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leased pitcher returns as a diamond RAW novel - Chapter (124)
방출당한 투수가 금강불괴로 돌아옴-155화(124/172)
155화. 강해지는 법
└ 안 돼… 우리 비글 찡이 죽었어…
└ 안 죽었어. 그냥 발가락, 아니 손가락 좀 다친 거라잖아
도준우로 인해 메이저리그, 정확히는 샌프란시스코를 응원하게 된 한국 팬들은 바비 와그너와 잭 블랙, 제이슨 오닐, 외야 3인방을 악마견 3대장이라 부르고 있다.
빠른 발로 외야 이곳저곳을 누비는 모습이 미쳐 날뛰는 강아지들을 연상시킨다나.
뒷머리를 길게 기른 잭은 코커 스파니엘을 닮았다고 코커라 불리고 있고, 수염이 트레이드 마크인 제이슨은 슈나우저라 불린다고 한다.
그리고 바비는 그 셋 중 대장격이라 해서 비글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 다은이 말로는 사실 저 세 견종이 그렇게 미친놈들은 아니라고 한다. 개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훈련 잘 시키고 운동욕구만 충분히 해소시켜주면 나름 집에서도 키울 만 하다고…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플레이!”
지난 한 달 간 자이언츠의 리드오프 자리를 지켜오던 바비가 빠졌다. 대신 그 자리에 머리모양이 아니면 구별이 쉽지 않은 그의 친구 잭 캠프가 들어갔다.
빅리그 데뷔 첫 번째 시즌과 두 번째 시즌까지는 약속이나 하듯 큰 것만 노리다 실패했던 우리 외야 3인방은 이번 시즌 들어 플레이 스타일에 많은 변화를 가졌다. 그 중에서 잭 캠프는 출루에 모든 걸 건 모양이다.
파앙
“볼.”
예전에는 팀에서 가장 강한 타자를 4번에 배치했다. 흔히 말하는 4번 타자 밈이 그래서 나온 거다. 이후 야구가 발전하며 3번 타자가 그 자리를 대신했고, 이어 강한 2번 타자 론이 대두되며 나를 비롯한 팀 내 최고 타자들이 2번 자리에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2번도 아니고 1번 자리에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를 놔야 한다는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세이버매트리션들이 수많은 경기 데이터를 취합해 나름의 공식에 따라 산출한 것이기에 분명히 근거는 있는 이론일 거다.
하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역시 1번 타자하면 1루에 출루해 빠른 발로 상대 내야를 뒤흔드는 모습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볼, 베이스 온 볼스.”
“좋아! 잭! 친구의 자리를 지켜!”
“자이언츠의 새로운 리드오프! 잭 캠프!”
평일 오전에 대체 여기까지 어떻게 온 것인지 의심이 가는 자이언츠 원정 팬들이 고래고래 잭의 이름을 외쳐댔다.
흠, 샌프란시스코에서 휴스턴이라… 설마 하루 종일 운전해서 온 건 아니겠지?
새삼 느끼는 거지만 메이저리그 팬들은 한국 야구팬들과는 뭔가 스케일이 다르다. 시즌이 진행되는 내내 전 경기를 따라다니는 팬도 있다고 한다. 이 넓은 미국 대륙을 순회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파앙
“세이프!”
주루 능력만 치면 바비보다도 오히려 나은, 현재 팀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 중인 잭이 1루 베이스 위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생각해보니 저 녀석의 유니폼이 깨끗한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흙투성이가 된 유니폼이야말로 우리 팀 외야 3인방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징표다.
흠, 악마견 3대장이라…
뭐, 다시 생각해보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파앙
“볼.”
초구를 흘려보내고 난 후 덕아웃에서 오랜만에 사인을 보내왔다.
‘잭이 뛸 거야. 좋은 공이 들어오면 치고, 아니면 그냥 보내’
끄덕
런 앤 히트, 괜찮은 작전이다. 성공시키기만 하면 휴스턴 놈들의 혼을 쏙 빼놓을 수 있을 거다.
투수의 손끝에서 공이 떠났다. 그 순간 잭이 곧바로 2루를 향해 스타트를 끊었다.
슈웅
바깥쪽 높은 코스로 날아드는 패스트볼, 그냥 두면 백 프로 볼이다.
하지만 굳이 그냥 보낼 필요 없다. 충분히 때려낼 수 있는 공이니까.
딱!
“좋았어!”
“잭! 달려!”
가볍게 밀어 친 타구가 2루 수 머리를 넘어 우익수 앞에 툭 떨어졌다. 미리 스타트를 끊은 잭이 2루를 지나 3루를 향해 치달았다.
“세이프!”
작전 성공, 무사 주자 1, 3루.
요즘 타점을 주어 담는데 재미를 붙인 호세가 초구를 툭 받아쳤다.
딱!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타구,
3루에 있던 잭이 거의 산책하듯 홈으로 걸어 들어가고 나는 2루에 멈췄다. 타일러 대신 출전한 휴스턴의 애송이 유격수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뭘 봐?”
“……”
“뭐야, 나랑 대화 금지령이라도 내려진 거야? 아까 1루수도 그러더니.”
“……”
흠, 뭐, 그러시던지.
**
“빌어먹을,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점수를 내는군. 저놈들이 대체 언제 저렇게 강해진 거지?”
지난 시즌,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인터리그 3경기를 모두 쓸어 담았다. 비단 지난 시즌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10년 간 양 팀 간의 경기에서 휴스턴은 7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 중이었다.
예전의 자이언츠는 투수력에 비해 타격이 너무나도 형편없던 팀이었다. 선수 하나하나의 네임벨류도 약했지만 그마저도 서로 합이 잘 맞지 않아 삐걱거렸다. 휴스턴 같이 확실한 에이스를 보유한 팀에게 자이언츠는 그야말로 고양이 앞의 쥐였다.
그러던 자이언츠 타선이 너무나도 달라졌다.
선두 타자 볼넷에 이은 런 앤 히트 작전으로 무사 1, 3루, 적시타가 터지며 1대 0, 외야 플라이에 주자들이 한 베이스 씩 진루하며 1사 2, 3루, 거기서 다시 희생플라이가 나오면서 2대 0.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격의 흐름,
2대 0으로 뒤진 휴스턴의 반격,
한숨을 푹 내쉰 휴스턴 감독이 선두타자를 불러 지시했다.
“메이슨, 최대한 공을 오래 봐. 최근 페이스가 좋긴 해도 어차피 경험이 부족한 투수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반드시 허점을 드러낼 거야.”
“네, 보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리드오프를 맡고 있는 메이슨 밀러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장타력은 조금 부족하지만 3할 가까운 타율에 매년 30개 가까운 도루를 기록해주는, 약간 클래식하지만 안정성이 돋보이는 톱타자다.
그런 메이슨을 상대로 자이언츠의 선발투수가 투구 준비에 들어갔다.
도준우에게 전달받은 포크볼을 앞세워 이번 시즌 자이언츠의 선발 로테이션을 확실히 꿰찬 마일러 토마스였다.
“플레이!”
지금도 마일러는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의 볼을 꼬집어보곤 한다.
7, 8시간씩 고물버스에 시달리며 원정을 다니고, 열량을 채우기 위한 목적 외에는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는 빵 쪼가리를 씹으며, 허름한 모텔에서 하루를 마감하던 그에게 메이저리그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꿈만 같았다.
감히 비교할 수조차 없는 대우,
마일러는 다짐했다. 다시는 그 지옥으로 돌아가지 않겠노라고.
파앙
“스트라이크!”
기본적으로 마일러의 공 자체는 그다지 위력적이지 못하다.
좌완에 디셉션이 좋다는 걸 제외하면 말 그대로 평범하다.
포심과 커브, 체인지업, 구종까지 특별할 게 없었다. 지나가는 투수 열 명을 붙잡고 물으면 그 중 서넛은 갖고 있는 그런 레퍼토리였다.
하지만 정말 운 좋게 빅리그 콜업을 받았고,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 포크볼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전수받으며 빅리그 선발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마일러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포크볼을 전수해준 현 시점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이며 투수인 도준우를 바라보았다. 언제 봐도 든든한 그가 유격수 자리에 떡 버티고 있는 걸 보니 자기도 모르게 힘이 솟았다.
씨익
“…?”
도준우를 향해 한 번 웃어준 마일러가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던지고 싶었지만 손가락 길이와 악력 부족으로 인해 포기했던 포크볼, 도준우의 조언에 따라 중지와 약지를 겹쳐 던지는 그립을 익히며 이제는 마일러의 주 무기가 된 공, 그 공이 타자를 향해 날았다.
부웅
“스윙!”
순식간에 노 볼 투 스트라이크, 공을 오래 보기로 다짐했던 휴스턴의 리드오프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허둥거렸다. 그 모습을 캐치한 디에고가 빠르게 사인을 보냈다.
‘한 복판 포심’
끄덕
이 상황에서 유인구가 아닌 포심이라, 그것도 한 가운데.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대로 따랐다. 자신보다 훨씬 경험 많은 포수의 리드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100마일 넘는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시점에서 95마일의 포심을 한복판에 넣는 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하지만 앞서 마일러가 던진 포크볼의 잔상이 타자의 배트를 무겁게 만들었다.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 최강팀의 리드오프를 삼진으로 잡아낸 마일러가 빠르게 다음 타자와의 승부를 준비했다. 휴스턴에서 가장 잘 나가는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한 복판 포크볼’
역시나 과감한 주문이다. 포수의 사인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두 점을 등에 업고 있다. 설사 큰 걸 한 방 맞아도 여전히 한 점 차 리드다. 편하게, 최대한 편하게.
“흡!”
온 힘을 다해 스트라이크 존 한 복판을 향해 포크볼을 뿌렸다.
그런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제대로 손가락에 끼지 않은 느낌,
역시나, 스핀이 제대로 먹지 않은 포크볼이 존 한 복판을 향해 날아갔다. 휴스턴 최강 타자의 배트가 망설임없이 돌았다.
따악!
듣기만 해도 소름이 오싹 돋는 타격음, 총알같은 타구가 유격수 머리 위로 날아갔다. 누가 봐도 안타가 되어야 할 타구였다.
하지만,
터억
“아웃!”
“이런 젠장! 미친 자식! 그걸 잡는다고?”
“어제 오늘 저 애송이한테 얼마를 끌려다니는 거야! 이 망할 놈들아!”
제 자리에서 거의 날 듯이 점프한 도준우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타구를 낚아챘다.
동물적인 감각과 피지컬이 아니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플레이였다.
제 자리에 착지한 도준우가 마일러에게 공을 돌려주며 손가락 두 개를 까닥거렸다. 포클볼을 던질 때는 그립에 좀 더 신경을 쓰라는 이야기였다.
자신보다 무려 8살이나 어린, 하지만 마음 속 스승이자 조언자로 생각하는 도준우의 조언에 마일러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오늘도 내가 밥을 사야겠군!”
“?”
“시간 없다고 도망가지 말고 따라와!”
**
‘그러니까 음… 이렇게? 아니, 이렇게? 제길…’
1회 말 휴스턴의 공격이 득점 없이 끝났다. 덕아웃으로 돌아가던 호세 마르티네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몸을 움찔거렸다.
여전히 잘 이해되지 않는다. 도준우가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지.
머리 위로 날아가는 타구를 낚아 챈 엄청난 점프 캐치,
모든 사람들이 도준우의 점프력에 놀라고 있지만 사실 호세가 진짜 놀란 건 그게 아니었다.
점프하기 전까지의 과정, 그게 중요했다.
분명했다. 바로 옆에서 봤기에 알 수 있다. 도준우는 분명 투수가 공을 던지자마자 그쪽으로 이동했다. 마치 타구가 날아올 방향을 알고 있다는 듯. 그렇게 위치를 잡자마자 공중으로 뛰어올라 안타성 타구를 낚아챈 것이다.
물론 저런 수비를 할 수 있는 게 도준우만은 아니다. 시대를 지배한 뛰어난 수비수들 중에는 저런 놀라운 수비능력을 보인 선수들이 분명 있었다.
호세가 놀라고 있는 건…
‘저게 열아홉이라고? 진짜? 젠장, 암만 봐도 나이를 속인 거야, 그게 맞아’
도준우가 프로 2년차라는 거다. 음주조차 불가능한 열아홉 애송이라는 거다.
그렇다는 얘기는 결국 도준우의 저런 수비는 경험이 아닌 감각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타고난 감각 말이다.
계속해서 밀려오는 궁금증을 참지 못한 호세가 도준우에게 다가가 물었다.
“젠장, 이봐.”
“왜. 땀내 나니까 너무 붙지는 말고, 그냥 거기서 말하지?”
“빌어먹을. 좋아, 하나만 묻자고.”
“뭔데.”
“어떻게 하면 타구 방향을 예측할 수 있지?”
호세의 물음에 도준우가 그를 휙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간단해.”
“그럼 알려줘. 내가 제대로 거하게 살 테니까.”
“일단 피치컴에 집중해. 우리 투수가 다음 공으로 뭘 던질지 파악하는 게 중요해.”
“그건 나도 알지. 다음은?”
“타석에 선 놈의 히팅 존을 참고해서 배트가 나올지, 나온다면 밀어칠지, 당겨 칠지, 그도 아니면 그냥 흘려보낼지를 판단해.”
“…그리고?”
“거기까지 하면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잖아? 그러면 가장 확률이 높은 쪽을 빨리 선택하고 바로 몸을 날리는 거지. 이렇게 휙.”
도준우가 마치 놀리듯 몸을 옆으로 들썩거렸다. 호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걸 15초 안에 계산하라고? 젠장, 그걸 떠나서 타자들의 히팅 존을 다 외워야 한다고? 내가 투수도 아닌데?”
“당연한 거 아냐? 내야수면 그건 기본이지. 혹시 너, 지금까지 안 해왔던 거야?”
“무, 무슨 소리야? 외우긴 외우지. 다만 난, 그러니까… 젠장!”
자신의 공격 차례가 아닐 때는 벤치에 앉아 해바라기 씨를 씹는 게 전부였던 호세가 상대 선수들의 데이터가 담긴 태블릿PC를 집어 들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도준우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 경기 7번 좌익수로 출전한 제이슨 오닐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고 있었다.
딱!
– 쳤습니다! 제이슨 오닐이 깨끗한 중전안타를 치며 1루로 출루합니다! 당초 바비 와그너의 결장으로 공백이 우려되던 자이언츠의 타선이 오늘도 경기 초반부터 폭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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