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18
제818화
“후욱….”
크레인이 탁한 숨결을 내쉬며 어둠에 물든 북망산을 올랐다.
그의 눈동자는 불안이라는 바다에 빠진 듯 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어디지?”
크레인이 입술을 꾹 내리누른 채 양쪽으로 시선을 굴렸다.
“분명히 지켜보고 있을….”
그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큼지막한 느티나무 뒤로 몸을 숨기려고 할 때였다.
피아아아앙!
나무의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시퍼런 칼날이 크레인의 목 앞으로 날아들었다.
“히이이익!”
크레인은 기겁하면서도 손에 쥐고 있던 검으로 그림자에서 솟구친 검을 내리쳤다.
“끄악!’
하지만 검에 실린 힘이 너무 강해서 발로 걷어찬 돌멩이처럼 거칠게 뒤로 튕겨 나갔다.
“으으….”
크레인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하며 시선을 들어 올리자, 버렌이 건조한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방향은 맞았지만, 반응이 늦었다. 조금 더 집중하도록.”
버렌은 정신을 차리라고 말하고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후우욱….”
크레인이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여기는 위험하겠어.’
소리가 나지 않도록 발뒤꿈치를 들어 올린 채 천천히 우측으로 이동했다. 호랑이를 닮은 듯한 큼지막한 바위 뒤로 몸을 숨기려고 할 때 산 위쪽에서 사나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에 있었냐?”
마르타다. 그녀는 한눈에 반할 정도로 시원한 웃음을 그리며 맹호처럼 달려들었다.
“으아아아악!”
크레인이 비명을 터트리며 쇄도해오는 마르타에게 전력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살아남기 위한 발악이었다.
“늦어!”
마르타는 다 보인다고 외치며 크레인의 검격을 가볍게 쳐냈다.
쩌어어어엉!
검과 검 사이에서 강렬한 충격파가 터지며 크레인이 무릎을 꿇은 채 우측으로 밀려났다.
“으으윽….”
크레인은 마르타의 검격에 담겨 있던 충격을 모두 해소하지 못한 듯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더 할 수 있지?”
마르타가 섬뜩한 미소를 드러낸 채 검을 내리친다. 거인이 대검을 내리찍는 듯한 묵직한 참격이 크레인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머, 머리 맞지? 가슴 아니지? 저거 맞으면 죽는다고!’
크레인은 튀어나오려는 눈물을 참으며 마르타가 노리는 자신의 머리 위로 쌓아둔 강기를 폭발시켰다.
콰아아아앙!
강렬한 폭발과 함께 크레인이 뒤로 튕겨 나가 땅에 처박혔다.
“끄으윽….”
크레인은 충격이 심한 듯 고개도 들어 올리지 못한 채 신음을 흘렸다.
“확신을 가졌으면 바로 막아야지! 왜 얼타고 지랄이야!”
마르타는 집중력이 부족하다며 발로 배를 걷어차 버리고 콧김을 뿜어내며 다시 산 위로 사라졌다.
“으으….”
크레인이 팔을 부들부들 떨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여기 있으면 저 짐승을 또 만날 거야.’
전신에 힘이 빠졌지만, 억지로라도 움직여야 했다. 이 상태에서 또 마르타에게 얻어맞으면 한동안 깨어날 수 없을 테니까.
“흐읍.”
크레인은 식물이 된 것처럼 호흡을 최대한 낮추며 다시 산 아래쪽 내려갔다.
버렌과 마르타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뼛속으로 한기가 차오르는 것 같았다.
“추위? 서, 설마!”
크레인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러나려고 할 때 그의 주변으로 은빛의 바람이 피어났다.
‘젠장! 왔어!’
누구인지는 뻔하다. 루난이 서리의 바람을 일으켜 자신의 주변을 휘감은 것이다.
‘어디지?’
은색의 폭풍 속에서 서늘한 예기가 느껴지는데, 정확한 위치가 가늠되지 않았다. 긴장으로 인해서 손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오기 전에 지우는 수밖에 없어!’
어디를 공격하는지 모르는 이상 상대의 검을 전부 지우는 게 정답이었다.
치이이이잉!
크레인이 오러를 전력으로 끌어올려 주변을 휘감은 서리를 향해 톱날 형태의 강기를 쏟아냈다.
콰아아아아아!
거미줄처럼 퍼진 강기의 파동이 은빛의 바람을 지워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숨을 고르려고 하는데, 가라앉던 서리 속에서 다섯 줄기의 검격이 튀어나왔다.
퍼어어억!
크레인은 설화의 검신에 얻어맞은 채 밀려 나가 얼어붙은 땅 위를 굴렀다.
“어으윽….”
크레인이 고통스러운 숨결을 내뱉으며 떨리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
서리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루난이 고요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끝까지 방심해서는 안 돼. 막든 피하든, 어떻게 해야 피해를 줄일지 생각.”
루난은 언제나 생각을 해야 한다는 듯 머리를 두 번 두드리고서 서리의 안개와 함께 사라졌다.
“어욱….”
크레인은 일어서지 못하고, 그 자리 그대로 드러누웠다.
“진짜 죽겠다. 내가 왜 이런 꼴이 된 거지?”
라온은 분명 조금 힘든 수련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조금 힘든 게 아니라 죽을 만큼 힘들었다.
‘집중력 강화 훈련을 강화시켰어….’
지금까지의 집중력 강화 훈련은 적당히 막을 수 있는 수준의 기습을 했고, 한 번 교관과 만나게 되면 다시 숨을 때까지는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훈련에서는 적당히 막았다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살기 짙은 공격이 들어왔고, 라온, 리메르, 도괴만이 아니라, 괴물이 된 조장들까지 끼어서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너무 힘들다 보니, 새벽이 한참 지났는데도 전혀 졸리지 않았다.
“어어억!”
“끄아아아악!”
“자, 잠깐만요!”
이곳저곳에서 검과 검이 부딪치는 충격파와 광풍대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만이 아니라, 북망산 전체에서 광풍대가 얻어터지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훈련이 아니라, 일방적인 폭력처럼 느껴졌다.
“젠장….”
크레인이 눈을 질끈 감으며 허리를 세웠다.
이러고 있다가 다른 조장이나, 리메르, 라온을 만나면 정말 기절할 때까지 맞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힘들더라도 일어나야 했다.
“하아….”
크레인이 숨을 고르며 일어나는데,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히익!”
“흐윽!”
기겁하면서 검을 드는데, 상대 쪽에서도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군지 알아보기 위해서 눈을 좁히는데, 구름에 가려진 달이 고개를 내밀며 상대의 얼굴이 드러났다.
“도리안?”
자신의 앞에 있는 검사는 도리안이다.
다만 그도 신나게 얻어터졌는지 옷이 넝마가 되었고, 양 눈은 판다처럼 밤탱이가 되어 있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도리안은 광풍대를 이 지옥으로 끌어들인 당사자 중 한 명이다.
유인을 한 놈이 왜 이 용암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흐윽….”
도리안이 다 뜯어진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심안만 개안했지. 실력은 그대로라고 나도 들어가래….”
그는 라온이 억지로 밀어 넣었다면서 코를 훌쩍였다.
“나는 공격 방향을 알 수 있다고 다들 더 세게 때리고 있어.”
도리안은 다른 광풍대 검사들보다 더 심하게 맞고 있다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허….”
크레인이 우는 도리안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우리 대주 진짜 사람 맞아…?”
보통 내부고발자나, 적진에서 도와주는 세작에게는 배려를 해주는 법인데, 라온은 이번 훈련을 이뤄낸 일등공신 도리안도 지옥 속으로 끌어들였다. 사람의 인성이 아니었다.
“무섭다. 무서워….”
크레인은 라온의 냉혹함에 질린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내가 그 인간보다 강했으면….”
도리안이 밤하늘을 향해 말아 쥔 주먹을 들어 올렸다.
“밥 먹을 때마다 배를 때렸을 텐데….”
그는 본인이 약한 게 한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도 그래.”
크레인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대주보다 강했으면 눈 마주칠 때마다 대가리를 그냥 후려쳤을 텐데!”
그는 아쉽다며 두 손을 부르르 떨었다.
“우리가 대주님보다 강해지는 날이 올까?”
“오겠냐?”
크레인이 도리안에게 꿈 깨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왜 그 인간을 도운 거야!”
그는 이번 일을 저지른 도리안이 원망스럽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나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냐고!”
도리안이 벌떡 일어나서 콧잔등을 구겼다.
“그 인간의 인성은 심안으로도 안 보여!”
그는 이 일은 심안으로도 못 읽었다며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아휴, 진짜 욕밖에 안 나오는….”
크레인이 잘 익은 한숨을 내쉴 때였다.
“끄아아아아악!”
바로 옆에서 누군가의 비명이 울렸다. 어떻게 맞았는지는 모르지만, 칼에 찔려서 죽는 듯한 괴성이었다.
“…….”
“…….”
크레인과 도리안은 바로 입을 다문 채 소리 없이 몸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조용히 숲속으로 사라졌다.
“으아아악!”
“끼아아악!”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둘의 비명이 사이좋게 울려 퍼졌다.
* * *
“소리 좋네.”
라온은 광풍대 검사들의 비명을 노래삼아 손끝을 까딱였다.
-이런 지옥을 만들고, 그 안에 지갑 녀석까지 넣다니, 너어어어어는 진짜….
라스가 천족을 마주한 듯 떨리는 눈동자로 라온을 바라보았다.
‘실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잖아.’
라온이 가볍게 손을 저었다.
‘도리안도 더 성장해야 해.’
도리안은 심안을 개안했지만, 무력적이면 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에 가만히 놀리는 것보다는 힘들게 하더라도 확실히 키우는 게 옳은 방법이었다.
-그건 그렇다만 인간적인 면에서… 아니, 미안하다. 네놈은 인간이 아니지.
라스는 실수를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인간 맞는데요….’
라온이 쩝 입맛을 다시고서 제천검을 두 손으로 잡았다.
-헌데 왜 네놈은 가만히 있는 것이냐? 직접 패러 다닐 줄 알았는데?
라스는 의외라고 말하며 눈을 끔벅였다.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패려고.’
라온이 씩 웃으며 두 손으로 잡고 있던 제천검을 허공으로 띄웠다.
오러와 의념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제천검이 살아있는 듯한 울음을 터트렸다.
-어? 서, 설마….
‘그래. 선조님의 이기어검이야.’
꿈속에서 이기어검을 보고, 이기어검의 무학서를 모두 독파한 덕분에 초대 가주의 이기어검을 미약하게나마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많이 미숙하지만.’
힘과 속도가 떨어져서 실전에서 사용하기에는 무리지만, 수련에 사용하기에는 충분했다.
-그, 그럼 그걸로 광풍대 녀석들을 공격하려는 거냐?
‘그렇지.’
라온이 씩 웃으며 연한 불꽃에 물든 이기어검을 하늘로 올려 보냈다.
‘나도 수련하고, 쟤들도 수련하고 일석이조잖아.’
-아니, 그건 막는 게 불가능하잖냐!
라스는 절대 안 된다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조장 놈들도 못 막을 것이니라!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라온은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가장 가까이에 있는 광풍대 검사를 향해 이기어검을 쏘아냈다.
파아아아앙!
제천검이 노란 섬광이 되어 밤하늘을 가르고, 바위 뒤에 숨은 검사의 어깨를 향해 떨어졌다.
“끼아아아악!”
바위 뒤에서 숨을 고르던 도리안이 기겁을 하며 검을 들어 올렸다. 심안으로도 이기어검의 투로는 읽을 수 없기에 그의 눈동자에 극심한 혼란이 솟아났다.
“어디로 오는 거야!”
치이이잉!
라온은 도리안의 허술한 검격을 가볍게 쳐내고, 검 자루로 녀석의 배를 후려쳤다.
“꾸엑!”
도리안이 오리 같은 비명을 터트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 이기어검은 정말 너무하잖아요….”
그는 죽일 생각이냐며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심안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안 좋아. 진짜 실력을 쌓아야 심안의 효과가 배가 될 거다. 그리고….”
라온은 제천검을 통해서 도리안에게 말을 전하며 고개를 까딱였다.
“내 배를 때리고 싶으면 도전해. 언제든지 환영이니까.”
“히익!”
도리안은 기겁을 하며 턱을 부르르 떨었다.
“드, 들으셨어요?”
“그렇게 시끄럽게 말하는데 안 들렸겠어?”
라온은 도리안의 창백한 얼굴을 살피며 키득거렸다.
“그, 그럼….”
“그래. 이제 크레인도 조져야지.”
크렌인을 찾기 위해서 움직이려고 할 때 도리안이 손을 들어 올렸다.
“저기 대주님?”
“봐 달라는 건 안 돼.”
라온이 미안하지만, 훈련을 봐줄 수는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고요….”
도리안이 살짝 자세를 낮춘 채 목소리를 낮췄다.
“크레인은 저보다 더 세게 때려주실 수 없나요? 제발.”
그는 본인을 훈련에서 안 빼줘도 되니까 크레인은 더 강하게 두 대를 때려달라며 두 손을 모았다.
‘봐.’
라온이 도리안을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했다.
‘인간이 다 이렇다니까.’
-너한테 배운 거잖아!
* * *
라온은 해가 뜨기 전까지 광풍대의 위기 감지 훈련을 끝낸 후 북망산을 내려와 5연무장으로 돌아갔다.
안에서 거센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마크 괴튼이 홀로 남아서 지금까지 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수련은 잘 되어가나요?”
라온이 마크 괴튼에게 다가가서 검집을 툭 두드렸다.
‘성장은 했지만, 역시나 조금 아쉽군.’
본래라면 세 조장과 함께 마크 괴튼도 성검련에 데리고 가야 했지만, 실제 성검련이 어떤 곳인지 모르기에 도객인 그와 함께 할 수가 없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를 데리고 가지 못한 게 후회가 되었다.
“후우….”
마크 괴튼이 도를 내리고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았다.
“이곳에서 최선을 다해서 수련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는 월등하게 성장해서 돌아온 버렌, 마르타, 루난을 떠올린 듯 고개를 저었다.
다만 자괴감 같은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본인이 할 일을 한다는 듯 담담하게 웃었다.
“조급해 보이지는 않는군요.”
“당연하죠.”
마크 괴튼이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라온 님이 거둬주시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한 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성장하는 지금은 제게 천국일 뿐입니다.”
그는 노력이 자그마한 결실이 되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며 웃었다.
“그렇군요.”
라온이 마크 괴튼을 마주한 채로 부드러운 미소를 그렸다.
역시나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을 겪어본 사람들의 정신력은 남다른 것 같았다.
-야! 제대로 설명해 주거라! 천국은 그리 좋은 곳이 아니라고!
라스는 오히려 마계가 더 좋은 곳이라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 그래도 요즘은 도법을 좀 늘려야 할까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늘리다뇨?”
“너무 한쪽으로만 수련해 와서, 다른 도법이나, 묘리를 추가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마크 괴튼은 무학의 길을 여러 갈래로 늘려야 할지 고민이 된다며 입맛을 다셨다.
“그러고 싶으신 겁니까?”
“음, 저는 솔직히 말해서 그대로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다양한….”
“다양한 도법과 검술을 습득한다면 분명 손해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라온이 손잡이의 붕대가 다 뜯어져나간 마크 괴튼의 도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한 길을 간다고 해서 약해지거나, 느려지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만의 길을 고수한다면 더 빠른 결실을 맺을 수도 있죠. 이번에 성검련에 갔을 때….”
마크 괴튼에게 오직 한 길만을 걷는 성검련의 검사들의 신념과 강함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랬군요. 그런 사람들이….”
마크 괴튼은 본인처럼 한 길만을 걸어간 검사들이 보다 높은 곳에 오르고 강할 수 있다는 것을 듣고서 흥분이 되는 듯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래서 제안이 하나 있습니다.”
“제안이라고 하신다면….”
“성검련에 다녀오는 게 어떻겠습니까?”
라온이 품에서 편지 봉투 하나를 꺼냈다.
“제가 성검련에?”
마크 괴튼이 봉투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저는 검이 아니라, 도를 사용하는데 괜찮은 겁니까?”
“저도 그게 걱정되어서 경을 두고 간 건데, 직접 가보니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성검련도 사람 사는 곳이었습니다.”
라온은 옅게 웃으며 렉타르에게 쓴 소개장을 내밀었다.
“분명 경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랜드 마스터의 벽은 높다. 천재라 불리며 빠르게 마스터에 오른 무인 중에서도 그랜드 마스터의 영역에 오르는 이들은 극히 적다.
마크 괴튼은 성장하지 못한다는 고통을 알고, 지난날을 후회하면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기에 분명 그랜드 마스터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바람일 수도 있지만, 버렌, 마르타, 루난, 마크 괴튼 중 가장 먼저 벽을 깰 사람은 마크 괴튼 같았다.
“…….”
마크 괴튼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소개장을 바라보다가 결심을 했다는 듯 손을 뻗었다.
“가겠습니다.”
“좋은 선택입니다.”
라온인 웃으며 마크 괴튼에게 소개장을 건네주었다.
“언제 출발하실 겁니까?”
“결정을 내렸으면 바로 움직여야지요.”
그는 바로 내일 가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럼 조언 하나만 할게요.”
라온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성검련 뒷산에 로렌스라는 검사 분이 사시는데, 정말 친절하신 분이라서 무학을 잘 가르쳐주십니다. 꼭 매일 찾아가서 배우세요.”
그 말을 하며 씩 웃었다.
“음, 명심하겠습니다.”
마크 괴튼은 그러겠다고 말하며 연무장을 나섰다.
-네, 네놈은 정말 인간을 포기하려는 거냐?
라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왜 둘 다 죽이는 길을 만드는 거야!
“왠지….”
라온이 마크 괴튼의 등을 보며 피식 웃었다.
“둘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 * *
라온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비연회를 찾아갔다.
“비연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비연회주 채드는 꼭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웃는 얼굴로 문 앞에서 맞이해주었다.
“가주님께 연락은 받았습니다. 초대 가주님의 행적을 조사하신다구요?”
“예. 궁금한 부분이 있어서요.”
“하하, 그럴 때가 있죠. 이쪽으로 오십시오.”
채드는 지그하르트의 과거 기록이 있는 지하로 안내를 해준다고 말하면서 그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왜 사무실에….”
“지그하르트의 기록은 아주 사소한 내용이라고 해도 유출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당대 비연회주의 허락을 받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기에 이 안에 길이 있지요.”
채드가 창문이 없는 벽을 손가락으로 여러 번 두드리자, 쿵 소리와 함께 벽이 갈라지고, 아래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허….”
라온이 눈을 부릅떴다. 기감을 풀고 있지 않았다고 해도 바로 앞에 있는 입구를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신기했다.
굉장한 고수가 만든 장치인 것 같았다.
“따라오십시오.”
채드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은 넓었고, 주변에 영구적인 조명이 들어오고 있어서 내려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사실 저도 초대 가주님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아 이런저런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다만 알려진 것 외에는 딱히 기록된 게 없더군요. 500년 안쪽으로는 그분에 관한 정보 자체가 없을 겁니다.”
그는 700년 전의 사료를 살펴야 간신히 초대 가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며 혀를 찼다.
“그렇군요.”
채드의 말을 들으며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바닥에 발이 닿았다.
시선을 들어 올리니 숲에 나무가 자란 것처럼 수없이 많은 책장이 서 있었고, 그 안에 책과 서류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이곳이 지그하르트의 역사입니다.”
채드는 흥분한 듯 뺨에 홍조를 띄운 채 앞으로 걸어 나갔다.
“여기서 가까울수록 최신의 일이고, 멀어질수록 과거의 일이죠.”
그는 초대 가주에 관한 내용은 안쪽에서부터 찾는 게 좋을 거라며 앞으로 걸어갔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채드의 뒤를 따라가려는 순간이었다.
화아아아악!
덫이라도 밟은 것처럼 어둑했던 바닥에서 황금빛 불꽃이 튀어나와 그를 휘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