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96
제796화
“…지금 뭘 하는 거지?”
로렌스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백발이 가늘게 떨렸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한 것 같았다.
“현악검주님과 대련을 하고 있습니다.”
라온이 현악검주를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니까 그 대련을 왜 여기서 하냔 말이다.”
로렌스의 낮은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나온다. 소음을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정말인 모양이다.
“저와 현악검주님이 싸우면 도시가 난장판이 될 것 같아서 이쪽으로 왔습니다.”
라온은 즉석에서 적절한 이유를 읊으며 작은 미소를 그렸다.
“날 따라온 게 아니라?”
“우연일 뿐입니다.”
오해라고 말하며 차분히 고개를 저었다.
-따라온 거 맞지 않느냐!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본왕의 속이 뒤집히느니라! 왜 검술보다 연기 실력이 잘 느는 건데!
녀석은 검사 때려치우고 극단에나 들어가라며 손을 휘적였다.
“다시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이니, 로렌스 님께 재대결을 신청해도 되겠습니까?”
라온이 방긋 웃으며 손을 뻗었다.
“물론 현악검주님과 대련이 끝난 후겠지만.”
“어이, 영감들.”
로렌스는 라온에게 답을 해주지 않고, 현악검주와 마장검주에게 매서운 시선을 돌렸다.
“내가 분명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의 손등 위로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진심으로 화가 난 것 같았다.
“아, 아니야!”
“그, 그래! 우리는 그냥….”
“제가 이름을 여쭤봤을 뿐입니다.”
라온이 현악검주의 앞에 선 채로 고개를 저었다.
“제가 누구에게 졌는지는 알아야죠.”
“음….”
로렌스는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 듯 짧게 입맛을 다셨다.
“알겠으니, 다른 곳으로 가라.”
그는 여기서 사라지라는 듯 손을 저었다.
“그럼 대련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라온이 도발을 하듯이 입술을 말아 올렸다.
“아까와는 조금 다를 겁니다.”
단순히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다. 로렌스의 검술이 어떤 방식인지 알았으니, 처음처럼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심없다.”
로렌스가 느릿하게 턱을 내렸다.
“도전은 본래 한 달에 한 번만 받으면 그만이야. 너로 인해 할당량을 채웠으니, 싸울 이유가 없다. 이제 사라져라.”
그는 이 산을 떠나라고 말하며 등을 돌렸다.
“제가 왜요?”
라온이 로렌스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로렌스가 걸음을 멈춘 채 손끝을 떨었다.
“너 지금 뭐라고….”
“이 산과 땅이 로렌스 님의 것이 아니잖아요.”
라온이 양팔을 펼친 채로 발을 살짝 굴렀다.
“성검련의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장소인데, 마음대로 쫓아내는 건 아니죠.”
렉타르의 말대로라면 성검련이 이곳에 안착한 시간은 길지 않다.
땅의 소유권을 따져도 련주에게 있을 테니, 먹힐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마, 맞지! 그건 맞지! 이 산에는 주인이 없어!”
마장검주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이 있다고 해도 저 귀신놈이 아니라, 련주의 땅이지!”
현악검주 역시 당한 것을 풀듯이 빠르게 입술을 달싹였다.
“성검련 소속도 아닌 놈이 감히….”
“저 성검련 소속인데요?”
라온이 이를 가는 로렌스에게 검 하나가 새겨진 배지를 보여주었다.
련주인 렉타르에게 직접 받았기에 당당하게 허리를 폈다.
“으음….”
로렌스가 입술을 깨물다가 산 위쪽에 있는 본인의 동굴을 가리켰다.
“내, 가장 먼저 이곳에 자리를 잡았으니, 이 땅의 권리를….”
“어? 그러면 저쪽이 먼저인데요?”
라온이 동굴 느티나무에 돋아난 구멍을 가리켰다.
“저 안에 다람쥐들이 살고 있는 건 아시죠? 대충 봐도 저기서 산 지 몇 년은 지난 것 같은데, 권리는 저 아이들이 먼저 아닐까요?”
“너….”
로렌스가 말문이 막힌 듯 입술을 씹었다.
“그것도 맞지! 다람쥐의 의사가 먼저야!”
마장검주가 크게 손뼉을 쳤다.
“귀여우면 그만이니까!”
현악검주는 로렌스의 구겨진 표정을 보고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 유치한 인간들….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원래 나이 먹고는 유치하게 싸우는 거야.’
라온이 라스를 보며 픽 웃었다. 이런 때에 논리적으로 싸워봐야 답이 없기에 유치하게 덤벼드는 게 훨씬 효과가 좋았다.
“끄응….”
로렌스가 라온을 노려보며 손끝을 세웠다.
‘련주의 뒷배를 믿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야.’
련주의 손자라는 지위를 믿고 까부나 싶었는데, 눈빛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나와 진심으로 싸우고 싶어 하고 있어.’
저 아이의 눈동자는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자신에게 도전해서 이길 생각이 가득했다.
“그래서 대련은….”
“싫다.”
로렌스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린놈의 생각대로 넘어가 줄 수는 없지.’
귀찮은 것도 있지만, 자신은 루틴이 깨지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다.
본래 이 시간에는 잠을 자야 하기에 대련할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라.”
로렌스는 단호하게 등을 돌리고서 다시 동굴 쪽으로 돌아갔다.
“대단하구나!”
“저 건방진 놈이 말도 못 하고 도망치는 꼴이라니!”
마장검주와 현악검주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아….”
라온은 두 노인과 반대로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깝네.’
로렌스는 도발에 넘어오다가 마지막에 정신을 차렸다. 초월자다운 정신력이었다.
‘그래도 실망할 필요는 없지.’
이제 시작이니까.
로렌스의 반응을 보니,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건 분명했다.
조금만 더 자극하면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단단히 잘못 걸렸군.
라스가 로렌스가 들어간 동굴을 보며 두 손을 모았다.
-방아깨비 놈아. 명복을 비느니라.
녀석은 만나지 말았어야 할 운명이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는 아니지.’
가볍게 손을 젓고서 다시 현악검주에게 다가갔다.
“그럼 대련을 다시 시작하죠.”
“저, 정말 해도 되나?”
현악검주는 겁이 난다는 듯 동굴 쪽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나오면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라온이 부드럽게 웃으며 제천검을 들어 올렸다.
“겁 먹었으면 빠져! 내가 할 테니까!”
마장검주가 나오라는 듯 손을 까딱였다.
“무슨 소리야! 귀신 놈에게 겁을 먹을 리가 없잖아!”
현악검주는 민망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고서 라온의 앞에 섰다.
“시작하자.”
“예.”
두 무인은 가볍게 검을 부딪치는 것으로 다시 대련을 시작했다.
쿠웅!
라온이 진각을 밟으며 적섬을 쳐올렸다.
“좋구나!”
현악검주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며 상단에 세워둔 대검을 내리쳤다.
후우우우우우!
무겁다. 그저 무거울 뿐이다. 중검과 강검이 조화시킨 육중한 기파가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짓눌러왔다.
‘미쳤어!’
현악검주는 그랜드 마스터의 극에 오른 무인임에도 오직 중검과 강검만을 단련한 괴짜였다.
그의 열정과 집착에 등골 사이로 소름이 돋아올랐다.
‘일단 피하는 게… 아니야.’
여기서는 부딪쳐야 해.
자신이 성검련에 온 이유는 대련의 경험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강해지기 위해서였다.
이길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부딪쳐서 깨지고 더 단단하게 굳어져야 했다.
우우우우웅!
라온은 물러서던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제천검의 검극 위로 중천포를 일으켰다.
쿠와와아아아앙!
중검의 묘리가 극한으로 응집된 두 자루의 검이 부딪치며 지축이 무너지고, 갈색 폭풍이 치솟았다.
“후욱….”
라온이 열 걸음 뒤로 밀려난 채 입술을 씹었다.
‘역시 모자라.’
같은 그랜드 마스터라고 해도 현악검주는 평생동안 중검과 강검만을 단련한 사람이었기에 자신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걸 견뎠다고? 정면에서?”
현악검주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입을 떡 벌렸다. 그는 호적수를 만난 듯 눈동자 위로 투지를 불태웠다.
“도망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게 아니라서요.”
라온이 현재의 심정을 읊으며 고개를 저었다.
“맨날 도망치는 놈과 싸우다가 진짜 무인을 만나니! 피가 끓어오르는구나!”
현악검주는 안색을 붉게 물들인 채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피, 피하는 게 뭐가 나쁘다고! 다 전략이야! 전략!”
마장검주는 홀로 찔린 듯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흥이 식기 전에 계속 가보자!”
현악검주가 얼굴 전체에 웃음을 띄운 채 돌진해왔다.
“좋습니다.”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현악검주의 정면으로 나아갔다.
렉타르의 말대로 도전자가 되어 오직 중검만을 쌓아올린 노검사의 신념을 마주했다.
쿠와아아아아아앙!
제천검과 대검이 부딪치며 처음 보다 더 강맹해진 충격파가 사위를 휩쓸었다.
나무가 뿌리째로 흔들리고, 강물이 역행하듯 위로 솟구쳤다.
하지만 라온은 이전과 달리 아홉 걸음만 물러선 채로 허리를 펼 수 있었다.
“허?”
현악검주는 자신의 변화를 느낀 듯 눈을 부릅떴다.
“네, 네 검이 더 무거워진 것 같은데?”
“아직입니다.”
라온이 담담한 안색으로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더 강해져야하니까요.”
* * *
쿠우우우웅!
로렌스가 머리를 감싼 채 이를 바드득 갈았다.
‘빌어먹을.’
오러를 이용해서 소리를 막을 수는 있지만, 땅의 진동까지 차단할 수는 없었다.
대지의 울림이 점점 더 심해져서 이제는 제대로 누워 있기도 힘들었다.
‘저 망할 놈은 왜 중검으로 싸우는 거야!’
일반적인 검술 대결이라면 이 정도로 시끄럽지 않겠지만, 저 망할 것들이 하필이면 중검 대결을 벌이는 통에 산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현악검주는 중검만을 수련한 사람이니 그렇다 치겠는데, 저 어린놈이 중검으로 싸우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박살을… 음?’
로렌스가 입술을 깨물다가 동굴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부딪침이 더 강해지고 있어.’
렉타르의 손자의 중검이 조금씩 강해지며 더 강한 울림이 터지고 있다.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처음과 달리 점점 현악검주의 공세를 따라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허….’
설마 완성되어 가는 괴물이 아니라, 이제 시작하는 괴물이었나?
자신이 생각했던 재능이라는 가치를 완전히 초월한 것 같았다.
저런 인간이 존재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저 재능보다 더한 게 있다고?’
렉타르는 라온의 진짜 재능은 무학이 아니라고 했었는데, 그게 거짓말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대단한 놈인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안 나간다.
자신에게도 지켜야 할 루틴과 자존심이 있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침대를 벗어날 생각은 절대 없었다.
‘진동도 익숙해지는 것 같고.’
땅의 울림에 육체를 동화시키자, 아주 작은 흔들림 정도만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콰아아아앙!
잠에 빠질 듯 몸이 무겁고 나른해질 때 갑자기 지금까지와는 파동이 다른 울림이 터지며 자신의 등을 후려쳤다.
“끄아아아악!”
로렌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갔다.
* * *
“히익!”
현악검주는 로렌스를 보자마자, 검을 내린 채 뒤로 물러섰다.
라온은 현악검주의 모습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저럴 만하지.’
정확한 방법은 모르지만, 로렌스에게는 검격 자체를 지워버리는 힘이 있기에 검사들이 두려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욱 더 이겨보고 싶어.’
로렌스는 이미 초월에 오른 괴물이기에 현재의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검술에서만큼은 지고 싶지 않았다.
“다시 나오셨네요? 화장실이라도?”
라온이 진한 웃음을 그리며 턱을 살짝 틀었다.
“…….”
로렌스는 이성을 잃은 듯 거친 걸음으로 자신에게 다가왔다.
‘싸우자는 뜻이다.’
이성을 잃었든, 아니면 진심이든 자신에게는 대련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치이이이잉!
라온이 자세를 낮췄다. 왼발 진각을 밟으며 로렌스를 향해 제천검을 내질렀다.
검신이 허깨비처럼 흩날리며 은빛으로 명멸한다.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검식 은검몽이었다.
화아아악!
로렌스가 오른손으로 수도를 세웠다. 그의 손날이 작은 원을 그린 순간 은검몽을 이루는 오러가 지워지고, 검의 흐름이 멎기 시작했다.
그 순간 라온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역시 파훼였어.’
로렌스가 보여주는 저 기괴한 흐름이 자신의 검술을 파훼하고, 오러를 지워버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이질적인 힘이었다.
‘그러면….’
여기서 변화를!
현암검주 덕분에 한창 감이 살아있는 중검과 강검을 담아 새로운 은검몽을 운용했다.
상대를 속이는 흐름 대신 악몽처럼 강렬한 파동이 돋아났다.
“음!”
세찬 바람이 일어나며 로렌스의 백발이 걷어지고, 그의 황금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이전보다 더 짙은 빛이 타올랐다.
화아아아아!
그의 손날이 한 번 더 꺾이자, 새롭게 만들어낸 은검몽마저 힘을 잃고 흩어졌다.
‘파훼가 한 번이 아니었어?’
어이가 없어서 입을 벌리고 있을 때 로렌스가 지금까지의 분노를 풀듯이 움켜쥔 주먹으로 자신의 명치를 후려쳤다.
“커헉!”
라온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구르다가 개울에 빠졌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거다. 만족했을 테니, 그만 꺼져라.”
로렌스는 이제 끝났다고 중얼거리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동굴로 돌아갔다.
“이, 이봐!”
“괜찮나?”
현악검주와 마장검주가 기겁을 하며 라온에게 달려갔다.
-흐음….
라스는 라온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로렌스의 황금빛 눈동자를 떠올렸다.
-저놈 인간이 아닌 건가?
녀석은 꼭 어디선가 본 것 같다며 입맛을 다셨다.
“괘, 괜찮습니다.”
라온이 입가에서 흐르는 핏물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했잖아. 저놈은 검술을 잡아먹는 귀신이라니까! 마주치지 않는 게 좋다고!”
“그래. 더 높은 경지라면 모를까. 아래에서는 절대 못 이겨!”
두 노인은 앞으로는 절대 싸우지 말라며 두 팔을 잡고 말렸다.
“그러네요.”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검로까지 지워버리는 것을 보니 평범한 힘 같지 않았다.
특히 로렌스의 금안에서 기이한 힘이 느껴졌다.
“짜증이 단단히 돋은 것 같으니, 이만 내려가자. 저놈 진짜 무섭다고!”
현악검주는 대련을 통해서 정이 들었는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었다.
“그것도 좋지만….”
라온이 씩 웃으며 마장검주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마장검주님도 몸은 좀 풀으셔야죠.”
* * *
“이제 좀 괜찮아지겠군.”
로렌스가 다시 침대에 누우며 가는 숨을 내쉬었다.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겠지.’
조금 전 그놈을 후려칠 때 명치에 강렬한 충격을 일으켰다.
오러는커녕 팔다리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테니, 한동안은 조용할 것이다.
‘속이 편해지니, 잠이 솔솔 오는군.’
로렌스는 다가오는 수마를 느끼며 눈꺼풀을 내리감았다. 그가 천천히 잠에 빠져들려고 할 때였다.
피이이이잉!
캬아아앙!
동굴 밖에서 날파리가 날아다는 듯한 파공음과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파악!
로렌스가 벌떡 일어나서 동굴 밖을 바라보았다.
‘서, 설마….’
기감을 풀자마자 알았다. 그놈이다. 그 괴물 같은 놈이 이번에는 마장검주와 대련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육체 쪽이든 오러 쪽이든 한동안 제대로 거동하기도 힘들 텐데,
벌써 대련을 시작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몰라….’
나도 몰라!
로렌스가 다시 오러로 귀를 막은 채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땅이 아니라, 대기가 울며 허공에 진동을 일어났다. 머리가 띵하고 울릴 지경이었다.
“진짜 재능이라는 게 저거 였어!”
로렌스는 결국 또 참지 못하고 산발이 된 머리를 부여잡고 튀어 나갔다.
* * *
라온은 마장검주와 검을 나누며 입맛을 다셨다.
‘이 사람은 정반대였군.’
현악검주가 무거움과 강함에 집중했다면 마장검주는 빠름에 몰두한 검사였다.
눈 한 번 잘못 감는다면 바로 목이 날아갈 정도로 극쾌의 검격이 그의 영혼에 어려 있었다.
우우우웅!
현악검주에게 그랬듯이 마장검주와 정면에서 부딪치기 위해서 광아검의 흐름 위에 쾌검과 풍검의 묘리를 휘감았다.
캬아아아앙!
이전처럼 묵직한 검격은 아니었지만, 검격의 속도가 너무 빨랐기에 사방으로 바람의 칼날이 뻗어나갔다.
‘빨라….’
마장검주의 검격은 분명 자신보다 빨랐지만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에도 배운다는 마음가짐을 세운 채 앞으로 나아갔다.
캬갸갸갸걍!
1초가 채 지나기도 전에 수십 합의 검격이 맞부딪친다. 쇳소리가 연달아 울리며 수천 마리의 새가 지저귀는 듯한 소음이 터져 나왔다.
치이이이잉!
집중력이 고조되자, 자신의 검이 점점 더 빨리 나아가는 게 느껴졌다.
“네 녀석! 쾌검에도 일가견이 있었구나!”
마장검주는 흥겹다는 듯 웃으며 더 빠른 검격을 펼쳐냈다.
‘단순히 쾌검식에 바람을 두르는 게 아니었군.’
검이 바람을 타고 나아가야 해.
자그마한 깨달음을 얻으며 마장검주와 검을 나누고 있을 때였다.
콰아아아앙!
로렌스가 땅을 뭉개며 허공에서 뛰어내렸다.
“너 진짜 미친놈이냐?”
로렌스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진짜 미친놈이라니! 실례이니라!
라스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놈은 차원 제일의 미친놈이라고!
녀석은 인정을 하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가끔 듣는 소리네요.”
라온이 씩 웃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대련 끝나고 한 수?”
“끄으으!”
로렌스의 얼굴이 손으로 구긴 종이처럼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