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95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895화(895/915)
제895화
콰아아아아아!
금빛 섬광에 갈라지는 사기의 궁궐 사이로 사검마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는 사기를 지워버리는 라온의 검격에 당황한 듯 퍼렇게 질린 입술을 떨고 있었다.
“크으윽!”
사검마가 방어를 하기 위해서 다급하게 검을 들어 올렸지만, 이미 늦었다. 보랏빛 사기를 베어버린 광휘의 검이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으니까.
촤아아아아악!
마지막을 고하듯 더욱더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금색의 광채가 사검마의 검을 부수고, 그의 가슴에 깊은 검흔을 새겨놓았다.
“커어억….”
사검마가 검은 피를 토하며 가슴에 돋아난 상처를 부여잡았다. 크게 벌어진 상처와 달리 놈의 신음은 그리 크지 않았다. 사기를 이용하여 통증을 느끼는 감각을 줄인 것 같았다.
“크으….”
라온이 사검마와 똑같이 검은 피를 토하고서 허리를 숙였다.
‘무리를 하긴 한 모양이군.’
아스카라의 투기가 있다고 해도 긴장을 풀면 바로 사기가 몸과 정신을 침범해 온다. 아직 싸움이 끝난 게 아니기에 집중력을 유지해야 했다.
“후우.”
숨을 고르며 정신과 몸을 다잡고서 무릎을 꿇은 사검마에게 다가갔다. 놈은 대량의 사기를 한 번에 소모했기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손과 발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 이건 말이 안 돼….”
사검마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수백 명이 넘는 인간들을 산 제물로 바쳐서 얻어낸 힘이다! 본좌의 전성기 이상의 무력이거늘 어찌 네놈 따위가!”
그는 본인의 사기가 깨진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을 담은 괴성을 질렀다.
“답은 간단해.”
라온이 사검마를 굽어보며 턱을 까딱였다.
“지금의 네가 더 약하기 때문이다.”
“어린놈이 감히! 네놈이 이상한 술수만 쓰지 않았어도 본좌가 이겼을 것이다!”
“그 뜻이 아닌데?”
착각하지 말라고 말하며 제천검으로 사검마의 목을 겨누었다.
“그, 그게 무슨….”
사검마는 떨리는 눈동자를 내려서 본인의 핏방울이 흘러내리는 제천검의 칼날을 바라보았다.
“지금의 네가 신주오령의 축제에서 보았던 너보다 약하다는 뜻이다.”
“허, 헛소리!”
그가 이를 갈며 찌그러진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그때와는 지닌 사기의 양 자체가 다른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조롱을 하려거든 똑바로 해라!”
사검마는 그런 도발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모르는 것을 보니, 이미 힘에 먹혔구나.
라스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쯧쯧 찼다.
-처음 보았을 때는 본왕에게 개기는 발칙함이라도 있었는데, 아예 망가졌느니라.
녀석은 싸울 가치가 없는 놈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본인 혼자서 저렇게 망가진 건 아닐 거야.’
절망에 빠진 사검마에게 검은 유혹의 손길을 뻗은 자가 분명 따로 있을 것이다.
“오러의 양은 많아졌지. 하지만….”
라온이 보라색으로 번들거리는 사검마의 눈을 보며 손을 내렸다.
“네 무학은 죽었다.”
“뭐?”
사검마가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눈썹을 내렸다.
“그, 그게 무슨 말이냐….”
“넘치는 사기에만 집중하느라, 검술의 날카로움과 난해함이 한참 떨어졌다. 초월자 초입만도 못할 정도로.”
라온은 아래의 무인에게 가르침을 내리듯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 마지막 검격은 분명 강했다. 사기로 이루어진 칼날을 궁궐의 형태로 다듬어서 상대를 압박하는 투로. 아마 그랜드 마스터 수백 명이 있어도 막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같은 영역에 올라온 초월자에게는 그저 힘의 덩어리였을 뿐이다.”
사검마가 만들어 낸 사기의 궁궐은 분명 날카로우면서도 단단했다. 자신이 지닌 모든 오러를 사용해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기가 뿜어져 나왔지만, 가장 중요한 무학의 기둥이 제대로 박히지 않았다.
거대한 사기를 응집시켰다고 해도 무인의 의념이 깃들지 않은 검격 따위는 자신이 쌓아 올린 만검의 먹이밖에 되지 않는다.
“성검련주를 상대했던 때의 네놈이 지금의 너보다 배는 더 강했다. 사기는 약했을지언정 검술에는 네가 쌓아 올린 신념과 노력이 깃들어 있었으니까. 그 검에 미친 인간도 감탄할 정도였지.”
라온은 사기만 강하다고, 검이 강한 건 아니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성검련주는 스스로 눈을 뽑아서 더 높은 경지에 올랐다. 지금은 또 다른 영역에 서 있겠지.”
성검련주는 글렌을 뛰어넘겠다는 일념만으로 스스로 눈을 뽑아낸 미친놈이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최고의 광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는 또 존경스러운 검사였다.
반면 사검마는 본인이 조금 힘든 상황에 처했다고, 스스로 이겨낼 생각을 하지 않고, 수하들을 산 제물로 바쳐서 감당하기도 힘든 사기를 얻어냈다.
초월까지 닿은 인간이 저렇게 처참하게 망가진 꼴을 보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네놈이 충성스러운 수하들을 바쳐서 얻어낸 사기는 이제 막 초월에 오른 나 하나도 잡을 수 없는 초라한 힘에 불과하다. 이제는 그것도 없겠지만.”
라온이 입매를 비틀며 단호하게 제천검을 내리그었다.
촤아아아악!
물살이 갈라지는 듯한 시원한 절삭음과 함께 사검마의 보라색 팔이 어깨째로 잘려 나갔다.
놈의 팔이 땅에 떨어지며 바닥에 구정물처럼 끈적한 핏물이 흘러내렸다.
“으윽….”
사검마는 팔이 잘려 나갔음에도 어깨를 부여잡을 뿐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처음에 예상했던 대로 사기로 고통의 감각을 죽여놓은 것 같았다.
“네, 네놈이 뭘 안다고 떠드는 것이냐.”
사검마는 검은 피에 젖은 이를 드러내며 눈동자를 부라렸다.
“고생 하나 하지 않고, 지그하르트의 온실 속에서 자란 애송이가!”
-그건 아니지.
라스는 점점 추해진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요놈이 본왕의 힘을 다 처먹었다고 해도 더럽게 고생하며 살아남았느니라. 천족의 축복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운이 없었지.
‘네가 웬일이냐?’
-사실은 사실이니까.
녀석은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음.’
생각해 보니, 전생의 일을 끌어올 필요도 없이 이번 생만으로도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괴로운 삶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웬만한 사람에게는 지지 않을 것 같았다.
“쓸데없는 소리는 됐고.”
라온이 제천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서 사검마의 목에 검극을 겨누었다.
“누구의 도움을 받아서 이번 일을 저지른 거지?”
사검마가 수장으로 있는 사흑련도 여러 주술과 술수를 부리지만, 결국은 무인들의 집단이다.
이 정도 규모로 주술을 운용한 것을 보면 놈의 뒤에는 분명 다른 이들이 있을 것이다.
“끄으으….”
사검마는 배후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분노가 차오른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기만 했다.
“말을 하지 않는다면….”
라온이 짧게 혀를 차고서 제천검으로 사검마의 쇄골을 부숴버렸다.
뼈가 으깨지는 소리와 함께 사검마가 앞으로 쓰러졌다.
“흐으윽….”
사검마는 힘에서 꺾였을 뿐이 이번에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바로 얼굴을 들어 올린 채 이를 갈았다.
“마지막이다. 이번에도 입을 다문다면 사기가 모조리 사라질 때까지 고문해주마.”
라온이 진심이라고 말하며 턱을 모로 틀었다.
‘바로 죽이고 싶지만, 놈의 뒤에 누가 있는지를 알아야 해.’
라스는 사검마에게서 천족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배후에 데루스 로베르트가 있을 수도 있기에 놈의 입을 열고 싶었다.
“크흐흐흐….”
사검마가 비틀어진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머리를 들어 올렸다.
“눈치 하나는 빠르구나. 네놈의 말대로다. 이 주술에는 다른 놈들의 도움이 있었지. 하지만….”
그가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보라색 팔을 주웠다.
“내 뒤에 설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사검마가 괴성을 지르며 보라색 팔을 입으로 물어뜯어서 삼켰다.
“너 뭘 하는….”
라온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눈을 부릅뜰 때 사검마의 전신 피부에서 보라색 핏줄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변화는 핏줄만이 아니었다. 보라색 팔처럼 놈의 전신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갔다.
“음.”
라온이 사검마의 변화를 막기 위해서 빠르게 제천검을 그어 내렸다.
쩌어어어엉!
은빛 칼날이 사검마의 목에 떨어졌지만, 사람의 살이 아니라 쇳덩이를 후려친 것처럼 제천검이 튕겨 나왔다.
찌지지지지직!
사검마는 보라색 물감 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듯 전신을 보랏빛 사기로 뒤덮은 채 몸을 일으켰다.
놈의 가슴에 새겨진 검흔이 지워지고, 잘려 나간 어깨에서는 새로운 팔이 튀어나왔다.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이 된다고 해도….”
사검마가 사기로 넘실거리는 양손을 들어 올린 채 사나운 이를 드러냈다.
“네놈만큼은 죽여버리겠다. 라온 지그하르트!”
그는 모든 것을 다 바쳐서라도 자신을 죽이겠다며 짐승 같은 포효를 터트렸다.
쿠구구구구구!
사검마의 압도적인 사기가 요동치자, 하늘이 격렬하게 울부짖고, 땅이 갈라진 채 격정적인 보라색 용암이 뿜어져 나왔다.
“네가 어떤 모습을 해도 상관없다.”
라온은 사기의 발현만으로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사검마를 보고서도 담담하게 턱을 저었다.
“지금의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
“닥쳐라!”
사검마가 악을 지르며 달려든다. 보라색 잔상만 보일 정도로 빨랐지만, 놈이 어디로 오는지는 알 수 있었다.
치이이이잉!
우측에서 쇄도해 오는 사검마의 가슴을 향해 적섬을 그었다.
쩌어어어엉!
불꽃으로 타오르는 검은 사기의 갑주를 두른 사검마의 가슴을 뚫어내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사기로 강화한 육체다! 그따위 꼬챙이에는 뚫리지 않는다!”
사검마는 사기를 휘감은 몸을 믿는 듯 거침없이 달려들며 사기로 만들어진 검을 휘둘렀다.
‘개벽을 쓰기는 힘들겠군.’
개벽을 사용하게 되면 사검마를 완전히 죽일 수 있겠지만, 자신 역시 바로 기절하게 될 것이다.
뒤에 할 일이 남아 있기에 지금은 다른 방식을 선택하는 게 옳았다.
“죽어라!”
사검마가 사기에 휘감긴 검을 뻗어냈다. 검극 위에서 돋아난 보랏빛 사기가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키며 자신이 선 공간 자체를 지워버리기 시작했다.
“말했지.”
라온이 보랏빛 광채 속으로 나아가며 제천검을 세웠다.
“토대 없이는 높은 탑을 쌓을 수 없다고.”
가늘게 고개를 저으며 불길을 머금은 창궁대연을 그렸다.
고오오오오!
하늘의 끝에 도달한 제천검의 검신이 느릿하게 떨어지며 세상을 집어삼키려던 사기의 파도를 짓눌렀다.
쿠우우우웅!
사기의 물결 뒤편에 서 있던 사검마 역시 창궁대연이 쌓아 올린 하늘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거, 검계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위력을….”
사검마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턱을 떨었다.
“이게 진정한 검이다. 오러가 강하다고, 육체가 단단하다고 검이 강해지는 건 아니야.”
라온은 사검마는 절대 알 수 없는 답을 해주며 진혼검을 쏘아냈다.
퍼어어어억!
사검마가 사기를 강화한 게 무색하게도 진혼검의 작고 얇은 칼날은 보랏빛 갑주를 뚫고, 놈의 가슴에 박혔다.
우우우웅!
진혼검은 사검마의 몸속에 깃든 사기를 먹어 치우며 오싹하리만큼 붉은 기류를 뿜어냈다.
“끄어어어억!”
사검마는 팔이 잘리고, 가슴이 뜯겨나갈 때도 지르지 않던 비명을 터트리며 바닥을 굴렀다.
눈동자가 사정없이 돌아가는 것을 보니, 이제야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감각이 열린 모양이로군.”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제천검으로 사검마의 허벅지를 내리찍었다.
“끄아아아아악!”
사검마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괴성이 쏟아졌다. 예상대로 놈은 고통을 참은 게 아니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내 사기가 어째서….”
“그 검이 보기와 달리 부정적인 기운을 부수는 데는 최고거든.”
진혼검은 요검이지만, 마기나 혈기 같은 부정적인 기운을 증오한다.
이번에도 사검마의 사기를 흡수하여 놈의 주술을 으깨버린 것 같았다.
“대단하신 초월자니까.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 봐야겠지?”
라온이 제천검으로 벌려놓은 사검마의 상처에 열기와 냉기를 밀어 넣었다.
“끄아아아아악!”
사검마는 삼류 무인도 안지를 법한 비명을 터트리며 온몸을 비틀었다. 그가 억지로 진혼검을 뽑으려고 했지만, 당연하게도 절대 뽑히지 않았다.
“어어어억….”
“네가 죽인 사람들은 훨씬 더 고통스러웠을 거다.”
산 제물은 죽은 자의 원한까지 이용해야 하기에 사람에게 극한의 고통을 준 후 숨을 끊는다.
이 정도 통증도 참지 못하는 놈이 산 제물을 이용했다는 것에 구역질이 나왔다.
“그, 그만. 제발 그만….”
“원하는 대로 해주지.”
라온이 핏물이 흘러내리는 제천검을 들어 올렸다.
“그대로 죽어라.”
사검마가 변화한 모습을 보니, 특별한 주술로 도망을 치거나, 놈의 배후가 끼어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를 캐지 못해도 이대로 죽이는 게 나았다.
“자, 잠깐!”
제천검으로 사검마의 목을 내리치려고 할 때 놈이 다급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말하겠다! 내 뒤에 누가 있는지를!”
“필요 없어.”
“흑탑!”
라온이 사검마의 말을 무시하려고 목을 베려는 찰나 놈이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내가 흑탑의 위치를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