련의 진정한 무서움을 느끼게 될 테지.”
“전대 성검련주가 그런 걸 놔뒀습니까?”
“그 사람은 본인의 검술과 관심을 가질 만한 검사를 제외하면 다른 일에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어.”
그는 전대 성검련주를 봐서 알지 않냐는 듯 웃었다.
“허어….”
버렌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창밖을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그런데 당신. 왜 우리한테는 반말이야? 라온한테는 극존칭을 사용하면서?”
마르타가 무스턴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라온 님이잖아. 넌 라온 님이 아니고.”
무스턴은 그거면 되지 않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끄윽….”
마르타는 할 말이 없는지 입술을 질겅질겅 씹다가 소파에 등을 기댔다.
“틀린 말은 아니네.”
버렌이 피식 웃으며 턱을 주억였다.
“저는 결정했습니다. 이 분과 싸워보고 싶습니다.”
그는 고심 끝에 검리가 다섯 줄인 르판이라는 검사의 도전장을 잡았다.
“난 이거!”
마르타 역시 검리가 다섯 줄인 검사의 도전장을 손아귀에 넣고 구겼다.
“도전장을 받기 전에 이것부터 챙겨.”
무스턴이 버렌, 렉타르, 루난에게 하나의 검이 새겨진 배지를 건네주었다.
“지금부터 너희는 검리 하나짜리 검사야. 물론 다섯 줄의 검사를 이긴다면 바로 그 지위를 얻을 수 있고.”
그는 열심히 해보라는 듯 손을 까딱였다.
“좋네. 여기서 나가기 전에 여섯 줄을 달아보겠어.”
마르타는 검병을 움켜쥔 채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겠다고 외쳤다.
“져도 괜찮으니,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도전해 봐. 스스로에게 적합한 길을 찾아야 마스터 최상급에 오를 수 있고, 결국 그랜드 마스터의 벽도 넘을 수 있을 테니까.”
라온은 현재 버렌, 마르타, 루난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을 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져! 절대 안 져!”
마르타는 한 번의 패배도 없을 거라며 콧잔등을 찌푸렸다.
“그래. 그게 맞겠지.”
버렌은 이곳에서 수십 번의 패배를 생각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최선.”
루난은 버렌과 마르타 사이에서 적절히 조절하겠다는 듯 고개를 꾸벅였다.
“저, 저기….”
지금까지 조용하던 도리안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두 개의 도전장을 들어 올렸다.
“저한테 왜 여섯 줄이 온 거죠?”
그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눈동자를 빠르게 깜빡였다.
“여섯 줄은 그랜드 마스터잖아요!”
“오!”
무스턴이 도전장에 새겨진 이름을 보며 작게 손뼉을 쳤다.
“이분은 도전을 거의 안 하시는데, 잘됐네. 좋은 기회가 될 거야!”
그는 무조건 대련을 받으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억….”
도리안은 절대 싫다고 외치며 양손을 휘적거렸다.
-본왕의 수하라는 게 창피한 놈이니라….
라스는 도통 겁쟁이 기질이 사라지질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전보다는 나아졌어.’
라온이 픽 웃었다. 이전의 도리안이었다면 이미 지그하르트로 도망쳤을 것이다.
이곳에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발전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성검련의 ‘일반 대련’에서 살기를 담는 건 금지되어 있어. 죽지 않을 테니까 그냥 해.”
무스턴은 죽지는 않을 거라고 말하며 도리안의 뒷덜미를 잡았다.
“여섯 줄이라고? 왜 너한테 간 거야!”
“좋은 기회다. 그만하고 준비나 해.”
“부럽다….”
마르타, 버렌, 루난은 그랜드 마스터의 도전을 받은 도리안이 부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부러우면 조장님들이 하시던가요! 저 진짜 죽어요!”
“시끄러!”
도리안이 울부짖으며 버둥거렸지만, 무스턴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라온 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무스턴은 도리안에게 호통칠 때와 달리 조심스러운 자세로 라온에게 고개를 숙였다.
“저는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좀 하고 나갈게요.”
“알겠습니다.”
그는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고고서 몸을 돌렸다.
“전부 나와. 도전자들에게 안내를 해줄 테니까.”
무스턴은 라온과 렉타르에게 고개를 숙인 후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라온 님! 도련님! 야!”
도리안이 라온의 이름을 계속 불렀지만, 그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래. 내게 할 말이 무엇이냐.”
렉타르가 도리안의 구겨진 표정을 보고 웃다가 라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곳이 어디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라온이 조용해진 창밖을 돌아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초대 성검련주에게서부터 전해져 온 성검련의 안가다.”
“그 사람이 이곳을 만든 겁니까?”
“거기까지는 모르겠구나.”
그는 전대 성검련주에게 듣기만 해서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성검련은 언제부터 있었죠?”
초대 지그하르트의 가주와 성검련이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내가 알기로는 500년이 넘었지.”
“500년….”
500년이면 초대 지그하르트 가주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예상관 다르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내쉴 때 렉타르의 말이 이어졌다.
“다만 성검련의 원류는 천 년 전에도 있었다고 들었다.”
렉타르는 원류부터 따지면 천년이 넘었을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천 년….”
라온이 렉타르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래도 동굴에 들어와서 보았던 금발의 남자가 정말 지그하르트 초대 가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성검련에 대해서는 왜 궁금해진 것이냐?”
“호기심이 생겨서요.”
“크흠!”
렉타르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안색에 홍조를 띄웠다.
“그래. 그래! 궁금한 게 있다면 더 물어보거라! 내 다 말해주겠다!”
그는 얼마든지 더 질문을 하라며 손을 뻗었다.
“어, 없는데요….”
라온이 렉타르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는 게 있어야 질문을 하지, 현재 아무런 정보도 없기에 더 이상 물어볼 것도 없었다.
“으음….”
렉타르는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축 내렸다. 그 모습을 보니 뭐 하나라도 질문을 해야 할 것 같았다.
“하, 할아버지! 전에 초월에 올랐다는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그놈에게 도전하려고?”
“아뇨. 나중에 할 거지만, 미리 좀 알아두려고 합니다.”
라온이 차분히 고개를 저었다. 다른 검사들과 싸워서 감각을 키운 후 마지막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그럼 지금 알아둘 필요는 없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을 테니까.”
렉타르는 쉽게 볼 수 있는 놈이 아니라며 눈썹을 내렸다. 아무래도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수련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나가보겠습니다.”
라온이 손목을 돌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래. 말했다시피 이기는 게 아니라, 배우는 데 집중해보거라. 분명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게야.”
“예.”
렉타르에게 고개를 숙인 후 그의 저택을 나섰다.
버렌, 마르타, 루난의 대련을 보러 갔는지 주변에 사람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초대 가주의 정체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라온은 산 쪽에서 들려오는 쇳소리를 따라가며 입맛을 다셨다.
‘지금은 내 수련이 먼저야. 만나는 사람마다 대련을 신청해서….’
-밥이 먼저잖느냐!
라스가 갑자기 끼어들며 밥을 먹자고 외쳤다.
‘분위기 파악 좀 하라고! 다짐 하는 중이잖아!’
-분위기는 네놈이 제일 못 맞추지 않느냐! 이 인간 같지 않은 인간아!
라온은 라스와 투닥거리며 텅 빈 듯한 도시를 나아갔다.
* * *
후우우우욱!
거친 전투가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듯 뒤집힌 땅거죽 위로 회색 김이 올라왔고, 머리와 배에서 피를 흘리는 노인 두 명이 그 위에 대자로 누워 있었다.
“봤나? 련주께서 돌아오셨던데….”
적발의 노인이 머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래. 손님을 데리고 왔던데. 하나같이….”
흑발의 노인이 눈매를 좁혔다.
“강하더군. 아니, 강해질 거라고 해야 하나.”
“그 나이면 강하다고 해도 괜찮아. 위장을 했지만, 어린아이들이었으니까.”
적발의 노인이 제대로 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 통통한 아이는 조금 애매하지만, 전부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다만 그중에서….”
“그래. 천재를 잡아먹는 괴물이 하나 있더군.”
흑발의 노인이 적발 노인의 말을 끊으며 거친 숨을 토했다.
“아래 있는 것들은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랜드 마스터. 그것도 상급 이상이었어.”
그는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입술을 떨었다.
“나도 그리 느꼈는데, 그럼 확실한 모양이로군.”
적발의 노인이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에게는 내가 먼저 도전을….”
“내가 먼저 검을 나누는 게….”
두 노인은 동시에 도전을 말하다가 우뚝 멈춰 섰다.
“네놈은 나한테 졌지 않느냐! 물러나라!”
“지긴 누가 져! 네놈이 졌잖아! 울면서 매달려놓고!”
흑발 노인과 적발 노인이 눈을 부라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오늘 끝까지 해볼까?”
“조오옿지! 여기서 확실히 승패를 가르자고!”
흑발 노인이 검을 상단에 세우고, 적발의 노인이 검을 하단으로 기울였다.
쿠구구구구구!
두 검사가 다시 싸울 듯 기세를 드높이자, 대지가 울리고, 강물이 부글거리며 끓어 올랐다.
치이이잉!
흑발 노인과 적발 노인이 검신 위에 강환을 일으키며 서로에게 돌진하려고 할 때였다.
파아아아앙!
허공에서 길쭉한 인영이 나타나 흑발 노인과 적발 노인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강가에 던져버렸다.
퍼어어어억!
그 움직임이 너무도 절묘했기에 적발 노인과 흑발 노인은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강물에 빠져버렸다.
“시끄러워. 언제까지 싸울 거야….”
백발을 길게 늘어뜨린 장신의 남자는 흑발 노인과 적발 노인을 한참동안 노려보다가 산 아래로 내려갔다.
“에잉!”
적발 노인이 천천히 사라지는 장신의 남자를 보며 혀를 찼다.
“저 망할 놈은 언제까지 강해지는 건데! 나타난 줄도 몰랐잖아!”
“성검련 최고의 재능이라잖냐. 물론 전대 련주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흑발 노인이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놈은 검사로서 강한 게 아니라, 무인으로서 강한 거니, 그럴 수밖에.”
적발 노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도 저렇게 빨리 초월의 벽을 넘을 줄은 몰랐어.”
“그렇지. 재능만이 중요한 아주 더러운 세상이야!”
“그런데 저놈은 어디 가는 거야?”
“밥 훔치러 가겠지. 일하기 귀찮다고 한 달에 한 번씩 내려가잖아.”
“어떻게 저런 놈이….”
두 노인은 싸울 마음도 사라진 듯 그대로 강물 속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스르륵.
노인들을 던져버린 장신의 남자는 허수아비처럼 휘적거리며 도시에 들어섰다.
그가 조용히 식당으로 걸어가려고 할 때 골목 사이에서 젊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흑발흑안. 못 보던 얼굴에 한 줄의 검리를 달고 있었지만,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가공할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검사시죠? 제 도전을 받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는 싸워보자는 듯 투기가 깃든 눈동자를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