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55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55화(955/965)
제955화
라온은 모래 산을 걸어 내려가며 오른손을 펼쳤다.
화아아아아.
만화공을 운용하자, 손아귀 위로 조금 더 짙어진 금색 불꽃이 타올랐다.
‘만화공이 성장할수록 불꽃의 색이 황금빛을 띠는 건가?’
판별식에서 처음 초대 가주의 기억을 엿보았을 때 그의 불꽃이 짙은 황금빛이었던 게 떠올랐다.
‘그게 검사의 완성형이겠지.’
초대 가주는 만화공과 불의 고리를 모두 완성하여 초월조차 넘어선 게 분명했다.
‘나는 언제쯤 그곳에 닿을 수 있으려나. 아니, 근처에 갈 수나 있을까?’
자신이 느끼기에 라스와 글렌도 초대 가주의 경지에는 닿지 못한 것 같았다. 무학적인 부분이라기보다 존재 자체의 격이 달랐다.
오황오마의 초월자들에게도 닿지 못한 자신이 초대 가주의 경지에 오르는 건 요원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라온이 손아귀 위로 타오르는 불꽃을 접으며 입맛을 다셨다.
‘만화공과 글래시아의 균형이 무너졌군.’
처음 라스에게 글래시아를 얻었을 때를 제외하면 언제나 만화공과 글래시아의 경지를 동등하게 맞췄었다.
만화공의 열기와 글래시아의 냉기가 서로 상극이기에 조심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그 균형이 비틀어졌다.
‘한동안 불꽃을 조절하기 힘들지도 모르겠군.’
만화공은 10성이 되었고, 글래시아는 아직 9성의 끝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강대한 열기를 통제하려면 꽤 고생해야 할 것 같았다.
‘음?’
라온이 앞으로의 전투 방식을 생각하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제는 모래가 아프지 않네.’
이 산을 오를 때와 다르게 내려갈 때는 황금빛 모래가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그저 발이 푹푹 빠지는 게 전부였다.
‘그럼 빠르게 움직이는 게 좋겠군.’
체력과 정신력의 시험도 끝났기에 이 모래 산에 오래 머물 필요는 없었다. 보법을 밟으며 빠르게 모래 산을 내려갔다.
‘라스를 따라잡아야 하니까.’
높은 산 위에 있었음에도 라스가 지나간 바다의 끝을 볼 수가 없었다.
라스를 따라가려면 긴 시간이 걸릴 테니,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타아악.
라온은 모래 산을 미끄러지듯이 내려가 처음 자아의 방에 들어왔을 때 누워 있었던 어둑한 땅으로 향했다.
우우우우웅!
검은 땅에 발을 딛자, 그림자를 덮은 듯 새까맣던 땅이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또 무언가가 일어나는 건가?’
다만 아무리 기다려도 바닥의 색이 변한 것 외에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것도 라스 때문이겠지.’
자신의 생각으로는 이곳이 자아의 방의 입구이자 출구가 되는 곳인데, 라스가 끼어들며 문이 막힌 것 같았다.
‘이 상황이 도움이 될지, 손해가 될지 모르겠군.’
라온이 피식 웃으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나한테는 도움이 안 되더라도, 라스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좋을 텐데.’
라스는 매번 ‘너무 빨아먹는다.’, ‘등골이 휜다.’, ‘이제는 뼈밖에 남지 않았다.’라고 떠들지만 자신이나, 광풍전이 위험에 처하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본인의 권능을 꺼낸다.
자신이 본 사람 중에서도 가장 선하고 정이 많은 녀석이었기에 이곳에서 조그마한 힘이라도 얻기를 바랐다.
‘물론 많이 얻으면 나도 같이 좀 같이 먹고.’
라온이 ‘왜 네놈이 처먹는 것이냐!’라고 외치는 라스를 떠올리며 푸른 바다 위로 올라갔다.
‘시원하군’
뜨겁게 달군 모래와 숨을 쉬지도 못할 정도로 지독한 열기를 견뎠기 때문일까, 바다에서 피어나는 차디찬 냉기가 반갑게 느껴졌다.
‘잠깐. 시원한 정도가 아닌데? 이거 설마….’
푸른 바다의 표면에서 굉장히 익숙한 느낌이 든다. 글래시아의 냉기. 이 바다에 퍼진 기운은 라스의 서리였다.
‘그 솜사탕 녀석. 바다를 날아가면서 무슨 짓을 한 거지?’
대체 무얼 했기에 이 바다 전체가 녀석의 냉기로 물들었는지 모르겠다.
‘허술한 건 여전하다니까.’
라온이 피식 웃으며 바다 위를 걷다가 우뚝 멈춰 섰다.
‘냉기의 바다라….’
이 바다 전체가 글래시아의 냉기로 물들어 있다면 이동하면서 그 기운을 흡수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충분히 가능해. 아니, 해야 해.’
바다에 깃든 냉기 자체가 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넓은 바다 전체에 퍼져 있기에 이동하면서 냉기를 흡수한다면 글래시아의 성취를 크게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우우우웅.
라온이 전신에 차오른 만화공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단전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글래시아의 서리를 끌어냈다.
화아아아아아!
글래시아를 운용하자, 바다에 흐르는 냉기가 자신의 발끝으로 스며들어 전신의 마나 회로를 순환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움직이면 되겠군.’
자신의 몸에 깃든 냉기도, 이 바다에 퍼진 냉기도 모두 라스의 것이었기에 다루는 게 어렵지 않았다.
‘역시….’
라스와 똑같은 색을 띤 바다를 굽어보며 입맛을 다셨다.
‘라스가 복덩이라니까.’
라온은 라스를 어떻게 놀려줄까를 생각하며 차분히 바다를 나아갔다.
*
*
*
고오오오오!
흑발흑안의 사내가 허공을 계단처럼 밟으며 세계수 위에서 내려온다.
그의 움직임은 숙련된 무희의 춤을 보는 듯 우아하면서도, 며칠을 굶주린 짐승처럼 사납게 느껴졌다.
“네 영혼을 형상화한 게 이 얼어붙은 나무인가?”
흑발흑안의 사내가 뒷짐을 진 채로 푸른 세계수를 돌아보았다.
“아름다우면서도 고고하군. 너와 잘 어울리는구나. 물론….”
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세계수의 밑동에 손을 얹었다.
파드드드득.
흑발흑안의 남자 손에 닿은 세계수의 밑동이 천 년의 시간이 흐른 것처럼 회색 가루가 되어 바스러졌다.
“속이 시꺼멓게 물든 것도 똑같겠지.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이들을 버리고, 그 자리에 오른 쓰레기의 왕답게 말이야.”
그는 회색으로 녹아내린 세계수의 중심을 바라보며 사이한 웃음을 흘렸다.
“그 주둥아리 닫거라.”
라스가 핏줄이 서도록 주먹을 말아쥐었다. 저 남자가 자아의 방이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참고 있기가 힘들었다.
“레이지.”
흑발흑안의 남자가 가진 이름은 레이지. 자신 이전에 군주의 옥좌에 앉았던 고대의 마족이었다.
“당대의 마왕께서 이 미천한 놈의 이름을 불러주다니, 영광이로군.”
레이지는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중얼거리며 허리를 굽혔다.
“얼굴이 좋아 보이는데? 새로운 부하들까지 네 성장을 위한 제물로 바친 건가?”
그가 비꼬듯이 입매를 틀어 올렸다.
“주둥아리 닥치라고 했잖느냐!”
라스가 성난 포효를 내지르며 레이지에게 쇄도했다. 퍼렇게 번뜩이는 손아귀에서 섬뜩한 냉기가 뻗어나갔다.
“빨리 흥분하는 성격은 여전하구나.”
레이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손을 세웠다. 그의 손아귀에서 피어나는 회색 기운이 라스의 냉기와 정면에서 격돌했다.
쿠와아아아아앙!
푸른 빛과 회색 빛이 격렬하게 부딪치며 설원의 눈꽃들이 모조리 갈리고, 얼어붙은 세계수의 가지가 부러져 나갔다.
“하긴 그게 맞겠지. 너를 따르는 수하들을 버리고 옥좌에 오른 왕의 성격으로는.”
레이지는 분노라는 이름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전부 다 네놈 때문이잖느냐!”
라스가 이를 바드득 갈며 손아귀를 펼쳐 레이지의 얼굴을 후려쳤다.
쿠와아아아아앙!
손끝에 어린 냉기를 증폭시켜 레이지의 전신을 얼려버렸다.
놈은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하고, 하늘까지 솟아오른 얼음 기둥 속에 갇혀버렸다.
“흐음….”
레이지가 얼음 속에 묻힌 채로 가느다란 웃음을 흘렸다.
“분명 나와 싸울 때보다 강해지기는 했어. 하지만 예상한 만큼은 아니로군. 어디서 또 호구 짓이라도 한 건가?”
그가 실망스럽다는 듯 눈매를 찌푸리자, 회색 기운이 피어나 얼음 기둥을 바스러뜨렸다.
‘깨지지 않는 얼음을 부수다니, 저 지랄 맞은 힘은 여전하군.’
라스가 레이지의 주변에서 피어나는 회색 빛의 기운을 살피며 눈매를 찌푸렸다.
‘붕괴의 권능.’
자신이 모든 것을 얼리는 냉기를 지니고 있듯이 레이지는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붕괴의 힘을 지니고 있다.
그의 회색 기운에 닿는다면 자신조차 부서지게 될 것이다.
“쓰레기의 왕 따위가 아니라, 분노의 군주가 된 너와 싸운다는 생각에 기대했는데, 실망스럽구나.”
레이지 아쉽다는 듯 허공을 보며 입맛을 다시다가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쿠와아아아앙!
그는 방심하고 있을 때 끝을 내겠다는 듯 찰나의 순간에 자신의 뒤로 파고들어 붕괴의 기운을 뻗어냈다.
“그럴 줄 알았다.”
라스가 콧잔등을 구긴 채 몸을 돌렸다. 쇄도해오는 레이지의 기운을 향해 글래시아의 냉기를 흩뿌렸다.
쿠와아아아아아앙!
우산처럼 펴지는 서리와 창처럼 쏘아지는 붕괴가 격돌하며 무시무시한 충격파를 일으켰다.
대지가 거미줄의 형태로 갈라지고, 은빛 하늘에 새까만 균열이 돋아났다.
“나를 죽인 냉기로구나!”
레이지가 비틀어진 웃음을 그리며 등 뒤로 거대한 붕괴의 기운을 끌어냈다.
“이번에는 내가 네놈을 죽이고 그 몸을 받아 가겠다.”
“이미 뒈진 놈이 가기는 어딜 간단 말이냐! 누구에게 무엇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라스가 서슬 퍼런 냉기를 일으키며 레이지가 펼쳐낸 붕괴의 기운을 밀어냈다.
“다시 죽여주마. 아니, 네놈은 수십, 수백 번을 뒤져도 모자라느니라!”
언제나 가라앉혀 두었던 자신의 힘을 개방했다. 푸른 마왕의 분노. 이 세계의 모든 분노를 응집시킨 권능을 두 손 위로 끌어냈다.
“지금 네놈의 무력으로는 무리다!”
레이지가 가는 웃음을 흘리며 붕괴의 기운을 응집시켰다. 회색 기운이 둥글게 회전하여 오브의 형태를 갖췄다.
파아아아아앙!
레이지가 소환한 오브에서 회색 빛줄기가 뿜어져 나와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쿠구구구구!
얼어붙은 세계수가 시꺼먼 구멍이 난 채 꺾이고, 그 나무를 담고 있던 천지가 뒤흔들렸다.
레이지가 지닌 붕괴의 권능은 이 공간 자체를 무너뜨릴 힘을 지니고 있었다.
“네놈의 말대로 본왕은 약해졌느니라. 하지만 그 덕에 얻은 것들도 있다!”
라스의 검게 그을린 허공에서 달빛으로 벼린 듯한 은색의 마검을 꺼내 들었다.
“호구 짓을 했냐고? 아니, 본왕은 미래에 투자를 했을 뿐이다.”
자신 이상의 고생을 하고 있을 라온을 떠올리며 마검을 그어 내렸다.
치아아아아앙!
마검에서 뻗어 나온 은빛의 냉기는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붕괴의 힘마저 새하얗게 얼려버렸다.
“본왕은 돌아갈 것이니라. 그 망할 놈에게 갚아줄 게 많으니까!”
“어딜 가겠다는 것이냐! 네놈이 묻힐 곳은 바로 이 쓰레기장이다!”
라스와 레이지가 동시에 땅을 박치고 각자기 지닌 권능을 일으켰다.
전대 마왕과 당대의 마왕이 쌓아 올린 분노가 격돌하며 새하얀 세계가 검푸른 빛으로 물들었다.
쿠와아아아아앙!
*
*
*
라온이 끝이 없는 바다를 나아가며 입술을 살짝 말아 올렸다.
‘이래도 되는 건가?’
너무 편한데?
모래 산을 걸어서 올라갈 때는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를 느꼈고, 초대 가주와 대련할 때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의문을 느꼈으며, 반푼이 아니마 파렐과 생사결을 벌일 때는 심장이 뚝 떨어질 정도의 섬뜩함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태양의 열기를 견딜 때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피부와 뼈가 모조리 녹아내리는 듯한 통증 때문에 정말 죽음까지 각오했었다.
‘그에 비해서….’
지금 자신은 바다를 뛰어가는 것만으로 글래시아의 성취를 올리고 있었다. 너무 편하게 힘을 얻는 중이라 이래도 되나 싶다.
‘이걸로 10성의 벽을 넘지는 못하겠지만, 근처까지는 갈 수 있을지도.’
바다를 걷는 것만으로 글래시아의 성취를 올릴 수 있기에 자아의 방을 나갈 때까지 이대로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음?
라온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리며 바다를 나아가고 있을 때 수평선 안쪽에서 모든 것이 타버린 듯한 회색의 땅이 보였다.
‘저곳이 바다의 끝인가?’
라스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저 섬에 녀석이 있는 것 같았다.
타악.
라온이 아쉬운 미소를 그리며 바다에서 나와 회색의 땅에 내려섰다.
‘라스의 기운은… 저 산이로군.’
섬의 중앙에 솟아오른 회색 산에서 라스의 기척이 느껴진다. 이곳에 도착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대로 가면 생각보다 빨리 만나겠는데?’
라온이 짧게 입맛을 다시며 라스의 향이 느껴지는 산을 향해 걸어갔다.
‘크네. 다만 다 타버린 것 같아.’
큼지막한 산은 이미 생을 다하고 재만 남은 듯 회색빛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다행히도 라스의 기척은 산 자체가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새까만 동굴에서 느껴졌다.
‘어디….’
라온이 재가 묻은 손을 털어내고, 동굴의 앞에 섰다. 너무 어두워서 안이 잘 보이지 않는 기이한 장소였다.
‘시각을 차단하고 걸어가는 건…어?’
다만 조금만 걸어서 들어가자, 자수정 동굴처럼 주변으로 은은한 빛이 피어나고 있었다.
‘이 빛은….’
라스의 냉기 같은데?
동굴 안에 떠 있는 빛의 알갱이들은 바다의 냉기보다도 더 짙은 서리의 기운을 지닌 채 퍼렇게 반짝이고 있었다.
‘설마 여기에서도?’
바다에서 냉기를 흡수했듯이 이곳에서도 글래시아의 경지를 끌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라스 녀석 더럽게 잘 흘리네. 아니, 잠깐 흘리는 게 아니라, 원래 이런 곳인가?’
라스가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이렇게 본인의 기운을 흘리고 다닐 리가 없다. 자아의 방이니, 이곳은 처음부터 이런 장소일 가능성이 컸다.
‘이 자식 편하게 살았네.’
라온은 눈썹을 살짝 내린 채 점점 더 밟아지는 푸른 빛의 동굴로 들어갔다.
*
*
*
라온이 점점 좁아지는 듯한 동굴의 기척을 느끼고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고오오오오.
글래시아에 집중하며 걷다 보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걷고, 냉기를 흡수하고, 걷고 흡수하고의 반복이었다.
‘지루하기는 하지만 덕분에 글래시아의 성취가 급격하게 올랐어.’
바다뿐만이 아니라, 이 동굴에서도 계속 냉기를 흡수한 덗분에 글래시아의 성취가 크게 올라갔다.
10성의 단계를 넘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만화공과의 균형을 맞출 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역시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따라다니면 열매 하나라도 떨어진다니까.’
라온이 웃으며 계속 동굴을 나아가고 있는데, 눈앞에 무언가가 비쳤다.
‘거울?’
처음 자아의 방에 들어왔을 때 보았던 전신 거울이 눈앞에 세워져 있었다.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설마 출구인가?’
거울에 손을 뻗으려다가 우측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시선을 돌렸다. 어린아이가 쓰러진 듯 작게 파여있는 땅 위로 푸른 구슬이 떠올라 있었다.
‘이게 뭐지?’
나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서 구슬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파란 구슬에 손이 닿자, 자신의 손가락 끝으로 거대한 냉기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갑작스럽게 흡수된 냉기는 본래부터 자신의 힘인 것처럼 글래시아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단전으로 흘러갔다.
“하….”
라온이 벼락처럼 순환하는 글래시아의 냉기를 느끼며 헛웃음을 흘렸다.
‘뭐야 이게! 왜 이렇게 다 쉬운 것만 있는 건데!’
죽을 고생을 하고 내려온 자신과 달리 라스가 받은 시험은 지루하기만 할 뿐 아이도 통과할 정도로 쉬웠다. 당황스러워서 눈썹이 저절로 올라갔다.
“꿀만 빨았네. 이러면 어쩔 수 없지.”
라온이 솜사탕 라스가 비치는 듯한 거울을 바라보며 길게 입맛을 다셨다.
“양심 있게! 딱 팔십 퍼센트만 뺏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