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leased pitcher returns as a diamond RAW novel - Chapter (155)
방출당한 투수가 금강불괴로 돌아옴-118화(155/172)
118화. 시범경기
“선수들 분위기는 어때?”
“솔직히 아직 좋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앙금들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예전처럼 대놓고 서로 싸우지는 않는다는 거겠죠.”
“흠.”
KBO의 경우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가 서로 분리된 개념으로 인식되지만 메이저리그의 스프링 트레이닝은 조금 다르다. 동부와 서부, 15개씩으로 나뉜 팀들은 각각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두 곳에 스프링 캠프를 함께 차린 후 그곳에서 훈련과 시범경기를 연이어 진행한다.
그 중 다저스, 에인절스, 컵스 등과 함께 서부 캑터스 리그에 속한 자이언츠의 스프링 트레이닝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드디어 시범경기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시범경기, 그들이 상대할 첫 번째 팀은 다름 아닌 다저스,
양키스 VS 레드삭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최악의 앙숙 사이라 불리는 바로 그 팀이 자이언츠의 시범경기 첫 번째 상대였다.
“솔직히 말이야, 빌.”
“네, 보스.”
“그때 식당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했을 때 난 그놈들 중 한 둘은 그냥 포기할까도 생각했어.”
“그 일이라고 하면… 아아, 그때 준 그 친구가 한 방 먹인 그 사건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맞아, 단장하고 약속했거든. 최악의 경우 바비와 제이슨, 잭, 셋 중 한 둘을 마이너에 처박을 수도 있다고. 그놈들 연봉이 얼마건 그렇게 해서 성적만 낼 수 있다면 그래도 상관없다고.”
“음.”
“그런데 그게 전화위복이 될 줄은 몰랐지. 세상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알던 놈들이 오히려 준의 눈치를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지난 훈련과정에서 확인된 도준우의 진가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어마어마한 장타력과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안정된 수비력, 거기에 마운드 위에서 뿌리는 빅리그 최고 수준의 강속구. 이미 도준우는 아시아에서 온 최저연봉 선수가 아닌 팀 전력구상의 핵심이 되어 있었다.
도준우로 인한 변화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라커룸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고작 빅리그 1년차에 불과한 이방인이 말이다.
그의 존재로 인해 루키 그룹과 베테랑 그룹 간의 충돌이 거의 사라졌다.
선수들 역시 깨달은 것이다. 지금 다른데 신경 쓰다가는 자신의 자리를 도준우에게 뺏길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그 와중에 그간 중립을 지키던 캡틴 로베르토와 팀 내 최고 연봉자 중 하나인 오스카 윌슨이 도준우에게 힘을 실어줬다. 투타 베테랑들이 도준우를 존중하자 그의 행보에 더욱 힘이 실렸다.
결론적으로 도준우 하나로 인해 두 그룹 간의 전쟁이 휴전 상태로 접어들었다. 비록 갈등의 근원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예전에 비해 한층 더 야구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아마도 오늘 시범경기는 그 달라진 분위기가 어떤 효과를 낼지에 대한 첫 번째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그나저나 감독님, 준, 그 친구를 이용해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건 좋은데… 이제는 주 포지션을 결정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음.”
코치의 말처럼 그간 감독은 도준우의 다재다능함을 기존 주전선수들의 기강을 잡는데 사용했다. 지난 연습경기에서 도준우는 외야 세 자리와 유격수, 거기에 3루수까지 다섯 포지션을 오갔다.
그가 외야수로 나서는 날에는 루키 3인방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유격수로 뛰는 날에는 베테랑 그룹의 리더 타일러 아담스의 표정에 수심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간혹 3루수로 출전하는 날에는 누구도 호세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도준우는 미꾸라지 떼 속의 메기였다. 그의 존재로 인해 선수들은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았고, 보다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정규시즌 개막, 이제는 도준우의 자리를 찾아줘야 할 때다.
“혹시 저도 모르게 혼자 결정하신 건 아니죠?”
“아니, 그게 아니라, 젠장. 사실은 단장이 추진 중인 트레이드와 맞물려 있어서 그래.”
“트레이드요, 아, 그걸 진짜 할 모양이군요.”
“맞아. 그 트레이드 결과에 따라 도준우의 포지션이 정해질 거야.”
“만약 늦어지면요?”
“어쩔 수 없지. 일단은 지명타자로 뛰게 하는 수밖에.”
“하긴, 초반 마운드 적응까지 생각하면 그게 나을 수도 있겠군요.”
“맞아. 어쨌든 그건 나중에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감독이 자신이 작성한 선발 라인업 용지를 바라보았다. 현 시점 주전에 가장 가까운 선수들의 이름과 그들의 작년 성적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1번 우익수 바비 와그너
2027시즌 (메이저리그) 타율 0.242, OPS 0.700, 4홈런 38타점
2번 유격수 도준우
2027시즌 (KBO) 타율 0.383, OPS 1.361, 68홈런 156타점
3번 3루수 호세 마르티네스
2027시즌 (메이저리그) 타율 0.267, OPS 0.804, 17홈런 88타점
4번 1루수 로베르토 보니야
2027시즌 (메이저리그) 타율 0.197, OPS 0.636 19홈런 51타점
5번 포수 디에고 마르케스
2027시즌 (메이저리그) 타율 0.265, OPS 0.774, 13홈런 58타점
6번 좌익수 제이슨 오닐
2027시즌 (메이저리그) 타율 0.242, OPS 0.624, 3홈런 41타점
7번 중견수 잭 캠프
2027시즌 (메이저리그) 타율 0.235, OPS 0.595, 1홈런 28타점
8번 지명타자 잭슨 헤이즈
2027시즌 (더블A) 타율 0.278, OPS 0.735, 18홈런 80타점
9번 2루수 마리오 러셀
2027시즌 (메이저리그) 타율 0.178, OPS 0.505, 2홈런 28타점
선발투수 알렉산드로 힐
2027 시즌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3.51, WHIP 1.39, 13승 3패
“맙소사…”
“보스?”
“나만 그런 건가? 이 라인업에서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느끼는 것 말이야.”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여길 봐. 천만 달러 넘게 쳐 먹고 있는 이 외야수 세 명의 성적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 이 자식들이 당초 기대했던 것의 반만큼만 해줬어도 지금 자이언츠 타선이 이 모양 이 꼴은 아닐 텐데 하는 생각 말이야.”
“음.”
“하지만 여길 봐.”
감독의 손가락이 도준우의 이름을 가리켰다.
“비록 다른 리그이긴 하지만 이 녀석이 기록한 이 아름다운 성적을 보라고. 온통 절망뿐이던 라인업이 이놈 하나로 인해 이렇게 아름답게 빛나고 있어. 안 그런가?”
“네,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도준우 이 친구가 KBO에서 하던 것의 80%, 아니 70%만 해주고, 호세가 좀 더 성장하고, 로베르토가 마지막 불꽃을 태워주기만 하면… 자이언츠의 타선은 많이 달라질 거야. 정말 많이.”
감독이 흥분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우리가 다저스 놈들을 박살내려면, 다시 한 번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려면 홈런, 홈런, 홈런이 필요해. 다른 선수들이 장타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줄 든든한 기둥이 필요해. 그러니, 그러니, 우리 다 같이…”
“…?”
“도준우 저 친구가 진짜이길 빌어보자고, 시범경기에서도,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계속 저 모습을 유지할 수 있기를 하느님에게 빌자고. 오, 주여, 제발 이 자이언츠를 구원하소서.”
**
– 굿모닝 에브리원, 길고 긴 스토브리그가 끝나고 다시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내셔널리그의 영원한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LA 다저스가 이곳 랜치 스타디움에서 이틀 연속 맞붙습니다. 오늘 해설에는 자이언츠 팬들이 아주 반가워할 이름이죠. 제프 켄트가 함께 합니다
– 반갑습니다
– 제프, 먼저 지난 스토브리그 기간 양 팀의 전력변화에 대해 살펴봐야 할 것 같군요. 다저스에서 영입한 두 일본인 선수, 이토 쇼타와 모리 타쿠야에 대해 어떻게 예상하나요? 잘 할 것 같습니까?
– 잘 할 겁니다. NPB에서 충분한 검증을 마친 선수이니까요. 역사적으로 저 파란… 음, 다저스는 일본 선수들을 데려다 요긴히 잘 써먹어왔죠. 이토 쇼타의 경우 현재 공석인 2루수와 리드오프 자리를 맡아줄 것으로 예상되고, 모리 타쿠야는 흠, 다른 건 몰라도 구속 하나는 진짜입니다. 좋은 클로저가 될 거라 봅니다
– 긍정적인 평을 내려주셨군요. 좋습니다. 어쨌든 다저스는 전력상 유일한 구멍이던 2루수와 마무리 투수 자리를 일본인 선수들로 메우면서 다시 한 번 내셔널리그 패자의 자리에 도전하게 되겠네요. 자, 그럼 이제 자이언츠로 넘어가볼까요? 어떻습니까, 올해는 좀 해 볼만 할 것 같은가요?
– 저 머저… 흠, 안타깝게도 자이언츠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밝을 수가 없죠. 야심차게 추진했던 3건의 장기계약이 악성계약이 되며 구단재정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그로 인해 지난 FA 시장에 참전조차 못했죠. 그렇다고 기존 선수들이 업그레이드 되었으냐, 글쎄요, 트레이닝 캠프를 몇 번 찾았지만 솔직히 아직은 모르겠더군요. 여전히 타선의 힘은 리그 하위권입니다. 다만,
– 자, 이제 진짜 본론이 나올 차례인 거 같네요
– 맞습니다. 한국에서 최저 연봉으로 데려온 도준우, 저 선수가 변수입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 제 생각에는 변수가 아닌 상수(constant)라고 확신합니다. 도준우는… 한 마디로 미쳤거든요
– 오, 대단한 칭찬이군요? 이유를 설명해주시죠
– 일단 엄청나게 파워풀합니다. 저 친구가 한국에서 68개의 홈런을 때려냈다는 걸 알고 있나요? 메이저에서는 그보다 한 참 못 칠 거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도준우가 지난겨울 동안 얼마나 벌크업에 신경을 썼는지 생각하면 함부로 그런 말은 못할 겁니다. 한 마디로 말해 도준우는 타고난 슬러거입니다.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와 닿지가 않겠죠, 네, 그러니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 슬러거라… 그러고 보니 자이언츠에서 마지막으로 30홈런 타자가 나온 게… 무려 24년 전이군요. 오른 손 타자만을 놓고 생각해보면… 2002년 제프, 당신이 친 37개가 마지막이었고요. 맙소사, 26년이나 됐다니
– 그게 벌써 26년 전인가요? 시간 정말 빠르군요. 어쨌든 슬러거의 출현을 기대한 팬들이라면 도준우를 주목하세요, 상상 이상의 것을 보게 될 겁니다
– 좋습니다. 도준우, 이 선수가 재미있는 게 투웨이죠? 투수와 타자를 같이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 최고 구속 105마일의 공을 던졌고 0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습니다. 놀랍네요. 자, 도준우가 빅리그에서 투수로서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릴 거라 예상하십니까?
– 솔직히 말하면 공 던지는 걸 직접 본 건 딱 한 번뿐입니다. 마지막 연습경기 때였죠?
– 어땠나요?
– 이렇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덕아웃에서 지켜보다 저도 모르게 타석으로 뛰쳐나갈 뻔 했습니다 직접 상대해보고 싶어졌거든요
– 오!
– 자, 이제 결론을 말씀드리죠. 자이언츠의 전력은 지난 시즌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당연하죠. 외부 FA 영입이 0 명이니까요. 다만, 팀에서 데려온 유일한 외부 자원인 도준우, 한국에서 온 이 열아홉 루키의 등장이 많은 걸 바꿔놓을 겁니다. 그동안 고여있던 자이언츠의 야구를 말이죠
**
“빌어먹을 자식…”
“왜 욕이야.”
“내가 그렇게 얘기했건만, 우리 팀으로 오라고.”
“아직도 그 얘기야?”
“캡틴도 전해달라고 했어. 이제 적이 되었으니 사정 안 봐줄 거라고.”
“미구엘? 그러고 보니 오늘 미구엘이 안 보이네?”
“발가락이 살짝 불편해서 병원에 갔지. 아마 내일은 경기에 뛸 수 있을 거야.”
“그래? 다행이네. 어쨌든 브랜든.”
“음?”
“같이 못 뛰게 돼서 유감이야.”
“…젠장, 같은 팀이 아닌 것도 문제지만 왜 하필 자이언츠야?”
“흐흐, 글쎄.”
“라커룸 분위기는 어때? 여전히 엉망진창인가?”
“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왜, 동양인이라고 차별해? 아니면 루키라고 무시라도 하나? 그러니까 내가 우리 팀으로 오라고…”
“그런 건 아니고, 뭐랄까… 아주 나쁘지만은 않아. 계속 보다보니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뭔 소리인지 모르겠군. 어쨌든… 젠장, 기왕 이렇게 된 거 FA 자격 취득하고 다저스로 와.”
“넌 계속 그 팀에 있을 생각인가보네.”
“장기계약도 맺었으니… 팀에서 날 버리지만 않는다면, 맞아. 난 이 팀에 오래 있고 싶어.”
“그래, 한참 멀긴 했지만 한 번 생각해보지. 오늘 경기 재미있게 해보자고.”
“좋아.”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만난 도준우와 브랜든 워커가 대화를 마치고 다시 각자의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구단임과 동시에 지난 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이어 스토브리그에서까지 계속 부딪힌 두 팀, 다저스와 자이언츠의 시범경기 개막전을 보기 위해 12,000명에 달하는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좌석이 부족해 서서보는 사람까지 생길 정도로 엄청난 인기였다.
지난 시즌 서부 지구 1위를 기록했지만 다저스의 내부 사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내셔널리그 전체 승률은 3위에 머물렀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자이언츠를 박살내긴 했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 만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3연패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 부진 아닌 부진의 이유가 내야 한 자리를 메워줄 거포와 마무리 투수의 부재라 판단한 다저스 수뇌부는 도준우의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나 도준우가 한국시리즈 막판 유격수로 보여준 모습은 그들의 눈을 뒤집히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다저스는 도준우를 놓쳤다. 최대 라이벌인 자이언츠에게.
분노한 다저스 프런트는 지난 FA 시장 최대 매물 중 하나였던 일본인 타자 이토 쇼타를 영입한데 이어 국가대표 클로저 모리 타쿠야까지 포스팅으로 데려왔다. 도준우 영입비와 비교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거액이 투입되었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진짜 중요한 건 그 돈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거다. 자이언츠를 박살내고, 내셔널리그, 나아가 월드시리즈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플레이!”
프런트의 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다저스 감독은 작은 부상을 당한 미구엘을 제외한 모든 주전 멤버를 출격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두 팀 간의 시범경기 개막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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