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03
제803화
“하….”
로렌스가 불타오르는 신검을 보며 하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겼다.
“그동안 간은 볼 만큼 봤으니, 전력으로 싸워보자는 건가?”
그는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서 두 손을 앞으로 세웠다.
“좋다. 초월이라는 벽이 얼마나 높은지 알려주도록 하마.”
로렌스의 어깨 위로 새하얀 기류가 피어난다. 그는 전력으로 싸워주겠다는 듯 구름 같은 역해무의 기운을 손날 위에 휘감았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라온은 로렌스에게 정중히 검례를 취한 후 만화공을 운용하며 땅을 박찼다.
후우우우웅!
불길로 가속도를 높이며 나아가 극쾌의 검식으로 로렌스의 목을 노렸다.
“얼마든지!”
로렌스는 자신의 돌진을 예상이라도 한 듯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의 손날이 송곳처럼 솟구치며 제천검의 검극과 격돌했다.
쩌어어어엉!
검과 손이 마주쳤는데, 거대한 쇳덩이가 부딪친 듯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하….”
라온은 신검을 밀어내는 거센 반탄력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초월은 다르네.’
신검이 꺾일 것처럼 휘청거리는 것을 보니, 로렌스도 봐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단순히 힘으로만 밀리는 것도 아니야.’
검술까지 가볍게 파훼 당했어.
이전의 대련과 달리 자신의 검술이 허무할 정도로 쉽게 지워진다.
로렌스는 무력만이 아니라, 역해무의 경지도 숨기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재밌겠는데.’
로렌스의 전력을 깨부수겠다고 다짐하며 기울어진 대지에 오른발을 내디뎠다.
허리에 붙여둔 마검을 찌르며 글래시아의 냉기를 불러왔다.
화아아아아아!
왼팔과 일자가 되어 뻗어나간 마검의 검극이 아지랑이처럼 흩날리며 무수한 꽃잎을 피워냈다.
서리의 화령. 냉기를 담은 푸른 꽃잎들이 로렌스의 전신을 휘감았다.
“귀찮은 검술이로군.”
로렌스가 나비를 부르듯 유려하게 왼손을 내리자, 그의 주변을 휘감았던 서리의 조각들이 모조리 녹아내렸다. 역해무가 일으키는 신기였다.
‘이 정도는 예상했어.’
처음부터 로렌스가 화령을 지워낼 거라고 생각했기에 냉기가 사라지기 직전에 그의 손이 내려간 좌측으로 파고들었다.
“음!”
로렌스가 자신을 보고 눈매를 찌푸린 순간 붉게 타오르는 신검으로 적섬삽십육결을 일으켰다.
화아아아아!
찰나의 순간에 뻗어나가는 서른여섯 개의 검식 속에 서로 다른 검술 묘리를 담았다.
적섬삼십육결이라는 하나의 검격이 아니라, 각기 다른 서른여섯 개의 검격이 로렌스의 극소를 향해 쏘아졌다.
“미쳤군….”
로렌스도 어지러울 정도로 다채로운 적섬삼십육결에 당황한 듯 눈을 부릅떴다.
다만 초월자답게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두 손으로 원을 그렸다.
화아아아아!
그의 손끝에서 퍼져 나온 하얀 기류가 적섬삼십육결의 흐름을 지워낸다. 물론 그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는지 손에 차오른 역해무의 기운이 크게 줄어들었다.
‘계속 밀어붙여야 해.’
로렌스라고 해도 역해무를 무한하게 사용할 수는 없다.
수만 번 떨어진 물방울이 바위를 꿰뚫듯 자신의 검술을 계속 발전시킨다면 결국 역해무도 깰 수 있을 것이다.
치이이이잉!
라온은 신검으로 서리연을 펼치고, 마검으로 은검몽을 그었다.
‘평범한 검식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변화를 줘야 해.
진검과 서리의 검을 시간차로 날리는 서리연에는 환검을 담아내 수십 개의 칼날을 불러왔고, 상대를 현혹하는 은검몽에는 공간을 옥죄이는 중검과 둔검을 담았다.
콰과과과!
서리연이 일으킨 냉기의 칼날이 역해무의 하얀 기류를 지웠고, 뒤이어 은검몽의 흐릿하지만 강렬한 검격이 로렌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으음!”
로렌스는 쇄도해오는 신검의 불길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항상 보던 자신의 검술이 극명하게 달라진 것에 놀라워하는 것 같았다.
“나를 이기려고 아주 단단히 준비했군!”
로렌스가 눈썹을 내린 채 두 손을 펼쳤다. 그의 손날에서 연기처럼 피어나던 기류가 뭉쳐지더니, 강환과 같은 형태가 되어 은검몽을 뭉개버렸다.
화아아아!
하얀 안개가 로렌스를 보호하듯 휘돌고, 역해무의 기운은 무엇이라도 베는 검이 되어 그의 손에 스며들었다.
저 모습이 초월자 로렌스의 진심인 것 같았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로렌스는 방어에 만족하지 않고, 오른손에 응집시킨 역해무의 강환을 내질렀다.
뻐어어억!
잔잔한 물결 속에 거대한 파동을 지닌 역해무의 기운이 신검과 마검의 방어를 뚫어내고 라온의 가슴을 후려쳤다.
“커헉!”
라온이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가 바닥을 굴렀다. 심각한 내상은 아니었기에 바로 몸을 일으켜서 반격을 준비했다.
“흥.”
로렌스는 자신의 반격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듯 걸음을 멈춘 채 턱을 까딱였다.
“카드는 다 깠으니까. 누구의 패가 더 강한지 확인해 볼 차례로군.”
그는 본격적으로 싸우자는 듯 섬뜩한 눈동자를 번득였다.
“좋습니다.”
라온이 신검의 불길과 마검의 냉기를 더 짙게 불태우며 로렌스에게 나아갔다. 얻어맞은 일은 이미 잊었다.
지금 자신의 머릿속에 차오르는 건 역해무를 부수기 위한 검술뿐이었다.
콰아아아앙!
로렌스의 눈동자가 짙은 황금빛으로 번쩍인다. 자신의 검술 흐름을 모두 읽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래도 상관없어.’
로렌스가 자신의 검술을 파악한다면 그 이상으로 발전해서 싸우면 그만이다. 그걸 위해서 밤낮없이 검술 묘리를 갈고 닦았다.
“제 끝은 끝이 아닐 겁니다.”
라온은 준비했던 검술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즐겁다는 듯 웃으며 로렌스에게 전력으로 부딪쳤다.
“그 지독한 끈기가 네놈의 진짜 재능이라는 건 알고 있다!”
로렌스는 질린다는 듯 입술을 깨물며 새하얀 강환을 내뻗었다.
콰아아아아!
붉은 검과 하얀 손이 부딪치며 안개와 불꽃의 폭풍이 하늘까지 솟구쳤다.
* * *
“허어….”
마장검주가 쉴 새 없이 부딪치는 라온과 로렌스를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로렌스 녀석이 저런 힘을 숨기고 있었다니….”
그는 로렌스의 파훼술이 저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턱을 떨었다.
“그러게. 지금의 라온이라면 충분히 통할 줄 알았는데….”
마장검주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건방진 놈이 정말 우리를 봐주고 있었던 모양이야.”
그는 로렌스의 서늘한 눈동자를 보며 본인의 목을 매만졌다.
“저게 그 역해무인가?”
버렌이 하얀 기류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정말 라온의 무학을 가볍게 지워버리는군. 검술 위에 하얀 물감을 칠하는 느낌이야.”
“지워진다기보다 잘게 파훼하고 있어.”
마르타가 라온의 검술을 녹이는 하얀 기류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마법 같은 힘이 아니라, 확실히 라온의 검을 짓누르고 있는 거야.”
그녀는 역해무의 존재 자체에 놀란 듯 탁한 숨을 내뱉었다.
“라온의 검술이 보이는 것 같아. 하지만….”
루난이 맹한 눈동자에 반짝이는 이지를 담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도 변하고 있어.”
그녀는 라온을 믿고 있다는 듯 잔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
무스턴이 입술을 살짝 깨문 채 렉타르의 옆에 섰다.
“누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의 목소리가 컸기에 모두의 시선이 렉타르에게 돌아갔다.
“당연히 로렌스.”
렉타르는 머뭇거림 없이 바로 답을 꺼냈다.
“로렌스의 눈과 감각은 특별하다. 상대와 싸우면 싸울수록 수를 읽기 쉬워지지. 저 녀석은 두 달 동안 라온과 싸워왔으니, 이미 모든 검술을 파악했을 거야.”
그는 이미 결과가 정해졌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 경지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지. 라온이 그랜드 마스터 최상급이라고는 하지만 초월까지는 아직 멀리 떨어져 있어.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야.”
렉타르는 라온이 이길 수 없다고 말하며 조용히 서 있는 잘레크를 바라보았다.
“련주는 손자를 너무 모르는구려.”
잘레크는 그 시선을 마주한 채로 하얀 눈썹을 들어 올렸다.
“저 거머리 녀석의 검술은 이 순간에도 성장하고 있소. 아주 지랄맞지.”
그가 라온의 검술을 살피며 혀를 찼다.
“그저 같은 검술을 반복하는 인형 같은 놈이었다면 내가 진즉에 부숴버렸을 것이오.”
잘레크는 그간 라온에게 시달린 게 떠오른 듯 이를 갈았다.
“정말이죠?”
도리안이 잘레크의 옆에 붙어서 눈동자를 반짝였다.
“그럼 라온 님이 이기는 거예요?”
“저놈이 이길지 질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잘레크가 눈매를 찌푸린 채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꺾일 놈이 아니라는 거야.”
그는 그 말을 하며 다시 렉타르를 바라보았다.
“어떻소? 이게 원하던 대답이오?”
“나름 괜찮군.”
렉타르는 본인의 말을 대신 해준 잘레크에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그는 손주를 믿고 있다는 듯 두 손을 모은 채 불꽃과 안개의 싸움에 빠져들었다.
* * *
후우우욱!
라온은 염룡결이 허무하게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웃었다.
‘이것까지 지우나?’
최강의 화력을 지닌 염룡결에 패검의 묘리를 담았음에도 로렌스의 역해무를 뚫어내지 못했다.
모래성을 쌓을 때마다 부숴버리는 파도를 만나는 기분이지만,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왔다.
‘이상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건가?’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니까.
심안처럼 역해무도 무적이 아니다. 자신의 검술이 발전할수록 조금씩 파탄을 드러내고 있었다.
은검몽 때도 그렇고, 염룡결을 사용했을 때도 그렇고 역해무가 자신의 검을 막아낸 것 맞지만, 로렌스도 크게 흔들렸다.
자신의 검이 발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저 하얀 안개를 부숴버릴 기회가 생길 것이다.
고오오오!
라온이 불의 고리를 극성으로 공명시켰다. 영혼의 격과 집중력을 드높이며 로렌스가 아니라, 자신의 심상과 마음에 집중했다.
빠지지직!
극쾌의 낙일에 풍검과 뇌검을 섞었다. 불꽃으로 타오르는 신검이 벼락과 바람을 두른 채 뻗어나간다. 그야말로 신이 깃든 속도였다.
콰아아아아아!
로렌스는 역해무의 기운을 손아귀에 응집시킨 채 바람과 벼락 그리고 화염을 두른 신검을 쳐냈다.
다만 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닌 듯 이마에서 식은땀이 뚝 떨어졌다.
‘다음!’
라온은 검격이 당연히 막힐 거라 예상하며 설풍검결의 은풍회류에 설검, 유검, 패검을 담아냈다.
화아아아악!
누구도 밟지 않은 겨울의 설원처럼 고요하면서도 굳건한 검격이 로렌스의 가슴으로 뻗어나갔다.
콰아아아아아!
로렌스는 왼손과 오른손을 겹쳐서 자신의 새로운 검격을 차단했다.
“너 어디까지….”
그는 한 움큼이나 사라진 역해무의 기운에 당황한 듯 입술을 씹었다.
“아직 멀었습니다.”
라온은 뇌리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검술들을 정리하지 않았다.
아이가 본인의 생각대로 자유롭게 퍼즐을 맞추듯 검술 묘리의 상성과 상생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의 검술을 펼쳐냈다.
느리지만, 날카로운 검, 무겁지만, 부드러운 검, 장대하게 뻗어나갔다가 한 점을 노리는 검.
효율도, 흐름도 생각하지 않은 다채로운 검술들이 라온의 손끝에서 연달아 펼쳐졌다.
이건 천고의 재능을 지녔어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라온의 검을 모두 받아주는 로레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친….”
로렌스는 절세의 검격을 연달아 쏟아내는 라온을 보며 피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이 녀석 대체 뭘 얻은 거지?’
두 달 동안 보았던 검술들이 진화하듯 변해간다. 알고 있던 검술이 너무 달라져서 그간의 경험이 오히려 해가 될 정도였다.
더군다나 검술의 깊이도 깊어졌기에 변해가는 검술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라온의 검을 막아낼 때마다 역해무의 기운이 뭉텅이로 빠져나간다.
이대로 간다면 오러나 체력이 아니라, 정말 검술에 의해서 역해무가 깨질 것 같았다.
‘그건 안 돼.’
라온이라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는 자신이 벽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이곳에 서 있을 자격도 없었다.
‘절대 질 수는 없어!’
라온이 강해진다면 자신의 역해무 역시 성장시키면 된다. 초월에 이른 기운으로 새로운 검술과 함께 다가오는 라온의 전신을 짓눌렀다.
퍼어어어억!
라온의 검술을 부수고, 그의 가슴 앞에서 역해무의 기운을 폭발시켰다.
“커헉!”
라온은 검은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가 바닥을 굴렀다.
충격이 심한 듯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그는 두 자루의 검을 절대 놓지 않았다.
“하아….”
라온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는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음에도 즐겁다는 듯 흥겨운 미소를 띄웠다.
“…진짜 괴물이냐.”
로렌스가 입술을 질겅 깨물었다.
“오냐! 어디 계속 와 봐라!”
“물론입니다.”
라온이 웃으며 로렌스에게 달려들었다.
수합. 수십 합 그리고 수백 합을 부딪치며 그가 쥐고 있는 두 자루의 검이 쉴 새 없이 변해간다.
치이이잉!
빠르고, 느리고, 강하고, 약하고, 무겁고, 가볍고, 절도 있고, 비어 있고. 이제는 무언지 알 수 없는 검술로 자신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퍼어억!
로렌스는 라온을 거칠게 밀어내고서 이를 갈았다.
‘…안 되겠군.’
여기서 끝을 내야겠어.
역해무의 흐름이 뚝뚝 끊어지기 시작한다. 이 정도로 길게 싸워본 적이 없기에 자신에게도 한계가 찾아오고 있었다.
라온 역시 한계를 넘어서 싸우고 있기에 몸이 망가지고 있었다. 둘 모두를 위해서 여기서 마무리 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파아아아앙!
로렌스는 신검과 마검이 일으킨 불꽃과 서리의 파도을 동시에 지워버리고, 라온에게 쇄도했다.
우우우우웅!
두 손을 펼쳐서 라온의 가슴과 복부를 노렸다. 그가 어떤 공격을 하더라도 지워버릴 수 있도록 양손 위에 역해무의 기운을 모조리 응집시켰다.
쿠웅!
라온은 눈앞이 하얀 기류로 가득 찬 순간 오히려 앞으로 왼발을 뻗었다.
‘이건 막을 수 없어.’
오러의 차이 그리고 경지의 차이로 현재 자신의 검으로 저 역해무의 기운을 이겨내는 건 무리다.
방법은 하나. 자신의 검술로 저 역해무를 지워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후우우우욱!
신마조화결을 가라앉혔다. 신검의 불꽃과 마검의 서리를 지우며 제천검의 은빛 칼날을 드러냈다.
불길과 냉기를 모두 비운 채 심상의 세계를 개방했다.
만검의 길. 진정한 만검을 추구하는 자신만의 검식들이 제천검 위로 응집되며 황금빛 섬광을 일으켰다.
“뭐가 되었어도 늦었다!”
로렌스는 그 어떤 검술이라도 지워버리겠다는 듯 천지사방으로 역해무의 기운을 뿌렸다. 이 공간 자체가 그에게 지배당하는 것 같았다.
우우우우웅!
라온은 신의 손아귀처럼 뻗어오는 새하얀 안개를 향해 두 손으로 잡은 제천검을 내리그었다.
검계현신 개벽.
온 세상의 검술을 담아낸 황금빛 광휘와 모든 검술을 지워버리는 하얀 안개가 격돌하며 천지사방으로 용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산을 부수는 듯한 굉음 뒤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폭발하며 땅거죽이 뒤집히고, 사위가 새까맣게 물들었다.
“음!”
렉타르가 눈매를 찌푸린 채 손을 내리자, 바람이 불어와 공터를 가득 채운 검은 연기를 지워버렸다.
흙먼지가 가라앉고 보이는 건 무릎을 꿇은 라온과 땅에 손을 짚고 있는 로렌스였다. 호각. 두 사람의 마지막 대련은 무승부로 끝이 났다.
“야 이 미친놈아….”
로렌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이를 갈았다.
“날 죽일 셈이었냐!”
“로렌스 님이라면 받아주실 줄 알았습니다.”
라온이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진정으로 미친놈이다. 전대 성검련주보다 더 돌았다고!”
로렌스는 찬사인지 욕인지 모를 말을 하며 눈꺼풀을 떨었다.
“자주 듣는 소리네요.”
라온이 픽 웃다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하며 로렌스에게 목례를 했다.
“개똥같은 소리.”
로렌스가 미간을 찌푸린 채 대자로 드러누웠다.
“봐줬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그는 헛소리 말라며 손을 저었다.
“로렌스 님이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으면 바로 끝났을 겁니다. 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셨잖아요. 마지막에도 힘을 뺐고.”
라온은 다 알고 있다며 웃었다.
“정말 감사….”
“됐고. 그랜드 마스터의 극에 오른 걸 축하한다.”
로렌스는 그 말을 하며 라온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오? 칭찬은 처음 아니에요?”
“네, 네놈에게 2달 동안 시달렸으니, 이 말은 먼저 해주고 싶었다.”
그는 그 말을 하고서 붉어진 얼굴을 홱 돌렸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로렌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
“신세가 아니라, 민폐였다!”
로렌스는 단어를 제대로 말하라며 콧잔등을 찌푸렸다.
“그건 그렇네요.”
라온이 옅은 미소를 그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헌데….”
로렌스가 라온을 보며 고개를 모로 틀었다.
“네놈 초월에 오를 실마리는 얻었느냐?”
“음….”
라온은 바로 답을 하지 않았다. 로렌스와 렉타르, 그리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씩 훑은 후 밤하늘을 올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 찾은 것 같아요.”
* * *
라온은 로렌스와의 대련을 끝낸 후 저택으로 돌아와 바로 방에 들어갔다.
모든 힘을 다 뺐기 때문인지 피로가 몰려와서 서 있기도 힘들었다.
‘오늘 대련 어땠어?’
라온은 침대에 등을 기댄 채 꼬리를 살랑거리는 라스에게 손을 뻗었다.
-아직 하아아아아안참 모자르니라!
라스는 여전히 허접하다고 말하며 자신의 손을 쳐냈다.
-방아깨비 녀석이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면 맞서 찌르기도 안 됐을 것이고, 검술이 성장한 건 맞지만 조합이 너무 조잡했느니라. 한참 더 연구해야 해. 거기다 검술에 집중하느라 오러의 움직임도 둔해졌느니라!
녀석은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처럼 입을 조잘거리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떠들었다.
-하지만! 발전한 것 역시 사실이니라. 이곳에서의 두 달은 지그하르트에서의 1년보다도 더 컸을 것이야.
라스는 정말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라온은 라스가 말해주었던 단점들을 되새기며 웃었다.
-고마우면 구슬 아이스크림이나 사오거라!
라스는 말로 끝내지 말라며 손을 저었다.
‘지그하르트로 돌아가면 배터지도록 사줄 게.’
라온은 라스에게 약속을 해주고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역시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네.’
검술이 성장한 만큼 그에 따른 조합도 신경을 써야 했고, 오러와 육체의 움직임에도 집중해야 했다.
초월에 오르기 위해서 앞으로도 할 일이 많았다.
-헌데.
라스가 눈매를 찌푸리며 코앞으로 다가왔다.
‘응?’
-네놈이 생각한 초월에 오를 실마리가 무엇이냐?
녀석은 어떤 가치를 생각하고 있냐며 고개를 까딱였다.
‘음, 일단 두 가지야. 조금 부끄럽기는 한데….’
라온이 입맛을 다시며 말을 하려고 할 때였다.
[만검의 싹이 틔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0포인트 상승합니다.] [특성 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의 등급이 12성을 넘어서 새로운 특성….] [새로운 칭호….]성검련에서 두 달 동안 수련하며 쌓인 보상들이 단숨에 찾아왔다.
-이런 빌어먹을!
라스가 메시지를 후려치며 고개를 떨었다.
-이놈은 타이밍을 더럽게 못 맞추느니라! 이 정도면 기다리고 있다가 본왕을 놀리려는 게 분명하다… 어?
녀석은 분해주겠다며 이를 갈다가 칭호를 보고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푸헤헤헤헤!
라스는 새로운 칭호를 가리키며 폭소를 터트렸다.
[새로운 칭호 가 생성됩니다.]-거머리란다! 이제 저놈도 네 거머리 기질을 인정한 것이니라!
녀석은 드디어 본인의 말이 먹힌다며 키득였다.
하지만 라온은 다른 쪽을 살피느라 칭호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이 새로운 특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