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90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90화(990/990)
제990화
“싸움의 공포?”
귀살창이 눈앞으로 다가온 라온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건방지군. 하지만 마음에 든다. 오황의 무인이라면 그 정도 자신감은 있어야지.”
그는 오히려 기껍다는 듯 길쭉하게 입맛을 다셨다.
“입 그만 털고. 시작하지.”
라온이 금빛 열기가 타오르는 신검으로 귀살창의 목을 겨누었다.
“좋다.”
귀살창이 왼손을 창날 앞에 세우며 돌진의 자체를 취했다. 그는 한 자루의 창이 된 듯 첨예한 기파를 뿜어냈다.
“무인의 싸움에 선배의 도리 따위는 필요 없지.”
귀살창이 턱을 치켜들며 창을 쥐고 있는 손끝을 털었다.
“먼저 들어가마!”
귀살창은 그저 손끝만 흔들었을 뿐인데, 그의 손에 잡혀 있던 창이 강렬한 회전을 일으키며 자신의 심장을 향해 쏘아져 왔다.
‘빠르군.’
라온이 찰나의 순간에 짓쳐 드는 창극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다만 그게 전부가 아니야.’
귀살창은 창대의 탄성을 이용하여 어디든 공격할 수 있는 실전적인 초식을 펼쳐냈다. 지금 놈이 노리는 곳은 심장이지만, 그 위치는 언제든 바뀔 수 있었다.
‘그렇다면….’
라온은 오른손 손목을 부드럽게 회전시키며 광아검의 초식을 펼쳤다.
광아검은 감각의 검. 눈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난해한 초식을 막기에는 이보다 좋은 검술이 없었다.
캬아아아아앙!
신검은 먹잇감의 목덜미를 놓치지 않는 맹수처럼 급격히 솟구쳐 자신의 목을 노리던 귀살창의 창격을 거칠게 쳐냈다.
쿠구구구구!
창격과 검격이 격돌하며 허공에 강맹한 오러의 파동이 일어났다. 나무가 깎여나가고, 수풀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제법이구나!”
귀살창은 첫 공격은 가벼운 인사일 뿐이라는 듯 발목을 앞으로 돌리며 연달아 창격을 내질렀다.
후우우우우웅!
자신의 전신을 으깨버릴 수 있는 창격들이 동시에 밀려오자, 피할 길이 없는 검은 파도가 들이닥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파도는 똑같은 파도로 상쇄시키면 그만이지.’
라온이 검게 그을린 바닥을 긁으며 마검을 그어 올렸다.
검극에 어린 서리가 호수의 물결처럼 풀리며 허공에 푸른빛의 파도를 일으켰다.
만화공 염해무결.
마검의 파도와 마창의 파도가 정면에서 부딪치며 천공까지 닿을 듯한 오러의 파동이 솟아올랐다.
피이이익!
라온은 염해무결을 뚫어내고, 흑룡포에 내리꽂히는 귀살창의 오러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확실히 강하군.’
검계현신 상태의 염해무결을 뚫고, 흑룡포를 찢으려 하다니, 역시나 상위 초월자다운 무력이었다.
“벌써 놀라면 곤란한데?”
귀살창은 아직 멀었다며 손아귀에서 회전하는 창을 쏘아냈다.
창극에서 타오르던 검은 불꽃 위로 거대한 나선력이 피어나며 자신의 눈앞으로 쇄도 해왔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조금도 놀라지 않았으니까.”
신검으로 만화공 회천을 그려냈다. 귀살창의 창과 반대로 회전하는 불꽃이 놈의 무학을 집어삼켰다.
“그럼 계속 가지.”
귀살창이 창대의 끝을 잡은 채 창날을 내뻗었다. 그의 창에서 타오르는 검은 불꽃이 천신이 휘두를 듯한 거대한 창이 되어 자신의 심장을 향해 밀어닥쳤다.
쿠우우우우웅!
라온은 신검과 마검으로 두 겹의 염주벽을 세워서 귀살창의 창격을 막아냈다.
‘음….’
염주벽을 두 개나 세웠음에도 검을 쥐고 있는 손아귀에 충격이 전해져온다.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거기다 형식이 자유로워.’
귀살창은 이번에도 자신의 심장을 노리는 척하며 우측 어깨를 향해 창격의 방향을 돌렸다.
전장을 제집처럼 여기며 살아온 무인답게 사용하는 무학들이 정제되어 있지 않고, 자유로웠다. 상대하기도,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
“표정이 굳어졌군.”
귀살창이 자신을 내려다보며 턱을 까딱였다.
“웃으라고. 즐거운 싸움이잖아.”
그가 가늘게 웃으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후우우우우웅!
귀살창은 지평선 아래에서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만월을 반으로 갈라버리겠다는 듯 매서운 창격을 내리찍어왔다.
후우.
라온은 귀살창의 섬찟한 창격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호흡을 골랐다.
‘조급해져서는 안 돼.’
귀살창은 어디를 공격하는지 끝까지 숨겨서 상대의 호흡과 정신력을 피폐하게 만든다. 저 전술에 대처하려면 언제나 여유를 가져야 했다.
쩌어어어어엉!
라온은 귀살창의 창격이 정수리 위로 떨어지는 순간 신검으로 적섬을 그어 올렸다.
금빛 불꽃으로 타오르는 검격과 흑색 화염을 두른 창격이 지평선 사이에서 맞부딪쳤다.
콰아아아아아!
검날과 창날이 부러질 듯 흔들리고, 색이 다른 불꽃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며 경합했다.
“확실히 다르군. 하지만….”
귀살창이 입술을 말아 올리며 창을 뒤로 물렸다. 그는 창대에 더 강대한 회전을 걸어 검은 오러의 폭풍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
귀살창이 만들어낸 창격의 폭풍은 바람만으로 적섬을 지워버리고, 자신까지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찢어발길 듯이 거세게 밀어닥쳤다.
‘시간을 벌어야 해.’
라온이 태화보를 밟으며 물러나, 마검을 허리 뒤로 젖혔다.
검은 오러의 폭풍이 앞 머리카락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을 때 왼쪽 손목을 세우며 마검을 내질렀다.
화아아아아아아!
마검의 검극에서 타오르는 서리가 거대한 용의 형상을 그린 채 천지를 향해 포효를 터트렸다.
만화공 염룡결.
글래시아의 서리로 펼쳐낸 염룡결과 창으로 만들어낸 검은 오러의 폭풍이 격돌하며 무시무시한 파동이 천지를 뒤덮었다.
하늘이 유리창처럼 깨져나가고, 지축이 뒤틀리며 땅이 기울어졌다.
쿠구구구구구!
라온과 귀살창은 발끝으로 대지를 짓누르며 이 자리에서 끝을 보겠다는 듯 끝까지 검과 창을 내질렀다. 두 사람 사이에서 솟아난 검푸른 뇌전이 사위로 뿜어져 나왔다.
숲 전체가 무너지고 있었지만, 라온의 등 뒤에는 자그마한 흔들림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멀린에게 전해질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더! 더 끌어올려 보거라!”
귀살창은 라온의 반격이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으로 창대를 잡았다. 그는 왼발을 축으로 삼아, 몸 전체를 이용해 창대를 횡으로 휘둘렀다.
후아아아아아아앙!
부러질 것처럼 휘어진 창대가 하나의 선처럼 이어지며 흑염으로 타오르는 나선을 그려냈다. 악무신창의 절기, 폭선회였다.
쿠와아아아아아!
귀살창은 본인이 만들어낸 오러의 폭풍과 염룡결을 동시에 무너뜨리며 흑염의 나선으로 라온을 휘감으려고 했다.
스으으으.
라온은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며 신검의 불꽃을 극성으로 일으켰다.
검극에 어린 화염이 하늘에 닿을 듯이 솟아오르며 흑염의 나선 사이로 파고들었다. 창궁검의 절기 창궁대연의 발현이었다.
쿠와아아아아앙!
창검궁과 악무신창의 절기가 격돌하며 어마어마한 파동이 숲 전체를 휩쓸었다.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수풀들이 회색 재가 되어 가라앉았다.
캬아아아앙!
라온과 귀살창은 숨을 돌릴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새로운 절기를 꺼내며 서로의 숨통을 향해 검과 창을 찔러넣었다.
*
*
*
콰드드드득!
귀살창 케른은 힘겹게 악무신창의 초식을 막아내는 라온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라온 지그하르트라….’
명성으로나, 내 만족을 위해서나 최고의 먹잇감이로군.
오황사마의 수장들과 싸울 길이 없는 지금 라온 지그하르트는 자신의 격을 높이기 위한 최상의 제물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멀린을 쫓기를 잘했어.’
에덴의 본부에 박혀 있기 지루해서 임무를 맡겠다고 했는데, 호박이 넝쿨째로 굴러올 줄은 몰랐다.
신주오령을 나온 후 계속 운이 터지는 것 같았다.
“좀 더 열을 끌어내라!”
귀살창이 횡의 보법을 밟으며 라온의 좌측으로 파고들었다. 악무신창의 묘리를 이용하여 창날이 아닌, 휘어진 창대로 그의 허리를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앙!
라온은 신검을 눕혀서 방어했지만, 반응이 늦었기에 충격을 다 흡수하지 못하고 어깨를 떨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제대로 따라와라!”
귀살창은 한참 남았다고 외치며 창대를 봉처럼 휘돌렸다. 얇디얇은 창날에 하늘을 부술 듯한 회전력을 얹어 라온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음!”
라온이 방어를 위해서 두 자루의 검을 상단으로 들어 올릴 때 창대를 살짝 꺾어 머리가 아닌 어깨를 노렸다.
쿠와아아아아앙!
라온도 빠르게 반응하여 신검과 마검을 비틀었지만, 창날에 깃든 강대한 위력을 해소하지 못하고, 발이 땅에 박혀버렸다.
“발이 박혔군. 네가 뺄 필요 없이, 내가 꺼내주마.”
귀살창이 입매를 비틀며 창대를 횡으로 휘둘렀다.
후아아아아아앙!
창대가 하늘에 뜬 만월처럼 휘어지며 나아가는 투로를 따라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듯한 흑염의 파도를 일으켰다.
캬아아아아아앙!
라온은 신검과 마검을 가슴 안쪽으로 바짝 당겨서 귀살창의 무시무시한 창격을 받아냈다.
다만 창격의 위력이 너무도 강했기에 다리가 땅에 박혀 있는 상태로 뒤로 길게 밀려났다.
“검계를 열어도 고작 그 정도라니.”
귀살창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검제라는 이명을 감당하기에는 역시 무리였던 모양이야.”
그는 이명이 아깝다고 중얼거리며 코웃음을 쳤다.
“네가 신경 쓸 게 아니다.”
라온은 짤막한 숨을 내뱉으며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맞아. 신경 쓸 게 아니지. 하지만 너는 내 창을 신경 써야 할 거야.”
귀살창이 입술을 말아 올리며 땅에 박아놓은 창날을 위로 쳐올렸다.
쿠와아아아아아!
창날에서 솟구친 기파가 땅속으로 이어지며 라온이 선 바닥에서 거대한 기운이 폭발했다.
캬아아아아앙!
라온이 신검과 마검을 아래로 기울였지만, 땅에서 솟구친 공세를 전부 막지 못하고, 어깨와 허리를 베였다.
“이제는 숨을 쉴 틈도 주지 않겠다.”
귀살창이 땅을 부수며 나아가 라온의 가슴을 향해 창격을 찔러넣었다.
하나의 창이 거울에 비친 듯 늘어나 수십 개의 창격이 되어 라온의 전신을 노렸다.
캬갸갸갸갸걍!
라온이 완벽에 이른 쌍검술로 창격을 막으려고 했지만, 자신의 공세를 전부 차단하지 못하고, 몸 이곳저곳에서 핏물을 토해냈다.
‘역시 악무신창을 감당하지 못하는군.’
악무신창은 무인을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무학이다.
상대 무학이 지닌 흐름을 부수고, 악무신창만의 흐름을 강요하기에 같은 초월자라도 어린아이처럼 다룰 수 있었다.
“고작 그게 전부인가! 더 힘을 써보아라!”
귀살창이 입술을 말아 올리며 창날을 화살처럼 내질렀다. 창극에 어린 검은 기운이 라온의 가슴 앞에서 살벌한 폭발을 일으켰다.
쿠와아아아앙!
라온이 염주벽을 세워서 악무신창의 폭발을 막았지만, 그 충격을 다 지우지 못하고 뒤로 밀려 나가 무릎을 떨었다.
“하아….”
라온은 지쳤다는 듯 깊고도, 탁한 숨을 내뱉었다.
“벌써 지치면 곤란해. 그 계집도 너보다는 오래 버텼으니까.”
귀살창은 라온의 뒤편에 누워있는 멀린을 가리키며 입맛을 다셨다.
“이제 알겠군.”
라온이 무릎을 펴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뭐?”
귀살창이 라온을 고요한 눈동자를 보며 콧잔등을 구겼다.
“무얼 알겠다는 거지?”
“네가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되었다.”
라온은 이미 싸움이 다 끝났다는 듯 제복과 흑룡포에 묻은 먼지와 핏물을 털어냈다.
“너 싸움이 좋다고 했었지?”
라온이 귀살창을 향해 턱을 까딱였다.
“그래. 세상 그 어떤 가치보다도 싸움이 좋다.”
귀살창이 말해서 무얼 하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싸우기 위해서 강해졌고, 싸우기 위해서 세력을 만들었다. 내가 살아 숨 쉬는 이유는 오직 심장이 뛰는 전투를 위해서였다!”
그는 싸우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다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그럼 지금 즐거운가?”
라온이 히죽거리는 귀살창을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심장이 들끓고 있지. 다만 네 검이 슴슴해서 흥이 조금 떨어지려고 하는구나.”
귀살창은 더 힘을 내보라며 창대를 강하게 말아쥐었다.
“너는 싸움이 좋은 게 아니야.”
라온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너는 네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좋아하는 거다.”
“하? 무슨 개소리를….”
귀살창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지금부터.”
라온이 서늘한 눈빛을 드러낸 채 신검을 아래로 기울였다.
“그걸 느끼게 해주마.”
“다 죽어가는 주제에 허세는!”
귀살창이 이를 갈며 라온에게 돌진했다. 그는 지금까지 싸움을 압도했던 악무신창의 절기를 운용하여 라온의 목을 내리찍었다.
“허세인지 아닌지는 결과가 말해주겠지.”
라온이 고요한 눈빛을 드러낸 채 왼발을 내디뎠다. 그가 쥐고 있는 마검과 신검이 무희의 춤처럼 유려하게 뻗어 나가며 붉고, 푸른 섬광을 그렸다.
캬아아아아앙!
고아한 빛을 일으킨 신검과 마검은 귀살창의 창격을 단순에 지우고, 그의 목 앞에 닿아 있었다.
“어, 어….”
귀살창은 본인의 무학이 깨진 것도, 라온의 검이 목에 닿아 있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턱을 부르르 떨었다.
‘뭐지? 어느새 다가온 거지?’
분명 자신이 먼저 공격해서 창날이 라온의 목을 파고드는 게 보였는데, 왜 자신의 창격이 사라지고, 푸른 검이 목에 닿아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예 느끼지도 못했다.
“개짓거리를!”
귀살창이 창대를 돌려서 목에 닿아 있는 라온의 마검을 쳐냈다.
“이번에는 통하지 않는다!”
악을 지르며 머리 위에서 창대를 휘돌렸다. 거대한 풍압과 회전력을 이용한 악무신창의 절기를 끌어내며 라온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쿠와아아아아앙!
라온과 놈이 서 있는 땅 자체를 무너뜨리겠다고 생각하며 지닌 기운을 폭발시켰는데, 창은 그리 깊게 들어가지 않았다.
스으으으으.
라온은 신검 한 자루로 악무신창의 절기를 막아내고, 마검으로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검날에 어린 서리 때문에 자신의 목젖 위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마, 말도 안 돼!”
귀살창이 마검을 피해 뒤로 물러서며 창대로 하늘을 찔렀다.
“전력이다!”
진각을 밟으며 전력의 오러를 끌어냈다. 왼손 끝으로 라온을 겨누며 창대에 극성의 회전력을 일으켰다.
“죽어라!”
소리조차 지워버리는 극쾌의 창격에 공간을 쥐어뜯는 회전력과 흑염의 기파를 담아서 쏘아냈다.
악무신창 절기 창랑지멸. 허공에 균열까지 일으키는 패도의 창격이 라온이라는 인간 자체를 지울 듯이 뻗어 나갔다.
후우.
라온은 자신의 창랑지멸이 그대로 보인다는 듯 흔들림 없는 눈으로 신검과 마검을 세웠다.
파아아아아아!
신검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천지를 휘감을 듯한 금색 비단을 펼쳐내고, 마검의 서리가 꿈결같이 빛이 아롱져 떨어지는 검로를 그려냈다.
무금향과 은검몽의 조화.
무금향의 금색 불꽃이 창랑지멸을 부드럽게 휘감은 채 녹여버리고, 은검몽의 흐릿한 검격은 귀살창의 날카로운 감각을 뚫어내고 그의 목 앞에 이르러 있었다.
“아….”
귀살창은 창랑지멸이 이리도 허무하게 사라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듯 마검의 칼날에 목이 닿아 있음에도 허공을 보며 입술을 떨었다.
“끄으윽!”
그는 서서히 목을 파고드는 마검의 칼날을 보며 비에 젖은 나비처럼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
“아직도….”
라온은 공포라는 감정이 차오르는 귀살창의 눈동자를 굽어보며 턱을 치켜들었다.
“싸움이 즐거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