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80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80화(980/990)
제980화
수백 년 동안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이름 없는 고성.
검게 그을린 성벽 사이로 하얀 시녀복을 입은 여성이 걸어간다.
그녀는 이 빛바랜 장소가 익숙한 듯 머뭇거림 없이 녹슨 철문 안으로 들어갔다.
시녀복 여성이 문으로 들어가자, 무대의 조명이 꺼졌다가 켜지듯 천천히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관리가 되지 않아 무너지고, 바스러졌던 외성과 달리 내성은 발카르 왕성보다 더 화려한 색채로 꾸며져 있었다. 찬란함이라는 단어를 벽지로 바른 듯한 모습이었다.
“…….”
데루스의 시녀이자, 정보원인 쿠바라는 단아한 걸음으로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을 올라가 성의 최상층으로 향했다.
똑똑.
그녀는 짧게 숨을 내쉬고서 최상층에 있는 유일한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라.”
쿠바라는 들어오라는 소리를 들은 후 3초를 세고, 문을 열었다.
스으으으으.
문틈 사이로 낡은 책 냄새가 풍겨온다. 이름 모를 고서가 가득 쌓여 있는 책장 앞. 검은 소파에 몸을 묻고 있던 남자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
“무슨 일이지?”
데루스 로베르트. 그는 대륙의 공적이자 도망자의 시선이 아닌, 패왕의 어둠 속에서 세상을 굽어보고 있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쿠바라가 눈동자를 내리며 데루스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말해보도록.”
데루스는 문제라는 단어에도 당황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턱을 끄덕였다.
“라온 지그하르트가….”
“라온?”
다만 라온의 이름이 나오자, 데루스의 반듯한 이마 위에 둔탁한 파동이 번졌다.
“또 그놈인가?”
“으음….”
쿠바라는 데루스에게서 피어나는 죽음의 기운에 입술을 꾹 내리눌렀다.
“계속 말해보거라.”
데루스는 죽음의 기운을 가라앉히며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예. 라온 지그하르트와 그의 수하들이 발카르의 인간들에게 남겨놓은 신력을 모조리 지웠습니다.”
“뭐…?”
그는 이런 보고를 들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한 듯 두 눈을 부릅떴다.
“그게 정말인가?”
“예.”
쿠바라는 직접 보고 돌아왔다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히 말해보도록. 놈이 무얼 한 거지?”
데루스가 소파에서 등을 떼고 상체를 일으켰다.
“아시다시피 오황은 라파엘의 신력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왕도에 남겨두었습니다. 오늘 갑자기 모두를 호출하기에 무슨 수를 쓰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쿠바라가 붉은 입술을 매만지며 말을 이어갔다.
“그들은 왕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녀는 아예 예상하지 못한 수단이라며 눈매를 찌푸렸다.
“노래? 지금 노래라고 했나?”
데루스 역시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예. 광풍전의 검사와 성녀 올가가 탑에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자, 라파엘의 신력에 매료되었던 인간들이 모두 정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쿠바라는 지금 발카르 전체가 그 노래 때문에 난리가 났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라…. 어떻게 생각하면 가능성이 있기는 하군.”
데루스는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헌데 거기서 왜 라온 지그하르트의 이름이 나온 거지?”
“라온 지그하르트가 가창자 뒤에 서 있었습니다. 그에게서 피어나는 푸른 기운이 노래에 힘을 실어주더군요.”
쿠바라는 직접 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일이라며 입술을 내리눌렀다.
“저 말이 옳다.”
쿠바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책장 뒤편에서 새하얀 차원이 열리고, 대천사 라파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믿기 힘들지만, 그 왕국에 남겨두었던 내 신력이 모두 사라졌다.”
그녀는 발카르에 강림했을 때처럼 먼지 하나 없는 고귀한 자태로 턱을 끄덕였다.
“하….”
데루스가 책을 쥐고 있는 손을 파르르 떨었다.
“신력을 하나도 남기지 못했다면 그곳에 간 의미가 사라진 거로군.”
그는 진정으로 짜증이 돋아오른 듯 냉랭한 웃음을 흘렸다. 손에 쥐고 있던 고서가 검은 재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알고 있나?”
라파엘이 쿠바라에게 청아한 시선을 보냈다. 그녀는 훗날을 위해서 그 노래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것 같았다.
“예.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쿠바라가 눈동자를 내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외워지는 신기한 노래였다.
“말해보도록.”
데루스도 그 노래가 무엇인지 알아야겠다며 손을 까딱였다.
“후우….”
쿠바라는 바로 노래를 부르지 않고, 깊은 한숨을 내쉰 뒤에야 입술을 뗐다.
“반짝이는 샤이닝을 느끼며, 어둠의 다크….”
그녀는 데루스의 정보원 답게 마왕예찬의 유치한 가사를 읊으면서도 조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어? 음…. 아….”
데루스도 노래 가사에 당황한 듯 짧은 신음을 연달아 흘리며 시선을 떨었다.
다만 그는 가사가 아닌, 노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바로 깨닫고 손가락을 까딱이며 리듬을 느꼈다.
“하?”
라파엘은 노래 가사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화를 참을 수 없는 듯 핏줄이 돋아오른 손을 떨었다.
“그런 쓰레기 같은 노래 때문에 내 신력이 사라졌다고?”
그녀는 신력을 지운 게 아니라, 그 신력을 지운 노래가 유치하기 짝이 없다는 것에 짙은 분노를 드러냈다.
“그 망할 인간이!”
라파엘은 조롱하듯 웃던 라온의 얼굴을 떠올리며 새하얀 이를 갈았다.
“쿠바라. 정말 그 노래가 맞나?”
데루스가 말끔한 턱을 매만지며 눈매를 좁혔다.
“확실합니다.”
쿠바라는 유치한 노래를 끝까지 불렀음에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유치한 가사지만, 그 흐름은 특별해. 신을 찬양하는 노래에 군가의 운율이 어려 있어.”
데루스는 단숨에 마왕예찬의 흐름을 알아차리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그가 아름다운 얼굴을 일그러뜨린 라파엘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라온은 천족, 마족보다도 특별한 놈이라고.”
그는 라온을 조심해야 한다며 입매를 비틀었다.
“아마 뒤에서 보냈다는 특별한 기운은 마왕의 권능이겠지. 이제 좀 이해가 가는군.”
데루스는 라파엘의 신력이 지워진 이유를 알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뻐 보이는군.”
라파엘이 데루스를 보며 눈매를 구겼다.
“그렇게 보이나?”
데루스가 천천히 시선을 들어 라파엘과 눈을 마주 바라보았다. 그는 분명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 속에서 짙고도 깊은 살의가 피어나고 있었다.
“오황은 중립 세력을 소환해 그들의 힘을 억지로 끌어들이려 했다. 그걸 막고,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너를 보냈지.”
데루스의 눈동자 위로 귀화 같은 푸른 불꽃이 타올랐다.
“그 계획이 완전히 깨졌고, 본래 숨겨두었어야 할 네 존재가 온 세상에 드러났는데, 기쁘다고?”
그는 정말 그렇게 보이냐며 섬찟한 미소를 그렸다.
“음….”
라파엘은 데루스에게서 피어나는 어둑하고 음습한 죽음의 기운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 정도였나?’
평소에 힘을 숨기고 있기에 제대로 느끼지 못했는데, 자신의 예상 이상으로 거대한 기운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데루스의 죽음의 기운을 밀어내기 위해서 자신의 신력이 저절로 움직일 정도였다.
“나는 지금 너 이상으로 화가 차오른 상태다.”
데루스가 가루가 되어버린 고서 조각을 바닥에 흩뿌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낀 가죽 장갑 속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저 지금 같은 경험이 많기에 인내를 하고 있을 뿐이야.”
데루스는 라온이 상식을 벗어난 결과를 가져온 적이 많았다며 눈썹을 내렸다.
“그 인간을 죽이지 말라고 했었지?”
라파엘이 데루스를 보며 떨리는 손끝을 세웠다. 그녀의 주변으로 공간을 태우는 듯한 새하얀 뇌전이 피어났다.
“내가 직접 찾아가지는 않겠지만, 혹시라도 마주친다면 무조건 죽이겠다.”
라파엘을 그 마지막 말은 남기고 하얀 빛 속으로 사라졌다.
“쉽지는 않을 거야.”
데루스는 라파엘이 사라진 공간을 바라보며 손을 저었다.
“라온 지그하르트는 천기의 수호를 받고 있으니까.”
그는 지금은 안 될 거라며 가는 웃음을 흘렸다.
“쿠바라.”
데루스는 순식간에 감정을 가라앉힌 후 담담해진 목소리로 쿠바라를 불렀다.
“예.”
쿠바라는 등골 사이로 소름이 돋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라온 지그하르트과 광풍전의 정보를 계속해서 수집해라. 어디로 가는지, 무슨 훈련을 하는지 하나하나 전부.”
그는 돈과 인력이 얼마나 들어도 좋으니, 라온의 정보를 계속 모으라며 턱을 까딱였다.
“알겠습니다.”
쿠바라는 명대로 따르겠다고 말라고서 서재 밖으로 나갔다.
스으으으.
데루스는 모두가 나간 후 가죽 장갑을 벗었다. 라온이 움직였기 때문인지 상처에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핏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라온 지그하르트.”
데루스 로베르트는 푸른 눈동자 속에 거대한 흐름을 담은 채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다시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
*
*
“정말 한 번에 오는군.”
라온은 발카르로 출발하기 전에 보았던 가주전 알현실에 도착한 후 헛웃음을 흘렸다.
체임버가 한 번에 가주전으로 보내주겠다고 자신하던 이유가 있었다. 공간 마법이 한층 더 발전한 것 같았다.
‘물론 지그하르트가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지만.’
사실 아무리 이동마법이 좋아도, 차단 마법을 설치하면 이곳까지 들어 올 수 없다.
지금은 미리 지그하르트 마탑과 이야기가 되었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
“더럽게 빠르네.”
마르타는 차원문이 너무 편리해서 무서울 정도라며 마른침을 삼켰다.
“마법은 대체 어떻게 된 힘인 거야?”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다며 짧게 혀를 찼다.
“확실히 우리 같은 무부와는 다르지.”
버렌은 알아봐야 머리만 아프다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대충 알아….”
루난은 마법 특유의 흐름이 있다며 눈을 끔벅였다.
“구라도 적당히 쳐라. 우리 중에 제일 맹한 녀석이.”
마르타는 헛소리 말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진짠데…?”
루난은 정말 마법의 흐름을 느끼고 있다며 담담하게 고개를 까딱였다.
“끄아아아….”
크레인이 머리 위로 기지개를 피며 찌뿌둥한 신음을 흘렸다.
“이제 좀 쉴 수 있겠네.”
“나도 보충한 물건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
도리안도 발카르에서 구한 물건들을 보급품으로 정리해야겠다며 헤헤 웃었다.
“일단 회의는 끝났고. 다음 임무는 언제 모여야 합니까?”
트레빈은 라온에게 다가가서 드래곤을 처리하는 임무가 언제냐고 물었다.
“언제?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라온이 곧은 자세를 푼 광풍전 검사들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조금 전에 가주님과의 대화를 들었을 텐데? 드래곤을 찾았으니, 바로 움직여야 한다고.”
언제가 아니라, 지금 바로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어…?”
“그 바로가 진짜 바로였어요?”
“쉬, 쉬지도 않고?”
검사들은 바로 움직일 줄은 몰랐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그래. 지금 당장 간다.”
라온은 어서 출발하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전주님이로군.”
마크 괴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담담하게 웃었다.
“난 너희가 더 이해가 안 간다. 아직도 우리 또라이 전주님을 몰라?”
마르타는 정신 차리라며 콧방귀를 뀌었다.
“응. 지금 바로가 맞지….”
루난도 라온이 바로 움직일 것을 예상했다며 고개를 꾸벅였다.
“전부 미르탄 마을로 갈 준비를 하도록.”
라온은 준비 시간을 1분 주겠다고 말하며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어?”
“저희도 함께 가는 건가요?”
“정보 수집에는 전주님이나 간부들만 가잖아요.”
광풍전 검사들은 평소와 다른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히 이유는 있어.”
라온은 따라와 보면 알 거라고 말하며 알현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당연히 뜻이 있으시겠지.”
“자자, 빨리 가자.”
“출발….”
마르타, 버렌, 루난은 어디든 따라갈 듯이 곧바로 라온의 뒤를 쫓았다.
“뭐, 뭔가….”
“불안한데?”
“으으….”
광풍전 검사들은 십 년 넘게 함께 해온 라온의 웃음에 불길함을 느낀 듯 힘이 빠진 걸음으로 가주전을 나섰다.
*
*
*
광풍전 전체가 전력으로 보법을 밟으며 달렸기에 해가 지기 전에 미르탄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쩌어어어엉! 쩌어어어엉!
라온은 어둑해진 하늘을 울리는 망치 소리를 들으며 가는 웃음을 흘렸다.
‘저 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군.’
미르탄에서 돋아나는 열기와 망치 소리는 신기하게도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혀주었다.
발칸을 보러 왔다는 핑계로 가끔 미르탄에 방문하는 이유도 장인들의 망치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계속 듣고 싶지만, 오늘은 다른 이유가 있으니까.’
라온은 광풍전 검사들에게 손짓하고서 미르탄 마을의 대로를 올랐다.
점점 길이 좁아지는 것을 느낄 때쯤 마을 정상에 있는 발칸의 공방이 보였다.
‘부서진 곳을 수리했군.’
공방의 벽과 지붕은 새로 지은 것처럼 깔끔했다. 아리스가 흑검을 얻을 때 부서진 곳을 전부 고친 것 같았다.
쿵쿵.
주먹으로 공방의 문을 두드리자, 발칸이 검게 탄 얼굴을 드러내며 밖으로 나왔다. 뺨이 붉은 것을 보니,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 같았다.
“발카르에 있다더니, 벌써 왔느냐?”
발칸이 왜 이렇게 빨리 왔냐며 눈을 끔벅였다.
“체임버 님이 마법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체임버 덕분에 빨리 복귀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중요한 일이기는 한 모양이로군.”
발칸은 드래곤을 찾는 게 본인의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듯 눈썹을 내렸다.
“예, 그렇죠.”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공방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 드래곤을 알고 있다는 분은 누구입니까?”
라온은 발칸의 입에서 나올 이름이 누구인지를 예상하며 입맛을 다셨다.
“흥, 표정을 보니까. 이미 다 알고 있구만. 직접 만나보거라.”
발칸이 피식 웃으며 공방 밖으로 나왔다. 그의 뒤에서 수염을 곱게 딴 회색 망치 부족의 족장 보르고스가 맥주잔을 들고 있ㄴ느 손을 흔들었다.
“나다.”
보르고스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편지를 받고 예상했던 대로 그가 숨어 있는 드래곤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
“헌데 나일 줄 알고 있었던 것 같구나.”
보르고스가 라온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예. 보르고스 님 말고는 알만한 사람이 없으니까요.”
라온은 미르탄 마을에 드래곤을 알고 있을 사람은 보르고스밖에 없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말해도 되겠군.”
보르고스는 라온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광풍전 검사들을 보며 맥주를 들이켰다.
“너희 인간들도 알고 있겠지만, 드워프들은 손재주가 가장 뛰어난 종족이다. 무기만이 아니라, 보석과 금도 잘 다루지.”
그는 갑자기 드워프의 재능을 자랑하며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허나 그 뛰어난 재능이 언제나 빛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보르고스가 허공을 올려보며 입술을 씹었다.
“드래곤들은 까마귀라도 되는 것처럼 반짝이는 것들을 좋아한다. 대부분은 다른 이들이 가진 것을 빼앗는 정도로 끝나지만, 지독하리만큼 독한 놈도 있어.”
그가 두꺼운 손가락을 떨었다.
“창룡 드시우로스.”
보르고스가 흔들리는 두 손을 모으며 입술을 뗐다.
“드워프 부족들을 노예로 두고 본인이 원하는 보석과 세공품을 끝없이 만들게 시키는 악룡이다.”
그는 드시우로스 밑에는 드워프와 인간족이 노예처럼 길러지고 있다며 마른침을 삼켰다.
“놈은 스스로를 신이라 여기고 있지.”
보르고슨느 드시우로스가 이미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했다며 입술을 씹었다.
“더러운 놈이로군.”
버렌은 화를 참지 못하고 피나도록 입술을 씹었다.
“그러게. 도마뱀 중에 쓰레기가 참으로 많아. 아니, 멀쩡한 놈을 찾는 게 더 힘들어.”
마르타는 인간보다도 더 추한 종족이라며 주먹을 세웠다.
“더러워….”
루난은 마음이 새까맣게 탄 것 같다며 눈썹을 깊게 내렸다.
“드워프와 인간들을 노예로? 가만히 놔둬서는 안 될 놈이네!”
“그래. 흑탑이랑 다를 게 없잖아!”
“아니, 더하지 흑탑 놈들은 최소한 스스로가 악행을 한다는 자각은 있었다고!”
“중재자라는 놈이 어떻게 그런 짓을….”
광풍전 검사들도 분노한 듯 악을 질렀다.
“너희가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네.”
라온이 광풍전 검사들을 보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드래곤이라고 해도 약한 종족을 노예로 삼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구요!”
“꼭 베어야 할 놈입니다!”
검사들은 무조건 싸워서 드워프와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래. 싸워보자.”
라온이 웃으며 제천검을 가볍게 두드렸다.
“너희들이.”
자신은 물러서 있겠다고 말하며 팔짱을 꼈다.
“예?”
“너희들이라면….”
“서, 설마 저희가?”
“그래. 이번 드래곤은….”
라온은 소풍이라도 나가는 것처럼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니라, 너희가 잡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