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63
제863화
스테린은 세이피아를 벗어나, 대수림으로 나갔다.
그는 다른 엘프들과 달리 숲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숲의 일원이 된 것처럼 울창한 나무와 수풀 사이를 자연스럽게 걸어갔다.
“하….”
라온은 스테린의 뒤를 따라가며 작게 탄성을 흘렸다.
‘저런 식으로 자연의 흐름을 따라갈 수도 있구나.’
스테린은 엘프답게 스스로가 이 세계와 동화된 것처럼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자연의 기운을 강제로 끌어오는 다른 초월자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렇게 또 배움을 얻는군.’
다른 사람은 안 되겠지만, 불의 고리가 있는 자신은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스테린의 호흡과 움직임을 전신으로 받아들였다.
‘헌데….’
어디를 가시는 거지?
라온은 걸음이 멈추지 않는 스테린의 등을 보며 눈썹을 내렸다. 그리 멀리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대수림을 횡단할 것처럼 끝없이 나아갔다.
-끄응, 무학서나 던져줄 줄 알았는데, 귀찮게 된 것 같구나.
라스는 저녁도 못 먹고 뭐 하는 거냐며 미간을 구겼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자신도 스테린이 무학서를 주거나, 무학을 알려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멀리 움직인 이상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저 귀때기 할배 말이다.
‘귀때기 할배?’
-귀때기의 할아버지니까. 귀때기 할배가 맞지 않느냐.
라스는 말대꾸하지 말라는 듯 입을 삐죽하게 내밀었다.
‘어쨌든 그래서?’
-많이 약해졌느니라. 정말 떠날 때가 가까워진 것 같구나.
녀석은 자신도 느낄 수 있지 않냐며 고개를 까딱였다.
‘…알고 있어.’
라온이 오른쪽 입술을 가늘게 씹었다.
‘나도 보이니까.’
라스처럼 기운으로 느낄 필요 없이 눈으로 보아도 스테린의 육체가 노화되었다는 게 느껴졌다.
그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았다.
‘젠장….’
수명에 관해서는 정말 답이 없었다.
리메르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서 왔는데, 또 다른 사람의 끝을 알게 된 것 같아서 가슴이 아려왔다.
‘시얀 님이 버틸 수 있을까?’
오빠와 할아버지를 모두 잃은 시얀이 괜찮을지를 걱정할 때 스테린의 걸음이 멈췄다.
그는 바위가 날카롭게 솟아 있는 언덕길 앞에서 뒤를 돌았다.
“수호자님. 여기는 왜….”
라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딱히 보이는 게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이쪽으로 오거라.”
스테린이 경사진 언덕 뒤편으로 손가락을 내렸다. 본인이 가리키는 곳을 보라는 뜻 같았다.
“아, 네.”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스테린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언덕 뒤편의 까뭇한 그림자 속에서 무언가가 둥근 것들이 솟아 있는 게 보였다.
“열매?”
작은 자두 크기 정도 되어 보이는 붉은 열매 세 개가 저녁 바람을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이건….”
“사곤의 열매라고 한다.”
스테린이 사곤의 열매를 내려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그렸다.
“대량의 마나를 간직하고 있다든가, 속성력을 올려준다든가 하는 영약은 아니지만, 사람의 정신을 안정시켜주고, 영혼을 단단하게 여며주는 데에 큰 효과가 있지.”
그는 조심스럽게 열매를 따서 손아귀 위에 올렸다.
“저도 사곤의 열매는 알고 있습니다. 헌데 이 귀한 게 어떻게 여기에….”
라온이 스테린의 손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사곤의 열매는 육체가 아니라, 정신력을 키워주는 특별한 영약이었기에 최상승의 영약보다도 희귀했다.
이런 구석진 그늘에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람이나 엘프나 너무 위만 보고 살더구나. 가끔은 밑을 봐야 좋은 일이 생기는 법이야.”
스테린은 단순히 열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을 논하는 것 같은 조언을 해주었다.
“물론 너는 알아서 잘하고 있는 것 같다만.”
그는 자신이 뒤에서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은은하게 웃었다.
“아, 죄송합니다.”
“칭찬이다. 칭찬.”
스테린은 사과할 필요 없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 나이에 초월에 올랐으면 조금은 거만하거나, 나태해도 될 텐데, 끝없이 위를 보고 있는 게 놀랍다. 다만 가끔은 아래도 내려다보거라.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있을 테니까.”
그는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며 사곤의 열매를 내밀었다.
“정말 이걸 제게 주시는 겁니까?”
“네 이모와 누나에게 건네주거라. 무인으로서는 별 변화가 없겠지만,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테린은 잘 전해주라고 말하며 자신의 손에 사곤의 열매를 내려놓았다.
“헌데 왜 세 개를….”
“하나는 심부름 값이다. 네가 먹거라.”
그는 맛도 좋다고 말하며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마, 맛이 좋다고? 당장 먹어보자꾸나! 본왕은 시장하느니라!
라스는 맛이 궁금하다고 외치며 혀를 날름거렸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팔꿈치로 라스를 밀어버리고, 스테린에게 고개를 숙였다.
시아와 아리스를 위한 영약이었기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수호자님이 무학을 전해주시거나, 대련을 하자고 하실 줄 알았는데, 이리 큰 선물을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꼭 두 사람에게 전해주도록 하겠습니다.”
진심을 담아서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아, 못 본 사이에 욕심이 좀 많아졌구나.”
스테린이 길게 혀를 찼다.
“예? 그게 무슨….”
라온이 스테린을 보며 눈을 끔벅였다. 갑자기 욕심이 많다고 하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곤의 열매를 세 개나 줬는데, 무학까지 알려달라고 하다니,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어.”
“아, 아닙니다! 절대 아니에요!”
다급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저는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농담이다. 너는 어른들한테는 너무 진지해. 조금은 네 스승의 건들거림을 닮도록 해라.”
스테린은 리메르처럼 가벼운 모습도 보여주라며 픽 웃었다.
“아, 그건 좀….”
라온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크하하하하하!”
스테린이 입술을 말아 올린 채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며 턱을 주억였다.
“스승님께 배울 점이 많다는 건 알고 있지만, 건들거림과 가벼움만큼은 닮고 싶지 않습니다.”
-하긴 배울 필요가 없지. 네놈의 또라이 기질은 귀때기 이상이니까.
라스는 광기를 하향시킬 필요는 없다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건 아니지!’
-맞거든?
‘아무리 그래도 스승님보다 내가 더 미치지는 않았….’
라온이 고개를 흔들 때 스테린이 등 뒤에 걸쳐두었던 활과 화살 하나를 꺼냈다.
“좋아. 그럼 얼마나 성장했는지 한번 볼까?”
스테린은 정말 자신과 대련을 해줄 생각인 듯 활에 화살을 걸었다.
“아, 아닙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 것뿐이라….”
“너도 느끼고 있겠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어.”
그가 화살을 쥐고 있는 오른손을 가늘게 떨며 고개를 저었다.
“자연의 기운은 얼마든지 다룰 수 있지만, 육체가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 아니라면 네게 가르침을 줄 수도 없을 것이야.”
스테린은 어서 검을 쥐라는 듯 턱을 까딱였다.
-알고 있겠지? 저렇게 나온다면 빼는 게 오히려 예의가 없는 것이니라.
라스는 어서 검을 들라는 듯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래.’
라온이 입술을 깨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감사히 배우겠습니다.”
라온이 제천검을 뽑아서 스테린을 향해 겨누었다.
“내 마지막 대련 상대가 너라니, 영광이구나.”
스테린은 미래의 절대자를 마주하게 되어서 기쁘다고 말하며 주름진 입가로 웃음을 그렸다.
“그럼 가겠습니다.”
스테린이 대련의 방식으로 가르침을 내리려는 것 같아서 먼저 움직였다.
터어엉!
제천검을 가늘게 말아쥔 채 나아가 스테린의 허리를 향해 적섬을 올려 쳤다.
새하얀 칼날이 노회한 엘프의 존재를 지워버릴 것처럼 거친 불꽃을 일으켰다.
“빠르고 강하구나.”
스테린이 작은 감탄을 흘리며 활을 사선으로 틀었다. 푸른빛으로 일렁이는 활대가 적섬의 불꽃을 사그라뜨리고, 제천검을 부드럽게 내리눌렀다.
쿠우우웅!
라온이 올려 그은 제천검은 목표였던 스테린에게 닿지도 못한 채 땅을 쳤다.
‘방어가 완벽해.’
활대만으로 자신의 검격을 흘리다니, 괜히 세이피아의 수호자가 아니었다.
‘그럼 제대로.’
라온이 눈매를 좁힌 채 스테린의 좌측으로 돌아갔다. 그의 사각에서 칼날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불길을 찔러넣었다. 만화공 회천이었다.
화아아아악!
회전의 불길이 파고드는 찰나 스테린이 허깨비처럼 사라졌다가 다섯 걸음 떨어진 좌측에서 솟아올랐다.
보법이 아니라, 분신술처럼 느껴졌다.
“이번에는 내 화살을 막아 보거라.”
스테린이 잔잔한 웃음을 그리며 활시위를 당겼다.
푸른빛으로 명멸하는 화살이 순식간에 자신의 눈앞으로 짓쳐들어왔다.
투우웅!
라온이 태화보를 밟아서 우측으로 물러났지만, 스테린의 화살은 눈이 달린 것처럼 자신을 따라와 매서운 기파를 뿜어냈다.
캬아아앙!
라온이 서리연을 그어서 왼쪽 가슴을 노리는 스테린의 화살을 쳐냈다.
치이이이잉!
하지만 푸른빛의 화살은 서리연은 맞고도 부러지거나, 튕겨 나가지 않고 다시 떠올라 자신을 추적해왔다.
‘감화시!’
이기어검처럼 자유자재로 화살을 날릴 수 있는 궁수의 절대적인 경지였다.
‘그렇다면 나도!’
라온이 제천검을 놓아주었다. 상단전이 개방되며 운용되는 이기어검의 묘리. 제천검이 저절로 떠올라 목을 뚫어버리려는 스테린의 감화시를 막아섰다.
쩌어어어엉!
초월의 영역에 닿은 이기어검과 감화시가 부딪치며 강대한 충격파가 터지고, 허공에 검푸른 균열이 돋아났다.
“그게 그 녀석의 원수를 갚은 이기어검인가.”
스테린이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무인들의 무리를 섞었음에도 조화가 느껴지는구나. 아주 잘 닦인 검이다.”
그는 훌륭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스승님의 가르침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라온은 리메르에게 배웠던 가루누아의 바람을 이용하여 스테린의 감화시를 밀어냈다.
“손주의 무학을 담았다? 그럼 할애비로서 져서는 안 되겠구나.”
스테린이 가늘게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이자, 그의 화살이 소용돌이치듯 회전하며 제천검을 향해 쏘아졌다.
콰아아아아앙!
이기어검과 감화시가 다시 부딪치며 밤하늘에서 천둥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역시 지금은 전력을 내실 수 없는 모양이네.’
스테린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지 감화시에 담긴 기운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자신이 압도적으로 밀어냈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어…?’
하지만 스테린의 화살은 만화공의 불꽃이 담겨 있는 제천검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을 넘어 오히려 밀어내고 있었다.
“신기하지?”
스테린은 눈을 동그랗게 뜬 라온을 보며 가늘게 웃었다.
“네가 담아낸 기운이 더 압도적인데, 밀려나지 않는 게.”
“그, 그렇습니다.”
라온이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자연이다.”
스테린이 손을 들어 올렸다. 주름이 새겨진 그의 손아귀 위로 온 세상이 비치는 듯 보였다.
“초월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들과 닿을 수 있는 경지다.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면 자연의 기운을 빌려오면 되는 것이야. 드래곤 같은 이들은 처음부터 할 수 있는 일이지.”
그는 초월자의 싸움은 자신의 존재가 어디까지에 닿아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손가락을 저었다.
“처음에는 잘되지 않을 것이다. 자연의 기운을 억지로 당겨오는 것도, 빌려오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너 정도라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서… 어?”
스테린이 조언을 하다가 말고 입을 떡 벌렸다. 라온의 제천검 위로 대수림의 바람이 모여들고 있었다.
“이런 식이군요. 조금 어렵지만 대충 알 것 같습니다.”
라온은 감각으로 알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 바로 된다고?”
스테린은 어이가 없다는 듯 턱을 떨었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저희 가주님과 전주님의 대련을 보았습니다. 두 분 다 본인의 오러만이 아니라, 자연의 기운도 함께 이용하셨는데, 오늘 수호자님의 움직임을 보니, 조금은 알 거 같네요.”
라온은 자연을 벗 삼아 움직이던 스테린을 보고 깨닫게 되었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크하하하하!”
스테린이 하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여전히 그놈의 말대로구나.”
“그놈이요?”
“네 스승이자, 내 손자 말이다.”
그가 투명한 눈으로 리메르의 검을 내려보았다.
“라온은 언제나 기대를 넘어선 모습을 보여준다는데 정말이었어.”
스테린은 여전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아직은 많이 미숙해. 조금 더 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하며 제천검을 세웠다.
“그럼 다시 해보자꾸나.”
“예!”
라온은 어딘가 그리운 느낌을 받으며 스테린과의 밤샘 수련을 즐겼다.
* * *
스테린은 새벽까지 이어진 라온과의 대련을 끝내자마자 집으로 돌아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쉽지 않군.”
고작 몇 시간 대련하며 가르침을 내렸을 뿐인데, 전신에 근육통 같은 아픔이 밀려온다. 과하게 몸을 움직였다는 뜻이었다.
전성기. 아니, 몇 년 전만 해도 하루종일 싸워도 문제가 없었는데, 이 정도로 피곤함이 몰려오다니, 정말 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즐겁기는 하군.’
손자가 키워낸 어린 초월자를 가르쳤기 때문일까. 피곤함과 고통 이상으로 뿌듯함이 밀려왔다.
기분 좋게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눈앞으로 하얀 편지 하나가 떨어졌다.
“이건….”
스테린이 떨리는 손을 들어서 편지를 펼쳤다. 그는 편지를 읽자마자, 한숨을 내쉬었지만, 눈빛은 오히려 더 단단하게 굳어졌다.
스테린은 편지를 불태운 후 집을 나와서 대수림의 북쪽 끝을 향했다.
그가 서늘한 냉기를 두르고 있는 황색 언덕 위로 올라가자, 금빛 코트를 두르고 있는 여성이 뒤를 돌았다.
뱀을 보는 듯한 마름모꼴 눈동자. 인간의 모습을 한 드래곤이었다.
“늦었군.”
드래곤이 거만한 자태로 턱을 까딱였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으니, 제 시간이오.”
스테린이 짧게 혀를 찼다.
“거기다 찾아오기로 한 날은 오늘이 아니라, 나흘 뒤일 텐데?”
“돌아가서 생각해보니, 시간을 길게 줄 이유가 없더군.”
드래곤은 바로 결론을 내리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며 손을 내렸다.
“네 말이 틀린가? 그쪽도 결론이 난 것 같은데.”
“맞소.”
스테린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대답은?”
“거절이오. 세이피아는 드래곤의 편에 서지도 않을 것이고, 오황을 멀리하지도 않을 것이오.”
그는 자그마한 틈도 생기지 않도록 드래곤이 내민 제안을 전부 거절했다.
“지금의 세이피아는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을 텐데?”
드래곤은 협박을 하듯 하얀 이를 드러냈다.
“오황이 너희를 위해 목숨을 걸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것과는 상관없소. 신의를 저버린 채 구차하게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겠소. 믿음을 저버린 이들은 타락하여 결국 멸망하게 되는 법이오.”
스테린은 다크 엘프들처럼 살아가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협박이든, 보복이든 하시오. 내가 살아있는 한 다 막아줄 테니까.”
그는 조금의 후회도 남기지 않은 듯 곧게 허리를 폈다.
“보복이라….”
드래곤이 가늘게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군. 이미 하고 있으니까.”
“그게 무슨….”
스테린이 마른침을 삼키며 뒤를 돌자, 세이피아를 둘러싼 대수림 전체에서 시뻘건 불길이 솟아올랐다.
쿠구구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