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16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16화(916/965)
제916화
“쯧.”
라온이 부서진 흑탑의 중층을 보며 혀를 찼다.
‘전력으로 쳤는데도 전부 다 깨지질 않는군.’
체임버의 마법 때문에 금이 간 벽을 전력으로 후려쳤음에도 중층을 다 부수지 못하다니, 벽 자체가 너무 단단하여 공격하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마기가 극한으로 압축되어 있느니라. 질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양 자체는 압도적으로 많으니, 지금의 네 힘으로는 깰 수 없을 것이야.
라스는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지 말라며 고개를 저었다.
‘뭔가….’
라온이 제천검을 쥐고 있는 손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될 것 같았는데.’
흑탑의 차원에 들어온 이후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무학 자체의 성장은 아니라고 해도, 분노의 힘으로 충분히 벽을 부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무리였던 것 같았다.
-네놈이 본왕의 분노를 통해 마기를 먹어치우고 있는 건 맞지만, 시간이 한참 부족하느니라.
라스는 정신 차리라며 콧방귀를 뀌었다.
-지금 저 탑의 상층을 부술 수 있는 건 꼬마인 척하는 마법사 계집뿐이니라.
녀석이 이 차원의 마기를 지우고 있는 체임버를 가리켰다.
-물론 저 탑 안에 있는 놈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니, 할 수 없겠지만.
‘그렇겠지.’
라온이 짤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쉬운 일이야.’
체임버도 흑탑주가 기습을 할지 모르기에 놈이 보이지 않을 때는 큰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고 했었다. 결국 직접 들어가서 마인들의 목을 베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헌데….
라스가 검은 안개에 가려진 탑의 최상층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저쪽의 기운이 이상하구나.
‘기운이 이상하다니?’
-네놈들이 이 차원에 들어온 이후 마기의 흐름이 급격히 빨라졌느니라. 그 흑탑주라는 놈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구나.
녀석은 마기의 흐름이 비틀리고 있다며 손을 저었다.
‘무언가가 뭐지?’
라온이 탑의 최상층을 살피며 입술을 씹었다.
-매번 말하지만 본왕은 주술이나, 마법 같은 건 잘 모르니라.
라스는 본인에게 자세한 정보를 기대하지 말라며 눈썹을 내렸다.
-다만 저 위에 숨어 있는 두더지가 무언가 수를 쓰고 있다는 건 확실하느니라.
‘네가 허튼소리를 할 리는 없지….’
라온이 검은 안개를 노려보며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최대한 빨리 들어가야겠군.’
흑탑주와 마인들을 흑탑 밖으로 끌어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자신들이 저 탑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체임버 님!”
라온이 하늘을 향해 소리치자, 체임버가 기다렸다는 듯 아래로 내려왔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조금 전 라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너도 그걸 느꼈다고?”
체임버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대체 감각이 어떻게 되먹은 거야….”
그녀는 이제 막 초월자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게 된 자신이 흑탑주의 술수를 읽은 것에 경악을 하고 있었다.
“체임버 님도 느끼신 겁니까?”
라온이 헛웃음을 흘리는 체임버를 바라보았다.
“그래.”
체임버가 흑탑 전체를 살피며 입맛을 다셨다.
“흑탑주 놈. 아주 은밀하게 마기를 응집시키고 있어.”
그녀는 마기의 흐름이 변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마법인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굉장히 큰 게 올 거야.”
체임버는 라스와 같은 말을 하며 긴 숨을 내뱉었다.
“다만 그 뜻은 흑탑주도 이번 습격에 크게 당황했다는 뜻이지. 저 마법이 완성되기 전에 흑탑주가 있는 최상층에 닿아야 해.”
그녀는 그 마법만 막으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며 사탕을 깨물었다.
“그럼 시간이 승부처겠군요.”
라온이 서늘한 시선으로 흑탑을 바라보았다.
“그래. 사실 우리는 호랑이의 입에 들어온 상태나 마찬가지야. 놈이 입을 다물기 전에 이빨을 뽑고, 혀를 잘라내야 하지.”
체임버는 흑탑주의 마법을 막지 못한다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위험할 수도 있다며 눈매를 찌푸렸다.
“대마법사께서 선공을 하면 안 되는 겁니까?”
어느새 다가온 카룬이 체임버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흑탑주는 숨어 있고, 내 위치는 훤히 드러나 있잖아. 놈이라면 지금의 마법을 발동시키면서도 날 기습할 수도 있을 거야.”
체임버는 이쪽이 불리한 상황이라며 손가락을 저었다.
“그러니 너희가 먼저 들어가.”
그녀가 옅게 웃으며 제복의 안주머니에 파란색 사탕을 넣어주었다.
“나는 여기서 흑탑주의 마법이 완성되는 시간을 늦출게.”
체임버는 흑탑 안으로 들어가서 길을 열라며 지팡이를 흔들었다.
“알겠습니다.”
라온이 사탕이 있는 주머니를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저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았다.
“카룬. 너도 부탁하마.”
체임버는 카룬에게도 파란색 사탕을 건네주었다. 평범한 사탕이 아니라, 특별한 아티팩트인 것 같았다.
“반드시 흑탑주와 만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카룬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가슴을 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한다.”
체임버는 새로운 사탕을 입에 물고서 탑의 최상층이 있는 검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가 먼저 들어갈 테니, 뒤를 따라오면서 체력을 회복하도록.”
카룬은 길을 열어두겠다고 말하고서 조금 전 자신이 부쉈던 중층으로 뛰어 올랐다. 중무전의 검사들도 그를 따라서 단숨에 중층으로 파고 들었다.
“우리도 가자!”
마르타가 빨리 움직이자며 검을 든 손을 흔들었다.
“가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이곳의 마물들이 계속 나오는 게 문제야.”
라온이 탑 뒤편의 어둠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정말 마계와 닿아 있는지 마장랑 제플을 죽였음에도 마물들이 끝없이 튀어나왔다.
“혹시나 뒤에서 밀고 들어오면 전멸할 가능성도 있으니까.”
흑탑 내부에서 상위 마인들이 공격을 해오고, 뒤에서 끝없이 마물들이 밀려오면 퇴로가 막혀서 자신들도 위험할 수 있었다.
“이쪽은 저희한테 맡기십시오!”
삼왕자 그리어가 푸른빛으로 번쩍이는 검을 들어 올렸다.
“탑 안으로는 쥐새끼 하나 들어올 수 없게 하겠습니다!”
그는 믿어달라는 듯 본인의 가슴을 두드렸다.
“오웬은 지그하르트와 발카르를 도와주러 온 것이니, 메인 요리는 맡기겠소.”
타르탄 공작도 입구를 막아주겠다며 씩 웃었다.
“그럼 믿겠습니다.”
삼왕자와 타르탄 공작 모두 믿을만한 사람이자, 무인이었다. 두 사람에게 뒤를 맡기고, 흑탑의 중층으로 올라갔다.
‘공기가 좋지 않군.’
탑 내부를 흐르는 마기는 외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했다. 다만 분노를 지닌 자신은 오히려 탑 밖에 있을 때보다 몸이 더 가벼웠다.
“우리도 가자!”
마르타의 외침에 광풍전의 무인들도 자신을 따라 탑의 중층으로 들어왔다. 광풍전의 검사들도 딱히 마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반명 자신들의 뒤를 따라온 제이나와 발카르의 마법사들은 탑의 마기 때문에 안색이 창백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라온이 제이나와 발카르의 마법사들의 상태를 살필 때 위에서 거센 충격파가 터지는 게 느껴졌다. 카룬과 중무전의 무인들이 탑을 오르며 마인들과 마물들을 학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버틸만해요.”
제이나는 지팡이를 쥐고 있는 손을 떨면서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과 달리 마기 때문에 버티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았다.
“별 문제 없소.”
모렐 카잔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도 마기의 영향이 없지는 않은 듯 이마에 힘줄 하나가 돋아나 있었다.
“그럼 올라가죠.”
라온이 계단을 오르며 오른손을 쥐었다가 펴기를 반복했다. 카룬이 미리 정리를 해놓은 덕분에 싸울 필요 없이 빠르게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뭐 하는 것이냐?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 힘이 차오르는 느낌이라서.’
지닌 분노 이상으로 마기가 자신의 몸에 달라붙는 기분이다. 그것도 악취 나는 불순물들 없이 순수한 마기만이 흡수되고 있었다.
-빌어먹을!
라스가 입술을 비틀다가 허공에 주먹을 내질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분노도 넘기는 게 아니었는데!
녀석은 분하다는 듯 바드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갈았다.
‘너무 그러지 말라고.’
라온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영구적으로 강해지는 건 아닐 테니까.’
지금 얻는 마기는 노력을 통해서 얻은 게 아니기에 일시적인 힘일 뿐이다. 라스가 저렇게 화를 낼 이유가 없었다.
“헌데….”
라온은 계단을 오를수록 점점 더 멀어지는 카룬의 검명 소리를 들으며 눈매를 찌푸렸다.
“저 사람은 혼자서 어디까지 부수려는 거지?”
*
*
*
“하아….”
글렌이 창밖을 보며 탁한 숨을 내쉬었다.
“이상할 정도로 불안하군.”
대마법사 체임버에 초월자인 라온과 카룬 그리고 로엔까지 보냈음에도 가슴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꼭 큰 문제가 벌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지그하르트와 발카르의 연합에 오웬까지 참여했기에 상대가 누구라고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계획을 듣고, 그게 성공했다는 소식까지 전해 들은 이후 체한 것처럼 갑자기 속이 불편해졌다.
“늙어서 그래요. 늙어서.”
단상에 걸터앉아 있던 아리스가 걱정하지 말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카룬 녀석도 그렇지만, 라온은 그런 곳에서 죽을 아이가 아니라구요.”
그녀는 누구보다도 라온을 신뢰하는 듯 입술을 말아 올렸다.
“말은 참 잘하는군.”
글렌이 포도를 한입에 넣는 아리스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제가 보고 느낀 게 있으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체임버 님보다, 라온을 더 믿고 있어요.”
아리스는 진심이라는 듯 다 먹은 포도 가지로 본인의 가슴을 쳤다.
“헛소리는 혼자 하거라.”
글렌이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술을 씹었다.
‘이상하게 나도 라온에게 더 믿음이 가는군.’
아리스에게는 헛소리 말라고 했지만, 자신 역시 체임버와 맞먹을 정도로 라온과 카룬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물론 그 신뢰가 있음에도 불안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번 일은 나도 알 수가 없구나.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가고 싶어.”
글렌은 답답한 상황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헌데 너는 이제 수련을 끝낸 것이냐?”
그가 다시 아리스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아뇨. 몸 상태 좀 확인하려고 내려왔어요.”
아리스는 페드릭에게 진료를 받고 왔다며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켰다.
“그 돌팔이가 뭐라더냐.”
“몸은 거의 다 회복되었다고 하네요. 근육도 올라오고 있고.”
그녀는 수련과 치료가 모두 잘 되고 있다며 웃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수련을 다녀온 후에 시작하려구요.”
아리스가 아공간 주머니에서 드래곤 하트를 꺼내며 입맛을 다셨다.
“라온 녀석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준비는 단단히 해야죠.”
그녀는 라온이 돌아왔을 때 확실하게 회복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고개를 저었다.
“드래곤 하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주다니.”
글렌이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드래곤 하트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라온도 제정신은 아니야. 물론 너도 마찬가지고.”
“그 제정신 아닌 게 어디서 나왔겠어요. 다 아버지한테서 나왔지.”
아리스가 굳은살이 박힌 손가락을 들어서 글렌을 가리켰다.
“그러니 걱정 말고 기다려요.”
그녀가 글렌이 바라보고 있는 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웃었다.
“우리 조카가 모두를 무사히 데리고 돌아올 테니까.”
*
*
*
“음?”
라온이 위층을 올려보며 눈매를 좁혔다.
‘검명이 멈췄어.’
들소처럼 밀고 올라가던 카룬이 바로 위층에서 멈춰 있었고, 더 이상 싸움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전투가 끝난 것 같았다.
“뭐지? 이제 상층 근처일 텐데?”
버렌이 작은 창을 내려보며 눈썹을 내렸다.
“중무전주님도 잡지 못할 괴물이 나온 건가?”
마르타는 오히려 기대가 된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기척은 없어….”
루난은 카룬과 중무전 검사 모두가 멈춰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빠르게 올라가자.”
라온이 광풍전 검사들에게 고개를 까딱이고서 보법을 밟으며 원형 계단을 올라갔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자, 연무장처럼 굉장히 넓은 공간이 드러났다.
수백 명이 누워있어도 모자라지 않을 장대한 공간에는 딱 두 개의 문만 돋아나 있었다.
좌측의 문은 하얀 깃털이 천사의 날개처럼 장식되어 있었고, 우측의 문은 검은 뿔과 박쥐의 날개가 박혀 악마 같은 형상을 그려냈다.
“갈림길이다.”
카룬이 자신을 돌아보며 턱을 까딱였다.
“대마법사님의 말씀대로라면 어느 한쪽이든 최대한 빨리 올라가서 흑탑주에게 닿아야 하니, 인원을 나누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는 이곳에서 흩어지자며 뒤에 있는 문을 가리켰다.
“네가 먼저 정해라.”
“음….”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두 개의 문을 자세히 살폈다. 다만 형태만 다를 뿐 짙은 마기가 피어나는 건 다르지 않았다.
“저는 우측의 문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라온이 검은 뿔이 박혀 있는 우측 문을 가리켰다. 라스와 데루스 때문인지 천사보다는 악마의 문이 더 끌렸다.
“그럼 우리가 좌측으로 가도록 하지.”
카룬은 본인들이 좌측으로 가겠다며 하얀 깃털의 문 앞에 섰다.
“그쪽은 어떻게 하겠나?”
그가 광풍전의 뒤를 따라온 제이나 왕녀와 발카르의 마법사들에게 시선을 보냈다.
“저는 이쪽으로….”
제이나는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다가 광풍전의 뒤에 섰다.
“그럼 제가 좌측으로 가지요.”
모렐 카잔은 카룬과 함께 가겠다며 좌측 뒤에 섰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로군.”
카룬이 피식 웃으며 천사의 문을 열었다. 그는 문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춰서 버렌을 바라보았다.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다고 방심하지 마라. 무인이 죽는 대부분의 경우는 본인이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카룬은 버렌만이 아니라, 마르타와 루난에게도 통할 조언을 해주고서 고개를 돌렸다.
“…그랜드 마스터 축하한다.”
그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서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천사의 문으로 들어갔다. 중무전의 무인들은 버렌에게 진한 미소를 지어주고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저 사람도 속에 있는 말을 참 못한다니까.”
마르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버렌을 바라보았다.
“너희 아빠는… 어? 너 울어?”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는 버렌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오, 오랜만에 칭찬을 들어서….”
버렌은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듯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난 한 시간마다 칭찬받는데…?”
루난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도 이상한 거야!”
마르타가 어이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만하고, 준비해.”
라온이 버렌과 마르타, 루난에게 손을 저었다.
“전위는 광풍전이 서고, 왕녀님은 마법사들과 중간에서 지원을 해주십시오. 후위는 철전대가 맡는 것으로 하죠.”
바로 인원 배치의 지시를 끝내고 악마의 문 앞에 섰다.
“저희의 가장 최우선 목적은 흑탑주에게 닿는 것이니, 중간에 떨어지는 것도 계획 중 하나입니다. 모두 기억해두십시오.”
“알아요….”
제이나가 길게 숨을 내쉬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트레빈은 얼마든지 맡기라는 듯 웃었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라온은 모두와 눈을 마주치고서 악마의 문을 열었다.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강렬한 빛과 함께 몸이 붕 뜨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뭐지?’
하층과 중층에 있을 때보다 자신의 기운이 더 강해지는 게 느껴진다. 마기가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것 같았다.
투욱!
발이 땋에 닿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들어 올리니, 대련장 크기 정도로 작은 공간 위에 검은 날개를 펼치고 있는 남성이 보였다. 새까맣게 물든 손아귀에는 벼락을 형상하는 듯한 검을 꼬나쥐고 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 눈이 아려왔다.
“인간….”
인간을 벗어난 존재가 이쪽을 보면 검은 눈동자를 굴렸다.
-저거….
라스가 괴이한 남성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진짜 마족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