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34
제834화
고오오오오!
라온은 아리스의 말을 듣자마자, 설화의 감각을 운용했다.
대기 중의 마나가 자신의 피부로 변하는 듯한 신비로운 감각을 느끼며 발밑으로 기감을 펼쳐냈다.
‘확실히 있군.’
바로 아래는 아니지만, 3층 정도 밑에 호흡을 죽인 채 숨어 있는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주술사? 아니, 주술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는 무인이야.’
주술로 기척을 숨기고 있기에 자신의 기감에 잡히지 않았던 것 같았다.
‘하….’
라온이 아리스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모는 이걸 바로 알아차리신 건가?’
초월자인 2사도를 꺾고 스스로의 성장에 만족했는데, 진정한 초월자에게 닿으려면 아직 한참 남은 것 같았다.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었네.’
아리스가 아들인 시프를 걱정하느라 조급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운 와중에도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옛말대로 초월자 걱정은 하는 게 아니었다.
“우리가 처음 이 던전에 왔을 때는 몬스터와 함정만 있었어.”
아리스가 목소리를 낮춘 채 턱을 까딱였다.
“외부의 발자국이 없었던 것을 보면 밑에서 올라온 놈들이라고 보는 게 옳겠지.”
그녀는 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손가락을 내렸다.
“아, 아래에서 올라왔다구요?”
파라스가 땅을 보며 눈을 끔벅였다.
“아무래도 파라스 님의 흔적이 발견된 것 같습니다.”
라온이 검병에 손을 얹으며 시선을 좁혔다.
“제, 제가요? 절대 아닙니다! 제가 이래 봬도 대도의 후예이고, 아리스 님께 지옥 수련도 받았는데….”
파라스는 입술을 떨며 본인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웠다고 말했다.
“혼자서 다시 던전에 들어가셨을 때는 아무 일도 없었죠?”
“그, 그랬죠. 주술사 놈들을 몰래 따라만 갔으니까.”
그는 당시에 아무 일도 없었다며 눈동자를 굴렸다.
“지금 이 아래에 있는 무인들에게서 주술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갑자기 경계를 설 리가 없으니, 파라스 님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보는 게 옳을 겁니다.”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아….”
파라스는 본인의 탓이라고 느낀 듯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이상한 짓을 해서 시프 님을 더 위험하게….”
“파라스 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라온이 파라스의 창백해진 얼굴을 향해 손을 저었다.
“실제 흔적을 발견한 게 아니라, 주술로 알아차렸을 테니까요.”
“주, 주술이요?”
“예. 파라스 님이 던전 끝 비밀 공간에서 주술사들을 따라가면 위험할 거 같다고 느낀 감각도 본능적으로 그 공간에 새겨져 있는 주술을 감지하신 걸 겁니다.”
주술은 마법과 달리 음의 마나를 이용하기에 추적과 감지에 독보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파라스의 보법과 기척을 죽이는 솜씨는 놀랍지만, 무학적인 경지 자체가 높지 않아서 주술을 속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그럼 이미 저희가 들어왔다는 것도 알아차린….”
“그건 아닐 겁니다.”
라온은 그 자리에 가만히 숨어 있는 무인들의 기척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이 던전의 전방위를 주술로 덮어서 침입자를 감지하는 건 굉장한 낭비예요. 이 밑에 있는 무인들은 주술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 파견된 경계병일 겁니다.”
무인들은 석상이라도 된 것처럼 주술 속에 숨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상태로 볼 때 침입자를 본부에 알리기 위한 경계병이 분명했다.
“물론 제 생각일 뿐이니, 앞으로는 감각을 최대한 세운 채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탐지 주술이 설치되어 있을 가능성도 높으니까요.”
“역시 우리 조카! 똑부러지네!”
아리스가 씩 웃으며 라온의 등을 쳤다.
“라온의 말대로 최대한 기척을 죽이며 움직이자. 주술의 탐지는 내가 할 테니까. 조용히 뒤만 쫓아와.”
그녀는 지금부터 앞장을 서겠다고 말하며 살짝 무릎을 굽혔다.
“저는 기막을 쳐서 광풍대의 소리를 차단하겠습니다.”
라온이 주변의 마나를 끌어와서 광풍대 전체를 휘감았다. 모든 소리를 막을 수는 없지만, 검사들의 발걸음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럼 다시 출발하자.”
아리스가 가는 숨을 내쉬고서 앞장서서 던전을 내려갔다.
경계병을 믿고 있는 건지 딱히 함정이나,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꼬부러진 길을 5분 정도 내려가자, 갈색 공동으로 이어지는 작은 입구가 나타났다.
“저 안에 있어.”
아리스가 시선을 돌린 채 더욱더 목소리를 낮췄다.
“아, 안 보이는데요?”
파라스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도 모르겠는데….”
“응. 평범한 동굴로만 보여.”
광풍대 검사들 역시 알아차리지 못한 눈치다. 주술의 힘이 강해서 마스터들도 탐지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무인 세 명이 주술 속에 숨어서 입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라온이 입구를 살피며 고개를 저었다.
“한 명이 당해도 다른 두 명이 보고를 하기 위한 배치 같아요. 주술 속에 저렇게 잘 녹아든 것을 보면 정말 철주련의 잔당일 것 같네요.”
“그럼 우리 셋이 한 놈씩 잡으면 되겠네.”
아리스가 라온과 리메르를 향해 턱을 까딱였다.
“중앙, 좌측 아래, 우측 상단 맞지?”
리메르도 주술로 몸을 감추고 있는 무인들의 기척을 감지한 듯 손가락을 돌렸다.
“내가 좌측으로 간다.”
“그럼 나는 우측.”
아리스와 리메르는 서로 좌측과 우측을 맡겠다며 검병을 잡았다.
“잠시만요. 저놈들이 아티팩트 같은 것을 지니고 있다면 저희가 제압하기 전에 먼저 보고가 전해질 수도 있습니다.”
라온이 손을 올려서 아리스와 리메르를 말렸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여도 본부에 소식이 전해질 가능성도 있기에 무조건 달려드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하려고?”
아리스가 눈썹을 내렸다.
“이 입구를 돌파하지 않으면 저쪽으로 못 가.”
“하나 던지죠?”
라온이 멍하니 서 있던 도리안에게 손을 까딱였다.
“저, 저요? 뭘 던지라는….”
도리안은 불안함을 느낀듯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부탁한다.”
라온이 싱긋 웃으며 공동의 입구를 향해 도리안을 던져버렸다.
“자, 잠깐만요!”
도리안은 밀리지 않기 위해서 억지로 힘을 주다가 공동 입구에서 자빠져버렸다.
“지금이에요.”
라온은 경계병들이 도리안에게 시선이 쏠린 틈을 놓치지 않고, 태화보를 밟았다.
발끝에 광풍류의 바람까지 두른 채 공동 중앙에 숨어 있는 무인을 향해 돌진했다.
“아.”
경계병의 시선이 넘어진 도리안을 떠나 급박하게 위로 올라갔지만, 한참 늦었다. 자신의 손끝은 이미 그의 목에 닿아있었으니까.
퍼어어억!
라온의 수도에 직격당한 경계병이 끈 떨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경계병은 자신의 오러에 제압되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뻐어억!
거의 동시에 울린 두 번의 충격음. 리메르와 아리스도 문제없이 숨어 있는 경계병을 쓰러뜨리고 바닥으로 내려섰다.
‘다행히 전해지지 않았군.’
이 공간에서 주술의 기운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행히 신호를 울리기 전에 제압한 것 같았다.
“네 말이 맞았네.”
아리스가 경계병의 손에 들려 있던 작은 버튼을 보여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누르면 밑으로 연락이 가는 것 같아. 어떻게 그런 계획을 짠 거야?”
그녀는 판단도 빠르고, 계획도 좋았다며 웃었다.
“자주 해봐서요.”
라온이 마주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도리안은 외모로 볼 때 토끼나, 다람쥐처럼 무해한 생물 그 자체다.
어리숙한 녀석이 홀로 동굴에 들어와서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당황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번 말하지만, 우리 대주의 진짜 재능은 검술이 아니라 저 잔대가리라니까.”
마르타는 머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돌아간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임무 중이니까. 잔대가리가 아니라, 판단력이 좋다고 해.”
버렌은 대주에게 예의를 갖추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헛소리냐!
라스가 고개를 저었다.
-이놈의 진짜 재능은 머리도 검술도 아니고, 주둥아리이니라!
녀석은 왜 모르냐며 미간을 구겼다.
“도리안 던지기 해보고 싶어….”
루난은 본인도 도리안을 던져 보고 싶다며 주먹을 살짝 말아쥐었다.
“하, 하지 마세요! 루난 님까지 하시면 저 진짜 죽어요!”
도리안은 심장이 떨어져 나갈 뻔했다며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역시 광풍대의 보급관. 이제는 스스로의 몸으로도 미끼를 보급하네.”
크레인이 도리안을 놀리듯 휘파람을 불었다.
“얌마!”
도리안은 참던 게 터진 듯 크레인에게 달려들었다.
“일단 심문부터 하자고.”
아리스는 제압한 경계병들을 각자 심문하자며 손을 내렸다.
“예.”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 경계병의 상태를 살폈다.
주술로 이어져 있는 철갑옷을 보니, 정말 철주련의 무인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았다.
“네 이름은?”
이름을 물어보았지만, 경계병은 시선조차 내리지 않은 채 입을 꾹 다물었다.
“좋아. 오랜만에 써보겠네.”
라온이 피식 웃으며 경계병의 육체 위로 직접 개발한 열기와 냉기의 고문법을 시전했다.
자신이 성장한 만큼 열기와 냉기의 질이 올라갔기에 아무리 인내심이 강해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
보통은 시작하자마자, 난리가 나는데, 이 경계병은 얼굴만 붉어질 뿐 비명을 지르거나, 과한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
“너희 철주련 맞지?”
“…….”
“대답해!”
아리스 역시 공간검의 묘리를 이용해서 경계병을 속살을 헤집고 있었지만, 그의 입을 열지는 못했다.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그동안 이놈들의 몸에 새겨진 주술이나 살펴볼까.
자신의 고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고통을 주기에 경계병의 입이 열릴 때까지 그의 몸을 감싼 주술을 해석하기로 마음먹었다.
-네놈 주술의 주 자도 모르잖느냐.
‘나는 모르지. 하지만 특성을 운용하면 보여.’
불의 고리와 분노의 마안, 설화의 감각의 등급이 높아졌기에 시간만 있다면 자신이 전혀 모르는 힘도 충분히 해석할 수 있었다.
-헤헹, 본인의 능력이 딸리니까. 이상한 특성에만 의지하는구나. 그래서는 성장할 수가….
‘설화의 감각과 분노의 마안은 네 힘인데?’
-어….
라온은 라스의 입을 꾹 다물린 채 주술의 흐름에 집중했다.
‘조용하니 좋네.’
* * *
촤아아아악!
아기 해달이 상어라도 된 듯 쾌속한 속도로 바다를 나아가다가 멈춰 섰다.
“야!”
해달은 우측 허공을 바라보며 삿대질을 해댔다.
“대체 왜 그쪽으로 가는 건데!”
아기 해달. 멀린의 외침에 우측 바다 위에서 분홍빛 기류가 일렁였다.
“이쪽 아니야?”
분홍빛 기류. 러스트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쪽은 바다잖아! 이제 육지로 가야 하는데, 왜 자꾸 딴 쪽으로 새는 건데!”
멀린이 역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본인의 가슴을 두드렸다.
“아, 거기구나.”
러스트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남쪽으로 흘러갔다.
“아니라고!”
멀린이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영혼석을 바다에 던졌다.
“꺄아아아악!”
그녀는 기겁하고서 바닷속에 들어가 떨어지던 영혼석을 들고나왔다.
“아아, 대충 알겠어.”
러스트는 알겠다고 말하고서 멀린의 옆으로 다가갔다.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쫓아오기만 해. 알겠어?”
멀린은 싸울 때만 나서라고 말하며 턱을 까딱였다.
“알겠어.”
러스트는 조금도 기가 죽지 않은 채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답답해.”
멀린이 한숨을 내쉬고서 다시 바다를 헤치고 나아갔다.
‘초월자가 대체 왜 길을 못 찾는 거지?’
러스트의 무력은 강하다. 특히 그녀가 지닌 영혼의 크기는 자신이 본 그 어떤 존재보다도 거대했다.
저 정도로 강한 괴물이 길을 못 찾아서 헤매는 게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원래라면 이미 도착했어야 했는데, 저 망할 길치 때문… 어?’
뒤를 돌아보니, 러스트가 또 먼 바다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거기 아니라고!”
멀린이 다 쉰 목소리로 괴성을 질렀다.
“이 화상아!”
* * *
‘대충 알겠군.’
라온이 경계병의 가슴에서 손을 떼며 고개를 끄덕였다.
‘피와 음의 마나를 이용한 주술이야.’
경계병이 지닌 주술과 갑옷, 아티팩트에는 공통적으로 피와 음의 마나가 느껴지고 있었다.
주술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지만, 지독하고 끈끈한 악의가 느껴졌다.
‘이 정도면 됐나?’
경계병은 지금까지 고문을 당하느라, 전신에 핏줄이 돋아올라 있었다. 이 이상하면 죽거나 미쳐버릴 가능성도 있기에 입 부분의 마비만 풀어주었다.
“네 이름은?”
“으으….”
경계병은 고통으로 인해 죽기 직전의 상황임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
자신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뚝뚝 끊어지는 신음만 흘렸다.
‘버틴다고?’
자신의 고문을 버틴 사람은 오마에서도 미친 것으로 이름 높은 백혈교와 에덴뿐이다. 철주련의 잔당이 이 정도로 지독할 줄은 몰랐다.
“이대로 몇 초만 더 있으면 죽을 텐데?”
“크윽….”
경계병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 끝까지 입을 다물다가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이 새끼 미쳤어! 내부를 헤집어도 입을 열지를 않아!”
아리스도 경계병의 입을 열지 못하고 죽인 듯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해. 이놈들 철주련이야..”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말을 이었다.
“주술로 이어진 갑옷 그리고 백혈교를 보는 듯한 지독함까지. 내가 들었던 철주련 놈들과 똑같아.”
아리스는 속이 거북해진 듯 고개를 저었다.
“그, 그런 놈들이 왜 도련님을 납치한 거죠?”
파라스가 아리스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아직 시프가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
아리스는 헛소리 하지 말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 그렇죠.”
“일단 안 좋은 생각은 하지 말고….”
그녀가 파라스를 다독일 때였다.
“처, 철주련이다….”
리메르가 고문하던 무인의 입에서 철주련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부, 부대주님?”
“뭐야! 어떻게 입을 연 거야!”
라온과 아리스가 리메르를 보며 동시에 입을 떡 벌렸다.
“그냥….”
리메르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발바닥을 간지럽혔는데?”
그는 바람으로 발바닥만 간지럽혔다며 눈을 끔벅였다.
“가, 간지럼?”
라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심문을 하랬더니, 왜 간지럼을 태워!”
“심문은 취향이 아니라서 둘을 믿었는데, 이게 이렇게 되네. 역시 광풍대의 영웅은 나야!”
리메르는 스스로를 천재라 칭하며 낄낄 웃었다.
-역시….
라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원조 미친놈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