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45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45화(945/965)
제945화
“후우.”
라온은 잠이 든 올가를 침대에 눕힌 후 지친 숨을 내쉬었다.
‘벌써 날이 밝았나?’
올가를 데리고 연공실에 들어간 게 저녁이었는데, 어느새 황금빛 햇볕이 창가를 적시고 있었다. 환골탈태를 이루는 데 12시간 이상이 걸린 것 같았다.
‘왜 피곤한지 알겠네.’
12시간 동안 자신의 오러와 영약의 기운을 이용하여 타인의 육체를 재구성했으니, 초월자라고 해도 녹초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게 다가 아니라, 네놈은 그저께도 안 잤잖느냐!
라스가 검게 그을린 듯한 눈 밑을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
-그저께는 연습하느라 밤을 새우고, 어제는 치료하느라 밤을 새우고. 그냥 평생 자지 말던가!
녀석은 자신 때문에 본인도 한숨도 못 잤다며 눈매를 구겼다.
‘미안. 그리고….’
라온이 옅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고맙다.’
라스는 이틀 동안 조금도 자지 않고, 자신이 올가를 치료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었다.
언제나 냉정한 척을 하지만, 자신이 아는 누구보다도 따뜻한 녀석이었다.
다음 주에 새로운 구슬 아이스크림이 들어온다고 하던데, 바로 가서 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치이이익!
라온은 올가가 푹 잘 수 있도록 창문에 커튼을 쳐준 후 방을 나왔다.
‘진짜 쓰러질 것 같네. 빨리 가서 자야겠어.’
그냥 이틀 동안 잠을 자지 않은 거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지만, 체력과 정신력을 모두 쏟아부었기에 수마를 견딜 수가 없었다. 다 제쳐두고 빨리 가서 자고 싶었다.
“라온!”
씻을 힘도 없어서 바로 자신의 방으로 가려는데, 현관 앞에서 시아가 달려들었다.
“놀자!”
시아는 어제 계속 안 보였으니, 오늘은 같이 놀자며 자신의 소매를 흔들었다.
“미안.”
라온이 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 잠을 못 자서 지금은 좀 자야 할 것 같아.”
아직 정신이 어린 시아에게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음….”
시아가 고민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한발 물러섰다.
“그럼 자고 일어나면 같이 놀아줄 거지?”
그녀는 지금 말고 자고 난 후는 괜찮냐는 듯 눈을 끔벅였다.
“당연하지.”
“그럼 기다릴게. 잘 자!”
시아는 힘차게 손을 흔들고서 기다리고 있는 시녀들에게 달려갔다.
‘확실히 변했군.’
라온은 시아의 등을 보며 옅게 웃었다.
‘조금 더 성숙해졌어.’
예전의 시아라면 계속 놀자고 말하며 떼를 썼을 텐데, 오늘은 자신의 사정을 이해하고 받아 들여주었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할 때도 느꼈지만, 그녀의 정신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 머리 아파. 생각은 나중에 하고 일단 자야겠어.’
라온이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침대에 드러누웠다.
-안 되느니라!
그대로 잠에 빠지려고 할 때 눈앞으로 푸른 솜사탕이 솟아올랐다.
-밥은 먹고 자거라! 지금 안 먹으면 또 하루종일 굶을 거라고!
라스는 이 이상 굶을 수는 없다며 눈썹을 내렸다.
‘이 와중에 밥 생각이 난다고?’
-당연하지! 본왕은 잠보다 밥이 먼저이니라!
녀석은 당연한 것을 왜 묻냐는 듯 턱을 까딱였다.
‘대체 왜 네가 탐식이 아니라, 분노가 된 거야?’
라온이 떨리는 손으로 라스의 머리를 밀어냈다.
‘마계에 가면 마신에게 따져야겠어.’
잠을 안 자서 피곤한 상태에서도 밥을 먼저 찾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저 녀석에게 어울리는 권능은 탐식이었다.
혹시라도 마계에 간다면 마신에게 왜 라스의 근원이 분노냐며 따지기로 마음먹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밥이나 먹으라고!
라스는 식당에 아침이 준비되고 있다며 손을 흔들었다.
‘포크를 들 힘도 없어.’
라온이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먹어야지!
라스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본왕은 밥을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네놈 때문에 아침을 먹으라고 말하는 것이니라. 한창 커야 할 나이에 굶고 자는 것은 좋지 않으니라!
‘웃기고 자빠졌네.’
라온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헛소리라 잠이 깰 정도였어.’
라스가 자신을 위해서 밥을 먹자고 할 리가 없었다. 저 녀석은 그저 배가 고플 뿐이었다.
-지, 진짜이니라! 본왕은 그저 네놈의 건강을 위해서….
‘그러니까 굶고 자는 게 안 좋다는 거지?’
-그렇느니라! 무어라도 먹는 게 좋을 것이니라!
라스는 기대감을 가진 채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걱정 안 해도 돼.’
라온이 음습하게 웃으며 아공간 주머니를 꺼냈다.
‘이 안에 우리의 배를 채워줄 음식이 가득하거든.’
-저, 정말이냐? 언제 챙겨둔 것이냐!
라스는 급격히 기분이 좋아진 듯 길게 입맛을 다셨다.
‘단숨에 배를 채워주는 최고의 음식이지.’
아공간 주머니 안에 손을 넣어서 잘 구워진 듯한 갈색 빵을 꺼냈다.
-자, 잠깐만! 그 빵은 나딘빵이잖느냐!
라스가 멈추라는 듯 두 손을 저었다.
“정답.”
-머, 멈추거라!
차라리 굶으라는 라스를 보며 나딘빵을 입에 물고 씹었다.
불에 탄 고무 향을 풍기는 딱딱한 빵을 먹자, 단숨에 배가 불러왔다. 언제나 느끼지만, 나딘빵의 힘은 초월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끄어어억….
라스는 나딘빵에 식욕 자체가 사라진 듯 창백해진 얼굴로 쓰러졌다.
-이런 빌어먹을 놈!
녀석은 고무 맛이 흐르는 혀를 손바닥으로 닦아 내며 눈물을 글썽였다.
-최고의 음식? 절대 아니지. 저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음식이니라! 거름으로도 못 쓴다고!
라스는 나딘빵이 필히 없애야 할 음식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딘빵에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야.’
라온이 울분에 찬 라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동굴에 들어가면 한동안 저 빵만 먹어야 할 테니까.’
-아까도 동굴이라더니, 대체 그 동굴이 어딘데!
‘그건….’
배가 부르자, 이제는 견딜 수 없는 수마가 밀려왔다. 답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끄으으….
라스가 새근거리며 잠을 자는 라온을 보며 말아쥔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이 이상 인간 놈에게 농락당하고는 못 살겠느니라! 그냥 뒈질란다!
라스는 스스로의 목을 조르며 죽겠다고 난동을 부렸다.
다만 라온이 정말 잠에 빠진 듯 미동도 하지 않자 그의 옆에 누운 채 눈을 내리감았다.
-네놈이 깨어나면 죽어주마!
라스는 그 말을 남기고 라온의 이불 안에 들어가서 천천히 눈을 내리감았다.
고로로롱.
인간과 마왕이 잠든 방에서는 한 사람이 잠든 것처럼 결이 비슷한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
*
*
“으음.”
올가가 다급히 눈을 떴다.
‘여기는….’
꾸준하게 관리를 해온 듯 우아하면서도 깨끗한 천장이 보였다.
‘내 숙소인가?’
천장이 익숙한 것을 보니, 자신이 묵었던 별관의 손님방인 것 같았다.
연공실에서 기절을 했는데, 왜 여기서 깨어났는지 모르겠다.
‘라온이 날 업고 온 건가?’
상황상 그게 정답인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날 챙기다니, 괴물은 괴물이네.’
라온은 자신 이상으로 고통과 피로가 쌓였을 것이다. 그 지친 육체를 이끌고 끝까지 자신을 챙겼다는 게 놀라웠다.
‘헌데 몸이 왜 이렇게 개운하지?’
신성력이 폭주한 이후에는 아침에 깨어날 때마다 심각한 두통이 일어나는데, 신기하게도 오늘은 아이 때로 돌아간 듯 머리가 말끔했다.
‘정말 치료가 끝난 건가?’
자신은 그저 고통만 참았기에 치료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제는 자도 된다는 라온의 말을 들은 게 마지막 기억이었기에 치료가 잘 끝났는지가 궁금해졌다.
‘라온을 만나면 알 수 있겠지.’
올가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다가 오른팔을 보고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
검게 녹아내린 피부에 문신을 새겨서 흉측해 보였던 자신의 팔이 갓 태어난 아이처럼 깨끗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뭐, 뭐야 이거….”
올가가 다급하게 눈동자를 돌렸다.
“검은 줄이 전부 사라졌다고?”
오른팔만이 아니다. 왼 다리와 오른 다리에 가득했던 상처와 문신도 모두 지워져 있었다.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서 거울을 보니, 가장 심하게 녹아내렸던 가슴과 등의 상처도 완벽히 사라진 상태였다. 꼭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정말….”
올가가 거울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다 나은 건가?’
여자로서. 아니, 사람으로서 못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자신 역시 그 나이에 맞게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자신은 그보다 더 중요한 대의를 선택했다.
외모와 수명을 포기하고 오직 사람들을 구하는 것에 집중했는데, 잃어버렸던 가치가 돌아올 줄은 몰랐다.
찌익.
올가가 손가락으로 스스로의 뺨을 꼬집었다.
‘꿈이 아니야.’
정말 내 모습이야.
꿈에서도 그리지 못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것을 보니,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당황과 기쁨이 동시에 차올라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더 놀라운 건 내 체질이야.’
육체의 붕괴가 시작된 이후로 신성력을 운용만 해도 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찾아오는데, 지금은 상당한 양의 신성력이 날뛰고 있음에도 그저 시원할 뿐이었다.
‘한번 해볼까?’
올가가 대량의 신성력을 일으켜 손위로 펼쳐냈다. 예전이라면 손이 녹아내리는 듯한 통증이 일어났겠지만, 지금은 아무런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 하하하….”
올가가 신성력을 두른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정말 치료할 줄이야.’
솔직히 라온이 이 체질을 고쳐준다고 했을 때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의 능력은 믿어도 치료술에 있어선 자신이 더 뛰어나기에, 이미 스스로 포기한 이 체질은 치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은인인 라온이 만족하기를 바라며 따라왔을 뿐인데, 새로운 몸을 얻게 될 줄은 몰랐다.
‘이 빚은 어떻게 갚아야 하는 거지?’
따지고 보면 몬티로를 구한 것도 라온에게 빚을 갚은 행동일 뿐이다.
신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단 하루 만에 끝내버린 라온에게 무슨 선물을 주어야 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잠깐….”
그러고 보니 라온에게 고맙다는 말은 했던가?
생각해보니, 바로 기절해서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젠장!”
올가가 바로 몸을 일으켜서 방을 나갔다.
투웅.
라온의 방으로 달려가려고 할 때 복도에서 실비아가 튀어나왔다.
“어머?”
실비아가 자신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설마 성녀님이세요?”
“아, 네….”
올가가 걸음을 멈춘 채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라온이 치료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변하실 줄은 몰랐어요!”
실비아는 지금이 훨씬 더 아름답다며 은은한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보니까 생각보다 어리시네요. 이쪽이 훨씬 나아요.”
그녀는 지금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 감사합니다….”
올가가 실비아의 눈동자를 피했다. 은인의 어머니기도 하지만, 그녀에게서 피어나는 분위기 자체가 상대하기 힘들었다.
“저기 라온은 어디에 있죠?”
올가는 할 말이 있다며 라온을 찾았다.
“라온은 왜 찾으시죠?”
“도움을….”
그녀가 발끝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 큰 도움을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올가는 받은 게 너무 커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보랏빛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간단해요.”
실비아가 웃으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냥 고맙다고 하시면 될 거예요.”
“그거야 당연히 할 거지만, 너무 단순하잖아요. 제가 라온에게 받은 건 값을 매길 수가 없는데.”
두 개의 최상급 영약도 그렇지만, 12시간 동안 오러를 이용하여 육체의 구성을 바꿔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고맙다는 말로는 그 마음을 절대 다 담을 수가 없었다.
“라온은 누군가를 도울 때 그 대가를 생각하지 않아요.”
실비아가 고개를 저으며 올가의 손을 잡았다.
“라온은 성녀님을 친구라고 생각했기에 손을 내밀었을 뿐이에요.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만족할 거예요.”
그녀는 자신의 아들은 욕심이 없다며 가늘게 웃음을 흘렸다.
“저, 정말 그럴까요?”
올가는 실비아의 말을 들었음에도 걱정이 되는 듯 입술을 씹었다.
“그럼요.”
실비아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들은 보답 같은 욕심은 안 부리거든요.”
“음….”
올가는 그 말에 더 감동한 듯 고개를 숙인 채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말끔해진 두 팔을 보며 느릿하게 눈물을 떨어뜨렸다.
“괜찮아요.”
실비아가 그런 올가를 부드럽게 안아 주었다.
감동적인 모습이었지만, 두 사람은 한 마왕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엄마라고 해도 이건 참아줄 수가 없구나!
라스가 참다못해 문을 뚫고 나와서 악을 질렀다.
-저 돼지 자식이 욕심이 없다니, 대체 뭘 보고 있는 것이냐! 라온 놈이 마계에서 태어났으면 <탐욕>의 주인이 바뀌었을 것이니라! 무조건!
*
*
*
“하아암.”
라온이 기지개를 피며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오랜만에 푹 잤군.’
얼마나 잤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쟁 이후에 무거웠던 몸이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텅텅 비었던 체력과 정신력이 말끔하게 충전된 것 같았다.
‘너도 그렇지?’
라온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라스를 보며 턱을 까딱였다.
-네놈 때문에 열 받아서 제대로 못 잤느니라!
라스는 주먹을 세우며 분노를 그대로 드러냈다.
‘나 때문에 열 받았다고?’
-자기 전에 나딘빵을 먹이다니! 최악 중에서도 최악이었느니라!
녀석은 지금도 입에서 고무 향이 난다며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미안해. 그때는 정신이 없었잖아.’
-두 번 정신이 없었으면 본왕이 죽었을 것이니라!
라스는 사인이 나딘빵이 되었을 거라며 이를 갈았다.
‘너무 그러지 마. 지금부터 네가 좋아하는….’
라온이 웃으며 라스의 머리를 두드릴 때였다. 창가 쪽에서 아주 옅은 기척이 느껴졌다.
시선을 돌리자, 금발적안의 노인이 창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주님?”
창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글렌이었다. 그는 나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이고서 사라졌다.
‘벌써 준비해 주신 건가?’
라온이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호숫가로 다가가서 글렌의 옆에 섰다.
“지금 막 깨어난 모양이구나. 딱 적당한 때에 왔군.”
글렌은 지금 도착했다는 듯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한 때는 개뿔이. 계속 기다려놓고.
라스는 여전히 헛소리만 하는 영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요즘 새로운 무학에 관한 영감이 떠오르지 않더구나. 그렇다고 내가 과거에 사용하던 무학들은 네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테니….”
글렌이 짧게 입맛을 다시며 두꺼운 책자 하나를 내밀었다. 창궁천뢰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잉크 냄새가 났다.
“창궁검과 천뢰공의 초식을 제대로 엮은 무학이다. 함께 쓸 수도 있고 나눠서 쓸 수도 있지.”
글렌은 천뢰공을 전수하면서 창궁검과 결이 맞는 검술이라고 설명해 주었는데, 이제는 아예 합쳐버린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창궁천뢰를 받으며 글렌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로….”
글렌은 지그하르트의 보고에서 보물을 다섯 개나 챙겨 주는 것으로 모자라서 자신을 위해 창궁검과 천뢰공을 합쳐주었다.
고맙다는 말로는 현재 자신의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원하는 물건을 얻었습니다.] [특성 <탐욕>이 발동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특성 <탐욕>의 수치가 상승합니다.]자신이 원했던 무학을 받았기에 탐욕까지 발동되었다. 조금이지만, 자신의 영혼이 더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다.
-돌아버리겠네. 가뜩이나 배를 아프게 하는 놈인데, 더 지독해졌느니라!
라스는 이제 정말 참기가 힘들다며 퍼렇게 타오르는 눈을 부라렸다.
“네가 해준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글렌은 흑탑주를 꺾은 것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원래는 창궁천뢰의 시범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피곤해 보이니 나중에 하는 게 좋겠구나.”
그는 이만 돌아가 보겠다는 듯 등을 돌렸다.
“잠시만요.”
라온이 손을 들어 올렸다. 글렌에게 받은 게 많아서 지금 꺼내기는 민망하지만,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
“가주님께 부탁드려야 할 일이 있습니다.”
“부탁? 그게 무엇이냐?”
글렌은 무슨 말이라도 들어줄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 제게 주셨던 기회를 써보려고 합니다.”
라온이 글렌의 붉은 눈을 바라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자아의 방을 열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