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22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22화(922/965)
제922화
쿠와아아아아아앙!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천공에 일렁이던 마기가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
뱀의 주둥이처럼 길게 찢어진 차원 안에서 새까만 마기가 쏟아진다. 꼭 어둠이라는 나무가 이 세계를 향해 뿌리를 내리는 것 같았다.
우우우우우웅!
가뜩이나 짙었던 마기가 더욱더 진해지며 심장을 꽉 조이는 듯한 압력을 일으켰다. 너무도 강한 마기의 흐름에 주변의 모든 것이 어둠에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흑탑주….”
라온은 마계의 문 앞에 서 있는 흑탑주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세상을 멸망시킬 것 같았던 마기는 사라졌지만, 이상하게도 놈이 더 강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묵령세계라고 했지?’
흑탑주가 조금 전에 사용했던 묵령세계라는 마법은 단순히 마계의 문을 여는 게 전부가 아니라, 이 공간에 있는 마인들에게도 특별한 힘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마, 마계의 문이 열렸다니….”
탑 밖에서 마물과 마인들을 막아내던 그리어가 눈을 부릅떴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이마에서 흐르는 피도 닦지 않은 채 턱을 떨었다.
“예.”
라온이 그리어와 오웬의 기사들을 보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 위에서 소용돌이치는 저 검은 기류가 마계의 문입니다.”
손가락을 들어 올려서 천공에 열린 검은 차원을 가리켰다.
-인간계에서 먼저 마계의 문을 열다니….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진정으로 미친놈이로구나. 뒷일 따위는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있느니라.
녀석은 흑탑주의 머리에는 뇌 대신 똥이 차 있는 것 같다며 비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위험한 건가?’
라온이 탁한 숨을 내뱉고서 라스를 바라보았다.
-당연하지! 본왕까지는 아니어도 마왕급으로 강한 마인이나, 마물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올 수도 있고, 혹여나 저 문이 폭발한다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죽게 될 것이니라!
라스는 마계의 문을 노려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다행인 점은 저 문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니라. 아니, 완성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게 옳겠지.
녀석은 그 말을 하며 체임버에게 시선을 돌렸다. 꽤 감탄한 눈빛이었다.
‘마왕급 말고, 마왕은 안 나오려나?’
어설프게 강한 마족들과 싸우느니, 차라리 마왕들을 구워삶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다만 슬로스는 산꼭대기에서 자고 있고, 글러트니는 아이스크림 매장을 순회하고 있었으며, 러스트는 어딘가에서 길을 잃은 상태라 마계에 없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그럼 남은 건 셋인데….’
엔비는 안 나올 테고, 남은 둘은 절대 이곳에 와서는 안 돼.
그리드와 프라이드에게는 라스의 이름이 통하지 않는다. 엔비라면 모를까. 저 둘이 나타난다면 퇴각을 생각해야 했다.
“마계의 문이라니….”
버렌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렵다는 듯 입술을 떨었다.
“그래. 여기까지 왔으면 마족이랑도 싸워봐야지.”
마르타는 오히려 기대가 된다는 듯 길게 입맛을 다셨다.
“괜찮을 거….”
루난은 차디찬 마기를 밀어내며 불안해하는 광풍전 검사들을 다독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체임버가 파도처럼 출렁이는 마계의 문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마계의 출구야.”
“마, 마계의 출구요?”
뒤늦게 땅에 내려온 제이나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마른침을 삼켰다.
“그래. 들어갈 수는 없고, 나올 수 만 있거든.”
체임버는 일방통행이라며 피식 웃었다.
-저 늙은이 애의 말대로이니라.
라스가 출렁임이 점점 더 심해지는 마계의 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마계로 갈 수는 없지만, 마계에서는 이곳으로 나올 수 있는 반쪽짜리 문이니라.
녀석은 무언가 아쉽다는 듯 혀를 날름거렸다.
“체임버 님이 그렇게 만드신 겁니까?”
라온이 체임버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그래. 너희가 탑에 들어간 이후 놈의 술식을 조금 읽었거든.”
체임버는 흑탑주의 생각과 술식을 읽고, 방해를 할 수 있는 주문을 끼워 넣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도 읽었다구요?”
“그래. 저놈, 이곳에서 우리와 싸우다가 너희 할배가 오면 마계로 튈려고 저 문을 연 거야. 그래서 도망칠 수 없도록 길을 막았지.”
그녀는 흑탑주의 생각이 너무 뻔하다며 손가락을 저었다.
“아, 아니, 그러면 아예 열리지 않게 하는 게….”
도리안은 마계의 문 자체를 열지 않는 게 더 좋지 않았냐는 듯 눈을 끔벅거렸다.
“그건 불가능해. 저쪽의 준비가 더 많았거든. 나오는 것을 막는 것도 힘들었고.”
그녀는 탈출구를 지우는 게 최선이었다며 사탕을 물었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
체임버는 묵령세계의 기둥 하나를 더 뺐다며 헤헤 웃었다.
“그럼 임무가 하나 더 생겼군요.”
카룬이 짧게 숨을 내쉬고서 검을 말아쥐었다.
“마계의 문을 닫는 것. 흑탑주의 목을 베는 게 최우선이 그리 달라질 건 없겠지만.”
“그래. 그건 변하지 않아.”
체임버는 이런 상황에서도 담담한 카룬이 기특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흑탑주는….”
그녀가 추가적인 말을 하려고 할 때였다.
끼아아아아아아앙!
수천 명의 인간이 동시에 비명을 지른 듯한 기이한 소리가 울리며 하늘이 칠흑빛으로 물들었다.
쿠구구구구구!
마계의 문이 완전히 갈라지며 어둠을 두른 듯한 새까만 용이 튀어나왔다. 지금까지 보았던 잡스러운 마물들과는 그 격이 달랐다. 실제 드래곤을 보는 듯 무시무시한 기파를 두르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
검은 용은 이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듯한 웅대한 포효를 내지르며 대지의 인간들을 굽어보았다.
“시끄럽다.”
체임버가 눈매를 찌푸리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퍼어어어어엉!
검은 용의 목이 중간부터 뜯겨 나가며 그 거대한 육체가 대지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쿠와아아앙!
검은 용은 즉사를 당한 듯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떨어져 흑탑의 마물들을 모조리 고깃덩어리로 만들었다.
다만 마물들의 침입은 그게 시작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다양한 외형의 마물들이 마계의 문을 열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저게 마계의 마물인가?’
라온이 마물들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흑탑의 마물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처음에 등장한 검은 용과 달리 지금 나오는 마물들은 그리 강해 보이지 않았다.
-네 말대로 약한 놈들이니라.
라스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들은 저 문틈 속에서 이곳을 지켜보고 있느니라.
녀석은 지켜보고 있다고 이 땅을 먹을 확신이 생기면 내려올 거라면서 눈썹을 내렸다.
“마물의 종류가 저렇게 많았어?”
버렌은 전부 다 다른 형태를 가진 마물들을 보며 헛바람을 삼켰다.
“망할 도마뱀 새끼들! 필요 없을 때는 곳에는 심심하면 나타나더니! 이런 때는 왜 안 오는 거야!”
크레인은 왜 드래곤들이 안 보이냐며 발을 굴렀다.
“그딴 위선자 놈들 생각하지 말고, 눈앞의 싸움에나 집중해!”
마르타는 정신 차리라고 외치고서 검사들의 선두에 섰다.
“전부 얼려줄게.”
루난 역시 겁을 먹지 않은 채 앞으로 나와서 은빛 서리를 흩뿌렸다.
“우리도 가자!”
“마물들이 강해 봐야 우리 전주만 하겠냐고!”
“저 인간의 수련을 받았으면 못 이길 게 없다고!”
광풍전 검사들은 조장들과 지금까지 받았던 수련을 믿고 앞으로 나아갔다.
“오웬이 지그하르트에 질 수는 없지! 기사들은 앞으로!”
삼왕자 그리어의 지시에 오웬의 기사들도 앞으로 나와서 전열을 갖췄다. 마계의 문에 두려움이 떠올랐지만, 지그하르트 검사들의 기세에 용기를 되찾은 것 같았다.
“우리 역할이 가장 중요해요. 검사와 기사들 뒤에서 계속 지원을 해줘야 하니까!
제이나는 지그하르트와 오웬의 뒤편으로 물러나 검사와 기사들에게 보조 마법과 회복 마법을 운용했고, 다가오는 마물들을 향해 공격 마법을 쏘아냈다.
쿠와아아아아아앙!
정예 마법사들답게 마법의 위력 자체는 강했지만, 마계의 마물들은 속성 저항력이 강한 듯 몸으로 밀고 들어왔다.
“어딜 감히.”
마크 괴튼은 마법사들을 향해 달려드는 마물들의 목을 단호하게 갈라버렸다.
“귀찮으니, 한 번에 죽어라!”
트레빈이 상체를 두껍게 닫은 채 발검술을 펼쳤다. 검극에서 피어난 붉은 강환이 허공에서 내려오던 박쥐 형태의 마물 열 마리를 동시에 터트려버렸다.
치이이이잉!
라온이 신검과 마검으로 두 결의 화령을 그렸다. 붉고 푸른 나무에서 피어난 꽃잎들이 천지를 뒤덮으며 수백의 마물들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사라져라.”
카룬의 패기를 두른 검을 휘두르자, 흑탑의 잔해 속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던 마인들이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못한 채 터져나갔다.
그는 자신 같은 체질이 아님에도 마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역시나 초월자다웠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연합군은 라온과 카룬의 무력에 용기를 얻은 듯 앞으로 나아가며 마물들의 숨통을 끊었다.
“너무 힘을 쓰지 않게 해.”
체임버가 서늘한 눈빛으로 검사들을 바라보았다.
“예? 그게 무슨….”
라온이 체임버가 한 말의 의미를 모르고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고오오오오오!
처음 체임버에게 죽었던 검은 용의 시체가 허공으로 떠오르며 몸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아아!
단순히 몸이 재생되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도 얻은 듯 검은 용은 새까만 안구를 번뜩이며 포효를 터트렸다.
아니, 검은 용만이 아니다. 자신의 검에 베였던 마물도, 카룬의 검에 터져나갔던 마인들도 되살아나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묵령세계는 단순히 마계의 문을 여는 게 아니라, 이 땅의 마인과 마물들에게 특별한 힘을 주는 마법이야. 아마 여기서 죽은 놈들은 계속 되살아나겠지.”
체임버는 계속 일어날 테니, 공격에 전력을 다하지 말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라온이 거친 숨을 뱉으며 흑탑주를 노려보았다.
“크으으….”
다만 흑탑주는 묵령세계가 성공했음에도 분노한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놈 반응이 왜 저러죠? 마물들이 되살아나는 절대의 마법이 성공했는데….”
라온이 체임버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가 아까 말했지? 기둥 하나를 더 뽑았다고.”
체임버가 사탕을 입에 물면서 씩 웃었다.
“본래 저 마법은 지금 죽은 이들만이 아니라, 이 공간에서 죽은 마인들을 모두 되살리는 마법이었어. 즉, 너희가 흑탑을 올라가면서 죽인 층주들이나, 마성뢰 가렛도 되살아났어야 했지.”
그녀가 사탕을 뱅그르르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내가 그 부분을 잘라냈지. 저 마법이 발동되기 전에 죽은 놈들은 돌아오지 않을 거야. 물론 지금 되살아나는 것도 완벽한 건 아니고.”
체임버는 급한 상황 속에서도 이룬 방해가 마음에 드는 듯 씩 웃었다.
“체임버! 라온 지그하르트!”
흑탑주는 가렛과 층주들이 되살아나지 않는 것에 분노한 듯 하늘 위에서 괴성을 터트렸다. 이 땅의 어둠이 그의 감정에 공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우우우웅!
놈은 마물들을 이용한 물량전을 하지 않고, 자신을 향해 마기의 벼락을 내리쳤다. 하늘이 번쩍이는 순간 새까만 뇌전이 자신의 눈앞에 닿아 있었다.
“흥.”
체임버가 사탕을 쥐고 있는 손을 까딱이자, 검은 벼락이 까만 실이 콧등 위로 떨어졌다.
“말했지. 나랑 놀자고.”
그녀는 허공으로 떠오르며 자신들을 돌아보았다.
“무얼 해야 하는지는 말 안 해도 알겠지? 많이 힘들겠지만, 부탁하마.”
체임버는 방긋 웃어주고서 흑탑주가 있는 검은 천공 위로 올라갔다.
“망할 년이….”
흑탑주의 음성에서 오싹할 정도의 살기가 느껴졌다. 계속해서 방해하는 체임버를 증오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 마법사답게 싸워보자고.”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두 사람이 동시에 사라졌다. 일대일로 싸울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한 것 같았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건가요?”
크레인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턱을 떨었다.
“당황할 필요 없어. 우리가 할 일은 정해져 있으니까.”
라온이 점점 더 강한 마물이 쏟아지는 마계의 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모든 힘을 다해서 저 문을 닫는다.”
지금은 체임버와 흑탑주의 싸움이 아니라, 저 문을 닫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마계의 문은 어떻게 해야 닫을 수 있지?’
라온이 라스를 향해 턱짓했다.
-본왕이 그걸 어떻게 알겠느냐?
라스는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마왕인 네가 모르면….’
-예전부터 계속 말하지만, 본왕은 마법, 주술 같은 거 모르느니라! 다 힘으로 뚫어버렸지!
녀석은 마계를 나올 때도 마계로 돌아갈 때도 힘으로 차원을 뚫었다며 당당하게 턱을 까딱였다.
‘무식이 자랑은 아니…아!’
라온이 점점 더 커지는 듯한 마계의 문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차라리 그게 편할지도.’
마계의 문이 열림에 따라 현재 자신이 지니고 있는 분노도 함께 강해지고 있었다.
이 힘을 모두 담아낸다면 라스처럼 힘으로 문을 닫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흠,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구나.
라스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더 커진다면 힘들겠지만, 지금은 충분히 가능해. 물론 방해가 많겠지만.
녀석이 손을 들어 올리자, 마계의 문에서 이전보다 더 강한 마물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문이 더 커지면서 격 높은 놈들이 나타난 것 같았다.
후우우우욱.
다만 지금 문에서 나오는 건 마물들만이 아니다.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지녔지만, 뿔이나 날개를 달고 있는 마족들이 마물들의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 말했듯이 문 안쪽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너희들을 집어삼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내려오는 것이지.
라스는 지금 내려오는 마족들은 나름 실력이 있을 거라며 눈매를 좁혔다.
‘그러니 빨리 막아야겠지.’
라온이 신검과 마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그놈은 어디로 갔지?’
중층의 마지막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마족. 마기만을 지닌 확실한 마족이었는데, 저 마족들과는 무언가가 다른 존재 같았다.
‘아니,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야.’
라온이 앞으로 나서며 광풍전 검사들의 사이를 지나갔다.
“마계의 문을 닫는다. 길을 열어라.”
전주로서 내뱉는 나지막한 외침에 광풍전 검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명을 받듭니다!”
방어에 집중하던 버렌, 마르타, 루난이 동시에 앞으로 나섰다.
촤아아아아악!
버렌의 삭풍에 눈앞으로 밀려들던 마물들이 잘려 나갔고, 마르타의 중검에 밀려오던 마물들이 검은 핏물이 되어 터져나갔으며, 루난의 서리가 뿌려지며 공중에서 쏟아지던 마물들이 얼어붙은 채 깨져나갔다.
쿠구구구구!
광풍전 검사들은 광풍진을 유지한 채 그 뒤를 따라붙어 되살아나려는 마물들을 모조리 짓밟아버렸다.
검사들은 오직 나아가는 길만을 바라보며 앞을 막는 마물들을 모조리 부숴버렸다.
“…거기까지다.”
죽은 마물들 사이에서 그림자가 꿈틀거리더니, 흑색왕 시겔과 놈의 수하도 보이는 마인들이 솟아올랐다.
“이 앞으로는 나아갈 수 없다.”
그는 오른손에 대검을 잡고, 왼손에 창을 든 채 검은 장포를 펼쳤다.
“나아갈 수 없다?”
라온이 피식 웃는 순간 그의 육체는 이미 공간을 뛰어넘었다. 벼락처럼 떨어지는 신검과 서늘하게 파고드는 마검이 흑색왕 시겔의 목과 심장을 노렸다.
쩌저저저정!
시겔은 간신히 신검과 마검을 막아낼 수 있었지만, 힘에서 밀리는 듯 문어의 다리처럼 괴여 있는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게 너 따위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라온은 힘으로 시겔을 밀어내며 입매를 비틀었다.
“강자가 선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