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62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62화(962/965)
제962화
“으음….”
글렌이 가늘게 떨리는 손을 내리며 다시 라온을 바라보았다.
‘크게 변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예상을 한참 넘어섰군.
자아의 방은 지그하르트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장소이기에 지금까지 저 안에 들어간 검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자아의 방에 들어간 모두가 무력적으로 강해져서 나오지는 않는다.
카룬이 아이들에게 설명 해주었듯이 오랜 시간 동안 벽에 막히지 않았던 검사들은 자아의 방에 들어갔음에도 아무런 변화도 없이 나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 때문에 그랜드 마스터나, 초월의 벽 앞에 선 검사들만이 자아의 방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임시적인 규정이 만들어졌다.
‘물론 저 아이는 달랐지만.’
라온이라고 해도 초월을 넘어설 벽에 닿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에 그의 의지에 따라 자아의 방에 들여보냈는데, 이런 결과가 벌어질 줄은 몰랐다.
‘보기만 해도 알겠군.’
글렌이 라온의 고요한 눈빛과 깊게 가라앉은 오러를 느끼며 헛바람을 흘렸다.
‘오러의 양과 밀도가 급격히 상승했고, 근육의 질도 변했어. 거기다….’
검술의 경지까지 오른 것 같군.
라온이 서서 대화하는 자세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저 아이는 오러와 육체만이 아니라, 무학적으로도 큰 성장을 이루고 돌아왔다.
‘자아의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자아의 방에 들어간 검사들은 벽을 깨고 다음 경지로 나아가며 전체적인 성장을 이룬다.
하지만 라온은 경지의 벽을 부수지도 않았는데, 육체와 오러 그리고 검술까지 성장해서 돌아왔다.
지그하르트의 역사를 모두 살펴도 거의 유일한 경우였다.
‘벽을 깨지 않았지만, 벽을 깬 수준으로 강해지다니….’
너는 나를 매번 놀라게 하는구나.
자아의 방에 들어가기 전 라온은 카룬과 호각이었고, 희극제를 제외한 신주오령의 수장들과 비슷한 수준의 무력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라온은 아예 격이 달라진 것 같았다.
‘오황오마에 닿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 바로 아래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아.’
오황오마 다음으로 신주오령을 쳐주지만, 실제로 두 세력의 수장들 사이에서는 큰 힘의 격차가 존재한다. 신주오령이 처음부터 하나로 모인 이유도 오황오마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내 손자지만, 괴물이라는 말 밖에 나오질 않는군.’
라온은 자아의 방에 들어간 것만으로 그 넓은 바다의 절반을 넘어섰다.
‘아직은 모자라지만, 조금만 더 경험과 힘이 쌓인다면 닿을 수 있겠지.’
아직 라온의 무력으로 오황오마의 수장을 상대할 수 없다.
다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그 위치에 오를 것 같았다.
‘음….’
글렌이 버렌과 마르타, 루난과 대화를 나누는 라온을 보며 눈매를 실처럼 가늘게 좁혔다.
‘저 아이를 보면 볼수록 기분이 이상하군. 심장이 따끔거리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자신도 정확히 느낄 수는 없지만, 라온의 무력만이 아니라, 영혼 속 무언가도 변한 것 같았다.
수도승처럼 생과 사에 초연한 느낌. 자신조차 아직 가지지 못한 기이한 흐름이 라온의 주변을 휘도는 것 같았다.
인간이 지닐 수 없는 괴이한 느낌이었지만, 딱히 사이한 기질은 느껴지지 않았다. 라온에게 도움이 되는 능력인 건 분명했다.
“크흠!”
글렌은 오랜만에 본 손자의 상태를 모두 확인한 후 큼지막한 헛기침을 뱉었다.
“나중에 이야기 하자.”
라온은 글렌의 헛기침을 듣자마자, 대화를 나누던 버렌, 마르타, 루난을 뒤로 하고 단상 앞으로 걸어갔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라온은 무사히 여정을 마치고 돌아왔다고 말하며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혔다.
“많은 수확이 있었던 모양이구나.”
글렌은 눈빛 속에 어려있는 놀라움과 대견함을 숨기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많은 수확 정도가 아닌듯합니다….”
카룬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10년 넘게 수련하고 돌아왔다고 해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니까.”
그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헛웃음을 흘렸다. 질투나 질시 같은 게 아니라, 너무도 큰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자아의 방이 준비한 여러 가지 시험을 통과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성장해 있더군요.”
라온은 모래 산에서 치렀던 시험들을 떠올리며 옅게 웃었다.
“여러 가지 시험?”
“한 가지가 아니었나?”
글렌과 카룬이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처음에는 오러 없이 뜨거운 모래 산을 오르며 체력과 정신력, 육체를 키우는 시험을 치렀고, 그 다음에는 검술과 실전, 마지막에는 오러를 키우는 시험을 치렀습니다.”
라온은 자아의 방에서 있었던 시험들을 하나씩 설명해주었다. 물론 라스에 관한 부분은 제외했다.
“…검술은 어떤 시험을 치렀지?”
카룬은 자세한 시험의 내용이 궁금한 듯 한 발 옆으로 다가왔다.
“만검을 익힌 금발적안의 검사와 대련을 했습니다. 방식은….”
라온은 초대 가주라는 말은 하지 않고, 그가 준비했던 시험의 방식만을 말해주었다.
“그런 대련을 치렀기에 지금의 검기가 느껴지는 건가.”
카룬이 놀랍다는 듯 검병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떨었다.
“금발적안이라고…?”
글렌은 수련 방식보다 수련을 시켜준 초대 가주에게 관심이 돋은 듯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혹시 그 검사의 검을 기억하느냐?”
“예. 은빛 검신에 금박이 불꽃 형태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검의 형태는….”
라온이 손가락을 들어서 자아의 방에서 보았던 초대 가주의 검을 설명 해주었다.
“역시 이어져 있었나….”
글렌은 이제 의문이 풀렸다는 듯 무겁게 끄덕였다. 그의 입꼬리가 떨리고, 뺨에 홍조가 스며들었다.
“가주님?”
카룬은 글렌의 감정 변화를 느끼고, 멍하니 눈을 끔벅였다.
“음, 내가 너무 질문만 한 모양이로군. 그래. 긴 시간을 보내서 피곤할 테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거라.”
글렌은 나중에 다시 말하자며 손을 저었다.
“알겠습니다.”
라온이 글렌에게 고개를 숙이며 얇게 입맛을 다셨다.
‘역시 가주님은 초대 가주에 대해 알고 계시는 모양이로군.’
글렌은 지그하르트의 당대 가주답게 초대 가주에 관한 정보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인사를 끝냈으면 빨리 가자꾸나!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으니라!
라스는 별관으로 돌아가서 집밥을 먹자며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
‘잠시만, 아직 할 말이 남았어.’
라온이 시선을 돌려서 좌측에 서 있는 카룬을 바라보았다.
“제가 자아의 방에 들어가기 전에 했던 약속 기억하시죠?”
“물론이다.”
카룬이 놀란 눈빛을 가라앉힌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하시겠습니까? 저는 내일이라도 좋습니다.”
라온은 자아의 방에서 얻은 성취들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말하며 손끝에 힘을 주었다.
“지금은 괜찮지만, 곧 피로가 몰려올 것이다. 서로 몸 상태를 끌어 올려서 다음 주 주말에 붙도록 하지.”
카룬은 다음 주에 만전의 상태로 대련을 치르자고 말하며 손을 까딱였다.
“알겠습니다.”
좋다고 말하고서 다시 글렌을 바라보았다.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라온은 글렌에게 고개를 숙인 후 버렌, 마르타, 루난과 함께 가주전을 나섰다.
“…….”
“…….”
글렌과 카룬은 라온이 나간 알현실의 문을 바라보며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많이 변한 것 같군요.”
카룬이 주먹을 말아쥔 채 입술을 깨물었다.
‘그것도 내가 이기지 못할 정도로.’
초월에 오른 감이 말해준다. 자아의 방에 들어가기 전 라온과 지금의 라온은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대련은 변수가 많기에 직접 싸워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현재의 라온이 자신의 경지를 뛰어넘은 게 확실했다.
“그래. 네가 느낀 그대로다.”
글렌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라온의 성장이 기쁜 듯 입꼬리를 더 강하게 떨기 시작했다.
“헌데 라온의 시험에 나왔다는 금발적안의 남자는 누구입니까? 혹시 저희 가문의….”
카룬은 경악을 담고 있던 글렌의 표정을 떠올리며 입술을 뗐다.
“초대 가주님이시다.”
글렌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초, 초대 가주….”
카룬이 어금니를 깊게 씹은 듯 그의 뺨에 두꺼운 힘줄이 돋아났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글렌이 알현실의 천장을 올려보며 짧은 숨을 내뱉었다.
“라온의 오러 연공법은 초대 가주님이 남기신 만화공이다. 천 년 동안 그 누구의 손길도 거절하던 연공법이 스스로 라온을 선택했지.”
만화공이 내려와 라온의 손에 잡히던 순간을 떠올리며 시선을 내렸다. 카룬의 열등감이 완전히 사라졌기에 이제는 이 묵혀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다.
“그랬군요. 그래서….”
카룬은 이제야 라온의 성장과 강함이 이해된다는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망한 것 같기도 했고, 분한 것 같기도 했으며, 기뻐하는 것 같기도 했다.
“라온이 한층 더 높은 곳에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네 경지도 넘어섰지.”
글렌이 라온이 서 있던 자리를 보며 두 손가락을 모았다.
“다만 네 검의 길이 이곳에서 끝난 것은 아니다. 다시 네가 앞서지 못할 이유도 없다.”
“위로해 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매일 같이 성장하는 괴물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건 저도 알고 있으니까.”
카룬은 쉽지 않다는 듯 침음을 삼켰다.
“너를 위로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글렌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초월의 경지는 오묘하다. 초월자가 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애송이가 상위권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수십 년 동안 최하위권에 머물던 무인이 단숨에 최상위의 강자가 되기도 하지.”
그는 초월의 영역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계라며 손가락으로 허공에 작은 점을 찍었다. 점이 선이 되고, 면이 되며 날카로운 검의 형상을 갖췄다.
“지금의 너라면 분명 할 수 있을 것이다.”
글렌은 카룬을 믿고 있다는 듯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음….”
카룬은 진심이 어린 글렌의 조언에 감격한 듯 입술을 꾹 내리눌렀다.
“라온과 대련을 한 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는 그 이후에 할 말이 있을 것 같다며 고개를 숙인 후 알현실을 떠났다.
“…….”
글렌은 카룬이 알현실을 나가자마자, 머리를 깊게 숙인 채 전신을 떨었다.
“허허허.”
로엔이 허허로운 웃음을 흘리며 단상 아래에 섰다.
“이거 경사가 겹쳐질지도 모르겠군요.”
그는 기분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글렌이 분하다는 듯 목소리를 떨었다.
“어떻게! 그리 대단한 것이냐! 또 성공을 해서 돌아오다니!”
그는 두 발을 들어 올린 채 참고 있던 포효를 터트렸다.
“거기다 초대 가주님의 선택까지 받다니! 역시나 내 손자다!”
글렌은 라온이 너무도 사랑스럽다는 듯 쿵쿵거리며 발을 굴렀다.
“허허허….”
로엔이 기막을 쳐서 소리와 진동을 막으려고 했지만, 과하게 흥분한 글렌은 힘 조절을 하지 못하고, 가주전을 내려앉힐 듯한 충격을 일으켰다.
우우우우우우!
가주전에 있는 사람들은 짐승이 우는 듯한 괴음에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달려나갔다.
*
*
*
“미안하다. 좀 늦었어.”
라온이 버렌, 마르타, 루난에게 고개를 숙였다.
“너 대체 얼마나 강해져서 돌아온 거냐?”
버렌이 궁금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맞아. 말 좀 해봐! 가주님이랑 중무전주님의 표정이 살벌했다고!”
마르타는 빨리 말하라며 팔꿈치로 허리를 찔렀다.
“초월을 초월한 거야…?”
루난은 정말 초월을 넘어섰냐며 눈을 끔벅였다.
“강해진 건 맞지만, 그 정도는 절대 아니야.”
라온은 오해라고 말하며 두 손을 저었다.
“그, 그럼 혹시 오황오마 수준으로는….”
마르타가 기대감 어린 눈빛을 띄운 채 다가왔다.
“아쉽지만, 닿지 못했어.”
라온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 혼자서는 이길 수 없을 거야.”
자신이 큰 성장을 이뤘고, 라스의 전력을 막아낸 건 사실이지만, 그건 백 번 동안 같은 공격을 해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녀석이 다른 방식으로 공격한다면 막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의미 없는 건 아니지.’
무력적인 성장은 물론이고 다른 것도 얻었으니까.
생명을 지닌 존재인 이상 죽음을 앞에 두면 자연스럽게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아무리 강한 무인이라고 해도 본래의 실력을 낼 수가 없는데, 자신은 백 번 동안 죽으며 공포와 두려움을 이겨냈다.
이 비현실적인 경험은 무력 이상으로 앞으로의 전쟁에 큰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그래….”
마르타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녀는 지금도 백혈교주에게 잡혀 있는 어머니를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우리도 자아의 방의 출입권을 얻었어.”
버렌은 어두워진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글렌에게 자아의 방의 출입권을 얻었다며 손을 흔들었다.
“네 덕분이야. 고맙다.”
“내 덕분이 아니라, 너희 덕분이지.”
라온이 고개를 저었다. 버렌, 마르타, 루난이 없었다면 자신도 마음 놓고 흑탑주와 싸울 수 없었을 것이다. 제 셋은 자아의 방에 들어갈 자격이 충분했다.
“자아의 방에 침대 있어? 푹신해?”
루난은 자아의 방에 침대가 있는 게 가장 궁금한 것 같았다. 잠탱이다운 질문이었다.
“그건 알 수 없어. 들어간 사람마다 다른 장소가 나오거든.”
라온은 직접 들어가 보아야만 알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있을 것 같네.”
“정말?”
루난은 그것만으로 기쁜 듯 손을 살짝 흔들었다.
“그래.”
라온은 무표정으로 기뻐하는 루난을 보며 살짝 혀를 찼다.
‘침대는 있지만, 그게 지옥이 될지도.’
루난의 자아의 방은 편안하지만,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장소가 될 것 같았다. 마르타나, 버렌도 비슷할 테고.
“아, 더 중요한 일이 하나 있어.”
버렌이 손을 들어 올렸다.
-눈깔이 놈! 오늘 왜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이냐!
라스는 무시하고 가자며 자신의 어깨를 두드렸다.
“무슨 일인데?”
라온이 라스를 밀어내고 버렌에게 턱을 끄덕였다.
“광풍전의 체계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잖아. 네가 없어서 휴가가 끝났는데도 다들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고.”
버렌은 일단 체계부터 정해야 한다며 손가락을 돌렸다.
“그건 걱정하지마. 자아의 방에서 생각을 하고 왔거든. 체계도 체계인데, 훈련이 정말 굉장할 거야.”
라온의 사이한 웃음에 버렌과 마르타, 루난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행복하고, 재밌으면서, 강해질 수 있는 훈련. 모두 좋아할 거야.”
그의 섬뜩한 목소리를 들은 버렌과 마르타, 루난이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영혼이 짓눌리는 듯한 압박. 평소의 라온이라과 비슷했지만, 무언가가 달랐다.
“어어….”
“빌어먹을! 이 자식 또 시작하려는 거잖아!”
“난 잘게….”
버렌, 마르타, 루난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왜들 저런데?”
라온이 세 사람의 등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놈의 표정을 보고 말하거라. 미친놈이 따로 없었으니까.
라스는 천족 그 자체였다며 고개를 저었다.
‘욕은 하지 말고.’
라온이 피식 웃으며 별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몸이 가벼운데?’
아직 보상 능력치를 받지 않았지만, 육체와 오러 모든 것이 성장했기에 몸이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한번 가볼까?’
평소에는 천천히 걸어가지만, 지금의 강해진 무력을 시험 해보고 싶어서 발을 구르고 태화보를 밟았다.
파아아아아앙!
발을 한번 움직였을 뿐인데, 시야가 좁아지고 어두워진다. 극쾌를 담은 태화이보의 속도가 기본적인 태화보에 깃든 것 같았다.
“허….”
라온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별관의 앞에 도착한 후 헛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달라졌을 줄이야.’
육체와 오러의 성장. 그리고 바다에서 단련한 태화보의 성취가 이어지자, 자신조차 놀라울 정도의 속도가 만들어졌다.
‘이거 생각보다 내 생각보다 더 강해졌을지도?’
더하기와 더하기가 만나서 곱하기가 되는 느낌. 아무래도 자신은 예상보다 더 성장해서 돌아온 것 같았다.
-네놈이 강한 건 관심 없고. 밥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라스는 어서 들어가서 저녁 메뉴부터 정하자며 고개를 까딱였다.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물어서 무얼 하느냐! 나딘빵의 텁텁함을 잊을 수 있게 먼저 매콤한 파스타가 먹고 싶으니라! 거기에 파인애플 피자의 달달짭짤함으로 혀를 적신 후 잘 구운 소고기의 농축된 감칠맛을….
라스는 에드가의 영혼이 깃든 듯 말을 끝없이 내뱉었다.
‘오냐. 오냐.’
라스의 말을 흘려들으며 별관으로 들어갔다.
라온이 별관에 들어가자마자, 고요했던 오후의 별관에 웃음과 번잡함이 찾아왔다.
잠시 후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는 이 장소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거울처럼 따스하게 비춰주었다.
*
*
*
“다녀왔어요!”
마르타가 현무전의 저택으로 들어가며 버릇처럼 다녀왔다는 인사를 꺼냈다.
“그래. 어서 오거라.”
현관 앞에 있던 데니어가 은은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돌아오셨어요?”
“임무가 꽤 빨리 끝나서 말이지.”
데니어는 조금 전에 복귀했다며 옷깃에 묻어 있는 먼지를 털어냈다.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고 돌아온 게냐?”
“아뇨. 가주전에 다녀왔어요.”
“가주전?”
“예. 라온이 나오지 않아서 언제 돌아오나 물어보려고 갔는데, 딱 나오더라구요.”
마르타는 라온과 글렌을 보고 왔다며 웃었다.
“그래. 광풍전주는 어떻더냐?”
“제가 보기에는 그대로였는데, 가주님과 중무전주님 모두 놀라시더라구요.”
그녀는 카룬과 글렌의 대화를 말하며 헛웃음을 흘렸다.
“원래 자아의 방은 벽 앞에 서야 큰 것을 얻을 수 있는데, 그 녀석은 그냥 들어갔어도 대단한 성취를 이룬 것 같아요.”
마르타는 부러운 놈이라며 손을 휘저었다.
“…….”
데니어는 인형 같은 미소를 내건 채로 조잘조잘 떠드는 마르타를 고요히 바라만 보았다.
“가주님이 그리 말씀하셨을 정도라면 정말 많은 성장을 이룬 것 같구나.”
그는 대단하다고 말하며 그림으로 그린 듯한 웃음을 흘렸다.
“그렇죠. 아! 저도 자아의 방의 출입권을 얻었어요.”
마르타가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물론 지금은 아니고, 초월의 벽 앞에 섰을 때 들어가게 해준다고 하셨지만….”
그녀는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며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어머니가 떠오른 모양이구나.”
데니어는 마르타의 속을 다 읽고 있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해요. 계속 생각이 나서….”
마르타는 미안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데니어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네가 미안할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
데니어가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초월의 벽이라. 확실히 오래 걸리겠지. 다만 조금이나마 줄일 방법이 있는데….”
그가 따스한 미소를 그린 채 손을 뻗었다.
“한번 해보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