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74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74화(974/990)
제974화
첫 번째로 회의장에 들어온 오황의 주인은 크산토스다.
그는 여유 있는 걸음으로 단상 위에 올라가서 원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발카르의 국왕 크산토스입니다.”
크산토스는 발카르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중립 세력의 수장들에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이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부드러운 미소를 그렸다.
“아닙니다! 저희가 감사하죠!”
“맞습니다. 우리가 살아서 이 발카르의 대회의장에 들어올 날이 또 언제 있겠습니까!”
“불러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본래부터 오황을 따르는 세력의 수장들은 이런 축제 자리에 불러주어서 오히려 고맙다며 깊게 허리를 굽혔다.
“으음….”
“뭐, 부르니까 오기는 했는데….”
“감사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고….”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반면 아직 소속을 정하지 않은 중립 세력의 수장들은 겁에 질린 듯 흔들리는 시선을 여기저기 돌렸다.
“그것만으로도….”
“전하!”
크산토스가 고개를 끄덕일 때 가슴에 붉은 매가 새겨진 중년인이 벌떡 일어섰다. 그는 꺼멓게 멍이 든 눈두덩이를 부여잡은 채 입술을 씹었다.
“오, 사이란 가주. 오랜만입니다.”
크산토스가 반갑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저, 전하께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왕도에는 무력으로 행패를 부리는 무리가 있습니다! 놈들은 함정을 파고 우리를….”
사이란 가주가 이를 갈며 그간의 일을 설명하려고 할 때였다.
“전하. 먼저 오신 겁니까?”
라온이 다시 회의장으로 들어오며 크산토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곳의 주인으로서 먼저 인사를 드리는 게 옳지 않겠나.”
크산토스는 당연한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라온은 크산토스의 앞에 선 사이란 가주를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무슨 일입니까? 좋은 분위기 같지는 않은데.”
“아, 사이란 가주가 내게 할 말이 있다는군. 왕도에 무력으로 행패를 부리는 무리가 있다는데?”
크산토스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당장 처리해야 한다며 눈썹을 내렸다.
“다른 분들은 바쁘실 테니,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라온이 싱긋 웃으며 사이란 가주에게 다가갔다.
“가주님? 제게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은은한 살기를 일으키며 사이란 가주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이것도 깡패 같느니라….
라스는 뒷골목에서 돈을 뺏기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보는 장면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 아니. 나는 그냥….”
사이란 가주는 요요롭게 번뜩이는 라온의 눈을 보며 마른침을 연달아 삼켰다.
“내, 내가 말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전하께서 착각을 하신 모양이야! 이상한 짓을 하는 놈들이 있었는데, 여기 있는 광풍전주와 그의 수하들이 다 해결하더군! 그거였소! 응!”
그는 흔들리는 눈동자를 좌우로 돌리며 본인이 말을 잘못했다고 중얼거렸다.
“아, 그런 거군요. 다행입니다.”
크산토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네. 잘 해결해 주어서.”
그는 수고했다며 라온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라온은 별일 아니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사이란 가주님의 상태가 좋아 보이질 않네요.”
눈매를 살짝 좁히며 사이란 가주를 원탁에서 끌어냈다.
“으윽….”
사이란 가주가 어떻게든 원탁을 잡고 버티려고 했지만, 당연하게도 자신의 근력을 버틸 수는 없었다.
“가주님은 제가 의무실로 모시고 가겠습니다.”
“아, 그렇게 해주게.”
크산토스는 좋다며 다시 단상 위로 올라갔다.
“자, 잠깐만요! 전하! 제가 잘못…흡!”
라온은 손가락으로 사이란 가주의 어깨를 눌러서 그가 입을 열려는 것을 막았다.
“혹시 더 아프신 분 있나요?”
사이란 가주를 데리고 출구로 향하며 원탁에 앉은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아, 아닙니다!”
“멀쩡합니다!”
“예! 하루종일 회의를 해도 괜찮습니다!”
크산토스에게 힘 빠진 대답을 하던 중립 세력의 수장들이 태도가 바뀌어 맹렬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다행이네요.”
라온은 서늘한 웃음을 그리며 사이란 가주만 데리고 회의장을 나갔다.
으아아아아악!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장 뒤편에서 목이 찢어지는 듯한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왔다.
“흐허억!”
“주, 죽인 건 아니겠지?”
“설마….”
중립 세력의 수장들은 맹수의 울음소리를 들은 초식 동물처럼 몸을 움츠린 채 손을 떨었다.
“쯧쯧.”
“그러니까 처음부터 줄을 잘 섰어야지.”
“아니면 눈치라도 빠르던가.”
본래부터 오황에 등을 맡긴 세력의 수장들은 그 모습이 우습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뭐?”
“이 쥐새끼 같은 것들이!”
“그 입 안 닫으면 당장 혀를 잘라주마.”
중립 세력의 수장들은 이를 갈며 반대편에 선 오황 쪽 세력을 노려보았다.
“혹시 몸이 안 좋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셔도 됩니다. 우리 광풍전주가 챙겨줄 테니까.”
크산토스가 원탁 우측에 앉아 있는 중립 세력의 수장들을 보며 턱을 까딱였다.
“저, 전혀 아닙니다!”
“예! 멀쩡합니다!”
“이대로 10시간 넘게 회의를 해도 괜찮습니다!”
중립 세력의 수장들은 라온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귀신을 본 것처럼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무슨 말을 해도 들어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음? 분위기가 왜 이래?”
“회의장이 항상 이렇지 뭐.”
회의장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을 때 오그람과 체임버가 들어왔다. 두 사람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서 단상 위로 올라갔다.
“으으….”
“…….”
라리안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싶지 않다는 듯 로브를 깊게 눌러쓴 채 끝에 있는 옥좌로 가서 앉았고, 레크로스는 부상을 티 내지 않기 위해서 더욱 당당한 걸음으로 단상으로 향했다.
고오오오오.
글렌은 얼음장을 두른 듯 냉랭한 눈빛으로 회의장에 들어왔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 나아가 중앙에 세워진 옥좌에 등을 묻었다.
“오황을 뵙습니다!”
오황을 따르는 세력의 수장들이 동시에 일어나서 허리를 굽혔다.
“으음….”
“오황을 뵙소.”
아직 중립을 유지하는 세력의 수장들도 눈치를 보다가 슬쩍 고개를 숙였다.
“자네들이 우리 수하도 아니고, 그런 과한 인사를 할 필요는 없네.”
오그람은 평범한 인사면 충분하다며 손을 저었다.
“그래. 편하게 있어도 돼.”
체임버는 무거운 분위기는 별로라며 손을 저었다.
“뭐가 됐든 빨리….”
라리안은 그냥 빨리만 끝내 달라며 머리를 감싼 로브를 쥐어뜯었다.
“재촉해서는 안 되네. 중요한 건 회의의 내용이니까.”
레크로스는 회의에 집중하자며 손가락으로 원을 그렸다.
“이제 시작하지.”
글렌은 바로 회의를 시작하라는 듯 가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문을 닫겠습니다.”
로엔이 회의장의 문을 닫으려고 할 때 피가 묻은 손이 튀어나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라온이었다. 그는 손등으로 핏물이 튄 뺨을 훔쳐내며 씩 웃었다.
“시작하십시오.”
라온은 하얀 손수건으로 피가 묻어 있는 손을 닦으며 회의장의 문을 닫았다.
끼이이익.
거대한 문이 닫히는 불안정한 소리와 함께 중립 세력의 수장들이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기 시작했다.
쿠웅!
*
*
*
“…그렇게 되어서 저희는 여러분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크산토스는 첫 번째 회의에서 나온 내용들을 다시 설명하며 원탁에 앉은 주요 세력의 수장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물론입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저희 세력권에 있는 건 개미 새끼 한 마리라도 놓치지 않겠습니다!”
오황의 길 위에 올라탄 세력의 수장들은 믿어달라고 외치며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으음….”
“하, 할 수는 있는데….”
“그게 어….”
하지만 처음부터 몸값을 높일 생각을 하며 찾아온 중립 세력의 수장들은 바로 답을 하지 못하고 뜸을 들였다.
“쯧.”
라온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거칠게 혀를 차며 아직 핏물이 다 지워지지 않은 손가락을 세웠다.
“허억!”
“하, 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중립 세력의 수장들은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바로 수색에 참여하겠다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크산토스는 정말 고맙다고 외치며 중립 세력 수장들의 손을 한 명씩 잡아주었다.
“이렇게 편하게 해결될 줄이야….”
레크로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응.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라리안도 이렇게 빠르게 해결될 줄 몰랐다며 로브 속에서 길쭉한 미소를 그렸다. 곧 나갈 수 있는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
“라온 덕분이지.”
체임버가 사탕을 입에 문 채로 씩 웃었다.
“우리야 지위와 나이가 있으니까. 함부로 움직이기 힘들지만, 라온은 무력과 지위가 있는데도 어리잖아.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고.”
그녀는 라온 덕분에 일이 잘 풀렸다며 고개를 까딱였다.
“우리 오황의 복덩이야.”
오그람은 보면 볼수록 정이 드는 아이라며 시원한 웃음을 그렸다.
“커허험!”
글렌은 다른 오황에게 듣는 라온의 칭찬에 감정의 한계점을 넘은 듯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조금만 더 자극하면 지그하르트에 있을 때처럼 이곳에 지진을 불러올 것 같았다.
“다 됐군요. 이곳에 계신 모든 수장분이 저희를 도와주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크산토스가 옥좌에 앉아 있는 오황의 수장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
글렌은 필사적으로 감정을 가라앉힌 채 원탁에 앉은 이들에게 눈인사를 보냈다.
“절대 아닙니다!”
“가, 감사하다니요! 오히려 영광입니다!”
중립 세력의 수장들은 글렌에게서 라온의 얼굴을 본 듯 손을 휘저었다.
“회의도 잘 끝났으니, 그럼 우리는 돌아가지.”
글렌은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으니 먼저 돌아가자며 옥좌에서 일어났다.
“정말?”
라리안은 기다렸다는 듯 의자를 박차고 단상에서 뛰어내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술이나 한잔할까?”
레크로스와 오그람도 좋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남은 일 잘 부탁해요. 전하, 그리고 광풍전주.”
체임버는 크산토스와 라온에게 눈을 찡긋하고서 마지막으로 회의장을 나갔다.
“그, 그럼 우리도 이만….”
“너무 오래 있으면 실례가 되니까.”
“잠시만요.”
중립 세력의 수장들이 오황을 따라서 나가려고 할 때 라온이 다시 회의장의 문을 닫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약속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저는 여러분들을 믿지만, 혹시라도 그걸 어기게 되면 벌이 필요하니까.”
라온이 서늘한 미소를 그리며 아공간 주머니에서 수십 장의 계약서를 꺼냈다.
“읽어 보시고 밑에 서명만 해주시면 됩니다. 징벌 부분은 너무 과몰입해서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분들을 위한 것이니까.”
억지로 약속을 하면 안 지킬 놈들이 나올 게 뻔하기에 미리 계약서를 준비했다.
“아, 여러분들은 먼저 가셔도 됩니다.”
라온은 옅게 웃으며 이전부터 오황의 편에 선 이들을 먼저 보내주었다.
“예. 그럼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고생하십시오.”
오황을 등에 업은 이들은 중립 세력의 수장들을 놀리듯 손을 흔들고서 회의장을 떠났다.
“전하도 먼저 가십시오. 이곳을 정리한 후 따라가겠습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자네는 아무리 봐도 왕의 그릇을 품고 태어난 것 같군.”
크산토스는 라온이 지금까지 본 사람 중 가장 왕에 어울린다며 헛바람을 흘렸다.
-이런 미친놈!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깡패 왕국도 아니고! 어느 나라 왕이 이따위로 놀아!
녀석은 정신이 나갔냐며 크산토스의 멱살을 잡았다.
“어쨌든 나도 먼저 가는 게 좋겠지.”
크산토스는 좋다는 듯 입맛을 다시고서 밖으로 나갔다.
“으윽….”
“젠장!”
“내가 왜 여기에 와서….”
중립 세력의 수장들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에 서명을 마쳤다.
-이거 진짜 깡패 소굴이잖아!
라스가 억지로 계약서를 쓰는 사람들을 보며 턱을 파르르 떨었다.
-인간계가 이렇게 시궁창이었냐고!
*
*
*
라온은 중립 세력의 수장들이 쓴 계약서를 챙긴 후 회의장을 나섰다.
-어쩌다가 이놈이 이렇게 된 거지? 처음에도 독하기는 했지만, 인간성을 말아먹은 건 아니었는데?
라스는 본인이 잘못 가르친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예 나쁘기만 한 건 아니야.’
라온이 계약서를 펼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면 그에 따른 보상도 주기로 했으니까.’
계속 채찍만 치면 말은 앞으로 가지 않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중립 세력에게 기대감을 주기 위해서 사마의 흔적을 발견할 시 큰 보상을 주는 부분도 계약서에 적어두었다.
-하여튼….
라스가 자신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대가리 하나는 기똥차게 돌아간다니까.
녀석은 어떻게 그렇게 사람이라는 걸 잘 아냐며 헛바람을 흘렸다.
‘그리 대단한 건 아니야.’
라온이 가늘게 웃으며 왕궁으로 향할 때였다.
“악!”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흑발의 소녀가 비명을 질렀다.
“라온 님!”
흑발의 소녀는 단숨에 달려와 자신의 품에 안겼다. 그녀의 연녹색 눈동자 위로 터질 듯한 물기가 차올랐다.
“렌시아?”
자신에게 달려온 소녀는 몬티로에서 흑탑의 차원을 여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던 렌시아였다.
집중 수련 중이라고 해서 보지 못했는데, 이제야 끝난 것 같았다.
“렌시아가 오자마자 널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
렌시아의 뒤에 서 있던 올가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가 이곳으로 안내를 해준 것 같았다.
“오셨다고 말을 해주셨어야죠!”
렌시아는 왜 먼저 말을 안 했냐며 코를 훌쩍였다.
“수련하는데,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
라온은 미안하다고 말하며 렌시아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동안 잘 지냈어?”
“예에….”
렌시아가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이 너무 잘 챙겨주셔서 잘 지냈어요.”
그녀는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그럼 마법을 배우는 건 재미….”
라온이 마법이라는 단어를 꺼내다가 눈을 부릅떴다.
‘설마….’
벌써 서클을 만든 거야?
렌시아의 심장 안쪽에서 마나의 고리가 느껴졌다. 그녀는 벌써 1서클의 경지에 오른 것 같았다.
“저 1서클 마법사가 되었어요!”
렌시아는 이번에 1서클을 이뤘다고 자랑하며 개구리처럼 배를 내밀었다.
“하…”
라온이 렌시아의 연녹색 눈동자를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성장 속도가 미쳤는데?’
자아의 방에 다녀왔기에 오랜만에 렌시아를 보내는 것 같지만, 현실에서 지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아무리 체임버가 가르치고, 재능이 있다고 해도 벌써 1서클이 될 줄은 몰랐다.
-천재로구나.
라스는 진흙 속에 묻혀 있던 진주라며 입맛을 다셨다.
“정말 열심히 했어요!”
렌시아가 머리 위로 손을 들어 올렸다.
“라온 님이랑 스승님을 도와주고 싶었거든요!”
그녀는 빨리 강해져서 자신과 같이 싸우고 싶었다며 웃었다.
“그렇구나.”
라온이 은은하게 웃으며 렌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강해지기 전에 이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어.
렌시아는 태어났을 때부터 흑탑에 목줄이 잡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
이제야 행복을 알게 된 사는 아이를 전쟁으로 끌어들여서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할 수 있다면 렌시아가 강해지기 전에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운 시대를 열어주고 싶었다.
-흠….
라스가 자신을 보며 짧게 입맛을 다셨다.
-아까는 천족이 된 것 같았지만, 이럴 때는 또 마족 같구나.
녀석은 역시 아예 미워할 수는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잘 부탁할게.”
다만 렌시아의 열정을 뺏을 필요는 없기에 잘 부탁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빨리 2서클에 오를….”
렌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가락을 들어 올릴 때였다.
투콰아아아아아앙!
하늘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떨어져 왕도의 중심을 덮쳤다.
우우우우우웅!
찬란하면서도 신성한 빛무리 속에서 하얀 날개를 세운 존재가 고고히 내려선다.
금발청안. 온 세상의 고귀함을 모아둔 듯한 푸른 눈동자가 종말을 고하듯 굽이쳐 떨어졌다.
하늘이 울부짖듯 노래하고, 대지가 정규의 북을 치고 있을 때 고귀한 존재가 금빛 비늘이 돋아난 지팡이를 세웠다.
“물고기와 지팡이….”
올가는 금발청안의 존재가 들고 있는 금색의 지팡이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누구인지 알고 있어?”
라온이 렌시아를 품에 안은 채 올가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천사….”
올가는 대천사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듯 마른침을 삼켰다.
“라파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