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
제8화
‘분노?’
라온이 마른침을 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군가 있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지만, 혼자만이 있던 방안에 어떠한 존재감이 드리웠다. 메시지에 나타난 라는 놈 같았다.
화아아아.
긴장의 끈을 꽉 말아쥐고 사방을 경계하고 있을 때 눈앞에 푸른 불꽃이 타올랐다.
주먹만 한 불꽃에서 무시무시한 기파가 치솟았다. 화산이 폭발하는 장관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푸른 불꽃 속에서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서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광기가 어려 있는 목소리였다.
“이게 무슨….”
전생의 삶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말하는 불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네가 끌어올린 분노는 본왕에게 닿았다. 마계의 두 번째 군주 라스(Wrath)의 이름으로 네 복수를 이루어주마. 영혼과 육체를 바쳐…음?
스스로를 마계의 군주 라스라고 소개한 푸른 불꽃이 자신의 위아래를 훑어보다가 입을 떡 벌렸다.
-어린애? 왜 어린애가….
“넌 뭐지?”
-네놈이야말로 누구냐. 본왕에게 전해진 분노는 너처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가 낼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라스의 음성은 낮게 가라앉았지만, 숨 막힐 정도로 격한 감정이 휘몰아쳤다.
“분노?”
라온이 인상을 찌푸렸다. 전생이라면 모를까 이번 생을 살면서 크게 분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잠깐 전생?’
생각해보면 자신은 기억을 가진 채로 환생했고, 상태창이라는 기이한 능력을 얻었다. 전부 죽고 난 이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런 특별한 능력을 준 게 바로 이 라스라는 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네가 내게 상태창을 준 건가?”
-상태창? 네가 그걸 사용할 수 있다고?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리! 음?
라스를 휘감은 푸른 불꽃이 요동쳤다.
-여, 연결이 끊겼어! 어째서….
“네 정체는 뭐고, 왜 이곳에 나타난 거지?”
-본왕을 부른 건 네놈이다.
“내가 불렀다고?”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분노를 일으키지 않았느냐. 본왕은 네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이곳에 강림했노라.
“아….”
죽기 전에 어떻게서든 데루스 로베르트를 죽이겠다고 다짐했던 게 생각났다. 말을 들어보니, 이 불꽃은 그때의 분노를 따라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 같았다.
‘근데 너무 늦었잖아.’
전생과 현생의 시간 차이는 2년이었고 태어난 이후 12년이 지났다. 14년이 지난 다음 나타나서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내 복수를 이루어준다고?”
-그렇다.
“그 대가는?”
라온은 눈동자에서 진한 열기가 타올랐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 아까 했던 말을 생각해보면 내 영혼과 육체를 가져가는 건가?”
-그토록 간절한 복수를 이루어준다면 네 하찮은 영육 따위는 바치는 게 옳은 일이다.
“…….”
라스를 지그시 내려보았다. 푸른 불길 안에 갇힌 무언가가 보인다.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사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죽고 환생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가?’
예측해보면 전생에서 놈이 자신의 육체를 차지하기 전에 죽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 같았다.
“복수는 자신의 손으로 해야 의미가 있다.”
데루스에게 평생을 농락당하다 죽은 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는데, 다른 자의 손을 통해 복수한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내 손으로 복수를 해야 해.’
라온은 복수를 남에게 떠맡길 생각이 없었다. 많은 고난이 있다고 해도 데루스의 목은 직접 딸 것이다.
-아니군. 네놈이 맞아.
라스가 푸른 불꽃 속에 감춰둔 두 눈동자를 통해 자신을 노려보았다.
-가슴 밑바닥에 깊고도 짙은 분노를 숨겨두고 있구나.
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상관없다. 본왕은 이미 선택을 마쳤으니, 네놈은 몸을 바치면 그만이니라.
라스의 음성에서 분노가 타오름과 동시에 푸른 불꽃이 라온의 덮쳤다.
“끄윽!”
라온이 허리를 굽히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차갑다.
몸만이 아니라, 정신마저 얼어붙는 감각. 라스라는 놈의 속성은 불이 아니라, 얼음이었다.
-놈을 생각하며 분노를 끌어올려라. 설사 신이라고 해도 본왕이 죽여주마.
라스의 오싹한 목소리에 가슴이 울렁였다. 얼어붙은 고드름에 심장이 꿰뚫린 것 같았다.
[수속성 저항력(3성)이 발동됩니다.]
‘수속성 저항력!’
냉기를 흡수한 덕분에 얻은 수속성 저항력이 라스가 뿜어내는 냉기의 통증을 감소시키고 있었다.
다만 라스의 공격은 냉기만이 아니었다.
“크으으….”
라온이 진한 신음을 뱉어냈다. 데루스의 얼굴이 떠오른다. 자신을 벌레처럼 내려보던 놈의 비웃음에 숨이 막혀온다.
-본왕에게 몸을 맡겨라. 놈의 머리를 깨부수고, 살을 씹어 삼켜주겠노라.
“후욱….’
감정을 자극하는 라스의 목소리에 데루스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고 싶었다.
‘절대 안 돼….’
라온이 어금니를 바드득 깨물었다. 라스라는 놈에게 몸을 넘겨줬다간 다른 방에 있는 실비아와 시녀들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설사 이곳에서 죽더라도 몸을 넘겨줄 수는 없었다.
‘견뎌.’
피나도록 주먹을 쥐었다. 자신은 암살자였다. 그것도 최고의 암살자.
암살자가 가져야 할 덕목인 인내와 감정의 차단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 있었다.
-생각보다 잘 견디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본왕의 냉기는 그 누구도 이겨내지 못한다.
라스는 자신을 비웃듯 몸과 정신을 얼리는 냉기를 펼쳐냈다.
“후욱….”
다행이었다. 감정을 더 자극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텐데, 놈이 선택한 건 냉기의 강화였다. 호흡을 고르며 뼛속까지 침투해오는 냉기를 견뎠다.
-하찮은 인간 따위가 끝까지!
라스의 이글거리는 목소리에 짜증과 분노가 어렸다.
-본왕이 사용할 육체라 손상을 줄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군. 그대로 집어삼켜 주마.
허세가 아니었다. 놈의 불꽃이 커짐과 동시에 육체와 정신을 자극하는 냉기의 강도가 비할 수 없이 높아졌다.
“끄으읍!”
라온이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피부가 뜯어지고, 장기가 쪼개지는 듯한 통증에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분노를 일으키고, 본왕을 받아들여라. 그대로 죽을 셈이냐.
“네놈 따위에게 몸을 넘기느니, 죽는 게 나아.”
혀를 씹어서 정신을 차렸다. 몸을 넘기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다짐할 때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잠깐만 수속성 저항력이 이놈의 냉기를 막을 수 있다면….’
불의 고리로 육체와 정신의 고통을 전부 낮출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라고 해도 지금은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화아아!
라온이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불의 고리를 회전시켰다. 심장에 걸쳐 있던 세 개의 고리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가 육체와 정신의 충격을 대폭 감소시킵니다.]
예상이 맞았다.
불의 고리는 육체와 정신 모두를 성장시키고 보호하는 연공법. 외부에서 파고든 자극을 견딜 때도 효과가 있었다.
불의 고리가 빠르게 휘돌며 정신과 육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금방이라도 터지려던 감정의 불씨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전생에서 키운 정신력과 불의 고리, 수속성 저항력이 조화를 이루니, 라스가 주던 고통과 자극이 훨씬 가벼워졌다.
-네, 네놈은 대체….
라스의 목소리에 경악이 담겼다.
후우욱.
놈이 피워내는 냉기의 불길이 점점 약해진다. 분노를 일으키지 않으면 자신에게 들러붙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어린 인간 따위가 어떻게!
“인간은 맞지만, 어리진 않아.”
라온은 잦아드는 냉기를 밀어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 이건 말이 안 돼. 안 된다고!
라스가 격한 비명을 토하며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놈의 눈동자가 겁먹은 망아지처럼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깨어난 지 얼마 안 됐다고 해도 본왕이 인간 따위에게 밀리다니!
“후….”
라온은 가볍게 숨을 뱉어내고 라스를 노려보았다. 놈의 불꽃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출렁였다.
“내 복수는 내가 한다. 잡귀 따위에게 몸을 맡기진 않아.”
-잡귀? 마계의 군주에게 잡귀라니!
“나 하나 어쩌지 못하는 놈이 마계의 군주? 군주가 다 죽었냐?”
-네놈이 정녕….
라스가 다시 불꽃을 확대했지만, 크기만 클 뿐이다. 냉기의 화력은 이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방금 깨어났다고 했었지.’
잠에서 깨어났거나, 봉인이 풀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화아아악!
라온이 거칠게 손을 뿌리치자, 라스의 불길이 종이처럼 팔랑이며 떨어져 나갔다.
빠드득!
푸른 불꽃 속에서 이를 가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감정을 어떻게 통제하는 것이냐!
“그걸 말해줄 필요는 없지. 그만 사라져라.”
-네놈이 본왕의 권능을 가져가 놓고, 어딜 가라는 거냐!
라스가 분노 가득한 시선으로 자신을 노려보았다.
-거기다 본왕은 이미 선택을 마쳤다. 네가 죽기 전까지는 떨어지고 싶어도 떨어질 수 없다! 헉!
라온은 주절거리는 라스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불길이 흩어졌지만 타격감은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친 느낌이다.
“그러면….”
마나를 끌어와 손끝에 모았다. 정제된 오러보다 질이 많이 떨어지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후우웅!
마나가 담긴 손날로 라스를 갈랐지만, 놈은 바람을 견딘 촛불처럼 되살아났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쯧, 이것도 안 되나.”
라스는 영혼처럼 물질적인 부분이 없었다. 저런 상태면 오러를 사용해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라스가 강렬한 기세를 내뿜었음에도 별관 주변을 지키는 검사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놈은 자신에게만 보이고,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사라지는 거지?”
-네 몸을 본왕에게 넘겨라. 그리하면….
“미친 소리로군.”
라온이 코웃음을 치고 있을 때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띵!
[추가 능력이 개방되었습니다.]
“추가 능력?”
라온은 바로 상태창을 불러왔다.
이름 : 라온 지그하르트.
칭호 : 없음.
상태 : 혹한의 저주(여덟 가닥), 저질 체력, 운동능력 저하, 마나 감응력 저하.
특성 : 분노, 불의 고리(3성), 수속성 저항력(3성)
특성의 첫 자리를 차지했던 물음표가 분노로 바뀌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상태창 아래에 새로운 정보가 올라와 있었다.
근력 : 13
민첩성 : 13
체력 : 12
기력 : 12
감각 : 40
근력이나 민첩성 같은 능력들이 수치화되어 나타나 있었다.
-저, 정말 상태창이 넘어갔다니!
라스의 입에서 차가운 서리가 퍼져 나왔다. 그는 상태창의 내용은 알 수 없는지, 실루엣 같은 형태만 보인다고 중얼거렸다.
“이 상태창과 메시지는 뭐지?”
-…본왕이 만든 시스템이다.
“시스템? 무얼 위한?”
-말해줄 이유는 없다.
“성장의 가속인가?”
-그, 그걸 어떻게….
“역시.”
자동반사도 아니고, 떠본 걸로 바로 반응이 온다. 라스는 분노라는 이름 그대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예상대로야.’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보다 불의 고리 효과가 뛰어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 시스템 덕분이었다.
-내놓아라. 네 몸이든, 본왕의 권능이든 내놓으란 말이다!
라스는 이제 떼를 쓰기 시작했다. 거대한 왕좌 위에 앉아 있는 어린아이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줄 방법도 모르지만, 넘길 생각도 없어.”
빠르게 그리고 더 높이 갈 수 있는 능력을 얻었는데, 그걸 몸을 뺏으려던 미친놈에게 돌려줄 필요는 없었다.
-네 것도 아니지 않나!
“너도 네 것이 아닌 내 몸을 가져가려고 하지 않았던가?”
-보, 본왕은 네 소원을 듣고….
“복수를 원한 건 맞지만 그건 내 손으로 해야 할 일이다. 무언지도 모를 네게 몸을 넘겨서 이뤄봐야 의미가 없어.”
-끄으윽….
할 말이 없었던지 라스는 이를 갈기만 할 뿐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그만 가라.”
라온은 대화를 끝내고서 몸을 돌렸다.
-못 간다. 본왕의 권능을 돌려주기 전에는 떨어지지 않는다!
라스가 악을 내지르고서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얼마든지 견뎌준다고 생각하며 주먹을 쥐었을 때 놈의 몸이 푸르게 빛났다.
화아아아.
푸른 불꽃이 물처럼 흘러 손목을 휘감았다. 고통을 대비했지만, 아무런 통증도 없었다.
우우웅.
손목을 감은 푸른 불꽃이 사그라들며 팔찌가 생겨났다. 얼음으로 조각한 듯한 꽃팔찌였다.
-네놈의 숨구멍이 막히는 그 날까지 붙어 있어 주마!
라스가 이죽거리며 팔찌에 매달린 꽃을 흔들었다.
-지금은 봉인이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본왕의 힘은 돌아온다. 그때는 네놈이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 없으리라.
“퍽이나.”
라온은 팔찌를 떼려고 했지만 아까 불꽃을 만질 때처럼 손에 잡히질 않고, 흩어졌다.
-음….
다만 아예 충격이 없는 건 아닌지 건드릴 때마다 팔찌가 부르르 떨리고, 라스의 말이 끊겼다.
-크읍, 소용없다. 본왕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어디 한번 해보자고.”
팔찌를 긁고, 잡아 뽑고, 벽에 비비고, 짓밟았지만, 라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놈도 지독한 독종이었다.
“쯧.”
혀를 찼다. 놈의 말대로 꽃팔찌는 무슨 짓을 해도 없어지지 않았다.
‘떼어내고 싶긴 한데.’
놔두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억지로 떼어냈다가 시스템이 사라질 수도 있고, 이 라스라는 악마 놈이 실비아나 헬렌에게 옮겨붙을 가능성도 있다.
친구는 가까이에 그리고 적은 더 가까이에라는 말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술수를 부리게 하느니 옆에 두는 게 낫겠어.
끝없이 성장할 불의 고리와 수속성 저항력을 믿고, 라스를 직접 통제하기로 마음먹었다.
“떨어지지 않겠다면 다른 모습으로라도 변해라. 꽃이 달린 팔찌라니 어울리지 않아.”
라온이 인상을 찌푸렸다. 차라리 해골이라면 이해라도 하지, 이런 꽃팔찌를 차고 다니긴 싫었다.
-취향이다. 존중해라.
“허….”
멧돼지처럼 폭급한 놈의 취향이 꽃팔찌라니, 어이가 없었다.
-본왕은 한 번 노린 먹잇감을 놓친 적이 없다. 네놈의 영육은 결국 본왕의 것이다.
“신경 끄는 게 좋겠군.”
-끅! 애송이 놈이!
라온은 청각을 차단하면서 침대에 누웠다. 라스가 칭얼거렸지만, 무시했다.
‘그런데 시스템의 주인인 라스도 내가 환생한 걸 모르면, 날 환생시킨 건 누구지?’
라온은 새롭게 생겨난 의문을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 * *
뿌드득.
라스는 눈을 감은 라온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어떻게 이런 인간이 존재할 수가 있지?’
아무리 본래의 힘을 쓸 수 없다고 해도 자신의 빙의를 막아내는 인간이 존재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제 10살이나 되었을 법한 어린놈이.
‘말이 안 돼….’
지금과 다른 시대였지만, 수많은 인간을 봐왔다. 검으로 나라를 세운 영웅도, 대륙을 공포에 질리게 만든 악인도 있었다.
하지만 저런 인간은 처음이다. 꼭 ‘그놈’을 보는 듯한 짜증이 일었다.
-기다려라. 본왕의 힘이 돌아오는 날. 네놈의 영혼을 씹어 삼켜버릴 것이다.
라스는 끓어오르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거친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럴 일은 없으니, 꿈 깨.”
어린 인간은 파리를 쫓듯이 손을 휘휘 저었다.
-본왕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안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