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33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33화(933/965)
제933화
-이 귀신 같은 놈….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퍼렇게 질린 입술을 떨었다.
-처음부터 여기까지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냐? 대체 뭘 처먹었길래 대가리가 그렇게 잘 돌아가는 건데!
‘그럴 리가 있나.’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전부 우연일 뿐이야.’
지르콘이 자신을 따른 것도, 거기서 라스가 알아서 내기를 걸어온 것도, 이곳까지 마왕 둘이 찾아와준 것도 전부 우연이었다. 저 모든 것을 계산하는 건 라스가 부르짖는 신이나 마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 그만 끌고, 빨리 약속이나 지켜.’
라온이 라스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부, 분노라면 모를까. 영혼의 격까지 넘기라니….
라스는 슬쩍 눈동자를 굴렸다.
-그걸 전부 주면 본왕은 마계의 군주가 아니라, 마계의 잡졸이 될 것이니라!
녀석은 영혼의 격까지 넘기는 건 너무 심하다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지, 지금까지의 정이 있으니까. 그냥 분노만….
‘싫어.’
라온이 단호하게 라스의 말을 끊었다.
-이 악귀 같은 놈! 네놈은 양심도 없는 것이냐? 정말 본왕을 땅에 묻어야 끝날….
‘누가 다 가져간다고 했어? 빌리는 거야. 일만 끝내면 돌려줄게.’
라스는 크게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당연히 녀석의 분노와 영혼을 가져갈 생각은 없었다. 그리드를 속인 후에 전부 그대로 돌려줄 것이다.
-음? 그럼 본왕이 네놈에게 강림하는 게 낫지 않느냐?
라스는 그게 더 안전하고 확실하지 않겠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드에게 할 말이 있는 것도 있지만, 강림은 너한테 부담이 너무 많이 가잖아.’
지르콘과 페리도트를 흡수한 지금의 몸 상태라면 마왕강림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걸 사용하는 것만으로 라스에게 큰 부담이 주어진다. 녀석이 많이 약해진 상태였기에 이 이상으로 힘을 사용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으음….
라스는 본인을 생각해줄 줄은 몰랐다는 듯 낮은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의 힘으로 강해질 생각이 없어. 내 힘으로 그리고 내 검으로 가장 높은 곳에 설 거야.’
누구보다도 강해지는 것. 그게 데루스에게 복수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다. 그걸 위해서 자신의 힘으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야 했다.
-네 힘으로 강해진다고? 개소리!
라스가 펄쩍 뛰어오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럴 거면 네놈이 처먹은 능력치와 특성이나 전부 내놓거라! 그 모든 것이 본왕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
녀석은 말한 것을 지키라는 듯 손을 휘둘렀다.
‘…….’
라온이 라스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손을 내렸다.
‘안 된다는데?’
-아, 안 된다니? 누구한테 물어봤는데!
‘시스템한테 물어봤는데, 안 된대.’
정말 시스템에게 물어보고 답장을 받은 듯 평온한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진짜 지이이이랄이 났구나! 본왕하고도 연락이 안 되는데 무슨 헛소리야!
라스는 거짓말하지 말라며 이를 갈았다.
‘진짜야. 당사자끼리 잘 해결했어.’
라온은 시스템과 온건한 대화를 마쳤다고 말하며 옅게 웃었다.
-당사자가 여기에 있잖아! 네놈이고, 시스템이고 전부 본왕의 힘으로 놀고 있다고!
라스는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듯 본인의 가슴을 두드렸다.
‘어쨌든 안 된다고 하니까. 빨리 네 분노와 영혼이나 보내.’
-끄으으윽,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라스가 바드득 이를 갈고서 자신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전부 돌려줘야 한다? 이건 진짜 약속을 지켜야 해!
‘내가 언제 약속 안 지키는 거 봤어? 난 거짓말 잘 안 해.’
-하….
녀석은 이건 대체 뭐지라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본왕이 어쩌다가 이런 또라이를 만나서….
라스가 긴 한숨을 내쉰 후 자신의 어깨를 통해 <분노>와 영혼의 일부를 보내주었다.
‘크으….’
라스의 <분노>와 영혼을 받자, 정신과 육체가 회복되었음에도 자신의 존재 자체가 뒤틀리는 듯한 통증이 일어났다. 영혼의 일부만으로 이 정도의 변화를 일으키다니, 매번 느끼지만 라스는 마왕 중에서도 격이 다른 것 같았다.
쿠구구구구!
라스의 권능과 영혼을 받자, 육체와 뇌리에서 걷잡을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났다. 영혼 자체가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는 느낌. 인간을 벗어나 진정한 초월에 오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내리눌러야겠군.’
라온은 급격히 강해진 영혼의 격을 억지로 내리누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숨겼다. 빠르게 조치를 했으니, 겉으로 보기에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을 것이다.
-어? 숨길 거면 왜 달라고 한 것이냐?
라스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드가 원하는 건 싸움이 아니라, 나야.’
라온이 러스트의 검을 쳐내는 그리드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만약 지금 네가 강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놈은 바로 도망치겠지.’
-그, 그러면….
‘그래. 일부러 빈틈을 보여주고, 놈의 퇴로가 막히는 순간 드러낼 거야. 네게 받은 모든 것을.’
그때 그리드가 지을 표정을 상상하며 섬찟한 웃음을 그렸다.
‘그전까지는 꽁꽁 숨기고 있어야지. 그러니까 지금은….’
라온이 턱을 살짝 들어 올린 채 팔짱을 꼈다.
‘마왕들의 싸움을 지켜보자고.’
-허….
라스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눈을 빠르게 끔벅였다.
-대체 어디서 이런 놈이 튀어나온 거지…?
녀석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나를 보지 말고, 저 싸움이나 보라고.’
라온은 라스의 고개를 돌리며 눈앞의 전투에 집중했다.
쿠우우우웅!
러스트는 검에 <색욕>의 권능을 씌운 채 근거리에서 그리드를 압박했고, 글러트니는 하얀 빛을 일으키며 원거리에서 지원을 했다.
‘러스트의 검술은 진짜로군.’
라스는 러스트의 무력은 검술이 아니라, <색욕>에서 나온다고 했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검술 안에 단호함과 집착을 훌륭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지닌 기운을 떠나 검술 자체로도 초월급 무인들 이상이었다.
‘글러트니는 뭐라고 해야 할까? 기운이 무한한 것처럼 싸우는군.’
글러트니가 쏘아내는 하얀 빛에 담긴 기운은 하나하나가 초월자의 결전기급이었다. 많이 먹은 만큼 지니고 있는 마기가 끝없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두 마왕의 모든 것을 더해도 그리드가 더 위야.’
그리드는 근접전과 원거리 전투 모두에 익숙한 듯 손아귀 위로 황금빛 광채를 일으키며 러스트의 검을 쳐내고, 글러트니의 공격을 흘려냈다.
그는 러스트와 글러트니보다 한 수 위에 있는 듯 두 사람의 어지러운 공세를 큰 피해 없이 막아내고 있었다. 물론 셋 다 전력이 아니지만, 모든 힘을 끌어낸다고 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았다.
‘공부가 되는군.’
라온이 불의 고리를 일으켰다. 세 마왕의 싸움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깨물며 싸움 자체의 양상을 살폈다.
-지가 싸움을 붙이고 그걸 또 구경하고 있다고?
라스는 그런 라온을 보며 침을 질질 흘렸다.
-정말 상상을 초월한 미친놈이니라….
*
*
*
파아아아아앙!
그리드는 러스트의 검을 어깨 뒤로 흘려내며 눈매를 좁혔다.
‘확실히 쉽지 않군.’
아무리 자신이 더 윗급이라고 해도 러스트와 글러트니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만약 라스의 그릇이 자신의 눈에 차지 않았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졌을 것이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컸으니까.
‘하지만….’
그래서 더 가지고 싶어졌어.
마계에는 인간계보다 많은 초월자가 있기에 저 인간의 강함 자체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하지만 저 인간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존재는 자신이 아는 한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거기다 이번 전쟁에서 목숨을 건 싸움을 치르며 또 한 번 성장했을 것이기에 그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물론 그보다 더 큰 게 있지만.’
라스의 그릇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통해 색욕의 군주 러스트와 폭식의 군주 글러트니를 검처럼 휘두르고 있었다. 즉, 저 인간을 얻는다면 두 마왕이 따라오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에 꼭 이곳에서 잡아야 했다.
‘기회는 지금 밖에 없어.’
조금 전 저 인간이 지닌 분노와 영혼의 격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가라앉았다. 라스를 부르려고 했다가 실패한 게 분명했다.
라스가 강림하면 저 인간을 잡을 기회가 완전히 사라지기에 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오직 지금뿐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리드가 글러트니의 <폭식>을 <탐욕>으로 밀어내며 눈매를 좁혔다.
‘이 둘의 빈틈을 잡아야 하는데.’
글러트니와 러스트는 공격보다는 방어에 집중하여 라스의 그릇을 지키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저 방어를 뚫고 들어가 인간을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쪽의 빈틈이 없다면 내 빈틈을 내어주는 게 좋겠지.’
그리드가 폭풍우처럼 매섭게 파고 들어오는 러스트의 검격을 쳐내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네가 아무리 애원해도 라스는 돌아보지 않아. 너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비웃음을 흘리며 러스트를 자극했다.
“너를 앞으로 보내고 뒤에 숨은 것만 봐도 계산이 나오잖아.”
“닥쳐! 사랑을 돈으로 사는 놈이 뭘 안다고!”
러스트는 라스를 모욕한 것에 화가 난 듯 짙은 분홍빛 기류를 일으키며 강대한 검격을 쏘아냈다.
“쩝….”
글러트니는 길게 입맛을 다시며 그리드의 뒤편으로 하얀 빛의 폭발을 일으켰다.
퍼어어어엉!
그리드는 공간을 찢어버리는 러스트의 검격과 글러트니의 <폭식>이 일으킨 폭발의 연계에 어깨에 큰 부상을 입었다.
“끝이다!”
러스트가 흥분한 듯 본래의 간격을 벗어나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녀의 검이 그리드의 목을 향해 떨어졌다.
‘드디어!’
러스트의 검이 벼락처럼 내려오는 순간 그리드의 금안이 오싹한 빛을 뿜어냈다. 그는 처음부터 부상 따위는 입지 않았다는 듯 러스트의 검을 쳐내고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검은 입.”
글러트니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섬뜩한 정도의 권능을 뿌리며 손아귀를 벌렸다.
찌지지지직!
그리드의 머리 위의 하늘이 찢겨나가며 새빨갛게 빛나는 악마의 입이 현현했다.
“그것까지 사용하다니, 저 인간을 좋아하긴 하는 모양이구나!”
그는 뻘겋게 열린 입을 보며 키득거렸다.
“그리드!”
러스트도 본인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전신에 분홍빛 기류를 불태우며 그리드에게 돌진했다. 그녀는 검을 던지고 손아귀 위로 짙고도 짙은 <색욕>의 권능을 일으켰다.
“이미 늦었어.”
그리드가 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허공에서 무수한 양의 금화가 떨어지며 러스트의 분홍빛 기운을 가라앉히고, 글러트니가 소환한 입을 막아내는 황금의 벽이 세워졌다.
“거기서 지켜보고 있어라.”
그리드는 다 끝났다는 듯 라온의 앞으로 다가와 손을 뻗었다.
“이놈이 어떻게 변하는지….”
“버러지가.”
라온은 라스가 남에게 가장 자주 하는 단어를 꺼내며 그에게 받은 분노와 영혼의 격을 개방했다.
쿠와아아아아아아!
자신의 영혼과 라스의 영혼이 물감처럼 부드럽게 섞이며 본래 분노의 군주가 지니고 있던 존재감보다도 강렬한 기파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쿠구구구구구!
검붉은 기세가 끝도 없이 퍼져나가며 어둑한 하늘이 일그러지고, 땅이 무너져 내렸다.
고오오오오.
마계를 지배하는 세 명의 군주가 강림해 있음에도 가장 거대한 영혼의 격을 드러내는 건 단 한 명의 인간이었다.
“이게 무슨….”
그리드는 이런 상황을 아예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는 듯 금색의 눈동자가 해일에 뒤집힌 돛단배처럼 흔들렸다.
“본왕이 만든 놀이터에서….”
라온의 붉은 눈동자 위로 분노의 마왕보다도 짙은 패기가 피어났다.
“잘 즐겼나? 장사치?”
*
*
*
라온은 전투 중 러스트에게 흥분한 것처럼 빈틈을 보이라는 오러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드는 자신의 예상대로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안쪽으로 파고 들어왔다. 놈이 자신에게 손을 뻗으려고 할 때 라스에게 받은 분노와 영혼의 격을 개방하여 상황 자체를 역전 시켰다.
자신의 영혼을 안쪽으로 숨기고, 라스에게 받은 영혼의 격을 겉으로 뒤덮었기에 그리드의 외눈 안경에도 자신이 라스로 비치게 될 것이다.
“하….”
예상했던 대로 그리드는 자신에게서 라스를 보고서 경악한 듯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떻게…?”
그리드는 지금도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다는 듯 각이 진 턱을 파르르 떨었다.
“어떻게?”
라온이 라스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 하며 고개를 저었다.
“네놈은 처음부터 본왕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었을 뿐이다.”
전부 다 예상한 척하면서 비웃음을 흘렸다.
“내가 말했지? 저이는 라스라고.”
러스트가 그리드의 등에 검을 겨눈 채로 입맛을 다셨다.
“응. 아이스크림 잘 사주는 라스….”
글러트니도 손을 펼쳐서 그리드를 집어삼킬 듯한 입을 소환했다.
“어디까지 보고 있었던 거냐.”
그리드가 입술을 깨물며 라온을 노려보았다.
“전부.”
라온은 모든 것을 계획하고 계산한 척하면서 턱을 치켜들었다.
“너는 그렇게 냉철한 놈이 아닐 텐데?”
“본왕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본왕의 수하는 다르다. 네놈의 생각을 모두 읽고 있더군.”
라스와 함께 자신을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그리드가 전투를 고민하는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포기하지. 무언가 이상하기는 하지만 이 이상 싸우는 건 손해가 너무 커.”
그는 여기까지라고 말하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항복하겠다는 의미 같았다.
“원하는 것을 말하라.”
그리드는 욕망을 줄이고, 다시 상인으로서의 자세를 드러내는 듯 패배를 인정하고 먼저 원하는 것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바로 인정하는 건가? 이렇게 손해를 봐놓고?”
라온이 그리드를 바라보았다. 그가 갑자기 미친 짓을 할 수도 있기에 긴장을 풀지 않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그 이상으로 손해를 볼 테니까.”
솔직히 한 번은 싸울 거라 생각했는데 바로 손익을 따지는 이성이 경악스러웠다. 역시나 위험한 놈이었다.
“본왕의 조건은 하나다. 네놈의 권능을 이 육체에 담아라.”
라온이 턱을 까딱이며 손을 들어 올렸다. 자신이라면 돈까지 요구했겠지만, 라스는 절대 돈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에 권능만을 요구했다.
-이럴 줄 알았느니라!
라스가 이제야 다 읽힌다는 듯 이를 갈며 머리를 들어 올렸다.
-이 욕망의 덩어리 놈아! 탐욕의 군주라는 이름은 네놈이 가져갔어야 해!
녀석은 이게 인간인지 마왕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어려울 게 뭐 있어.’
라온은 이미 답을 정한 듯한 그리드의 눈빛을 읽으며 씩 웃었다.
‘둘 다 하면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