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87
제887화
‘반대라….’
라온이 카룬을 보며 눈매를 실처럼 가늘게 좁혔다.
‘이유가 뭐지?’
자신 역시 광풍대가 전으로 승급하기에는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주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으니, 승급이 훗날로 미뤄져도 상관은 없지만, 카룬이 반대를 한 이유가 궁금했다.
‘본인이 제안하고 반대를 했으니, 더더욱.’
최근 카룬은 자신을 견제하기보다 오히려 여러 도움을 주었다.
그런 그가 전주 승급을 제안한 후 반대를 했으니, 그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중무전주.”
글렌이 카룬을 굽어보며 눈매를 깊게 구겼다.
“직접 안건을 올려놓고서 반대를 하다니, 이유가 무엇인가.”
그 역시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가라앉은 음성에 짙은 노기를 담았다.
“맞아! 댁이 직접 말했잖아. 광풍대를 전으로 승급시키라고!”
발데르가 카룬의 앞에 선 채로 주먹을 흔들었다.
“노망이 난 것도 아니고, 왜 본인 제안을 본인이 걷어차는 거야!”
그는 정신 차리라고 외치며 카룬의 어깨를 흔들었다.
“광풍대의 승급을 카룬 님이 제안한 거라고?”
“허어, 별일이 다 있군….”
“그런데 왜 제안을 해놓고 반대를 하시는 거지?”
간부들도 카룬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무전주.”
글렌이 손아귀로 옥좌의 팔걸이를 짓뭉개며 카룬을 불렀다.
“반대의 이유를 말하라.”
그는 장난 따위는 받아주지 않겠다는 듯 오싹하리만큼 건조한 눈동자를 드러냈다.
“비연회주의 말이 맞습니다.”
카룬이 발데르를 밀어내고 한 발 앞으로 나왔다.
“광풍대주는 초월에 오른 후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업적을 세웠고, 광풍대 역시 그 밑에서 훌륭히 뒷받침을 해왔습니다. 최근 지그하르트의 명성을 가장 넓고 높게 알린 무력대가 광풍대일 겁니다.”
그는 반대라는 의견을 내밀어 놓고서 라온과 광풍대의 업적을 담담하게 인정했다.
“실적만이 아닙니다. 대주는 초월, 조장은 마스터 최상급, 대원 대부분이 마스터이니 무력적으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왜 반대냐고!”
발데르는 빨리 반대한 이유를 말하라며 뒤에 있는 기둥을 후려쳤다.
“인원.”
카룬이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현 광풍대의 인원은 서른이 조금 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전이 아니라, 대라고 해도 적은 숫자죠. 아무리 검사 대부분이 마스터라고 해도 인원 부족으로 인한 사고가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는 무력과 실적 면에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인원이 너무 적다며 고개를 저었다.
“음….”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박할 수 없는 의견이네.’
지금의 광풍대가 전이 되려면 사람이 필요해.
첫 번째 선택식 이후로 광풍대에 들어온 사람은 유아와 율리우스 그리고 마크 괴튼이 전부다.
전으로 승급하게 되면 동시에 여러 개의 임무를 맡아야 할 수도 있기에 인원의 보충은 필수적인 일이었다.
“지그하르트의 전이라 함은 동시에 다섯 개 이상의 임무를 맡을 수 있어야 한다. 현 광풍대의 조장들이 마스터 최상급이라고 해도 수하들의 숫자가 적기에 모든 임무에 편성하기는 힘들다.”
카룬은 조금의 감정도 담지 않은 채 담백한 사실만을 읊었다.
“음, 그건 그렇지요….”
비연회주가 서류를 아래로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은 좀 줄었지만, 곧 다시 전쟁으로 인한 임무가 쏟아질 테니까.”
그는 광풍대의 인원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손에 잡고 있는 서류를 살짝 구겼다.
“인원이라….”
글렌도 카룬의 말에 반박할 수 없다는 듯 낮은 신음을 흘렸다.
“따라서.”
카룬이 한 발 더 앞으로 나와서 손을 들어 올렸다.
“광풍대가 광풍전으로 승급하기 위해서는 최소 30명 이상의 검사가 보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숙련된 검사라면 그보다 적어도 되겠죠.”
그는 침착한 어조로 본인의 의견을 말하고서 손을 내렸다.
“뭐, 맞는 말이기는 한데….”
발데르가 카룬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선택식은 작년에 끝났잖아. 다시 열리려면 몇 년이 걸릴 거라고. 일단은 승급시킨 후에….”
“아니 될 말이다.”
카룬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다른 무력대도 아니고. 지그하르트의 전이다. 가문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을 허투루 다룰 수는 없다.”
그는 정신 차리라는 듯 서늘한 눈빛을 드러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글렌은 카룬의 말이 옳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카룬이 라온을 돌아보며 살짝 턱을 틀었다.
“고룡 둘을 베어서 세이피아와의 동맹을 체결하고, 회색 망치 길드를 구원하여 지그하르트 검사 전원에게 드래곤 본으로 만든 검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낸 실적을 묵혀두는 것도 아까운 일이죠.”
그가 글렌을 올려보며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따라서 다른 대가 광풍전으로 편입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카룬은 훈련이 끝난 검사를 받아서 승급하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무력대를 광풍대에 넣어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음….”
글렌은 이제야 카룬의 의도를 알아차린 듯 노기를 감추고 가느다란 숨을 내뱉었다.
“나쁘지 않구나.”
그는 카룬의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듯 턱을 주억였다.
“다만 오늘 나온 이야기이니, 양쪽 모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겠지.”
“광풍전에 들어가고 싶다고 한 대가 하나 있습니다.”
카룬이 미리 이야기된 곳이 있다고 말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예?”
“뭐라?”
라온과 글렌이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현재 임무에 나가 있는 철전대가 광풍전의 밑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카룬은 이미 철전대주와 이야기가 되었다고 말하며 손을 내렸다.
“대체 언제….”
“철전대가 임무에 나가기 전에 말을 나눴습니다.”
카룬은 이 모든 상황을 처음부터 계산하고 있었던 듯 담담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철전대….’
라온이 카룬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그러면 세작은 절대 아니야.’
카룬이 인원을 지원해 준다는 듯이 말하면 무조건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철전대주 트레빈은 믿을 수 있는 전우다. 가문 전체가 자신을 무시할 때도 같은 직계처럼 대해주었고, 아리안 가문으로 지원까지 와주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카룬이 꿍꿍이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트레빈과 철전대는 절대 아니었다.
“철전대라….”
글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라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괜찮을 것 같군. 철전대와 광풍대는 함께 싸운 인연도 여럿 있으니까.”
“예. 제가 도와준 적도, 도움을 받은 적도 많습니다.”
라온이 맞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양쪽 모두 긍정적이라는 뜻이로군.”
글렌은 좋다는 듯 가는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저, 저기 저희도 들어가고 싶습니다!”
“신청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기회라도 주십시오!”
철전대가 먼저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일까. 조용히 있던 간부들이 너도나도 광풍전에 편입되고 싶다며 손을 들어 올렸다.
저 중에 철전대보다 강한 이들도 있었지만, 딱히 마음이 끌리지는 않았다. 새로운 동료를 받을 때는 무력보다 신뢰가 중요하니까.
“아니, 그러면 처음부터 이렇게 말했으면 되잖아! 왜 괜히 불길한 분위기를 잡은 거요!”
발데르가 미간을 찌푸린 채 카룬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 빵빵한 볼 좀 보소? 조카 챙겨주려고 아주 단단히 벼르고 왔네?”
“입 다물어라.”
카룬이 미간을 찌푸린 채 발데르의 옆구리를 툭 쳤다.
“커헉!”
발데르는 그리 세게 맞은 것 같지도 않은데 복부를 부여잡은 채 그대로 쓰러졌다.
“그, 그럼 광풍대를 전으로 승급시키는 일은 철전대 복귀 이후에 계속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연회주 채드는 일이 잘 풀렸다는 듯 안도의 숨을 내쉬고서 두 번째 서류를 들어 올렸다.
“두 번째 안건은 점점 많아지는 부상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라온은 채드의 말을 들으며 카룬을 바라보았다. 그는 할 말을 마쳤다는 듯 팔짱을 낀 채로 정면만을 바라보았다.
‘뭐랄까….’
사람이 멋있어진 것 같네.
처음 카룬에 대한 인상은 좀팽이 그 자체였다. 속이 좁은 걸 넘어서 쪼그라진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라는 사람 자체가 무력 이상으로 굉장히 거대해 보였다.
‘사람은….’
라온은 데루스와는 반대되는 행보를 걷는 카룬을 보며 옅게 웃었다.
‘변하기도 하는구나.’
* * *
“중무전주님.”
라온은 대회의가 끝난 후 카룬에게 다가갔다.
“….”
알현실을 떠나려던 카룬이 냉랭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냐.”
카룬은 어떤 일로 왔냐는 듯 눈썹을 살짝 내렸다.
“전으로 승급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도 하지 못한 준비를 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할 필요 없다.”
카룬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광풍대가 전으로 승급하는 건 당연한 수순. 지그하르트의 전이 소수의 인원으로 움직이면 우리까지 못나 보이니, 사전에 차단한 것뿐이다.”
그는 광풍대를 위해서 한 일이 아니라며 등을 돌렸다.
“그래도 거기까지 생각해 준 건 중무전주님뿐이니까요.”
라온은 진심을 담아서 고맙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게 고맙다면….”
카룬은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을 잠시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입술을 뗐다.
“전으로 올라가더라도 계속 정진하거라.”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알현실을 떠났다.
“허, 저 인간 뭐 잘못 먹었나? 밖에서 바뀌어 온 거 아니야?”
발데르가 카룬에게 얻어맞은 허리를 잡은 채 헛바람을 흘렸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예. 신기하긴 하네요.”
라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우, 손가락으로 쳤는데, 왜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네. 나 부축 좀 해줘.”
발데르는 어깨 좀 잡아달라고 말하며 몸을 기울였다.
“알겠습니다.”
라온은 옥좌에 앉아 있는 글렌에게 인사를 건넨 후 발데르를 부축하며 알현실을 떠났다.
“잘 들어라. 앞으로 전주가 되면 생각보다 할 일이 많을 거야. 일단 건물부터 새로 지어야 하고, 애들은 말을 더럽게 안 들어서….”
글렌은 라온과 발데르 그리고 그 앞에서 걸어가는 카룬을 보며 주름진 눈가를 떨었다.
“카룬이 라온의 편을 들어주고, 라온이 발데르를 부축한다라….”
셰릴이 단상 앞으로 다가가며 옅게 웃었다.
“저런 모습은 절대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일은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이 안 되네요.”
그녀는 신기하다며 고개를 헛바람을 흘렸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로엔이 허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 도련님이 저 두 분과 친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가주님의 자식 농사는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셰릴이 눈동자를 살짝 들어 올렸다.
“하지만 손주를 잘 두신 덕분에 자식 농사까지 성공을 하네요.”
그녀는 카룬과 발데르의 변화가 즐거운 듯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나쁘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손주분들은 처음부터 훌륭하셨으니.”
로엔은 라온과 버렌, 마르타의 이름을 꺼내며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음….”
다만 글렌은 아들과 손주들의 칭찬을 들었음에도 심각하게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가주님?”
셰릴이 이상하다는 듯 글렌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라온이….”
글렌이 입술을 살짝 깨문 채 말을 이었다.
“나보다 카룬을 더 좋아하지는 않겠지? 저렇게 웃는 건 못 본 것 같은데….”
그는 걱정이 된다는 듯 옥좌를 움켜쥔 손을 파르르 떨었다.
“아….”
“허허….”
셰릴과 로엔은 말을 잃은 채 고개를 떨궜다.
* * *
“누나 한번 해봐.”
라온이 시안에게서 한발 물러선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응!”
시아가 자신감 넘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목검을 내리쳤다.
후우우웅!
목검의 날에서 피어나는 검풍이 대지와 그 앞에 있는 호수를 갈랐다.
“잘했어.”
라온이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힘 조절이 딱이었어.”
시아는 이전과 달리 정확한 힘 조절을 통해 호수 밖으로 검풍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았다.
고작 일주일 배운 것으로 힘 조절을 완성하다니,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던 육체다웠다.
“잘한 거야?”
시아는 눈동자를 반짝이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더 칭찬해달라는 뜻이었다.
“응. 완벽했어.”
“에헤헤.”
그녀는 기분이 좋은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그럼 다음으로 가로베기를 해볼까?”
“응!”
시아는 자신감을 얻은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가로베기와 사선베기 그리고 찌르기를 펼쳤다.
그랜드 마스터였을 때의 자신과 비교해도 그리 밀리지 않는 검력이 뻗어나가며 호수의 물결을 뒤틀었다.
“어때?”
“대단한데….”
라온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혹여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힘 조절을 가르치려고 했을 뿐인데, 이미 검의 진의를 표현하고 있다.
녹색의 왕으로 살았던 기억이 전부 사라졌는데도, 저런 수준이라니 몸이 검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만 가르치면 본래의 실력도 찾을 수 있을 것 같구나.
라스는 재능 자체가 대단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생각이야.’
라스의 말대로 각을 잡고 가르치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그랜드 마스터 최상급의 위치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잠깐만 그러면….’
별관의 막내는 아버지가 되는 건가?
이쪽을 보고 있는 실비아와 에드가를 살폈다.
실비아는 계속해서 수련한 덕분에 실력이 올라가고 있지만, 에드가는 아직 상처를 치유하느라 바빴다.
시아의 실력이 훅 올라온다면 별관에서 가장 약한 사람은 에드가가 될 것 같았다.
‘그것도 재밌겠는데?’
-아, 아비로서의 위엄이….
라스는 안타깝다는 듯 침음성을 흘렸다.
‘가문에 남아 있는 동안 계속해서 가르쳐 놓아야겠어.’
전쟁이 지속되면 지그하르트 내부도 안심할 수 없다.
시아가 스스로와 별관을 지키기 위해서 제대로 된 검술을 가르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어떤 걸 가르치려고?
라스가 궁금하다는 듯 눈매를 좁혔다.
‘지금의 누나한테 딱 좋은 게 있지.’
라온이 웃으며 시아에게 다가갔다.
“누나. 이번에 배울 검술의 이름은 광아검이야.”
광아검은 감각의 검. 자신 이상으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시아에게 딱 맞는 검술이었다.
“광아검…? 무슨 뜻이야?”
시아는 광아검이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강아지가 이빨로 물어뜯는다는 뜻을 담은 검술이야.”
미친 짐승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강아지라고 표현했다.
“강아지!”
시아는 좋다는 듯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운용 방법부터….”
라온은 시아에게 광아검의 구결과 가장 기본적인 운용법을 알려주었다.
머리도 좋은지, 그녀는 한 번에 운용법을 외우고서 홀로 광아검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네놈보다 훨씬 나은데?
‘그러니까.’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스의 말대로 시아의 재능은 자신을 뛰어넘고 있었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시아를 가르치고, 검술 수업을 마치려고 할 때 까뭇해지는 저녁 하늘을 가르고 세 마리의 비둘기가 날아들었다.
비둘기들은 정말 급하게 날아온 듯 숨을 헐떡였다.
“와 귀여워!”
시아가 검을 내려놓고 헥헥 거리는 비둘기를 끌어안았다.
‘음….’
라온은 그사이에 비둘기의 다리에 끼어 있는 편지를 뽑아서 펼쳐보았다. 편지는 세 장이었지만, 그 안에 있는 내용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꺾이지 않을 검이 완성되었다, 원한조차 네 힘이 되어 줄 검을 벼렸다, 악마가 강림했다.’
발칸, 쿠베러드, 보르고스가 각자 검이 완성되었다고 보낸 편지였다. 편지의 문구가 하나 같이 살이 떨리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이거….”
라온이 찰랑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길게 입맛을 다셨다.
“기대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