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49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49화(949/965)
제949화
“자아의 방이 여기에 있었습니까?”
라온이 글렌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내리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각해보니 자아의 방에 대한 정보를 모으면서도 방 자체가 어디에 있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았군.’
아리스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자아의 방의 정보를 얻었지만, 정작 중요한 위치는 아예 모르고 있었다.
‘멍청했어.’
자아의 방에 들어갈 생각에 들떠 있기만 했던 자신에게 한숨이 나왔다.
“그래. 자아의 방은 가주전 그것도 이 알현실에 있다.”
글렌은 알현실 내부에 자아의 방이 있다고 말하며 턱을 주억였다.
“내 허가를 받아야만 자아의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
그는 알현실 내부에 자아의 방이 있기에 입장 조건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며 옅은 미소를 그렸다.
“그랬군요.”
라온이 시선을 좌측으로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카룬도 가주전에서 나왔었지.’
카룬이 초월에 올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가주전 앞에서 기다렸던 게 떠올랐다.
“그럼 가자꾸나.”
글렌이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단상을 내려왔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기둥 앞에 서 있던 로엔이 우측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우측의 문.’
단상 우측에는 벽처럼 회색을 띤 문이 세워져 있었다.
좌측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건 자주 보았지만, 이 우측 문을 여는 건 처음이었다.
트윽.
로엔이 조끼의 안주머니에서 황색 열쇠를 꺼내 우측의 문을 열었다.
“들어가십시오.”
그가 옆으로 물러나자, 글렌이 묵직한 걸음으로 문으로 들어갔다.
“광풍전주님도 가시지요.”
“예.”
라온이 로엔에게 목례를 취하고 글렌을 따라 우측의 문을 넘었다.
‘복도?’
문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창문이 없는 복도였다. 오래된 건물 특유의 향이 풍겼지만, 관리를 잘했는지 바닥과 벽에는 먼지 하나 없었다.
-정말 여기가 맞느냐?
라스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시간과 공간의 축이 바뀌는 신비로운 장소라고 하더니,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를 한다고?
‘허술한 게 아니야.’
라온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억지로 이 장소에 들어오려면 대륙 최강자를 꺾어야 한다고.’
자아의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글렌에게 인정을 받은 무인뿐이다. 그를 꺾고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전 차원을 뒤져도 몇 없을 것이다.
-그건 또 그렇군.
라스는 글렌의 무력을 인정하기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며 턱을 끄덕였다.
글렌은 복도 끝에 있는 낡은 문 앞에 섰다. 이 문도 관리는 잘 되어 있었지만, 오래되었는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이곳이다.”
글렌은 자신이 뒤에 따라온 것을 확인하고 낡은 문을 열었다. 기름칠이 잘 된 듯 소리 없이 문이 열리고, 그 내부가 보였다.
‘여기가 자아의 방?’
검을 휘둘러도 벽에 닿지 않을 정도로 넓은 방이다.
바위를 쌓아 올린 듯한 천장에는 꺼지지 않는 등불이 걸려 있었고, 벽과 바닥은 곧 무너질 것처럼 거미줄 같은 금이 그려져 있었다.
정면의 흑색 벽에는 전신 거울 하나가 박혀 있었는데, 이것도 낡아서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많이 낡은 것만 빼면 평범한 방이었기에 정말 이곳이 자아의 방이 맞는가 하는 의심이 피어났다.
“가주님. 이곳이….”
“그래. 자아의 방이다.”
글렌은 이곳이 맞다는 듯 담담하게 시선을 내렸다.
“음….”
라온이 방 전체를 훑어 내리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안 믿기는 모양이구나.”
글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가는 웃음을 흘렸다.
“제가 들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서….”
다시 방을 살피며 앞머리를 긁어내렸다.
“네가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이 천 년 동안 이어진 자아의 방이다.”
글렌은 제대로 온 게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자아의 방은 현세와 다른 시간 축에 닿아 있다는 말을 들어서 특별한 마법이 운용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직접 보니 그저 평범한 방일 뿐이었다.
‘라스. 뭔가 느껴지는 거 있어?’
자신의 감각에 잡히지 않았기에 팔꿈치로 라스를 살짝 쳤다.
-흐으음….
라스가 자아의 방 전체를 둘러보며 짧게 입맛을 다셨다.
-모르겠는데? 정말 여기 맞느냐?
녀석은 아무것도 없다고 중얼거리며 눈썹을 내렸다.
“그래. 뭐가 보이는지 알겠구나.”
글렌은 이제 이해가 된다는 듯 턱을 끄덕였다.
“네가 의심해도 어쩔 수 없다. 내가 아는 자아의 방은 이곳뿐이야.”
그는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로엔이 서 있는 출구를 가리켰다.
“아뇨. 들어가겠습니다.”
라온이 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글렌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자아의 방의 정체가 궁금할 뿐이었다.
“후우.”
탁한 숨을 내쉬고서 자아의 방이라 불리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내부에 발을 디뎠음에도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여전히 평범한 방일 뿐이었다.
‘일단 짐부터 풀어야겠군.’
라온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나딘빵이 들어 있는 보자기를 꺼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자아의 방에서 얼마나 있을지 모르기에 몇 달 동안 먹을 수 있는 나딘빵을 챙겨왔다.
라스는 질색했지만, 이런 장소에서 먹을 식량으로는 나딘빵이 최고였다.
-끄어어억….
라스는 나딘빵이 담겨 있는 보자기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린 채 헛구역질을 해댔다.
-보, 본왕의 앞에서 그 혐오스러운 물건을 치우거라! 보기만 해도 토할 것 같으니까!
녀석은 고무 냄새에 질식할 것 같다며 손을 파들파들 떨었다.
‘냄새는 안 나는데?’
라온이 보자기에 코를 가져댄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각조차 미천하구나! 어떻게 저 냄새를 못 맡는단 말이냐!
라스는 욕을 참고 있는 듯 바드득 이를 갈았다.
“나딘빵인가?”
글렌은 보자기의 형태만 보고도 나딘빵이란 걸 파악한 듯 손을 까딱였다.
“예. 오래 있을지도 모르니, 많이 챙겨왔습니다.”
“그렇게는 필요 없을 게다.”
그는 두세 개면 충분할 거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예. 그게 무슨…?”
라온이 글렌을 바라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시간 축이 바뀌면 이 안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할 텐데, 나딘빵이 두세 개면 된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조금만 지나면 알게 될 게다. 설명도 필요 없지.”
글렌은 자연스럽게 이해할 거라며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음, 내가 시간을 너무 뺏었군.”
글렌이 천장의 등불을 보다가 등을 돌렸다.
“그럼 네가 원하는 길을 찾아서 나오기를 바라마.”
그는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아의 방을 나갔다. 문밖에서 기척이 사라진 것을 보니, 바로 알현실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음….”
라온은 가늘게 흔들리는 천장의 등불을 보며 눈매를 실처럼 얇게 좁혔다.
‘여기가 자아의 방이라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군.’
북망산에 숨겨진 동굴이나, 특별한 지하 공간을 기대했는데, 이렇게 작고 평범한 방에 머물게 될 줄은 몰랐다. 솔직히 김이 빠졌다.
‘아니, 그런 것보다….’
여기서 뭘 해야 하는 거지?
글렌도, 아리스도 그리고 리메르도 자아의 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이 작은 방 안에서 강해질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혹시….’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만화공과 불의 고리를 운용해보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모르겠으면 그냥 잠이나 자자! 어제 네놈이 설쳐서 제대로 못 잤느니라!
라스는 일단 밀린 잠부터 보충하자며 손을 휘저었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만….’
라온이 바닥에 앉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일단 명상부터 하는 게 좋겠어.’
초월에 오른 이후에는 육체적인 수련보다 정신적인 단련이 더 중요했다.
조금씩 명상 시간을 늘리려고 했는데, 이 기회에 명상에 집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네놈이 명상을 하면 머릿속 소리가 울려서 시끄럽단 말이다!
라스는 지루한 명상 따위 하지 말고, 잠을 자자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럼 내가 안 지루하게 해줄까?’
라온이 라스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네놈 따위가? 본왕의 흥미를 끌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라!
라스는 할 수 있으면 해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라스가 심심하지 않게….’
라온이 바닥에 놓아둔 주머니에서 나딘빵을 꺼냈다.
-자, 잠깐만! 생각해보니, 지금이 딱 좋으니라! 전혀 심심하지 않고….
‘응. 늦었어.’
양손을 젓는 라스를 보며 나딘빵을 입에 넣었다. 퍽퍽한 고무 맛이 입안에 묵직한 폭풍을 일으켰다.
-끄어어어억….
심심하다고 중얼거리던 라스는 입에 거품을 문 채 바닥을 뒹굴었다.
-네놈도 고통스러울 텐데 어떻게….
녀석은 눈시울을 붉힌 채 전신을 바들바들 떨었다. 다행히 이제는 심심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먹을 만해.’
맛있는 음식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딘빵도 나름의 맛이 있었다.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이 나딘빵 같은 놈….
라스는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을 하고서 축 늘어졌다.
‘이제 좀 조용해졌네.’
라온은 늘어진 라스를 나딘빵 보자기 옆으로 던진 후 명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
*
*
“…….”
글렌은 오래된 복도를 떠나지 않은 채 라온이 들어가 있는 자아의 방을 지켜보았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로엔이 글렌의 뒤에 서서 허허허 웃었다.
“라온 님이라면 분명 많은 것을 얻어서 돌아오실 테니까요.”
그는 라온을 신뢰하고 있는 듯 확신 어린 어조로 말을 끝맺었다.
“얻어도, 얻지 않아도 상관없다.”
글렌이 눈을 내리감은 채 고개를 저었다.
“라온은 자아의 방이 아니라도 성장할 수 있으니까.”
라온과 카룬의 대련을 보며 확신을 얻었다. 라온은 자아의 방과 상관없이 누구보다도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는 무인의 자질을 가졌다.
자신조차 닿지 못한 인외의 경지. 인과율을 무시한 채 그 끝에 닿을 수 있는 건 오직 라온뿐이었다.
‘물론 그건 라온만의 힘이 아니지만.’
라온의 특별한 재능과 능력에는 친구라 부르는 마왕의 도움이 있었다.
그 아이가 함께 해주었기에 지금의 라온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만나보고 싶군.’
시간이 다 사라지기 전에 마왕을 만나 자신의 손자를 챙겨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고 싶었다.
“그야 물론이지요.”
로엔은 라온이 어떤 상황에서도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기대를 안 할 수는 없군. 자아의 방은 지그하르트의 피가 진할수록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까.”
글렌이 가는 미소를 그리며 자아의 방의 문을 열었다.
타악!
라온이 명상을 하고 있어야 할 어둑한 방은 오래된 책 냄새가 풍기는 작은 서재가 된 채 텅 비어 있었다.
“내 바람일 수도 있지만….”
글렌은 라온이 사라진 방의 문을 다시 닫으며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라온이 꽤나 큰 것을 얻어서 돌아올 것 같아.”
*
*
*
쯧.
라온이 거칠게 혀를 차며 눈을 떴다.
‘안 되는군.’
꽤 길게 명상을 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여전히 텅 비어있는 방에서 거울을 마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명상은 아니라고 했잖느냐!
라스는 본인의 말을 들었어야 한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너는 아이스크림이나 먹자고 했잖아!’
아공간 주머니에 라스를 위한 구슬 아이스크림과 몇 가지 간식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먹을 생각은 절대 없었다.
‘헌데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창문이 없는 곳에 있으니, 시간 감각이 애매하다. 나흘이 지난 것 같기도 했고, 일주일이 흐른 것 같기도 했다.
-무슨 나흘이야! 2주가 지났는데!
라스는 일주일은 한참 전에 지나갔다며 고개를 저었다.
‘2주라고? 나딘빵은 세 개밖에 안 먹었는데?’
-차라리 굶는 게 나아서 네놈을 깨우지 않았느니라!
녀석은 시간만 따지면 2주가 넘었을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데?’
초월자가 되면 어두운 공간에서도 시간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데, 자신과 라스의 시간 흐름이 너무 달랐다.
‘벌써 시간이 뒤틀린 모양이군.’
아무래도 시간과 공간이 바뀐다는 자아의 방의 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럼 검술을 좀 연마해볼까?’
다행히 천장이 높고, 방도 꽤 넓어서 오러만 운용하지 않는다면 검술 수련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럽게 재미없는 것만 하는구나.
라스는 흥미 없다는 듯 하품을 하며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웠다.
‘그럼 네가 흥미 있는 나딘빵을 먹을….’
-아, 아니니라! 흥미 만땅이니라!
녀석은 집중해서 보겠다고 말하며 반짝이는 푸른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이렇게 협박이 잘 먹힐 줄이야.’
앞으로 라스 협박용으로 나딘빵을 한 세트씩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았다.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말해줘.’
라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한 후 제천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가 내리쳤다.
후우우우웅!
기본 검술부터 창궁천뢰까지. 익히고 있는 검술 초식을 모두 펼쳐낸 후 제천검을 내렸다.
‘얼마 안 걸렸군.’
익힌 검술과 묘리가 너무 많아서 처음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하도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얼마 걸리지 않아 모든 초식을 펼쳐낼 수 있었다.
-네놈은 똑같은 검술을 반복하는 게 지겹지도 않느냐?
라스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콧잔등을 찌푸렸다.
‘할 때마다 새로운 기분인데?’
검을 휘두를 때마다 스스로가 성장하는 게 느껴지기에 자신에게 수련은 언제나 재밌고 즐거운 일이었다.
-저 망할 놈의 재능을 뺏었어야 했는데….
라스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한 번 더 해볼까.’
방이 어둡기 때문인지 집중이 잘 된다.
다시 검술 연습을 하기 위해서 제천검을 들어 올리는데, 바람이 분 것처럼 천장의 등불이 훅하고 꺼졌다.
‘음?’
갑자기 왜 불이 꺼진 거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들어 올리다가 거울 속에 있는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뭔가가….’
거울 속에 있는 나에게 이질감이 든다. 금발적안에 검은 수련복을 입고 있었지만, 자신과 다른 사람같았다.
후우우욱!
라온이 미간을 찌푸린 채 거울을 보고 있을 때 등 뒤에서 푸른 덩어리가 떠올랐다.
‘라스…?’
자신의 눈을 통해서만 볼 수 있어야 할 라스가 거울에 비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이해 불가한 상황에 당황하여 한 걸음 물러서는데, 거울 속 자신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설마….’
라온이 입술을 꽉 깨물 때 거울 속 자신의 입매는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