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53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53화(953/965)
제953화
피이이익.
라온이 제천검에 흐르는 핏물을 털어낸 후 쓰러진 파렐을 살폈다.
‘끝났군.’
한쪽 눈의 흑백만 뒤집힌 반푼이 아니마라서 그런지, 파렐은 심장이 터진 후에는 움직이지 못했다. 천천히 호흡을 떨구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다음 단계로 갈 차례인가?’
초대 가주의 세 번째 시험을 기다리며 제천검을 검집에 넣으려고 할 때였다.
우우우우웅!
시간이 되감기는 듯 검격에 무너졌던 왕궁 바닥과 벽이 다시 솟아올랐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던 파렐의 가슴에 새겨진 상처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한 상태로 재생되었다.
“이게 무슨….”
파렐도 본인이 되살아날 줄은 몰랐다는 듯 검흔이 사라진 가슴을 보며 턱을 파르르 떨었다.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당하지 않는다. 확실하게 죽여주마!”
놈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를 갈며 돌진해 왔다.
쩌어어어어엉!
라온은 거칠게 내리꽂히는 파렐의 톱날검을 막아내며 눈매를 찌푸렸다.
‘파렐 본인도 되살아난 이유를 모르는 걸 보면….’
이것도 초대 가주의 안배인가?
파렐을 죽여서 두 번째 시험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초대 가주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 같았다.
“네게 남은 기회는 없다!”
파렐은 다시는 방심하지 않겠다고 외치며 염룡결을 일으켰다.
쿠와아아아아!
톱날검의 검극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화룡이 자신을 집어삼킬 것처럼 쇄도해왔다.
쩌어어어어어엉!
라온은 파렐의 염룡결을 무금향과 염주벽의 연계로 흘려낸 후 제천검을 중단에 세웠다.
“네놈이 무슨 짓을 해도 내 검을 넘어설 수는 없다.”
파렐은 무얼 해도 받아쳐 주겠다는 듯 섬찟한 안광을 번뜩였다.
“한번 죽은 주제에 입은 잘 터는군.”
라온이 노골적인 비웃음을 흘리며 파렐을 향해 적섬삼십육결을 펼쳤다.
“똑같은 검술로 죽여주마.”
파렐은 이번에는 지지 않겠다고 외치며 더 강한 위력의 적섬삼십육결을 뻗어냈다.
우우우우웅!
라온이 자신의 검보다 더 빠르게 들이닥치는 파렐의 적섬삼십육결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이번에도 똑같아.’
적섬삼십육결에 알맞은 검술 묘리를 채워야 해.
적섬삼십육결은 적섬을 가볍게 다듬어 서른여섯 방위를 동시에 찌르는 검술이다. 적섬에 담았던 예검과는 다른 검술 묘리가 필요했다.
‘유검만 더해볼까?’
라온은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서른여섯 방위를 공략하기 위해서 검격과 검격을 이어줄 수 있는 유검의 묘리를 담았다.
후우우욱욱!
유검의 묘리가 깃든 자신만의 적섬삼십육결이 파천의 위력을 담은 파렐의 적섬삼십육결과 격돌했다.
쩌저저저정!
서른여섯 방위로 쏘아진 검격이 같은 위치에서 부딪치며 수천 개의 철근이 바스러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내가 안 된다고 했지?”
파렐은 본인이 펼친 적섬삼십육결이 자신의 검격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이번에는 네놈의 가슴에 구멍이 뚫릴 차례… 어?”
하지만 놈의 웃음은 길게 가지 못했다.
콰드드드득!
시작하는 힘에서는 밀렸지만, 끝까지 서른여섯 방위의 검로를 유지하던 자신의 적섬삼십육결이 파렐의 검격을 뚫어버렸다.
“미, 미친!”
당황하며 뒷걸음질 치는 파렐에게 다가가서 아직 꺼지지 않은 적섬삼십육결의 불길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아!
제천검의 검신에 어려 있던 화염의 칼날이 유려하게 떨어져 파렐의 전신을 휩쓸었다.
“끄으으으….”
파렐은 전신의 급소가 뻘겋게 뜯겨나간 채 뒤로 넘어갔다. 첫 죽음보다 더 처참한 죽음이었다.
“이제 끝났겠지.”
라온이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제천검을 어깨에 걸칠 때 다시 바닥의 균열이 채워지며 걸레짝이 된 파렐의 몸이 빠르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놈이!”
파렐은 이번 죽음의 기억도 남아 있는 듯 톱날검을 쥐고 있는 손을 떨며 바드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갈았다.
“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놈은 이 이상 죽고 싶지 않은 듯 당황한 와중에도 현묘한 보법을 밟아 자신의 좌측으로 짓쳐들어왔다.
치이이이이잉!
파렐이 그어 내리는 톱날검이 꿈결처럼 흩어지며 그 투로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환상과 변화의 극의를 담아낸 라온 지그하르트 류 검술 은검몽이었다.
스르르르릉!
라온이 파렐과 똑같은 은검몽을 펼치며 적의 숨통을 단숨에 가를 수 있는 쾌검의 극의를 일으켰다.
촤아아아아아악!
파렐의 안개처럼 흐릿한 검격이 라온의 목을 향해 떨어지는 순간 가라앉아 있던 제천검이 벼락처럼 떠올라 놈의 목을 베어버렸다. 기다림 속에 극쾌를 담아낸 새로운 은검몽이었다.
“흡….”
파렐은 본인이 베였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한 듯 아주 짧은 신음을 흘리고서 쓰러졌다.
우우우우웅!
다만 놈은 언제 죽었냐는 듯 바로 되살아나 톱날검을 잡고 달려들었다.
쩌어어어어엉!
라온이 무너진 왕국의 천장을 통해 어둑한 새벽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과 연기 사이로 얼굴을 드러낸 달이 아주 조금이지만 내려가 있었다.
‘설마….’
내가 익힌 모든 검술을 만검으로 성장시킬 때까지 이 새벽이 이어지는 건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니, 자신이 익히고 있는 모든 검술이 강화되어야 이 싸움이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러면….’
난 좋은데?
파렐 정도로 강한 무인과 죽고 죽이는 실전을 치를 수 있는 건 아주 큰 기연이다. 이 시간이 계속 이어진다고 하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왜, 왜 웃는 것이냐!”
파렐이 분노한 듯 입매를 비틀었다.
“네가 불쌍해서.”
“뭐? 그게 무슨….”
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네가 얼마나 죽어야 할지 세어 보니까. 조금 안쓰럽더라고.”
라온이 파렐을 향해 제천검을 겨누며 거만하게 턱짓했다.
“딱 천 번만 죽자.”
*
*
*
“후우.”
라스는 재가 된 듯한 회색 땅에 발을 내디디며 탁한 숨을 내뱉었다.
‘길었군.’
나름 빠르게 움직였지만, 바다답게 그 끝이 너무도 멀었다. 자신의 시간 감각으로는 한 달 넘게 걸어서 이 땅에 닿은 것 같았다.
‘지루한 여정이었느니라.’
뒤를 돌자, 먹물처럼 검게 물든 바다는 정화되기라도 한 듯 자신의 머리와 비슷한 푸른 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여길 잘도 걸었군.’
자신이 저 바다를 걷는 행동을 인간으로 치면 불에 달군 돌판을 계속 걷는 것과 같다. 꽤나 힘든 시련이었지만, 신기하게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다.
‘하긴 그게 당연하겠지.’
본왕은 라온 놈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으니까.
라온은 살이 찢어지고, 뼈가 조각나는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도 웃으며 적에게 검을 휘두르는 독종이다. 계속 놈의 싸움을 봐왔기에 이 정도 고통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헌데 여기는 뭐지?’
처음 깨어났던 장소에서 보았던 모래 산처럼 재로 만든 듯한 땅과 산이 보였다.
‘아무래도 저 산으로 가야 할 것 같군.’
색이 바랜듯한 잿빛의 길을 걸어서 회색 산으로 향했다. 그리 멀지 않았기에 얼마 걷지 않아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래 산과는 다르군.’
라스는 산 중턱에 있는 검은 동굴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산 자체가 아니라, 저 동굴 안에서 자신의 영혼을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마계의 냄새. 그것도 가장 깊은 그 땅의 향기인가.’
어둑한 동굴로 들어가며 눈매를 좁혔다. 기이하게도 이 동굴 속에서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추악한 향이 풍겨 나왔다.
쯧.
라스가 짧게 혀를 차고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의 길은 평탄했지만, 자신의 안력으로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시야에 들어오는 건 자신의 손끝과 발끝뿐이었다.
‘보이지 않아도 계속 나아가는 수밖에 없군.’
이 동굴 안에 자신이 원하는 게 있는 건 분명했다. 무엇과 부딪치더라도 이 길을 걸어가야 했다.
라스는 생각을 지운 채 그저 앞으로만 나아갔다.
*
*
*
“짜증이 나는구나.”
라스가 손가락을 세워서 이마를 부여잡았다.
“이 지랄 맞은 길은 언제 끝나는 것이냐!”
바다를 걸을 때보다 더 긴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동굴의 끝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무저갱처럼 이 어둠만이 계속되는 것 같았다.
‘분명 그리 멀지 않았는데….’
처음 동굴에 들어갈 때는 딱히 멀지 않은 곳에서 자신의 운명을 느꼈다. 하지만 몇 달을 걸어온 것 같은데도 끝에 닿을 수가 없었다.
“후우….”
라스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너무도 길다는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돌아가는 건 무리다. 계속 가는 수밖에.’
이제는 돌아가는 것도 늦었다. 이 동굴 속에서 늙어 죽는다고 해도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저벅!
라스는 어둠을 나아가며 한 인간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망할 놈은 잘하고 있으려나?’
라온 지그하르트.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지만, 그 어떤 수하보다도 많은 정을 쌓은 녀석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그 산은 분명 놈을 위해 준비된 공간일 텐데.’
이전의 바다와 이 동굴이 자신을 위해 준비된 곳이라면 그 금빛 모래 산은 라온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너무 멀리 떨어져서 라온의 기척을 느낄 수 없기에 놈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보고 싶었다.
‘사실 안 봐도 뻔하니라.’
더럽게 잘 살고 있겠지.
라온은 자신이 아는 그 누구보다도 생존력이 강한 바퀴벌레 같은 놈이다. 마계에 몸만 던져놓아도 마왕을 쪄먹고 살아남을 녀석이었기에 오히려 자신의 상황까지 안심이 되었다.
‘그 족제비 놈에게 놀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곳에서 힘을 찾아서 나가야 하느니라.’
라온은 장난처럼 느끼고 있겠지만, 자신의 무력은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다.
‘라온 놈에게 빨리고, 강림까지 해서 손해를 보았으니, 힘이 모자를 수 밖에.’
라온에게 능력치와 특성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권능을 소모해야 하지만, 광풍전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강림을 하거나, 인과율을 무시하고 힘을 사용할 때의 충격이 더 컸다.
자신이 아무리 강대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회복 없이 힘을 소모하기만 했기에 이제는 정말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프라이드나 그리드는 물론이고, 그 밑의 녀석들에게도 밀릴지도.’
죽으면 죽었지, 다른 마왕 놈들에게 꿇리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고마웠지.’
이번에 흑탑과의 전쟁을 치를 때 라온은 죽을 위기에 처했음에도 강림이라는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서 본인의 힘으로 끝까지 싸운 녀석에게 조금이지만 고마운 감정이 들었다.
‘그러니 이곳에서 무엇이라도 얻어야 해.’
자아의 방은 라온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문을 열어주었다. 작게나마 힘을 회복할 수 있다는 뜻이니, 초대 가주의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져서라도 꼭 기운을 회복해서 돌아가야 했다.
타악.
새롭게 다짐을 하며 끝없는 동굴을 걸어가고 있을 때 발끝이 무언가에 닿는 게 느껴졌다.
‘음?’
빠르게 눈을 내리자, 라온과 자신을 이곳에 불러들였던 전신 거울이 보였다.
다만 그 안에서 비치는 건 ‘지금의’ 자신이 아니었다.
스으으으으!
푸른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아이가 몸을 일으켰다. 여자인 것 같기도 하고, 남자인 것 같기도 한 아이는 거울 속에서 사이한 웃음을 그렸다.
“늦었느니라.”
청발의 아이는 오래 기다렸다는 듯 눈매를 찌푸리고서 거울 밖으로 나왔다.
“본왕이 회복을 바라기는 했다만….”
라스가 청발의 아이를 노려보며 미간을 깊게 구겼다.
“아주 더러운 방식으로 해주는구나.”
*
*
*
파지지지직!
천공을 가득 채운 뇌전이 검의 형상이 되어 쏟아진다. 창궁천뢰의 절기 천랑성검이었다.
쿠구구구구구!
파렐이 전력을 다해서 창궁검의 절기를 펼쳐냈지만, 벼락의 검은 하늘을 부수고 놈의 몸통을 뚫어버렸다.
“끄으으!”
파렐은 시꺼멓게 뚫린 가슴의 구멍을 보며 숨을 헐떡였다.
“빌어먹을….”
그는 절망이 차오른 눈동자를 띄운 채 뒤로 넘어갔다. 심장이 아예 녹아내렸기에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위력은 충분했지만, 시전 시간이 너무 길어.”
라온이 벼락이 떨어진 땅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다음에는 쾌검을 넣어볼까?’
말이 씨가 된다고 정말 파렐과 천번에 가까운 생사결을 벌이며 만화공의 검술부터 최근에 배운 창궁천뢰까지. 자신이 익힌 모든 검술에 만검의 묘리를 채웠다.
검술이 성장한다는 기쁨에 아무리 싸워도 지치지를 않았다. 그저 어떻게 해야 더 나은 검술을 펼칠 수 있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생각만 떠올랐다.
‘다시 적섬으로 가볼까?’
창궁천뢰의 절기까지 펼쳤으니,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적섬을 바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떤 방식으로 개선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전과 달리 파렐의 상처가 재생되지 않았다.
‘설마….’
라온이 정말 죽은 듯 움직이지 않는 파렐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끝난 건가?’
파렐이 더는 되살아나지 않는 것을 보니, 지금 자신의 경지가 초대 가주의 마음에 찬 것 같았다.
“일검이라니, 역시 대단하네.”
보라색 로브의 여성은 대단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건 아예 차원이 다르군….”
죽어가던 왕도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잠깐….’
라온이 파렐의 시체를 다시 살피며 눈매를 찌푸렸다.
‘초대 가주는 이놈을 보자마자 일검에 죽여버린 건가?’
지금의 상황은 과거의 재생이다. 보라색 로브의 여성의 말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초대 가주는 파렐을 보자마자, 일검에 베어버린 것 같았다.
“곧 해가 떠오를 거야. 몬스터들이 약해질 테니, 지금 움직이자.”
보라색 로브의 여성은 어서 학살극을 막자고 외치며 왕궁 밖으로 날아올랐다.
“고, 고맙네.”
왕은 힘이 다 빠진 웃음을 흘리며 손을 내렸다.
“이 빚은 죽어서도 갚겠네. 그리고 그는….”
그가 중요한 말을 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낮출 때 어둠을 지우는 태양이 떠올랐다.
우우우우우웅!
태양에서 흐르는 빛이 기둥처럼 내려와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지워버렸다.
‘이번에는 뭐지?’
눈앞에 존재하던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을 보니, 초대 가주의 두 번째 시험이 끝난 것 같았다.
‘긴 것 같기도 하고 짧은 것 같기도 하네.’
시간의 흐름을 알 수가 없기에 하루를 보낸 것 같기도 했고, 일년이 흐른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확실한 게 하나 있지.’
내가 강해졌다는 것.
오러나, 육체 능력이 상승한 건 아니지만, 검술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고,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어 무학적인 경지 자체가 급격히 상승했다.
얼마나 변했는지 기대가 되어 빨리 현실로 돌아가 검을 휘둘러보고 싶었다.
치이이이이잉!
라온이 허공에 검술 연습을 하고 있을 때 떠오른 태양이 하늘의 중심에 섰다.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햇볕에서 육체와 영혼을 녹여버릴 듯한 무시무시한 열기가 쏟아져 내렸다.
화아아아악.
너무도 강대한 열기에 어지러워서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전신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리고, 팔과 다리에서 힘이 탁 풀렸다. 몇 분만 더 있으면 이대로 질식해 쓰러질 것 같았다.
‘이, 이건 또 뭐야….’
만검을 조금 깨닫자마자, 태양의 열기가 자신을 짓누르다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태양을 베어버리라는 건 아닐 테고. 대체… 아!’
눈을 가늘게 떠서 금빛 태양을 보고 있으니, 과거의 일 하나가 떠올랐다.
‘발칸 님의 숯가마!’
처음 만화공을 익힐 때 발칸의 숯가마에서 열기를 끌어모았던 일이 생각났다. 초대 가주는 저 지독할 정도로 뜨거운 태양을 이용하여 만화공의 경지를 끌어 올려줄 생각인 것 같았다.
‘무엇을 위해서 이런 안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억지로 입술을 말아 올리며 태양 아래에 앉았다. 피부를 녹이는 듯한 열기를 견디며 천천히 눈을 내리감았다.
‘고맙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제 복수를 위해서.
라온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극성의 만화공을 운용했다. 탁한 숨을 내쉬는 그의 주변으로 지옥불보다도 독한 열기가 스멀스멀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