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08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08화(908/915)
제908화
투웅!
라온은 렌시아의 허리에서 약동하는 검은 심장을 보며 입술을 떨었다.
‘저게 뭐야….’
검은 심장은 살아서 숨을 쉬며 옅은 분노를 피워내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콱 조여드는 기분이었다.
“아아….”
도리안은 심하게 당황한 듯 들고 있던 가방을 떨어뜨린 채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렌시아 너….”
크레인도 너무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렌시아의 이름만을 중얼거렸다.
“보셨죠?”
렌시아가 상의를 내려서 허리에 튀어나와 있는 검은 심장을 가렸다.
볼이 빨개진 것을 보니, 당당한 어조와 달리 부끄러웠던 것 같았다.
“케이든 님의 말씀대로 언제나 행복한 삶은 없어요. 몬티로 역시 겉으로는 웃음과 행복이 넘치지만, 그 안쪽에서는 새까만 그림자가 차올라 있죠. 돈으로도, 힘으로도 지울 수 없는 아주 거대한 그림자예요.”
그녀는 자신은 물론이고,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뭔지 말해줄 수 있어?”
라온이 아직 렌시아의 허리에 남아 있는 검은 심장을 가리켰다.
“굴이 뭔지 아시죠?”
“그래. 너희 집에 갈 때도 샀었잖아.”
렌시아는 별로 사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동생 중 좋아하는 아이도 있을 것 같아서 직접 가져갔었다.
“굴은 수질 정화 능력이 있어서 바다의 청소부라고 불려요. 더러운 수조 같은데 넣어두면 하루 만에 맑은 물로 만들죠.”
그녀는 갑자기 굴의 이야기를 꺼내며 탁해 보이는 미소를 그렸다.
“그것과 같아요.”
“뭐…?”
라온이 렌시아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되물었다. 사실 말의 뜻을 알 것 같았지만, 그걸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저희가 지닌 검은 심장이 이 땅에서 흘러나오는 좋지 않은 기운을 흡수해서 다른 곳으로 보낸다고 하더라구요. 케이든 님. 저희는 사람이 아니에요.”
렌시아가 떨리는 손으로 허리에 튀어나온 검은 심장을 잡았다.
“이 몬티로는 거대한 수조고. 저희는 그 수조를 정화하는 굴에 불과해요. 더러운 기운을 먹어야만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죠.”
그녀는 눈꼬리에 눈물 한 방울을 매단 채 입술을 꾹 내리눌렀다.
“저희라면 설마….”
“맞아요. 케이든 님이 보셨던 대로 지위가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몬티로의 모든 주민이 저와 같은 이 심장을 달고 있어요. 제 동생들까지.”
렌시아는 이제 막 여섯 살이 된 막내도 이 심장을 이식받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옷을 만들어 준 거예요. 피부가 따갑지 않도록….”
그녀는 뜨개질로 옷을 만든 이유가 그 때문이라며 바람이 빠진 웃음을 흘렸다.
“이런 개새끼들이!”
크레인이 참지 못하고 손아귀에서 피가 나도록 주먹을 말아쥐었다.
“어떻게 인간이….”
도리안은 믿을 수가 없다는 눈동자로 손을 떨었다.
-당장 본왕을 강림시키거라.
라스가 미간을 구긴 채 어깨를 쳤다.
-저딴 식으로 마기를 쓰는 잡졸 놈들을 모조리 찢어발겨 줄 테니까.
녀석도 심하게 분노했는지 푸른 눈동자에서 강대한 기파가 뿜어지고 있었다.
“….”
라온이 렌시아를 보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다른 이들처럼 화를 내고 싶지만, 지금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내야 할 때였다.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호텔의 지배인이나, 그 영웅이라는 놈들인가?”
“맞아요.”
렌시아는 그 사람들이 감시자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의 모두가 검은 심장을 달고 있다라….”
라온이 지금까지 만났던 몬티로의 주민들을 떠올리며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이제야 모든 의문이 풀리네.’
흑탑이 이곳의 주민들을 이용하여 마기를 숨기기 위한 결계를 세웠기에 아주 작은 마기나, 사기도 느껴지지 않은 거였다.
-그래. 이 정도 규모의 인간들을 제물로 바쳤으니, 마기와 사기가 티끌만큼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라.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 흑탑인가 뭔가 하는 놈들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느니라.
녀석은 당장 흑탑으로 쳐들어가고 싶은지 살기가 피어나는 은빛 서리를 일으켰다.
“헌데 주민들은 그런 심장이 튀어나와 있지 않던데?”
라온이 아직 튀어나와 있는 렌시아의 허리 부분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해변이다 보니, 상의를 벗고 다니는 남자들이 많은데, 저런 심장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은 실제 심장 옆에 붙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수술을 두 번 받아서 화가 나면 이렇게 허리 쪽으로 심장이 튀어나와요.”
렌시아는 검은 심장이 나오는 건 본인이 유일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펠릭스를 만났을 때도….”
그녀가 호창대의 대장 펠릭스와 마주쳤을 때 분노가 흘러나온 이유도 저렇게 심장이 튀어나왔기 때문인 것 같았다.
“맞아요. 그 사람이….”
렌시아가 떨리는 손목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와 제 동생들에게 이 심장을 넣어서….”
그녀는 펠릭스가 검은 심장을 이식하는 사람이라며 눈동자를 내렸다.
“그래서 그 배낭을 메고 다닌 거로군. 혹시나 튀어나올지 모르는 검은 심장을 감추기 위해서.”
“네에….”
렌시아는 그게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개새끼! 내려보는 것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크레인은 펠릭스에게 살의를 드러내며 어금니를 씹었다.
“나도 이번에는 무섭기보다 화가 나.”
도리안이 같은 생각이라며 강하게 주먹을 말아쥐었다.
“아프지는 않아?”
라온은 당장 뛰쳐나가서 영웅인가 뭔가 하는 놈들을 베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렌시아를 바라보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말 많이 아플 때가 있고, 이렇게 심장이 튀어나온 게 아니면 크게 고통스럽지는 않아요.”
렌시아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대로라면 지금 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지만,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정말 미안하지만, 그 심장을 좀 만져봐도 될까?”
“예?”
렌시아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라온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도 조건을 걸게요. 만지게 해드릴 테니, 바로 이곳을 떠나주세요.”
렌시아는 그게 조건이라고 말하며 다시 상의를 들어 올렸다. 아이는 부끄러움과 고통 때문에 눈을 꾹 내리감았다.
‘어쩔 수 없어.’
저 검은 심장을 직접 살펴보아야 어디에 흑탑이 있고, 어떻게 제거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이 모르더라도 체임버에게 전해줄 수 있기에 꼭 필요한 일이었다.
“미안.”
라온이 흔들리지 않는 손을 뻗어 렌시아의 허리에 솟아나 있는 검은 심장을 잡았다.
“윽….”
렌시아는 고통스러운 듯 입술을 깨물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기와 사기로군.’
-그래. 이제야 마기가 느껴지는구나. 하지만 이 아이의 몸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고 있느니라.
‘방향은 아래인가?’
-아래가 맞지만, 이건 물리적인 게 아니니라. 다른 차원이라고 봐야겠어.
라스는 땅을 파도 나오지 않을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체임버 님의 손에 달렸군.’
이건 자신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본부로 돌아가서 체임버와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 내가 해야 할 일은….’
상단전과 불의 고리를 극성으로 운용하여 검은 심장의 움직임과 마나의 흐름을 완벽하게 기억해 두었다.
“고마워.”
라온은 렌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네에….”
렌시아가 지친 듯이 긴 숨을 내쉬며 상의를 내렸다. 많이 힘들었는지 그녀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괜찮아?”
도리안이 손수건을 꺼내서 렌시아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이제 떠나주실 거죠?”
렌시아는 약속을 지켜달라며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렸다.
“왜 자꾸 떠나라고 하는 거지?”
라온이 렌시아의 녹색 눈동자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전에도 케이든 님 같은 분이 계셨어요. 저를 키워준 언니를 구해주려고 하시다가 그분과 그분의 가문 자체가 세상에서 지워졌어요. 그리고 언니도….”
렌시아는 과거의 일이 떠오른 듯 손으로 눈과 이마를 가렸다.
“너 설마 그래서 아이들을….”
“맞아요. 언니가 저를 도와주었듯이 저도 아이들을 돌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희를 가만히 놔두세요.”
렌시아가 부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에메랄드빛 눈동자는 여러 감정과 고민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끄으으!”
“렌시아….”
크레인은 화를 참기 힘들다는 듯 대검의 손잡이를 비틀었고, 도리안은 결국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을 떨어뜨렸다.
“저희만이 아니라, 케이든 님과 상회도 사라질 수 있어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 몬티로를 지배하는 사람들을 이길 수는 없어요.”
렌시아는 이제 제발 가달라고 말하며 허리를 굽혔다.
“그렇군.”
라온이 턱을 주억이고서 몸을 일으켰다.
“약속했으니, 지켜야겠지. 내일 아침이 되자마자, 이곳을 떠나마.”
“예? 전. 아니, 상회주님!”
크레인은 라온이 떠나자고 할 줄은 몰랐다는 듯 입술을 떨었다.
“도련님!”
도리안 역시 옛 호칭을 부르며 눈을 부릅떴다.
“입 다물어.”
라온은 크레인과 도리안의 반발을 무시하고 상의 주머니에서 금화 하나를 꺼냈다.
“그동안 수고했다.”
가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렌시아에게 금화를 튕겨주었다.
“….”
렌시아는 라온에게 받은 금화를 주머니에 넣고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내일 꼭 떠나세요.”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라온의 방을 나갔다.
“후우….”
렌시아는 벽에 등을 기댄 채 라온에게 받은 금화를 꺼냈다.
그녀는 금화를 소중하게 바라보다가 안 주머니에 넣은 후 내려놓았던 배낭을 어깨에 걸쳤다.
‘이게 맞아.’
이게 모두를 살리는 길이야.
렌시아는 언제 슬퍼했냐는 듯 만들어진 웃음을 그리고, 콧노래를 부르며 화려한 빛으로 반짝이는 복도를 걸어갔다.
*
*
*
라온은 렌시아와의 약속대로 몬티로를 떠난 후 길을 우회하여 체임버가 만들어 놓은 본부로 돌아갔다.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몬티로에 잠입했던 검사들도 모두 복귀하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왔구나.”
체임버가 씁쓸한 미소를 그리며 자신이 앉을 의자를 소환해 주었다.
“…고생했다.”
카룬도 수고가 많았다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두 분 다 보셨죠?”
라온은 체임버가 만들어 주었던 목걸이를 가리키며 주먹을 쥐었다.
“그래. 네 덕분에 다 알게 되었다.”
카룬의 붉은 눈동자 위로 냉랭한 기파가 피어났다.
“흑탑의 마인들은 단 한 마리도 살려둘 가치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는 지금 당장 나가서 흑탑을 말살하고 싶은 듯 긴 손가락을 까딱였다.
“마인들이 더러운 새끼들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내 예상조차 뛰어넘을 줄은 몰랐어.”
체임버가 입에 물고 있던 막대사탕을 깨물어 부쉈다.
“시발! 당장 나가서 전부 죽여버리고 싶어!”
마르타가 머리를 마구 헝크리며 발을 굴렀다.
“얼려서 평생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해….”
루난도 평소에는 하지 않을 독한 말을 꺼내며 눈썹을 내렸다.
-동감이니라! 우리 아이스크림 소녀가 무얼 아는구나!
라스는 역시 아이스크림 소녀가 최고라며 손을 들어 올렸다.
“나는 너희를 말리는 역할이지만,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군.”
버렌조차 감정을 참지 못하고 비웃음을 흘렸다.
“라온. 그 검은 심장의 움직임은 확인했지?”
“예. 말로 설명하긴 어려우니, 오러를 이용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라온이 체임버의 손을 잡고, 검은 심장을 만져서 느꼈던 것을 모두 전해주었다.
“예상대로네.”
체임버가 막대만 남은 사탕을 꺼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검은 심장은 마기와 사기처럼 부정적인 기운을 흡수해서 흑탑으로 보내는 아주 작은 차원문이야.”
그녀가 라온을 보며 짙은 미소를 그렸다.
“그럼 그 차원을 열 수도 있습니까?”
“본래라면 불가능하지만, 네가 검은 심장의 움직임과 흐름을 알려준 덕분에 역추적해서 흑탑에 닿을 수 있을 거야.”
체임버는 지금은 가능할 것 같다며 손가락으로 큰 원을 그렸다.
짜악!
그녀가 손뼉을 치자, 제이나를 비롯한 발카르의 마법사들이 현기로운 눈동자를 빛내며 모여들었다.
“준비됐지?”
체임버가 마법사들을 돌아보며 짙은 미소를 그렸다.
“이제 우리가 움직일 차례야.”
*
*
*
끼이이익!
렌시아는 파란 배낭을 등에 걸친 후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힘을 주지 않았지만, 집이 너무 낡아서 소리가 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누나?”
“언니 벌써 가는 거야?”
문을 여는 소리에 잠이 깬 듯 동생들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응. 일해야지. 밥 차려놨으니까 천천히 먹어.”
렌시아는 동생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고서 집을 나섰다.
판자촌을 벗어나서 몬티로의 입구로 가려는데, 눈앞으로 붉은 창대가 튀어나왔다.
“아….”
렌시아는 길을 막은 창을 보며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허리에서 튀어나온 검은 심장이 배낭의 끈을 밀어내는 게 느껴졌다.
“다행히 아닌 것 같군요.”
호창대의 대장이자, 주민들에게 검은 심장을 이식하는 어둠의 의사 펠릭스가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예? 그게 무슨….”
“당신이 한 달 전에 가이드를 맡았던 케이든은 상회로 돌아가자마자, 파티를 벌이며 방탕한 삶을 즐기고 있더군요. 혹시나 쓸데없는 소리를 했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펠릭스의 눈꼬리가 가늘게 좁아졌다.
“하긴 언니가 죽어가는 모습을 직접 보았으니,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겠죠.”
그는 그게 당연하다는 듯 창대를 내렸다.
“앞으로도 우리를 위해서 열심히 살아주십시오. 당신은 지킬 게 많지 않습니까.”
펠릭스는 열심히 살라는 말을 남기고서 언덕 쪽으로 사라졌다.
“네에….”
렌시아는 펠릭스가 떠났음에도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일을 하기 위해서 억지로 인형 같은 웃음을 만든 후 판자촌을 내려왔다.
“하아아….”
다만 오늘따라 감정을 억제하기가 힘들었다. 떨리는 손을 들어서 안주머니에 있던 케이든의 금화를 만지자 조금은 속이 편해졌다.
‘괜찮아. 지금이 최선이야.’
케이든이 몬티로를 떠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그가 갑자기 밀고 들어올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인가.’
솔직히 말하면 케이든이 다시 와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는 무심한 듯하면서도 중요할 때는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어 자신을 키워준 언니를 떠올리게 했기에 다시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이 몬티로를 집어삼킨 어둠은 그 누구도 지울 수 없을 만큼 거대했으니까.
‘달라진 건 없어. 언니 대신 아이들을 지키자.’
렌시아는 눈가에 어려 있는 물기를 털어낸 후 몬티로의 정문으로 달려갔다.
슬픔만을 생각하고 있기에는 지켜야 할 게 너무도 많았다.
몬티로의 정문을 넘어오는 관광객들에게 다가가서 가이드를 써달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몬티로에 자주 온 사람들인지 가이드를 쓰려고 하지 않았고, 대부분은 자신보다 더 어린아이들을 고용했다.
“어서 오세요!”
렌시아는 무거워지는 가슴과 달리 웃는 얼굴을 유지한 채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몬티로는 처음이신가요? 제가 이곳의 토박이라 좋은 곳은 전부 다 안내해 드릴 수 있어요!”
케이든을 만났을 때처럼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하며 본인을 고용해달라고 외쳤다.
“어디든 안내할 수 있다고?”
일행의 중심으로 보이는 금발 벽안의 남성이 턱을 까딱였다.
“네! 몬티로에 제가 모르는 곳은 없어요!”
렌시아는 기대감을 지닌 채 스스로의 가슴을 두드렸다.
“좋아. 고용하기로 하지.”
금발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은화를 하나 던져주었다.
“감사합니다!”
동전을 튕겨서 주는 모습을 보니, 케이든이 생각나서 가슴이 울렁였지만, 웃는 표정을 유지한 채로 고개를 숙였다.
“이것부터 받으세요.”
렌시아는 직접 만든 꽃목걸이를 여섯 명에게 모두 나눠준 후 헤헤 웃었다.
“어디부터 가실래요?”
“일단 바다부터 보고 싶은데.”
“네! 안내하겠습니다!”
관광객 대부분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이 바다였기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가까운 해변으로 안내해 주었다.
“이곳이 몬티로가 자랑하는 에메랄드빛 바다에요! 속이 훤하게 보이죠!”
렌시아는 수영, 서핑, 낚시 모든 게 다 가능하다고 말하며 양팔을 벌렸다.
“딱히 변한 건 없군.”
금발의 남자는 재미가 없다고 중얼거리며 혀를 찼다.
“그사이에 변하겠어요?”
살짝 살이 찐 남성이 헛웃음을 흘렸다.
“어? 예전에 오신 적이 있나요?”
“그래. 한 달 전에 왔지.”
금발의 남성은 한 달 전에 왔다고 말하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닮아 있는 푸른 눈동자였지만, 이상하게도 한 달 전에 보았던 사람이 떠올랐다.
“설마….”
“오랜만이네.”
케이든. 자신의 비밀까지 보여주며 살려 보내고자 했던 그가 몬티로로 돌아와 있었다.
“왜….”
렌시아가 당황하며 주머니 속에서 쥐고 있던 금화를 모래밭으로 툭 떨어뜨렸다.
“왜 온 거예요! 가겠다고 약속했으면서!”
그녀는 대체 왜 왔냐고 외치며 인형 같은 웃음을 부쉈다.
“떠나겠다고 약속했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약속은 안 했잖아?”
이제는 이름조차 모르는 남자가 부드럽게 웃었다.
“바보예요? 여기는 위험하다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나는 강해. 아니, 우리는 강해.”
그의 푸른 눈동자 속에서 황금색 불길이 솟아올랐다.
“우리가 이 몬티로라는 수조를 부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