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14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14화(914/915)
제914화
“하아아….”
렌시아는 이제 본인의 일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힘이 빠진 듯 땅에 주저앉았다.
“정말 잘 참아줬어.”
라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체임버 님도 네가 견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마르타는 정말 장하다고 말하며 렌시아를 꼭 안아주었다.
“존예였어….”
루난은 조금 더 자연스러워진 미소를 그리며 렌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는 존잘, 존예를 단순한 칭찬으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그럼 한번 볼까?”
라온이 렌시아를 향해 턱을 까딱였다.
“예? 보다니요?”
“네가 이룬 성과를 네 눈으로 직접 봐야 하지 않겠어?”
“그게 무슨… 아!
당황하는 렌시아의 허리를 잡고 분수대를 박찼다. 허공을 계단처럼 밟으며 올라가 몬티로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후우우우욱!
분수대에서 시작된 화염의 길이 다섯 개의 은빛 구슬과 만나며 붉은 오망성을 이뤘다.
새빨간 불길은 오망성을 만든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몬티로 전체를 휘감는 장대한 원을 그렸다.
고오오오오오!
거대한 원 안에서 다섯 개의 붉은 별이 빛나고 있는 웅장한 광경. 이게 <어둠을 깨우는 등불>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아름다워요….”
렌시아는 몬티로 전체를 휘감은 오망성을 보며 두 손을 모았다.
“<어둠을 깨우는 등불>이라는 마법이야. 네 역할이 가장 컸지.”
라온이 손가락을 내려서 오망성을 이루는 불길을 가리켰다.
“…정말 제가 도움이 된 건가요?”
렌시아는 평생 흑탑의 마수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아직도 본인이 얼마나 큰 활약을 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 네가 없었으면 이 마법도 없었을 거야.”
라온은 정말 잘해주었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렌시아는 다행이라는 듯 옅게 웃으며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저 마법의 효과는 지금부터야.”
라온이 손가락을 튕기자, 렌시아가 걸고 있던 목걸이의 보석이 깨져나가며 오망성을 이루는 불꽃의 색이 푸른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아앙!
그 순간 수천. 아니, 수만 개의 유리창이 동시에 깨지는 듯한 굉음이 터지며 몬티로의 땅속에서 새까맣게 물든 오망성의 마법진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마기와 마인들을 감춰주고, 흑탑의 존재를 숨긴 결계답게 마법진 자체에서 오물처럼 끈적하면서도 역겨운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 놈들처럼 추잡한 기운이로구나.
라스가 역겹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당장 저 기운들을 얼려버리고 싶으니라.
녀석은 마법진을 빨리 깨부수라며 손을 휘저었다.
“저게 너희의 팔과 다리를 묶고 있던 결계야.”
라온이 가늘게 입술을 씹었다.
“아….”
렌시아의 눈동자가 두려움으로 거칠게 떨렸다.
“이제는 무서워할 필요 없어. 지금 사라질 테니까.”
라온의 손짓을 따라 <어둠을 깨우는 등불>이 내려서며 흑탑의 마법진과 격돌했다.
쿠와아아아아아앙!
색과 결이 다른 마법진이 부딪치며 몬티로의 땅과 바다가 모조리 무너지는 듯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찌지지지직!
푸른 불꽃과 검은 마기는 서로를 밀어내며 격렬한 경합을 벌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기운이 푸른 화염에 잡아먹히며 흑탑의 마법진에 균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당연하겠지.’
몬티로에 설치되어 있던 결계는 전투용이 아니라, 흑탑을 감추고 마기를 모으기 위한 용도다.
반면 <어둠을 깨우는 등불>은 흑탑의 결계를 빠르게 지우기 위해서 만든 마법이었기에 이쪽이 이기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캬아아아아앙!
결국 몬티로를 지배하던 검은 오망성의 결계가 푸른 화염에 녹아내리며 흑탑의 결계가 완벽하게 깨져나갔다.
후우우우욱!
흑탑의 마법진이 깨지자, 맑았던 하늘이 어둑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대지에서는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마기가 솟아올랐고, 에메랄드빛 바다는 구정물처럼 새까맣게 변해버렸다.
흑탑의 결계를 부쉈는데, 오히려 아름다웠던 땅이 지옥으로 변해버린 것 같았다.
“아…?”
렌시아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턱을 떨었다.
“이게 어떻게 된….”
“처음에도 말했듯이 항상 행복할 수만은 없어. 이게 웃음과 행복으로 가득했던 몬티로의 실체야.”
라온은 지옥 속에 파묻힌 듯한 몬티로의 어둠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랬군요….”
렌시아는 입술만 깨물 뿐, 추악하게 변한 몬티로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너도 꽤 변했네. 예전이라면 네 탓이라고 했을 텐데.”
라온이 렌시아의 눈을 보며 옅게 웃었다.
“라온 님과 다른 분들 덕분이에요.”
렌시아가 자신과 마르타, 루난을 가리켰다.
“검사님들 덕분에 제 잘못이 아니라, 흑탑의 잘못이고, 언제나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녀는 이번 일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야무진 아이로구나!
라스가 렌시아를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네놈이나, 다른 놈들보다 훨씬 나아! 본왕이 키워주고 싶을 정도이니라!
녀석은 렌시아가 대견하다는 듯 허공에서 손을 휘저었다.
‘같은 생각이야.’
렌시아는 이런 지옥 속에 살면서도 본인보다 남들을 먼저 생각한 아이다. 라스의 말대로 자신이나, 광풍전 검사들보다 정신력이 뛰어난 것 같았다.
-아깝군. 저 아이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무인으로든, 마법사로든 크게 되었을 텐데.
라스는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마법은 늦지 않았을지도.’
라온이 웃으며 고개를 저을 때 분수 아래의 땅이 아주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땅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 밑에서 검은 차원이 열리고 있었다.
-흐음….
라스가 천천히 벌어지는 차원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오염이 되기는 했지만, 그 근원은 진짜 마기 같구나.
녀석은 얇게 열린 균열 속에서 마계의 기운이 느껴진다며 입맛을 다셨다.
‘진짜 마기라….’
라온이 다시 땅으로 내려가며 손끝에 힘을 주었다.
‘앞으로의 싸움도 쉽지는 않겠군.’
*
*
*
라온이 렌시아와 함께 땅에 내려서자, 차원의 균열이 새끼손톱만큼 벌어져 있었다.
저 차원 내부의 마기가 너무 강해서 문이 다 열리려면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것 같았다.
“라온!”
트레빈이 철전대 검사들과 함께 달려오며 손을 흔들었다. 꽤 고생했는지 전신이 만신창이였지만, 결국 승리하고 한층 성장해서 돌아오고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라온이 트레빈에게 고개를 숙였다.
“고생하기는 했어. 아니, 많이 위험했지. 갑자기 상위 층주가 나타났거든.”
트레빈은 거의 호각의 싸움이었는데, 조금씩 기세를 잡아서 이길 수 있었다며 긴 숨을 내쉬었다.
“그러니 믿고 맡겼죠.”
라온은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전주님.”
두 번째로 복귀한 건 마크 괴튼이다.
“다행히 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가 조심스럽게 허리를 굽혔다. 철전대와는 달리 멀쩡해 보였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지쳐 보였다.
“일검 대결이라도 하신 겁니까?”
“역시 알아보시는군요.”
마크 괴튼이 정확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았습니다. 상대가 저보다 참을성이 모자라서.”
“다른 건 몰라도 발검술 결투는 운으로 이길 수 없습니다.”
라온은 실력으로 이긴 거라고 말하며 마크 괴튼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으허허헉!”
“에헤헥!”
세 번째로 도착한 건 도리안과 크레인 그리고 함께 보냈던 광풍전 검사들이었다.
모두는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왜 저희를 동상 쪽으로 보내신 거예요!”
“정말 죽는 줄 알았다구요!”
도리안과 크레인이 원망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았다.
“지, 진짜 힘들었어요!”
“영마술사 포레슨을 잡았더니, 마인이 오고, 마인을 잡았더니, 마물들이 끝도 없이 몰려왔다구요!”
다른 광풍전 검사들도 너무 힘들었다며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근데 해냈잖아.”
라온이 뭐가 문제냐는 듯이 고개를 까딱였다.
“예?”
“어어….”
“하, 하긴 했는데….”
검사들은 반박할 말이 없는지 멍하니 눈을 끔벅였다.
“누구 하나 안 죽었고, 조금씩이나마 성장해서 돌아왔지?”
“그, 그렇죠….”
도리안이 눈을 끔벅이며 턱을 내렸다.
“그럼 됐지?”
“네에….”
그는 이 이상 따지기 무서운 듯 시선을 돌렸다.
“야! 같이 따지기로 했잖아!”
크레인이 원망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같이 따진다라….”
라온이 크레인의 앞으로 다가가며 서늘한 미소를 그렸다.
“고유 크레인 많이 컸네?”
“아, 아니….”
“돌아가서 보자고.”
“죄송합니다!”
크레인은 잘못 걸렸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머리를 숙였지만, 라온의 섬뜩한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다들 먼저 왔군.”
네 번째로 도착한 버렌이 피가 굳은 손을 흔들었다.
“버렌. 너….”
라온이 버렌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거야?”
마르타와 루난에 이어 버렌까지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을 줄은 몰랐기에 자신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다.
“운이 좋았어. 마지막에 각성을 할 수 있었거든.”
버렌은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각성이라….”
“렌시아가 영감을 줬다. 역시 벽을 깨는 건 이미지인 것 같아.”
그가 렌시아의 이야기를 꺼내며 마르타와 루난을 향해 턱을 치켜들었다.
겸손한 척했지만, 언제나 앞서간 두 사람에게 잘난 척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미안한데….”
라온이 마르타와 루난의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저었다.
“마르타와 루난도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어.”
잘 보라고 말하며 두 사람을 앞으로 밀었다.
“어…?”
버렌은 본인과 똑같은 마르타와 루난의 기파를 느끼고서 컥 하고 숨을 들이켰다.
“어이고! 혼자만 각성했다고 생각한 거야? 귀엽네. 우리 동생.”
마르타가 다 보인다는 듯 키득거리며 버렌의 머리를 툭툭 쳤다.
“계속 꼴찌….”
루난도 잘난 척하는 버렌이 귀여운지 손가락을 위아래로 까딱였다.
“끄으으윽….”
버렌은 조금 전 본인의 행동이 창피해진 듯 얼굴을 뻘겋게 물들인 채 낮은 신음을 흘렸다.
“너는 저렇게 되면 안 돼.”
라온이 렌시아에게 버렌처럼 되지 말라고 말하며 피식 웃었다.
“자, 잠깐! 그럼 우리 그랜드 마스터가 셋이에요?”
도리안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뱉었다.
“아니, 넷이지. 철전대주님도 계시잖아.”
크레인이 지금 광풍전에 속한 그랜드 마스터는 넷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전이라고 해도 초월자 하나에 그랜드 마스터 네 명은 좀 과한데?”
트레빈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면 숫자에서는 밀려도, 무력 자체는 신주오령과 붙어도 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크 괴튼도 현재 광풍전 급의 무력대는 어디에도 없을 거라며 웃었다.
“음, 마크 경은 아쉽지 않으십니까?”
버렌이 마크 괴튼을 보고서 짧게 숨을 들이켰다.
“내가 그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고 해서 남을 질투하고, 나를 원망할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났다. 지금은 그저 너희들을 축하하고 싶을 뿐이야.”
마크 괴튼은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며 버렌과 마르타, 루난에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크흠!”
마지막으로 도착한 발카르의 모렐 카잔이 헛기침하며 분수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제대로 실력을 발휘한 듯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채 턱을 까딱였다.
“고생하셨습니다.”
라온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등불이 제대로 켜졌군. 광풍전주도 수고하셨소.”
그는 예전과 달리 확실히 말을 높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저 문만 열리면 되겠군.”
“예.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쉬고 계십시오.”
라온은 모렐 카잔에게 인사를 마치고서 뒤를 돌았다.
“너희도 약을 먹고, 체력도 회복시켜.”
천천히 벌어지는 차원을 가리키며 눈매를 좁혔다.
“이 문이 열리고 나서가 진정한 전쟁의 시작이니까.”
*
*
*
파지지지직!
거인이 손가락을 집어넣어서 성문을 비틀어 열듯이 대지가 뜯겨나가며 검붉은 기류가 일렁이는 차원이 열렸다.
지금까지 벌어졌던 균열과 달리 <어둠을 깨우는 등불>이 열어낸 차원은 그 규모가 달랐다.
이 몬티로라는 거대한 도시조차 흑탑이 존재하는 차원의 반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쿠구구구구구구!
몬티로를 반으로 갈라낸 거대한 차원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검붉은 마기가 해일처럼 치솟았다.
어찌나 독한지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단전 속의 오러가 출렁일 정도였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진정한 마기로구나.
라스는 숨을 깊게 들이켜며 푸른 눈동자를 굴렸다.
‘진정한 마기?’
-그저 마족을 따라 하는 놈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마기가 제대로이니라. 외부에서 싸웠던 놈들과는 다를 것이니라.
녀석은 저 차원 안에서 나오는 놈들의 무력은 다를 것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쿠구구구구구구!
결국 바다까지 이어지는 몬티로의 땅이 모조리 뜯겨나가고 흑탑과 이어지는 차원이 완전히 열렸다.
끝없이 솟아오르는 검붉은 마기가 하늘을 뒤덮으며 더욱더 암울한 공기가 피어났다.
“후우.”
라온이 갈라진 차원의 끝으로 다가가 시선을 내렸다.
고오오오오오오!
등불이 열어낸 차원은 거울을 비추듯 몬티로의 땅과 맞닿아 있었다.
이쪽의 하얀 대지와 달리 새까만 대지 위로 붉은 용암이 흐르고 있었고, 그 끝에서는 높이를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탑이 거꾸로 솟아 있었다.
“저게 흑탑인가.”
라온은 거꾸로 세워진 흑색의 탑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탑 자체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마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거대한 마물들이 날개를 펼친 채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쿠우우우웅!
흑탑의 마기를 보고 숨을 고를 때 하늘과 땅이 진동하는 듯한 굉음이 울리며 흑탑의 첫 번째 층이 열렸다.
끼이이이이익!
거인이 드나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대한 문이 개방되고,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마물이 쏟아져 나왔다.
쿠구구우우우!
짐승을 닮은 마물, 인간 형태의 마물, 이야기 속에 나올 듯한 악마의 형상을 지닌 마물까지. 시야 전체가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는 마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찌지지지직!
마물들이 탑의 앞에 서자, 두 번째 층이 열리고, 검붉은 무기를 든 마인들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길을 막듯이 마물들의 뒤에 서서 이쪽을 노려보았다.
키아아아아아아아!
흑탑 상층 중 하나의 문이 열리고, 검은 용을 탄 흑빛의 기사가 날아올랐다. 그가 타고 있는 용이 포효를 내지르자, 마물과 마인들이 이쪽을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수, 숫자가 좀 많은데….”
버렌은 마물과 마인의 수를 세는 것을 포기한 듯 눈매를 찌푸렸다.
“저걸 다 잡는 것만으로 힘이 다 빠지겠어.”
마르타가 입으로 바람을 불며 고개를 저었다.
“단단해….”
루난은 마물과 마인들이 두르고 있는 마기를 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이거 우리가 다 막을 수 있나요…?”
도리안은 물밀듯이 들이치는 마인들을 보며 턱을 파르르 떨었다.
“흐으윽….”
렌시아는 검은 바다처럼 밀려오는 마물과 마인들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더 힘든 상황을 보고 놀란 것 같았다.
“걱정 안 해도 돼.”
라온은 밀려 들어오는 마물과 마인들의 쇄도를 보면서도 여유롭게 고개를 저었다.
“이 싸움은 우리의 것만이 아니니까.”
그 말이 주문이 된 듯 몬티로의 검은 하늘 위로 수십 개의 마법진이 피어났다.
우우우우우웅!
푸른 빛과 함께 마법진이 열리고, 그 안에서 사자의 문양이 박힌 은색의 기사들이 걸어 나왔다.
“합일!”
기사들의 중심에 선 오웬의 삼왕자, 그리어 드 오웬의 지시에 정예 기사들이 동시에 검을 뽑아 들고 밀려드는 마물들을 베어버렸다.
“오랜만입니다.”
그리어는 가슴에 손을 올린 채 기사의 인사를 해왔다.
“헌앙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검사가 됐군.”
옆 마법진에서 걸어 나온 타르탄 공작이 검을 어깨에 걸친 채 씩 웃었다.
쿠아아아아아아!
흑탑의 마물과 마인들은 오웬의 기사들의 기세에 당황한 듯 좌측으로 돌아서 들어왔다.
하지만 그 앞에서도 이미 푸른 마법진이 돋아나 있었다.
“태우세요.”
마법진을 열고 나온 발카르의 왕녀 제이나가 거만하게 턱을 세우자, 마법 병단이 미리 준비해둔 수십 개의 마법을 폭발시켰다.
쿠와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파동과 함께 밀려들던 마물들이 모조리 재가 되어 가라앉았다.
“…….”
제이나는 고생했다는 듯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왔다.
“…….”
라온은 작게 턱을 끄덕여서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근 한 달 동안 그녀의 변화를 보았기에 이제는 왕녀로 대접해도 될 것 같았다.
키아아아아아아!
검은 용기사가 분노한 듯 포효를 지르며 날개를 펼쳤다.
그는 검게 타오르는 창을 세운 채 라온을 향해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파아아아아!
용기사가 라온에게 쇄도하여 창에 깃든 마기를 폭발시키려고 할 때 우측의 마법진이 열리며 냉혹할 정도로 차가운 검격이 쏘아졌다.
“버러지가.”
카룬이다. 그가 등장과 함께 그어 내린 검에 흑룡과 그 위에 탄 기사의 목이 동시에 떨어져 나갔다.
함께 나온 중무전의 정예들은 자그마한 머뭇거림도 없이 검을 뽑아 마물들과 마인들을 베어나갔다.
“잘했다.”
카룬은 아주 간략한 인사만 하고서 거침없이 차원을 넘어갔다.
“이게 흑탑이라는 거지.”
낭랑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체임버가 씩 웃으며 흑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지저분한데?”
체임버는 자신의 옆에 선 채로 입맛을 다셨다.
“청소 좀 해주는 게 좋겠지?”
“그렇죠.”
라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체임버가 웃으며 손뼉을 치는 순간 흑탑의 하위 층들과 그 주변에 대기하던 마인과 마물들이 가위로 자른 것처럼 공간에서 뜯겨나갔다.
쿠구구구구구!
주문조차 읊지 않은 마법에 수십이 넘는 마인이 지워져 버렸다.
“시원하구만!”
체임버는 기분이 좋다는 듯 웃으며 막대사탕을 입에 물었다.
“가자고. 오늘 저 탑 전체를 청소해야 하니까.”
그녀는 자그마한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 듯 담담하게 막대사탕을 깨물었다.
“이 사람들이 전부….”
렌시아는 본인의 앞에 선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턱을 파르르 떨었다.
“말했잖아. 내가 아니라, 우리가 강하다고.”
라온이 렌시아의 어깨를 잡으며 웃어주었다.
“오늘 저 탑이 세상에서 사라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