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65
제865화
후우우우웅!
라온이 흑룡포의 끝단 위로 가루누아의 바람을 휘감았다. 바람의 화신이 된 듯한 모습으로 블랙 드래곤을 향해 날아올랐다.
[감히!]블랙 드래곤은 고룡답게 찰나의 순간에 당황을 지우고, 검게 일렁거리는 열 자루의 창을 소환했다.
가주전의 기둥처럼 거대한 흑창들이 빛살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독적의 창이로군.
라스가 벼락처럼 떨어지는 검은 창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저 흑창에는 닿는 것만으로 생기를 녹여버리는 극독이 맺혀 있느니라. 저 크기에만 매몰되면 죽게 될 것이니라.
녀석은 검으로 쳐내는 것도 위험하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럼 태워버리면 되겠네.’
라온은 라스의 설명을 듣고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 속도를 올려서 독적의 창을 향해 신검의 불꽃을 일으켰다.
만화공 천화.
염룡결.
신검의 검극에 어려 있는 불꽃이 협곡의 끝처럼 갈라졌다가 용의 형상이 되어 솟아오른다.
초월에 오르며 위력이 한층 더 상승한 만화공의 열기가 흑색의 창을 집어삼켰다.
쿠와아아아아!
고위 독마법, 독적의 창은 독기 한번 제대로 뿜어보지 못한 채 화룡의 먹이가 되어 사그라들었다.
‘이제는 되는군.’
라온은 만화공의 불꽃 속에서 녹아내리는 독기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저 고룡과도 충분히 싸울 수 있겠어.’
글렌과 라스는 초월자들의 의념이 깃든 강대한 공세를 베거나, 얼리는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시에는 저게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야 알겠다. 자연의 마나를 이용할 수 있는 초월자들만의 기예였다.
[이, 이게 뭐….]블랙 드래곤이 가는 신음을 흘렸다. 고위 마법마저 저렇게 쉽게 사라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듯 눈동자가 떨렸다.
치이이이잉!
라온이 허공을 밟고 뛰어올라 블랙 드래곤과 같은 위치에 섰다. 놈에게 마검을 겨누며 글래시아를 극성으로 운용했다.
화아아아아!
마검의 푸른 칼날 위로 서리의 세계수가 솟아나, 수천 송이의 꽃을 맺었다.
만화공 천화.
화령.
글래시아의 냉기로 펼치는 화령의 꽃무리가 천공을 가득 수놓았다. 서리꽃의 별자리가 펼쳐진 듯한 웅장한 광경이었다.
우우우우웅!
블랙 드래곤이 마름모꼴 눈동자를 구기며 본인을 지키기 위한 고위 마법을 꺼냈다. 맹독으로 적의 접근을 막는 독멸의 장막과 벼락으로 적의 공격을 튕겨내는 전륜의 방패였다.
라온이 마검을 기울이자,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서리의 조각들이 블랙 드래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쿠구구구구구구!
화령이 일으키는 오러의 파동은 유려하면서도 강맹했지만, 블랙 드래곤이 만들어낸 두 장의 방패는 깨지지 않고, 하얗게 얼어붙는 데서 그쳤다.
블랙 드래곤이 분노를 흘리며 녹빛으로 일렁거리는 맹독의 구체를 빚기 시작했다.
독적의 창보다도 강한 독기를 지니고 있는지, 멀리 있음에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금 공격을 준비할 때가 아닐 텐데?”
라온이 입매를 비틀며 블랙 드래곤을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광풍류의 바람을 휘감은 채 신검과 마검을 동시에 뻗었다.
라온 지그하르트 류 검식.
제2형 중천포 겹.
신검과 마검에서 동시에 운용되는 중천포. 블랙홀처럼 검게 물든 인력으로 블랙 드래곤의 거대한 육체를 끌어당겼다.
[이 무슨!]블랙 드래곤이 당황하여 날개를 펼치려 할 때 신검과 마검의 검극에 응집시켜두었던 열기와 냉기의 파동을 개방했다.
쿠와아아아아앙!
얼어붙어 있던 독멸의 장막과 전륜의 방패가 동시에 깨지고, 블랙 드래곤의 양쪽 날개에 불꽃과 서리의 칼날이 처박혔다.
[끄으으으!]블랙 드래곤은 갑작스러운 통증에 놀란 듯 조형하고 있던 독기의 구체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아직 안 끝났어.”
라온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신검을 위로 마검을 아래로 세운 채 사선으로 이어지는 검의 길을 그렸다.
만화공 염해무결. 창공 위로 솟아난 불꽃과 서리의 파도가 블랙 드래곤의 전신을 휘감았다.
[지, 지켜라!]블랙 드래곤은 방어 마법을 운용할 틈도 잡지 못하고, 다급하게 용언을 내뱉었다. 주변의 마나가 놈의 주변으로 모여들며 다섯 장의 방패가 만들어졌다.
파지지지지직!
독기는 없지만, 불꽃과 서리의 칼날에도 방패가 깨지지 않았다. 용언 마법답게 방어력만큼은 발군인 것 같았다.
“어디까지 안 깨지나 보자.”
라온이 이를 악물었다. 전신 근육과 오러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블랙 드래곤이 세운 방패를 내리찍었다.
쿠와아아아아앙!
초월에 오르며 한층 더 성장한 육체와 오러 그리고 만검의 무력이 담긴 검격이 블랙 드래곤이 용언으로 소환한 마나의 방패가 모조리 깨져나갔다.
[마, 막아라!]블랙 드래곤은 새로운 마나 방패를 세워서 목이 잘려 나가는 것은 막았지만, 라온의 힘에 밀려 날개가 뒤틀린 채 땅으로 추락하게 되었다.
[실드! 실드!]블랙 드래곤이 실드를 계속 재생하며 버티려고 했지만,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라온의 힘을 견디지는 못했다.
[크오오오오오!]놈은 결국 얇은 실드 한 장만 두른 채 서쪽 대수림으로 떨어졌다.
쿠와아아아아앙!
거대한 드래곤이 몸으로 떨어지자, 지축이 뒤틀리며 대수림 전체가 요동치고, 하늘 위로 갈색 먼지구름이 솟아올랐다.
-무식한 놈….
라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좀 고급스럽게 못 하겠느냐!
‘저런 도마뱀은 무식하게 패는 게 답이야.’
라온이 짧게 혀를 차며 블랙 드래곤이 추락한 곳으로 다가갔다.
‘살려둘 가치가 전혀 없어.’
블랙 드래곤은 아무런 경고도 없이 세이피아를 향해 맹독의 숨결을 쏟아냈다.
이곳에 있는 인간과 엘프를 모조리 죽이겠다는 뜻이었으니, 자신 역시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이젠 네놈도 도마뱀이라고 부르는군.
라스가 마음에 든다는 듯 키득거렸다.
-하긴 도마뱀 놈들의 추잡한 본판을 보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적당히 때려라. 너무 때리면 살이 질겨지니까.
녀석은 지금도 드래곤 통구리를 생각하는 듯 입맛을 다셨다.
‘이제 끝을 내야…음!’
라온이 블랙 드래곤이 떨어진 곳으로 접근하려고 할 때 갈색 흙먼지 속에서 검은 알갱이들이 튀어나왔다. 작았지만, 손가락이 아릴 정도로 독기가 진했다.
“하긴.”
라온이 비웃음을 그리며 염주벽을 세웠다. 불꽃으로 타오르는 방패가 다가오는 독 알갱이들을 모조리 태워버렸다.
“수천 년을 살아온 도마뱀이 그 정도로 쓰러지지는 않았겠지.”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손을 내리자, 푸른 바람이 불어와 먼지의 소용돌이를 날려버렸다.
[크으으윽.]블랙 드래곤은 그을리고, 동상을 입은 날개가 꺾인 채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용언 마법을 이용했음에도 충격을 다 흡수하지 못하고, 부상을 입은 것 같았다.
[라온 지그하르트. 네가 이 정도라는 듣지 못했는데….]블랙 드래곤은 진심으로 당황한 듯 거대한 주둥이를 떨었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네. 물론….”
라온이 신검과 마검을 세운 채 태화보를 밟았다.
“많이 늦었지만.”
블랙 드래곤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리기 위해서 나아갈 때 놈의 입이 벌어졌다.
[역량감제!]블랙 드래곤이 용언을 이용하여 알 수 없는 마법을 영창했다.
용족은 그저 간단한 용언만 외워도 마법을 만들 수 있었기에 특이한 일이었다.
‘다른 게 있는 건가?’
라온이 불길함을 느끼고 걸음을 멈췄다.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 자세를 낮출 때 블랙 드래곤의 목젖 부근에서 푸른 기운이 피어 나왔다.
실처럼 얇았는데, 지금까지와 달리 살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화아아아아악!
라온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푸른 기운을 향해 신검을 내리쳤지만, 블랙 드래곤의 마법은 불길에 타지 않고 더 빠르게 쇄도해왔다.
‘이건 뭐지?’
불꽃에 타지 않는 것을 보니, 물리적인 마법이 아닌 것 같았다.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태화삼보를 밟아서 뒤로 물러났다.
-본왕도 모르겠구나. 검격에 먹히지 않는 것을 보면 정신계일지도.
라스는 눈에 보이는 정신계 마법은 처음 본다며 눈매를 찌푸렸다.
‘그럼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음?’
라온이 계속 도망치려고 했지만, 블랙 드래곤의 마법은 자신보다 더 빠르게 밀려와 결국 어깨 속으로 스며들었다.
후우.
라온이 숨을 낮게 내쉬며 전신을 살폈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고룡의 마법을 맞았음에도 충격은 전혀 없었고, 몸에서 달라진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신검과 마검을 고쳐잡으며 블랙 드래곤을 노려보았다.
[크흐흐흐흐….]블랙 드래곤이 입가에서 검은 피를 흘리며 히죽거렸다. 워낙에 몸집이 컸기에 놈의 웃음만으로 숲이 울렸다.
[이제 네놈은 끝이다.]“뭐? 그게 무슨….”
[뒤틀려라!]라온이 재차 질문을 던지려고 할 때 블랙 드래곤이 지금까지 중 가장 강력한 용언을 내뱉었다.
퍼어어어억!
망치로 정수리를 얻어맞은 듯 시야가 꺼멓게 물들었다가 다시 밝아졌다.
“방금 뭐가 어떻게….”
라온이 헛바람을 내뱉을 때 블랙 드래곤이 쏘아낸 검은 구체가 가슴 쪽으로 날아들었다.
“그런 건 안 통한다고….”
신검을 휘둘러서 태워버리려고 했는데, 어깨와 팔이 아니라 발가락과 발목이 돌아갔다.
퍼어어어억!
라온이 맹독의 구체에 얻어맞은 채 바닥을 굴렀다.
“뭐, 뭐야….”
어처구니가 없어서 턱을 떨 때 블랙 드래곤이 소환한 맹독의 칼날이 어깨 위로 떨어져 내렸다.
다리로 땅을 밀어서 피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팔꿈치와 손목이 돌아갔다.
“커헉!”
라온은 결국 독기의 구체에 연달아 적중당하여 검게 물든 땅 위로 붉은 피를 토했다.
“이건….”
[이제 알아챘나?]블랙 드래곤이 길쭉한 비웃음을 그렸다.
“내 감각을….”
라온이 블랙 드래곤을 노려보며 미간을 구겼다.
“변화시킨 건가?”
팔을 움직이려는데, 다리가 움직이고, 다리를 움직이려는데 손목이 돌아간다. 전신의 감각이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정답이다.]블랙 드래곤이 진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특히 네놈 같은 칼잡이들은 감각에 극도로 의존하지. 역량감제는 초월에 닿은 인간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절대의 마법이다.]놈은 준비한 보람이 있다고 말하며 만족스럽게 입맛을 다셨다.
“…이런 마법이 그냥 가능할 리가 없을 텐데?”
라온이 블랙 드래곤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피할 수 없는 정신계 마법. 그것도 감각의 변화라니….’
이게 중무전주가 말한 고룡의 특별한 능력인가.
이런 절대적인 마법이 그냥 가능할 리가 없다. 초월에 오르며 얻은 영역으로 제약을 걸어서 만든 게 분명했다.
[네놈의 말대로다. 이 마법은 오직 한 명에게만 쓸 수 있고, 감각을 바꾸는 대상 또한 너만이 아니다.]“한 명이 아니라고? 그럼….”
[그래. 내 감각도 함께 뒤틀린다.]블랙 드래곤은 이미 다 이겼다고 생각하는지 역량감제에 대해서 더럽게 친절한 설명을 해주었다.
-귀찮은 마법이로구나. 얍삽한 검은 도마뱀이 생각할 만한 방식이야.
라스는 짜증이 나는 듯 미간을 구겼다.
‘시간을 끌어서 변화된 감각을 살펴야겠어.’
저 도마뱀의 말대로 무인들은 감각에 크게 의존한다.
초월자라고 해도 그게 변하지 않기에 최대한 빨리 몸의 변화를 파악해놓아야 했다.
“왜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마법을 개발한 거지?”
블랙 드래곤에게 말을 걸면서 몸에서 뒤틀어진 감각들을 하나씩 외워나갔다.
[네놈들은 이 세계를 좀 먹는 바퀴벌레와 다를 바가 없으니까.]블랙 드래곤은 인간에 대한 혐오를 내뱉으며 눈매를 구겼다.
“사람에게 당한 게 있는 건가? 우리의 입장에서는 너희가 먼저 시비를 거는 것으로 밖에는 안 보이는데?”
라온이 지친 숨을 토하며 시선만 들어 올렸다.
[너희는 신발에 밟힌 개미까지 배려하면서 살아가나?]블랙 드래곤은 인간을 벌레라고 평하며 입매를 비틀었다.
[그리고 시간을 끌어봐야 소용없다. 인간 따위가 역량감제를 파훼하는 건 무리니까!]놈은 다 알고 있다는 듯 맹독으로 이루어진 무기들을 쏘아냈다.
“음!”
라온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블랙 드래곤에게 말을 걸면서 이미 대부분의 감각을 파악한 상태였다.
‘일단 여기서…어?’
태화보를 밟아서 독기가 쏟아지는 공간을 아예 벗어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단전 속 오러가 움직이지 않았다.
퍼어어억!
마나 회로가 꺾인 듯한 통증에 몸이 굳어버린 순간 독으로 이루어진 창이 자신의 허리와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설마….”
라온이 블랙 드래곤을 보며 검게 물든 입술을 떨었다.
“마나 회로까지?”
[정답이다.]블랙 드래곤이 비웃음을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의 마나 회로도 함께 뒤틀었다. 답을 찾으려면 며칠은 걸릴 것이야.]놈은 그 정답도 극한의 고통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며 키득거렸다.
[멍청한 카이바르의 복수는 아니지만, 최대한 처절하게 죽여주마!]블랙 드래곤은 고통 속에서 죽여주겠다고 말하며 독으로 이루어진 무기들을 연달아 소환했다.
화아아아아!
흑색의 무기들이 살기를 날름거리며 라온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캬아아아앙!
라온은 신검의 불꽃과 마검의 냉기만을 이용하여 쇄도해오는 맹독 마법들을 쳐냈다.
‘지랄맞군.’
상단전으로 오러가 움직이지 않아서 자연의 마나를 끌어오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 뒤틀린 마나 회로의 감각을 찾아내지 않으면 이 맹독의 물결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지금으로서는 신검과 마검 그리고 검술만으로 블랙 드래곤의 마법을 쳐내며 마나 회로의 감각을 찾아내는 것밖에는 답이 없었다.
치리리리링!
밀려 들어오는 맹독의 칼날을 쳐내며 더욱 집중력을 드높였다.
마나 회로를 잘못 찾을 때마다 밀려오는 통증을 오히려 집중력을 높이는 각성제로 삼았다.
쿠구구구구구!
라온은 불의 고리를 극성으로 공명시키며 신검과 마검을 세웠다.
‘버티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어.’
* * *
[의미 없는 일이다!]블랙 드래곤은 이미 승패가 정해졌다는 듯 점점 더 많은 맹독의 물결을 일으켜 라온을 압박했다.
찌지지지직!
라온의 피부에 검은 반점이 올라오고, 그의 팔과 다리가 술주정뱅이처럼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맹독에 중독된 전형적인 형상이었다. 드러내지는 않지만, 속에서는 지독한 고통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수십 가지 독에 중독되고도 비명을 지르지 않은 것은 칭찬해주마. 하지만 이제는 끝이다.]블랙 드래곤이 마지막이라고 말하며 손을 뻗자, 라온의 머리 위로 세이피아를 뒤덮어버릴 듯한 거대한 맹독의 구체가 떠올랐다.
[네놈과 엘프의 성지를 모조리 녹여주마.]블랙 드래곤은 지옥 속의 지옥을 보여주겠다고 중얼거리며 라온을 향해 고위 마법, 단독의 계를 내리쳤다.
파지지직!
거대한 독의 구체가 세이피아를 집어삼키려는 찰나 라온의 눈동자 위로 붉은 광채가 떠올랐다.
쩌어어어어어억!
동시에 솟아오르는 신검의 불꽃과 마검의 서리가 세이피아를 뭉개버릴 듯 내려오던 단독의 계를 수십 조각으로 쪼개버렸다.
쿠구구구구구!
맹독의 조각들이 불꽃에 타고, 냉기에 얼어붙은 채 땅으로 추락했다.
[이, 이게 무슨!]블랙 드래곤은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한 듯 그 거대한 주둥이를 떡 벌렸다.
터어어엉!
라온은 블랙 드래곤이 당황한 틈을 놓치지 않고, 태화보를 밟았다.
[크윽! 꺼져라!]블랙 드래곤이 용언을 이용하여 라온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라온은 자연의 마나를 이용하여 용언을 깨부수며 나아갔다.
[이이익!]블랙 드래곤이 다급하게 만들어낸 독기의 벽과 절대의 방패를 베어버리고, 더욱 빠르게 대지를 박찼다.
[크아아아아아!]블랙 드래곤이 마지막 발악을 하는 듯 맹독의 숨결을 끌어모았다. 전력이 아님에도 그대로 브레스를 뿜어냈다.
“이미 늦었어.”
라온은 눈앞으로 들이닥치는 맹독의 숨결을 향해 신검과 마검의 칼날을 찔러넣었다.
콰아아아아아아!
황금과 은빛이 조화롭게 섞인 검격이 맹독의 숨결을 가르고, 블랙 드래곤의 비늘을 찢어발겼다.
퍼어어어어억!
블랙 드래곤의 목이 떨어질 것처럼 뒤틀리고, 놈의 거대한 육체가 힘을 잃고 대지로 추락했다.
[꺼어어억….]블랙 드래곤이 깊은 신음을 토하며 전신을 떨었다.
[대, 대체 어떻게 내 마법을 깬 거냐….]놈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떨었다.
“네 마법은 깨지지 않았어.”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뭐? 헌데 어떻게….]“다 외웠다.”
육체의 변화 그리고 마나 회로 속의 변화를 모조리 외웠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수, 수천 가지인데? 그걸 이 짧은 시간에 다 외웠다고?]블랙 드래곤은 그게 더 말이 안 된다는 듯 신음을 토했다.
“어렵지 않으니까.”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검을 세웠다.
“적을 농락하는 취미는 없으니, 바로 숨통을 따주마.”
“도마뱀의 독 따위에는 안 죽어.”
코웃음을 치며 신검의 불길을 길게 늘렸다.
[이동…커어억!]블랙 드래곤이 공간이동을 하려고 했지만, 라온은 마나의 흐름을 틀어버린 후 놈의 목을 갈랐다.
[내, 내가 인간 따위에게….]블랙 드래곤은 지금도 본인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 듯 턱을 떨다가 눈동자의 빛을 잃었다.
“후우….”
라온이 신검과 마검을 내리며 긴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먹혔군.’
블랙 드래곤의 말대로 이 짧은 시간에 변화된 감각을 모두 외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명경지수의 집중력을 이용하여 심상의 세계에 들어가 육체와 마나 회로의 변화를 모조리 외운 후 다시 밖으로 나왔다.
외부에서는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안에서는 나름 꽤 시간을 보냈다.
다만 무리를 한 덕분에 정신이 멀쩡하지는 않았다. 당장 쓰러져서 잠을 자고 싶을 정도였다.
-솔직히 미친 행동이었느니라.
라스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할 말이 많지만, 일단 독부터 처리해라. 꼴에 고룡이라고 보통의 독이 아니니라.
‘그건 괜찮아.’
라온이 고개를 저으며 손을 내리자, 전신에 물들어 있던 독기의 흔적들이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독 저항력도 있고, 고리가 알아서 처리해주니까.’
구성에 이른 불의 고리는 자신이 가만히 있어도 몸에 해로운 기운을 모두 제거해준다. 해독제를 먹을 필요도 없었다.
-빌어먹을 고리! 또 고리야!
라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 이를 갈았다. 분노가 통하지 않았던 과거가 떠오른 것 같았다.
“자, 그러면 다음으로….”
스테린을 돕기 위해서 움직이려고 할 때 등 뒤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라온 지그하르트. 다시 볼 때마다 놀랍게 변해가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