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72
제872화
“어…….”
라온은 갓 잡은 생선처럼 팔딱팔딱 뛰는 글렌의 입꼬리를 보며 가느다란 신음을 흘렸다.
‘왜 저러시는 거지?’
이전에도 글렌의 글렌의 입꼬리가 떨리는 건 봤지만, 오늘처럼 크게 출렁이는 건 처음이었다. 입이 떨어져 나갈까 봐 걱정될 정도였다.
-영감탱이가 아주 살판이 난 모양이로구나.
라스는 이제야 글렌이 활력을 되찾은 것 같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으음!”
글렌도 본인이 입꼬리를 떨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듯 황급히 손을 들어서 입가를 가렸다.
“…그래. 드래곤을 잡았다는 대략적인 보고는 들었지만, 상세한 내용은 없더구나. 네가 직접 말해줄 수 있겠느냐?”
그는 본인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다른 간부들에게도 설명해달라며 턱을 내렸다.
“어이! 조카! 드래곤 세 마리의 목을 땄다는 게 정말이야?”
발데르가 어서 말을 해달라는 듯 크게 손을 휘저었다.
“그것도 둘은 고룡이라고 하더군. 아마 수호자의 도움이 있었겠지.”
데니어는 홀로 잡는 건 불가능하다며 눈매를 실처럼 가늘게 좁혔다.
“…….”
카룬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평소보다 날카로운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노려보는 것 같았다.
“드래곤 셋이라….”
“수호자가 도와주었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업적인 건 확실하지.”
“난 어떻게 잡았는지가 궁금해. 앞으로 그놈들과 부딪칠 일이 많을 테니까.”
세 전주만이 아니라, 단주와 대주들 역시 호기심과 기대감을 품은 채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럼 구두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저희가 세이피아에 도착했을 때 대수림을 떠나는 골드 드래곤을 발견했습니다. 그 이후….”
라온은 글렌과 지그하르트의 간부들에게 세이피아에서 있었던 전쟁을 상세하게 말해주었다.
“…그렇게 되어서 마지막에 마티루스를 벨 수 있었습니다.”
시얀이 쓰는 책처럼 과장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던 사실만을 읊었다.
“오히려 소문이 축소된 거였잖아! 역시 우리 조카야!”
발데르는 시원한 미소를 그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소문이 오히려 축소된 거였나….”
데니어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헛바람을 흘렸다.
“…….”
카룬은 처음보다 더욱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자신을 흘겨보았다.
예전처럼 혐오를 담은 건 아니지만, 이상할 정도로 냉랭했다.
“하, 정말 괴물이 다 됐군.”
“전 재산을 쏟아부어서라도 선택식 때 우리 쪽으로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저러면 안정된 초월에 올랐다고 봐야겠군. 이제는 등판조차 따라갈 수 없게 되었어.”
간부들은 라온의 활약에 경악한 듯 단상 위에 글렌이 있다는 것조차 잊고, 시장판처럼 시끄럽게 떠들었다.
“크흡!”
다만 글렌은 이 상황이 너무도 만족스럽다는 듯 입꼬리만이 아니라, 입을 가리고 있는 손까지 떨기 시작했다.
“가, 가주님?”
라온이 팔과 다리를 달달달 떠는 글렌을 보며 눈을 끔벅였다.
“허험! 후, 훌륭하다!”
글렌은 손가락을 들어서 주체하기 힘든 입꼬리를 억지로 내렸다.
“드래곤 셋. 그것도 두 마리의 고룡을 잡아서 세이피아를 구해낸 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위업이다.”
그는 오랜만에 대놓고 칭찬을 할 수 있다는 게 기쁜 듯 큼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광풍대도 고생했다. 너희가 아니었다면 라온이 있어도 세이피아가 무너졌을 것이야.”
글렌은 대수림에 나가서 싸운 광풍대의 성과도 잊지 않고 칭찬을 해주었다.
“아직 몇 가지 말씀드려야할 게 남아 있습니다.”
라온이 글렌의 말이 끝났을 때 다시 손을 올렸다.
“더? 여기서 더 있다고?”
발데르는 어서 말해보라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래. 해보거라.”
글렌도 눈동자에 기대를 담은 채 상체를 앞으로 굽혔다.
“마티루스를 잡은 이후 세이피아의 수호자께서 그의 레어가 가까이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라온은 드래곤과의 전쟁을 끝낸 후 마티루스의 레어를 털어버린 일과 스테린에게 드래곤 하트를 내어준 것 마지막으로 세이피아와의 동맹을 공고히 한 부분까지 말해주었다.
“드, 드래곤의 레어를 털어?”
발데르가 이마를 부여잡은 채 알현실이 떠나갈 정도로 큰 웃음을 터트렸다.
“암 그래야지! 역시 내 조카야! 일 처리가 시원시원하잖아!
그는 라온의 일 처리가 마음에 든다며 박수까지 보냈다.
“시끄럽다. 발데르.”
카룬은 가주의 앞이라고 중얼거리며 발데르의 입을 막았다.
신기하게도 그의 날카로웠던 눈빛이 조금이지만 누그러졌다.
“좋은 선택이다.”
글렌은 라온을 보며 손을 앞으로 모았다.
“아닙니다. 레어가 근처에 있어서….”
“그 일도 잘했지만, 내가 말하는 건 수호자에게 드래곤 하트를 주었다는 부분이다.”
그는 정말 장하다는 듯 대견함이 담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달리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달리면 보다 멀리 갈 수 있는 법. 수호자를 돕고, 세이피아를 아군으로 받아들인 것은 열 마리의 드래곤을 잡은 것보다 더 큰 수확이다.”
글렌은 광풍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하며 옅게 웃었다.
“음.”
카룬이 글렌의 말에 공감하는 듯 담담하게 턱을 주억였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인간의 속이 데니어보다 알기 어려웠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한 일이 아닙니다. 그저 그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라온이 글렌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세이피아를 아군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보다 리메르의 할아버지인 스테린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칭찬을 받기 부담스러웠다.
“그러냐.”
글렌은 무엇이 되었든 잘한 것은 잘한 거라며 은은하게 웃어주었다.
“그리고 드래곤의 레어를 턴 것 역시 장한 일이다. 천 년 동안 너 같은 녀석은 없었으니까.”
“아, 그건 제가 아니라, 도리안이 해결했습니다.”
라온이 뒤에 있는 도리안을 가리켰다.
“마티루스가 금괴와 보물을 숨겨놓은 공간을 전부 찾아내더군요.”
“예? 아, 아닙니다! 그저 우연히!”
도리안은 광인이 되어서 보물을 찾을 때와 달리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저었다.
“그래. 너도 고생했다.”
글렌은 수고했다고 말하며 도리안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흐에에엑….”
도리안은 가주의 칭찬을 들은 것에 정신이 나간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드래곤의 사체는 나눠서 부위별로 나눠서 가져왔습니다. 양이 많다 보니, 장인들만 갖춰진다면 지그하르트 검사 모두에게 드래곤 본으로 벼린 검과 비늘로 만든 제복을 지급할 수 있을 겁니다.”
세이피아에서 드워프에게도 연락을 취해놓았다고 말했다.
“그, 그럼 나도 드래곤 본으로 만든 검을 써보는 건가?”
“하긴 드래곤 세 마리면 검사 전체에게 보급하고도 남지!”
“난 그보다 드워프가 만들어준다는 게 더 기대돼!”
간부들은 호감과 감사함을 담은 눈빛으로 라온과 광풍대를 바라보았다.
“잘 됐구만! 댁이 벤 드래곤은 아주 산산조각이 나서 쓸 부분이 없었잖아!”
발데르는 팔꿈치로 카룬을 치며 헤죽거렸다.
“죽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어라….”
카룬은 가주님의 앞이라고 말하며 바드득 이를 갈았다.
“음!”
데니어는 고생 많았다는 듯 선해 보이는 미소를 그린 채 자신과 마르타를 바라보았다.
조금의 부정적인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 저게 연기라면 자신 이상의 괴물일 것 같았다.
“하나 말해야 할 게 있군.”
글렌이 간부들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광풍대의 세이피아 행은 따지고 보면 공식적인 임무가 아니었다. 광풍부대주의 유품을 전하기 위한 비공식적인 임무였지. 즉, 그곳에서 얻은 전리품은 지그하르트의 것이 아니라 너희의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라온만이 아니라, 광풍대 전체를 바라보며 눈썹을 내렸다.
“금괴와 드래곤의 뼈를 사용해서 지그하르트에 무기와 장비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냐?”
“물론입니다.”
라온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지?”
그 질문은 글렌이 아니라, 밤을 비추는 호수처럼 어둑한 눈빛을 드러낸 데니어에게서 들려왔다. 평소 앞에 나서지 않는 그치고는 이상한 일이었다.
“제가. 아니, 저희가….”
라온은 광풍대에서 데니어 그리고 글렌을 차례로 바라보며 가슴에 새겨진 불타는 검의 문양을 매만졌다.
“지그하르트의 검사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어떤 이유가 필요하냐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
글렌이 가는 신음을 흘리며 입을 가리던 손을 툭 떨어뜨렸다. 그의 입꼬리가 귓불에 닿을 것처럼 말려 올라간 채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질문은 나빴지만, 대답은 마음에 드는구나.”
카룬은 날카로웠던 눈빛을 모두 지워버린 채 기꺼움이 담긴 고갯짓을 했다.
“그래! 소속감이 있어야 사람은 더 큰 힘을 낼 수 있는 법이다!”
발데르 역시 마음에 든다는 듯 크게 손뼉을 쳤다.
“지그하르트의 검사. 그런가….”
반면 질문을 던졌던 데니어는 뜻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담담하게 턱을 매만졌다.
“아무리 비공식인 임무라고 해도 이런 위업을 이룬 광풍대에게 보상을 주지 않을 수는 없겠지.”
글렌은 다른 간부들의 의사를 물을 필요도 없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예. 미리 준비해놓았습니다.”
로엔이 허허 웃으며 금패가 줄지어져 있는 널찍한 판을 들고 단상 위로 올라갔다.
“광풍대 전원에게 금패를 수여하고, 대주인 라온 지그하르트에게는 내가 직접 무학을 전수하도록 하겠다.”
글렌은 처음으로 라온에게 무학을 가르쳐준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꺼냈다.
“아, 아버지가요?”
발데르는 글렌이 직접 가르침을 내릴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듯 눈을 부릅떴다.
“가주님이 직접…?”
“기연이다. 최고의 기연이야!”
“난 충분히 받을 만하다고 보는데?”
“나도 마찬가지야. 이번 일은 지그하르트와 세이피아만이 아니라, 대륙의 역사를 바꾼 일이 될 수 있으니까.”
간부들도 놀랍다는 듯 글렌과 라온을 번갈아보며 눈동자를 굴렸다.
“여기에 불만이라도 있느냐?”
글렌은 불만을 말하면 당장 죽여버릴 듯한 눈동자로 단상 아래를 굽어보았다.
“어, 없죠! 전 좋습니다!”
발데르는 찬성이라고 외치며 우락부락한 팔을 들어 올렸다.
“저도 합당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룬은 의외로 평온하게 손을 앞으로 모았다. 그 정도는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
데니어는 이런 쪽은 아예 관심이 없다는 듯 입 조차 열지 않았다.
“크흐흠! 광풍대주는 오늘 가주의 연무장으로 찾아오거라!”
“저기, 아버지. 오늘은 조카도 피곤할 텐데….”
“오늘!”
글렌의 호통에 발데르가 목을 자라처럼 집어넣었다.
이제 대놓고 손자에게 무학을 가르치겠다고 선언한 할아버지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모두가 떠난 후의 알현실.
“크흡! 크흐흐흡!”
지그하르트 가주의 옥좌 위에서 웃음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도 좋으십니까?”
셰릴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좋으실 만도 하지요. 손주분들이 하나 같이 헌양하시고, 라온 도련님은 그중에서도 특별하시니까요.”
로엔은 손주 농사가 아주 호황이라며 허허허 웃었다.
“저도 그건 아는데, 저렇게 웃는 게 싫다구요!”
셰릴은 징그러운 웃음이라며 눈매를 찌푸렸다.
“크흠, 우, 웃음을 참는 게 버릇이 되어서.”
글렌이 헛기침을 하며 구겨진 입매를 폈다.
“웃음은 모르겠지만, 기쁜 건 충분히 이해해요.”
셰릴이 라온이 서 있던 카펫을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라온이 저렇게 성장할 줄은 저도 몰랐으니까요.”
그녀는 추월당할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르게 당할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나 역시 그 아이가 20대에 벽을 넘을 줄은 몰랐다. 다만 내가 기쁜 이유는 그게 아니야.”
글렌이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초월에 올랐음에도 변하지 않고, 제 길을 걸어가며 다른 이들을 챙기는 모습에 반했을 뿐이다.”
그는 스테린과 세이피아를 챙겨준 라온이 기특하다며 은은한 미소를 흘렸다.
“그건 그렇죠. 사람으로서의 그릇이 무학적인 재능 이상이에요.”
셰릴도 인정한다고 말하며 눈동자를 살짝 올렸다.
“저는 판별식에서 실비아 님을 챙기던 라온 님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로엔은 실비아를 지켜주던 어린 라온의 모습이 지금도 남아 있다고 말하며 허허허 웃었다.
“이럴 때….”
모두가 라온을 떠올리며 잔잔한 웃음을 그릴 때 셰릴이 짧게 혀를 찼다.
“그 망할 게으름뱅이가 있었다면 가서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겠죠?”
셰릴은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를 끝낸 듯 리메르의 이름을 꺼내면서도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그리고….”
로엔이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님의 벼락이 떨어졌겠죠.”
“그 후에는….”
글렌이 로엔의 말을 받으며 손가락을 저었다.
“유급 휴가를 달라고 난동을 부렸겠지.”
세 사람은 이곳에 없는 리메르를 그리며 그리움이 깃든 미소를 그렸다.
* * *
“어이! 조카!”
라온이 가주전을 나왔을 때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발데르가 손을 흔들었다.
“대단하더구나! 조카의 시원시원함은 나를 닮은 거 같아!”
그는 가주전에서 해주었던 칭찬이 모자랐다는 듯 둔탁하게 자신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하하….”
라온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을 때 발데르의 뒤편에서 카룬이 걸어 나왔다.
“중무전주님?”
발데르는 몰라도 카룬까지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기에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잠깐 이쪽으로 오거라.”
카룬은 따라오라는 듯 가주전 뒤편으로 향했다.
“저 인간 갑자기 왜 저러지?”
발데르는 카룬이 알현실에서부터 인상을 쓰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시나 눈치 없는 쪽으로는 최강이었다.
“일단 가보죠.”
라온이 짧게 입맛을 다시고 카룬의 뒤를 따라갔다.
“마티루스의 머리도 가지고 왔나?”
카룬이 북망산 초입 부근에 서서 뒤를 돌았다. 그의 눈빛은 전쟁을 치르기라도 할 것처럼 섬뜩하게 번뜩였다.
“예. 이빨과 뿔을 분리하지 않았기에 머리는 통째로 가지고 왔습니다.”
“보여줄 수 있나?”
그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듯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저한테 없는데, 수하를 불러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다.”
카룬은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리안!”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멀리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 도리안에게 손짓을 했다.
“무슨 일인데? 마티루스가 형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한 거요?”
발데르는 이제야 심각함을 느낀 듯 눈매를 찌푸렸다.
“…….”
카룬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도리안이 다가오는 것만을 기다렸다.
“저, 저기 무슨 일이세요?”
“마티루스의 머리를 좀 꺼내줘.”
“마티루스의 머리요. 어…아!”
도리안은 카룬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그는 떨리는 눈동자를 굴리며 배 주머니에서 마티루스의 머리를 꺼냈다.
저 작은 주머니에서 집채만 한 용의 머리가 나오는 모습은 신비 그 자체였다.
“음….”
카룬은 처음보다 더 매서워진 눈동자로 마티루스의 머리를 살폈다.
그저 외형만 보는 게 아니라, 손 뼘으로 코끝부터 뿔까지 길이를 재며 아주 상세하게 훑어보았다.
“중무전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라온이 마른침을 삼키며 카룬을 바라보았다. 그의 자세가 이리 진지한 것을 보니, 굉장히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
“흠!”
카룬은 길이를 다 잰 후 오늘 처음으로 짙은 미소를 그렸다.
“내가 잡은 놈이 두 뼘 더 길다.”
그는 본인이 이겼다는 듯 턱을 까딱였다.
“…….”
라온은 본인이 이겼다는 듯 진한 웃음을 걸고 있는 카룬을 보며 짜게 식은 눈동자를 드러냈다.
‘이 인간은 또 뭔데….’
-뭐긴 뭐야. 또 하나의 또라이지….
라스는 네 주변에 있는 인간은 어딘가 하나씩 고장 났다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