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37
“비켜!”
아리스는 길을 막고 있던 무인과 주술사들을 베어버리고, 쇠사슬에 묶여 있는 적발의 남성에게 달려갔다.
“시프! 시프!”
그녀는 주술이 담겨 있는 쇠사슬을 맨손으로 부숴버리고, 적발의 남자를 향해 시프라고 외쳤다.
‘저 사람이….’
라온이 시프라 불린 적발의 남성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시프인가.’
걸레처럼 헝클어진 적발을 길게 늘어뜨린 사내였는데, 몸 전체가 오래된 나무껍질처럼 말라붙어 있었고, 전신에 새겨진 상처에서 주술의 악취가 진하게 풍겨 나오고 있었다.
‘심하게 당했군.’
지부장의 말대로 지독한 주술 실험을 당했는지 시프가 본래 지니고 있는 오러 흐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아예 망가지진 않았어.
주술 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인지 단전과 마나 회로를 아예 부숴버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긴 시간 동안 심한 고통을 겪었을 테니, 다행이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좀 일어나 봐!”
아리스가 시프의 손을 억죄고 있던 수갑까지 부순 후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이 망할 아들놈아! 일어나 보라고!”
그녀는 제발 눈을 뜨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시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말해.”
라온이 철주련 지부장의 목을 잡고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왜 일어나지 못하는 거지?”
“끄으으….”
지부장은 대답하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꾹 깨물었다.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라온이 비웃음을 흘리며 지부장의 목을 잡고 있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꺼어어억!”
지부장이 곧 죽을 것처럼 신음을 흘렸다. 그의 얼굴이 붉어지고, 이마 위로 힘줄이 불룩 튀어나왔다.
“주, 주술로 재워둔 것뿐입니다!”
겁에 질려서 물러나 있던 주술사 한 명이 잠이 드는 주술을 걸었다며 소리를 질렀다.
“그럼 깨워.”
라온이 시프를 깨우라고 말하며 왼손을 저었다.
“이, 이동 중에 깨어나면 안 되기에 지부장님이 직접 수면 주술을 걸었습니다. 저희는 풀 수가 없습니다.”
그는 지부장이 직접 해야 한다며 시선을 돌렸다.
퍼어어억!
라온이 지부장의 몸을 거꾸로 돌려서 바닥에 내던졌다.
“커헉! 허으으윽!”
지부장은 자신의 손자국이 남은 목을 움켜쥔 채로 피가 섞인 기침을 토했다.
“깨워. 허튼짓하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게 해주마.”
라온은 눈동자에 분노의 감정을 두른 채 턱을 내렸다.
-네놈이 직접 하지는 않는 것이냐?
‘아직 미숙하니까.’
주술 자체는 해제할 수 있지만, 아직 미숙하기에 힘이 과하게 들어갈 것 같았다.
현재 시프의 몸과 정신이 망가져 있기에 조금이라도 더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으으….”
지부장은 자신의 기세에 질린 듯 전신을 부들부들 떨다가 무릎으로 기어서 시프의 앞에 섰다.
“이모. 잠시만 물러나 주세요.”
“…….”
아리스가 시프의 손을 잡은 채로 뒤를 돌아보았다. 당장 주먹으로 쳐 죽여버릴 듯한 섬뜩한 눈빛. 그녀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쳐 있음에도 지부장을 향해 얼음장 같은 살의를 피워냈다.
“자, 잠시만!”
지부장이 늘어진 이마 주름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
“나, 나를 살려준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절대 깨우지 않겠다.”
그는 목숨만 살려달라고 말하며 눈동자를 뒤르륵 굴렸다.
“아무런 문제 없이 깨운다면 죽이지 않고, 풀어주마. 내 이름을 걸지.”
라온이 진중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지부장은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내린 듯 시프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아귀에서 붉은 주술의 기운이 번지자, 시프의 육체 속에 남아 있던 주술이 천천히 지워지기 시작했다.
“후우….”
지부장은 시프의 육체에 남아 있던 주술을 흡수한 후 뒤로 물러섰다.
“이제 깨어날 수 있을 거다.”
그는 곧 일어날 거라면서 턱을 주억였다.
“이제 날 보내주는….”
“부대주님!”
라온은 지부장을 보지도 않은 채 리메르를 불렀다.
쿠우우웅!
리메르가 철문을 부숴버리고 들어와서 고개를 틀었다.
“뭐야. 또 무슨 일 터졌어?”
“아뇨. 이놈 좀 제압해 주세요.”
라온이 손가락을 들어서 지부장을 가리켰다.
“어…?”
지부장이 라온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무, 무슨 소리냐! 분명 살려서 보내준다고 했잖아.”
“나는 보내주고 싶었는데, 우리 부대주님은 아니래.”
“그런 개소리가 어디에 있느냐!”
“나는 약속대로 가만히 있잖아. 따지지 말라고.”
라온이 웃으며 손을 저었다.
“이런 빌어먹을 사기꾼 놈이… 커헉!”
지부장이 바드득 이를 갈며 욕을 하려 할 때 리메르가 그의 뒷목을 내리쳐서 기절시켰다.
-쯧쯧. 이놈을 믿는 건 천족을 믿는 것과 같은 일이니라.
라스는 이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또 사기를 친 모양이네.”
리메르가 라온을 보며 피식 웃었다.
“사기가 아니라, 정의로운 거짓말이죠.”
라온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이번만큼은 그런 것 같네.”
리메르는 시프의 상태를 보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죽이지는 않아도 돼?”
그는 지부장을 당장 죽이고 싶다는 듯 검날 위로 살의를 일으켰다.
“물어봐야 할 게 많으니까요.”
철주련 본부의 위치, 철주련의 목적 그리고 시프를 회복시키는 방법까지. 지부장에게 물어봐야 할 게 많기에 아직은 죽일 때가 아니었다.
“그럼 이 안은 내가 정리할게.”
리메르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서 구석으로 내몰린 주술사와 무인들을 향해 다가갔다.
“이모. 이제 깨워보세요. 주술이 사라졌으니, 일어날 수 있을 거예요.”
라온이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시프를 가리켰다.
“으음….”
아리스는 바로 시프를 깨우지 못하고, 입술만 꾹 깨물었다.
“이모?”
“뭔가….”
그녀가 땅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무서워서.”
“무섭다구요?
라온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아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번에도 안 깨어날 것 같아서 무섭고, 너무 늦게 찾아왔다고 원망할까 봐 두려워.”
아리스는 시프의 전신에 새겨진 상처들을 매만지며 흐느꼈다.
“이모….”
이렇게 약한 아리스는 처음 본다. 바다처럼 언제나 시원시원했던 그녀도 자식의 일에서는 작아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깨워야지.”
리메르가 주술사와 무인들의 제압한 후 턱을 저었다.
“원망받든, 고맙다고 하든 다 네 아들이잖아.”
“부대주님의 말이 맞아요.”
라온이 아리스의 손등을 잡아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모가 늦게 왔다고 원망할 리가 없어요. 오히려 구해줘서 고맙다고 할 거예요. 만약 원망하면 제가 뺨을 후려버릴게요.”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며 아리스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흐….”
아리스가 픽 웃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조카한테 위로도 받고, 내가 너무 약해졌던 모양이네. 그래. 해볼게.”
그녀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고서 시프에게 오러를 전해주었다.
우우우웅!
바다를 담아낸 듯한 푸른빛이 사방으로 퍼지며 시프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으….”
곧 숨이 끊어질 듯한 신음과 함께 시프의 눈꺼풀이 열렸다. 지그하르트 특유의 붉은 눈동자가 옅게 타오르고 있었다.
“시프!”
아리스가 울분을 터트리며 시프의 이름을 외쳤다.
“어, 어머니? 어머니가 어떻게 여기에….”
시프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아리스를 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 멍청한 아들 놈아!”
아리스는 이를 꽉 깨문 채로 시프를 끌어 안았다.
“왜 여기서 이딴 꼴을 당하고 있었던 건데!”
그녀는 원통하다는 듯 소리를 지르며 시프를 더 꽉 안아주었다.
“아….”
시프는 쓰러진 지부장과 주술사들을 보고 상황을 파악했는지 피딱지가 붙어 있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어머니가 구해주셨군요.”
그는 감정이 격해진 듯 눈을 꽉 내리감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시프는 오른손을 들어서 아리스의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힘이 빠져서 손가락이 덜덜 떨렸지만, 지금의 아리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위로가 되어줄 손이었다.
라온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선 채 아리스와 시프의 포옹을 조용히 지켜봐 주었다.
전생이라면 왜 기뻐하지 않고 우는지 이해 못 했겠지만, 지금은 저 둘의 감정이 어떤 색인지 알 것 같았다.
‘나도 조금은 변한 것 같네.’
-흠….
‘진짠데?’
-흐으음….
* * *
“후우….”
시프는 도리안에게 받은 물을 마시며 탁한 숨을 내뱉었다.
“마시지 말고, 일단 뱉어! 갑자기 물이 들어가면 속 다 버린다고!”
아리스는 한바탕 울고 나서야 진정이 된 듯 바로 시프에게 잔소리를 쏟아냈다.
“하….”
시프가 피식 웃으며 물병을 내렸다.
“전에는 그 잔소리가 지겨웠는데, 지금은 반갑네요.”
그는 길게 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듯 뚝뚝 끊어지는 목소리로 가늘게 웃었다.
“아, 미안.”
아리스가 뒷머리를 매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잔소리를 하다니, 나도 참.”
그녀는 미안하다며 콧잔등을 구겼다.
“아니에요.”
시프가 아리스를 보며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꿈에서도 그리웠어요. 더 해주셔도 됩니다.”
그는 아리스의 음성을 다시 듣게 되어 행복하다며 손을 저었다.
“너 내 아들 맞아? 이런 성격 아니었잖아?”
아리스가 시프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때는 반항기였잖아요. 거기다 이곳에서 2년 넘게 머물렀으니, 제정신이 아니죠.”
시프는 이제 자신의 성격조차 모르겠다며 헝그러진 머리를 쓸어 올렸다.
“어찌 되었든 지금은 모두가 반갑고, 기쁠 뿐입니다.”
그는 자유를 되찾은 게 행복하다고 말하며 입맛을 다셨다.
다만 그의 눈빛에서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살기가 느껴졌다. 철주련에 대한 분노와 원한이 짙게 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복수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은 회복에 집중하자.”
아리스도 시프의 살기를 느낀 듯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래야죠. 최대한 빨리 복귀해서….”
시프는 주술사들을 노려보며 바드득 이를 갈았다.
“철주련 자체를 지워버릴 겁니다.”
그는 음지에 숨어 있는 철주련의 잔당을 모조리 지워버리겠다며 피 내음이 섞인 숨결을 내뱉었다.
-흐으으음….
라스가 시프를 보며 앓는 듯한 신음을 흘렸다.
‘아까부터 왜 낑낑대는 거야. 네가 강아지냐?
-저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생각이 안 나느니라.
‘시프 형을?’
-그렇느니라. 헌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녀석은 본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고, 시프의 몸에 박혀 있는 주술의 기운이 너무 강해서 헷갈린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닌가? 그냥 신경 끄거라.
라스는 본인이 착각한 것 같다며 고개를 돌렸다.
“시프 오빠라고 부르면 되죠?”
마르타가 시프에게 다가가서 시선을 내렸다. 바로 오빠라니, 역시나 당당함으로는 아리스에게도 밀리지 않는 녀석이었다.
“그래. 너는 마르타라고 했지?”
시프가 반갑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랜드 마스터나 됐으면서 왜 이런 놈들한테 잡혀 있던 거예요?”
마르타는 이해가 안 된다며 눈을 끔벅였다.
“마르타!”
“아니, 괜찮아. 그것부터 말하는 게 옳아.”
시프가 물로 목을 축인 후 몸을 돌려서 모두를 바라보았다.
“어머니께 잡혀서 오랜 시간 수련만 하다 보니, 여행에 목이 말랐어. 특히 책으로만 봤던 유적이나, 던전 같은 것들을 직접 보고 싶었지.”
그가 당시를 추억하는 듯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어머니께 떠나도 된다는 허락을 받자마자, 대륙의 유적과 던전, 전설을 탐험했지. 지금 생각해도 후회가 없는 시간이야.”
“그래서 네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군.”
아리스가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구석과 오지만 돌아다녔으니까요. 덕분에 왜 힘이 필요하다고 하신 건지 알 수 있었습니다.”
시프는 아리스가 시켰던 수련 덕분에 어려움 없이 탐사를 할 수 있었다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럴 수 있지.’
라온이 시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역시 전생에 암살자를 벗어나 그저 평안하게만 살고 싶었기에 시프의 행동이 공감됐다.
“이곳에 시간 축이 다르게 흐르는 던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숨겨진 비밀이 있다고 생각하며 찾아왔어. 하지만….”
시프가 힘없이 말아쥔 주먹으로 땅을 쳤다.
“여기는 철주련의 소굴이었지. 놈들이 강하다고 해도 도망칠 수는 있었는데, 길을 안내해주던 가이드가 철주련의 주술사라 뒤에서 기습을 당했어.”
그는 복부의 상처를 가리키며 입술을 깨물었다.
“내 고통보다도 다른 사람들의 비명을 듣는 게 더 힘들었어. 이곳은 사람을 제물로 주술의 힘을 증폭시키는 지옥이었으니까.”
시프는 너무도 힘든 시간이었다며 얼굴을 감싸쥔 채로 고개를 숙였다.
“시프 형님….”
“아으….”
버렌과 도리안은 시프의 슬픔과 분노에 공감한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래도 덕분에 알게 된 것도 있습니다.”
시프가 아리스를 보며 살짝 고개를 떨었다.
“알게 된 것?”
“예. 저희 가문의 피에 관한 겁니다.”
“피? 그게 무슨 말이죠?”
라온이 시프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건… 커헉!”
시프가 말을 하다가 입에서 검은 피를 토했다. 몸에 쌓여 있던 충격이 터진 것 같았다.
“시프!”
아리스가 시프를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괘, 괜찮아요.”
시프가 떨리는 손을 내렸다.
“철주련의 주술이 뼛속까지 파고든 상태라서 자주 있는 일입니다.”
그는 버틸 수 있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이곳에서 나가죠.”
라온이 주술의 기운이 강하게 남아 있는 던전 바닥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이 공간 자체가 시프 형한테 좋지 않아요. 던전 밖으로 나가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그래. 그게 좋겠어.”
아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프를 부축했다.
“광풍대는 밖에 있던 인질들과 제압한 주술사까지 데리고 가도록.”
라온이 광풍대에게 지시를 내리며 기절한 지부장을 어깨에 들쳐멨다.
“알겠습니다.”
“내가 주술사 놈들을 데리고 갈게. 주먹으로 치면서!”
“맡겨줘”
버렌과 마르타, 루난이 바로 밖으로 나가서 인질들을 달래고 있던 광풍대에게 지시를 연결했다.
“나는 이놈들만 챙기면 되지?”
리메르는 시프를 구한 방에 있던 주술사와 철주련의 무인들을 이끌고 공동으로 나갔다.
“도리안. 너는 이곳에 있는 주술 장비와 서류들을 전부 챙긴 후 마지막으로 나와줘.”
“옙!”
라온이 도리안에게 마지막 지시를 내리고, 처음에 들어왔던 피로 범벅이 된 공동으로 나갔다.
‘여기는 아무리 봐도 적응을 못하겠군.’
피 냄새가 너무 지독하게 흘러서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자신의 경지가 오르지 않았다면 이기어검을 조종하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나중에 다시 와서 이곳을 무너뜨리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네.’
이곳에 남아 있는 부정적인 기운은 태워버리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모두가 나간 후 혼자 돌아와서 아예 무너뜨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라온이 공동을 보며 죽은 이들을 위해 묵념할 때 뒤편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비쩍 말라 가지고, 정말!”
아리스가 시프를 부축한 채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왜 이렇게 가벼워!”
“미안해요….”
시프는 민망한 듯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미안은 개뿔! 입 다물어! 너 가문으로 돌아가는 대로 내가 주는 대로 먹는 거야. 알겠어?”
아리스는 평소의 그녀로 돌아간 듯 시원하게 욕을 내뱉으며 시프를 몰아붙였다.
‘보기 좋네.’
자신과 실비아의 모습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저렇게 보일 거라 생각하자, 자연스레 미소가 그려졌다.
‘성자님이라면 어렵지 않게 치료하실 수 있겠지.’
지그하르트로 돌아가자마자, 페드릭을 불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푸우우욱!
뒤편에서 칼날이 살을 뚫는 듯한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라온이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고개를 돌렸다.
찌지지직!
아리스의 가슴 위로 시꺼먼 검이 튀어나와 있었고, 시프가 그 뒤에서 입이 찢어지는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