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83
제883화
“현무전에도 오래된 상급 검술서가 좀 있을 텐데.”
마르타도 가문에 돌아가서 무학서를 찾아봐야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루난 역시 슬리온 가문의 검술서를 챙기겠다며 눈을 끔벅였다.
-검술서 따위는 불쏘시개로도 필요 없느니라! 그냥 너희들 집안의 맛난 음식을 가져오란 말이다!
라스는 미치고 팔짝 뛰겠다며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추, 춤을 추시는데?”
버렌은 버둥거리는 라스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게 좋으신 건가?”
그는 가져올 수 있는 검술서를 모두 챙겨야겠다며 크게 웃었다.
-눈깔이 놈아! 정말 눈깔이가 된 것이냐? 이게 어딜 봐서 춤이야!
라스는 왜 알아먹지를 못하는 거냐며 분노의 외침을 터트렸다.
-돌아버리겠네! 차원 제일의 사기꾼을 상대하기에 다른 놈들이 너무 순수하느니라!
녀석은 왜 주변에 바보밖에 없냐며 본인의 가슴을 두드렸다.
‘진정해. 나는 너를 위해서 검술서를 가져오라고 말한 거니까.’
라온이 빨갛게 달아오른 라스의 어깨를 툭 쳤다.
-무슨 헛소리냐! 네놈이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고 한 거였으면서!
라스는 헛소리 말라며 이를 갈았다.
‘생각을 해봐. 저 녀석들은 네가 마왕이라는 소리를 듣고 나서 손을 떨 정도로 긴장을 했어. 그런데….’
라온이 라스를 내려다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그 대단한 마왕이 만나자마자 ‘본왕에게 음식을 바치거라!’이러고 있으면 위엄이 확 죽어버린단 말이지. 나는 분노의 군주라는 이름값을 지켜준 거라고.’
잘 생각해보라고 말하며 턱을 까딱였다.
-조, 조금 그렇긴 한가?
‘그렇다니까! 너, 협상을 위해서 만난 인간의 왕이 난 음식을 좋아하니, 온 마계의 음식을 가져다 바치거라! 이러면 어떨 거 같아?’
-마, 맛있겠다?
‘아니지! 실망한다니까. 때와 장소를 못 가리는 식충이 소리를 듣는다고!’
라온은 정말 마왕의 위엄을 살려준 거라고 말하며 설득했다.
‘거기다 너는 다른 애들한테 음식을 받을 필요가 없어. 복귀한 후 일주일 동안 네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다 먹어준다고 했잖아. 아, 그래. 좋다. 열흘로 늘려줄게.’
라스의 눈앞에서 손가락 열 개를 펼쳐주었다.
-여, 열흘? 크흠! 네놈이 그렇게 말하면 믿어줄 수밖에 없겠지. 헤헤헤.
라스는 열흘 동안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준다는 말을 듣자마자, 언제 화를 냈냐는 듯 방실거리며 웃었다.
‘쉽네.’
-음? 뭐라고 했느냐?
‘아니야.’
라온이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런데 평범한 마족도 아니고, 마왕이 우리를 살리고 도와주었다니….”
마르타가 라온을 바라보며 살짝 턱을 내렸다.
“마족은 무조건 나쁘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느낌이야.”
그녀는 세상이 참 복잡하다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천족은 사악했어….”
루난은 데루스가 불러냈던 대천사 우리엘을 떠올린 듯 입을 삐죽하게 내밀었다.
“마왕. 아니, 그 마왕분이 우리를 도와준 게 그 외에도 있는 거야?”
버렌이 궁금하다는 듯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창염마군의 일이 가장 크기는 했지만, 다른 것도 많았지.”
라온이 조금 식은 차로 목을 축인 후 그간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말해주었다.
“슈페르 신성 왕국에서 마왕들의 결투가 있었다니….”
버렌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입을 떡 벌렸다.
“신성 왕국에서 벌어진 마왕의 싸움이라. 연극으로 짜도 되겠는데? 욕은 뒤질라게 얻어먹겠지만.”
마르타는 재밌을 것 같다며 헛웃음을 흘렸다.
“계속 옆에 있었구나….”
루난은 고맙다고 말하며 작게 고개를 꾸벅였ㅎ다.
“마왕성에는 어떤 물건이 있나요? 무조건 챙겨야 할 보급품이 넘칠 것 같은데.”
도리안은 세피아 상회에 이어서 마왕성도 털 생각을 하는 듯 길게 입맛을 다셨다.
“그동안 이해의 범주를 벗어났던 일들이 이제야 설명되는군.”
셰릴은 모든 의문이 풀렸다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 너와 함께 있는 마왕의 이름이 뭐지?”
그녀가 찬찬히 숨을 고르며 라온을 바라보았다.
“분노의 군주 라스입니다.”
“지금도 네 옆에 있는 건가?”
“네 제 어깨 위에 있습니다.”
“그래.”
셰릴은 라스가 어깨 위에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의자에서 일어나서 자신의 앞에 섰다.
“지그하르트의 천검이 분노의 군주 라스에게 인사를 올립니다.”
그녀는 쌍검을 뽑아서 지그하르트의 정식 검례를 취했다.
“그동안 라온과 광풍대를 도와주어서 고맙습니다.”
셰릴은 진심을 드러낸 듯 고아한 기파까지 두른 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셰릴 님?”
“본래라면 그 망할 게으름뱅이가 해야 하지만, 없으니 내가 대신하는 거다.”
그녀는 리메르 대신해서 제자들을 구해준 감사를 전하는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저희도 함께하겠습니다.”
버렌이 천천히 일어나 셰릴의 뒤편에 섰다.
“그게 맞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마르타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검을 뽑았다.
“응. 무조건….”
루난도 눈을 살며시 뜬 채로 설화를 거꾸로 잡았다.
“인사는 상인이자, 검사의 도리죠.”
도리안이 지그하르트의 문양을 손으로 두드리며 싱긋 웃었다.
“그동안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버렌, 마르타, 루난 그리고 도리안 모두가 셰릴의 뒤편에 서서 라스를 향한 검례를 올렸다.
-어어….
라스는 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듯 입술을 떨었다.
-보, 본왕은 마족인데, 저런 인사를 해도 되는 것이냐? 이러다가 다른 놈들에게 들키면….
‘그래도 저 녀석들은 신경 쓰지 않을 거야.’
-뭐?
‘중요한 건 종족이 아니라, 그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
-아….
‘그렇게 당황하지 말라고.’
라온이 웃으며 라스의 등을 앞으로 밀었다.
‘저 녀석들이 저렇게 잘 성장한 건 네 덕분이기도 하니까.’
인사를 받아주라고 말하며 고개를 까딱였다.
-…….
라스는 매번 광풍대를 본인의 수하라고 외쳤음에도 마족과 인간의 관계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동시에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와주었던 이들의 감사 인사에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크흐흠!
라스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홱 돌렸다.
-왕이 수하를 돕는 건 당연한 일! 별것도 아니었으니, 그리 칭송할 필요 없느니라!
녀석은 별일이 아니라고 말하며 손을 휘휘 저었다.
다만 뺨이 붉어지고, 목소리에 물기가 찬 것을 보니, 진심으로 감격한 것 같았다.
-인사는 되었으니, 구슬 아이스크림이나 가져오거라!
라스는 코를 훌쩍이며 아이스크림을 가져오라고 손짓했다.
“뭐라고 하신 거야?”
라스의 손짓을 본 버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본인의 능력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라고, 칭송하지 말라는데?”
이번에는 라스의 말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전해주었다.
“역시 마왕이네! 통이 커!”
마르타는 마음에 든다고 말하며 큼지막한 미소를 그렸다.
“어떻게 생겼지? 한번 보고 싶은데?”
“나도….”
루난도 마르타처럼 라스를 직접 보고 싶다며 고개를 꾸벅였다.
“마왕의 느낌은 아니야. 라온이 바다의 정령이라고 말했을 때 그러려니 할 정도였으니까. 이런 말을 해도 괜찮을지 모르지만, 굉장히 귀여운….”
버렌은 푸른 구름이 뭉친 것 같은 모습이라며 가볍게 웃었다.
-귀, 귀여운 구름? 눈깔이 벌써 고장 났나! 이 몸은 분노의 군주! 귀엽다는 단어와는 아예 관련이 없느니라!
라스는 취소하라며 빽 소리를 질렀다.
귀엽다고 하지 말라며 꼬리를 흔드는 모습은 토끼나 다람쥐 같은 작고 귀여운 동물을 보는 듯했다.
“저는 계속 마왕성이 떠오르네요….”
도리안이 헤헤 웃으며 침을 흘렸다.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을까? 얼마나 챙길 수 있으려나….”
그는 진심으로 마왕성을 털 생각인지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저, 저놈은 진짜 안 되겠구나!
라스가 위기감을 느낀 듯 어깨를 떨었다.
-마왕성에 출입 금지령을 내려야겠느니라! 절대 들여보내서는 안 돼!
녀석은 러스트와 다른 한 명에게만 걸었던 출입금지령을 추가해야겠다며 이를 갈았다.
“하나 더.”
라온이 웃으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구슬 아이스크림을 가져오라는데?”
-어…?
라스가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네놈이 웬일로?
녀석은 진심으로 당황한 듯 눈가에 물기를 담은 상태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냥 이 분위기를 방해하기 싫어서.’
감동받은 라스의 모습을 더 보고 싶어서 이번에는 모든 것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하아, 이런 때 장난이라니, 그 사람의 의지라도 잇는 거야?”
버렌은 리메르를 따라 하지 말라며 쯧하고 혀를 찼다.
“더럽게 재미없거든.”
마르타는 헛소리할 거면 입을 다물라며 손을 저었다.
“에이! 마왕님이 무슨 아이스크림을 먹어요! 그런 거짓말에는 저도 안 속아요!”
도리안은 마왕의 위엄을 손상시키지 말라며 콧방귀를 뀌었다.
“라온. 그런 거짓말은 하지 않아도 돼. 아이스크림 정도는 내가 사줄 수 있다.”
셰릴은 아이스크림이 고프면 말을 하라며 쌍검을 집어넣었다.
-어엉…?
라스가 멍하니 눈을 끔벅였다.
-지, 진짜인데 왜 안 믿는 것이냐! 본왕이 직접 한 말이니라!
녀석은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했잖아. 폭식의 군주라면 모를까. 분노의 군주가 음식을 요구하고,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걸 누가 믿겠냐고.’
이 고정관념을 깨는 건 천족이 나쁘다는 것보다도 어려울 거라고 말하며 손을 내렸다.
-지, 진짜이니라! 본왕은 구슬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단 말이다!
라스가 턱을 떨며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외쳤다.
녀석은 본인이 가장 원하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듯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은혜도 모르는 잡것들! 앞으로는 절대 도움을….”
“가자.”
라스가 이를 갈며 다시는 도와주지 않겠다고 중얼거릴 때 루난이 고개를 꾸벅였다.
“내가 다 사줄게.”
루난은 라스에게 모든 맛의 구슬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말하며 흥 하고 콧김을 뿜었다.
-아, 아이스크림 소녀여!
라스가 루난을 바라보며 코를 훌쩍였다.
-역시 본왕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아이스크림 소녀뿐이니라!
녀석은 본인이 죽어도 루난만큼은 챙겨주겠다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루난. 속지 마.”
버렌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전부 라온이 장난치는 거라고. 마왕님. 지금 화내고 계셔.”
그는 지금 라스가 주먹을 움켜쥐고 있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 눈깔이 자식! 정말 안 되겠느니라! 다시 눈깔 내놔!
라스는 눈을 뺏어야겠다며 버렌에게 달려들었다.
“아! 제가 그리도 좋으신 겁니까?”
버렌은 라스가 분노하여 돌진해오는 모습을 고맙다는 인사로 받아들인 듯 싱긋 웃었다.
-네놈이 좋을 리가 없잖느냐! 이 멍충이들 때문에 속이 터질 것 같으니라!
라스는 너무 열이 뻗친다며 본인의 머리를 잡고 흔들었다.
‘이거 재밌네.’
이 모든 상황을 만든 라온은 흥미로운 눈으로 라스의 쇼를 즐겼다.
‘나중에 또 해볼까?’
* * *
다음 날 아침.
라온은 상처를 치료한 보르고스와 장인들을 데리고 세피아 상회의 정문으로 향했다.
아디스는 오전에 떠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 미리 나와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가는 건가?”
아디스가 너무 빨리 돌아가는 것 같다며 입맛을 다셨다. 도리안을 얼마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운 것 같았다.
“예.”
라온이 목을 매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흑탑이 언제 추적해올지 모르니, 빠르게 떠나는 게 모두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흑탑은 발록과 회색 망치 길드를 모두 노렸다.
이곳에 있다가는 자신만이 아니라, 세피아 상회도 피해를 받을 수 있기에 빠르게 복귀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동안 여러모로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을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며 아디스에게 허리를 굽혔다.
“아니, 오히려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하네. 오랜 동료를 구해주었으니까.”
아디스는 보르고스와 회색 망치 길드의 장인들을 살려주어서 고맙다며 마주 고개를 숙였다.
“아디스….”
보르고스가 아디스의 진심을 느낀 듯 입술을 깨물었다.
“이곳을 떠나는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조심히 가십시오.”
아디스는 상인의 인사가 아니라, 친우로서의 작별 인사를 보내며 진한 웃음을 그렸다.
“흥, 지그하르트의 열기가 별로면 바로 돌아올 테니, 준비나 하고 있으라고.”
보르고스가 콧방귀를 뀌며 콧잔등을 찌푸렸다.
“물론입니다. 보르고스 님이 좋아하시는 맥주를 잔뜩 준비해놓고 있겠습니다.”
아디스는 언제나 자리가 준비되어 있다고 말하며 싱긋 웃었다.
“그럼 가겠네. 원래 작별 인사는 길게 하는 게 아니야.”
보르고스는 이만 떠나자고 말하며 몸을 돌렸다. 말과 달리 다리가 느릿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마음은 떠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라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상회주님.”
아디스에게 허리를 굽힌 후 보르고스의 뒤를 따라갔다.
“상회주님을 뵙고, 진정한 상인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금전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잘 배우고 갑니다.”
버렌은 진심이라는 듯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예를 담은 인사를 했다.
“또 봐. 도리안의 아빠.”
“안녕….”
반면 마르타와 루난은 가볍지만, 친근한 인사를 하고서 등을 돌렸다.
“야! 너희들 어른한테 존댓말 좀 하라고!”
버렌이 붉어진 얼굴로 마르타와 루난을 쫓아가서 잔소리를 퍼부었다.
“아버지.”
도리안은 뒤를 힐끔 보고서 아디스에게 다가갔다.
“도리안.”
아디스가 장성한 아들을 보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그하르트에 있는 것은 즐거우냐?”
“좀 무섭지만, 그 이상으로 즐겁기도 하고, 배울 것도 많습니다.”
도리안은 곧게 허리를 폈다. 아버지가 무서워서 도망치던 아이는 이제 보이지 않았다.
“그런가.”
아디스는 잔잔한 눈길 속에 따스함을 담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상회주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
“예? 갑자기 무슨 말씀을….”
“네게 이 상회를 물려주려면 한참 남았다는 뜻이다. 정식 후계자 수업을 할 때까지 더 많은 세상을 느끼고 오거라.”
그는 그 여정이 끝날 때까지 상회주의 자리에서 버텨주겠다며 담대한 웃음을 그렸다.
“아….”
도리안이 아디스의 따스한 눈빛을 바라보다가 검을 뽑아서 거꾸로 세웠다.
은빛의 검날로 대지를 찍어누르며 지그하르트의 검례를 취했다.
“기대에 실망시키지 않도록 다음에는 더 많이 성장해서 돌아올게요!”
“그래. 기대하고 있으마.”
아디스가 은은한 웃음을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도리안은 언제 진지했다는 듯 헤헤 웃고서 라온의 뒤를 따라갔다.
중간중간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꼭 어린 시절 걸음마를 하며 자신을 따라오던 시기를 보는 것 같았다.
“저 녀석이 벌써 저런 눈빛을 하게 되다니….”
아디스는 본인보다 넓어진 도리안의 등을 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아이들을 참으로 빨리 크는군.”
“그렇지요. 저도 도리안 도련님이 걸음마를 하시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집사 리그윈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기 상회주님.”
두 사람이 추억에 빠져 있을 때 창고를 담당하는 총관이 다가왔다.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나중에 말해줄 수 있나? 지금 기분이 좋아서 말이야.”
아디스는 건드리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은 채 도리안과 라온의 뒷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주, 중요한 일입니다.”
총관이 급하다가 말하며 한 발 더 앞으로 다가왔다.
“음, 말해보게.”
아디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 도리안 도련님이 상회의 물건을 가져가셨습니다!”
“고작 그거였나? 그 정도는 다 알고 있었네. 어차피 보급은 충분해서….”
“아닙니다! 두 분이 회색 망치 길드의 장인분들을 신경 쓰시는 동안 오늘 새벽에 모조리 다 털어가셨습니다!”
총관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며 급히 작성한 서류를 보여주었다.
“저대로 보내면 이번 달 거래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천문학적인 피해가….”
그는 남아 있는 게 없다고 말하며 숨이 넘어가는 듯한 음성을 흘렸다.
“저 새끼 잡어….”
아디스가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서 도리안을 가리켰다.
“저 도둑놈의 새끼 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