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83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83화(983/990)
제983화
“브레스를 베는 손맛도 나쁘지는 않네.”
라온은 천공에서 흩날리는 서리 조각들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크으으으으….]드시우로스는 브레스가 얼어붙은 채 쪼개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듯 경악이 어린 동공을 떨었다.
‘역시….’
라온은 당황한 드시우로스의 눈동자를 살피며 가는 미소를 그렸다.
‘드시우로스는 카이바르보다 약하군.’
드시우로스의 화염의 숨결은 이 지역 자체를 지워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한 화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자신의 검을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같은 초월자끼리도 급이 다르듯이 고룡들도 살아온 세월에 따라 그 힘이 다른 것 같았다.
-검계를 열고 전력까지 다해놓고 허세는!
라스는 건방 떨지 말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당연히 전력을 사용해야지.’
라온이 신검을 기울이며 뒤편에 있는 인질들을 살폈다.
‘어설프게 막았다가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이 다치면 안 되잖아.’
아마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드시우로스의 화염의 숨결을 벨 수는 있었을 테지만, 열기로부터 인질들을 보호해야 하기에 처음부터 전력을 사용했다.
서리와 분노를 조화시킨 검격을 펼쳐냈기에 화염의 숨결을 완벽하게 얼리고, 부숴버릴 수 있었다.
-하긴 뭐, 불꽃은 얼려야 제맛이지!
라스는 본인의 냉기가 드래곤의 브레스를 얼렸다는 것에 만족한 듯 턱을 까딱였다.
-저 도마뱀 놈 표정이 좋구나! 간이 적절해 보이니라.
녀석은 당황한 드시우로스가 맛있어 보인다며 입맛을 다셨다. 진짜 미친놈이었다.
“내, 내가 살아 있는 건가?”
“브레스를 베어버리다니….”
“이게 말이 되나…?”
“아니, 무슨 사람이 불꽃을 잘라!”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들은 본인들이 살아 있는 것을 믿지 못하고, 서리가 흐르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평범한 검기가 아니더니….”
“초월자. 그것도 제대로 검력을 닦은 냄새가 나.”
“어떻게 저리 어린 나이에 초월의 검기를….”
드워프들은 화염의 숨결을 완벽히 갈라버린 라온의 검술에 반한 듯 눈동자를 반짝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런 반응을 하다니, 괜히 철과 불의 종족이 아니었다.
“내가 말했지 않나!”
라티루가 흥분한 듯 화상으로 가득한 손을 흔들었다.
“보르고스가 이들을 그냥 보냈을 리가 없다고!”
그는 의심 없이 믿고 있었다며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거 진짜 미쳤네….”
마르타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브레스를 베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얼린 다음 깨부쉈어. 저게 가능한 일이야?”
그녀는 오랜 기간 라온을 보아왔지만, 브레스를 얼려서 깨부술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인질들이 열기에 다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거겠지.”
버렌은 라온이 브레스를 얼린 의도를 알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무력은 경악스럽지만….”
그는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무력이라며 헛바람을 흘렸다.
“서리 좋아….”
루난은 사위를 가득 채운 푸른 냉기에 기분이 좋아진 듯 뺨을 붉게 물들인 채 양손을 들어 올렸다.
“전주님의 검을 보니, 용기가 좀 생기네.”
“그래. 전주님이 화염의 숨결만 막아주면 충분히 싸울 만할 것 같아.”
“오늘 끝까지 가보자.”
“여기서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어보는 거야.”
광풍전 검사들은 라온의 검에 용기를 얻은 듯 드시우로스와 싸울 의지를 다졌다.
고오오오오오!
검사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르며 광풍검진 위로 녹빛을 휘감은 바람이 솟아올랐다.
*
*
*
[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창룡 드시우로스는 얼음 조각이 되어 깨져나간 화염의 숨결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거대한 육체가 흔들리며 주변에 응집되던 화속성의 마나가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불가능하다고!]저 금발적안의 인간에게서 기이한 감각이 전해져 왔기에 자신의 브레스가 막힐 수도 있다는 예상은 했다.
하지만 브레스를 막는 게 아니라 아예 베어버리고, 용암보다도 지독한 열기를 얼음 속에 가둔 채 부숴버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수천 년을 살아왔지만, 이런 당혹스러운 경험은 처음이었다. 머리가 하얗게 물들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위험하다. 저 인간은 위험해.’
금발적안의 인간은 특별한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본신의 무력만으로 자신의 브레스를 부숴버렸다. 그 뜻은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의 목을 베어버릴 능력이 있다는 뜻이었다.
‘잠깐만….’
금발적안?
얼마 전 로드가 찾아와서 인간들과의 전쟁을 준비하라고 말할 때 금발적안의 검사를 조심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
‘분명 늙은이라고 했는데….’
로드가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노인이라고 해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런 결과가 벌어질 줄은 몰랐다. 금발적안의 인간은 모두가 위협적인 것 같았다.
‘여기서는 물러나는 게 좋겠군.’
로드의 말도 걸리고, 저 금발적안의 인간이 지닌 무력을 예측할 수 없기에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먼저였다.
[고작 화염의 숨결을 막은 것으로 자만 떨지 말거라!]드시우로스가 흩어지던 마나를 억지로 결집시켰다.
[내게 남은 마법은 브레스 이상이니까!]용언을 외워서 지상을 향해 검붉은 낙뢰를 떨어뜨렸다. 초월 마법, 하늘의 분노였다.
쿠와아아아아아아!
격렬하게 쏟아져 내리는 벼락 줄기 속에서 드시우로스가 몸을 돌렸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간 벌기는 되겠지.’
마법은 본래 정신력이 흔들리면 제 위력을 내지 못하지만, 지금은 저들을 죽이는 게 아니라 시간을 끌려는 것이기에 지금 상태로도 충분했다.
‘일단 멀리 떨어져서 공간 이동을….’
드시우로스가 날개를 펼쳐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려고 할 때였다.
촤아아아아아아악!
소리 없이 솟아오른 검이 붉은 섬광을 일으키며 자신의 목을 향해 쇄도해왔다.
[막아라!]드시우로스가 다급하게 용언을 외웠지만, 금색 불길을 머금은 칼날은 두터운 용언의 방어를 뚫고 그의 양쪽 날개를 베어버렸다.
촤아아아아아아악!
섬뜩한 파공음과 함께 하늘을 가릴 듯 뻗어 있던 붉은 날개가 떨어지고, 새빨간 핏물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쿠우우우우우웅!
드시우로스는 날개가 잘려나간 고통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행 마법도 쓰지 못한 채 퍼렇게 얼어붙은 사막으로 추락했다. 상식을 초월한 무게 때문에 사방으로 모래의 파도가 뿌려졌다.
[끄으으으….]드시우로스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이, 인간….]눈앞에 금발적안의 인간이 고요한 자태로 서 있었다.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검을 날려서 자신의 방어를 뚫고, 양 날개를 모두 잘라내다니, 말이 안 되는 무력이었다. 솔직히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 여기서 도망쳐줘야 도마뱀이지.”
라온이 드시우로스를 굽어보며 턱을 까딱였다.
“다만 네가 도망치도록 놔두기에는 너희의 음흉함을 너무 많이 겪었어.”
지상 최강의 종족이니, 세계의 중재자니 떠드는 것과 달리 드래곤은 본인이 위기에 처하면 꼬리를 잘라내고 도망치는 도마뱀과 다를 바가 없는 놈들이었다.
“네가 이곳을 벗어날 방법은 둘 중 하나뿐이다.”
라온이 손가락을 들어서 광풍전 검사들을 가리켰다.
“저들을 죽이거나, 저들에게 죽거나.”
드시우로스에게 경고를 해주고 광풍전 검사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도 마찬가지다. 싸워서 이겨라.”
라온은 이 이상은 나서지 않겠다고 말하고서 뒤로 물러섰다.
[그 말은….]드시우로스가 천천히 몸을 들어 올렸다.
[내가 저 인간들을 죽이면 보내준다는 의미인가?]“이해가 빠르네.”
라온이 뻘겋게 타오르는 드시우로스의 눈을 보며 웃었다.
“다만 브레스는 쓰지 말도록, 중간에 도망칠 생각도 하지 말고.”
그게 아니면 약속을 해주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드시우로스가 피가 흘러내리는 이를 씹으며 그 육중한 몸을 세웠다. 그는 광풍전 검사들을 굽어본 채로 섬찟한 살의를 일으켰다.
[후회하지 말거라!]*
*
*
“저 미친놈이 결국 우리를 팔아먹네.”
마르타가 어이가 없다며 헛웃음을 흘렸다.
“우리를 믿고 있다는 뜻이겠지. 좋게 받아들이자고.”
버렌은 이게 라온의 시험일 거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어….”
루난은 이 임무를 시작할 때처럼 무조건 할 수 있다며 눈을 끔벅였다.
“너 오늘따라 자신감이 넘친다? 뭐 잘못 먹었냐?”
마르타가 신기하다는 듯 눈썹을 내렸다.
“할 수 있으니까.”
루난은 의지를 다지는 정도가 아니라, 승리를 확신하는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조, 좋아! 한번 해보자고!
크레인이 죽어보자고 외치며 검을 들어 올렸다.
“아으흐흐흑….”
도리안도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두 손으로 검을 다잡았다.
“광풍전에 들어오기를 잘했군. 드래곤. 그것도 고룡과 생사결을 벌일 줄이야.”
트레빈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며 입맛을 다셨다.
“그게 광풍전의 좋은 점이죠.”
마크 괴튼은 다시 한번 광풍전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너희들에게 남은 기회는 없다!]드시우로스가 미간을 구긴 채 피가 흘러내리는 손을 내렸다. 그의 손아귀 위에서 솟아오른 불꽃이 비단처럼 풀려나와 광풍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피하기에는 늦었어! 방어에 집중해!”
버렌의 외침에 광풍전 검사들이 검진의 안쪽으로 이동해 오러를 압축시켰다. 검 위에서 피어나는 오러가 푸른빛을 띤 방패가 되어 드시우로스가 쏟아낸 불꽃과 맞부딪쳤다.
쿠와아아아아앙!
불꽃과 오러가 만나 보랏빛 스파크를 일으키며 강대한 충격파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흐음….”
라온은 불꽃과 오러가 격렬하게 경합하는 모습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위력은 밀리지 않는군.’
드시우로스의 9서클 마법과 검진으로 강화시킨 검사들의 무력은 거의 비슷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드시우로스가 초월급 마법과 화염의 숨결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어차피 브레스를 쓰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초월급 마법만 막으면 된다는 거지.’
그걸 막기 위해서는….
라온이 드시우로스를 잡을 수 있는 답을 떠올리며 광풍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놈에게 시간을 주어서는 안 돼!”
버렌이 콧잔등을 구기며 발을 굴렀다.
“바로 들어가!”
그는 숨 쉴 틈도 없이 몰아붙여야 한다며 검진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알고 있어!”
광풍전의 돌격대장 마르타는 버렌의 지시를 듣기도 전에 대지를 박차고 나아갔다.
치아아아아아아!
그녀는 죽을 각오를 한 듯 방어를 도외시한 채 드시우로스의 몸통을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퍼어어어어억!
묵직함을 담아낸 마르타의 검이 드시우로스의 비늘을 뚫고, 그의 살점을 두껍게 잘라냈다.
[이, 이놈!]드시우로스가 눈매를 좁히며 마르타를 향해 날카로운 화염의 칼날을 쏟아냈다.
치아아아아아아!
마르타의 육체가 꼬치가 되기 직전 서리의 벽이 솟아나 드시우로스의 불길을 막아냈다.
“구했어….”
루난이다. 그녀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담담하게 턱을 까딱였다.
“고맙다는 말은 안 한다!”
마르타는 루난이 나와줄 것을 믿고 있었다는 듯 다시 앞으로 나아가 드시우로스의 비늘을 잘라냈다.
“기대도 안 했어….”
루난은 그런 마르타의 뒤를 따라붙어 떨어지는 불꽃을 모조리 지워주었다. 두 사람은 원수처럼 다툴 때와 달리 자매처럼 완벽한 공방의 합을 맞췄다.
[크아아아아아아!]드시우로스가 고통 어린 비명을 지르며 퍼렇게 타오르는 불길을 쏟아냈다.
“물러나….”
루난은 홀로 막을 수 없는 마법인 것을 깨닫고, 마르타의 목덜미를 잡고 함께 물러섰다.
“파죽의 형!”
버렌은 마르타와 루난이 돌아오자마자, 검진의 기운을 응집시켜서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청염을 갈라냈다.
[버러지들이!]드시우로스는 진심으로 분노한 듯 용언 마법과 9서클 마법을 연달아 떨어뜨렸다. 어떻게든 물러나게 만들어서 시간을 벌 생각인 것 같았다.
“막을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가!”
광풍전 검사들은 드시우로스에게 시간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마법들을 베어 넘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쿠와아아아아아아!
검과 마법. 드래곤과 검사들의 정면 대결이 끝없이 이어진다. 강기에 비늘이 잘려나간 드시우로스가 비명을 지르고, 열기에 피부가 익어버린 검사들이 신음을 참으며 검을 휘둘렀다.
드시우로스와 광풍전 검사들의 접전이 이어진다. 숨을 쉴 틈도 없이 이어지던 접전 속에서 먼저 인내심이 끊어진 건 지상 최강의 종족이었다.
[주, 죽여주마!]드시우로스가 악을 내지르며 가슴 앞으로 검붉은 불꽃을 소환했다. 검은 불꽃에서 피어나는 열기 때문에 주변이 일그러져 보일 지경이었다.
“검은 불꽃….”
“초, 초월급 마법인가?”
“설마 지옥의….”
광풍전 검사들은 검은 불꽃에서 타오르는 열기에 마른침을 삼켰다.
“허세다!”
버렌이 드시우로스에 못지않은 괴성을 지르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고룡이라고 해도 초월급 마법을 쓰려면 준비 시간이 필요해!”
그는 계속 들어가야 한다고 외치며 검을 세웠다.
“맞아. 정신이 무너진 놈이 무슨 초월급을 바로 쓰겠어! 나를 따라와라!”
마르타는 검은 불꽃을 보고도 공포를 느끼지 않은 듯 더욱 빠르게 나아가 드시우로스에게 검을 찔러넣었다.
“우리가 유리해….”
루난 역시 지금이 기회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서리의 꽃이 피어나는 검으로 드시우로스의 발목을 잘라냈다.
콰아아아아아아!
마르타와 루난이 드시우로스의 방어를 뚫어낸 순간 그들의 뒤에 선 검사들이 진각을 밟았다.
“가자!”
“찔러!”
“비, 빌어먹을!”
마크 괴튼의 지시를 따라 크레인과 도리안이 선두에 서서 강기를 찔러넣었다.
퍼버버버버버벅!
광풍전 검사들이 쏘아낸 수십 줄기의 강기가 드시우로스의 육체를 난도질했다. 뚝이 무너진 것처럼 그의 육체에서 핏물이 쏟아져 내렸다.
[날파리 같은 놈들!]드시우로스가 참지 못하고, 완성되지 못한 초월급 마법을 내리쳤다.
“어딜!”
트레빈은 기다렸다는 듯 검진의 힘을 모두 끌어와 드시우로스가 쏘아낸 검은 불꽃을 뒤편에 있는 사막으로 흘려버렸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앙!
완성되지 않았다고 해도 초월급 마법은 마법인지 검은 불꽃은 뒤편의 사막 전체로 퍼지며 모래 자체를 녹여버렸다.
‘제법인데?’
라온은 드시우로스를 몰아붙이는 광풍전 검사들을 살피며 입맛을 다셨다.
‘시간을 주지 않는 전략도 좋고, 인내심도 좋아.’
광풍전이 승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드시우로스의 시간을 뺏는 것인데, 검사들은 거머리처럼 달라붙어서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해냈다.
‘전부 성장했군.’
버렌은 부전주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침착해졌고, 마르타의 용기와 돌진력은 대륙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루난은 더 넓어진 시야로 누구 하나 심한 부상을 입지 않도록 검진을 조율해주었다.
도리안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전방에 서서 드시우로스의 마법을 막아냈고, 크레인은 그런 도리안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 검을 찔러넣었다.
마크 괴튼이나 트레빈 그리도 다른 검사들 역시 이 전투 속에서 성장한 듯, 본인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전부 잘 컸구나….
라스는 검사들이 대견하다는 듯 코를 훌쩍였다.
‘그래. 이제는 봐줄 만하네.’
라온이 공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아아아아아!]드시우로스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털어냈다. 검에 당한 상처가 많았기에 주변으로 핏물이 비처럼 쏟아졌다.
[다 필요 없다! 죽여주마!]놈은 자신과의 약속을 잊은 듯 눈동자를 까뒤집은 채 거대한 아가리를 벌렸다.
쿠구구구구구!
드시우로스의 목구멍 안쪽에서 용암 같은 불길이 원을 그리며 응집되기 시작했다.
‘화염의 숨결.’
놈은 정신을 집중할 수 없기에 초월급 마법을 포기하고, 브레스를 쏟아내려는 것 같았다.
-무얼 하는 것이냐!
라스가 빠르게 손을 흔들었다.
-어서 막거라! 애들이 죽을 것이니라!
‘잠깐.’
라온은 바둥거리는 라스를 막으며 광풍전 검사들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들, 해볼 생각이야.’
광풍전 검사들은 자신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싸울 것처럼 검진을 강화하고 검을 들어 올렸다. 그들의 눈빛에서 끝까지 싸우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났다.
‘그래. 한번 해봐라.’
처음에 썼던 것과 같은 화염의 숨결이라면 광풍전도 전멸이지만, 현재의 드시우로스는 브레스도 제대로 사용하기 힘든 상태다.
광풍전 검사들이 제대로 의지를 다지고, 검진에 집중한다면 막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
드시우로스는 고통과 조급함 때문에 화염의 숨결을 전부 끌어내지 못하고, 반 정도만 응집시킨 후 광풍전 검사들을 향해 쏟아냈다.
“광현풍사!”
버렌의 외침에 광풍전의 검사들 동시에 검을 내질렀다. 가지각색의 강기가 하나로 뭉치며 짙푸른 빛을 일으켰다.
쿠와아아아아아앙!
화염의 숨결과 광풍검진의 극의가 격돌하며 천지사방으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폭발했다. 모래가 바스러지고, 뒤에서 타고 있던 검은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쿠구구구구!
다만 위력에서 밀리는 듯 광풍전 검사들의 안색이 굳어지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끝이다!]드시우로스는 이제 뒷일 따위는 생각도 안 하는 듯 괴성을 지르며 화염의 숨결을 더욱 짙게 뿌렸다.
“견뎌라!”
“라온 놈에게 당해온 우리의 길을 믿으라고!”
“우리도 벨 수 있어….”
버렌, 마르타, 루난의 외침에 광풍전의 검사들이 마지막 힘을 끌어내며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화아아아아아!
검사들의 정신과 마음이 하나의 검처럼 이어진 순간, 그리운 녹색의 바람이 불어와 모두의 기운을 하나의 검으로 벼려주었다.
광풍검진 극의.
광현풍사.
리메르와 라온이 만들어낸 광풍검진의 진정한 극의가 녹색의 바람과 함께 풀려나며 드시우로스의 화염의 숨결을 가르고, 놈의 목을 깊게 베어냈다.
[크으으으….]드시우로스는 지금까지처럼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전신을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용의 역린. 본래라면 죽자사자 발버둥을 쳤어야 했지만, 놈에게는 남은 힘이 많지 않았다.
“지금이다!”
“나아가!”
광풍전 검사들은 브레스 때문에 새빨간 화상을 입었음에도 물러나지 않고, 드시우로스에게 시퍼런 칼날을 찔러넣었다.
파아아아아아아!
강환과 강기가 비처럼 쏟아지며 두껍기 그지없는 용의 비늘을 가르고, 놈의 살과 뼈를 찢어발겼다.
우우우우우웅!
드시우로스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남은 힘을 끌어모아 이동 마법을 준비했다.
[이, 이동….]그가 용언 마법으로 공간을 이동하려고 할 때 묵직하고 차디찬 칼날이 입안을 파고들었다.
[크흐흐흡!]드시우로스는 용언 마법이 끊기며 입안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어딜 도망가려고.”
“다 보여.”
마르타와 루난은 라온을 보고 예상을 했다며 드시우로스의 입을 찌른 칼날을 비틀었다.
“이제 죽여!”
버렌의 외침에 광풍전 검사들이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고 할 때였다.
“그만.”
라온이 한 발 앞으로 나오며 손을 들어 올렸다.
처어억!
광풍전 검사들은 라온이 앞에 나서자마자, 살의를 지우고 본래의 자세로 돌아가 허리를 곧게 폈다. 그를 완벽하게 신뢰하는 모습이었다.
“나쁘지 않은 전투였다.”
라온이 괜찮은 싸움이었다고 말하며 광풍전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하아아….”
“끝났군.”
마르타와 버렌은 라온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긴다고 했지….”
루난은 지금의 결과가 보였다는 듯 담담하게 고개를 꾸벅였다./
“나, 나는 전주님이 무서워서 싸웠어….”
도리안은 드래곤보다 라온이 더 무서웠다며 입술을 떨었다.
“그게 맞긴 해.”
크레인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정말 드래곤을 잡을 줄이야.”
“그냥 드래곤도 아니고, 고룡이라고!”
“내가 살아서 브레스의 앞에 설 줄은 몰랐어.”
“이게 광풍전이지!”
“전주님도 칭찬해줄 정도니까. 잘 싸우긴 했어!”
검사들은 승리에 흥분한 듯 검을 세우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다만!”
라온이 기뻐하는 검사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잡스러운 움직임이 많았어. 너희가 가진 힘을 제대로 이용했다면 브레스를 보지 않고, 이 도마뱀을 잡을 수 있었을 거다.”
그는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고 말하며 혀를 찼다.
“거기다 처음 실수도 있었지. 뭐, 그건 돌아가서 천천히 이야기해보자고.”
라온은 지그하르트로 돌아가서 제대로 반성회를 해보자며 손을 까딱였다.
“아아….”
“나중에 이야기 해주지….”
“맞아! 승리의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무섭잖아!”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
광풍전 검사들은 라온이 사람의 감정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독한 놈….
라스도 징하다고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드시우로스.”
라온은 뒤에서 들려오는 광풍전의 불평을 무시하고, 피를 토해내는 드시우로스의 머리를 밟았다.
“브레스를 쓰지 않겠다는 약속도 어기고, 도망치지 않겠다는 약속도 어겼지?”
자신의 몸통보다 큰 드래곤의 붉은 눈동자를 보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그러면 나도 내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
[으으으으….]“기대하라고.”
라온의 붉은 눈동자에 비친 거대한 드래곤의 육체가 모기의 날개처럼 파르르 떨렸다.
“네가 아는 것, 그리고 모르는 것까지 전부 토해내게 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