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46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46화(946/965)
제946화
“자아의 방이라….”
글렌이 라온을 바라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카룬 이후에 들어간 사람이 없으니, 지금은 입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충분한 시간이 지났으니, 자아의 방이 힘을 회복했을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갑자기 왜?”
“이번 전쟁을 통해서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라온이 달이 흔들리는 호수의 표면을 보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제 무력은 희극제나, 귀살창 같은 신주오령의 상위권과 비슷하겠죠. 나이를 생각한다면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지만….”
호수에 비치지 않은 선명한 달을 올려보며 얇게 입술을 씹었다.
“저와 광풍전이 앞으로 싸워야 할 적들은 그 이상입니다. 백혈교, 에덴, 데루스 로베르트. 무엇 하나 쉬운 상대가 없어요.”
백혈교주, 타천, 천마 그리고 데루스 로베르트와 천족까지. 자신이 상대해야 할 적들은 다른 초월자의 도움 없이는 닿지 못할 정도로 강대한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저들에게 상처 하나라도 더 입히려면 지금의 무력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더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자, 자아의 방?
라스가 눈동자를 돌리며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래서 나딘빵에 적응하라는 말을 했구나! 이 망할 놈이!
녀석은 이제야 자신의 말을 알아차린 듯 이를 갈았다.
-이 빈대 같은 자식아! 집에 돌아와서 제대로 된 밥을 먹은 게 고작 한 끼라고! 왜 못 굶어서 안달인데!
라스는 본인을 좀 그만 괴롭히라며 고개를 저었다.
‘굶는 게 아니야. 나딘빵을 먹을 뿐이지.’
-그게 더 싫다고!
‘응. 먹어야 해.’
달려드는 라스를 밀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자아의 방에 들여보내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글렌은 걱정이 된다는 듯 눈썹을 살짝 내렸다.
“정말 괜찮겠느냐?”
“예…?”
라온이 글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자이의 방에 들어갈 수 있는 허가는 한참 전에 받아놓았다. 정말 괜찮겠냐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자아의 방은 검사가 벽을 깨기 위해서 들어가는 곳이다.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앞을 막고 있는 벽을 부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간 무인들이 많지.”
글렌이 손가락을 들어 허공에 작은 문을 그렸다.
“반면 벽에 맞닥뜨리지 않은 검사들은 자아의 방에 가서 특별한 것을 얻지 못하고 돌아왔다. 네가 더 잘 알고 있겠지만, 지금 네 앞에는 벽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경지와 상태를 모두 알고 있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자아의 방은 한 사람당 딱 한 번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정말 지금 들어가도 되겠냐고 묻는 것이다.”
“음….”
라온이 턱을 매만지며 낮은 숨을 내쉬었다.
‘그런 이유가 있었군.’
벽에 가로막힌 검사가 아니라면 자아의 방이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이제야 글렌이 저런 말을 한 이유를 알았다.
“본래 너를 자아의 방에 들여보내서 초월로 올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글렌이 천천히 눈을 돌렸다.
“너는 슬픔을 알고, 스스로의 힘으로 초월에 올랐지. 어떻게 보면 네가 기회를 만든 것이니, 지금 들어가도 크게 손해 볼 것은 없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는 자신을 보는 눈동자에 깊은 슬픔을 담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음….”
라온이 라스를 향해 턱짓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절대 들어가지 말거라! 나딘빵 따위는 더는 먹고 싶지 않으니까!
라스는 아직도 혀에서 고무맛이 난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다만 본왕은 저런 기회를 안 쓰고 모셔두다가 죽는 놈들을 많이 보았느니라. 아끼다가 똥이 되는 것이지.
녀석은 맛난 음식은 상하기 전에 먹는 게 좋다며 입맛을 다셨다.
‘진심 어린 조언 고맙다.’
라온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라스를 보며 옅게 웃었다.
‘내 생각이랑 비슷하네.’
자신이 자아의 방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아낀 이유는 초월의 벽을 넘기 위해서였다.
죽기 전까지 초월 다음의 경지를 넘는다는 보장이 없기에 아끼지 말고 지금 사용해서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는 게 나았다.
“자아의 방은 초대 가주님이 만드신 거죠?”
라온이 제천검의 검집에 손을 올린 채 글렌을 바라보았다.
“그래.”
글렌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듣기로는 지그하르트의 첫 건물을 올리기도 전에 자아의 방이 생겨났다고 하더군. 나도 직접 보지는 못했으니,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자아의 방이 지그하르트에서 가장 오래된 곳 중 하나라며 손가락을 내렸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라온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하며 두 손을 모았다.
‘초대 가주가 만든 곳이라면 다른 안배가 있을 수도 있어.’
초대 가주는 여러 장소에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려놓았다. 글렌의 말대로라면 자아의 방에서 초대 가주의 안배를 얻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준비를 해놓아야겠구나.”
글렌은 자신의 부탁을 받아주겠다는 듯 턱을 주억거렸다
“그럼 이제….”
“잠시만요, 할아버지.”
라온이 글렌을 할아버지라 부르며 떠나려는 그를 붙잡았다.
“괜찮으시다면 창궁천뢰의 시범을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자아의 방에 들어가기 전에 글렌이 새롭게 엮은 창궁천뢰를 직접 보고 싶었다.
“크흠!”
글렌이 헛기침을 하며 어깨만 살짝 돌렸다.
“할아버지께서 창궁검과 천뢰공을 엮은 무학이라고 하니, 궁금해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꼭 할아버지의 검으로 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좋다! 따라오거라!”
그는 기분이 좋아진 듯 귓불을 빨갛게 물들인 채 호수를 넘어 북망산 아래로 향했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웃으며 글렌의 뒤를 따라 호수를 넘었다.
-결국 나딘빵 영감탱이를 구워삶는 방법을 알아차렸군….
라스가 라온의 가벼운 발걸음을 보며 미간을 구겼다.
-너무 느리잖아! 이 눈치 없는 자식아!
녀석은 3년은 더 빨랐어야 했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3년 전이면 가주님이 날 싫어하실 땐데?’
라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됐다. 말을 말지….
라스는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
-어떻게 저런 쪽으로만 눈치가 없지? 진짜 인간이 아닌 건가…?
*
*
*
콰르르르릉!
라온의 검극을 떠나 하늘에 오른 뇌전이 붉은 벼락이 되어 떨어진다. 그 장대한 빛무리는 막 떠오르는 태양보다도 더 선명한 빛을 머금은 채 대지를 갈랐다.
쿠와아아아아앙!
강렬한 섬광이 쏟아지며 땅에 까맣게 타버린 구덩이가 파였다. 인간의 힘이 아닌 듯 구멍의 깊이가 가늠되지 않을 정도였다.
빠지지지직.
라온은 아직 뇌전이 번뜩이는 제천검을 내리며 헛웃음을 흘렸다.
“확실히 다르군요.”
글렌은 창궁천뢰를 창궁검과 천뢰공의 초식을 섞어서 만들었다고 했지만, 직접 사용해보니 그 둘과는 결이 달랐다.
‘두 검술의 장점만 섞었다고 해야 하나?’
창궁검의 장대함과 천뢰공의 날카로운 공격성을 모두 담아낸 듯한 검로. 창궁천뢰는 초월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자만이 만들어낼 수 있을 듯한 최상승의 무학이었다.
‘물론 발동시간이 느리다는 단점은 있지만.’
각기 장단점이 다르니, 세 검술 모두 다른 곳에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패검과 창검, 장검 그리고 뇌검의 성취도 올릴 수 있을 테고.’
창궁천뢰 덕분에 부족한 검술 묘리도 보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러모로 써먹을 곳이 많은 무학이었다.
“음….”
글렌이 라온이 만들어낸 구덩이를 보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기운으로 막았음에도 이 정도 위력이라니, 확실히 배우는 게 빠르구나.”
그는 뿌듯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는 듯 짧게 입맛을 다셨다.
“초식의 흐름은 부족하지만, 혼자서도 수행할 수 있겠어.”
글렌은 이 이상은 가르칠 게 없다는 듯 진천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할아버지께서 잘 가르쳐주신 덕분입니다.”
라온은 글렌 덕분이라고 말하며 옅게 웃었다.
“커허험! 별거 아니다.”
글렌은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 얼굴이 가을 사과처럼 붉어지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그럼 자아의 방은 언제 들어가겠느냐.”
그는 말하면 준비를 해놓겠다는 듯 턱을 까딱였다.
“저는 바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라온이 제천검에 남아 있는 뇌전을 털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왕은 바로 들어가고 싶지 않으니라!
라스는 아직 먹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았다며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전에 들어보니까. 시공간의 축이 다른 곳이더만! 준비도 없이 들어가면 본왕이나, 너나 힘들 것이니라!
녀석은 견디기 힘들 거라며 잘 생각하라고 외쳤다.
‘준비 다 했어.’
라온은 이를 가는 라스를 밀어내고 글렌의 답을 기다렸다.
“바로라….”
글렌이 턱을 매만지며 가늘게 고개를 저었다.
“네 마음은 알겠지만, 자아의 방은 네가 생각하는 연공실과는 아예 다른 곳이다. 시간도, 공간도 달라지니, 철저히 준비하고 출발하는 게 좋을 것이야.”
그는 너무 급하게 움직이지 말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전투의 피로가 쌓여 있을 테니, 일주일 뒤에 들어가도록 하거라.”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라온은 조그마한 반박도 하지 않은 채 바로 고개를 숙였다.
-허?
라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본왕도 똑같이 말했잖느냐! 본왕이 말할 때는 무시하고, 저 영감탱이 말은 듣다니!
녀석은 이게 차별대우라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이해해주어서 고맙구나. 그럼 일주일 뒤에 보도록 하지.”
글렌은 본관으로 찾아오라는 말을 하고서 북망산 아래 공터를 떠났다.
-얌마! 무시하지 말라고!
라스가 본인을 보라며 꿈을 바른 듯 통통한 주먹으로 자신의 어깨를 쳤다.
-본왕도 마계에서는 왕이야! 저 영감탱이보다 급이 높단 말이다!
녀석은 마왕 대우를 해달라며 연달아 주먹을 내질렀다.
‘알겠으니, 화 풀어.’
-본왕이 어떻게 화를 풀겠느냐! 눈앞에서 차별 대우를….
‘일주일의 시간이 생겼으니, 네가 먹고 싶은 거 다 먹어주면 되잖아.’
-그럼 됐지!
라스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네.’
어차피 라스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줄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바로 화가 풀릴 줄은 몰랐다. 참으로 대단한 마왕님이었다.
라온이 다시 기분이 좋아진 라스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별관으로 돌아갔다.
이미 해가 떠오른 지 한참 지났기에 굴뚝 위로 연기가 피어났고, 주방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딱 좋은 순간이로구나! 아침을 먹고, 바로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면 되겠어!
라스는 음식 냄새에 기분이 좋아진 듯 헤죽거렸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별관의 문을 열었다.
막 씻은 듯 얼굴에 물기가 남아 있는 올가가 자신을 보고 걸음을 뚝 멈췄다.
‘일어난 모습을 보니, 더 확실히 느껴지네.’
사람 자체가 달라졌어.
본래의 올가는 신성력 때문에 피부가 녹아내려 검은 선으로 전신을 문신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환골탈태를 경험하며 지금은 갓 태어난 아이처럼 우유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피폐한 분위기를 풍겨내던 악녀에서 밝고 따스한 기운을 피워내는 성녀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제야 성녀답네. 잘 어울린다.”
“으음….”
올가는 머리가 멍해진 듯 눈을 끔벅이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또 수련하고 왔구나! 하여튼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해!”
올가의 뒤에서 나온 실비아가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살짝 시선을 돌려서 올가에게 눈빛을 보냈다. 꼭 무언가를 하라는 것처럼.
“아!”
올가는 정신을 차린 듯 자세를 바로잡고 자신에게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 솔직히 너를 믿지 못했는데, 이렇게까지 날 바꿔줄 줄은 몰랐어. 정말 고맙다.”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두 번이나 하며 더 깊게 허리를 굽혔다.
“맨입으로?”
라온이 실비아의 정수리를 보며 턱을 까딱였다.
“어. 어어?”
올가가 당황한 듯 입술을 떨었다.
“널 치료하느라 쓴 게 좀 많거든. 일단 최상급 중에서도 최상급인 영약 두 개가 들어갔고.”
“아니, 그건 가주님이 주셨다고….”
“그냥 주신 게 아니지. 내가 말을 잘해서 받은 거라고.”
라온은 절대 공짜로 받아온 게 아니라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내 오러도 전부 소모해서 아직 회복되지도 못했고, 정신력까지 전부 다 쏟아내서 아직도 두통이 심해. 흑탑과의 전쟁을 한 번 더 치른 느낌이랄까?”
“으음….”
올가는 라온이 말을 할수록 위축이 되는 듯 어깨를 손바닥만 하게 좁혔다. 그녀가 떨리는 눈동자로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흐읍.”
실비아는 라온이 저런 말을 할 줄 몰랐다는 듯 턱을 파르르 떨었다. 그녀는 빠르게 등을 돌려 올가의 눈빛을 피했다.
“그, 그럼 내가 뭘 해야 하는데….”
올가는 본인이 무엇을 해도 대가를 다 치를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뭘 해야 할까? 일단 춤이랑 노래부터 배워. 내가 음악을 좋아하니까. 지루해질 때마다 네가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러라. 아, 혹시 요리는 어때? 못 하면 배워놔. 나중에 네가 만들 것들이 많거든.”
라온은 올가가 절대 하지 않을 듯한 것들을 꺼내며 키득거렸다.
“끄윽….”
올가는 앞으로 펼쳐질 지옥 같은 미래가 떠오른 듯 격하게 숨을 들이켰다.
“어! 그래! 더 해봐! 노래고, 춤이고, 지랄이고 다 해줄 테니까! 이 새끼야!”
그녀는 어차피 할 거 확실하게 해주겠다고 외치며 발을 굴렀다. 본래의 성질머리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거야.”
라온이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올가의 머리를 툭툭 쳤다.
“숨 쉬듯이 욕과 비난을 퍼붓는 녀석이 조용해서 재미없었다고. 평소 하던 대로 가자.”
그러면 된다고 말하며 손을 내렸다.
“그게 다야?”
“그래.”
처음부터 올가에게 대가를 받을 생각 따위는 없다. 다른 이들을 위해 본인의 삶을 바친 그녀가 조금 더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거기다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올가는 지그하르트. 아니, 대륙이 위험한 순간에 꼭 나서 줄 테니, 다른 부탁 따위는 할 필요가 없었다.
“알아들었으면 밥이나 먹자고.”
라온은 그 말을 남기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내가 말했지! 우리 아들은 이런 일로 대가를 안 바란다니까.”
실비아가 에헤헤 웃으며 올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까 안 믿으셨던 것 같은데요?”
올가가 실비아를 보며 눈매를 날카롭게 세웠다.
“무, 무슨 소리야!”
실비아가 도둑질을 들킨 아이처럼 펄쩍 뛰었다.
“제 눈을 피하셨잖아요.”
“아닌데? 기분 탓인데?”
“하지만….”
“어? 헬렌? 나도 도와달라고?”
그녀는 부르지도 않은 헬렌을 찾으며 식당으로 달려갔다.
“하아….”
올가는 실비아와 라온이 들어간 식당으로 걸어가며 선명한 웃음을 그렸다.
“모자가 닮았네.”
부럽게도.
*
*
*
라온은 아침 식사를 끝낸 후 현관 앞에 섰다.
-빨리 출발하거라! 이 기분 좋은 배부름이 가시기 전에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하느니라!
라스는 하루의 시작이 완벽해야 한다며 자신의 등을 두드렸다.
‘알겠으니, 보채지 좀 마.’
라온이 달라붙는 라스를 밀어내고 뒤를 돌아보았다.
“누나.”
하얀 모자를 쓰고 있는 시아에게 손짓을 했다.
“준비 끝났으면 가자.”
놀아주겠다는 약속도 지킬 겸 시아와 함께 구슬 아이스크림 매장으로 가기로 했다.
“응!”
동생과 외출하는 게 기대되는 듯 시아가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시아가 손으로 모자를 누르며 자신의 옆에 붙었다.
“오늘 예쁘네.”
라온이 시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준 후 별관의 정원으로 나왔다.
번화가 쪽으로 걸어가려고 할 때 본관 방향에서 두 사람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우측에서 다가오는 남자는 중무전주 카룬이었고, 좌측의 남자는 진무전주 발데르였다.
‘왜 저 둘이 같이 오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카룬과 발데르에게 다가가서 고개를 숙였다.
“전주님들을 뵙습니다.”
“안녕하세요!”
시아도 자신을 따라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인사 같은 거 하지 마! 우리 사이에 무슨!”
발데르는 가족끼리 그러는 것 아니라며 큼지막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른 시간에 미안하군.”
카룬은 인사를 받으면서도 본인이 실례했다는 듯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헌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라온이 카룬과 발데르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사람이 이곳에 올 이유가 없었기에 그 의도가 궁금했다.
“흠….”
“크흠!”
카룬과 발데르는 서로의 눈치를 보는 듯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라온! 어서 가자!”
시아는 카룬과 발데르가 말을 하지 않자,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 듯 자신의 소매를 잡았다.
-네 누나가 맞느니라! 할 말도 없는 것 같으니 무시하거라!
라스도 놔두고 가라며 시아의 손에 힘을 더했다.
“잠시만 누나. 두 분이 할 말이 있으신 것 같아.”
라온이 라스와 시아를 밀어내고 카룬과 발데르를 바라보았다.
“그럼! 같이 가면 되잖아!”
시아는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말하자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음, 그게 되려나?”
짧게 입맛을 다시며 카룬과 발데르를 바라보았다.
“저희가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는데….”
라온이 어색해하는 카룬과 발데르를 향해 살짝 손을 내밀었다.
“같이 가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