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41
제841화
라온이 새하얀 날개를 펼친 바르디엘을 보며 가늘게 눈을 떴다.
‘확실히 강해졌어.’
라스의 말대로 바르디엘이 날개를 꺼내자, 놈이 지닌 기파가 급격히 증폭되었다.
처음에 느꼈던 대로 2사도 보다도 더 거대한 기운이었다.
‘반면….’
라온이 결계의 천장과 벽을 훑어내리며 입맛을 다셨다.
‘결계는 약화되었군.’
바르디엘이 강해진 만큼 결계를 이루는 힘 자체는 약해졌다. 이 결계에 넣어두었던 기운을 회수한 것 같았다.
-하지만….
라스가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저 망할 천족 놈을 베지 않는다면 이 결계를 나갈 수 없을 것이니라.
녀석은 결계가 약화되었어도 바르디엘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라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렇겠지.’
바르디엘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상태에서 결계를 부수는 건 무리다. 일단 저 천족 놈의 목부터 날려야 했다.
‘그것도 최대한 힘을 아끼면서, 빠르게.’
자신의 예상대로라면 이 결계 밖으로 나가자마자 바로 시프와 부딪치게 될 것이다.
그 패륜아와 싸우기 위해서는 체력과 오러를 최대한 아껴야 했다.
‘즉, 검술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는 거겠지.’
라온은 불안함이 차오른 정신을 내리누르며 태화보를 밟았다.
스스로가 바람이 된 듯 경쾌하게 나아가 바르디엘의 좌측으로 파고들었다.
치리리링!
바르디엘이 반응하기 전에 극쾌의 묘리를 담은 신검과 마검을 내리그었다.
화아아아악!
불꽃과 서리의 참격이 먼저 쏘아지고, 그 뒤를 신검과 마검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극히 짧은 시간차를 이루는 이중의 서리연이었다.
우우우웅!
바르디엘은 목과 심장을 향해 쇄도해오는 서리연을 향해 합장하듯 두 손을 모았다.
놈의 손끝에서 하얀빛이 뿜어지더니,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방패를 이뤘다.
쩌어어어어엉!
네 줄기의 서리연은 바르디엘이 만들어 낸 빛의 방패를 뚫어내지 못하고, 거칠게 튕겨 나와 땅을 쳤다.
“네 검은 내게 닿을 수 없다.”
바르디엘이 손가락을 튕기자, 기이한 문양의 방패가 분열하듯 여섯 개로 늘어나더니, 그의 주변을 휘돌며 빛의 벽을 이뤘다.
어디에서 공격해도 뚫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죽거라.”
바르디엘이 차디찬 눈빛을 드러내며 손을 뻗자, 새하얀 구름이 피어나더니, 빛의 우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투우우웅!
라온이 거칠게 발목을 틀었다. 태화이보. 왼발을 뻗는 것만으로 빛의 우박이 떨어지는 공간을 벗어났다.
등 뒤에서 우박이 대지를 후려치는 쇳소리가 들려왔다.
“도망쳐 봐야 소용없다.”
다만 바르디엘은 이 공간 자체를 지배하는 듯 자신이 피하는 쪽으로 구름의 방향을 돌려서 끊임없이 빛의 우박을 내리쳤다.
-방패 뒤에 숨어서 원거리 공격만 하겠다는 뜻이로구나.
라스는 천족답게 추하다고 말하며 눈을 흘겼다.
‘저놈 무인이 아닌 것 같은데?’
라온이 눈매를 좁힌 채 발끝으로 땅을 박찼다.
물러섰던 거리를 배 이상 빠른 속도로 돌파하여 바르디엘의 방패를 향해 신검과 마검을 찔러넣었다.
콰드드득!
방패와 방패 사이의 틈을 노렸지만, 바르디엘은 방패의 회전력을 강화해서 신검과 마검을 튕겨냈다.
이제는 아예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원숭이처럼 무식하게 달려드는 재주밖에 없는 모양이군.”
바르디엘이 코웃음을 치며 손을 들어 올리자, 빛의 우박이 더 넓은 범위로 쏟아져 내렸다. 피할 공간이 점점 더 줄어들었다.
‘방패의 움직임은 익혀도 소용없어.’
자신이 아무리 빠르게 검을 찔러넣어도 방패의 회전을 비집고 들어가서 바르디엘을 베는 건 불가능했다.
-공간검을 사용해도 방패를 안쪽으로 당겨서 막을 테니, 결국 깰 수 밖에 없겠구나.
라스는 저 겁쟁이를 끄집어내려면 빛의 방패를 깨부술 수밖에 없을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오러의 소모는 심하겠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느니라. 온 힘을 다해서 깨부숴라.
녀석은 평소처럼 힘으로 도와줄 수 없기 때문인지 말로 조언을 해주었다. 친구가 옆에서 응원해주는 것 같아서 힘이 났다.
‘고맙다.’
-그, 그딴 말은 필요 없느니라!
라스는 얼굴을 붉힌 채로 전투에나 집중하라며 호통을 쳤다.
-빨리 저놈의 방패나 부수라고!
‘방패를 부술 필요는 없어.’
-뭐?
‘방패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안에서 베면 그만이니까.’
라온이 바르디엘을 향해 신검을 겨눴다.
“공간검인가? 이미 보았다.”
바르디엘은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며 방패에 더 강한 빛을 담아냈다.
“맞아. 공간검.”
라온이 순순히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네가 본 것과 조금 다를 거야.”
어깨를 돌리며 내리치는 신검에 공간검의 묘리를 담았다.
허공을 자욱하게 물들이던 불길이 공간을 가르고 바르디엘의 방패 속에서 솟구쳤다.
촤아아아악!
뱀의 혓바닥처럼 일렁거리는 불꽃의 칼날이 바르디엘이 반응하기도 전에 놈의 가슴에 시뻘건 검흔을 새겼다.
퍼어어어억!
바르디엘은 공간검의 발동 속도를 예상하지 못한 듯 가슴에서 뿜어지는 핏물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이렇게 빠르지 않았는데?”
그는 믿을 수가 없다며 핏방울이 튄 턱을 부르르 떨었다.
-저놈 말대로잖느냐!
라스도 놀랍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왜 이렇게 속도가 빨라진 것이냐!
‘깨달았거든.’
바르디엘이 날개를 꺼내기 전 공허살로 놈을 베어버릴 때 공간검의 묘리를 더 깊게 깨우칠 수 있었다.
‘이모의 말대로였어.’
아리스는 공간검의 성장이 계단형이라고 말해주었다.
발전하지 않고 정체된 것 같아도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그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였다.
바르디엘을 베며 깨달은 덕분에 검으로 공간을 뚫어내는 거리와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아리스만큼은 아니어도 그 턱밑까지는 따라간 것 같았다.
“크으윽!”
바르디엘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하얀 구름이 두 배 이상 부풀며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빛의 우박이 쏟아져 내렸다.
공간검을 사용할 틈이 없도록 공격을 퍼부으려는 것 같았다.
“도망치는군.”
라온이 마검을 세우며 입매를 비틀었다.
우우우웅!
푸른 비단을 펼치듯 마검을 길게 늘어뜨려서 빛의 우박을 휘감았다.
만화공 무금향. 본래 사이한 기운을 가라앉히기 위해 태어난 검술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한 듯 천족의 빛마저도 지워버렸다.
“아직이다!”
바르디엘은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것처럼 더 많은 숫자의 우박을 만들어 냈다.
상처를 회복할 시간을 벌려는 것 같았다.
“역시나 넌 무인이 아니네.”
라온이 픽 웃었다. 무인이었다면 지금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달려들었을 텐데, 바르디엘은 고민 없이 뒤로 물러섰다.
결계를 사용할 때부터 느꼈지만, 저놈은 무인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
바르디엘이 미간을 찌푸린 채 손날을 세우자, 둥그런 빛의 우박이 칼과 창의 형태로 바뀌었다.
닿는 것만으로 살이 터지고, 뼈가 뜯겨나갈 듯한 살벌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도망치는 게 어울린다고.”
라온이 별빛처럼 쏟아지는 빛의 우박 속에서 태화삼보를 밟았다. 태화삼보는 태화보 중 가장 부드럽고, 유려한 보법이다.
검과 창으로 물을 베지 못하듯 빛으로 이루어진 무기들은 라온의 옷자락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땅에 박혔다.
“이게 무슨….”
바르디엘은 말이 안 된다는 듯 탁한 신음을 흘렸다.
“움직임이 조잡해.”
라온이 우박의 파문 속에서 신검을 내지르고, 마검을 그어 내렸다.
붉게 타오르는 검날이 화룡의 숨결을 뿜어냈고, 푸른 서리를 휘감은 마검이 꿈결처럼 흐트러졌다.
치이이이잉!
극강의 염룡결과 극환의 은검몽. 어울리지 않는 두 검식이 공간검이라는 묘리로 조화되며 바르디엘의 방패 속에서 튀어나왔다.
쿠와아아아아앙!
바르디엘의 방패 안쪽에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터지며 시뻘건 불길과 은빛 서리 조각들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워낙에 충격이 컸기에 결계 전체가 진동하고, 바르디엘을 휘감은 불길과 서리는 꺼지지 않을 것처럼 끊임없이 타올랐다.
“예상했다.”
라온이 신검과 마검을 살짝 내릴 때 불꽃과 서리 안쪽에서 바르디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우우우우!
불꽃과 서리의 껍질을 벗듯 강대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바르디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의 주변을 휘돌던 빛의 방패 안쪽에 검게 그을린 새로운 방패가 보였다.
“이제는 그 공간검도 통하지 않는다.”
그는 빛의 방패 속에 또 다른 방패를 만들어서 염룡결과 은검몽을 막아낸 것 같았다.
“너희에게 어울리는 최후를 보여주마.”
바르디엘은 이제 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듯 물러서지 않고, 이 결계 전체를 채우는 구름을 만들어 냈다.
구름이 천천히 내려앉으며 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체들이 튀어나왔다.
맞히지 못하니, 아예 터트려서 죽이겠다는 것 같았다.
“모두 죽어라.”
바르디엘은 스스로의 공격과 방어가 완벽하다고 생각한 듯 제 자리에 서서 거대한 광구를 내리쳤다.
라온만이 아니라, 광풍대 전체를 죽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딱 예상대로 움직여주네.”
라온이 만화공의 열기와 글래시아의 냉기로 전신을 채우며 오른발을 내디뎠다.
태화이보. 빛을 꿰뚫는 극쾌의 보법으로 나아가 바르디엘의 앞에서 신검과 마검을 세웠다.
촤아아아아악!
바르디엘의 술수에 막히지 않도록 공간검의 묘리를 극성으로 운용하여 두 번째 방패 안쪽으로 불꽃과 서리의 참격을 쏟아냈다.
“예상했다고 했을 텐데?”
바르디엘은 다 알고 있다는 듯 비웃음을 그리며 두 번째 방패를 안쪽으로 이동시켜서 공간검을 차단했다.
“네놈의 검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아닐걸?”
라온이 역으로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신검과 마검의 칼날을 비틀었다.
우우우웅!
공간을 격하며 나아간 참격이 바르디엘의 두 번째 방패에 부딪혔다.
하지만 검격은 사라지지 않고, 방패를 밀어내듯 강렬한 불길과 서리를 뿜어냈다.
치이이익!
격해무. 적의 방어를 무시하고, 내부를 공격하는 야왕 오그람의 무학이 바르디엘의 방패를 관통하고, 놈의 가슴을 깊게 파고들었다.
퍼어어어억!
거대한 나무가 쓰러지는 듯한 굉음이 울리고, 바르디엘의 가슴이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끄어어어억!”
바르디엘이 피가 섞인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이, 이런 일이….”
그는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
“아예 죽이려고 했는데, 그래도 천족이라고 몸은 단단한 모양이네.”
라온이 짧게 혀를 찼다.
“뭐, 상관없지. 지금부터 죽이면 그만이니까.”
더 짙은 불길과 서리를 일으키며 바르디엘에게 다가갔다.
고오오오오!
피를 머금은 신검과 마검을 기울인 채 흑룡포를 펄럭이며 다가오는 라온의 모습은 바르디엘에게 사신이자, 절대의 악마처럼 비치고 있었다.
“으으….”
바르디엘이 피를 토하며 뒷걸음을 질을 쳤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결계의 벽에 등을 부딪쳤다.
“오, 오지 마라!”
그는 겁을 먹은 듯 괴성을 지르다가 그대로 결계의 벽으로 사라졌다.
“도망친 건가?”
라온이 바르디엘이 사라진 결계의 벽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그렇느니라! 저게 천족의 본성이라고!
라스는 끝까지 싸우지 않고, 도망치는 게 천족의 특성이라며 이를 갈았다.
“하아, 끝난 건가?”
마르타가 검을 내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빛의 인간들이 멈춘 것을 보니, 일단 정리는 된 것 같아.”
버렌이 허리를 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인형들이 사라지고 있어….”
루난은 천천히 가라앉는 빛의 인간들을 보며 턱을 살짝 내렸다.
“젠장….”
크레인이 입술을 깨문 채 거칠게 발을 굴렀다.
“도리안이 없어요! 이 멍청한 자식이….”
그는 도리안이 위에 남아있는 것 같다며 검을 쥐고 있는 손을 부르르 떨었다.
“괜찮아….”
루난이 크레인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부대주님이 구해주실 거야.”
그녀는 분명 도리안과 리메르가 함께 있을 거라며 설화를 꼭 말아쥐었다.
‘부대주님….’
라온이 뒤를 돌아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저 빛의 인간들이 튀어나왔을 때 도리안과 리메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메르가 도리안과 아리스를 지켜줄 거라고 믿고 있지만, 상대가 초월자다 보니, 가슴이 아려올 정도로 걱정이 되었다.
“바로 나간다. 기습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대비해.”
라온은 광풍대에게 지시를 내리고, 바르디엘이 빠져나간 결계의 벽을 향해 다가갔다.
후우.
천천히 숨을 고른 후 결계의 벽을 향해 적섬을 내리그었다.
쩌어어어어억!
바르디엘이 사라졌기 때문인지 그리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결계가 갈라지며,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차원이 열렸다.
“가자.”
라온은 설화의 감각을 운용하며 검게 열린 차원으로 들어갔다.
눈을 감았다가 뜨자, 안색이 허옇게 질린 바르디엘이 눈에 들어왔다.
“크으윽!”
바르디엘은 분함과 공포가 어린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바르디엘을 뚫고 나올 줄은 몰랐어. 역시 라온 지그하르트야.”
등 뒤에서 시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조금 늦었어.”
시프의 조롱 섞인 음성을 무시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 놈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눈앞의 상황을 보자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아….”
시프는 흑검으로 리메르의 왼쪽 가슴을 꿰뚫은 채 사이한 웃음을 그리고 있었다.
“다 끝났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