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07
제807화
“너 지금….”
다르칸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턱을 모로 틀었다.
“뭐라고 한 거냐?”
“지금부터는 내가 네 검술을 받겠다고 했다.”
라온은 다르칸의 앞에 선 채로 제천검의 검병에 손을 얹었다.
“크하하하하!”
다르칸이 붉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광소를 터트렸다. 한참 동안 웃던 그가 웃음을 뚝 끊은 채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오늘 네 할아버지가 준비한 식사가 꽤 만족스러웠거든? 쓸데없이 내 입맛을 망치지 마라.”
다르칸은 렉타르와의 대련이 즐거웠다며 물러나라고 턱짓을 했다.
“아쉬울 텐데?”
라온은 다르칸의 경고를 무시한 채로 손가락을 까딱였다.
“아직 갈증이 풀리지 않았잖아.”
다르칸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검은 안대를 보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하, 그 갈증을 네놈이 채워줄 수 있다는 건가?”
다르칸이 천천히 고개를 내린다. 그의 눈이 되살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심장을 꽉 옥죄이는 시선이 느껴졌다.
“애송이 따위가?”
다르칸은 장난이 아니라는 듯 진득한 살기를 일으킨 채 라온을 바라보았다.
-네놈 미친 것이냐?
라스도 어이가 없다며 라온의 멱살을 잡았다.
-당장 취소하거라!
녀석은 절대 못 막는다며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야. 하지만….”
라온은 다르칸의 살기를 간신히 견디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 멀리 않은 시일 안에 네놈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 거다. 누구도 보지 못한 새로운 검술로.”
그 말을 하며 제천검의 검병을 꽉 움켜쥐었다.
“무슨 개소리를 하나 했더니….”
다르칸이 다 알겠다는 듯 턱을 주억였다.
“시간을 끌려고 하는 거였나.”
그가 라온의 뒤에 있는 렉타르를 보며 키득거렸다.
“아쉽지만 렉타르는 이제 싸울 수 없다. 그가 지닌 의지 자체를 베어버렸으니까.”
다르칸은 시간을 끌어도 의미가 없다며 손을 내렸다.
“라온 지그하르트. 네게 흥미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현재의 무력이 아닌, 네놈의 재능 때문이다. 그에 대한 확인이 끝난다면, 네 몸뚱이는 글렌을 불러올 미끼에 지나지 않아.”
그는 지금 당장 죽일 수도 있다며 섬뜩한 기파를 일으켰다. 심검을 보았기 때문인지 예전과는 생각이 달라진 것 같았다.
“그럼 시험해봐. 내 가능성을.”
라온은 다르칸의 기파에 짓눌리지 않고, 당당히 허리를 폈다.
‘죽을 것 같군.’
멀쩡한 척하고 있지만, 다르칸의 강대한 기파에 전신이 으깨지는 듯한 느낌이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정신력을 다 쏟아내야 할 정도였다.
“혹시 겁나나?”
라온은 은은한 미소까지 만들며 다르칸을 바라보았다.
‘다르칸은 다른 오마와 달라.’
다르칸은 오마에 속해 있지만, 선인도 악인도 아니다.
그저 검술에 대한 열망으로 영혼을 가득 채운 괴짜였기에 분명 자신의 도발이 먹혀들 것이다.
‘할아버지와의 싸움만 봐도 놈의 성격을 알 수 있지.’
다르칸은 마지막 심검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전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렉타르가 펼쳐낸 마지막 절기 역시 막거나, 피할 수 있음에도 새로운 검을 느끼고 싶다며 몸으로 맞았다.
비등한 싸움처럼 보였지만, 실제 렉타르와 다르칸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긴 강이 흐르고 있었다.
‘저런 미친놈이기에 내 도발이 통할 거야.’
글렌도, 렉타르도 자신의 검은 누구도 걷지 않은 진정한 만검의 길이라고 했었다.
새로운 검술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다르칸은 분명 자신을 놓아줄 것이다.
“라, 라온. 안 된다….”
렉타르가 검은 피를 토하면서도 떨어진 검을 다시 움켜쥐었다.
“내가… 내가 싸우겠다.”
그는 물러나라고 말하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하?”
다르칸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하는 렉타르를 보며 눈썹을 내렸다.
“어떻게 일어날 수 있던 거지?”
그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세상은 그저 검술의 경지로만 돌아가지 않아.”
라온은 뒤에서 전해지는 렉타르의 온기를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쯧….”
다르칸은 렉타르의 눈을 바라보다가 혀를 찼다.
“그저 일어나기만 했을 뿐이다. 싸울 수는 없어.”
“…싸울 수 있다.”
렉타르는 느릿한 걸음으로 나아가 라온의 앞에 섰다.
“내 목숨이 꺾어도, 내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그는 마음을 짓누르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검을 들어 올렸다.
벌레 하나 벨 수 없는 상태였지만, 손자를 지키겠다는 신념이 느껴졌다.
“음….”
다르칸은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을 꾹 내리눌렀다.
“괜찮아요. 할아버지.”
라온은 팔과 다리를 떠는 렉타르를 안아주며 고개를 저었다.
“이 뒤는 제게 맡겨주세요.”
걱정말라고 말하며 렉타르를 뒤에 앉혔다.
“눈물겹군. 허나….”
“쫄리면 안 해도 돼.”
라온이 다르칸을 돌아보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뭐?”
다르칸의 매끈한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네놈 지금 뭐라고….”
“혓바닥이 길어지는 거 보니까. 내 미래가 두려운 모양인데, 그럼 지금 죽여도 된다고.”
라온은 정말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며 두 팔을 펼쳤다.
“너… 정말 미치기라도 한 것이냐?”
다르칸이 눈썹을 깊게 내렸다.
“검에 미쳐있다는 사람이 새로운 검술을 보여준다고 해도 싫어하면 겁먹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지.”
라온이 다르칸의 살기를 받아들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정말 네놈이 새로운 검술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가?”
다르칸은 도발에 넘어가기 직전인 듯 살짝 입술을 떨었다.
“그래. 오직 검술이라면 보여줄 수 있다.”
“오직 검술?”
“네가 초월의 힘을 그대로 드러낸다면 나는 일검도 막을 수 없을 테니까.”
라온은 잘 생각해보라며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
다르칸은 라온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듯 입을 닫은 채 검은 안대 속에서 묵직한 시선만을 보내왔다.
“…….”
라온 역시 팔짱을 낀 채로 다르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좋다. 하지만 네놈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르칸이 턱이 칼날처럼 매섭게 떨어졌다.
“네 뒤에 있는 놈들을 죽이고, 너를 내 제자로 삼을 것이다. 내 입맛대로 움직이는 인형으로 만들어주지.”
그는 다짐하듯 가늘게 이를 갈았다.
“좋아.”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르칸의 앞에 섰다.
-이, 이게 통한다고?
라스가 다르칸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저놈 대가리가 터진 거 아니냐? 어찌….
‘단순히 도발만 한 게 아니니까.’
-어?
‘칭호가 있잖아.’
자신에게는 칭호가 있다.
저 칭호는 강자에게도 정신적인 혼란을 일으키기에 검술에 대한 다르칸의 욕망을 더 크게 자극했을 것이다.
-끄으윽! 결국 또 본왕이 도와준 건가….
라스가 분하다는 듯 이를 갈았다.
-하, 하지만 저놈은 분명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니라!
‘아니, 지킬걸.’
다르칸의 검에 대한 열망은 자신이나, 심지어 글렌도 따라갈 수 없다.
심검을 보기 위해서 스스로의 눈알을 파낼 정도이니, 새로운 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아무런 방해도 하지 않고 물러날 것이다.
“라, 라온!”
“할 필요 없다! 너무 위험해!”
로렌스와 잘레크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라온….”
렉타르는 스스로의 무력함을 느낀 듯 입술을 깨문 채 자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버렌, 마르타, 루난, 도리안은 자신을 믿는다는 듯 차분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걱정마세요.”
라온은 그 모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친 후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 * *
라온은 저택과 집이 날아간 성검련의 공터 앞에서 다르칸과 마주섰다.
“딱 세 번이다.”
다르칸이 손가락 세 개를 들어 올렸다.
“네놈의 힘에 맞춰서 세 번의 검을 펼칠 테니, 한 번이라도 날 실망시킨다면 그대로 끝이다.”
“내가 널 만족시킨다면?”
라온이 다르칸의 손가락을 보며 턱을 내렸다.
“네 말대로 정말 새로운 검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다르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있는 누구도 건드리지 않고, 사라져주마.”
그는 약속하겠다는 듯 스스로의 가슴을 두드렸다.
“좋아.”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제천검과 진혼검을 뽑았다.
다르칸과 달리 자신은 전력을 다해야 하기에 바로 신마조화결을 열었다.
후우우우욱!
신검과 마검을 양손에 잡은 채 불의 고리를 공명시켰다. 분노의 마안과 설화의 감각까지 운용하며 만전의 태세를 갖췄다.
“준비가 되었다면 시작하지.”
다르칸이 잘레크의 검을 부드럽게 말아쥔 채 그대로 내리그었다.
평범한 내려치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극한까지 단련한 검로가 어려있었다. 평생을 단련해 온 초월자의 삶이 담긴 검술이었다.
‘일반적인 검술로는 안 돼!’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어떤 검술로도 저 내려치기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예상과는 다르지만,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 전력을 다 드러내야 할 것 같았다.
쿠우웅!
라온이 진각을 밟으며 신검과 마검을 사선으로 교차시켰다.
라온 지그하르트류 검식.
제6형 신마조화결 연계기 청홍무적검.
청홍무적은 신마조화결에 남은 기운을 모조리 쏟아내서 강대한 힘으로 상대를 베어버리는 검술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힘만이 아니라, 불꽃과 서리로 타오르는 두 자루의 검 안에 자신이 쌓아 올린 묘리를 담았다.
신검에는 빠름, 가벼움, 변화, 환상 그리고 패기를 담았고, 마검에는 느림, 무거움, 정확함, 정중함 그리고 고고함을 응집시켰다.
찌지지지직!
색과 결이 다른 신검과 마검이 짙은 광휘를 뿜어내며 다르칸의 내려치기와 격돌했다.
콰아아아아앙!
검과 검이 부딪친 듯한 소리가 아니라, 산이 무너진 듯한 굉음이 터진다.
다르칸이 힘을 조절했음에도 너무도 강한 기파가 경합하여 땅이 움푹 꺼지고, 하늘이 찢겨 나간 듯한 균열이 돋아났다.
“허어억….”
라온은 뒤로 열 걸음이나 물러난 채 탁한 호흡을 내뱉었다.
“분명 느껴본 검술인데, 처음 보는 것 같군.”
다르칸은 흥이 동한 듯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나쁘지 않았다.”
그는 검에 미친 인간답게 솔직한 평가를 내렸다.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라온이 빠르게 호흡을 정리하고서 고개를 저었다.
‘팔다리가 끊어질 것 같군.’
멀쩡해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속은 좋지 않았다.
육체의 힘이 빠졌고, 단전도 크게 흔들려서 충격이 심했다.
다르칸이 힘을 조절한 건 맞지만, 자신에게 맞출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이게 진짜 초월자인가,’
다르칸의 입장에서는 나름 힘을 크게 줄였을 텐데, 이 정도의 충격을 일으키다니, 역시나 초월의 벽은 높고도 높았다.
“그럼 두 번째다. 이번은 조금 다를 것이야.”
다르칸이 뺨에 홍조를 띄운 채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놓았다.
이기어검. 기운만 조절해 줄 뿐 봐줄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후우우우욱!
그의 이기어검이 사람이 행할 수 없는 기괴한 각도로 꺾여서 자신의 목을 향해 쇄도했다.
쿠구구구구!
투로도 투로지만, 이기어검에 담겨 있는 기운은 쉽사리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개벽?’
아니야. 지금은 안 돼.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개벽은 세 번째를 위해서 남겨두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이 상태로 막아내야 했다.
‘도박을 하는 수 밖에.’
아직 미완의 무학이지만, 개벽 없이 저 이기어검을 막을 수 있는 건 딱 하나뿐이었다.
우우우웅!
라온의 뇌리가 벼락을 맞은 듯 빠르게 회전하며 역해무와 격해무의 구결을 분절시켰다.
검술의 투로를 지우는 역해무와 상대의 오러를 뚫어내는 격해무. 신묘한 두 무학의 구결이 퍼즐처럼 이어지며 새로운 무학의 흐름을 그려냈다.
어지러운 두 무학 사이의 균형을 조율하는 건 통찰력. 미약하게나마 개방된 심안의 능력이 역해무와 격해무를 잇는 동아줄이 되어주었다.
화아아아악!
불이 꺼져가는 신검과 냉기가 사라지는 마검이 새벽안개 같은 보랏빛을 일으킨다.
아직 이름조차 짓지 않은 미완의 검술이 다르칸의 이기어검이 지닌 검로를 지우고, 그 안에 깃든 강대한 힘을 사그라뜨렸다.
후우욱!
첫 번째 격돌과 달리 자그마한 충격파도, 굉음도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전해진 여파는 그 이상이었다.
“아, 아무리 힘을 조절했다고 해도 이기어검을 저리 쉽게…?”
렉타르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저거 내 역해무인가?”
로렌스는 본인의 역해무가 섞인 라온의 무학을 보고서 입술을 떨었다.
“결국 심안의 틈을 열었어.”
잘레크 역시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다른 이들 역시 이기어검이 그대로 가라앉은 것을 보며 떡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커헉….”
라온이 결국 참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 새로운 무학을 만드는 건 좋았지만, 이기어검의 힘 때문에 결국 내상을 입게 되었다.
“파훼술을 이용한 새로운 검술을 만든 건가. 야왕의 격해무도 섞인 것 같군. 신묘해.”
다르칸은 이번에도 만족스럽다며 큼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추잡한 파훼술을 새로우면서도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검술로 만들다니, 나쁘지 않았다.”
그는 이 시간이 즐겁다는 듯 입꼬리를 길게 말아 올렸다.
“하지만 아직 한 수가 남았다. 여기서 날 실망시킨다면 다 끝이다.”
“알고 있어.”
라온이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준비하도록.”
다르칸은 잠시 호흡을 할 시간을 주겠다는 듯 턱을 까딱였다.
“후우….”
라온이 신검의 불이 꺼진 제천검을 말아쥔 채 눈을 내리감았다.
‘간신히 개벽을 쓸 힘은 남았군.’
자신의 삶과 함께 성장하는 검계현신 개벽. 성검련에서의 수련과 명상 덕분에 한층 더 성장했으니, 입맛이 까다로운 다르칸에게도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준비됐다.”
라온은 탁해진 호흡을 가라앉힌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지막 수를 시작하지.”
다르칸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이기어검이 뚝 떨어지고, 그의 손아귀에서 새까만 빛의 검이 솟구쳤다.
‘어…?’
라온이 불꽃처럼 타오른 암흑의 검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심검?’
이 세 번의 대결은 어디까지나 시험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미친놈에게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리 힘을 조절한다고 해도 심검을 끌어낼 줄은 몰랐다.
‘빌어먹을!’
심검을 보는 건 두 번째지만, 어떻게 막을지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흰 물감을 칠한 것처럼 머릿속이 하얗게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아니, 결국은 똑같아.’
심검이 모든 것을 뚫고, 영혼을 베는 검이라고 해도 자신이 보여줘야 할 건 결국 검술이었다.
불의 고리를 극성으로 공명시키고, 영혼 속 분노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아무리 날카로운 검이라고 해도 벨 수 없을 정도로 영혼을 굳건하게 다지며 검계를 열었다.
화아아아아악!
제천검의 검신 위로 황금빛 광망이 펼쳐지며 심상의 세계에서 쌓아 올린 검의 묘리들이 응집된다.
하나의 빛 속에 만개의 검로가 어리며 장대한 검술의 물결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아!
자신의 모든 것이 깃든 검술이 심검과 부딪친다.
본래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다르칸이 자신을 알아보기 위해서 일부러 개벽과 맞대준 것 같았다.
개벽의 빛이 심검의 암흑 속에 지워진다. 하지만 자신이 다듬은 검술들은 발악하듯 마지막까지 버티며 어둠의 검을 물고 늘어졌다.
‘버텼어!’
라온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심검을 밀어낸 건 아니지만, 힘을 약화시켰다.
이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며 더욱더 영혼의 격을 끌어 올렸다.
“좋구나!”
하지만 다르칸은 여기서 끝낼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만족스럽다는 듯 크게 웃으며 심검의 칼날을 더 두껍게 세웠다.
저 미친놈은 시험에 만족했기에 새로운 시험을 하려는 것 같았다.
치이이이이익!
다르칸의 심검이 자신의 육체를 뛰어넘어 영혼을 가르기 위해 파고든다.
찌지지직!
흑색의 칼날이 라온의 영혼을 베려는 찰나.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쿠구구구구!
라온의 영혼에 닿아 있는 또 다른 존재. 분노의 군주의 영혼이 그 칼날과 마주 섰다.
-버러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