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82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82화(982/990)
제982화
-음, 틀린 말은 아니로구나.
라스가 거세게 흔들리는 모래 산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저대로 계속 갔다면 난쟁이와 인간들을 구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래. 광풍대도 위험했겠지만, 인질 중에서 죽는 사람이 나왔을 거야.’
라온이 모래가 묻은 손을 털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시우로스의 레어에는 경계 마법이 걸려 있으니까.’
드시우로스는 모래로 쌓은 레어에 외부와 내부를 모두 불태워버릴 수 있는 방어 마법을 걸어두었다.
침입자만이 아니라, 내부에서 도움을 주려는 인질도 함께 재로 만들어버리는 잔혹한 덫이었다.
‘이대로 모래를 파고 들어갔다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라티루 님과 다른 드워프들도 모두 죽었을 거야.’
라티루가 말했던 대로 창룡 드시우로스는 단순히 강한 게 아니라, 음흉함을 지닌 도마뱀이었다.
“야 이! 미친놈아!”
마르타가 헤엄을 치듯 모래 밖으로 튀어나오며 악을 질렀다.
“진짜 왜 이러시는 건데요!”
버렌도 이번에는 인내심이 바닥을 친 듯 이를 갈았다.
“하아아….”
루난은 다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 듯 담담하게 옷에 묻은 모래를 털어냈다.
“저 정도면 적이야! 적!”
“지가 임무를 줘놓고 왜 방해하는 건데!”
“대체 뭘 하고 싶은 거냐고! 이 망할 악마 자식아!”
다른 광풍전 검사들도 모래 밖으로 나오며 비명을 질렀다.
-악마 중에도 이런 놈은 없다니까!
라스가 왜 마족이랑 저런 괴물을 비교하냐며 미간을 구겼다.
-다만 오늘은 저 녀석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구나.
녀석은 광풍전 아이들이 안쓰럽다며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그 상태로 계속 들어갔으면 너희는 물론이고, 안에 있던 인질들도 통구이가 됐을 거야.”
라온이 인상을 구기고 있는 광풍전 검사들을 보며 턱을 까딱였다.
“뭐…? 정말로?”
마르타가 아예 몰랐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혹시나 해서 계속 기감을 뿌리고 있었지만, 그런 기척은 느끼지 못했는데….”
버렌은 마법의 흐름을 느낀 적이 없다며 손끝을 떨었다.
“아주 연하게 있는 것 같기도….”
루난은 이제야 마법의 흐름을 느낀 듯 가늘게 눈을 내리감았다.
“그, 그러면….”
“우리를 위해서?”
“전주님….”
광풍전 검사들은 라온의 뜻을 알아차린 듯 입술을 살짝 씹었다.
“상대는 고룡이다. 너희의 기감을 속이는 마법 정도는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어.”
라온이 광풍전 검사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라티루 님은 드시우로스가 강한 것만이 아니라, 음흉한 도마뱀이라고 미리 힌트를 주셨지. 너희는 레어 주변을 더 세세하게 탐색했어야 했어. 감점이다.”
계획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사전 조사가 아쉬웠다고 말하며 혀를 찼다.
‘정말 자세하게 주변을 돌았다면 마법의 흐름을 찾을 수 있었을 테니까.’
창룡 드시우로스도 인질들을 우습게 보고 있었는지 경계 마법을 완벽하게 숨겨놓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마법의 흐름이 비틀어진 곳이 있었기에 간부들이 끝까지 집중했다면 분명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쉽지는 않은 일이니라.
라스가 당황한 광풍전 검사들을 보며 눈썹을 내렸다.
-저 아이들의 수준으로 고룡의 눈을 피하면서 마법의 흐름을 살피는 건 바늘구멍을 통과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니까.
녀석은 못 찾은 게 이해가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전주님은 그럼 저희를 구하시려고….”
도리안이 감격한 듯 두 손을 모았다.
“아닌데?”
라온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이 불에 타는 건 별 관심 없다만, 라티루 님과 했던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광풍전 검사들의 자신감을 무너트리며 가르침을 주는 것도 좋지만, 비단 라티루와의 약속이 아니더라도 인질들이 불에 타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었으니, 난 인질들을 구하러 간다. 저 도마뱀은 너희가 잘 막아보도록.”
라온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서 다시 모래 속으로 들어갔다.
쿠구구구구구구!
라온이 사라지자마자, 대지가 붕괴할 것처럼 뒤흔들리며 모래 산이 가라앉고, 섬뜩하리만큼 붉은 비늘을 두른 초월적인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목이 하늘 위로 솟구치고, 대지를 덮을 듯한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며 회색 모래 폭풍을 불러왔다.
고오오오오오!
천공 위에서 태양보다도 새빨간 안광이 살기를 적신 채 번뜩인다. 드래곤만이 지니고 있는 기세, 용의 공포가 광풍전 검사들을 휩쓸었다.
우우우우우우우!
광풍전의 검사들은 고룡이 뿜어내는 초월적인 살의에 검을 들고 있는 손을 떨며 식은땀을 줄줄이 흘렸다.
그들은 드시우로스의 거대한 악의를 느끼며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라온 지그하르트. 이 미친놈아!’
저걸 어떻게 잡으라는 거야!
*
*
*
쿠구구구구!
창룡 드시우로스는 자신의 기파에 위축된 인간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벌레 놈들이 감히….’
노예들에게 새로운 진상품을 받아서 만족스럽게 감상하고 있을 때 벌레처럼 여기는 인간들에게 도마뱀이라는 모욕을 받았다.
수천 년을 살면서 처음 조롱을 당했기에 하나하나 밟아주기 위해 레어를 부수고 직접 본체를 드러냈다.
다만 인간들을 살펴보니, 아예 버러지들은 아니었다.
‘그랜드 마스터가 한두 놈이 아니로군.’
눈앞의 인간들은 자신에게 닿지는 못해도 성룡 정도는 충분히 씹어먹고도 남을 정도의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어려운 상대는 아니지만.’
인간 검사들은 자신의 기파에 질려 전신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뒤에 숨기고 있는 꼬리를 내리치면 일격에 모조리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반은 죽이고, 나머지는 살려서 정보를 뽑아내야겠군.’
자신이 이곳에 레어를 만든 건 동족들을 제외하면 누구도 알지 못한다.
어디선가 정보가 빠져나갔다는 뜻이니, 놈들을 고문해서 정보를 빼내기로 마음먹었다.
쿠구구구구.
창룡 드시우로스가 사막보다도 더 긴 듯한 꼬리를 세울 올릴 때였다.
“이 새끼들아! 쫄지 마!”
흑발의 인간 여자가 검을 뽑아 든 채 포효를 질렀다.
“우리는 그 미친놈의 수련도 견뎠다고! 도마뱀 따위는 당연히 찢을 수 있어!”
그녀는 싸우기도 전에 질 생각을 하지 말라며 거세게 발을 굴렀다.
“응. 이겨.”
은발의 여자 인간은 맹한 눈빛과 달리 서늘한 살의를 두른 검을 세웠다.
“할 수 있어….”
그녀는 자신의 기파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듯 담담하게 전투 태세를 갖췄다.
“맞아. 라온 놈. 아니, 전주님이 불가능한 일을 맡길 리는 없어. 인질도 구하고, 저 도마뱀도 잡자!”
청발의 남자 인간이 앞으로 나왔다.
“개진!”
그가 ‘개진’이라고 외치자, 겁에 질려서 쪼그려 있던 인간들이 강대한 기파를 일으키며 한자리에 모였다.
파아아아아아!
인간 검사들이 검을 세우자, 그들에게서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기파가 솟아올랐다.
자신에게도 충분히 닿을 수 있는 섬뜩한 검의 기척에 등골 사이로 오싹한 소름이 흘러내렸다.
‘이건 위험할 수도….’
자신이 죽을 일은 없겠지만, 저들과 싸우며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로드가 조만간 일어날 전쟁을 위해서 몸을 아끼라고 했으니, 정면에서 싸우는 건 피하는 게 좋아 보였다.
‘인질을 써볼까?’
저 인간들이 말이나, 행동을 보면 자신을 죽이는 것보다 레어에 있는 인질을 구하는 게 먼저인 게 분명했다.
인질을 앞에 둔 채 마법을 운용하면 손쉽게 놈들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나오거라.]레어를 향해 손짓하여 노예들을 불렀다. 노예들은 자신에 대한 공포가 깃들어 있기에 목소리만으로도 맹약이 걸린 듯 거부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부름을 듣고도 노예들은 누구 하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게 무슨….]드시우로스가 눈매를 찌푸리며 레어 아래로 마나를 흘려보냈다.
‘하나도 없다고?’
말도 안 되는!
자신이 모습을 드러낸 지 그리 긴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는데, 현재 레어에는 누구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드워프와 인간 노예가 모두 사라졌고, 놈들을 감시하는 가디언은 모조리 죽어 있었다. 악몽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불가능한 일이다….’
레어에는 자신의 경계 마법과 보호 마법이 걸려 있다. 함부로 길을 열었다가는 9서클 마법에 통구이가 되어 죽을 텐데, 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네놈들 무슨 짓을 한 것이냐!]드시우로스가 인간 검사들을 보며 사납게 눈을 흘길 때 그의 뒤편에서 모래가 거칠게 폭발했다.
“아, 다행히 시간에 맞췄네.”
터져나간 모래 언덕 속에서 금발적안의 인간이 튀어나오며 입맛을 다셨다.
그의 뒤편에는 자신이 노예로 쓰고 있던 드워프와 인간들이 어벙한 표정으로 서 있었는데, 본인들도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네놈의 짓이었나!]드시우로스가 바드득 이를 갈며 금발적안의 인간을 노려보았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다. 네놈들은 살아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본래 자신의 성격이라면 모조리 죽이겠다고 외치며 마법을 쏟아내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뭐지?’
9서클 마법 하나만 떨어뜨려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약해 보이는 인간일 뿐인데, 기이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저놈. 무언가가 달라.’
이질적인 기척이 전해져 오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지.
금발적안의 인간의 능력을 살피기 위해서 마법을 운용할 때였다.
“나만 보고 있어도 되는 거야?”
금발적안의 인간은 정말 괜찮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닥치….]닥치라고 말하려고 할 때 발끝에서 살을 파고드는 통증이 느껴졌다.
퍼어어어어억!
어느새 다가온 인간 검사들이 자신의 마나 방어막과 비늘을 뚫고 다리 쪽에 깊은 상처를 만들어 냈다.
[무슨!]드시우로스가 눈을 부릅떴다. 저 인간들의 위협적인 기세를 느끼고, 마나 실드를 세 겹으로 둘렀는데, 그게 뚫릴 줄은 몰랐다.
“뚫었다!”
“광풍검진으로 강환의 위력을 증폭시키면 충분히 먹혀!”
“이대로 간다!”
인간 검사들은 본인들의 공격이 성공한 것을 느끼고 더욱 기세를 드높였다.
[이 벌레 놈들이!]드시우로스가 눈매를 찌푸리며 화염비를 일으켰다. 범위 자체는 넓지 않지만, 그 위력은 저 인간들을 모조리 태울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마법이었다.
“산개!”
청발의 인간이 고개를 세운 채 산개라는 지시를 내렸다.
파아아아아앙!
인간 검사들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검진을 버린 채 사방으로 흩어졌다.
촤아아아아악!
그들은 중앙에 쏟아지는 거대한 화염의 비를 피하고, 따라붙는 얇은 불꽃은 검으로 베어버렸다.
“결집!”
인간 검사들은 화염비가 끝나자마자, 다시 중앙에 모여 자신을 향해 예리한 참격을 쏟아냈다.
[이, 이놈들이!]드시우로스가 입매를 비틀며 대기를 일그러뜨리는 거대한 화염의 창을 소환했다.
쿠와아아아아아!
천신이 들 법한 화염의 창은 대지에 떨어지자마자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광풍전 검사들을 휩쓸었다.
[버러지들이….]드시우로스가 인간들의 몰살을 예상하고 시선을 돌릴 때였다.
파아아아아아!
인간 검사들은 화염의 폭풍을 뚫어내고 또 한번 자신의 몸에 참격을 박아 넣었다.
[방어!]드시우로스가 용언을 꺼내며 인간들의 검이 더 들어올 수 없는 방어막을 생성했다.
‘이런 미친….’
다행히 용언의 방어막이 놈들의 검이 더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었다. 만약 조금만 늦었다면 자신의 다리가 잘려나갔을 정도로 위험했다.
[꺼져라!]드시우로스가 용언으로 폭풍을 불러와 인간 검사들을 모조리 밀어냈다.
“이게 되네?”
흑발의 여자가 정말 통할 줄은 몰랐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모래밭에서 수련한 보람이 있어. 오러를 두르면 드래곤의 열기도 견딜 수 있을 정도라고.”
청발의 인간도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힘들지만….”
은발의 여자는 열기를 버티기 힘들다며 혀를 길게 내밀었다.
[망할 놈들이!]드시우로스가 할 만하다고 중얼거리는 인간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저 벌레들도 문제지만, 가장 큰 건 저놈이다.’
뒤에 버티고 있는 금발적안의 인간. 저놈 때문에 자신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있었다.
‘노예들은 다시 모으면 그만이야. 저놈부터 죽이자.’
아무리 특별하다고 해도 결국 인간일 뿐이다. 완전히 지워버리겠다고 마음을 먹고 드래곤 하트의 마나를 최대치로 개방했다.
우우우우웅!
드시우로스가 초월 마법 홍련의 광휘를 일으켜 금발적안 인간의 머리 위로 떨어뜨렸다.
쿠와아아아아아아!
홍련의 광휘는 모든 것을 녹이는 열기 속에 빛의 속성을 담아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이다.
저 인간이 아무리 강해도 모든 폭발을 막을 수는 없었다.
쿠와아아아아아아!
홍련의 광휘가 금발적안의 인간 앞에서 폭발하며 회색 모래가 쇳물처럼 녹아내리고, 주변으로 새빨간 용암이 솟아올랐다.
후우우우욱!
하지만 그 거대한 폭발 속에서도 금발의 인간과 그 뒤에 있던 노예들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드시우로스가 금발적안의 인간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놈 대체 뭘….]인간 놈은 그저 검을 들었을 뿐인데, 자신의 마법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무얼 한 것이냐!]드시우로스가 금발적안의 인간을 보며 악을 지르자, 또 뒤편에서 인간 검사들이 자신의 방어막을 뚫고 공격을 들어왔다.
[크어어어어!]상처 자체가 깊지는 않았지만, 수백 년 만에 연달아 고통을 느끼자, 깊은 짜증이 돋아났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저 녀석들에게 집중해. 급에 맞춰서 놀자고.”
금발적안의 인간이 거만한 자태로 턱을 까딱였다.
[주제를 모르는 벌레 놈이!]창룡 드시우로스가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그의 날개가 움직이자, 강대한 풍압에 의해서 돌진하던 광풍전의 검사들이 뒤로 밀려났다.
후우우우우우!
광풍전의 검사들이 강환과 강기를 쏘아냈지만, 드시우로스는 이미 창공에 올라가 모든 공세를 흘려냈다.
[그간의 정이 있어서 남겨두고 싶었다만, 어쩔 수 없구나! 모조리 지워주마!]드시우로스가 대기 중의 마나를 끌어모으며 살기 짙은 안광을 드러냈다.
[원망하라! 너희의 죽음은 모두 저 인간들 때문이니!]그는 악의에 찬 외침과 함께 태양조차 집어삼킬 수 있는 거대한 주둥이를 벌렸다.
새까맣게 벌어진 용의 아가리 속에서 온 세계를 태워버릴 듯한 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
레드 드래곤이 지닌 최강의 무기, 화염의 숨결이었다.
*
*
*
“역시….”
라온은 거대한 마나를 응집시키는 드시우로스를 보며 짧게 입맛을 다셨다.
“저렇게 나오는군.”
드래곤은 최강의 종족으로 태어났기에, 인간이 자신들과 맞먹는다는 것만으로도 화를 참지 못한다.
지금도 시간을 끌며 현명하게 싸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힘으로 지워버릴 생각만 하고 있었다.
“라, 라온! 지금 막아야 하는 거 아니야?”
마르타가 뭐하냐며 발을 굴렀다.
“그, 그러게. 올 거 같은데….”
버렌이 드시우로스를 올려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와, 태양이 두 개….”
루난은 태양과 그 옆에서 압축되는 드시우로스의 화염의 숨결을 보며 눈을 끔벅였다.
“으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
도리안과 크레인은 서로를 감싸쥔 채 비명을 질렀다.
“저 망할 놈 가만히 있는 거 봐!”
트레빈도 이제는 포기한 듯 입술을 악물었다.
“화, 화염의 숨결….”
“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다 죽을 거야!”
“이래서 나오면 안 됐는데! 그냥 밑에 있어야 했다고!”
드시우로스에게 노예로 잡혀 있던 인간들은 대체 왜 구하러 왔냐면서 소리를 질렀다.
“아니, 차라리 이게 편하겠군.”
“저 망할 드래곤에게 시달리는 것도 끝이야.”
“우리도 긍지 높은 땅의 일족이다. 여기서까지는 빌지 않겠다.”
드워프 중에서도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이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다 타버린 손으로 주먹을 말아쥐었다.
“포기하지 말게.”
갈색 수염 일족의 족장 라티루가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저었다.
“이들은 보르고스가 보내준 사람들이네. 그가 아무 생각 없이 우리에 대해 말했을 리가 없어.”
그는 라온이나, 광풍전의 검사들보다 보르고스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보르고스 님의 이름을 말한다라….”
라온이 라티루를 돌아보며 짧게 웃었다.
“그럼 어설프게 움직일 수는 없겠군요. 약속은 확실하게 지켜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하고서 제천검과 진혼검을 다 타버린 회색 땅에 박아 넣었다.
[끝이다!]드시우로스가 더 크게 입을 벌리며 응집 시켜두었던 화염의 숨결을 쏟아냈다.
후우우우우!
화염의 숨결이 닿기도 전에, 숨을 쉴 수 없게 만드는 열풍이 떨어지며 인간들의 투지를 한층 더 가라앉혔다.
[모조리 지워져… 음?]드시우로스가 계속해서 화염의 숨결을 뿜어낼 때 그의 양옆으로 금빛의 태양과 은빛의 달이 떠올랐다.
[무슨 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늦었다!]그는 본인의 불꽃을 믿고 있는 듯 숨을 끝까지 쏟아내어 극한에 이른 화염의 숨결을 쏟아냈다.
건방진 인간의 얼굴도,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던 검사들도, 비루하게 써먹었던 노예들도 모조리 사라질 것이라 예상하며 천천히 입을 닫을 때였다.
화아아아아아!
청아한 서리 바람이 코끝을 스쳐 나간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브레스가 땅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 굳어 버렸다.
[무슨….]드시우로스가 태어나서 처음 겪는 기괴한 상황에 눈을 끔벅일 때, 사막 전체를 집어삼킬 듯 퍼지던 화염의 숨결이 새파랗게 얼어붙은 채 수천 조각으로 쪼개졌다.
캬아아아아아앙!
붉은 화염이 박힌 채 흩어지는 얼음의 소나기 속에서 금발적안의 인간이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말했지. 저쪽에나 신경 쓰라고.”
라온은 턱으로 광풍전의 검사들을 가리키며 서슬 퍼런 안광을 번뜩였다.
“나랑 너랑은 급이 안 맞는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