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16
제816화
라온은 담담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랬군.’
대륙을 뒤덮은 수많은 몬스터들, 현세에는 존재하지 않는 하얀 눈동자의 괴인 그리고 도검존의 무덤에서 있었던 일 덕분에 자신의 꿈에 나왔던 선조가 초대 지그하르트의 가주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그 눈을 보니, 알고 있었던 것 같구나.”
글렌은 자신의 표정을 읽은 듯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초, 초대 지그하르트 가주라고?”
버렌이 마른침을 삼키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설마 그 책도?”
그는 이기어검의 무학서를 쓴 지그하르트의 선조가 초대 가주라는 것을 눈치챈 듯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것 같아.”
라온이 품에서 이기어검의 무학서를 꺼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무학서를 초대 가주님이 쓴 거였어?”
“우와아아아….”
마르타와 도리안도 경악한 듯 눈을 부릅떴다.
“초대 가주님의 무학서?”
글렌은 무슨 말을 하냐는 듯 의문이 담긴 눈으로 라온의 손에 들린 무학서를 바라보았다.
“다르칸과의 일에서 다 말씀드리지 못한 게 있습니다.”
라온이 단상을 올라가서 글렌에게 무학서를 내밀었다.
“다르칸이 제게 빚을 갚는다면서 준 이기어검의 무학서입니다. 헌데 이 안에 적힌 이기어검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입술을 뗐다.
“제 꿈에 나온 금발적안의 검사가 사용한 이기어검과 완전히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한 거였군.”
글렌은 이제야 이해된다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네가 가져간 만화공.”
그가 라온의 단전 속에서 꿈틀거리는 불길을 느끼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천 년 동안 그 누구의 손도 허락하지 않았던 그 무학 역시 초대 가주님의 것이다.”
글렌이 라온의 어깨를 잡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그렸다.
“나는 글귀에서만 그분을 뵈었는데, 만화공이 네게 이어지고, 꿈까지 꾸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선조께서는 후손을 차별하시는 것 같구나.”
그는 아쉬운 게 아니라, 오히려 기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꿈이었어?”
루난은 다른 무엇보다도 꿈 내용이 궁금하다는 듯 맹한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음….”
라온이 글렌과 그의 옆에 있는 셰릴, 로엔을 보며 복부 앞에 모으고 있던 손을 내렸다.
‘여기서는 말해도 되겠지.’
지금 알현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있었기에 꿈에서 본 이야기를 해도 별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현 성검련의 땅에서….”
라온은 꿈에서 보았던 초대 가주와 그의 동료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의 과장이나, 축소 없이 그대로 말해주었다.
“전대 성검련주가 이 책을 발견 한 장소가 현 성검련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성검련과 지그하르트 사이에는 저희가 모르는 깊은 관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으음….”
글렌도 그 부분은 놀라운 듯 눈썹을 높게 들어 올렸다.
“그게 정말이라면 단순한 꿈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겠어.”
셰릴이 날카로운 눈빛을 드러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꿈에서 본 이기어검을 재현하신 것만 보아도 그건 평범한 꿈이 아닐 겁니다. 기억을 담아내는 마법이나, 주술일 수도 있겠군요.”
로엔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생각해 봐야겠다며 허허 웃었다.
“그래서 가주님께 여쭈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라온이 무학서를 아래로 내리고 글렌을 바라보았다.
“초대 가주님께서는 대체 어떤 분이십니까?”
글렌이라면 초대 가주의 행적에 대해 알 수도 있기에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초대 가주님이 살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이다.”
글렌이 천천히 눈을 내리감았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지만, 멸망의 용이 강림하고, 몬스터가 인간을 지배하던 시기. 인간의 시대가 아니었기에 당시에 관한 기록은 많지 않아.”
그는 초대 가주에 관한 내용은 본인도 알 수가 없다며 짧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요….”
라온이 가늘게 입술을 깨물었다.
‘하긴 그 시대의 서적은 데루스도 거의 구하지 못했으니까.’
천 년 전 역사에 관한 책이나, 기록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내용은 멸망의 마룡과 인간 대 몬스터의 끝없는 전쟁뿐. 그 외의 내용은 천차만별이라 신뢰성이 떨어졌다.
“다만 지그하르트에는 몇 가지 기록이 남아 있다.”
글렌이 옥좌를 잡고 있던 손을 들어 검지를 폈다.
“초대 가주님이 동료들과 함께 멸망의 마룡을 베고, 그 시체 위에 이 지그하르트를 세웠다는 것. 다만 다른 사료에는 남쪽에서 베었다고도 하고, 인간 전체가 힘을 합쳤다고도 하니 이건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것 같구나. 다만 모든 사료에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그가 눈썹을 내린 채 낮은 숨을 내쉬었다.
“가문을 세운 이후 초대 가주님의 행적이 뚝 끊어졌다는 점이다.”
“행적이 끊어져요?”
“그래. 그분께서는 지그하르트를 세우고, 가문을 안정시킨 후에 홀연히 사라지셨다.”
글렌은 가문을 세운 이후에 지그하르트에 돌아오지 않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음….”
라온이 행적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며 눈매를 좁혔다.
‘도검존의 이야기와 비슷해.’
글렌의 이야기는 도검존의 무덤 속에서 그가 했던 말과 흡사한 구석이 있었다.
‘점점 의문이 드는군.’
초대 가주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가 정말 멸망의 용과 싸웠는지, 눈동자의 흑백이 바뀐 괴인이 누구인지도 궁금해졌다.
“정말 궁금하다면 비연회의 지하로 가보거라.”
글렌이 짧게 턱을 까딱였다.
“비연회의 지하요?”
“너도 알다시피 비연회는 지그하르트의 정보 단체다. 그 역사는 지그하르트의 시작과도 같지. 나조차도 다 보지 못했으니, 그곳을 뒤져본다면 무언가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는 허가장을 써줄 테니, 직접 조사를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한 발 물러서서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그래. 피곤할 테니, 오늘은 이만 가보거라.”
글렌은 수고했다고 말하며 손을 저었다.
“나중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라온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서 버렌, 마르타, 도리안, 루난과 함께 알현실을 떠났다.
“…놀랍군요.”
로엔이 라온이 서 있던 카펫 위를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그날의 일이 우연이 아니었던 걸까요?”
그는 라온이 만화공을 얻었던 일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초대 가주님의 무학서가 재가 되었다고 했죠?”
셰릴이 로엔을 바라보며 손끝을 매만졌다.
“예. 무학서는 황금색 불길에 타버렸고, 라온 님은 그 책의 내용이 모두 머리에 새겨졌다고 하셨습니다.”
로엔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 저 아이는 대체….”
셰릴은 이해가 안 된다며 헛바람을 흘렸다.
“우연이 계속되면 우연이 아닌 법이지.”
글렌이 짧게 고개를 저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라온이 초대 가주님께 선택을 받았는지도 모르겠구나.”
그는 먼 산을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
세 사람은 잠시 말을 멈춘 채 서산 아래로 내려서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초대 가주님에 대해서 조사해 보도록.”
글렌은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잔잔했던 눈빛으로 진득한 뇌광이 번졌다.
“선조라고 해도 라온에게 해를 끼친다면 놔둘 수가 없으니까.”
* * *
라온은 가주전을 나오자마자 뒤를 돌아보았다.
“조만간 임무가 있을 것 같으니까.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하도록.”
버렌, 마르타, 루난, 도리안에게 휴식을 지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연무장으로 갈 거야. 조원 놈들 하나같이 나사가 빠져서 그냥 놔둘 수가 없어!”
마르타는 5연무장에 가서 다 조질 거라며 눈매를 찌푸렸다.
“우리 애들도 마찬가지다. 눈에 독기가 빠졌더군.”
버렌도 제대로 된 수련을 보여주어야겠다며 입맛을 다셨다.
“음…. 음…. 음…. 나도 갈게.”
루난은 고민이 되는 듯 여러 번 입맛을 다셨다. 다만 그녀도 조원들을 그냥 놔둘 수는 없다며 주먹을 쥐었다.
“저도요! 크레인은 제가 조지겠습니다!”
도리안은 크레인에게 심안의 위엄을 보여주겠다며 헤죽 웃었다.
“좋네. 그럼 내일 연무장에서 보자.”
라온이 가볍게 손을 젓고서 먼저 별관으로 떠났다.
‘그래. 일단 눈앞의 일부터 생각하자.’
천 년 전의 일로 조급해할 필요는 없으니까.
초대 가주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노리는지는 궁금하지만, 안달한다고 정보가 얻어지는 건 아니다.
지금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며 조금씩 조사해 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
-잘 알고 있구나. 요리도 갑자기 센 불에 하면 다 타버리는 법이니라!
라스는 잘 생각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김에 저녁 먹고 구슬 아이스크림 매장에 가는 건 어떻겠느냐?
녀석은 자신의 눈치를 보며 통통한 팔꿈치로 허리를 툭툭 찔렀다.
‘그러지 뭐.’
-역시 안 될 줄 알았… 어?
라스가 눈을 번쩍 떴다.
-저, 정말이냐? 네놈이 웬일로?
‘네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라스가 나서준 덕분에 성검련주를 막을 수 있었고, 러스트의 권능도 얻었다. 구슬 아이스크림 정도는 얼마든지 사줄 수 있었다.
-그, 그러면 파르페도?
‘사주지 뭐.’
-초, 초코칩 쿠키랑 파인애플 쿠키는?
‘그래.’
-민트초코 차도?
‘적당히 좀 해!’
라온이 결국 참지 못하고 라스를 걷어찼다.
-끼에에엑!
공처럼 바닥을 구르는 라스를 보다가 눈매를 좁혔다.
‘음?’
또 누군가가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멀린인가?’
아니야.
멀린이라면 분명 자신을 찾아왔을 테니, 그녀는 아닐 것이다.
‘그냥 기분 탓인가.’
라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 다시 별관으로 향했다.
* * *
“역시 좋아.”
올빼미로 변한 멀린이 별관으로 걸어가는 라온을 보며 길게 입맛을 다셨다.
“저 얼굴을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니까.”
그녀는 라온을 본 것으로 흥분한 듯 날개를 부르르 떨며 콧노래를 불렀다.
“입 좀 다물어….”
러스트는 라온이 아니라 지그하르트 전경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저건 뭐야. 정말 인간이야?”
가장 높은 건물 안에서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라스를 찾기 위해서 수많은 마족과 인간을 마주쳤지만, 저 정도 되는 존재는 처음이었다.
‘이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들킬 거야.’
저 안에 있는 인간에게서 이 지역 전체를 지키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피어났다.
단순히 강한 게 아니라, 강렬한 신념까지 느껴지기에 등골 사이로 오싹한 소름이 돋아올랐다.
“후후후.”
올빼미의 육체에 깃든 멀린이 러스트를 보며 꺄르르 웃었다.
“그 몸뚱이로는 들어가는 순간 할아버님의 칼집이 될걸?”
그녀는 죽고 싶으면 뛰어들라며 고개를 까딱였다.
“아니, 아니지.”
러스트가 낮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저런 인간이 처음은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야?”
멀린이 귀를 쫑긋 세웠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인간을 넘어선 거대한 존재와 마주쳤다. 저 안에 인간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괴물이었지. 물론 그는 섞여 있었지만….”
러스트는 저 정도 되는 인간이 둘이나 있을 줄은 몰랐다며 눈매를 찌푸렸다.
“응. 다른 놈은 관심 없고. 이제 다 끝났네.”
멀린이 올빼미의 얼굴로 러스트를 비웃으며 날개를 팔랑였다.
“끝나다니?”
러스트가 멀린을 보며 턱을 모로 틀었다.
“네가 거기서 한 발짝만 움직여도 할아버님이 날아와서 네 모가지를 벨 테니까. 스토킹 대결은 여기서 끝이지.”
멀린이 날개로 목을 베는 시늉을 하며 키득거렸다.
“그럼 난 이만.”
그녀는 저이와 잘 먹고 잘살겠다고 외치고서 날개를 길게 펼쳤다.
“잠깐!”
러스트가 눈썹을 내린 채 고개를 저었다.
“아직이야.”
그녀가 입술을 꾹 깨물며 오른쪽 눈에 손을 얹었다. 푸른 눈동자가 붉은빛으로 물들며 농염한 향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아!
러스트는 분홍빛 기류로 투명한 연기를 만들어서 지그하르트 안으로 날려 보냈다. 오러나, 마나가 아닌 마왕의 영혼을 이용한 탐색이었다.
“영혼?”
멀린이 공기 중에 녹아드는 러스트의 영혼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대기에 영혼을 녹인다고? 그건 회수할 수 없을 텐데?”
동물과 교감하는 자신과 달리 저렇게 소모하는 영혼은 절대 회수가 불가능하다. 말 그대로 본인의 영혼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날 너 같은 인간 따위와 비교하지 말거라.”
러스트가 턱을 치켜든 채 비웃음을 그렸다.
“저 정도는 얼마든지 버려도 상관없으니까.”
그녀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는 영혼도 아깝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흥!”
멀린이 이를 갈면서 폴짝 날아올랐다. 그녀는 올빼미의 날개를 이용해서 공기 중에 퍼지는 러스트의 영혼 조각을 지그하르트가 아닌 뒤로 날려 보냈다.
똑같이 영혼을 소모하는 모자란 짓이었다.
“뭐하는 거야!”
“날갯짓.”
멀린은 그저 날고 있을 뿐이라며 콧바람을 뿜었다.
“하지 마! 아직 다 못 녹였다고!”
“이 허접한 인간을 이겨보시지?”
“오냐! 어디 해보자!”
* * *
마왕과 마법사가 서로의 영혼을 걸고 싸우는 동안 라온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갔다.
-캬아아아!
라스가 뺨을 빨갛게 물들인 채 양손을 팔딱였다.
-역시 집밥이 최고이니라! 맛도 맛이고, 본왕이 좋아하는 요리도 많고, 정성이 넘치느니라!
녀석은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며 배를 잡은 채 헤죽거렸다.
‘기분 좋나 보네.’
라온이 침대에 걸터앉으며 피식 웃었다.
-좋다마다!
라스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맛난 음식으로 배를 채웠고, 이제는 네놈이 사주는 아이스크림까지 먹을 텐데, 안 좋을 수가 있겠냐고!
녀석은 기대된다며 길게 입맛을 다셨다.
“아….”
라온이 혀를 날름거리는 라스를 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네가 먹고 싶다는 음식을 다 먹다 보니 배가 부른데, 내일 가는 건….”
-왈!
라스는 절대 안 된다는 듯 강아지가 짖는 듯한 외침을 터트렸다.
귀여운 외침과 달리 일렁거리는 푸른 눈동자는 전장에 선 장수를 보는 듯했다.
-지금의 좋은 기분을 망치지 말란 말이다!
‘알았다. 알았어.’
라온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라스가 말로 해서는 말을 듣지 않는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본왕은 맛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엄마를 봐서 기분이 매우 좋으니라. 흥을 깨지 말거라.
녀석이 빨리 움직이라며 손을 움직일 때였다.
[초월자의 진심 어린 인정을 받았습니다.] [불가능한 위업을 이뤄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특성….] [특성….]다르칸을 이겨내며 쌓였던 보상 메시지가 단숨에 올라왔다.
“왜 안 올라오나 했네.”
라온이 메시지를 보며 씩 웃었다.
“기분 괜찮아?”
그 말을 하며 뒤를 돌아보는데, 라스는 억지로 흥분을 가라앉히는 듯 턱을 부르르 떨었다.
-보, 본왕을 무엇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분노의 군주이니라! 당연히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느니라!
라스는 화가 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메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색욕의 마왕을 농락하셨습니다.] [불가능한 위업을 이뤄내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두 번째에서는 러스트를 농락한 것에 대한 메시지가 올라왔다.
“라스?”
-끄으윽, 아직 기분 괜찮으니라. 보, 본왕의 숨이 끊어지기 전에 어서 아이스크림 매장에….
녀석이 억지로 웃으며 손을 내리려고 할 때 또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지막 메시지를 본 라스의 일그러진 웃음이 쨍하고 깨졌다.
-지, 지금 본왕이랑 기 싸움하자는 거지!
라스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메시지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라스. 기분 괜찮아?”
-괜찮겠냐? 이 검시오패스 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