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63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63화(963/965)
제963화
“조금이나마 시간을 줄이는 방법….”
마르타가 데니어를 바라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 초월의 벽에 닿을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건가요?”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게 얼마 전이었기에 초월의 벽에 닿으려면 아무리 빨라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초월에 오른다는 가정을 하면 10년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짧은 기간이었지만, 백혈교주에게 고통받고 있을 엄마를 떠올리면 10년 아니라, 1년도 피가 말리는 것 같았다.
답답하고, 암울한 감정을 안고 있음에도 티를 낼 수 없었는데,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데니어의 말을 듣자, 심장이 폭발할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너 하기 나름이지만, 가능성은 크다.”
데니어는 마르타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마르타가 손을 짚고 있던 벽이 바스러졌다. 손끝에 너무 과한 힘이 들어가서 벽돌이 깨져나간 것이다.
“그렇다고 바로 초월의 벽에 도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데니어가 깨진 벽돌을 직접 치우면서 턱을 저었다.
“그저 약간의 시간을 단축해줄 뿐이야.”
“어떤 방법이죠?”
마르타가 돌가루가 묻은 손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새로운 무학을 배우는 건가요? 아니면 특별한 훈련을?”
그 어떤 방식의 수련이라고 해도 견딜 자신이 있기에 바로 방법을 물어보았다.
“둘 다 필요하다. 하지만 중점은 수련이나, 무학이 아니야.”
데니어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영약이다.”
그가 영약이라고 말하며 품에서 검은빛을 띤 목갑을 꺼냈다.
“영약이요?”
“제대로 말하자면 영약이라기보다는 독약이라고 불러야겠지.”
“도, 독약?”
마르타가 검은색 목갑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겁먹을 필요 없다. 내가 너에게 해가 될 일을 하겠느냐.”
데니어가 진정하라는 듯 가볍게 손을 저었다.
“당연히 알죠. 독약이라고 하셔서 놀랐을 뿐이에요.”
마르타가 가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어.’
데니어는 지그하르트 전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을 양녀로 받아들이고, 친딸처럼 아껴주었다.
자신을 죽이거나, 이용하려고 했다면 진즉에 할 수 있었기에 라온과 함께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거기다 정말 독을 먹일 거라면 독약이라는 말도 하지 않으셨겠지.’
대놓고 독약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자신을 속일 생각이 없는 게 분명했다.
“헌데 왜 독약을….”
마르타가 신뢰가 깃든 눈동자로 데니어를 바라보았다.
“이 목갑 안에 있는 해루청은 해루초라는 독초로 만들어진 영약이다. 사람을 가사 상태로 빠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지.”
데니어가 손가락을 들어서 구름 같은 형상을 그렸다.
“가사 상태요?”
“그래. 다만 단순한 가사 상태가 아니다. 우리가 무아의 경지라 말하는 초집중의 상태. 심상의 세계에서도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는 해루청을 먹는 순간 바로 깊고도 깊은 심상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다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보면 자아의 방과 효과가 비슷할 것이다. 작은 자아의 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데니어는 해루청을 먹는 순간 심상의 세계로 진입해 누구보다도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거라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런 영약이 있었군요….”
마르타가 놀랍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이번 임무에 나가서 우연히 구한 물건이다. 지금은 해루초가 멸종해서 잊혀졌지만, 그 효과는 확실해.”
그는 천만금을 주고서도 구할 수 없는 영약이라며 검은빛의 목갑을 쓰다듬었다.
“해루청….”
마르타가 검은빛의 목갑을 보며 손가락을 떨었다.
‘완전히 사기잖아.’
심상의 세계는 들어가고 싶다고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깨달음을 얻는 순간에만 진입할 수 있는 정신의 세계에 강제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것도 가장 깊은 곳에.
‘저게 정말이라면….’
몇 년은 당길 수 있을지도 몰라.
데니어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소한 년 단위의 수련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손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무조건 받아들여야 할 일이지만, 몇 가지 생각해야 할 게 있었다.
“독약이라면 부작용도 있겠죠?”
마르타가 데니어의 손에 들려 있는 해루청의 목갑을 보며 입술을 살짝 씹었다.
“그래. 가사 상태에서 깨어나지 않거나, 기억을 잃어버리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데니어는 담담한 어조로 해루청의 부작용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깨어나지 않거나, 기억의 상실….”
마르타가 눈썹을 깊게 내렸다.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다고 해야 하나.’
해루청의 성능이 너무 좋아서 부작용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의 상실은 정도에 따라 받아들일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해결책은 있다. 두 부작용 모두 너무 깊은 심상의 세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니, 그 문제가 생기기 전에 깨워주면 된다.”
데니어가 목갑을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해루청을 먹는다면 내가 호법을 서서 지켜줄 터이니, 걱정할 필요 없어.”
그는 본인이 전부 다 해결해줄 수 있다며 진중한 빛을 띤 눈동자를 드러냈다.
“음….”
마르타가 다시 목갑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걸 먹으면 얼마나 자게 될까요?”
“효과를 보려면 최소 두 달 이상은 가사 상태에 들어가야 하고, 부작용이 없는 한계는 반년 정도일 것이다.”
데니어는 과거의 기록으로 6개월을 넘어간 이들은 모두 부작용을 겪었다며 손가락을 펼쳤다.
“두 달에서 반년….”
마르타가 떨리는 손을 들어서 목갑에 가져가려다가 멈춰 섰다.
“저를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지금은 안 될 거 같네요”
“이유가 뭐지?”
“지금은 광풍전의 체계를 갖춰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거든요. 조장으로서 빠질 수는 없어요.”
자신에게 있어서 엄마가 가장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와 비슷할 정도로 라온과 광풍전의 동료들도 소중했다. 모두에게 중요한 시간을 자신 때문에 낭비하게 둘 수는 없었다.
해루청을 먹더라도 광풍전의 체계가 모두 갖춰진 이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데니어는 편할 때 이야기를 하라는 듯 웃으며 목갑을 다시 품에 넣었다.
“고마워요. 정말로….”
마르타가 입술을 살짝 물어뜯은 채 고개를 숙였다.
“가족끼리는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데니어가 마르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턱을 저었다.
“그리고 해루청에 관한 건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거라. 보물에 관한 이야기는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으니까.”
“물론이죠.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을게요.”
마르타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아, 그런데 아버지는 왜 해루청을 드시지 않고. 저에게….”
“내게는 딱히 필요가 없으니까. 네가 먹었으면 했다.”
데니어는 본인에게는 불필요하다는 듯 눈을 내리감았다.
“필요가 없다구요?”
“그래. 나는 이미 초월의 벽에 닿아 있는 상태다. 해루청 하나를 먹는다고 그 높은 벽을 넘을 수는 없을 것이야.”
그는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자신에게 주고 싶었다며 옅게 웃었다.
“초월의 벽…?”
마르타가 데니어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면 아버지는 그랜드 마스터의 벽에 섰을 때 자아의 방에 들어갔다 나오신 건가요?”
“아니. 나는 자아의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데니어는 자아의 방에 들어간 적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예에? 왜 안 들어가셨어요! 초월의 벽에 서 있다면 자아의 방에 들어가서 중무전주님처럼 벽을 넘을 수도 있잖아요!”
초월의 벽 앞에 서 있음에도 데니어가 자아의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니,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형님과 달리 초월의 벽 앞에 선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니까.”
데니어는 조금 더 수련을 쌓아야 한다며 손목을 돌렸다.
“꼭 그 상식이 맞는 건 아니에요! 라온 녀석은 벽 앞에 서지 않았는데도, 벽에 선 사람보다 강해져서 나왔다구요! 가주님과 중무전주님이….”
마르타는 라온의 무력을 평가하던 카룬과 글렌의 말을 다시 읊어주었다.
“자아의 방이 열리면 바로 들어가세요! 실적은 충분하잖아요!”
그녀는 무조건 할 수 있다며 데니어의 손을 잡아주었다.
“아버지까지 초월자가 되면 지그하르트에만 초월자가 다섯이 되는 거라구요!”
“그래도 넷이다.”
“네? 다섯 아니에요?”
마르타가 살짝 눈매를 좁혔다.
“가주님, 아리스 님, 중무전주님, 라온 그리고 아버지까지. 다섯 맞는데요?”
그녀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네 말대로구나.”
데니어는 본인이 실수를 했다며 마르타의 머리를 살짝 두드렸다.
“에이, 싱겁게.”
마르타는 놀랐다고 말하며 피식 웃었다.
“어쨌든 꼭 들어가세요! 꼭!”
그녀는 약속을 하자고 말하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래. 알겠다.”
데니어가 가늘게 웃으며 마르타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럼 이따가 저녁에 봬요. 저는 광풍전 아이들을 챙길 준비를 좀 해야 해서.”
마르타는 광풍전에 관해 준비할 게 있다면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
데니어는 마르타가 본인의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다가, 2층의 서재로 들어갔다.
타악.
그는 책상 위에 검은빛의 목갑을 내려놓은 채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마르타에게 주려고 했던 해루청의 목갑 내부는 텅텅 비어 있었다.
“다섯이라….”
데니어는 비어 있는 목갑을 닫으며 마른 낙엽처럼 쓸쓸한 미소를 그렸다.
*
*
*
지그하르트의 5 연무장.
본관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평소에는 조용한 곳이지만, 지금은 광풍전의 공사를 진행하느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땅이 울리고 있었다.
라온은 기분 좋은 울림을 느끼며 5 연무장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광풍전의 검사들은 검은빛 정복을 입은 채 단상 앞에 서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날카로운 기파에 피부에 따끔한 통증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이제 노련한 티가 나는군.’
나이로는 판단할 수 없는 무력이야.
-본왕이 키웠으니, 당연한 것 아니더냐!
라스는 본인의 수하들이니, 저 정도는 기본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광풍전 검사들의 나이는 어리지만, 많은 실전과 훈련을 겪었기에 이제는 절정의 무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무력과 경험을 지니게 되었다.
저들의 어린 시절이 하나하나 기억나기에 묘한 뿌듯함이 가슴을 적셨다.
저벅.
라온은 광풍전을 향한 대견함을 드러내며 단상 위로 올라갔다.
“전주님을 뵙습니다!”
“전주님을 뵙습니다!”
가장 앞에 서 있던 버렌의 외침에 광풍전의 검사들 모두가 허리를 굽혔다.
“모두 일어나도록.”
평소라면 무슨 인사를 하냐면서 손을 저었겠지만, 오늘은 광풍전에 있어서 중요한 행사이기에 손을 흔들어 수하들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내가 없는 동안 푹 쉬었나?”
라온이 광풍전 검사들과 눈을 마주치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전주가 수련하러 들어갔는데, 우리가 어떻게 쉬어! 다 수련만 했지.”
마르타는 휴가를 수련으로 보냈다고 말하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나도 부족한 점이 많이 느껴져서 집에서 검만 휘둘렀다.”
버렌도 마르타처럼 검술을 단련했다며 콧잔등을 찌푸렸다.
“난 잤는데. 푸욱….”
루난은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며 길게 하품을 했다.
“저는 그동안 충실하게 보급품을 채웠어요! 이제 부족한 건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도리안은 뭐든지 꺼낼 수 있다며 헤헤 웃었다. 얼굴이 환해진 것을 보니, 정말 마음 놓고 보급품을 채운 것 같았다.
-그럼 당장 구슬 아이스크림을 꺼내달라고 하거라!
라스는 시험을 해보자며 통통한 손을 흔들었다.
“전 이놈 따라다니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크레인은 엄마와 아빠를 따라서 쇼핑을 가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며 코를 훌쩍였다.
“전주는 어때? 대놓고 더 강해졌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던데.”
트레빈은 얼마나 강해졌는지 궁금하다며 입맛을 다셨다.
“네 녀석이 오니까. 시끄러워지는군. 망할 광풍….”
단상 위에 걸터앉아 있던 도괴가 손을 흔들었다. 어제 먹은 술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며 조용히 해달라는 것 같았다.
“후후.”
마크 괴튼은 도괴와 달리 시끄러운 광풍전의 분위기가 좋다는 듯 허허로운 웃음을 흘렸다.
“빨리 체계나 정비해라. 정신이 없어서 죽겠으니까.”
도괴는 빨리 광풍전의 조직과 체계를 세우라며 물을 들이켰다.
“알겠습니다.”
라온이 도괴에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단상의 끝에 섰다.
“지금부터 광풍전의 조직도와 체계를 발표하겠다. 광풍전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지만, 나는 광풍전 그대로 갈 생각이다.”
다른 일이라면 반대 의견을 받기라도 할 테지만, 리메르를 기억하기 위해서 광풍이라는 이름만큼은 그대로 가져가고 싶었다.
“예!”
광풍전의 검사들은 불만이 없는 듯 반박 하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철전대는 그 이름 그대로 광풍전의 첫 번째 전대가 된다. 물론 대주도 그대로.”
라온은 무력과 경험 그리고 실적을 생각하여 철전대를 광풍전의 첫 번째 대대로 정했다.
“명을 받듭니다.”
“명을 받듭니다!”
트레빈의 외침에 그의 뒤편에 서 있던 철전대 검사들이 동시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광풍대는 검사들의 숫자가 부족하기에 조장들을 따라 단을 이룬다.”
라온이 버렌과 마르타, 루난을 보며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인가?”
“대주를 하기에는 숫자가 적기는 하니까.”
“난 다 좋아.”
마르타, 버렌, 루난은 조장에서 단주가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단의 이름은 단주의 이명을 따라서 정했다. 루난이 맡을 단의 이름은 그녀의 이명 만월선녀를 딴 만월단 그리고….”
라온이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는 마르타를 보며 손끝을 돌렸다.
“마르타가 맡을 단의 이름은 그녀의 이명 나찰녀를 딴 나찰단으로….”
“야 이 새끼야!”
마르타가 거세게 발을 구르고서 단상으로 뛰어올랐다.
“나찰단? 진짜 나찰이 뭔지 보여줘? 앙?”
“차, 참아! 지금은 공식 행사 중이라고!”
버렌이 라온에게 뛰어들려는 마르타의 어깨를 붙잡았다.
“응. 이름 좋아….”
루난은 부러운 이름이라며 중얼거리며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지금 보면 이 녀석도 장난기가 굉장히 많았다.
“이 망할 얼음녀의 단은 만월단이고, 우리는 나찰이라잖아! 이 망할 것들아!”
마르타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악을 질렀다.
“뭐, 일단 그렇게 되었고. 곧 있을 선택식을 통해서 인원을 보충할 생각이다. 단을 대로 승급시키고 싶으니까.”
라온은 만월단과 나찰단 모두 대로 승급시킬 거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데?”
“찬성….”
버렌과 루난은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난 반대야! 나찰단이라는 이름으로는 누구 하나 안 올 거라고!”
마르타가 절대 안 된다며 악을 질렀다.
“멋있잖아. 난 광풍전을 나찰전으로 바꾸고 싶을 정도인데?”
라온은 광풍이라는 이름에 미련만 없었어도 바로 바꿨을 거라며 입맛을 다셨다.
“음, 나쁘지 않죠. 강해 보이고.”
크레인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양도 귀신처럼 바꾸면 괜찮겠는데.”
버렌이 손가락으로 귀신의 모습을 그리며 피식 웃었다.
“대 찬 성!”
루난은 드물게도 큰 소리를 내며 손을 들어 올렸다.
“미친놈들밖에 없어….”
마르타는 벌써부터 지친 듯 머리를 푹 숙였다.
“뭐,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라온이 모두를 보며 손을 저었다.
“어? 어어….”
마르타가 기대감이 어린 눈빛으로 라온을 바라보았다.
“다음은 마크 괴튼 경.”
하지만 라온은 그녀의 기대를 배신하고, 마크 괴튼의 이름을 불렀다.
“마크 괴튼 경은 소수가 편하다고 하셨으니, 광풍전의 호법을 맡아주세요.”
한 단체를 맡는 것보다 혼자 싸우는 게 좋다고 한 마크 괴튼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그를 광풍전의 호법으로 선택했다.
“영광입니다! 목숨을 걸고 전주님을 지키겠습니다!”
마크 괴튼은 호법으로서 전주의 그림자가 되겠다며 무릎을 꿇었다.
“밑으로는 도리안과 크레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도리안과 크레인은 트레빈과 세 명의 조장들을 제외하면 광풍전에서 가장 강한 검사들이다. 각자의 특기도 있으니, 마크 괴튼과 함께 움직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
버렌은 마크 괴튼이 호법이 되는 순간 눈을 부릅떴다. 그가 예상하던 조직도와 달라진 것에 놀란 것 같았다.
“그리고….”
라온이 당황한 버렌을 보며 옅게 웃었다.
“버렌 지그하르트를 광풍전의 부전주로 임명한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부전주의 위치에 버렌의 이름을 넣었다.
“제, 제가 어찌….”
버렌은 마크 괴튼이 부전주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듯 턱을 파르르 떨었다.
“버렌. 나 대신 광풍전의 망나니들을 통제하고, 어루만져줄 수 있는 건 너뿐이다.”
라온이 단상 아래로 내려왔다. 믿고 있다고 말하며 버렌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으….”
버렌은 감격한 듯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가 뜬 후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혔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그는 고맙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신뢰에 답을 하겠다고 외쳤다. 그 대답이 더 마음에 들었다.
“버렌이 맡고 있던 광풍 3조의 인원은 만월단과 나찰단으로 절반씩 편입한다.”
라온은 남아 있던 인원의 배정까지 마친 후 손을 내렸다.
“그럼 일단 기본적인 조직도는 완성되었으니, 체계를 만들어볼까?”
“예?”
“다 끝난 거 아닌가요?”
“체계랑 조직도가 같은 말 아닌가?”
검사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수련.”
라온이 가느다란 웃음을 그리며 고개를 까딱였다.
“검사들의 체계는 결국 무력이지. 너희들의 무력을 키울 아주 특별한 수련을 준비해 왔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련이라고 말하며 손목을 돌렸다.
“오! 전주님의 수련?”
“기대가 되는군.”
“초월자가 직접 준비한 수련이라, 기연이로군.”
철전대 출신 검사들은 기대가 된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 올 게 왔나….”
“병가를 냈어야 했는데….”
“젠장! 나도 바로 훈련에 들어갈 줄은 몰랐어.”
반면 광풍대 출신들은 지옥을 마주한 듯 창백해진 얼굴로 턱을 떨었다.
“모두 북망산 초입으로 이동하도록.”
“가, 가자….”
버렌은 부전주답게 힘들어하는 검사들을 이끌고 북망산으로 향했다.
“흠….”
도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서 고개를 저었다.
“광풍대에서 광풍전이 되었으니, 이제 나는 필요 없겠군.”
그는 지금까지 힘들었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더 힘든 일이 많겠지만, 고생하고….”
“어딜 가십니까?”
라온이 왜 떠나냐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말하지 않았느냐. 광풍대에서 광풍전이 되었으니, 이제 나는 이제 할 일이….”
“총관님이 아주 큰 착각을 하고 계시네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무, 무슨 소리냐….”
도괴는 라온의 여유로운 모습에 당황한 듯 마른침을 삼켰다.
“총관님은 광풍대의 총관이 아니라, 별관의 총관이시잖아요. 너무 오래되어서 잊으셨나요?”
라온이 잘 기억하라고 말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 어어어!”
도괴는 이전의 기억들이 떠오른 듯 입을 떡 벌렸다.
“즉,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죠.”
라온은 걱정하지 말라며 고개를 저었다.
“자, 잠깐! 아니, 그럼 내가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건데!”
“평생이죠.”
절대 못 벗어난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총관님도 북망산으로 가세요. 앞으로는 같이 수련하시는 게 좋겠네요. 딴 생각 못하게.”
라온은 이제 총관도 못 빠져나간다며 고개를 저었다.
“젠자아아아앙!”
도괴는 괜히 말을 걸어서 망했다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저런 늙은이까지 억죄다니….
라스가 웃는 라온과 울부짖는 도괴를 보며 턱을 부르르 떨었다.
-진정으로 지독한 놈이니라.
‘마왕도 노예로 부리는데 노인 정도는 괜찮지 않나?’
라온이 왜 그렇게 놀라냐며 손을 저었다.
-마왕을 노예로 부린다고? 누구를….”
라스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손가락을 들어 녀석을 가리켰다.
-본왕? 본왕이… 아!
라스는 이제야 본인도 자신의 노예와 같은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악을 질렀다.
“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자, 가볼까.”
라온은 인간과 마족의 하모니를 들으며 북망산으로 올라갔다.
“죽지만 않으면 되겠지.”
일단 지옥불 산행부터 시작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