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64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64화(964/965)
제964화
“크으윽!”
버렌이 북망산 기슭에서 흘러내린 모래 언덕을 오르며 탁한 숨을 내뱉었다.
“무, 무슨 짓을 했길래 모래가 이렇게 뜨거운 거지?”
라온은 첫 번째 훈련으로 이 모래 언덕을 오르라는 지시를 내렸다. 너무 간단해서 준비운동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래가 너무 뜨거워서 산지옥이 따로 없었다.
“뜨, 뜨거운 게 다가 아니잖아!”
마르타가 사막의 도마뱀처럼 양쪽 발을 번갈아 띄우며 이를 갈았다.
“저 망할 놈이 근육을 억누르고, 오러를 차단해서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 게 더 문제라고!”
라온은 어디서 배워왔는지 자신들의 근육과 오러를 통제하여 일반인과 똑같은 상태로 만들어놨다.
덕분에 발이 푹푹 빠지는 뜨거운 모래를 걸어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나, 난 이제 못 가….”
루난은 더위에 지친 강아지처럼 혀를 길게 내민 채로 숨을 헐떡였다.
“그냥 잘래….”
그녀는 여기에 묻어달라며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였다.
“여기서 자면 죽어!”
마르타가 정신을 차리라고 외치며 루난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지, 지그하르트에 이렇게 더운 곳이 있을 줄이야.”
트레빈이 남부에도 이런 장소는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꼭 화산 지형에 올라간 것 같아. 아니, 더 심해….”
그는 임무 때문에 지나갔던 화산 지형보다 지금이 더 덥고 힘들다며 입술을 씹었다.
“그러고 보니 북망산에 이런 모래 언덕이 있었나? 바닷가에나 있는 모래 같은데?”
버렌은 하얀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금빛 모래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이 모래….”
마크 괴튼이 모래에 빠진 다리를 덜덜 떨며 도리안을 가리켰다.
“우리 보급관의 배주머니에서 나온 거다.”
그는 도리안이 라온과 함께 이 모래를 설치했다고 말하며 침음을 삼켰다.
“흐읍….”
도리안은 본인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빠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도리안….”
“또 너냐?”
“이 도움 안 되는….”
“보급 준비를 단단히 한 이유가 우리를 괴롭히려고 한 거였냐고!”
“전주님의 세작!”
광풍전의 검사들이 도리안을 돌아보며 이를 갈았다.
“그냥 모래를 달라고 해서 드렸을 뿐이에요! 이렇게 뜨겁게 달굴 줄은 저도 몰랐다구요!”
도리안은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저도 피해자예요! 이렇게 같이 올라가고 있잖아요!”
그는 모래를 빌려준 게 다라고 말하며 열기가 올라오는 숨을 내뱉었다. 누구보다도 억울한 표정이었다.
“젠장….”
마르타가 언덕 정상에 서 있는 라온을 보며 눈매를 구겼다.
“저 미친놈은 어디서 이런 수련 방법을 생각해 온 거야!”
그녀는 이해를 할 수 없다며 발을 굴렀다. 물론 바닥이 모래였기에 다리는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들었다.
“자아의 방이겠지.”
버렌이 열기 때문에 붉어진 팔을 잡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저놈이 자아의 방에서 치렀다는 시험과 똑같잖아….”
라온은 자아의 방에서 겪었던 모래산 등반을 현실에 구현했다. 이 거대한 모래 언덕을 만들어내는 실행력과 모래를 뜨겁게 달구는 무력에 감탄이 나왔다.
“에헤헤….”
루난은 간신히 잡고 있던 정신줄을 놓은 듯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모, 못하겠다고 다들 멈추는 게 어때요?”
크레인이 훈련을 파업하자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훈련 파업?”
“네! 솔직히 오러와 육체 능력을 모두 통제당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내일 다시 하자고 하고….”
“닥치고, 올라가라.”
그가 지금은 멈춰야 할 때라고 말할 때 뒤에서 쇠를 긁는 듯 소름 끼치는 음성이 들려왔다.
“내일 다시 하자는 게 먹힐 것 같으냐?”
날카로운 목소리의 주인은 도괴였다. 그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하며 미간을 구겼다.
“도, 도괴 님….”
버렌은 거친 손으로 크레인을 밀어내는 도괴를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괜찮으십니까?”
도괴는 술에 절었기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많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땀 때문에 검은 장포가 달라붙어서 더 힘들어 보였다.
“근데 총관님이 왜 여기에 있는 건가요?”
마르타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겠냐. 저 망할 놈이 앞으로는 나도 훈련에 참여하란다. 약하다고….”
도괴는 자존심이 상한 듯 모래 언덕의 정상에 있는 라온을 보며 피가 나도록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걸 받아들이셨습니까?”
마크 괴튼이 놀랍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도괴라면 거절할 수도 있었을 텐데, 바로 받아들인 게 신기했다.
“일검.”
도괴가 탁한 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내기를 했는데, 오러를 사용하지 않은 일검도 막지 못했어. 아주 괴물이 되었더구나.”
그는 오러를 사용하지 않은 라온의 검조차 막을 수가 없었다며 입술을 물어뜯었다.
“무인으로서 내기를 했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물론 이런 망할 훈련인 줄은 몰랐지만….”
도괴는 차라리 검을 맞고 죽을 걸 그랬다며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오러도 없는 일검으로 도괴 님을?”
“미친놈이 더 미쳐서 돌아왔네.”
“조, 존잘 라온….”
버렌, 마르타, 루난은 땀 때문에 장포가 등에 붙은 줄도 모른 채 모래 언덕을 오르는 도괴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도괴 님까지 부려 먹는데, 우리를 봐줄 리가 없지.”
“가자. 가는 수밖에 없어.”
“그래. 멈추면 더 지랄맞은 훈련을 시킬 거라고….”
검사들은 눈을 질끈 내리감은 채 붉은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모래 언덕을 올라갔다.
동시에 모두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자아의 방에서 왜 이렇게 빨리 나온 거야!’
한 달은 더 있지!
*
*
*
스으으으.
라온은 모래에 넣어두었던 손을 빼며 들뜬 미소를 그렸다.
‘생각보다 더 잘 되는군.’
자아의 방에서 겪었던 모래 산을 재현하기 위해서 만화공을 이용하여 모래를 달궜는데, 10성에 오른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열기를 조절할 수 있었다.
‘표정들이 좋네.’
라온은 몇 년은 늙은 듯 인상을 구긴 검사들을 보며 픽 웃었다.
‘고통스러워야 훈련이 되는 법이지.’
사실 광풍전의 검사들은 모래를 아무리 뜨겁게 달구더라도 보법으로 피하거나, 오러로 견딜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그렇게 피하거나 막으면 훈련이 되지 않기에, 자신이 직접 검사들의 오러를 통제하고 육체 능력까지 억눌러 놓았다.
자신이 자아의 방에서 겪었던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기에 검사들은 죽고 싶다는 듯 얼굴을 찌푸린 채 모래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네놈은 정말 천사더냐?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지가 당한 것을 수하들에게 그대로 써먹다니! 돌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느니라!
녀석은 어떻게 그리 꼬였냐며 눈썹을 내렸다.
‘나 좋으려고 하는 훈련이 아니잖아.’
라온이 평온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저 녀석들이 나처럼 성장하기를 바라기에 시키는 거라고.’
-지이이이랄! 말려 올라간 입꼬리라도 내리고 거짓말을 하거라!
라스는 거울을 보여주고 싶다며 콧잔등을 구겼다.
‘아, 그래?’
라온이 턱을 내리며 올라간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내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어. 저 녀석들 요즘 웬만한 훈련은 가볍게 넘기거든.’
광풍대는 전원이 마스터에 오른 이후로 대부분의 훈련을 그리 어렵지 않게 통과하고, 가뿐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녀석들이 건방지다고 매일 대련이나, 집중력 강화훈련을 할 수는 없기에 무엇을 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자아의 방 덕분에 딱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이 정도로 열기에 힘들어할 줄은 몰랐어.’
지그하르트의 검사들은 추운 지역에서 태어나 자라기에 열기에 더 취약한 것 같았다. 도괴부터 시아까지 모두가 힘들어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열기에 익숙해지면 글래시아로 차갑게 만든 바다에 빠뜨려볼까?’
검사들이 열기에 익숙해졌을 때쯤 뼛속까지 시릴 냉기를 뿌리며 바다에 던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나처럼 수속성 저항과 화속성 저항이 동시에 생길지도?’
-아무리 생각해도 네놈은 태어날 장소를 잘못 정했느니라….
라스는 마계나 천계에서 태어났다면 악신이 되었을 게 분명하다며 눈매를 찌푸렸다.
‘칭찬 감사.’
라온이 웃으며 손을 저을 때였다. 북망산 정상 쪽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리스가 땀을 줄줄 흘리며 바위 언덕을 뛰어서 내려오는 게 보였다.
“왜 이렇게 시끄럽나 했더니, 너희였구나.”
아리스는 북망산 정상에서도 비명이 들려왔다며 피식 웃었다.
“정상이요? 거기까지 올라가셨습니까?”
라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요즘 아리스가 몸을 만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산 정상까지 올라갈 줄은 몰랐다.
“위험하실 텐데요.”
북망산 정상은 만년설이 쌓여 있어서 두 다리만으로는 갈 수 없는 혹한의 땅이다. 오러도 없고, 몸도 망가진 아리스가 정상까지 올라갔다는 게 놀라웠다.
“네 이모님을 너무 무시하네. 검제님의 이모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
아리스는 매일 같이 산을 타서 건강해졌다며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라온이 아리스의 몸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변하셨네요. 놀라울 정도로.”
부상을 입은 그녀를 지그하르트로 데리고 왔을 때와는 딴판이다.
많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체계와 영양을 갖춘 훈련으로 최대한 육체를 단련해 온 게 분명했다.
“네가 준 드래곤 하트잖아.”
아리스가 오른손을 들어서 왼쪽 가슴 앞에 얹었다.
“단 한 방울의 마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
그녀는 자신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며 시원한 웃음을 그렸다.
“그리고 나는 네가 더 놀라운데?”
아리스가 자신의 눈을 마주한 채로 입술을 말아 올렸다.
“다들 네게 자아의 방에서 특별한 성장을 이루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지금 보니 많은 것을 얻어서 나온 것 같거든.”
그녀는 소식을 듣지 못했음에도 자신이 큰 성장을 이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설마 오러를 회복하신 겁니까?”
“아니, 느껴져.”
아리스는 그저 감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너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해내야겠지.”
그녀는 드래곤 하트에 있는 마나를 모두 먹어 치우겠다며 입맛을 다셨다.
“몸 상태가 꽤 올라갔으니, 조만간 연공을 하시겠군요.”
라온이 근육이 차오른 아리스의 팔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그래. 이번 주 주말에 연공을 시작할 생각이야.”
아리스는 이미 계획을 짜두었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법은 누가 서죠?”
“성자 아저씨.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페드릭의 의사를 듣지도 않은 채 이미 호법으로 정해놓은 것 같았다.
“그 호법….”
라온이 아리스를 보며 살짝 턱을 내렸다.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네가?”
아리스는 아예 생각도 못 했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예. 지금 이모님은 단 한 톨의 오러도 없으시니, 연공을 하다가 드래곤 하트의 마나가 역류하거나, 폭주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도와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아리스는 한 번에 모든 무력을 회복하고 싶다는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자신이 직접 호법을 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니, 미안하잖아. 네게 도움을 받았는데, 호법까지 부탁하면….”
아리스는 그렇게까지는 도움받을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특히 ‘그 일’은 네가 아니라, 내가 끝냈어야 했는데, 네게 넘기게 되었어. 정말 미안하다.”
그녀는 본인의 손으로 시프를 죽였어야 했다며 깊게 입술을 깨물었다.
“이모….”
어머니가 아들을 죽였어야 했다고 말하는 기분이 어떨지는 자신으로서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이모가 제게 해주신 게 훨씬 많으니까.”
라온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진심이다. 지금 자신은 아리스 덕분에 살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아니, 나는….”
“주말에 찾아가겠습니다.”
라온은 나중에 보자고 말하고서 고개를 숙였다.
“하아, 알겠어.”
아리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억.”
“끄, 끝이다….”
“지, 진짜 죽는 줄 알았네.”
“해냈다! 지옥을 건넜어!”
자신이 아리스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광풍전 검사들은 지독한 열기를 뚫어내고, 결국 모래 언덕의 정상까지 올라왔다.
“어때! 우리는 네가 만든 지옥도 이겨냈다고!”
마르타는 근육과 오러를 통제해도 소용없다며 이를 드러낸 채 웃었다.
“그래. 이 정도는 매일 하는 훈련이랑 다를 게 없어.”
버렌도 허세를 부리고 싶은 듯 옷에 묻은 모래를 가볍게 털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뿐하네!”
“요런 열기는 사우나에 불과하지!”
“더 어려운 거 없냐고!”
“자아의 방에서 놀고 오셨어요?”
다른 검사들 역시 성취감을 느낀 듯 하늘을 올려보며 기합을 내질렀다.
다만 모두가 힘이 넘치는 건 아니었다.
“우우….”
“수, 술. 제발 술을….”
루난은 슬라임이 된 듯 바닥에 늘어진 채 출렁거렸고, 도괴는 술을 찾으며 두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내 생각보다 30분은 더 빨리 도착했네.”
라온이 하늘을 올려보며 짧게 입맛을 다셨다.
“모두 고생했다.”
솔직히 30분은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독기를 채운 듯 광풍전의 검사들은 예상한 시간보다 더 빨리 모래 언덕을 돌파했다.
“헹!”
“우리를 너무 우습게 봤네!”
“응.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지.”
“광풍전은 흑탑과의 전쟁도 이겨냈다고.”
검사들은 성취감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듯 허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더 할 수 있겠네?”
라온이 입매를 비틀어 올리며 언덕 아래로 턱짓했다.
“예?”
“어어….”
“설마….”
“뭐해. 올라갔으면 내려가야지.”
당황한 검사들을 향해 올라온 언덕을 그대로 다시 내려가라고 말하며 웃어주었다.
“지, 지금 바로요?”
“여기를 다시?”
“이제 내려가라고? 이 푹푹 빠지는 길을?”
검사들은 본인들의 귀가 잘못되었다는 듯 턱을 바들바들 떨며 되물었다.
“안 내려갈 거면 내가 굴려줄까?”
라온이 섬찟한 기파를 피워내며 입맛을 다셨다.
“어흐윽!”
“정신 나가겠네….”
“죽고 싶다….”
“아까 가뿐하다고 한 새끼랑, 더 할 수 있다고 한 새끼. 너희 둘은 내려가면 뒤졌다!”
검사들은 자신의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천천히 몸을 돌려서 뜨겁게 달아오른 모래를 바라보았다.
“젠아아아아앙!”
“망할 라온 지그하르트!”
“엄마. 나 직장 잘못 고른 거 같아요!”
검사들은 악을 지르며 뜨거운 모래속으로 몸을 던졌다.
“…나도 해도 될까?”
아리스는 다른 검사들과 달리 본인이 먼저 하고 싶다며 라온을 바라보았다.
“물론이죠.”
라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광풍전 검사들을 따라 모래 언덕을 내려갔다. 오러가 없고, 육체 능력도 부족했지만, 정신력 하나로 다른 이들보다 더 빠르게 나아갔다.
“때가 된 모양이네.”
라온이 아리스의 곧은 등을 보며 진한 미소를 그렸다.
“지그하르트의 붉은 상어를 다시 바다에 풀어놓을 때가.”
*
*
*
라온은 아리스와 약속한 날 아침에 별관을 나와서 가주의 연무장으로 향했다.
“왔구나.”
페드릭이 잘 왔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네가 오면 안심이지.”
그는 귀한 시간을 내어주어서 고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오히려 감사드려야죠.”
라온은 언제나 이모를 챙겨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한 뒤 허리를 굽혔다.
“그래. 들어가 보거라.”
페드릭은 자신이 대견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은 후 아리스가 있는 안쪽 연공실을 알려주었다.
“네. 그럼.”
라온은 다시 페드릭에게 인사를 하고서 아리스가 기다리고 있는 연공실로 들어갔다.
가주의 연무장이기 때문인지 연공실도 두 배 이상 컸다. 여러 명이 동시에 연공을 해도 될 것 같았다.
“왔어?”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아리스가 손을 들어 올렸다. 표정이 창백한 것을 보니, 긴장한 것 같았다.
“몸 상태는 어때요?”
“최상이야. 오늘에 맞춰서 컨디션을 조절해 왔으니까.”
그녀는 몸의 준비는 끝났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음은?”
“그건 조금….”
아리스가 가늘게 입술을 깨물었다.
“걱정이 되네.”
그녀는 본인이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실패하면 다 끝나는 거니까.”
“실패 걱정을 할 필요도 없지만, 실패한다고 해도 괜찮아요. 다른 드래곤 하트를 구하면 되니까.”
“농담도 참.”
“농담 아닌데요? 몇 번이든 실패해도 괜찮아요.”
진심이다. 흑탑과 전쟁 중에 드래곤이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은 것을 생각해 보면 이제 놈들과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다.
앞으로 드래곤이 보이는 족족 죽여서 멸종시킬 생각이기에 아리스가 실패해도 상관없다. 있는 것을 주고, 새로운 드래곤 하트를 구하면 그만이니까.
-드래곤을 멸종시킨다고?
라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진정으로 미친놈이로다….
녀석은 마왕들도 드래곤을 멸종시킬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하하하!”
아리스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네 말을 들으니까. 더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드네. 꼭 성공할게.”
그녀는 조금 마음의 짐이 덜어진 듯 웃으며 연공실의 중앙에 앉았다.
“후우.”
아리스는 천천히 숨을 내쉰 후 아공간 주머니에서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드래곤 하트를 꺼내서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자신이 이전에 그녀에게 준 물건이었다.
“그럼 시작할게.”
아리스는 자신을 잠시 바라보며 가늘게 턱을 끄덕였다.
“네. 얼마든지.”
“네가 이렇게 믿음직스러워질 줄은 몰랐어.”
그녀는 역시 조카가 최고라고 말하고서 눈을 내리감고 오러 연공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드래곤 하트의 빛이 소용돌이치듯 돌아가며 천천히 아리스의 손끝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리스는 굳은 의지를 보인 만큼 드래곤 하트에 깃든 마나를 모두 받아들일 때까지는 눈을 뜨지 않을 것 같았다.
‘장기전이 되겠군.’
라온은 아리스에게서 피어나는 신념을 느끼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은 별일 없을 테니, 잊고 있던 내용이나 확인해볼까?’
-멍청한 놈! 또 뭘 잊고 있었느냐!
라스는 머리가 나쁘다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음, 너 때문에 안 보고 있었는데?’
-본왕 때문에? 본왕은 그 무엇도 꺼리지를 않는….
‘그럼 봐도 되겠네.’
라온이 씩 웃으며 이전에 확인하지 않았던 보상 메시지를 불러왔다.
[자아의 방에서 깊은 성장을 이뤘습니다.] [101번의 죽음을 경험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새로운 특성….]-어…? 이거였어?
라스는 보상이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한 듯 눈을 부릅떴다.
-이런 젠장! 괜히 말을 꺼내서!
녀석은 본인의 말을 후회한다는 듯 통통한 손으로 입을 쳤다.
‘지난번에 안 봤잖아.’
라온이 웃으며 메시지를 확인하다가 눈매를 좁혔다.
‘음, 저건….’
메시지 뒤편으로 보이는 아리스의 어깨에서 드래곤 하트의 마나가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역시 다 받아들이지 못하는군.’
육체도 완벽하지 않고, 정신적인 충격도 컸으며, 오러도 모두 잃은 현재의 아리스로는 드래곤 하트의 마나를 완벽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니, 잠깐.’
라온이 다시 보상 메시지를 내리며 눈매를 좁혔다.
‘보호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저 부분을 도와준다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남의 연공을. 그것도 오러가 없는 사람을 돕는 건 자신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니까.
하지만 자아의 방에서 성장한 자신이라면 드래곤 하트에서 흘러나오는 마나도 아리스에게 다시 넘겨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모….’
힘겹게 연공을 하는 아리스를 보자, 그녀와 함께 보냈던 시간이 떠오른다.
해적선에서 깨어나 처음 만났던 일, 함께 광룡을 잡았던 일, 임무 중에 날아와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일 그리고 아들인 시프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울부짖던 얼굴까지.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있는 그녀와의 시간을 떠올리자, 심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힘든 시간을 보낸 이모에게 도움이 되기를.’
라온은 고난을 겪은 아리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서 그녀의 등에 손을 얹고 불의 고리를 운용했다
드래곤 하트에서 흩어지는 마나를 불의 고리로 정화한 후 다시 그녀의 마나 회로에 이어주었다.
화아아아아!
아리스의 등을 짚고 있는 라온의 주변으로 그에게 강대한 힘을 주었던 태양보다 더 따스한 빛이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