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00
제800화
쿠웅!
라온은 무거우면서도 강하게 진각을 밟으며 상체를 앞으로 굽혔다.
단전에서 솟구치는 오러에 바람의 빠름을 얹고, 손아귀에서 피어나는 불꽃에 변화와 환상을 담았다.
검으로 검술을 행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의 육체가 검으로 화한 듯 모든 움직임에 검술 묘리를 펼쳐냈다.
중검, 강검, 쾌검, 풍검, 환검, 변검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날의 끝에 패검의 묘리를 피워내자, 검술 자체가 진화하듯 새로운 흐름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아!
라온의 검격은 강물을 거스르듯 역해무의 하얀 물결을 밀어내며 더욱더 날카로운 기파를 번뜩였다.
“미친….”
로렌스가 반쯤 감겨 있던 눈을 부릅떴다.
‘이게 된다고?’
역해무를 운용하며 라온의 검술을 짓누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녀석의 검은 이미 경계의 틈에 올라서 있었다.
‘어쩔 수 없어!’
이제 같은 경지에서는 라온을 막을 수 없었다. 자존심을 포기하고, 한계치를 높인 역해무를 운용했다.
화아아아아아!
로렌스의 손끝에서 역해무의 파동이 깃든 하얀 기류가 피어나며 거침없이 뻗어나가던 라온의 검술을 집어삼켰다.
쿠우우웅!
결국 라온의 새로운 검술은 역해무의 벽 앞에 막힌 채 그대로 사그라들었다.
“하아….”
로렌스가 허리를 굽힌 채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떨리는 시선을 들어 올렸다.
“너 방금….”
“조금 모자랐나.”
라온은 로렌스가 아니라, 제천검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익숙해지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군.’
성검련 검사들은 경지가 높든, 낮든 자신의 삶에 검을 담아내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처럼 육체와 영혼에 검을 담아내려고 했는데, 조금 부족했던 모양이다.
“너 대체 뭐 하는 놈이야.”
로렌스가 라온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방금 오러가 아니라, 오직 검술 때문에 역해무가 깨질 뻔했다고!”
그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턱을 떨었다.
“성검련의 검사들처럼 삶 자체에 검을 담아내려고 해봤습니다. 미숙해서 실패한 것 같지만.”
라온이 아쉽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헛소리야! 성검련에서 수십 년을 살았지만, 너 같은 놈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
로렌스는 헛소리하지 말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저 제가 느낀 것을 검과 제 몸으로 행하고자 했을 뿐입니다.”
라온은 짤막하게 웃으며 로렌스를 바라보았다.
“헌데 매번 말씀하시는 역해무라는 게 뭡니까? 로렌스 님의 무학입니까?”
“그래. 내가 익힌 미완성의 무학이다.”
로렌스가 나무에 등을 기댄 채 고개를 까딱였다.
“미완성?”
“이전에 어머니가 가져다 준 책과 서재에 있던 책을 모두 다 읽었다고 말했지?”
“그러셨죠.”
“그 집은 본래 날 살려뒀던 사도의 것이다. 그 안에 있는 책 중 상당수는 무학서였지.”
그가 하늘을 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중 역해무라는 무학서가 있었다. 공격보다 적의 무학을 파훼하는 데 집중하는 검술이었지. 다만 이건 창시자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이론뿐인 무학서였어.”
“창시자도 익히지 못했다구요?”
“특별한 눈이 필요했거든.”
로렌스가 본인의 황금빛 눈동자를 가리켰다.
“내 눈은 상대의 오러 흐름과 움직임을 그대로 읽을 수 있어. 그 덕에 미완성의 역해무를 익힐 수 있었다. 물론 아직도 미완성이지만.”
그는 타고난 눈이 아니었다면 역해무를 펼칠 수 없었을 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역해무가 완전 만능은 아니야. 네 할아버지들 같은 괴물들은 그냥 힘으로 밀고 들어올 수 있으니까.”
로렌스는 무적의 능력은 절대 아니라며 혀를 찼다.
“음….”
라온이 로렌스를 말을 듣고서 짧게 입맛을 다셨다.
‘그래서 불의 고리를 운용하고 있음에도 따라 할 수 없었던 거로군.’
역해무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는 알 것 같았지만, 따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로렌스처럼 타고난 눈이 없기에 역해무를 따라 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저런 눈을 타고나서 고작 파훼나 하고 있다니, 한심하느니라!
라스는 바보 같다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본왕이라면 다 때려 부수는 데만 집중했을 것이니라!
‘하긴 너라면 그랬겠… 아니, 잠깐.’
라온이 미간을 구긴 라스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뭘 봐.
라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푸른 눈동자를 흘겼다.
‘분노의 마안을 운용한다면….’
로렌스의 눈을 비슷하게 따라 할 수 있을지도.
“로렌스 님. 역해무를 다시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라온은 머릿속으로 생각을 마친 후 로렌스에게 손을 뻗었다.
“보여주는 건 어렵지 않다만… 왜?”
“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바로 가겠다고 말하고서 제천검으로 적섬을 내리그었다.
후우우욱!
로렌스는 답을 해주듯 손날을 세운 채 역해무를 운용했다.
그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번뜩인 순간 제천검에 깃들어 있던 적섬의 불꽃과 흐름이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이제 알겠어.’
라온은 제천검을 내리고, 왼손을 뻗었다.
‘분노의 마안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불의 고리로 오러의 흐름을 파악하면….’
충분히 가능해.
역해무라는 무학 자체가 난해하기는 하지만, 한 달 동안 매일 보았기에 그대로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분노의 마안과 불의 고리를 동시에 운용했다. 로렌스가 내지르는 손날의 움직임과 오러의 흐름을 읽으며 그의 역해무를 그대로 따라했다.
화아아아아!
역해무와 역해무가 격돌하자, 방패와 방패가 부딪친 것처럼 두 기류가 고요하게 녹아내렸다.
“허…?”
로렌스는 본인의 손에 깃들어 있던 역해무의 기운이 사라진 것을 보고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너 지금 뭘….”
“이런 식으로 운용하는군요. 이제 알겠네요.”
라온은 오러가 한 톨도 남지 않은 왼손을 보며 웃었다.
“지, 지금 역해무를 따라 한 거야? 나 같은 눈을 지닌 것도 아닌데, 어떻게!”
로렌스는 경악을 그대로 담아낸 눈동자로 라온을 바라보았다.
“저도 눈이 좋은 편이라서요.”
분노의 마안에 대해 알릴 수는 없기에 운이 좋았다고 말해주었다.
“하아, 너한테 더 놀랄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로렌스는 아직도 심장이 떨린다며 가슴에 손을 얹었다.
“로렌스 님이 계속 싸워준 덕이기도 하죠.”
라온은 고맙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기분 더럽네. 나한테 진 사람들이 왜 그런 표정이 되었는지 알 것 같아.”
로렌스는 본인이 꺾었던 검사들의 표정이 떠올랐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라온이 로렌스를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고맙기는 개뿔! 짜증만 솟구친다!”
로렌스는 개소리말라며 방방 뛰었다.
‘그런데 이 역해무….’
라온이 다시 역해무를 운용하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격해무와 운용방식이 비슷한데.’
적의 오러를 무시하고 공격하는 오그람의 격해무와 적의 무학 흐름을 지워버리는 역해무.
두 무학은 이름만이 아니라, 사용하는 방법도 꽤 비슷했다.
‘오러를 무시하고, 검술 흐름을 지우고. 잠깐, 저 둘을 합치면….’
적의 오러와 무학을 다 부숴버리는 무시무시한 검술이 탄생할 것 같았다.
‘재밌겠는데?’
-생각하는 거 봐라. 아주 지독한 놈이니라.
라스가 질린다는 듯 거칠게 혀를 찼다.
-허나 네놈의 실력으로 그걸 이루기에는 아직 무리이니라.
녀석은 한참 노력해야 할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노력 없이 바로 되면 재미없지.’
자신의 길은 그랜드 마스터에서 끝나지 않을 테니, 더 먼 곳을 보고 수련하는 것도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럼 다시 시작하시죠.”
라온이 손을 털어내고서 다시 제천검을 잡았다.
“어?”
씁쓸함을 얼굴에 담아내던 로렌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또, 또 하자고? 내 역해무를 익혔으니, 이제 그만하는 거 아니야?”
그는 역해무를 얻기 위해서 계속 찾아온 거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씀이세요.”
라온이 헛웃음을 흘리며 손을 내렸다.
“역해무는 얻어 걸린 거예요. 저는 제 검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로렌스 님을 찾아온 겁니다. 검술로 역해무를 깨기 전까지는 계속 와야죠.”
역해무가 대단한 무학이기는 하지만 딱히 얻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자신은 그저 검술로 로렌스를 꺾고 싶을 뿐이었다.
“물론 로렌스 님과 싸우는 게 재밌기도 하고.”
“으음!”
로렌스는 라온의 말이 기쁘다는 듯 만족스럽게 입맛을 다셨다.
“어? 좋아하시네? 제가 계속 온다니까 기쁘신 거예요?”
라온이 능글맞게 웃으며 로렌스에게 턱을 까딱였다.
“무, 무슨 헛소리냐! 네놈이 계속 온다는 게 짜증 나서 그런 거다! 짜증 나서!”
로렌스는 제발 꺼지라며 손을 휘저었다.
“나중에 저 지그하르트로 돌아간다고 울지만 마세요.”
“제발 입 좀 다물어!”
그는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처음으로 선공을 취했다.
라스는 다시 대련을 시작한 라온과 로렌스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든 인간이 이놈만 만나면 망가지는구나.
* * *
라온은 로렌스와의 대련을 끝낸 후 렉타르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안에서 익숙한 기척이 느껴졌다.
‘도리안?’
2주 전쯤 렉타르와 함께 도리안을 찾아갔다가 명상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돌아왔는데, 오늘 저택으로 복귀한 것 같았다.
-맞구나! 지갑이 돌아왔느니라!
라스도 도리안이 반갑다는 듯 입가에 웃음을 그렸다.
‘오랜만이네.’
라온이 피식 웃으며 문을 열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라온. 도리안이 돌아왔어.”
루난이 기다렸다는 듯 손을 뻗어서 응접실 쪽을 가리켰다.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가니, 허리를 곧게 피고 있는 도리안의 보였다.
“도리… 어?”
쟤가 저렇게 잘생겼었나?
군살이 모두 빠졌기 때문인지 평범했던 도리안이 귀염성 있는 미소년으로 보였다.
10년 가까이 봐왔지만, 저런 얼굴을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나도 놀랐어. 저 녀석이 저렇게 생겼을 줄이야.”
버렌이 신기하다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봐야 도리안이지.”
마르타는 얼굴 따위는 의미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라온 님. 돌아오셨군요.”
도리안은 기다렸다는 듯 라온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다.
얼굴만이 아니라, 심경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이전에 보여주던 가벼움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 어어.”
라온이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너 뭘 배웠길래 그렇게 살이 빠진 거야?”
마르타가 궁금하다는 듯 도리안에게 눈동자를 굴렸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습니다. 그중에서….”
도리안이 말을 하다 말고, 배 주머니에서 물을 꺼냈다.
“라온 님. 지금 목이 마르시군요.”
그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라온에게 물을 내밀었다.
“그걸 어떻게….”
라온이 물을 받으며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로렌스와의 대련이 길어져서 목이 많이 마른 상태였는데, 도리안은 그 상태를 정확히 알아차렸다.
“루난 님은 오랜만에 아이스크림이 고프신 상태구요.”
도리안은 루난에게 다가가서 구슬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는 상자를 꺼냈다.
“오.”
루난이 아이스크림 상자를 받으며 탄성을 흘렸다. 그녀의 맹한 눈이 오랜만에 반짝였다.
-본왕도! 본왕도! 본왕도!
라스가 혀를 길게 내민 채 도리안에게 손을 까딱였다.
“마르타 님은 하루를 이틀처럼 보내고 싶어 하시니, 피로 회복제를 드리겠습니다.”
도리안이 마르타에게 다가가 약초로 만든 피로회복제를 건넸다.
“너, 너 뭐냐…?”
마르타가 도리안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다만 피로 회복제를 군말 없이 받는 것을 보니, 정말 필요했던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버렌 님은 이게 필요하실 겁니다.”
도리안이 배 주머니에서 품에 쏙 들어갈 만한 인형 하나를 꺼냈다.
“이걸 왜….”
“요즘 애착 인형이 없으셔서 잠을 못 주무시는 거 아닌가요? 이마에 필요하다고 써 있는데….”
“허, 헛소리 하지 마!”
버렌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인형을 던져 버렸다. 요즘 눈 밑이 검어지고, 저렇게 격하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니, 진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을 텐데….”
도리안이 인형을 도로 챙기며 아쉽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도리안. 너 대체 뭘 배워온 거냐?”
라온이 물을 마시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학적으로는 전혀 성장하지 않은 느낌인데.’
자세가 조금 좋아졌지만, 무학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한 달 동안 뭘 배워왔는지 모르겠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는 저를 보급의 초월자라고 불러주십시오!”
도리안은 언제라도 상대에게 필요한 물건을 주는 방법을 깨달았다며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그냥….”
“더 큰 호구가….”
“된 거잖아.”
라온, 마르타, 버렌이 차례로 말을 이었다.
“냠.”
루난은 관심없다는 듯 아이스크림만 먹었다.
“호구라뇨! 저는 언제라도 여러분께 필수품을 보급하고 싶을 뿐입니다!”
도리안은 믿어달라며 본인의 가슴을 두드렸다.
“내가 찾아갔을 때 명상을 하고 있던데, 그거 검술 수련 아니었어?”
“스승님께서 뭐가 필요한지 알아보는 훈련이었습니다.”
그는 그게 전부라며 씩 웃었다.
“아오….”
라온이 결국 참지 못하고 이마에 손을 얹었다.
‘괜히 맡겨놨어.’
도리안을 데려간 무인이 그랜드 마스터의 극에 오른 검사라서 믿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너는 내일부터 나랑 수련하자.”
라온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예? 저 오늘 돌아왔는데….”
“됐고. 무조건 새벽에 나와.”
반론은 듣지 않겠다고 말하며 손을 저었다.
“저건….”
-흐음….
다만 렉타르와 라스는 흥미로운 듯 도리안을 살피며 짧게 입맛을 다셨다.
* * *
라온은 다음날 새벽이 되자마자, 도리안을 저택 앞 연무장으로 불렀다.
“왜, 왜 이러세요….”
도리안은 하룻밤만에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팔과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한 달을 낭비하다니.”
라온이 겁 먹은 도리안을 보며 미간을 구겼다.
‘시간이 너무 아까워.’
버렌과 마르타, 루난은 이곳에서 대련과 수련을 반복하며 마스터 최상급의 벽을 넘었다.
하지만 도리안은 한 달 동안 그랜드 마스터와 붙어 있었으면서도 아무런 변화도 만들지 못했다.
살이 좀 빠졌고, 오러가 조금 늘어났으며, 남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는 눈치만 늘었을 뿐이었다.
특히 세 번째는 너무 필요 없는 요소라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그전까지는 내가 딱 붙어서 가르쳐주마. 조금이라도 변한 후에 복귀해야지.”
“으으….”
도리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긴 한숨을 내쉬고서 검을 들었다.
“그럼.”
라온이 쾌검의 묘리를 휘감으며 가볍게 땅을 박찼다.
긴장감을 느끼도록 도리안이 반응할 수 없는 속도로 제천검을 내질렀다.
피아아앙!
도리안의 목을 찌르기 직전에 제천검을 멈추려고 했는데, 그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상체를 젖히며 자신의 검을 쳐냈다.
쩌어어어엉!
강한 힘이 담겨 있지는 않았지만, 정확한 면을 때린 덕에 제천검이 거칠게 튕겨 나왔다.
“으헉!”
도리안은 본인도 뭘 했는지 모른다는 듯 비명을 지르며 빠르게 눈을 끔벅였다.
‘우연인가?’
아무래도 먼저 휘두르다가 우연히 검을 막은 것 같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라온이 눈매를 찌푸리고서 도리안의 명치를 향해 더 빠른 쾌검을 내질렀다.
쩌어어엉!
하지만 도리안은 검신을 세워서 자신의 검격을 또 한 번 막아냈다.
“너 뭐야….”
라온은 가슴 앞에 검을 올리고 있는 도리안을 보며 턱을 떨었다.
“제, 제가 뭘요?”
도리안이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눈을 끔벅였다.
“방금 어떻게 막은 거야?”
“안 막으면 죽잖아요!”
“그니까 어떻게 막았냐고!”
“검이 오니까요!”
“어?”
“에?”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 채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뭔 바보들의 대화야….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