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31
제831화
-타이밍! 저 망할 것은 항상 타이밍을 더럽게 맞추느니라!
라스는 화가 솟구친다며 붉게 달아오른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냥 우연이겠지.’
라온이 가볍게 손을 저었다.
-우연은 개뿔이! 매번 이런 타이밍에 보상을 던지는 게 우연이라고 생각하느냐? 본왕을 조롱하려는 게 분명 하느니라!
라스는 불 보듯 뻔하다고 외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본왕이 마계로 돌아가는 즉시 다 죽기 직전까지 패버릴 것이니라!
‘다 팬다고? 그러면….’
라온이 라스에게 질문을 던지려고 할 때 아리스가 다가와서 어깨를 툭 쳤다.
“다행이야. 빨리 돌아갈 수 있겠어.”
아리스는 시아를 만나는 게 기대되는 듯 특유의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네. 운이 좋았어요.”
라온이 메시지를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가장 먼저 영혼석을 발견한 걸 보면 운이 아닌 것 같은데.”
아리스는 하늘이 시아를 구하겠다는 열망을 알아준 것 같다며 손을 저었다.
“동의.”
리메르가 손을 어깨높이로 들어 올렸다.
“너 이 섬에 온 이후로 1초도 안 쉬고, 영혼석만 찾았잖아. 너 아니면 발견할 사람이 없지.”
그는 자신이 찾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누가 찾든 상관없이 이 섬을 벗어날 수 있는 것만으로 속이 편해졌어.”
마르타는 하루 만에 바다가 질릴 뻔했다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난 나쁘지 않았는데.”
버렌은 풍경을 감상하며 영혼석을 찾는 게 낭만 있었다며 작게 웃었다.
“나도 좋았어. 물이 시원해서….”
루난은 바닷물이 차가워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하며 고개를 꾸벅였다.
“그, 그럼 바로 돌아가는 거예요? 아직 챙길 것들이 많이 남았는데….”
도리안은 보급품으로 챙겨야 할 게 많다며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뭔 놈의 보급품은 보급품이야! 무인도에서 챙길 게 뭐가 있다고.”
크레인이 이해가 안 된다며 미간을 구겼다.
“나무! 돌! 풀! 꽃! 열매! 전부 지그하르트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도리안은 당연한 것을 왜 묻냐며 콧방귀를 뀌었다.
“그니까 그게 왜 필요한데!”
“지,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 분명 쓸 일이 있을 거라고!”
크레인과 도리안은 이마를 맞댄 채 서로의 눈동자를 노려보았다.
“저 둘 또 시작이네.”
“오늘은 누가 이기려나?”
“칼로는 이겨도 말싸움은 도리안이 이기기 힘들지.
광풍대 검사들은 크레인과 도리안의 말다툼을 보며 가느다란 웃음을 흘렸다.
영혼석을 찾은 덕분에 모두의 얼굴에 활기가 차올랐다. 모두 기분 좋게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시이모님. 뭐 필요하신 건 없으신가요?”
멀린이 아리스의 어깨를 주무르며 방긋방긋 웃었다.
“아, 아니. 너 뭔데….”
아리스는 멀린이 쓰고 있는 노파의 가면이 부담스러운 듯 턱을 부르르 떨었다.
“날 왜 시이모라고 부르는 거냐고!”
그녀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시이모님이시니까 시이모라고 부르죠.”
멀린은 사과를 왜 사과로 부르냐는 것과 같은 질문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라, 라온? 이게 어떻게 된 거니?”
아리스가 당황한 듯 멀린에게서 훌쩍 물러섰다.
시이모라는 호칭은 아내가 남편의 이모에게 부르는 말이었기에 진심으로 놀란 것 같았다.
후우우우!
멀린이 아리스에게 달라붙을 때마다 바닷속에서 러스트가 짙은 색욕을 일으키는 게 느껴졌다.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그냥 무시하세요.”
라온은 멀린의 말에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며 손을 저었다.
‘믿었던 이모도 저렇게 되다니.’
아리스도 쩔쩔매다니, 아무래도 지그하르트에서 멀린을 이길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역시 광녀이니라!
라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큼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짜 광기는 진짜 광기를 이길 수 없느니라!
‘기뻐?’
-아니, 그건 아니니라….
* * *
라온은 세빌 섬의 숙소로 돌아가서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보상 메시지를 불러왔다.
[기발한 발상으로 불가능한 업적을 이뤄내셨습니다.] [초월자를 쓰러뜨리셨습니다.] [불운한 영혼을 진혼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60포인트 상승합니다.]-유, 육십? 한 번에 육십 포인트라고?
라스가 튀어나올 것처럼 눈을 부릅떴다.
-이게 말이 돼?
‘말이 되지.’
라온이 60포인트가 상승했다는 메시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로 초월자를 꺾었고, 라베라의 영혼도 다독여줬잖아. 60이면 오히려 적은 편이지.’
적다는 말을 할 때 육체 전체로 스며드는 강대한 마나가 느껴졌다.
전체적인 능력치가 높아지며 웬만한 포인트로는 별 느낌도 없었는데, 단번에 60포인트가 상승하니, 육체와 영혼이 성장하는 희열이 되살아났다.
-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마계에서도 그랜드 마스터 급이 초월자를 잡은 적은 없을 거 아니야.’
-…있느니라.
라스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있다고?’
-물론 상황이 조금 다르기는 하다만, 세상에 잘난 놈이 너만 있는 건 아니니라!
녀석은 너무 잘난척하지 말라며 고 개를 저었다.
‘그게 누군데? 마왕이야?’
-몰라도 되느니라!
라스는 말해줄 생각이 없는 듯 콧잔등을 찌푸렸다.
‘음….’
라온이 입맛을 다셨다.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물어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다음 메시지를 확인했다.
[새로운 특성 이 생성됩니다.] [특성 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의 등급이 상승합니다.]두 번째로 올라온 메시지는 특성에 관한 것들이었다.
새로운 특성 이 생겼고, 2사도의 공격을 견딜 때 사용했던 설화의 감각과 마갑의 등급이 상승했다.
-끄으! 많이도 준다! 많이도 줘!
분노하는 라스의 말을 흘려들으며 비령의 능력을 확인했다.
이기어검을 펼칠 때 상단전의 과부하와 오러 소모를 줄여준다.
‘좋은데?’
새롭게 생긴 특성은 이기어검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능력이었다.
지금은 별 효과가 없겠지만, 등급이 올라간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아니이이이이!
라스가 비령의 능력을 보다 말고 빼액 소리를 질렀다.
-매번 이렇게 챙겨주면 본왕은 뭘 먹고 살라는 것이냐! 이 망할 놈들아!
‘마왕님이 고작 이 정도로….’
-고작? 고오오오작? 대륙 제일의 부잣집도 매일 도둑이 들면 1년도 못 가서 망하느니라! 이 장물아비 자식아!
녀석은 도둑질을 매일 당하는데 어떻게 버티냐면서 양팔을 휘저었다.
-망할! 그냥 처음에 떨어졌어야 했는데….
라스는 마생 최대의 실수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대로 돌아갔으면 평생 구슬 아이스크림을 못 먹어봤을 텐데? 그래도 괜찮아?’
-으음….
라스의 둥그스름한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거기다 이제 돌아가서 누나를 깨우면 네가 그렇게 바라던 아이스크림의 산이 세워지고, 진수성찬이 펼쳐질 텐데?’
-추르릅….
라스의 입에서 흘러나온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 바로 열 것이냐?
녀석이 슬쩍 고개를 들어 올렸다. 힘을 뺏겨서 실망하던 얼굴은 이미 사라졌고, 아이스크림과 음식에 대한 기대감만이 반짝거렸다.
‘당연하지. 내가 안 열어도 할아버지나, 엄마가 열어 줄 거야.’
-험험! 그럼 마음 넓은 본왕이 이해를 해야지! 다만 네놈의 말대로 성대한 축제를… 끼아아아악!
라스가 제대로 준비를 하라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분홍빛 기류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눈동자가 돌아가면서 풀린 것을 보니, 기절한 것 같았다.
“러, 러스트?”
라온이 분홍빛 기류를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자신의 영혼에 깃든 색욕의 권능이 반응하는 것을 보니, 러스트가 분명했다
“얍!”
러스트의 옆 공간이 갈라지고 멀린까지 튀어나왔다. 처음부터 함께 온 것 같았다.
“너희 왜 여기까지 따라온 것이냐?”
러스트가 있기에 최대한 침착한 모습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둘 다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데?’
멀린은 정보를 얻겠다고 말하며 지그하르트를 떠났고, 러스트는 마계로 돌아가서 라스를 기다리기로 약속했다.
저 둘이 왜 이곳까지 온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도 조용히 떠나려고 했는데, 얘랑 내기를 하게 됐거든.”
멀린이 팔꿈치로 러스트를 툭 치며 웃었다.
“내기? 무슨 내기?”
“누가 더 널 조용히 쫓아다닐 수 있는지에 대한 내기였지.”
멀린이 자랑스럽게 손을 뻗어서 본인을 가리켰다.
“물론 내가 이겼어! 아까 네가 저녀석을 찾아준 덕분에!”
그녀는 ‘나 잘했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내렸다.
“으으, 얼굴을 보고 싶어서 너무 가까이 갔어….”
러스트는 패한 게 분하다는 듯 분홍빛 기류 속에서 코를 훌쩍였다.
색욕의 기운이 피어나며 그녀를 안아주고 싶다는 감정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라스의 분노와 불의 고리를 동시에 운용하여 러스트가 자연스럽게 일으킨 색욕의 권능을 밀어냈다.
“하아….”
라온은 마음을 안정시킨 후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지그하르트 안에서 가끔 느껴지던 시선도 너희 둘이었나?”
“우리 맞아!”
멀린은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며 싱긋 웃었다.
“응. 이 상태로 지켜봤어….”
러스트는 대기에 영혼을 녹여서 따라다녔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라온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돌아버리겠다. 진짜….’
당사자 앞에서 스토킹 대결을 했다고 말하고, 승자는 웃고, 패자는 운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사실 이대로 둘을 잡아서 감방에 넣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체포해서 감옥에 가두면 저 둘은 오히려 좋아할 것 같았다.
“지금 머리가 아파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라온이 멀린과 러스트를 차례로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내 칭찬이야? 그래. 칭찬해줘!”
멀린은 승자에게 상품을 달라며 양팔을 벌렸다.
“흐으윽….”
반대로 러스트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스토킹 대결에서 패한 게 진심으로 분한 것 같았다.
“스토킹에는 이기고 말고가 없어! 이 범죄자들아!”
라온이 참지 못하고 결국 소리를 질렀다.
“너! 돌아간다고 했잖아! 약속 안 지킬 거야?”
“졌어….”
러스트는 자신의 말도 듣지 않고, 멀린에게 패했다는 절망에만 빠져 있었다.
“너도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했잖아! 이럴 거면 그냥 지그하르트에 있든가!”
“상품 줘! 아무거나 줘!”
멀린은 승자에게 상품을 주는 게 옳다며 자꾸 안기려고 들었다.
-끄으응, 어떻게 된 것이냐….
라스가 정신을 차린 듯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라스 잘 일어났어.’
라온이 무릎을 꿇은 채 라스를 부축했다.
‘쟤들 계속 우리를 쫓아오면서 스토킹 대결을 했대! 가끔 등 뒤에서 느껴지던 시선이 저 둘이라고!’
라스에게 멀린과 러스트가 스토킹 대결을 해왔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
라스는 고요한 눈으로 멀린과 러스트를 바라보았다. 평소와 달리 진중한 기세. 진심으로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래. 라스! 네가 뭐라고 해주는 게….’
라온이 라스를 믿으려 한 발 물러설 때였다.
-걍 죽을란다!
라스는 비명을 지르며 스스로 이마를 땅에 처박았다.
뻐어어억!
영체의 의지가 깃들었기 때문인지 녀석이 눈이 풀린 채 그대로 꼬꾸라졌다.
‘라스!’
-이, 이제 편해질 수 있느니라.
라스는 가느다란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떨궜다.
“이제 나만 스토킹 할 수 있어! 내가 진정한 스토커라고!”
“라스를 수천 년을 따라다닌 내가 지다니….”
“…….”
웃는 멀린과 우는 러스트를 보다가 제천검을 검집째 뽑았다.
‘이제 나도 모르겠다.’
라온이 제천검으로 스스로의 이마를 올려쳤다.
뻐어어억!
* * *
다음날.
라온은 일어나니 사라져 있던 멀린과 러스트에 대한 불안감을 안은 채 광풍대와 함께 세빌 섬을 떠났다.
갑판 위에 서서 부서지는 파도를 보고 있자니, 어제 라베라의 심상의 세계에서 절망의 응어리가 자신의 발끝에 스며들었던 게 떠올랐다.
‘아무 일도 없겠지?’
조금 찝찝하기는 했지만, 한번 정화된 기운이니 별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섬이 사라지고, 갈매기가 줄어들 무렵 뒤편에서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리메르가 손을 들고 서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냐?”
리메르는 피식 웃으며 깍지 낀 손을 본인의 뒤통수에 얹었다.
“별 생각 안 했습니다.”
라온이 바다를 보고 있었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근데 왜 걱정이 많아 보이지? 영혼석에 문제라도 있어?”
리메르는 안색이 좋지 않다며 눈매를 좁혔다.
“아, 그거랑은 상관없어요.”
라온이 고개를 저었다. 멀린과 러스트가 어디에서 쫓아오고 있는지 몰라서 불안할 뿐, 영혼석에 관한 걱정은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럼 다행이고.”
리메르가 피식 웃으며 난간에 팔을 기댔다. 그는 한참 동안 갈라지는 파도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제야 네 누나를 깨울 수 있게 됐네. 기쁘겠어.”
“네. 기대가 되죠. 다만….”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와 아버지, 두 할아버지의 걱정을 덜 수 있는 게 더 기쁩니다.”
글렌과 렉타르, 실비아, 에드가는 밤낮없이 시아를 구할 방법을 찾고, 그녀의 병실에 드나들었다.
그 네 사람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게 시아를 깨우는 것만큼이나 기뻤다.
“볼수록 놀랍네.”
리메르가 라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예? 뭐가….”
“인연을 밀어내던 네가 그렇게 가족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는 게 놀랍다고. 얼마 전만 해도 아리스에게 이모라는 말도 못 꺼냈잖아.”
그는 변한 모습이 마음에 든다며 씩 웃었다.
“가족들 덕분에 사람을 너무 어려워할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실비아가 알려준 모양이네. 역시 뚝심 있다니까.”
“분명 어머니가 많은 가르침을 주셨지만, 별관의 식구들만이 제 가족은 아닙니다.”
라온이 리메르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음?”
“광풍대 역시 제 가족들이에요. 물론 부대주님도….”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지금의 자신이 된 건 실비아만이 아니라, 리메르와 광풍대 검사들 덕분이기도 했다.
모두가 자신을 이어주지 않았다면 지금도 혼자서 복수만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으아아아악!”
리메르가 양팔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닭살 돋는 거 보이지! 오그라든다고!”
“아, 아니. 그게….”
라온이 얼굴을 붉힌 채 입술을 떨었다.
“농담이다.”
리메르가 라온의 머리를 툭 치며 웃었다.
“뭐, 나까지 가족으로 생각해 줘서 고맙다. 하여튼 넌 꼭 누구를 보는 것 같아서 민망하다니까.”
그는 말과 달리 기분이 좋은 듯 바람 같은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다.”
리메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너와 광풍대는 내게 시얀만큼이나 소중한 아이들이야. 물론 도박만큼은 아니지만.”
그는 마지막에는 장난스러운 말을 흘리고서 갑판을 떠났다.
-저것도 미쳤나?
라스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원래 저러셨어.’
리메르는 가볍고 경박한 모습 속에 아주 가끔 진중한 모습을 보여준다.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래서 광풍대가 유지되는 거고.’
라온은 리메르와 닮은 미소를 그린 채 다시 파도를 바라보았다.
* * *
청풍은 소규모 해적을 한 번 만난 것을 제외하고는 별 탈 없이 처음의 항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바로 차원 문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자! 돈은 라바윈이 낼 거야!”
아리스가 배에서 내리자마자 힘차게 손짓했다.
“제, 제가요? 제가 왜….”
라바윈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눈을 끔벅였다.
“너 때문에 쓸데없이 오각형 돌만 찾았잖아!”
아리스가 미간을 구긴 채 라바윈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아아악!”
라바윈은 방어를 할 새도 없이 얻어맞은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나, 나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몰랐으면 돈 내라고.”
아리스는 짝다리를 짚은 채 라바윈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전형적인 깡패의 자세였다.
“아, 알겠습니다….”
라바윈은 훌쩍이면서 등을 돌렸다. 그가 입술로 아리스의 욕을 하는 건 라온만이 볼 수 있었다.
“제가 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라온이 피식 웃으며 라바윈을 부축할 때였다.
“아리스 님!”
키가 작고 허리가 굽은 중년인이 청풍의 갑판 위로 올라와서 아리스에게 달려갔다.
“도련님의 진짜 흔적을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