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17
제817화
-냠!
라스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의 여운을 즐겼다.
‘그렇게 맛있냐?’
라온은 상자 안에 남아 있는 마지막 구슬 아이스크림을 한입에 넣으며 턱을 까딱였다.
-민트초코는 언제 먹어도 만족스러우니라! 시원하면서도 쌉쌀해서 질리지가 않느니라!
라스는 오늘 먹은 아이스크림은 특히 맛이 좋다며 헤죽거렸다.
‘다행이네.’
라온이 픽 웃으며 텅 비어버린 구슬 아이스크림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귀찮아도 나온 보람이 있어.’
보상 메시지를 본 라스가 기 싸움에서 졌다며 계속 울부짖어서 아이스크림으로 입을 다물 게 만들었다. 참으로 피곤한 마왕님이었다.
‘이제 만족하지?’
-본왕은 아직 배가 고프느니라! 쿠키를 먹거라!
라스는 쿠키를 먹자고 외치면서 대륙 정복을 앞에 둔 황제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함께 지내면 지낼수록 어이가 없는 녀석이다.
“하아….”
라온이 한숨을 내쉬고서 번화가에서 사 온 쿠키를 씹었다. 쿠키 표면에 박힌 초코칩과 파인애플의 단맛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조화롭게 입안을 적셨다.
-키아아아! 이것도 좋구나! 초콜렛도 맛있고, 파인애플도 맛나느니라!
라스가 본인의 양 뺨을 부비며 헤죽 웃었다. 저렇게 좋아하는 음식만 먹는데도, 맛 표현이 한결같이 초라하다는 게 신기했다.
‘얘가 정말 그놈이 맞나?’
얼마 전 심상 속에서 만났던 절대적인 푸른 마왕과 지금 여기서 쿠키 하나에 행복해하는 솜사탕이 동일 인물이라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았다.
이중인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에휴.’
라온은 쿠키 하나를 입에 물고서 라스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보상 메시지를 불러왔다.
[초월자의 진심 어린 인정을 받았습니다.] [불가능한 위업을 이뤄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30포인트 상승합니다.] [특성 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의 등급이 상승합니다.]‘많이도 주는군.’
상대가 전대 성검련주 다르칸이다보니, 힘을 조절한 검술 대결만 했음에도 모든 능력치 30포인트와 두 가지 특성의 등급이 올라갔다. 예상이상의 보상이었다.
‘그리고….’
라온이 시선을 내려서 그 밑의 메시지를 살폈다.
[색욕의 마왕을 농락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40포인트 상승합니다.]러스트에게는 아예 권능을 받았기 때문인지 더 많은 수치의 포인트가 올라갔다.
다만 정말 봐야 하는 건 능력치가 아니라, 칭호의 강화였다.
‘이게 이렇게 되네.’
본래 저 칭호의 이름은 이었는데, 천지를 농락하는 혓바닥에서 이제는 차원을 농락하는 혓바닥까지 강화되었다.
칭호가 2번이나 강화되다니, 보상을 받으면서도 헛웃음이 나왔다.
더 높은 격을 가진 상대를 무력 없이 오직 언변으로만 이겨낸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능력: 자신보다 격이 높은 상대와 대화할 때 상당한 수준의 정신적 혼란을 일으킨다.
‘어?’
라온은 칭호의 효과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상당한 수준이라고?’
세상을 농락하는 혓바닥일 때는 미약한 수준이었고, 천지를 농락하는 혓바닥일 때는 보통이었는데, 차원이 되며 혼란 효과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갔다.
지금도 나름 말이 잘 먹히는데, 저게 효과를 발휘하면 정말 물을 술로 팔아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니이이이이!
쿠키의 맛을 즐기며 손가락을 빨던 라스가 활어처럼 펄떡 뛰었다.
-이 자식한테는 이런 칭호가 필요 없다고! 그냥 주둥이만 털어도 마왕 놈들이 알아서 공물을 바치는데 왜 칭호를 강화해 주는 것이냐!
라스는 이해가 안 된다며 허공을 향해 비명을 질렀다.
‘아, 그러네. 네가 매번 내 혓바닥이 천지가 아니라, 차원 급이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어.’
라온이 라스의 머리를 두드리며 웃었다.
-그거 듣고 저렇게 만든 게 분명하느니라!
라스는 지금도 기 싸움을 하고 있다며 메시지를 향해 이를 갈았다.
‘그런데 이거 너한테도 먹히나?’
-저, 절대 아니지! 본왕의 권능으로 만든 힘인데, 그게 되겠느냐!
녀석은 눈동자를 돌린 채 고개를 저었다. 휘파람까지 부는 것을 보니, 통하는 게 분명했다.
친해졌다고 이젠 거짓말도 하는 것 같았다.
‘그렇구만.’
라온이 눈동자를 힐끔힐끔 굴리는 라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오늘 받은 보상 중 가장 큰 건 이 칭호의 강화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마지막으로.’
라온이 천천히 숨을 고르고서 마지막 메시지를 불러왔다.
[특성 이 개방됩니다.]어찌보면 오늘의 메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개방의 메시지를 읽어보았다.
눈동자를 마주치는 이들에게 여러 의미의 호감을 쌓을 수 있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쌓을수록 모든 능력치와 영혼의 격, 육체의 굳건함이 강해진다.
‘이거 미쳤는데?’
라온이 색욕의 설명을 읽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라는 이름이 주는 의미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내용을 읽어보면 좋은 것뿐이었다.
-네놈의 색욕이 약하기에 그렇느니라.
라스가 색욕의 내용을 보며 짧게 입맛을 다셨다. 녀석은 색욕이 강했으면 조금 더 노골적인 의미의 능력이 되었을 거라며 콧방귀를 뀌었다.
-수도승보다 더한 네놈이기에 권능이 개방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색욕이 없는 건 아니었구나.
라스는 눈동자를 둥글게 말아 올린 채 동그란 팔꿈치로 라온을 툭툭 쳤다.
‘음….’
라온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
전생에서는 누구와 사귀기는커녕 좋아한다는 감정 자체가 생길 수 없었고, 현생에서도 복수가 우선이었기에 누군가와 연애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서로를 위해 희생을 하다가 결국 다시 만나 사랑을 나누는 실비아와 에드가를 보자, 훗날 복수를 끝내고 살아있다면 누군가와 만나서 평범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아주 작은 바람이 있었다.
그 감정이 색욕을 깨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 육체의 굳건함은 뭐야?’
라온이 색욕의 설명 마지막에 붙은 내용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건 다 이해가 가는데, 왜 색욕이 육체를 강화해 주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으, 새, 색욕을 만족하려면 육체가 단단해야 하니까?
‘응? 무슨 소리야?’
-가, 간단히 말해서 죽지 않아야 하잖느냐.
라스는 민망하다는 듯 입술을 빠르게 달싹였다.
‘아, 그럼 그게 여러 가지 의미의….’
-아이! 본왕도 모르느니라! 그만 물어보거라!
녀석은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어쨌든 좋은 거라고 외쳤다
‘크음….’
라온이 다시 메시지를 보며 눈썹을 내렸다.
‘눈을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여러 의미의 호감을 쌓는다라….’
저 내용은 대충 이해가 간다.
성적인 호감만이 아니라, 친분이나, 호의 같은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라스.’
-그만 부르거라!
라스는 귀찮다며 통통한 손을 휘저었다.
‘이 능력 눈을 마주치면 된다고 하잖아. 혹시나 해서.’
-헹! 그게 무조건 통할 것 같으냐! 네놈보다 영혼의 격이 높은 이들에게는 쉽게 먹히지 않느니라! 거기다 본왕은 네놈에게 호감 자체가 없는….
녀석이 절대 아니라며 비웃음을 흘릴 때였다.
[의 호감을 얻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영혼의 격이 상승합니다.]“…….”
-…….
라온과 라스는 새롭게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
-아, 아니야! 아니라고!
라스는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악을 질렀다.
-이 망할 시스템 놈이 거짓을 읊고 있느니라!
‘고맙다. 라스.’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라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넌 좀 꺼져!
* * *
다음날.
라온은 새벽 훈련 시간에 맞춰서 연무장으로 나갔다.
광풍대 검사들은 도괴의 지시에 맞춰 기본적인 훈련을 하면서 몸을 풀고 있었다.
“직접 보니 아예 나쁘지는 않네.”
마르타가 검사들의 움직임을 보며 짧게 입맛을 다셨다.
“도괴 님의 말씀대로 매일 열심히 단련한 것 같아.”
버렌이 괜찮은 성장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놀지 않았어….”
루난도 광풍대를 보며 졸린 눈을 끔벅였다.
“음….”
라온이 팔짱을 낀 채로 눈썹을 내렸다.
‘조지고 싶은데….’
-조, 조지고 싶다고? 수하들을? 이거 진짜 미친 놈 아니야!
라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진짜 조진다는 게 아니라, 수련을 시키고 싶다는 거지.’
가볍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럼 시키면 되지 않느냐.
‘도괴님이 말씀하신 게 있어서.’
-저 술고래 영감이?
‘우리가 떠나 있는 동안 광풍대도 열심히 수련했으니, 너무 압박을 주지 말라고 하셨어.’
어제의 일이 신경 쓰였는지, 오늘 새벽에 도괴가 찾아와서 광풍대도 최선을 다해서 단련했으니, 과하게 압박하지 말라고 했다.
그 말 때문에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리메르 역시 광풍대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수련했다고 했기에, 강제로 수련을 시키기에는 양심에 찔렸다.
-네놈이 그런 걸 다 신경 쓸 줄은 몰랐군.
‘나도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고.’
-지이이이이랄이니라! 다른 건 몰라도 그건 못 받아들이느니라! 네놈은 본왕이 본 인간 중에 제일 눈치가 없어!
라스가 헛소리 말라며 콧방귀를 뀌었다.
“아예 놀았다면 확실히 패버리면 되는데, 그게 아니라서 애매하네.”
마르타가 눈매를 찌푸렸다. 그녀는 크레인을 비롯한 다른 검사들이 수련을 열심히 했다는 티를 보여줘서 노골적으로 건드리기는 힘들다고 중얼거렸다.
“저 녀석들이 느린 게 아니라, 우리가 너무 빨리 성장해서 돌아왔기 때문이기도 해. 천천히 봐주면 되겠지.”
버렌은 시간을 들여서 성장시키자고 말하며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러면 늦어.”
라온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조만간 임무에 나갈 게 확실하기에 그 전에 빠르게 성장시켜야 했다.
“그럼 어떻게 하게? 강제로 하기에는 좀 그렇잖아.”
“나한테 방법이 있어.”
라온이 씩 웃으며 도리안에게 다가갔다.
“도리안.”
“예?”
과자를 먹고 있던 도리안이 어깨를 움찔 떨면서 고개를 돌렸다.
“네가 죽을 듯이 수련하는 동안 쟤들은 여유롭게 지낸 것 같은데 안 열받아?”
“음, 조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너는 볼이 이렇게 홀쭉해질 때까지 잘레크 님한테 시달렸는데, 쟤들은 밥 잘 먹고 잘 잔 게 딱 보이잖아.”
라온이 도리안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광풍대를 가리켰다.
“대주님의 말씀을 듣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하나같이 살이 빠진 놈들이 없어요!”
도리안이 과자를 거칠게 씹으며 눈매를 찌푸렸다.
“그렇지?”
사실 저들은 이미 근육뿐이라, 살이 빠질 수가 없는 상태였지만, 당연히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네가 얼마나 열심히 수련했는지 저 녀석들에게 보여주는 게 어때?”
라온이 이쪽의 눈치를 보는 크레인에게 손가락을 겨눴다.
“네 라이벌을 후려 패서 우리가 얼마나 힘든 수련을 했는지 알려주자고.”
“알겠습니다!”
도리안이 힘차게 외치고서 앞으로 걸아나갔다.
“야! 한판 붙자!”
그는 단숨에 크레인에게 다가가서 턱을 까딱였다.
“나? 나한테?”
크레인이 손가락을 본인을 가리키며 헛바람을 흘렸다.
“네가 편하게 놀고 먹는 동안 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줄 테니까.”
도리안은 단번에 깨부숴주겠다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하!”
크레인이 눈매를 깊게 찌푸렸다.
“호가호위도 아니고. 대주님이랑 조장들이 무서운 거지 너 따위는 신경도 안 썼어! 이 잡초 대가리야!”
그는 도리안의 녹색 머리카락을 보며 이를 드러냈다.
“맞아!”
“낄 데 껴!”
“평소처럼 보급이나 외치고 다니라고!”
다른 검사들도 어이가 없다는 듯 눈동자를 부라렸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때?”
어느새 라온이 다가와서 크레인과 도리안의 앞에 섰다.
“크레인과 도리안이 붙어서 진 쪽이 이긴 쪽의 수련 방식을 따르는 거야. 너희 모두가.”
라온은 크레인과 그 뒤에 있는 검사들을 보며 씩 웃었다.
“으음….”
크레인은 라온이 나선 것이 무서운 듯 입술을 떨었다.
“대주님이 저놈에게 도움을 주실 수도 있잖아요.”
그는 못 믿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맹세하고 아무런 도움도 안 줘. 그리고 도리안이 다섯 합 동안 끝을 못 내면 우리가 지는 걸로 할게.”
“다섯 합?”
크레인이 황당하다는 듯 눈썹을 세웠다.
“절 너무 무시하시네요! 도리안하고 10번 싸우면 제가 7번은 이긴다구요!”
그는 실력 이전에 성향 자체가 차이 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해보자고. 자신 없어?”
눈매를 가늘게 좁힌 채 턱을 까딱였다.
“크윽! 하겠습니다.”
“좋아.”
라온은 낚싯바늘을 문 물고기를 보는 듯한 눈동자로 입맛을 다셨다.
“바로 시작하자고.”
* * *
크레인은 연무장에서 마주 선 도리안을 보며 입술을 꾹 내리눌렀다.
‘다른 조장이라면 몰라도 저놈한테는 절대 안 지지.’
버렌, 마르타, 루난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무력이 강해졌다. 정확하지는 않아도 마스터 최상급에 오른 것 같았다.
하지만 도리안은 달랐다. 살이 빠지기는 했지만, 무력이나 기파는 큰 변화가 없었다. 자신이 강해졌기에 오히려 약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분명 무언가는 있을 거야.’
라온이 저런 내기를 한 것을 보면 나름 준비한 무학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 역시 최선을 다해서 수련을 해왔다. 도리안의 다섯 합은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틸 자신이 있었다.
‘보급 앵무새한테는 질 수 없지.’
광풍대의 7인자로서 매일 같이 보급만을 외치는 도리안에게는 절대 질 수 없었다.
스르르릉!
크레인은 응원하는 다른 검사들의 눈빛을 등 뒤에 얹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치이이잉!
도리안은 평소보다 침착한 얼굴로 검을 들어서 중단에 세웠다.
“둘 다 준비됐지?”
라온은 도리안과 크레인의 상태를 살피고서 빠르게 손을 내렸다.
“그럼 대련 시작!”
그는 대련의 시작을 알리고, 바로 뒤로 물러섰다.
“나도 놀지 않았어!”
크레인이 입술을 깨물며 두 손으로 잡은 검을 내질렀다.
한순간에 상대의 오러를 뚫고 급소를 노리는 찌르기. 자주 사용하는 검술이지만, 두 달의 수련 덕분에 그 속도와 위력이 천지 차이로 달라졌다.
파아아아앙!
도리안이 어디를 노리는지 알 수 없도록 보법과 검술의 속도를 극대화하여 나아갔다.
‘끝났어.’
크레인이 입술을 말아 올렸다. 자신의 검이 공간을 파고든 순간 상황은 끝났다.
도리안의 실력이라면 반응이 늦은 순간 자신의 검격을 막을 수 없었다.
후우우웅!
라온에게 역으로 조롱할 생각을 하며 도리안의 허리를 찌르려고 할 때 녀석의 검이 높은 산의 계곡물처럼 굴곡진 채 떨어졌다.
쩌어어어엉!
도리안은 자신의 검격 방향을 읽기라도 한 듯 곡선으로 굽어지는 검로로 완벽한 방어를 해냈다.
터어어엉!
크레인의 검이 거칠게 튕겨 나갔다. 하지만 도리안은 반격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기다려 주었다.
“자세를 갖춰.”
도리안은 한 번 기회를 주겠다는 듯 차분히 턱을 끄덕였다.
“…후회할 거다.”
크레인이 입술을 꾹 씹은 채 땅에 박힌 검을 뽑았다.
‘집중하자.’
도리안에게 변화가 있다고 생각해놓고, 너무 무시했던 것 같다.
성급하게 승리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침착하게 제압해야 했다.
‘그럼 변화로 가자.’
평소 도리안은 난해한 검술에 약한 타입이다. 도괴와 함께 수련한 변검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투우웅!
크레인이 숨을 들이켜며 도리안에게 돌진했다. 검을 쥔 손을 가볍게 풀며 허공에 별자리 같은 검의 궤적을 그렸다.
치이이이잉!
일검에 다섯 번을 찌르는 변화의 검술이 네 번 반복되며 스무 개의 검극을 이뤄냈다. 도괴가 해석해준 만회검결의 충사우벽이었다.
‘이거라면!’
도리안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전력을 다해서 검을 뻗었다.
“음.”
도리안은 이번에도 자신의 검을 다 읽기라도 하는 것처럼 차분한 눈빛으로 검을 내리그었다.
쩌저저저정!
도린안의 검이 부드럽게 회전하며 충사우벽이 이루는 변화를 모조리 지워버렸다. 꼭 자신의 생각이 읽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치이이잉!
그의 검은 처음부터 지금의 상황을 예측한 듯 자신의 검을 완벽히 밀어내고, 목 앞에서 뚝 멈춰 섰다.
“끝났어.”
도리안은 명상한 듯 평온한 눈동자로 턱을 까딱였다.
“어어….”
크레인은 시퍼렇게 선 도리안을 칼날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져, 졌습니다.”
그는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고개를 떨궜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크레인이 연달아 패했다고? 그것도 저렇게 일방적으로?”
“저 둘 계속 호각이었잖아.”
“이, 이건 말이 안 되는데….”
광풍대 검사들은 크레인을 압도한 도리안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대체 뭐야. 오러나, 기파는 그대로인데 왜 그렇게 강해진 거냐고!”
크레인은 이해가 안 된다고 외치며 도리안의 팔을 잡았다.
“왜긴 왜겠어.”
도리안이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주님이 시키는 대로 하니까 이렇게 된 거지.”
그는 앵무새가 된 듯 라온이 전해준 말을 그대로 하며 검을 내렸다.
“딱히 힘들지도 않고, 살은 빠지고 굉장히 좋은 훈련이야.”
도리안은 성검련에서 해온 훈련이 정말 좋다며 웃었다.
“대주님!”
크레인은 입술을 씹다가 라온에게 무릎을 꿇었다.
“저도 저놈이 받은 훈련을 시켜주세요! 뭐든 하겠습니다!”
“저도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함께 하겠습니다!”
광풍대 검사들은 도괴의 방어막을 스스로 깨부수며 어떤 훈련이라도 하겠다고 외쳤다.
큰 차이가 나지 않던 도리안의 변화에 위기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느낀 것이다.
“알려 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
라온은 턱을 가늘게 들어 올린 채 진한 미소를 그렸다.
-뭐, 뭐야! 처음부터 이걸 노린 것이냐?
라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며 이빨을 딱딱 부딪쳤다.
‘그렇지.’
-봐! 이놈한테 혓바닥 칭호 같은 건 필요 없다니까! 그냥 기본 혀로도 다 조진단 말이다!
녀석은 대체 왜 그런 칭호를 줬냐며 악을 질렀다.
“모두 준비해. 조금은 힘들 수도 있으니까.”
라온은 열의를 담은 광풍대 검사들의 눈을 보며 가느다란 미소를 그렸다.
-근데 어떻게 하려고? 지갑이가 강해진 건 무력 때문이 아니라, 심안의 효과 때문이잖느냐!
라스는 무슨 생각이냐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위기 감지가 별거야?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다 보면 알아서 생기겠지.’
라온은 괜찮을 거라며 씩 웃었다.
-…이게 진짜 사람 새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