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20
제820화
“하….”
라온은 황금색 불꽃으로 타오르는 문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정말 이게 정답이었어?’
하루종일 이 서고 전체를 돌아다녔던 불꽃 인간들은 이 문을 열어주기 위해서 존재했던 것 같았다.
너무 늦게 알아차려서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처음부터 이쪽을 봤다면….’
아니, 그건 아니겠네.
이 서고에서 반나절 넘게 머무른 덕분에 벽 앞에 서 있던 불꽃 인간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이 벽을 보았어도 특별한 게 숨겨져 있다는 생각은 못 했을 것이다.
-이, 이게 무엇이냐?
라스도 불꽃으로 이루어진 문은 볼 수 있는 듯 눈을 부릅떴다.
-아무런 현상도 없이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반응을 보니, 녀석의 감각으로도 이 벽 뒤의 공간을 감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
‘현상은 있었어.’
-무슨 현상을 말하는 것이냐?
‘아까 말했잖아. 불꽃 인간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그 친구들이 이 문을 열어준 거야.’
-그, 그게 진짜였다고? 헛소리가 아니라?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며 턱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다니까.’
-끄으응, 아무리 본왕이 영체 상태라고 해도 이런 술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녀석은 자존심이 상한 듯 입술을 꾹 내리눌렀다.
‘여전히 해로운 느낌은 없군.’
불꽃 인간들처럼 이 문에서도 따스한 온기만이 전해져온다.
사이한 기운이나, 기질이 존재하지 않기에 이대로 들어가도 될 것 같았다.
라온은 느릿하게 숨을 내쉰 후 불길의 문 속으로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후우우욱!
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연극의 조명이 꺼지듯 세상이 어두워지며 눈앞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뭐지?’
분명 현실에 있었는데, 꿈에 빠진 듯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든다.
어깨에 걸터앉아 있던 라스도 보이지 않았고, 자신의 몸이 안개처럼 흐릿하게 변해갔다.
경계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다시 조명이 들어온 듯 시야가 밝아진다.
익숙한 공간. 오늘 하루 종일 머물렀던 비연회의 지하 서고였다.
‘아니, 달라.’
분명 비연회의 지하 서고지만, 자신이 본 것과는 많이 달랐다.
책장과 기록서, 자료들의 갯수가 지금보다 적었고, 문사 차림을 한 사람들이 서고 전체를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 사람들 설마….’
불꽃 인간들?
책에 무언가를 적고, 그 책을 정리하고, 서류를 쌓아두는 모습은 서고 내부를 돌아다니던 불꽃 인간들의 모습과 완전히 똑같았다.
‘그럼….’
라온이 마른침을 삼키고 뒤를 돌아보았다. 지금 자신이 들어온 끝 쪽의 벽이 보였고, 그 앞에는 두 명의 무인이 석상처럼 흔들림 없이 서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저 둘은 이 벽을 지키는 검사들이었다.
‘강해.’
기억을 보고 있음에도 두 검사의 강인한 무력이 느껴졌다.
지금의 자신만은 못하지만, 완숙된 그랜드 마스터. 저 정도 실력을 지닌 무인들이 벽을 지키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다시 저곳으로 가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뒤편이 소란스러워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금발의 검사와 푸른 로브를 휘감은 마법사가 계단을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벽을 지키는 검사들과 기록을 작성하던 문인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그대로 허리를 숙였다. 모두의 눈동자에 깊은 존경과 신뢰가 어려 있었다.
[인사 안 해도 된다니까.]금발의 검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며 손을 저었다.
‘초대 가주….’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손짓만 보아도 저 사람이 지그하르트의 초대 가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계속 수고해줘.]초대 가주는 가문의 식솔들에게 정중한 인사를 한 후 벽으로 향했다.
그가 벽에 손을 얹자, 조금 전 자신처럼 황금색 불꽃으로 이루어진 문이 솟아올랐다.
[잘 되는군.]초대 가주는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랑 내가 힘을 합쳤는데, 잘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로브의 마법사는 툴툴거리며 먼저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가.]초대 가주는 가벼운 웃음을 흘리고서 그 뒤를 따라갔다.
‘따라가야… 어?’
초대 가주의 뒤를 쫓아가려고 할 때 자연스럽게 시점이 바뀌더니, 붉은 벽돌로 지은 듯한 작은 방에 서 있게 되었다.
후우욱.
눈앞에 초대 가주와 마법사가 있는 것을 보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꽃의 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간 것 같았다.
[됐군.]초대 가주는 방 중앙에 있는 작은 책장에 한 권의 책을 놓아두었다. 만든 지 얼마 안 되는 듯 겉표지가 빳빳해 보였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 거야?.]푸른 로브의 마법사가 이름도 없는 책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그녀는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걸로는 안 돼.]초대 가주는 온기가 느껴지는 목소리와 달리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설마 못 믿는 거야? 이곳에 있는 애들은 너를 위해서 망설임 없이 목숨을 바칠 수 있다고.]마법사가 알아달라는 듯 콧잔등을 구겼다.
[알고 있어. 하지만 미래는 달라.]초대 가주는 이해해달라며 잔잔한 웃음을 그렸다.
[훗날 우리의 업적은 잊혀질 테고, 여러 무학과 보물들은 유출될 거야. 그중에는 만화공과 불의 고리도 섞여 있을 수도 있어.] [유, 유출?]마법사는 아예 생각도 못 한 이야기인 듯 눈을 부릅떴다.
[그래. 아마도 많은 것들이.]초대 가주는 별일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알면 막아야지!] [운명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야.]그는 운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초연한 눈빛을 드러냈다.
‘유출이라….’
라온이 초대 가주의 등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고 보니….’
전생의 자신이 불의 고리를 얻은 장소는 지그하르트와는 아예 동떨어진 동굴이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선조의 느낌 자체가 없던 곳이었기에 누군가가 유출한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그게 가능성이 높아.’
성검련에 있던 이기어검술은 그렇다 쳐도 불의 고리가 지그하르트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정말 중간에 어떤 일이 터졌던 것 같았다.
[넌 대체 무얼 보는 거야?]마법사는 초대 가주를 바라보며 눈썹을 들어 올렸다.
[너랑 다를 바 없어. 그저 여러 가지 대비를 해놓을 뿐이지.]초대 가주는 별것 아니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출발하자.] [정말 이대로 갈 거야?]마법사가 지팡이를 매만지며 고개를 틀었다.
[모두에게 인사도 안 하고?] [기반은 다 닦아놨잖아. 이별은 건조한 게 좋아.]초대 가주는 그만 떠나자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냉정한 건지 배려심이 깊은 건지 모르겠다니까.]마법사가 한숨을 내쉬며 지팡이로 땅을 짚었다.
그녀가 짧게 혀를 차자, 푸른 빛이 솟구치며 선조를 휘감았다.
후우우우욱!
푸른 마나의 출렁임 속에서 초대 가주가 뒤를 돌아본다. 그의 붉은 눈동자와 자신의 눈동자가 고요히 마주 선다.
그는 잘하고 있다는 듯 혹은 더 힘을 내라는 듯 진한 웃음을 그려주었다.
파아아아앙!
강렬한 빛과 함께 초대 가주와 마법사가 사라지고, 방에 불이 꺼진다.
눈을 감았다가 뜨자,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천장이 보였다.
‘어? 이 천장은….’
-얌마!
라온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 눈앞으로 라스가 튀어나왔다.
-왜 넘어져서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냐!
라스가 다급한 눈빛으로 팔을 휘휘 저었다.
‘넘어져?’
라온이 눈을 끔벅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은 바닥에 누워있었고, 뒤를 돌아보니, 불꽃의 문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네.’
아무래도 초대 가주의 기억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바닥을 구른 것 같았다. 몸이 워낙에 튼튼해서 딱히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걱정해 줘서 고맙다.’
-거, 걱정은 개뿔!
라스가 당황한 듯 토끼 같은 눈동자를 띄웠다.
-네놈이 망가지면 본왕이 밥과 아이스크림을 못 먹지 않느냐! 오직 그 이유뿐이니라!
녀석은 헛소리 말라며 이를 갈았다.
‘그러냐.’
라온이 피식 웃었다. 자신이 죽거나, 기절하면 그대로 육체를 먹어도 될 텐데, 저렇게 걱정해주는 것을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마왕 성격이 아니었다.
-헌데….
라스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네놈 어딜 다녀온 것이냐?
‘어딜 다녀오다니?’
-아주 잠깐이지만, 네놈의 육체에서 영혼이 사라졌느니라.
녀석이 그래서 놀란 거라며 턱을 까딱였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있었지.’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선조의 기억에 들어갔을 때도 라스가 비슷한 소리를 했었다. 물론 그때도 마왕답지 않게 자신의 육체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지그하르트 선조의 기억을 보고 왔어.’
-서, 선조의 기억? 설마 그 꿈이라는 거?
‘그래.’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스가 자신을 믿어주니, 자신 역시 라스를 믿고 그 사실을 말해주었다.
-아티팩트나, 특별한 물건도 없이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을 텐데?
라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마른침을 삼켰다.
‘아예 매개체가 없는 건 아니야.’
선조와 자신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불의 고리와 만화공이다. 그 두 무학이 자신을 선조의 기억 속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그래도 안 되느니라! 무학만으로 그런 게 가능하다면 누구나 선조에게 배울 수 있겠지!
라스는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네놈의 선조, 정말 인간이 맞느냐?
‘그럼 인간이지 마족이겠냐?’
-흠! 하긴 네놈의 인성을 보면 마족의 피는 절대 섞이지 않았어.
녀석은 마계와는 아예 연관이 없을 거라며 혀를 찼다.
‘마왕한테 저런 소리를 들을 줄이야.’
라온이 피식 웃고서, 눈앞에 있는 책장을 바라보았다.
선조의 기억에서 보았던 책자는 그 순간으로부터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듯 여전히 빳빳한 표지를 자랑하고 있었다.
‘왜 이 책을 여기에 둔 거지?’
마법사와 달리 사전 지식이 전무하기에 이 책이 무얼 위한 것인지 모른다. 결국 직접 펼쳐볼 수 밖에 없었다.
“후우.”
라온이 빠르게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고서 책을 펼쳤다. 그 순간 불의 고리와 만화공이 동시에 일어나며 책이 황금빛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책이 아니라….’
기억과 기운이야.
책이 타오르면서 그 안에 적힌 내용을 자신의 뇌리에 새겨주고 있었다. 만화공과 같은 방식이었다.
후우우우욱!
책에 깃들어 있던 선명한 불의 기운이 전신을 휘돌며 불의 고리와 만화공의 기운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머리에 각인된 구결이 두 기운을 더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을 해주었다.
만화공과 불의 고리는 모두 초대 가주의 무학이지만, 그 결이 다르다.
육체와 영혼을 무인에게 맞게 성장시켜 주고, 영혼의 격과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불의 고리와 화염의 연공법이자, 여러 검술을 담아내고 있는 만화공이 처음부터 오롯이 하나였던 것처럼 깊고 짙은 불꽃의 원을 그렸다.
후우우우욱!
라온은 손아귀에 남아 있는 책자의 재를 움켜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거였군.’
선조가 남긴 책자의 내용은 간단했다.
불의 고리와 만화공 사이의 상승효과. 지금까지처럼 투박한 조화를 이루는 게 아니라, 불의 고리를 이용해서 만화공의 위력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는 난해한 문구였지만, 자신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특별한 기연이었다.
‘또 강해졌군.’
아니, 강해지겠어.
초대 가주의 안배 덕분에 초월 같은 경지를 떠나 스스로가 한층 더 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무, 무엇이냐.
라스가 라온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갑자기 네놈의 육체에 깃든 두 종류의 불길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느니라.
녀석은 단숨에 자신의 변화를 파악한 듯 고개를 떨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고리의 불길과 단전의 불길을 이었어.’
-그 고리는 무학의 불길이 아닐 텐데?
‘맞아. 오러의 증폭 효과가 더 커졌어.’
라온은 심장에서 휘도는 고리의 움직임을 느끼며 미소를 그렸다.
-끄으윽….
라스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대체 왜 네놈만 그렇게 기연을 처먹는 것이냐! 남들은 평생 하나 먹을까 말까 한 기연을 숨 쉬듯이 빨아먹냐고!
녀석은 세상이 차별하고 있다며 빽 소리를 질렀다.
‘그게 좋기만한 건 아닐 거 같다.’
-뭐?
‘적도 강할 것 같거든.’
-적? 천족을 불러왔던 퍼랭이를 말하는 것이냐?
‘그놈은 내 적이고.’
라온은 눈썹을 내린 채 고개를 저었다.
‘선조와 싸우던 아니마라는 놈들.’
분명 살아있을 것 같아.
* * *
라온은 비연회를 나온 후 별관이 아니라, 가주전을 찾아갔다.
지하 서고에 있는 새로운 장소를 찾았으니, 글렌에게 먼저 보고를 올려야 했다.
쿠구구구!
알현실의 거대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창밖의 달을 보고 있는 글렌에게 무릎을 꿇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일어나거라.”
글렌은 기억에서 보았던 초대 가주처럼 쓸데없는 인사는 되었다며 손을 저었다. 지금 보니, 눈빛이 꽤 비슷해 보였다.
“으음, 비연회에 갔다고 들었는데, 벌써 무언가를 찾은 것이냐?”
그 역시 자신의 변화를 느낀 듯 눈동자를 부르르 떨었다.
“예. 예상치 못한 것을 찾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것?”
“사실….”
라온은 만화공을 통해서 불꽃의 인간들을 보았고, 그 인간들을 관찰하여 지하 서고에 만들어진 새로운 공간에 들어갔던 것들을 말해주었다.
“허, 그런 게 있었다니….”
글렌도 그 공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는지 헛바람을 흘렸다.
“그 안에는 딱 한 권의 책이 있었고. 그 책을 쥐자, 가주님이 내려주신 만화공처럼 재가 되어 흩어졌습니다.”
“그럼 그것도 네 머리에 스며든 것이냐?”
“그렇습니다.”
라온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용은?”
“만화공의 불길을 더 뜨겁고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검술의 개선 방식도 적혀 있었는데, 제 생각과 비슷하더군요.”
선조가 남긴 책자에는 만화공을 강화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좀 더 다듬은 검술에 관한 내용도 있었는데, 그 개선점은 자신이 생각했던 부분과 거의 흡사했다.
“네 길이 선조님의 뜻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의미겠지. 대단하구나.”
글렌이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사람들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연을 바라지만, 본래 기연은 노력하는 자에게 따라오는 법이지. 수고했다.”
그는 자신의 노력이 그 결과를 만들어 낸 것 같다며 웃었다. 다만 그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
라온은 글렌을 가주가 아니라, 할아버지라 부르며 고개를 숙였다.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혹시 누나 때문에 그러십니까?”
수련 중에도 시간을 내서 매일 시아를 찾아가는데, 그녀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다.
손녀가 깨어나지도 못하고, 영혼석에 관한 정보도 들어오지 않으니, 답답해하는 것 같았다.
“그래. 영혼석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나 싶을 정도로 찾기가 어렵더구나.”
글렌은 지그하르트의 가주라는 자리가 이렇게 무력할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락은 모두 돌아온 겁니까?”
“대부분 그 존재도 알지 못하더구나, 찾겠다고 했지만, 그 이후에 소식이 없어. 아….”
그가 말을 하다가 살짝 턱을 내렸다.
“한 곳에서는 연락 자체가 없었지.”
글렌이 짜증이 돋은 듯 미간을 깊게 구겼다.
“그게 누구입니까?”
“아리스. 그 바보 녀석은 언제나처럼 아예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