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84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84화(984/990)
제984화
[끄으으으으!]드시우로스는 라온을 마주 보고 있는 것만으로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듯 마름모꼴 눈동자를 부르르 떨었다.
-흐으음!
라스가 드시우로스의 전신을 이리저리 살피며 입맛을 다셨다.
-고놈 살이 아주 통통하게 올랐구나! 지방이 튼실해서 불맛이 화끈하게 날 게 분명 하느니라!
녀석은 광풍대가 칼집도 넣었으니, 양념만 치고 바로 구워 먹자며 입맛을 다셨다.
‘넌 나한테 미쳤다고 할 자격이 없어….’
강기를 박아 넣은 상처에 양념을 넣자고 하다니, 상상도 못 한 일이다. 지금껏 본 존재 중 가장 미친 녀석이었다.
퍼어어어어억!
라온은 퍼렇게 타오르는 마검으로 드시우로스의 뿔을 잘라버렸다.
[흐으으….]드시우로스는 본인의 육체 중 가장 단단한 뿔이 종잇장처럼 잘려 나가는 것을 느끼고서 전신을 움츠렸다.
“최근에 드래곤 로드가 찾아온 적이 있었지?”
라온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담담한 눈빛으로 드시우로스를 굽어보았다.
[네, 네놈이 그걸 어떻게….]드시우로스가 자신의 몸통보다 더 큰 눈동자를 굴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역시 왔군.’
자신의 예상대로 드래곤 로드는 고룡급 드래곤들을 찾아와서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었던 것 같았다.
‘이놈에게는 정보를 뽑아내기 쉽겠어.’
드시우로스는 라티루가 정보를 흘려주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현 상황이 여러모로 혼란스러울 테니, 녀석의 어지러운 심리를 이용하여 정보를 얻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닥치고, 묻는 말에나 대답해.”
라온이 모래에 박아두었던 신검을 잡았다.
화아아아아!
검날에서 피어나는 열기가 드시우로스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검기가 지나간 녀석의 눈 밑에서 붉은 핏물이 튀어 올랐다.
[으음….]드시우로스는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채 천천히 그 거대한 주둥이를 열었다.
[네, 네 말대로 얼마 전에 로드가 찾아왔다.]그는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판단하고 바로 진실을 꺼내 놓았다.
“전쟁을 대비하라고 했겠지?”
라온이 드시우로스의 흔들리는 동자를 보며 마검을 쥐고 있는 손을 까딱였다.
[아, 아니. 너는 대체….]드시우로스가 당황하여 턱을 떨자, 놈의 주변에 쌓여 있는 모래가 파도처럼 들썩였다.
[네 정체가 무엇이냐. 로드가 경고했던 금발적안의 인간이 역시 네놈이었나….]그는 이해를 벗어난 상황의 연속에 경악하여 콧잔등을 떨었다. 저 모습만으로도 답이 되었다.
‘드래곤 로드가 경고했다는 금발적안의 인간은 내가 아니라, 할아버지겠지.’
드래곤 로드가 주의하라고 할 금발적안의 인간은 당연하게도 글렌일 것이다.
지금은 몰라도 이전의 자신은 아직 로드의 눈에 찰 정도가 아닐 테니까.
‘정말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군.’
드시우로스의 답변과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드래곤들은 사마의 측에 서서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지랄맞은 도마뱀들이네.’
세계의 중재자라는 놈들이 대륙을 멸망으로 이끌려는 사이한 존재들의 뒤에 서서 전쟁을 준비한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본왕이 말했지 않느냐.
라스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 도마뱀들은 먹을 때 빼고는 쓸모가 없다니까! 보이는 족족 죽여야 하는 ‘생태계교란종’이니라!
녀석은 신의 사자나, 대륙의 중재자 같은 게 아니라, 단순한 유해조수라고 콧방귀를 뀌었다.
‘유해조수? 어떻게 보면 딱이네.’
라온이 피식 웃으며 드시우로스의 주둥이에 발을 올렸다.
“그 외에는 무슨 말을 했지?”
라온이 짧게 숨을 고른 후 턱을 까딱였다.
[그, 그게 전부다. 전쟁을 준비하라고 했고, 네놈을 조심하라고 했을 뿐이다.]드시우로스는 자신을 글렌이라고 생각하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게 전부가 아닐 텐데?”
라온이 천천히 손을 뻗어 퍼렇게 타오르는 마검을 드시우로스의 눈동자에 가져다 대었다.
[저, 정말이다! 곧 대륙이 뒤흔들릴 전쟁이 일어날 테니, 가디언들을 더 모집하라고 했던 게 다다!]드시우로스는 정말 그게 전부라며 턱을 떨었다.
“귀찮게 하는군.”
라온이 짧게 입맛을 다시며 마검으로 드시우로스의 잇몸 안쪽을 찔렀다.
퍼어어어어어!
서리의 칼날에 찔린 용의 살결이 치즈처럼 갈라지며 시뻘건 핏물이 치솟았다.
[크오오오오오!]드시우로스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고통에 전신을 버둥거리며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쓰레기 도마뱀을 인도적으로 대해줄 필요는 없지.’
드시우로스는 중재자로서의 책무를 무시하고, 인간과 드워프를 노예로 삼아서 보석을 세공하는 공장을 만들었다.
‘그것도 지독한 땅굴 속에서.’
자신이 직접 인질들을 구했기에 레어 내부를 살필 수 있었는데, 저 안은 불구덩이나 다름이 없었다.
높은 화속성 저항력을 지닌 자신에게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으니, 평범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열에 강한 드워프들에게도 지옥이었을 것이다.
오직 본인의 욕망을 위해서 사람과 드워프를 납치하여 괴롭힌 도마뱀 따위에게는 고문도 사치였다.
“빠르게 입을 여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인내심이 없거든.”
라온은 점점 더 강도가 세질 거라고 말하며 서늘한 미소를 그렸다.
[흐으으으!]드시우로스는 어떻게든 기억을 떠올리려는 듯 겁에 질린 눈동자를 좌우로 굴렸다.
[그, 그러고 보니….]그가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입을 살짝 벌렸다.
“그러고 보니?”
라온이 어서 말하라고 턱을 까딱였다.
[로드에게 전쟁이 언제 일어나냐고 물었을 때 화산 아래에 있는 인간들이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고 했었다.]“화산 아래?”
[그렇다. 나중에 위치를 알려줄 테니, 내게 직접 가보라는 이야기도 했고….]드시우로스는 정말 그게 전부라며 고개를 저었다.
‘화산이라.’
드디어 실마리가 나왔군.
대륙은 넓기에 많은 화산이 존재하지만, 오황의 인력을 동원한다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인위적인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화산 아래에 있는 건 누구지?”
라온이 신검을 살짝 기울인 채 드시우로스를 바라보았다.
[모, 모른다. 그저 나중에 가보라고 했을 뿐이라니까!]그는 로드는 딱 저 말만을 남기고 사라졌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 부분은 아쉽군.’
같은 사마라고 해도 데루스와 백혈교, 에덴의 성향은 너무도 다르다.
정체를 알면 그에 따른 대비를 하고 쳐들어갈 수 있을 텐데, 그걸 못한다는 게 아쉬웠다.
‘그래도 하나 확실해진 게 있네.’
라온이 금빛으로 반짝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드래곤 로드는 사마의 위치를 모두 알고 있어.’
오황회의에서 이야기가 나왔던 대로 드래곤 로드는 흑탑의 위치만이 아니라, 남은 사마의 행적도 전부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자, 다음은?”
라온은 화산 아래라는 위치를 뇌리에 박은 후 고개를 까딱였다.
[다, 다음은 없다니까!]드시우로스는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말했다며 부릅뜬 눈동자를 흔들었다.
“아닐 텐데?”
라온이 짧게 입맛을 다셨다.
[정말이다! 정말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말했다!]드시우로스는 로드와의 대화를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말했다며 악을 질렀다.
“그거야 뭐….”
라온이 입맛을 다시며 다시 마검을 들어 올렸다.
“네 몸에 물어보면 알겠지.”
사이하게 웃으며 드시우로스의 비늘 안쪽으로 신검과 마검의 칼날을 찔러넣었다.
화아아아아아!
사람에게 고문을 하듯이 열기와 냉기를 모조리 밀어 넣었다.
[크아아아아악!]드시우로스는 지금까지 중 가장 큰 고통을 느낀 듯 눈을 까뒤집은 채 발광을 시작했다.
-얌마!
라스가 적당히 하라는 듯 맹렬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막을 생각 마. 이 녀석은 죄 없는 사람들을 노예로 삼았다고.’
-그게 아니라! 너무 괴롭히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고기가 질겨지느니라!
녀석은 적당히 쉴 시간도 주어야 한다며 손가락을 세웠다.
‘…….’
라온은 어벙한 눈으로 라스를 바라보았다.
‘이 식충이를 진짜 어떻게 하지…?’
*
*
*
“흐음….”
라온은 걸레짝이 된 드시우로스의 목과 면상을 보며 눈썹을 내렸다.
‘정말 그 이상은 모르는 모양이네.’
드시우로스에게 상극이 되는 서리의 마검을 혀에 박아 넣고 고문을 해도 녀석은 입을 열지 않았다.
아는 정보를 모두 말했다는 게 사실인 것 같았다.
[흐으으으….]“드시우로스.”
라온이 곧 죽을 것처럼 신음을 흘리는 드시우로스에게 다가갔다.
[끄윽!]드시우로스는 자신을 보는 것만으로 두려움을 느낀 듯 눈동자를 굽혔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다.”
라온이 드시우로스를 향해 아래로 내린 손가락을 까딱였다.
“드래곤 로드의 레어는 어디에 있지?”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사마를 찾기 전에 로드를 먼저 처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놈을 잡으면 사마의 위치는 저절로 알게 될 테니까.
[모, 모른다.]드시우로스가 꺼멓게 죽은 피를 토하며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고? 레어의 위치를?”
[그, 그렇다. 로드는 우리를 직접 찾아올 뿐, 레어로 부르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그는 자신의 눈을 보며 피가 묻은 주둥이를 떨었다.
[거기다 드래곤은 동족에게 큰 관심이 없다….]드시우로스는 로드만이 아니라, 다른 동족의 레어도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인 것 같네.’
드시우로스의 표정을 보니, 저 말도 사실인 것 같았다.
-아마 맞을 것이니라. 드래곤들은 어린 해츨링이 죽는 일이 아니라면 성룡이 뒤지든 고룡이 뒤지든 신경도 쓰지 않으니까.
라스는 세상에서 가장 결집이 안 되는 종족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그래. 그럼 여기까지네.”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푸른 빛이 흩어지기 시작한 마검을 들어 올렸다.
[뭐? 여, 여기까지라니….]드시우로스가 다급하며 목을 들어 올렸다.
[말을 하면 살려준다고 했지 않느냐!]“내가 언제?”
라온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저 녀석들을 잡는 것뿐이었어.”
비웃음을 흘리며 광풍전 검사들을 가리켰다.
“질문에 답을 해준다고 살려준다는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라온은 그저 네 머릿속 착각이라고 말하며 손을 저었다.
[이익….]드시우로스는 본인이 큰 착각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서 턱을 떨었다.
[아, 안 돼!]“그만 가라.”
라온은 발악하기 위해서 마나를 모으려는 드시우로스의 목을 향해 마검을 그어 내렸다.
촤아아아아악!
종이를 베는 듯한 절삭음이 울리고, 드시우로스의 목에 푸른 선이 그려졌다.
파아아아아아아!
얼어붙은 창룡의 목이 유려한 서리빛과 함께 깨져나갔다.
[아….]수천 년을 살며 중재자의 신념을 던져버린 드래곤이 도마뱀이 되어 차디찬 사막으로 추락했다.
쿠우우우우웅!
라온은 드시우로스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후 핏물이 흐르는 신검과 마검을 털어냈다.
-본왕은 다 보이느니라.
라스가 자신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저 도마뱀이 애들을 이겼어도 살려 보내지 않았겠지?
‘당연하지.’
라온이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쓰레기와의 약속은 지킬 필요가 없으니까.’
라스의 말대로 드시우로스가 광풍전과의 전투에서 이겼다고 해도 바로 이기어검을 날려서 놈을 제압했을 것이다.
저딴 도마뱀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으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라온이 눈빛이 흐려지는 드시우로스의 시체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수확이 좋은데?’
드시우로스라는 고룡을 잡아서 적의 전력을 약화시켰고, 사마 중 하나가 화산 아래에 있다는 정보를 얻었으며, 많은 인질을 구했다.
손해는 하나 없이 모두 이득뿐이었다.
‘아, 하나 더.’
라온이 웃으며 광풍전 검사들을 보았다.
‘저 녀석들이 자신감과 경험을 얻었지.’
광풍전은 고룡 사냥에 성공하여 본인들이 지닌 무력을 깨달았다. 이번 경험은 앞으로의 전쟁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있느니라!
라스가 아직 아니라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드래곤 구이를 먹을 수 있게 되었지! 그것도 가장 불맛이 좋은 레드 드래곤이니라!
녀석은 그게 제일 크지 않냐며 헤죽거렸다.
“하아….”
어쩌다 이렇게….
왠지 라스를 자신이 망가뜨린 것 같아서 아주 살짝 미안해졌다.
“후우우, 드디어 끝났나.”
버렌은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긴장감을 풀어버린 듯 길쭉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정말 뒤지는 줄 알았네. 브레스가 날아올 때는 지릴 뻔했다고!”
마르타는 화염의 숨결이 떨어질 때를 떠올린 듯 이마 사이로 식은땀을 흘렸다.
“더워서 힘들었어….”
루난은 드시우로스와 치른 전쟁보다 이 지역의 더위가 더 싫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솔직히 도망치고 싶었는데, 다들 버티더라구요….”
크레인은 옆에 있는 동료를 생각하고 견뎠다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으흐흐흐흐….”
도리안은 언제 울었냐는 듯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드시우로스의 시체를 이리저리 살폈다.
저 시체를 배 주머니에 넣을 생각에 벌써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
“진짜 또라이라니까….”
트레빈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저렇기에 광풍전에서 버틸 수 있는 겁니다.”
마크 괴튼은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거라며서 담담하게 웃었다.
“저, 저기….”
라온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제천검과 진혼검을 검집에 넣을 때 뒤편에서 말라붙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왜 구해주었냐고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은인을 몰라뵙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드시우로스에게 잡혀 있던 사람들은 브레스를 보았을 때 했던 말을 사과하며 고개를 숙여왔다.
“괜찮아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라온은 구김 없이 웃으며 손을 저었다.
‘이들에게 드시우로스는 악마이자, 신이었을 테니까.’
저 사람들은 드시우로스에게 납치당해 열기뿐인 레어 속에서 긴 시간을 살아왔다.
죽지 못해서 살고 있던 사람들이었기에 드시우로스의 브레스를 보고 공포에 질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구해주어서 고맙소.”
라티루는 정말 감사하다는 듯 모래 위에 무릎을 꿇었다.
“이 은혜는 내 어떻게든 갚겠소.”
그는 목숨을 빚졌으니, 그 이상으로 보답하겠다며 머리를 박았다.
“우리도 마찬가지요! 이 빚은 꼭 갚겠소!”
라리투 뒤에 있던 드워프들도 똑같이 머리를 숙이며 살려주어서 감사하다고 외쳤다.
“이래서 구출 임무가 좋다니까.”
“인사를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저런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뿌듯해지지.”
“앞으로도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광풍전 검사들은 감사 인사를 해오는 사람과 드워프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파아아아아!
드워프들이 인사를 끝내고 일어나는데, 그들의 눈빛이 갑작스럽게 번뜩였다.
“은인! 미친 소리인 줄은 알지만, 검을 좀 볼 수 있겠습니까?”
“검술은 어디서 닦은 겁니까? 보통의 검기가 아니던데!”
“드래곤의 시체는 어떻게 할 겁니까? 무기든, 갑옷이든 우리가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드워프들은 감사 인사를 끝내자마자, 본인들의 욕망을 풀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의 검과 검술을 보고 싶다는 열망에 좀비 같은 몸짓으로 다가왔다.
“그, 그건 나중에 하고….”
라온이 검게 죽은 듯한 사막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이 지옥 같은 땅에서 철수하자고 말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 그전에 본래 사시던 곳을 말씀해주시면 그쪽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라온은 살던 곳을 알려달라고 말하며 사람들과 드워프들을 바라보았다.
“우리의 거처였던 산은 드시우로스에 의해서 무너졌네. 그러니….”
라티루가 라온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자네의 세력에 받아줄 수는 없겠는가?”
그는 부탁한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부탁합니다!”
다른 드워프들도 신병을 받아달라며 허리를 굽혔다.
다만 몇몇은 갈 곳이 없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검과 검술을 보는 게 목적인 듯 입맛을 다셨다.
“제가 저희 가문의 가주가 아니기에 일단 의견만 받아두겠습니다.”
라온은 웃으며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쪽은….”
“저, 저희 마을도 드시우로스에게 무너졌습니다.”
얼굴에 나무껍질 같은 주름이 가득 한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이 사막 바로 앞에 있는 마을이었는데, 놈의 손짓 한 번에….”
노인은 마을 전체가 불타고 모래에 깔려 버렸다며 입술을 떨었다.
“그러면 일단 다 같이 움직이는 걸로 하죠.”
라온은 모두를 데리고 지그하르트로 복귀하기로 결정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시체와 이곳에 남은 전리품부터 정리를 해야겠네요.”
드시우로스의 시체는 물론이고, 놈이 쌓아두었던 재물도 당연히 챙겨야 했다.
“그렇지! 우리가 다 알고 있으니, 가져와 주겠소!”
라티루가 팔을 걷어붙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우리가 나설 때로군!”
“저 망할 드래곤의 사체부터 처리하자고!”
드워프들은 드래곤의 사체를 나누고, 이곳에 남은 물건들을 옮길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입맛을 다셨다.
“아,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라온은 쉬고 있으라고 말하고서 뒤쪽에 손짓을 했다.
“도리안.”
“옙! 불러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도리안이 경례하듯 손을 들어 올리고서 드시우로스 앞에서 배 주머니를 열었다.
“어…?”
“무, 무얼하려고?”
“아무리 아공간 주머니라고 해도 드래곤 사체를 통째로 넣을 수는….”
드워프들이 당황하여 눈을 끔벅였다.
“괜찮아요!”
도리안은 보고만 있으라는 듯 고개를 젓고서 죽어 있는 드시우로스의 꼬리를 들어 올렸다.
그가 꼬리 끝을 배 주머니에 넣자, 사막을 횡단할 듯한 드래곤의 사체가 순식간에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
“이, 이게 말이 돼?”
“무슨 아공간 주머니가….”
“괴, 괴물! 괴물뿐이야!”
인질로 잡혀 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드워프들도 경악하며 눈을 부릅떴다. 광풍전이 드시우로스를 이겼을 때보다 더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뭐야! 지금 안 먹는 것이냐?
라스가 드시우로스를 바로 구워 먹자며 손을 흔들었다.
‘인질로 잡혀 있던 사람들이 힘들어하잖아. 일단 휴식부터 취해야 해.’
라온이 라스를 달래듯이 손을 저었다.
-그럼 다른 거라도 먹여다오! 하루종일 굶었지 않느냐!
‘아니….’
-어서 먹자고! 아무거나 가져오라고!
라스가 아이가 된 듯 투정을 부릴 때였다.
[고룡의 사냥에 성공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포인트 상승합니다.] [특성….] [칭호….]라온은 메시지를 보며 라스에게 턱을 까딱였다.
‘나왔네. 너 먹을 거.’
푸짐하게 나왔다고 말하며 푸른빛을 띤 메시지를 가리켰다.
-아니, 이게 왜 쳐나와! 이놈이 잡은 것도 아니잖느냐!
라스는 광풍전이 잡았는데, 왜 자신에게 보상이 왔냐며 악을 질렀다.
‘그러네. 이긴 건 광풍전인데… 아! 막타를 내가 쳐서?’
라온이 손가락을 튕겼다. 생각을 해보니, 마지막에 드시우로스를 죽인 건 자신이었다.
-마, 막타? 그런 게 어디 있느냐! 이런 폐급 시스템 놈아! 본왕이 설정하지 않은 거잖아!
라스는 왜 제멋대로 움직이냐며 악을 질렀다.
‘흐음….’
라온은 라스의 발광을 무시하고, 메시지의 가장 마지막 부분을 살피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새로운 칭호….’
드래곤 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