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97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997화(997/1002)
제997화
“아….”
멀린이 마을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본 장면은 자신에게 언제나 다정한 인사를 건네주던 필립 아저씨가 시퍼런 칼날에 찔리는 모습이었다.
촤아아아악!
따스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필립 아저씨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구멍 난 배를 부여잡고 땅으로 쓰러졌다.
퍼어어억!
필립 아저씨를 찌른 기사는 사람이 아니라, 벌레를 상대하는 듯 냉혹한 눈동자로 새까만 말뚝을 꺼냈다.
그는 말뚝으로 필립 아저씨와 손을 찍어서 땅에 박아 버렸다.
“끄아아아아악!”
필립 아저씨가 비명을 질렀지만, 기사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기사는 바로 다음 먹잇감을 찾았다. 필립 아저씨가 보호하고 있던 아이. 그는 그 아이의 손과 발에도 녹이 슨 듯 새까만 말뚝을 박아 넣었다.
“으아아아아악!”
평소 자신을 놀리고, 조롱하던 아이가 괴성을 지르며 손과 다리에서 피를 뿜어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머리가 멍해진다.
마을을 휘감은 열기도, 자신의 몸에 튀어 있는 핏물도 모두가 꿈만 같았다.
투욱.
멀린이 어지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처음 보는 살육의 현장은 아직 어린 자신이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투드드득.
아이의 몸에 말뚝을 박아 넣은 기사는 자신을 발견한 듯 비틀어진 미소를 짓고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아….”
멀린이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기사의 두터운 손을 보며 입술을 떨고 있을 때였다.
퍼어어억!
멜라 아주머니가 몸으로 기사를 밀어내며 자신을 구해주었다.
“아, 아주머니….”
“빨리! 도망쳐! 셀라 님에게 가!”
그녀는 본인이 기사를 막고 있을 때 셀라에게 뛰어가라며 손을 저었다.
퍼어어어억!
하지만 멜라 아주머니는 기사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빛을 막지 못하고, 반으로 갈라졌다.
바닥에 흥건한 핏물이 뿌려진다. 사람의 몸에서 그렇게 많은 피가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주머니?”
언제나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을 막아주고, 말린 과일을 내어주던 멜라 아주머니가 다리를 잃은 채 죽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빨리….”
멜라 아주머니는 이 와중에도 도망치라며 손을 젓다가 숨이 끊어졌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것은 현실감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었다.
“멍청한 놈!”
기사 중 다른 이가 멜라 아주머니를 죽인 기사에게 사납게 손짓했다.
“분명 죽이지 말라고 했잖느냐!”
그는 무조건 생포해야 한다며 미간을 구겼다.
“죄송….”
“흐으읍!”
멀린은 자신의 앞에 있는 기사가 고개를 숙일 때 마을 안쪽으로 달려갔다.
멜라 아주머니의 죽음을 보자,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건 오직 셀라뿐이었다.
“셀라 님!”
셀라의 이름을 부르며 집을 향해 달려갔지만, 주변에 보이는 건 말뚝에 박혀 있는 마을 사람들뿐이었다. 지옥의 한복판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잠깐….’
멀린은 집으로 뛰다가 다리를 멈췄다. 마을의 중심에서 친숙한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다.
‘셀라 님이야!’
이런 순도 높은 마나를 사용하는 사람은 마을에서도 셀라뿐이었다. 그녀가 기사들과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잠깐.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왜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거지?
마나는 평소와 같이 움직이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
멀린은 입술을 깨물고 셀라의 마나가 느껴진 곳으로 달려갔다.
콰드드드득!
기사들이 흉갑이 찌부러진 채 튕겨 나가고 쓰러진다.
셀라다. 그녀는 불꽃과 서리, 그리고 염력을 이용하여 쓰러진 마을 사람들을 보호하고, 기사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셀라 님!”
“어디에 가 있었던 거야!”
셀라는 자신을 계속 찾고 있었다며 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무사해서 다행이다.”
그녀는 이제야 안심이 된다며 자신을 끌어안았다.
“죄, 죄송해요.”
셀라의 따스한 품에 안기자, 지금까지의 일이 꿈인 것처럼 심장의 떨림이 가라앉았다.
다만 이 상황은 꿈이 아니다. 지금도 탄내와 혈향이 코끝까지 다가와 있었으니까.
“잠시 물러나 있으렴.”
셀라는 자신을 뒤로 보낸 후 기사들의 앞을 막아섰다.
콰드드드득!
그녀가 손을 뻗자, 무영창의 마법이 운용되며 달려들던 기사들이 검과 함께 찌부러졌다.
쿠구구구구구!
우측에서 들어오는 기사들은 불길에 막혔고, 좌측의 기사들은 서리에 갇혀 꼼짝도 하지 못했다.
홀로 수십의 기사들을 막는 셀라의 모습은 마법사임에도 철벽을 연상케 했다.
“하아아….”
하지만 그녀도 지쳐가는 듯 떨리는 손을 들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쳐냈다.
‘셀라 님이 저렇게 힘들어하시다니….’
셀라는 파라족 중에서도 거대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하루종일 마법을 사용해도 지치지 않는 사람이 왜 벌써 식은땀을 흘리는 건지 모르겠다.
“대단하군.”
기사단장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면갑을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인님의 말대로라면 마법을 사용할 수 없어야 하는데, 그 정도라니. 마족에 혼을 판 종족답구나. 짐승 같은 것들.”
그는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혀를 찼다.
“마족? 무슨 헛소리야!”
셀라는 눈을 부릅뜬 채 이를 갈았다.
“너희 파라족이 마족과 이어져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이 임무를 맡으면서도 혼란스러웠는데, 이제는 받아들여지는군.”
기사단장은 이제는 본 실력을 사용할 수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를 몬스터로 취급해도 되겠어.”
“미친 소리를! 그러면 습격을 해오는데, 가만히 목을 내어줄까?”
셀라는 정신을 차리라며 거칠게 발을 굴렀다.
“…뭐가 어찌 되든 상관없다. 기사는 주군의 명을 들을 수밖에 없으니까.”
기사단장은 명이 내려온 이상 거부는 없다고 말하며 셀라에게 검을 겨누었다.
“순순히 포박된다면 죽이지는 않으마.”
“결국 그렇게 나오시는군. 협잡꾼 놈들.”
셀라가 입술을 깨물며 두 손을 모았다. 마나가 사포처럼 거칠게 비벼지며 기사단장 앞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쿠와아아아아앙!
하지만 강대한 폭발 앞에서도 기사단장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충격도 없다는 듯 검게 그을린 갑옷을 털어낼 뿐이었다.
“먼저 반항을 했으니, 나도 강하게 가겠다.”
기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검을 내리치자, 천공에서 붉은 오러가 씌인 바람이 쏟아졌다.
쩌어어어엉!
셀라가 마나를 응집시켜 벽을 세웠지만, 기사단장의 검격이 너무도 강대하여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보호하고 있던 마을 사람 두 명이 기사단장의 발밑으로 굴러갔다.
“네가 이 마을의 주인이로군.”
기사단장은 확실히 다르다고 말하며 다시 검을 내리그었다. 그는 셀라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파라족을 잡으려는 것 같았다.
우우우우웅!
셀라는 답을 할 기운도 없는 듯 마나를 거울처럼 여며 기사단장의 참격을 연달아 막아냈다.
능숙한 전투법을 보니, 기사와의 싸움이 처음이 아닌 것 같았다.
캬아아아앙!
그녀는 기사단장만이 아니라, 다른 기사들의 검격도 막아내며 끝까지 마을 사람들을 보호했다.
“그만 포기하는 게 좋을 텐데?”
기사단장이 본인의 발밑에 쓰러져 있는 마을 사람들의 머리 위에 발을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너만이 아니라, 이들도 다치게 될 것이다.”
“걱정 마.”
셀라가 담담하게 고개를 저으며 두 손을 모았다.
“이제 누구도 안 다칠 테니까!”
그녀가 마나를 퍼뜨리자, 마을 전체에 푸른 빛이 퍼지며 쓰러져 있던 마을 사람들의 몸이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건….”
기사단장은 셀라의 계획을 눈치챈 듯 턱을 떨었다.
“다음에는 내가 너희를 찾아가마.”
셀라가 입술을 씹으며 다중 이동 마법을 발동시켰다.
우우우웅.
하지만 마법진은 완성되기 직전 빛을 잃고 허무하게 사그라들었다.
“하?”
셀라는 이런 상황은 상상도 못 했다는 듯 빛이 사라진 손을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현인께서 이번 작전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시한 건 두 가지다.”
기사단장이 셀라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첫 번째는 너희들의 마법을 막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그가 빛이 꺼진 땅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동 마법이나, 스크롤의 완전 차단이다.”
기사단장은 절대 도망칠 수 없을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셀라가 다시 불에 타기 시작한 마을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간신히 외부의 마나를 끌어와서 이동 마법을 사용했는데, 이리도 허무하게 실패할 줄은 몰랐다. 습격을 계획한 놈 중에 뛰어난 주술사가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끝을….”
기사단장이 힘이 빠진 듯한 셀라를 향해 검을 내리치려 할 때였다.
“셀라 님!”
그의 발밑에 쓰러져 있던 마을 사람들이 기사단장의 발목을 붙잡았다.
“도망치십시오!”
“저희는 괜찮습니다!”
“이놈들 저희를 죽이지는 않을 거예요!”
“제발 떠나십시오!”
마을 사람들은 제발 이곳에서 도망쳐달라고 외치며 기사단장과 기사들의 길을 막았다.
“이것들이!”
기사들은 이미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발과 칼로 뭉개며 셀라에게 달려갔다.
“아아….”
셀라는 쓰러지는 마을 사람들과 뒤에서 떨고 있는 멀린을 번갈아 보다가 결심을 한 듯 뒤로 뛰어갔다.
“미안해요. 꼭….”
셀라는 멀린과 본인의 몸에 푸른빛을 휘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꼭 구해드릴게요!”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 사이에 술식을 바꾼 건가?”
기사단장은 퍼렇게 얼어붙은 땅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확실히 위험한 종족이로군.”
그는 다시는 방심하지 않겠다는 듯 서늘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 정리하라!”
*
*
*
후우우우욱!
멀린이 다시 눈을 뜨자, 어디인지 모를 어둑한 숲이 보였다.
“크흑….”
셀라는 심하게 무리한 듯 입에서 검은 피를 토했다.
“셀라 님!”
멀린이 손을 파르르 떨며 셀라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신….”
“놀라지는 않았니?”
셀라는 언제 피를 토했냐는 듯 오히려 웃으며 자신을 안심시켜 주었다.
“저, 전 괜찮아요. 하지만 셀라 님이….”
멀린은 팔을 제대로 들지도 못하는 셀라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도 괜찮아. 조금 무리했을 뿐이야.”
셀라는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보다 어서 움직이자.”
그녀가 힘이 빠진 다리를 간신히 세웠다.
“네? 여기서 쉬었다가 움직이는 게….”
“이동 마법을 억지로 발동시켜서 위치를 들킬 확률이 높아. 일단 여길 벗어나야 해.”
셀라는 이 장소를 떠나는 게 먼저라며 흔적을 지우는 마법을 운용했다. 마법 방해 진법을 벗어났기에 조금은 편해진 것처럼 보였다.
“아, 알겠어요.”
멀린이 시선을 내린 채 고개를 숙였다. 고요한 공기를 마시고 있으니, 기사들에게 잡혔던 마을 사람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괜찮을 거야.”
셀라는 자신을 안아주며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녀는 자신이 아닌,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함께 살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만 가자.”
셀라는 빠르게 마음을 정리한 듯 자신의 손을 잡고, 멀리 보이는 마을의 불빛을 향해 걸어갔다.
어린 모녀의 뒤로 비치는 푸른 달빛은 눈물을 떨구듯 아롱져 흘러내렸다.
*
*
*
“확실히….”
국왕은 왕궁의 감옥에 갇혀 있는 파라족들을 이리저리 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다르군. 정말 몬스터라고 봐도 되겠어.”
그는 현인에게 세뇌가 된 듯 사람을 보며 몬스터라고 중얼거렸다.
“본보기 때문에 몇몇을 죽였지만, 마을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 아니, 파라를 생포했습니다.”
기사단장은 팔과 다리에 말뚝이 박힌 사람들을 보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현인은 노예처럼 목에 밧줄을 감고 있는 파라족을 살피다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혹시 마을의 지도자로 보이는 금발적안의 여자는 없었습니까?”
그가 기사단장을 향해 턱짓을 했다.
“안 그래도 그 부분을 보고드리려고 했습니다.”
그가 현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파라족 중에 현인께서 말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기사단장은 셀라가 사람들을 구하다가 결국 멀린만 데리고 도망쳤던 부분을 말해주었다.
“하아, 안 좋군요….”
현인이 눈매를 찌푸린 채 고개를 저었다.
“어? 그게 무슨 말인가?”
국왕이 턱을 파르르 떨며 현인에게 다가갔다.
“기사단장님이 놓친 그 여자가 저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입니다. 파라의 왕족이니까.”
현인은 부족한 파라족의 숫자를 왕족의 피로 메울 수 있었는데 실패한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 이제 와서 그러면 어쩌라는 건가!”
국왕은 답을 해달라는 듯 두 손을 휘저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인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기사단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알아서 와줄 것 같거든요.”
“알아서 와준다고?”
국왕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흐릿한 눈을 끔벅였다.
“예. 여기에 아주 훌륭한 미끼가 있지 않습니까. 잘만 이용한다면….”
현인이 파라족이 갇혀 있는 감옥의 철창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알아서 바늘을 물겠지요. 다만….”
그가 더 늙은 듯한 국왕을 보며 옅게 웃었다.
“다른 기사들을 움직일 권한도 조금 내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