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leased pitcher returns as a diamond RAW novel - Chapter (102)
방출당한 투수가 금강불괴로 돌아옴-133화(102/172)
133화. VS 다저스
딱!
“안 돼! 제발!”
“빌어먹을!”
오늘 경기에 진심인 건 자이언츠뿐만이 아니었다.
개막 3연전에서 텍사스에게 루징 시리즈를 기록한 레드삭스 역시 사정이 급한 건 마찬가지였다. 2연속 루징 시리즈만큼은 막아야 한다.
팀 내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5선발이 1회 도준우와 로베르토에게 난타를 당하자 레드삭스 감독이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필승조가 투입되었다. 연패를 막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치열한 투수전이 시작되었다. 이제 불리한 건 오히려 자이언츠 쪽이었다.
그럼에도 자이언츠의 선발 마일로 토마스는 잘 버텼다.
2회 초와 3회 초,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며 휘청거렸지만 야수들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겼다.
그런 마일러가 첫 실점을 기록한 건 4회 초에 들어서였다. 레드삭스의 주전포수이자 4번 타자인 오스틴 베넷이 친 타구가 좌중간 펜스를 넘어 관중석 중단에 떨어지며 스코어 4대 1, 레드삭스가 한 점을 따라왔다.
추격이 시작되자 레드삭스의 계투진이 더욱 힘을 냈고 이는 다시 타자들의 분전으로 이어졌다. 5회 초 2루타 2개가 연속으로 터지며 다시 한 점 추격, 스코어 4대 2.
그렇게 두 점 차가 유지되는 가운데 5회 말이 끝나고 클리닝타임이 시작되었다. 팀 마스코트들이 나와 관중들 앞에서 괴상망측한 춤을 추는 것을 보며 도널드 포포비치 감독은 고민했다.
여기서 투수를 바꿔줄 것인가, 좀 더 밀어붙일 것인가.
어제 도준우가 홀로 9이닝을 책임져준 덕에 계투진에는 충분한 여력이 남아 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건, 자신이 직접 요청해 빅리그로 끌어올린 저 나이 많은 신입생에게 아직 더 보여줄 포텐이 있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투수는 공을 던짐으로서 성장한다. 많이 던질수록 어깨가 강해진다 그런 개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무리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야만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5이닝 2실점, 나쁘지 않다. 아니, 상당히 좋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면, 여기서 저 투수가 조금만 더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배려한다면 현재 공석인 5선발 자리의 주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도널드 감독이 결심을 굳혔다. 6회 초, 마운드에 다시 마일러가 올라왔다.
첫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음에도 도널드 감독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가 스스로의 힘으로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길 기대했다. 자이언츠의 5선발이 될 수 있길 기대했다.
하지만,
따아악!
– 아! 이건 큽니다! 투런 홈런! 동점 투런 홈런! 결국 레드삭스가 동점을 만들어냅니다!
만약 투수교체가 빨리 이루어졌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졌을까?
의미 없는 가정이다. 어차피 야구에 만약이란 건 없다. 오직 결과만이 남을 뿐이다.
<투수 교체, 마일러 토마스 물러나고 레슬리 영>
마일러 토마스, 빅리그 첫 선발등판 경기, 5이닝 5피안타 2볼넷 4실점.
**
“잘 던졌어, 마일러. 이제 뒤는 동료들에게 맡기라고.”
“네, 코치.”
5이닝 4실점, 누군가에게는 실망스러운 성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일러 토마스에게는 아니었다. 평생 마이너리그를 못 벗어나던 그는 메이저리그 첫 선발등판에서 이정도 성적을 거둔 것만으로도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절반의 성공을 거둔 마일러가 언더웨어를 갈아입기 위해 덕아웃 뒤로 들어간 사이, 경기는 계속되었다.
6회 말과 7회 초 양 팀의 공격이 모두 득점 없이 끝나고, 7회 말 도준우가 선두타자로 들어섰다. 오늘 첫 타석에서의 어마어마한 스플래시 히트 이후 레드삭스의 호수비에 걸려 추가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도준우가 침착한 표정으로 상대 투수를 노려보았다.
파앙
“볼.”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도준우는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다.
처음 자이언츠라는 팀을 선택했었을 때 주변 사람들, 심지어 자신조차도 약간의 의문을 갖고 있었다. 과연 다저스나 양키스 같은 명문 구단을 거절하고 그 팀에 가는 게 맞느냐에 대한 의문이었다.
물론 이유는 명확했다. 좀 더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 정확히는 도준우가 중심이 될 수 있는 팀.
정규시즌 개막 네 게임을 치르고 다섯 번째 게임을 치르고 있는 지금,
도준우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에 만족하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세 명의 선발투수, 양키스나 레드삭스 같은 강팀들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단단한 계투진, 리그 최고 수준의 클로저.
일방장타는 부족하지만 꽤나 끈끈한 타선, 그리고 방금 전 가능성을 확인받은 5선발 후보,
거기에 선발 한 자리와 유격수 자리를 책임질 수 있는 자신이 더해지면,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 월드시리즈 진출, 그것은 결코 꿈이 아니다.
파앙
“스트라이크!”
그런 면에서 볼 때 오늘 이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어제 같은 노히트노런도 좋지만 양 팀의 전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런 총력전에서 이겨야만 진짜 강팀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출루다.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
꾸욱
도준우가 배트를 매섭게 말아 쥐었다. 그의 눈빛이 마운드 위 레드삭스가 자랑하는 중간계투에게로 향했다. 와인드업을 시작한 투수의 손끝에서 100마일을 넘나드는 강하고 빠른 투심이 쏘아졌다.
따아악!
베이스로 나가 찬스를 만들겠다는 도준우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는 베이스 위에 서 있을 수 없었다. 타구가 또 한 번 우측 펜스를 넘어갔기 때문이다.
– 맙소사! 두 번째 홈런입니다! 오늘 도준우가 두 번째 홈런을 만들어냅니다! 5대 4! 자이언츠가 다시 한 점을 앞서갑니다!
**
오늘 경기에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건 도준우 뿐만이 아니었다.
VIP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자이언츠 구단주와 프런트 핵심인사들, 덕아웃에서 손에 땀을 쥐고 있는 감독과 코치들, 선수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경기를 이기면 많은 걸 얻게 될 거라고.
그런 기대를 한 몸에 안은 투수가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오스카 윌슨, 102마일에 달하는 싱커를 주무기로 지난 시즌 1점대 평균자책점에 마흔 개의 세이브 포인트를 올린 자이언츠와 미국 대표팀을 상징하는 클로저.
뻐어엉
“스윙! 아웃!”
특이하게도 포심보다 싱커의 구속이 더 높은 오스카가 혼신의 힘을 다해 한 구 한 구를 던졌다.
우타자에게는 몸 쪽,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102마일 싱커가 레드삭스 타자들을 농락했다. 순식간에 투 아웃.
“고! 고! 오스카!”
“막아! 무조건 막아야 해!”
오라클 파크를 가득 메운 4만여 관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스카의 이름을 외쳤다. 그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입은 오스카가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강한 공을 뿌렸다.
어차피 투수도 알고, 타자도 알고, 관중들도 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던지는 공의 90%가 싱커라는 것.
딱!
레드삭스 최고의 타자 중 하나인 대럴 윌리엄스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싱커를 간신히 배트에 맞추는데 성공했다.
유격수 쪽으로 가는 강한 땅볼 타구. 누군가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또 누군가의 입에서는 불안감 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오늘 도준우를 대신해 유격수 자리에 들어간 잭슨 헤이즈가 그 타구를 향해 글러브를 가져다댔다. 빠르긴 했지만 침착하게 대응하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공이었다.
하지만 9회 한 점차, 투 아웃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잭슨의 몸을 굳게 만들었다.
툭
“오 마이 갓!”
“안 돼! 빌어먹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타구가 글러브 밑단에 맞고 툭 튀어 올랐다. 고작해야 한 점 차다. 여기서 주자가 나가면 바로 동점주자다. 자이언츠 관중들이 머리를 감싸 쥐려던 그때,
“비켜!”
한 발 뒤에 있던 3루수 호세가 전력으로 달려들며 그 공을 맨손으로 낚아챘다. 그리고 곧바로 1루를 향해 송구, 모두의 시선이 1루심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웃!”
“됐다! 연승이다!”
“호세! 망할 놈! 언제 그런 걸 연습한 거야!”
관중석에서 쏟아지는 함성을 들으며 오스카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한 점으로 모여든 선수들이 관중들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숨 가쁜 접전을 끝까지 지켜본 관중들이 끊어지지 않는 기립박수를 보내주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중위권으로 예상되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강팀을 상대로 자신들의 실력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
<2연패로 몰린 보스턴 레드삭스, 치열한 접전 끝에 마지막 3차전을 잡아내며 스윕에서 벗어나>
<아메리칸 리그 최강팀 양키스와 레드삭스를 상대로 4승 2패를 기록한 자이언츠, 이번에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3연전 돌입>
<도준우 카드를 아낀 채 로열스에 또 한 번 위닝 시리즈를 거둔 자이언츠, 도널드 포포비치 감독 “도준우는 내일, 다저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로 등판하게 될 것”>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자이언츠(6승 3패), 2위 다저스(5승 4패) 간의 맞대결이 열릴 오라클 파크, 인터넷 티켓 예매에 실패한 현지 팬들과 도준우를 보기 위해 몰려든 한국 팬들, 이토 쇼타, 모리 타쿠야를 응원하는 일본 팬들로 인산인해>
<오라클 파크 앞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도준우가 다저스 전에 등판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혼여행 일정을 변경해 샌프란시스코까지 날아왔다”>
<경기장 앞에 텐트를 설치하고 하룻밤을 보낸 자이언츠 팬 “다저스 얼간이들은 오늘 이곳에서 지옥을 맛보게 될 것”>
<지난 시범경기 벤클까지 벌였던 영원한 라이벌 자이언츠와 다저스, 과연 정규시즌 첫 번째 경기는 무사히 치를 수 있을지?>
“이봐, 준.”
“네, 보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벤치클리어링만큼은 절대 안 돼.”
“그럼 주먹 대신 야구공으로?”
“……”
“죄송합니다. 농담입니다.”
“젠장, 암만 생각해도 농담처럼 들리지가 않는데. 좋아, 다시 정정하지. 주먹질은 안 돼. 그렇다고 공으로 타자를 맞추는 건 더더욱 안 돼. 난 내 투수가 살인자가 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로베르토!”
“네, 보스. 말씀하시죠.”
“저 녀석이 상대 선수를 패려고 하면 자네가 막는 거야. 할 수 있지?”
“늙어서 어디 하나 부러지면 잘 안 붙을 거 같지만, 네, 해보겠습니다.”
“…저기, 저 그런 사람 아니라니까요?”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위협구와 배트플립을 주고받으며 격해졌던 두 팀의 감정싸움은 결국 주먹질로까지 이어졌고, 그 결과 자이언츠에서는 도준우가, 다저스에서는 포수와 투수가 동시에 퇴장당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어차피 시범경기이기에 퇴장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그날 도준우에게 덤비다 얻어맞은 다저스의 주전 포수 알렉스 브라운이 여전히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다는 것이다. 큰돈을 들여 일본인 선수 둘을 영입하고, 다시 한 번 정상에 도전하던 다저스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두 팀이 이번에는 정규시즌 첫 경기를 갖게 되었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건 선발 일정을 하루 미뤄 다저스 전에 타겟 등판하게 된, 지난 벤치클리어링에서 홀로 다저스 선수 셋을 때려눕힌 도준우였다.
“젠장, 로베르토 하나로는 안 될 거 같은데. 호세!”
“네, 보스!‘
“너도 달라붙어. 아니지, 지난번에 처음 싸움을 시작한 게 너잖아!”
“아뇨, 억울한데요, 보스? 전 그냥 홈런 치고 배트 좀 집어던진 게 전부…”
“하아, 젠장맞을 놈들. 몰라! 다들 알아서 해! 대신!”
말을 잠시 멈춘 도널드 감독이 선수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돌아보았다.
그리고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절대 지면 안 돼. 야구든 싸움이든 그게 뭐든, 절대 저놈들에게 지는 건 안 돼. 빌어먹을, 다들 나가봐! 저 파란 스머프 놈들을 박살내버리자고!”
“고! 고! 고! 자이언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