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21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21화(921/965)
제921화
뿌드드득!
라온은 어둠 그 자체가 된 듯한 흑탑주를 보며 어금니를 씹었다.
‘위험했군.’
조금 전 흑탑주가 천장을 부수고 내려온 순간 어마어마한 마기가 전신을 압박해왔다.
본래라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어야 했지만, 라스의 분노가 정신을 바로잡고, 육체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전해주었다.
‘그 덕분에 마성뢰 가렛을 죽일 수 있었지.’
흑탑주는 본인의 마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습격을 할 때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코끼리가 개미를 죽일 때 신경도 쓰지 않고 발을 내리찍는 것처럼, 그저 마기를 두른 손을 휘두르기만 했다.
마성뢰 가렛 역시 흑탑주를 전적으로 믿고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는 것에 그쳤다.
‘그게 놈의 패인이었지.’
자신은 그 틈을 노리고, 흑탑주의 손을 쳐낸 후 가렛의 목을 베어버렸다. 만약 두 놈이 방심하지 않았다면 이곳에 떨어진 목의 주인은 달라졌을 것이다.
“아아….”
흑탑주는 라온이 아니라, 이미 숨이 끊어진 가렛을 보며 전신을 떨었다. 그에게서 피어나는 슬픔에 탑 전체가 더 어둡게 가라앉는 것 같았다.
어릴 때부터 키워준 집사라고 하더니, 많은 정이 쌓였던 것 같았다.
‘하긴 그러니까….’
라온이 흑탑주를 노려보며 신검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마법을 완성하지 않았는데도 여기까지 내려왔겠지.’
자신이 느끼기로 흑탑주는 아직 준비한 마법을 완성하지 못했다.
가렛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억지로 천장을 부수고 왔는데, 실패했으니, 정신적인 충격이 클 것이다.
‘그럼 조금 더 자극하는 게 좋겠지.’
아무리 초월자들의 정신이 굳건하다고 해도 친인의 죽음을 견딜 정도는 아니다.
흑탑주라는 최악의 마인이 집사의 죽음에 저렇게 슬퍼할 줄은 몰랐지만, 지금은 저 틈을 이용하는 게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니라.
라스가 흑탑주를 훑어내리며 눈매를 좁혔다.
-저놈 여러 의미로 많이 어긋나 있지만, 지닌 힘은 진짜이니라.
녀석은 첫 습격을 피한 건 운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알아. 하지만 지금 같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라온이 혀끝을 씹으며 흑탑주의 앞에 섰다.
“너 같은 마인도 감정이 있는 건가?”
손을 떠는 흑탑주를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수많은 사람의 운명을 짓밟아놓고, 쓰레기의 죽음에는 슬퍼한다? 헛웃음도 안 나오는군.”
라온이 죽어가면서도 동생들을 챙겨달라고 말하던 렌시아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너 같은 지렁이는 슬퍼할 자격도 없다. 그저 악의만을 드러낸 채 죽어라.”
슬픔을 알고 있다고 하여 흑탑주를 동정할 이유는 없었다. 놈이 어떤 감정을 안고 있다고 해도 악일 뿐이니까.
“너는 죽이지 않겠다….”
흑탑주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 자신을 굽어보는 붉은 눈동자 위로 증오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네놈을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을 지옥의 업화 속에 가둬 죽음보다 짙은 고통을 느끼게 해주마.”
그는 저주와도 같은 말을 흘리며 손을 뻗었다. 검게 일렁이는 손아귀가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 전에 네 목이 먼저 떨어질 거다.”
라온이 천천히 내려서는 흑탑주의 손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못 피해.’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니다. 어디로 움직여도 저 손을 피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첫 습격과는 격이 다른 마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라온!”
카룬이 정신을 차린 듯 떨리는 손을 억지로 움직여서 검을 내리그었다.
파아아아아!
그의 필사적인 검격이 흑색왕 시겔의 방어를 뚫어내고, 흑탑주의 어둠을 후려쳤다.
물론 흑탑주가 두르고 있는 어둠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정신을 차리기에는 충분했다.
파아아아앙!
라온이 숨을 멈춘 채 무릎을 굽혔다. 밀려오는 흑탑주의 손아귀를 향해 신검의 불꽃과 마검의 서리를 내리꽂았다.
‘어설프게 도망치면 잡혀. 여기서는 전력을!’
완벽하게 빠져나갈 수 없다면 반격을 하는 게 최선의 방어다. 지금은 물러설 게 아니라, 전력으로 뚫고 나가는 게 옳았다.
쿠와아아아아아!
신검으로 창궁검을 펼치고, 마검으로 천뢰공을 일으켰다. 두 자루의 검 위로 천공의 벼락이 어리며 흑탑주의 어둠을 미세하게나마 틀어낼 수 있었다.
투우웅!
라온은 그 미세한 틈을 놓치지 않고, 태화보를 밟아 카룬의 옆으로 움직였다.
“…감사합니다.”
라온은 카룬을 돌아보지 않은 채 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내가 한 게 아니다. 눈앞의 일에나 집중해.”
카룬은 쓸데없는 인사는 되었다며 손을 저었다.
“아뇨. 중무전주님이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아니었다면 바로 잡혔을 겁니다.”
겸손을 떨려는 게 아니다. 카룬이 흑탑주의 시선을 잠시나마 끌지 않았다면 저 어둠에 잡혀서 숨이 끊어졌을 것이다.
“쥐새끼들이 잘도 모였구나.”
흑탑주가 손끝을 까딱이자, 새까만 불길이 치솟아 자신과 카룬을 가둬버렸다. 흑염으로 이루어진 새장이었다.
캬아아아앙!
라온이 신검으로 검은 불길을 내리쳤지만, 새장은 가늘게 흔들리기만 할 뿐 갈라지지 않았다.
“으음….”
카룬 역시 초월에 이른 검격을 그었지만, 검은 불길은 잘리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는 벨 수 없느니라.
라스가 검은 불길을 보며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
-이건 단순한 마기의 발현이 아니라, 마법이니라.
녀석은 제대로 보고 지우라며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은 죽이지 않으마.”
흑탑주가 손끝을 세우자, 검은 불꽃으로 이루어진 새장이 급격하게 좁아지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흑룡포가 타오르고, 제복 내부까지 독한 열기가 스며든다. 정말 지옥의 업화를 끌어온 것 같았다.
“그곳에서 네놈들의 가족들이 죽어가는 꼴을 지켜보게 해주마.”
흑탑주는 정말 자신의 지인을 모두 데려와 죽이기라도 할 것처럼 거대한 악의를 드러냈다.
‘제대로 보고 지워라?’
라스는 허튼소리를 하는 녀석이 아니다. 제대로 보고 지우라고 말한 것을 보면 이 상황을 이겨낼 방법이 있다는 뜻이었다.
우우우우웅.
라온이 분노의 마안을 일으켰다.
‘보인다.’
검은 불꽃을 이루는 마기의 흐름이 읽힌다. 어디를 어떻게 잘라내야 할지 두 눈에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벨 수 없어.’
마검에서 피어나는 서리에 집중했다. <분노>는 마기를 압도하는 힘. 아무리 강한 마기를 끌어모았다고 해도 분노를 이길 수는 없었다.
우우우웅!
지금까지 쌓아 올린 분노를 서리의 마검에 담아 적섬을 내리그었다.
촤아아아아악!
은빛으로 명멸하는 칼날이 새까만 불꽃을 가르고, 자신과 카룬을 가두고 있던 새장을 반으로 쪼개버렸다.
“무슨….”
흑탑주는 흑염으로 이루어진 새장이 갈라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한 듯 눈을 부릅떴다.
“지금입니다!”
라온이 카룬에게 손짓을 하고서 땅을 박찼다.
“음!”
카룬은 그 신호를 받기도 전에 눈치를 채고 다시 합쳐지려는 흑염의 새장을 벗어났다.
“하아….”
라온이 하얗게 타오르는 마검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이곳이 흑탑이라서 다행이군.’
흑탑의 마기는 마인들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강한 힘을 전해주었다.
만약 다른 곳에서 저 새장에 갇혔다면 부수고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너 방금 무슨 짓을 한 거냐.”
카룬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눈매를 좁혔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보다 지금은… 음!”
라온이 회피에 집중을 하자고 말하려고 할 때 흑룡포에 묻어 있던 작은 불씨가 급격하게 타오르더니, 자신의 전신을 휘감았다.
“크윽!”
카룬 역시 제복 끝에 남아 있던 불씨가 솟아올라 그의 전신을 둘러쌌다.
“벗어났다고 생각하나?”
흑탑주는 비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빛이 가늘어지자, 자신을 휘감은 흑염이 더 짙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음….”
라온이 시야를 가린 흑염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손톱만 했던 불씨로 초월자를 가두는 감옥을 만들다니, 정상적인 마법이 아니었다.
‘이건 위험하군.’
이전의 새장과 달리 검을 휘두를 공간도 나오지 않았다. 열기도 배 이상 강해져서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너희는 죽어서도 그곳을 벗어날 수 없다.”
흑탑주는 인세의 지옥을 느끼게 해주겠다며 손아귀를 움켜쥐었다.
화아아아아악!
쇠사슬처럼 두꺼워진 흑염의 감옥이 자신과 카룬에게 피부로 떨어지는 순간 안쪽 주머니에서 푸른빛이 치솟았다.
캬아아아앙!
주머니 안에 넣어둔 사탕이 깨지고 내려오던 흑염이 떨어지던 공간이 갈라졌다.
치지지지직!
찢겨 나간 공간 속에서 큼지막한 마녀 모자를 소녀가 걸어 나왔다. 탑 밖에서 대기하던 영화의 대마법사 체임버였다.
“노인네가 애들하고 놀면 쓰나.”
체임버가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자신과 카룬을 가두고 있던 검은 불길이 까만 종이가 되어 떨어져 내렸다. 마법이 아닌 마술 같은 능력이었다.
“네 상대는 여기에 있잖아.”
그녀는 제대로 붙어보자고 말하며 턱을 까딱였다.
우우우우웅!
체임버가 지팡이를 움켜쥐자, 고아한 청록빛이 그녀를 휘감았다. 그 장대한 휘광은 탑의 어둠을 뚫어내고 마기로 가득 찬 세계에 푸른 태양을 일으켰다.
“버러지 같은 년이….”
흑탑주는 체임버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라온까지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네 작은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기 전에 그놈을 가져와라.”
그는 라온을 내어놓으라며 마기로 이루어진 손을 뻗었다.
쿠와아아아아앙!
흑탑주의 마기는 처음보다 훨씬 더 강해졌음에도 체임버의 빛을 뚫어내지 못하고 흐트러졌다.
“넌 실패했어. 우리의 악연도 이곳이 마지막이 될 거야.”
체임버는 오늘 흑탑을 지우겠다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그래. 마지막이 되겠지.”
흑탑주가 섬뜩한 미소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년의 마지막이!”
그가 두 손을 겹쳐서 돌리자, 이 탑이. 아니, 이 세계에 어려 있는 마기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 마기로도 네년들을 죽이기에는 충분하다!”
흑탑주의 손끝에 휘몰아치는 어둠이 검은 하늘을 열었다.
“묵령세계.”
*
*
*
“후우우….”
버렌이 피가 흘러내리는 이마를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죽을 뻔했네.”
그는 심장이 터진 채 죽은 마인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광풍전 모두가 힘을 합친 덕분에 상위 층주를 잡을 수 있었지만, 오러와 체력의 소모가 컸다. 마탑의 층주답게 정말 어려운 싸움이었다.
“정말이야.”
마르타가 벽에 등을 기댄 채 고개를 끄덕였다.
“째끄만 놈이 더럽게 강했어.”
그녀는 검을 쥐고 있는 손을 보며 눈썹을 내렸다.
“지쳤어….”
루난이 허리를 굽힌 채 숨을 골랐다.
“하지만 올라가야 해….”
그녀가 천장을 올려보며 입술을 꾹 내리눌렀다.
“그래야지.”
마크 괴튼이 피가 흐르는 도를 털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하는 수하가 맡는 게 옳으니까.”
고수들의 싸움에서는 아주 작은 차이가 승패를 가른다. 라온이 다른 곳에 힘을 쓰지 않도록 위에 올라가서 그를 도와주어야 했다.
“가, 가죠….”
도리안은 위에서 피어나는 강대한 마기에 전신을 떨면서도 올라가자고 말했다.
“너 겁먹은 거 같은데 괜찮아?”
크레인이 도리안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안 괜찮아. 하지만 가야지.”
도리안은 겁나지만 가는 게 옳다며 헛구역질을 했다.
“그럼 가자. 선두에는 내가 설 테니, 호흡을 안정시키면서 따라와.”
트레빈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문쪽으로 몸을 돌렸다.
“자, 잠깐만요!”
유아가 트레빈을 막아서고 고개를 저었다.
“뭐, 뭔가 이상해요.”
“이상하다니?”
“탑이 울부짖고 있어요.”
그녀는 탑 전체가 신음을 흘리고 있다며 입술을 떨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마르타가 유아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잡았다.
“벽도, 땅도 전부 두려움에 떨고….”
유아가 아롱진 눈물을 떨어뜨릴 때 바닥이 뒤흔들리고,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
라온의 검에도 멀쩡하던 탑의 외벽이 종잇장처럼 깨지며 거대한 마기가 소용돌이치는 허공이 보였다.
키아아아아아아!
흑탑의 상공을 노니던 거대한 마물들도 지금의 상황이 두렵다는 듯 멀리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가야 해요! 탑이 무너질 거예요!”
유아는 무력이 아니라, 청각으로 탑의 변화를 느낀 듯 어서 나가야 한다고 외쳤다.
“…….”
광풍전 검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쌓인 세월 때문에 모두는 아이의 말에도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전부 탑 밖으로!”
버렌의 외침을 따라 광풍전 검사들이 깨져나간 벽으로 몸을 던졌다.
후우우우우우!
드센 바람이 불어오는 허공에서 위를 올려보자, 거대한 어둠이 이 세계를 먹어 치우는 게 느껴졌다.
마기가 너무도 거대하여 오히려 작게 보일 정도였다.
“뭐야 저건….”
마르타는 모든 것을 검게 물들이는 마기를 보며 턱을 떨었다.
“흐, 흑탑주가 준비한다는 게 저거였어?”
그녀는 규모 자체가 다른 마법에 경악한 듯 격한 숨을 들이켰다.
콰드드드드드득!
소용돌이치는 마기는 조금 전 자신들이 남아 있었던 탑을 통째로 갈아버리며 더욱더 강한 파동을 일으켰다.
“정말 저기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크레인이 컥 하고 숨을 들이켰다. 만약 유아의 말을 무시하고 저곳에 남아 있었다면 흔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그, 근데 이제 어떻게 해요? 이대로 떨어지면 죽거나, 중상을….”
도리안은 마물들의 시체가 깔린 대지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건 내가 해줄게.”
이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낭랑한 음성에 시선을 돌리자, 사탕을 물고 있는 체임버가 보였다.
“체, 체임버 님!”
체임버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쏜살같이 떨어지면 광풍전 검사들의 육체가 아주 천천히 땅으로 내려섰다.
“하아아아….”
버렌이 긴 숨을 내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끄, 끝난 겁니까?”
그는 이제 다 됐냐는 듯 체임버를 올려보았다.
“아니.”
그 답은 체임버 대신 라온이 해주었다.
“이제 시작이다.”
“이제 시작이라니….”
크레인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끔벅였다.
“시작일 수밖에 없어.”
라온이 흑탑을 빨아들인 검은 하늘을 바라보며 피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마계의 문이 열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