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24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24화(924/965)
제924화
‘드디어….’
라온은 어둠 속에서 빛을 일으키는 슈페르 신성 왕국의 군세를 보며 제천검을 쥐고 있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도착했군.’
마인과 마물을 상대하는 전투에 있어서는 슈페르 신성 왕국이 오웬이나, 발카르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하여 처음부터 저들에게 지원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슈페르 신성 왕국은 전대 성왕의 죽음 이후 문을 걸어 잠그고, 내실과 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느라 연락이 제대로 닿지 않았다.
늦더라도 꼭 와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이제야 그 소식이 전해진 것 같았다.
쿠구구구구구!
성기사와 신관들은 늦은 것을 만회하기 위하여 압도적인 신성력을 펼쳐내며 마물과 마인들을 밀어냈다. 작디작았던 하얀 점이 어느새 검은 도화지의 절반을 채우고 있었다.
“허….”
라온은 거침없이 마물들을 지워버리는 슈페르 신성 왕국의 군세를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이 정도일 줄이야.’
사실 오황오마의 정예에 비교하면 슈페르 신성 왕국의 성기사들은 그리 강한 무인들이 아니다.
하지만 신성이 깃든 칼날은 오러를 견뎌내는 마물들의 가죽을 두부처럼 갈라버렸고, 성가가 흐르는 갑옷은 마족들의 마법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마기로 얼룩진 이 땅에서만큼은 슈페르의 신성 왕국의 성기사들이 최강이나 다름 없었다.
-망할 신성력….
라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가 없겠지.
녀석은 오늘은 참을 수밖에 없다며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신이라….’
라스는 예전에도 신이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말했었다.
녀석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지만, 신이 주는 신성력은 진짜인 것 같았다.
쿠구구구구!
슈페르 신성 왕국의 성기사와 신관들은 마족과 마물을 밀어내고 결국 연합군이 뭉쳐 있는 장소까지 도착했다.
“부상자들부터!”
“예.”
성왕 호펜의 지시에 고위 신관들이 부상자들에게 다가가 치유의 기도를 올렸다.
우우우우웅!
신성의 빛이 흩날리며 살점이 썩어가던 부상자들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곧 죽을 것처럼 노랗게 질렸던 안색에도 핏기가 돌아왔다.
최상급 성수로도 이룰 수 없었던 진정한 신기였다.
“어이!”
성녀 올가가 수녀복 안쪽에서 연초를 꺼내 입에 물었다.
“쪽팔리게 감동만 하고 있지 말고, 네 할 일이나 하시지?”
그녀는 연초에 불을 붙이며 턱을 까딱였다. 신성력과 무력 자체는 격이 다를 정도로 성장했지만, 저 성격은 그대로인 모양이다.
-꼬맹이들은 왜 입에 뭘 무는 건지 모르겠군.
라스는 연초를 문 올가를 보며 사탕을 먹는 체임버를 떠올린 듯 콧잔등을 구겼다.
“은인! 이곳은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새로운 성왕 호펜이 슈페르를 믿어달라는 듯 가슴을 치며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왕으로서 그리고 성기사로서 단련을 해온 듯 그의 눈빛에는 자부심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믿음직스럽네. 많이 변했어.’
호펜은 어리숙했던 과거와 달리, 신성 왕국의 주인다운 헌양하면서도 당당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의 예전 모습이 떠올라 무언지 모를 기쁨이 차올랐다.
-인정하느니라.
라스가 같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변한 건 저 당당한 태도만이 아니니라. 지닌 신성력이 몇 배나 더 강해졌어. 그런 일을 겪고 오히려 신앙이 더 깊어지다니, 신기한 일이니라.
녀석은 인간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존재들이라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그런 건 나중에 알아보고….’
라온이 신성력에 밀려난 마족과 마물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지금은 문을 닫는 데 집중해야 해.’
강대한 신성력 덕분에 마물과 마족들의 부활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졌다. 카룬도 아직 건재하기에 자신이 마계의 문을 닫을 때까지 모두가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주님! 이곳은 걱정하지 말고, 가십시오!”
버렌이 피에 젖은 손을 흔들었다. 마인들의 피만이 아니라, 본인도 피를 흘리고 있음에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머뭇거리지 말고 빨리 끝내라고! 여기는 괜찮으니까!”
마르타는 목에서 흐르는 핏물을 훔치며 턱을 치켜들었다. 한 치만 더 깊이 들어갔어도 죽었을 상처였지만, 그녀는 여전히 당당했다.
“버틸게….”
루난이 입가에 아주 연한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꾸벅였다. 지금 같은 때에 웃다니, 자신을 진심으로 믿고 있다는 의미 같았다.
치이이이잉!
광풍전 검사들 역시 자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듯 힘이 다 빠진 손으로도 검을 들어 올려 마계의 문을 가리켰다. 모두의 눈빛이 같은 감정을 담아낸 것처럼 느껴졌다.
“…….”
카룬은 이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는 듯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라온은 지상에 남아 있는 이들과 차례로 눈빛을 마주치고서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절부절못하더니….
라스가 자신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이제야 마음이 굳어졌구나. 답답한 놈!
‘미안.’
라온이 눈을 내리감았다.
‘누군가가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어.’
리메르의 죽음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기에 자신이 아는 사람은 그 누구도 죽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우유부단함이 오히려 더 많은 죽음을 만들어낼 뻔했다.
‘지금부터는 시원하게 가 볼게.’
라온이 천천히 눈을 떠서 마계의 문을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마물과 마족들이 더 튀어나와 문 자체를 가리고 있었다.
“이제는 무서울 게 없으니까.”
자신을 노리는 마물과 마족들을 향해 제천검을 겨누었다. 은빛 검극에 어린 불꽃이 맹렬하게 회전하더니,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인력을 만들어냈다.
라온 지그하르트류 검식.
제2형 중천포.
마물과 마인들은 중천포의 범위 밖으로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초월의 격을 담아낸 검술은 그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쿠와아아아아앙!
검게 응집된 열기가 일순간 폭발하며 검 쪽으로 끌려왔던 마물과 마족들이 조각 하나 남기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파아아앙!
라온은 폭발의 여파를 밟고 올라가 다시 마계의 문을 향해 나아갔다.
쿠구구구구구!
마족들을 베며 마계의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내려왔다. 슈페르 신성 왕국의 군세가 오기 전에 자신을 밀어냈던 거대한 마물이 다시 한번 길을 막아섰다.
용의 몸통에 독수리의 날개를 단 괴이한 마물. 전력으로 검을 그어도 저 몸통을 다 벨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이제는 두려울 게 없었다.
치리리리링!
라온은 이전처럼 물러나지 않고, 거대한 마물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했다. 마물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바람을 몸으로 뚫어내며 목륜검을 세웠다.
콰아아아아아아!
은은하게 반짝이는 목륜검 위로 극한까지 갈고 닦은 예검의 묘리와 적을 베겠다는 일념이 깃든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결을 묶는 것은 마왕의 분노. 서릿발 같은 푸른 광채가 은색의 칼날 위로 타올랐다.
쩌어어어어어억!
목륜검이 그려내는 은빛 궤적이 천공을 가른다. 그사이에 끼어 있던 거대한 마물은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숨이 끊어진 듯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추락했다. 반으로 쪼개진 놈의 몸통에서 피에 젖은 서리꽃이 흩날렸다.
화아아아아아!
라온이 마계의 문으로 뛰어오르며 제천검을 휘둘렀다. 붉게 달아오른 검신 위에서 피어난 화염의 조각들이 벚꽃처럼 날아가 도망치던 마물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이제….”
라온이 마계의 문 위에 떠 있는 검은 손의 마족에게 제천검을 겨누었다.
“네놈 차례다.”
덤비라고 말하며 턱을 까딱였다.
“인간이라….”
검은 손의 마족은 지상에 있는 연합군과 슈페르 신성 왕국의 군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놈의 검은 눈동자가 뒤르륵 굴러가 자신의 눈을 향했다.
“역시 네게는 자격이 있다.”
검은 손의 마족은 보물을 발견한 탐험가처럼 검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입맛을 다셨다.
“내 이름은 지르콘. 그와 너 중 누가 더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겠다.”
스스로를 지르콘이라고 밝힌 마족이 허공에 손을 뻗자, 벼락을 형상하는 듯한 검이 그의 손에 잡혔다.
“자격?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라온이 지르콘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꼈지만, 저 마족의 언행은 지금까지 본 이들과는 무언가가 달랐다.
“너는 그저 나를 향해 그 검을 휘두르면 된다.”
지르곤이 제천검을 가리키며 서늘한 시선을 드러냈다.
“나를 죽이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전력으로.”
그는 그게 전부라고 말하며 검을 쥐고 있는 손을 까딱였다.
“일검으로 나를 죽이지 못한다면 네가 죽게 될 것이다.”
지르콘은 저주를 내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섬뜩한 말을 내뱉고서 검을 허리 뒤로 젖혔다.
파지지지지직!
지르곤의 검 위로 새까만 뇌기가 타오른다. 마계의 문에서 흘러나오는 강대한 마기들이 전부 그의 검으로 모여드는 것 같았다.
콰르르르릉!
지르콘의 어깨 위로 검은 기류가 타오르며 그의 검이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거대한 기파에 자신의 감각이 비틀어진 것 같았다.
“단 일검이다.”
지르콘은 두 번은 없다고 말하고서 무릎을 굽히고, 상체를 숙였다.
“후우….”
라온이 점점 더 거대해지는 지르콘의 검을 보며 눈을 내리감았다.
‘이건 쉽지 않겠군.’
지르콘이 응집시킨 마기는 분명 이 공간을 갈라버릴 정도로 거대했지만, 자신은 그의 검이 더 위험해 보였다. 달인 이상의 격이 느껴졌다.
‘여기서는 확실히 끝을 봐야 해.’
지르콘이 더 이상 방해를 할 수 없도록 단숨에 놈을 베어버리고, 저 마계의 문을 폐쇄해야 했다.
‘그럼 그 검술뿐이겠지.’
여기서 힘을 아끼기 위한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역할은 마계의 문을 닫는 것. 뒤가 어떻게 되든 이 승부에 전력을 다해야 했다.
스르르르릉!
라온이 목륜검을 검집에 넣고, 제천검을 두 손으로 잡았다. 불의 고리를 전력으로 공명시키며 지닌 오러를 모조리 끌어 올렸다.
“준비가 됐다면 시작하마.”
지르콘이 검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왼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의 주변이 새까맣게 명멸하더니 칠흑 같은 세계를 펼쳐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보다 더 짙은 뇌전이 번뜩인다. 검도, 마족도 잊은 듯 지르콘은 진정한 벼락이 되어 자신의 생명을 노려왔다.
콰르르르르릉!
마기로 이뤄내는 대자연의 힘. 반응을 하기도 전에 지르콘의 검은 자신의 목 앞에 이르러 있었다. 칼날이 아직 닿지 그 예리함에 목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결정을 내리기를 잘했군.’
현재 자신이 그 어떤 검술을 펼쳐도 지르콘의 벼락을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딱 하나만 제외한다면.
치르르르르!
라온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제천검을 세웠다. 느리면서도 빠르고, 무거우면서도 가벼우며, 패기로우면서도 허허롭다.
검계현신.
개벽.
하나의 검이자, 만 개의 검. 자신이 떠올릴 수 있는 최강을 그리며 제천검을 내리쳤다. 밤을 밀어내고, 아침을 불러오는 황금빛 광채가 검은 벼락과 맞부딪쳤다.
쿠와아아아아앙!
지르콘이 펼쳐낸 검격은 진짜 벼락과 싸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맹했다. 경합에서 피어나는 뇌전 때문에 살점이 뜯기고, 핏물이 터져나갈 정도였다.
하지만 자신의 육체는 흔들릴지언정 검은 흔들리지 않았다. 끝없이 변해가는 만검의 묘리가 개벽의 빛을 이어주며 천공을 뒤덮은 검은 벼락을 갈랐다.
쩌어어어어억!
지르콘의 검이 바스러지고, 그의 육체가 반으로 찢겨나갔다. 놈의 몸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검은 재가 되어 흩어졌다.
“…너로구나.”
지르콘은 죽음을 앞에 두고 있음에도 만족스럽다는 듯 가는 미소를 그렸다.
“다시 보도록 하지.”
그는 그 말을 남기고서 어둠 속으로 녹아내렸다.
“나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은데?”
라온이 허리를 굽힌 채 고개를 저었다. 다시 만난다면 지르콘을 확실히 베어버릴 자신이 없었다. 놈이 부활하기 전에 마계의 문을 닫아야 했다.
파아아앙!
라온은 숨을 돌릴 틈도 허공을 박차 올라 검게 일렁이는 마계의 문 앞에 섰다. 피가 흐르는 입술을 씹으며 제천검을 들어 올렸다.
“이게 마지막이야.”
*
*
*
“신상품을 가져오길 잘했네.”
체임버가 품에서 노란색으로 반짝이는 막대 사탕을 꺼냈다.
“수하들을 보호하지 않고, 나를 떼어놓다니….”
흑탑주가 루비처럼 붉은 눈동자를 번뜩였다.
“그렇게나 복수를 하고 싶었나?”
그는 체임버를 비웃듯이 입매를 꼬아 올렸다.
“아니.”
체임버가 노란 막대 사탕을 입안에 넣으며 고개를 저었다.
“믿는 거지. 너한테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녀는 모두를 신뢰하고 있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추한 신을 믿는 버러지들이 있으니, 잠시 동안은 버티겠지만 마계의 문을 닫지 않는다면 결국 모든 것이 어둠에 먹히게 될 것이다.”
흑탑주는 이 전쟁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 턱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네년 역시 이 공간 속에 묻히게 되겠지.”
“우리 쪽에는 변수의 왕이 있거든.”
체임버가 손가락을 빙그르르 돌렸다.
“변수의 왕?”
“라온 지그하르트. 너도 마성뢰 가렛의 죽음은 계산에 없었을 텐데?”
그녀는 가렛을 잃은 흑탑주를 조롱하며 키득거렸다.
“무엇이 어떻게 되든 너희들의 계획은 실패할 것이다.”
흑탑주가 검게 일렁이는 손을 뻗으며 입술을 비틀었다.
“네년은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으니까. 이번에도 목숨을 구걸하게 만들어주마.”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더라.”
체임버는 한 사람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많이 다를 거야.”
그녀는 입안에 있는 사탕을 씹으며 두 개의 손가락을 앞으로 모았다.
“길고 긴 악연을 이곳에서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