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22
제822화
“고맙다.”
라온은 하얀 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서 발목에 묶여 있는 편지를 풀렀다.
‘하얀 고래인가….’
편지의 앞면에는 흰고래가 그려져 있었는데, 백경의 주인 희극제 아리엘만이 쓸 수 있는 표식이었다.
지금 아리엘이 자신에게 편지를 보낼 이유는 딱 하나뿐이었다.
‘영혼석.’
지그하르트에 온 아리엘이 모욕을 당하고 떠날 때 그녀에게 영혼석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는데, 그걸 지금 보내준 것 같았다.
“후우.”
영혼석을 찾지 못했다는 내용일 수도 있기에 기대감을 내리누르며 곱게 접힌 편지를 펼쳤다.
-뭐, 뭐라고 적혀 있느냐?
라스도 궁금한 듯 허공을 날아다니며 눈동자를 빠르게 깜빡였다.
‘바다가 보인다는데?’
라온이 편지지의 끝을 구기며 눈썹을 내렸다.
-바다? 갑자기 무슨 바다?
‘영혼석이 바다 쪽에 있다는 것 같아.’
아리엘의 백경은 실제 정보만이 아니라, 점을 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취급한다.
정확한 내용이 아니라, 바다가 보인다고 적은 것을 보니, 그녀가 직접 점을 친 것 같았다.
-그딴 걸 믿을 수가 있느냐?
라스는 의심스럽다는 듯 눈매를 좁혔다.
‘아리스의 점은 정확해. 십중팔구가 아니라, 십중십이 맞으니까.’
라온이 편지지를 아래로 내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 그정도라고?
‘그래. 실제 정보가 아니다 보니 자세하지는 않지만, 그 내용만큼은 틀린 적이 없어. 오죽하면 천기를 읽는다는 말도 나오니까.’
자신이 아는 한 희극제의 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물론 본인의 미래를 모른다는 점에서 무조건 신뢰하는 것도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
‘일단 이 정보가 가짜일 가능성부터 생각해야겠지.’
희극제가 오황이 아니라, 오마에 붙었다면 거짓 정보를 꺼내서 자신을 바다로 유인하려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이건 가능성이 굉장히 낮아.
아직 본격적인 전쟁은 시작도 안 했기에 오황오마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누구도 알 수가 없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희극제가 한쪽에 붙는다는 건 그녀의 성격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즉, 이건 진짜 정보야.’
라온은 확신을 가진 채 고개를 들어 올렸다.
‘바다라면 연락할 사람이 좀 있지.’
해적선 청풍을 이끄는 아리스는 당연하고, 광룡 카이바르를 사냥하며 해안도시 아이카르의 사람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마지막으로 강에 살기는 하지만 바다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가람이가 있기에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아리엘에게 고맙다는 말부터 해야겠지.’
서로 이용하는 관계라고 해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게 옳다. 정보에 감사 인사와 보상을 적으려고 하다가 눈매를 찌푸렸다.
‘이건….’
-왜? 또 무슨 일이냐?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도 영혼석을 찾고 있다는데…?’
라온이 편지의 끝에 적혀 있는 문구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설마 누군가 소문을 퍼뜨린 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사실 당황스러운 일은 아니야.’
오황만이 아니라, 봉신 가문 그리고 중립 세력에도 영혼석에 관한 정보를 풀었으니, 외부의 세력이 끼어드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게 누구냐다.
만약 지그하르트에 팔기 위해서 영혼석을 수배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천금도 줄 수 있다.
하지만 본인들이 사용하기 위해서 영혼석을 찾는 거라면 상황이 좋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불길함 때문인지 등골 사이로 소름이 돋아올랐다.
-참으로 어렵구나.
‘그렇지.’
라온이 짧게 혀를 차고서 희극제에게 쓸 편지를 적어서 하얀 매의 다리에 묶어주었다.
“잘 전해주거라.”
매의 날개를 쓰다듬어주고서 다시 하늘로 날려보냈다.
캬악.
하얀매는 거만한 자태로 고개를 까딱이고서 하늘로 솟구쳤다.
소리 없이 천공으로 비상하는 모습을 보니, 저 녀석이 희극제가 가장 아끼는 영물 천응인 모양이다.
“이건 보고를 드려야겠지.’
라온은 천응이 하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가주전으로 향했다.
* * *
파아아앙!
천응은 최대한 빠르게 주인에게 돌아가기 위하여 긴 날개를 펼쳤다.
하늘의 제왕이라는 별명대로 세상을 굽어보며 대륙 중부로 방향을 잡을 때 뒤편에서 자그마한 뱁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천응은 본래 임무 중에는 사냥도, 식사도 하지 않는다.
자신은 동물이 아니라, 영물이기에 맹금의 본능을 이겨내고 보내주려고 하는데, 뱁새가 상상을 초월한 속도로 날아와 뒤에 따라붙었다.
“야.”
뱁새는 자신의 옆까지 따라온 후 자그마한 날개를 팔딱였다.
“거기 딱 멈춰.”
뱁새의 부리에서 경박한 인간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영물인 자신도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게 다였기에 헛숨이 흘러나왔다.
당황 뒤에 찾아온 감정은 분노다.
자신은 하늘의 제왕. 독수리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몬스터도 가볍게 찢어 죽일 수 있는데, 콩알만 한 뱁새가 자신을 멈추려고 한다는 것에 짜증이 났다.
키아악!
천응이 뱁새를 노려보며 부리를 비틀었다.
발톱 한 번만 뻗어도 저 뱁새를 죽일 수 있지만, 지금은 임무 중이다.
주인에게 최대한 빨리 돌아가는 게 우선이었기에 화를 참고 보내주기로 했다.
“깃털만 하얀 게 아니라, 머리통도 하얀 거니? 터지기 싫으면 날개 세우라고.”
하지만 뱁새는 본인이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것도 모르는 듯 오히려 더 심한 말을 내뱉었다.
키아아악!
천응이 결국 참지 못하고 우측으로 돌았다. 발톱을 세워서 뱁새의 몸통을 단숨에 찢어버리려고 할 때였다.
고오오오오오!
자신의 날개 반쪽도 되지 않는 뱁새에게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아가던 발톱이 저절로 멈추고 전신이 바들바들 떨렸다.
평생 본 적 없는 천적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이놈이야?”
뱁새의 옆에서 분홍빛 기류가 일렁거린다. 구름처럼 몽실거리는 부위에서 다른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는데, 그녀의 존재감은 주인 이상으로 거대했다.
“그러니까 말로 할 때 서야지.”
뱁새가 옆으로 다가와서 조그마한 날개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쳤다.
죽이는 게 아니라, 역으로 죽임을 당할 것 같아서 깃털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거 내놔봐.”
뱁새는 미간을 살짝 구기며 자신의 발에 묶인 종이를 달라며 날개를 까딱였다.
키아악!
천응은 절대 안 된다고 외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 요즘 애들은 말로 해서는 들어먹질 않네.”
뱁새가 날개를 가볍게 풀더니, 혀를 찼다.
“한 대 맞을 걸 알아서 열 대로 불린다니까?”
그녀는 주먹을 풀듯 날개를 팔딱이며 천응을 노려보았다.
“그러네. 나 때는 상상도 못 할 일인데.”
분홍빛 기류도 분노한 듯 목소리를 깊게 내리깔았다.
두 여자의 섬뜩한 기세에 깃털이 저절로 뽑혀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끼이익….
천응은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눈앞의 공포를 저울질하며 날개를 떨다가 결국 무서움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발목을 내뻗었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우리 나쁜 사람들 아니야.”
뱁새가 천응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편지를 뽑았다.
끼이잉….
천응이 고개를 숙인 채 부리를 덜덜 떨었다. 뒷골목 양아치에게 걸린 어린아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뭐라고 적혀 있어?”
분홍빛 기류가 뱁새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고맙다고. 값을 치른다는데?”
뱁새가 편지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무슨 값? 그리고 고맙다고? 나도 그런 소리는 못 들었는데 감히 누가….”
분홍빛 기류는 화가 난 듯 더 강렬한 기파를 뿜어냈다.
“그래? 난 자주 들었는데?”
뱁새가 분홍빛 기류를 비웃으며 날개를 저었다.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분홍빛 기류가 뱁새를 노려보며 서늘한 음성을 흘렸다.
“매일 들었지. 함께 별을 보면서 들은 적도 있고.”
뱁새는 조롱조롱 노래를 부르며 헤헤 웃었다.
“역시 넌 안 되겠어. 여기서 죽는 게 옳아.”
“내가 할 소리야!”
뱁새와 분홍빛 기류가 강렬한 파장을 일으키며 싸우기 시작했다.
마나가 피어나지도 않는데 벼락 줄기 같은 스파크가 양쪽에서 터져 나왔다.
끼이익….
하늘의 제왕이라는 천응은 뱁새의 발끝에 잡혀 있는 편지 때문에 도망치지도, 물러서지도 못한 채 그저 구슬픈 울음만을 흘렸다.
끼이이익!
* * *
라온은 글렌을 찾아가서 희극제에게 얻은 정보를 모두 말해주었다.
“희극제의 점은 분명 신뢰할 만하지. 헌데 바다라….”
글렌은 너무 범위가 넓은 것 같다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해도 찾아야 합니다.”
라온이 희극제의 편지를 반으로 접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광풍대를 보내주십시오. 대륙의 해안 전체를 뒤져서라도 꼭 영혼석을 찾아오겠습니다.”
이 이상 광풍대를 놔둘 수도 없기에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음….”
글렌이 라온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영혼석을 찾는 세력이 누구인지 모르는 이상 광풍대만으로는 위험하다.”
그는 지금은 바로 움직일 때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안 된다는 게 아니다. 일단 기다려보거라. 내가 연락을 보내놓은 녀석이 있으니까.”
“그게 누구입니까?”
“아리스.”
글렌은 다시 아리스에게 연락을 했으니, 답장이 오면 그녀와 함께 움직이라며 손을 내렸다.
“음….”
라온이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그것만 한 게 없어.’
아리스는 강하기도 하지만, 배를 타고 바다 전체를 돌아다닌 인물이다.
그녀가 도와준다면 영혼석의 수색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알겠습니다.”
라온은 기다리겠다고 말하고서 허리를 숙였다.
“지금 너는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다. 임무가 내려올 때까지는 네 수련에만 집중하거라.”
“명심하겠습니다.”
짧은 말에서 글렌의 진심이 느껴졌다. 깊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알현실을 벗어났다.
수련을 위해서 다시 5연무장으로 돌아가려는데, 가주전 뒤편에서 익숙한 기척이 느껴졌다.
‘이 기운은….’
눈매를 좁히며 가주 전용 연무장의 벽으로 올라갔다.
연무장 안에 있는 사람은 리메르였다.
수련복을 땀으로 적시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녹색 눈빛에서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신념이 느껴졌다.
수련이 아니라, 누군가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듯한 느낌이었다.
‘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집중력 강화 훈련을 끝낸 후 리메르와 도괴에게는 휴식을 주었다. 한동안 도박장에 가서 놀고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저렇게 절실한 눈빛으로 검술을 연마할 줄은 몰랐다.
‘그러고 보니….’
부대주님도 꾸준히 성장했지.
리메르는 본래 그랜드 마스터였다가 단전을 다쳐서 마스터로 무력이 격하되었고, 인공단전과 본인의 노력 통해서 다시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를 되찾았다.
‘그건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리메르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노력 없이 저 위치에 도달했을 리는 없다.
그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을 뿐, 꾸준히 수련을 해왔던 것 같았다.
-애송이가 똥폼을 잡기는.
라스가 콧잔등을 찌푸렸다. 다만 귀때기라고 부르지 않는 것을 보니 나름 마음에 든 것 같았다.
‘그러게. 안 어울리는데.’
라온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 동안 리메르의 수련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연무장을 벗어났다.
‘나도 져서는 안 되겠지.’
지금 자신의 경지가 리메르보다 높기는 하지만 경험은 그가 훨씬 위다.
추월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인데….’
-안 되느니라!
라스가 빠르게 눈썹을 내렸다.
‘아직 말도 안 했는데?’
-오늘도 나딘빵 먹자고 할 거잖느냐!
녀석은 절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눈치가 빨라졌네.’
라온이 라스를 보며 픽 웃었다.
-눈치? 눈치라니! 전에도 말했지만, 네놈은 눈치라는 단어를 쓸 자격 자체가 없느니라!
‘그 정도는 아닌….’
-그 정도니라!
라스가 정신 차리라며 라온의 뒷목을 때렸다.
-본왕이 말해주마. 본래 인간이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라온은 라스에게 인간으로 살기 위한 눈치에 대해 잔소리를 들으며 별관으로 돌아갔다.
* * *
한적한 부두.
바람을 탄 물결이 해적기가 걸린 범선을 가늘게 흔들었다.
“이건 왜 열리지를 않지?”
이마를 시원하게 드러낸 중년인이 갑판 위에 놓인 새하얀 편지 봉투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그거 주인만 열 수 있어.”
빨간색 안대로 눈을 가린 여성이 고개를 저었다.
“주인?”
“아마 선장님이겠지.”
그녀는 선장인 아리스만이 편지를 열 수 있을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보니 우리 선장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두 달도 더 지난 것 같은데….”
중년인이 쨍쨍한 하늘을 올려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2달보다도 한참 전 아리스는 아들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정보를 듣고 대부분의 인원을 데리고 저 항구로 들어갔는데, 지금도 복귀하지 않았다.
워낙에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연락이 안 된 건 흔한 일이 아니기에 걱정이 되었다.
“걱정할 필요 없을 거 같은데.”
안대의 여성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걱정을 안 해! 두 달이야! 연락도 없이 이렇게 길어지는 건 흔하지 않다고.”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이런 냉혈한! 선장이 너한테 해준 게 얼만데!”
중년인은 정 없는 인간이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리스 님이랑 라바윈 님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무적이 아니야! 위험한 상황은 얼마든지….”
중년인이 고개를 저을 때였다.
“아아, 피곤해 죽겠다!”
걸쭉한 음성과 함께 아리스가 훌쩍 뛰어서 갑판 위로 올라섰다.
“그러게요.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라바윈이 그 옆으로 내려서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 서, 선장님?”
중년인이 아리스와 라바윈을 보며 턱을 떨었다.
“어, 언제 오셨습니까?”
“네가 우리한테 무적이 아니라고 할 때!”
아리스가 눈매를 찌푸리며 중년인의 민머리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끄억!”
중년인이 손자국이 난 머리를 부여잡은 채 비명을 질렀다.
“걱정해준 건 고맙지만, 난 무적이야.”
아리스는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으윽….”
중년인이 안대의 여성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왜 말을 안 해준 거야!”
“그래서 내가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잖아.”
“아….”
그는 이제야 안대 여성의 말을 다시 떠올리고서 헛바람을 흘렸다.
“가신 일은 어떻게 되셨습니까?”
안대 여성이 중년인을 지나쳐서 아리스에게 다가갔다.
“아아, 속았어.”
아리스가 콧잔등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었다.
“속았다구요?”
“그래. 우리 아들놈의 흔적 자체가 없더라고.”
“그럼 왜 이렇게 오래 걸리신 겁니까?”
“던전에 들어갔는데, 시간 축이 다르더라.”
그녀는 일주일 만에 던전을 나왔는데 2달이나 지나 있었다며 헛웃음을 흘렸다.
“여기는 별 일 없었지?
아리스는 갑판에 등을 기댄채 고개를 까딱였다.
“저희한테는 별일이 없었는데, 지그하르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지그하르트? 놔둬. 그 영감 또 이상한 소리나 하겠지.”
“확실히 이상한 내용이기는 했습니다. 영혼석을 찾는다고….”
“영혼석?”
그녀도 영혼석에 관해서는 모르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뭔….”
아리스가 되물으려고 할 때 바닥에 떨어져 있던 하얀 봉투가 저절로 떠올라서 그녀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오. 암시장의 특별 우편이네. 우리 아버지가 급하긴 급한 모양이야.”
아리스가 피식 웃으며 봉투를 열었다. 그녀는 봉투의 내용을 모두 읽고서 눈매를 찌푸렸다.
“태양과 달이 가장 가까이에서 맞닿을 때 하늘의 통로가 닫히고 길을 잃은 영혼이 가까이에 있는 물건에 깃들며 무지갯빛을 띠는 영혼석을 알고 있냐는데?”
그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콧잔등을 구겼다.
“이딴 걸 누가 찾아.”
“저, 저희가 처음에 받은 편지에도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중년인이 빨개진 민머리를 매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대륙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저런 건 본 적도….”
“무지갯빛이요?”
라바윈이 가짜 안대를 들어 올리며 눈을 끔벅였다.
“저 그거 본 적 있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